천상의책 22권
5
1927년 6월 20일
인간 창조 때에 비옥하고 아름다운 땅을 주신 하느님.
루이사의 지상 생활에 맡겨진 또 하나의 사명.
하느님 뜻 안에서 시행되는 모든 것의 지속적인 생명력.
1 그 동안 몹시 괴로웠다.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도록 나 자신이 완전히 결딴난 느낌이 들었다.
사랑하올 예수님의 너무나 잦은 부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능증을 유발하고 있는데, 그 부재들이 한편으로는 생생하게 실감되며 내 마음을 잡아 찢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이 빠져나간 듯 멍한 마비 상태가 되게 하거나 다만 내가 죽어가는 것을 알 만큼만 생명이 있음을 느끼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2 오, 하느님 맙소사! 얼마나 큰 고통인지! 실로 자비도 동정심도 없는 고통이다! 끝없고 무한하고 영원한 중압을 받게 하는 고통의 악몽 속에서 살고 있으니, 이 엄청난 고통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 내가 어디로 갈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3 마음속으로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을 뿐이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른 모든 이는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내게는 부재하시는 분 - 그분 없이 지내는 큰 불행의 무게만 느끼고 있다. 내 생명, 내 전부, 내 예수님을 소유하지 못한 이 끔찍한 고통이 유독 내게만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4 아, 예수님! 당신께서 친히 상처를 입히시고 그 고통에 사로잡혀 있게 하신 이 인간에게 부디 돌아와 주십시오. 게다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진 저를 살려 두시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5 하지만 그렇게 고통을 토로하고 있자니, 내 최상의 선이신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나오시어 나를 꼭 끌어안으시고 말씀하셨다.
“딸아, 하느님께서 비옥하고 아름답게 지어 내신 땅이 죄로 인해 가시와 돌투성이가 되었다. 매우 찬란한 태양이 이 땅을 비추며 즐겁게 했건만, 인간의 뜻이 내 뜻의 태양을 몰아내어 짙은 어둠이 땅을 뒤덮은 것이다.
6 내가 너를 계속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네가 이 땅에서 그 모든 돌들을 제거하여 다시 비옥한 땅이 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 뜻의 각 행위가 하나하나 돌이 되어 내가 창조한 땅을 뒤덮었다.
가벼운 죄는 각각 가시들이 되었고, 무거운 죄는 독이 되었으며, 내 뜻 바깥에서 행해진 선은 땅 위에 흩어진 모래같이 되었다. 이 모래가 땅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어, 작은 나무나 풀 한 포기도 그 돌투성이 땅에서 싹이 트지 못하게 하였다.
7 그런데, 딸아, 내 뜻 안에서 하는 너의 행위마다 돌을 하나씩 제거하게 되어 있다. 돌을 모조리 제거하려면 그 행위들이 얼마나 많이 필요하겠느냐!
그러니 너는 절대로 너의 뜻에 생명을 주지 않으면서 ‘지고한 피앗 태양’의 찬란한 광선을 다시 불러 이 어두운 땅을 비추게 해야 한다.
8 그러면 그 광선들이, 절대적인 권리로 모든 모래를 휘저을 은총의 강력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여기의 모래는 내 뜻을 실행하기 위한 선도 내 뜻 안에서 행하는 선도 아니고, 나에 대한 사랑으로 행하는 선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서 존경과 영광을 받으며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
9 오, 이 외관상의 선은 얼마나 무겁디무거운가! 그것은 영혼들의 생장 발육을 가로막아 참담할 정도로 황폐하게 만드는 저 모래보다 더 무겁다.
그러니 내 뜻의 태양(만)이 그 풍요한 생산력으로 가시들을 꽃과 열매로 바꿀 것이고, 내 은총의 바람(만)이 해독제가 되어 영혼들 속으로 생명을 쏟아 부을 것이다.
10 내가 아직 너를 이 세상에 살아 있게 하는 것은 창조 사업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이 점을 너는 확신해야 한다.
한 사람의 뜻이 나의 뜻 바깥으로 나가 버린 탓에 땅의 모습이 흉하게 바뀔 정도로 모든 것을 무질서하게 만든 것과 같이, 다른 또 한 사람의 뜻이 나의 뜻 안으로 들어와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행위들로 모든 것을 다시 정돈하면서 나에게 창조 사업 초기의 그 감미로운 매력과 조화와 아름다움을 돌려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11 네가 일해야 할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느껴지지 않느냐?
내가 너를 부른 것은, 사람의 첫 행위들이 내 거룩한 뜻을 기리며 내게서 받은 비옥하고 아름다운 땅을 함께 즐기던 지상 낙원으로 돌아가 그 첫 행위들을 한데 묶게 하려는 것이고, 또 한 너로 하여금 사람의 뜻이 침범한 모든 땅과 모든 시대를 망라하여 돌과 가시와 모래를 제거하는 일을 돕게 하려는 것이다. 사람의 뜻이 땅을 그토록 참담하게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12 그러므로 나는 거룩하신 뜻 안에서 에덴동산으로 돌아갔다. 거룩하신 뜻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저 단일한 행위의 일치 속으로 들어갔다가 바로 이 마지막 때로 내려오기 위해서였고, 그리하여 나의 ‘사랑합니다.’와 ‘흠숭합니다.’ 등등이 모든 사람들과 개개인 각 사람을 위하여 모든 시대와 모든 장소로 퍼져 나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13 하지만 그러다 보니, ‘내가 얼마나 부질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가! 그 마지막 때의 내 바람은 주님의 은총으로 저 위 천국에 올라가 있는 것인데, 그렇게 영원 속에 있으면서 어떻게 시간 속에서도 사랑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기척을 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14 “딸아, 내 뜻 안에서 행해진 모든 것은 지속적인 생명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내 뜻 안에서 행해진 모든 것은, 끝날 줄을 모르는 그들 창조주의 사랑에 그 기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뜻 안에서 사랑하고 흠숭하는 사람은, 시작도 마침도 없는 하느님 성삼위의 영원한 사랑과 완전한 흠숭을 따를 따름이다.
15 영혼이 내 뜻 안으로 들어오면 우리 (성삼위)의 행위들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것이고, 계속해서 우리의 사랑으로 사랑하고 우리의 흠숭으로 흠숭하는 것이다.
그 영혼은 그리하여 우리 사이의 상호 사랑에 묶이고, 끊임없이 활동하는 힘을 가진 우리의 뜻에 묶이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도 우리의 거룩한 뜻 안에서 수행된 행위의 계속일 따름이다.
16 우리의 뜻 안에서 수행된 행위들은 그처럼 영구적이고 지속적인 생명을 가지기에, 마지막 때의 너의 사랑은 어떤 면에서도 오늘의 사랑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하게 될 사랑도 너의 사랑 안에서, 너의 사랑과 함께하는 사랑이 될 것이다. 너의 사랑은 하느님 안에 그 기원이 있는 첫 행위이기 때문이다.
17 그런고로 너는 천국에 있으면서도 시간 속에서나 영원 속에서나 사랑할 수 있다. 나의 뜻이 스스로의 사랑과 똑같이 너의 사랑을 열정적으로 지킬 것이고, 내 뜻이 퍼져 나가며 생명을 가지는 모든 곳에서 너로 하여금 사랑하고 흠숭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18 내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은 따라서 하느님의 모든 행위들을, 바로 우리 (성삼위)의 행동 방식을 자기 행위들의 시작과 마침으로 가진다. 하느님께서 행하시는 바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19 우리 뜻의 왕궁에서 완전한 삶을 사신 존귀한 여왕에게도 우리 자신의 사랑과 흠숭 외에는 다른 어떤 사랑이나 흠숭이 없었다.
그분의 모든 행위들이 우리의 행위들 안에 너무나 잘 녹아들어 있음을 볼 수 있었으니, 우리의 행위들은 (하느님인 우리의) 본성에서 나온 것인 반면 그분의 행위들은 은총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20 이 천상 여왕의 행위들은 또한 그분의 뜻이 아니라 우리의 뜻에 그 기원이 있었으므로 당연히 피조물의 모든 행위들을 뛰어넘는 지상권이 있다. 그러니 네가 사랑을 할 때면, 우리의 사랑을 따라 하듯이, 네 사랑을 뛰어넘는 그분의 사랑도 따라 하는 것이 된다.
그리하여 우리와 이 ‘위대한 여인’이 너의 사랑 안에서 사랑하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네가 우리의 뜻 안에서 행하는 다른 모든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21 따라서 네가 천상 아버지의 나라에 온다고 해서 너의 사랑이 지상에서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때에도 너의 사랑은 각 사람 안에서 사랑하기를 계속한다.
이런 이유로 내 ‘거룩한 피앗’이 지금 당장이라도 너로 하여금 네 사랑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널리 펼치게 한다. 네 사랑이 모든 장소와 모든 시대에 펼쳐져서 결코 사랑하기를 그만두지 않을 권한을 너에게 주려는 것이다.
22 바로 여기에, 내 뜻 안에서 사는 사람과 내 뜻 밖에서 사는 사람의 큰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