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6-20권

천상의책 (18권-3-4) 고통의 극한 속에서도 변함이 없으셨던 예수님.언제나 한결같은 태도는 오직 신적인 특성이다.

Skyblue fiat 2015. 11. 7. 17:38

 

18권-3,  고통의 극한 속에서도 변함이 없으셨던 예수님.

언제나 한결같은 태도는 오직 신적인 특성이다.

예수님의 침묵의 의미.

1925년 9월 16일

 

1. 다정하신 예수님의 긴 부재로 인해 한결 더 괴로운 나날이다. 그분의 뜻만이, 그분께서 내 가련한 영혼을 찾아주셨던 그 잦은 방문의 귀한 유산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내 생명을 이루시는 분이 이제는 나를 홀로 남겨 두신 채 잊으신 모양이다.

 

2. 하기야 내가 보기에 우리는 함께 녹아 있어서, 그분은 나 없이 지내실 수 없고 나는 그분 없이 지낼 수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러나 한편은 마음속으로, ‘나를 그처럼 사랑하시던 분은 어디로, 어디로 가셨을까? 내가 어떻게 했기에 그분께서 나를 떠나셨을까? 아, 예수님, 돌아오십시오. 돌아오십시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습니다!’ 하면서 슬픔에 빠져들고, 나의 모든 희망과 행복을 넣어 둔 분을 잃은 큰 불행에 대해 생각하려고 든다.

 

3. 그러면 거룩하고 신성하신 의지가 위용을 드러내시어, 그 흠숭하올 뜻 안에서 내가 따라가던 길을 계속 가도록 명하신다. 내 유일한 선이신 분과 함께 있지 않은 것 때문에 슬퍼하는 것을 거의 용납하지 않으시는 것이다. 나는 그러므로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가장 작은 위로 하나 받지 못한 채, 단단한 돌덩이처럼 혼자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둥이다.

 

4. 그런 상태로 예수님의 수난을 이룬 여러 가지 고통을 생각하고 있노라니,그분께서 잠시 모습을 보여 주시며 이르셨다. 딸아, 그 모든 고통을 겪으면서도 나는 언제나 똑같았다.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내 눈길을 늘 다정하였고, 내 얼굴은 늘 평온했으며, 내 말은 늘 차분하고 위엄이 있었다.

 

5. 나의 인성 전체가 그토록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그들이 나를 구세주로 인정하기를 원했다면, 모든 것 속에서 모든 것에 대하여 언제나 한결같은 내 태도만 보아도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6. 나의 숱한 고통이 같은 수의 구름장처럼 나를 둘러싸서 내 모습을 흐리게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태도가 변했던 것은 아니다. 고통의 극점을 통과하고 나면, 내가 다시 장엄한 태양처럼 언제나 변함없는 평온함과 한결같은 태도로 적대자들 한가운데에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말이다.

 

7. 언제나 한결같은 것은 오직 하느님의, 그리고 하느님의 참된 자녀들의 속성이다.

언제나 한결같은 태도는 영혼 안에 하느님의 특성을 박아 넣고, 인간의 활동을 순수하고 거룩한 것으로 드러낸다.

 

8. 반면에 변덕스러운 성질은 피조물의 속성이다. 이는 인간의 마음 안에서 으르렁거리며 그 마음을 포악하게 지배하는 격정의 표징이니, 밖으로도 그 거친 양상을 드러내어 모든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성정(性精)이다.

 

9.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말한다.

나와 너 자신과 모든 사람들을 한결같이 대하여라. 고통 중에서건 바로 나의 부재 속에서건 언제나 한결같아야 한다. 이 변함없는 성격이 네 영혼 안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게 하여라. 그러면 설령 나의 부재가 너를 때려눕히고 너의 안팎에 비통의 구름이 끼게 하더라도, 너의 변할 줄 모르는 태도가 그 구름을 흩어 버리는 빛이 될 것이고, 내가 - 비록 숨어 있지만 - 네 안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를 보여 줄 것이다.”

 

10. 그 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흠숭하올 예수님의 수난을 이룬 고통들에 대해 생각했다. 날카로운 못처럼 내 마음을 찔러대는 그분 부재의 고통을 느끼면서였다. 그 무렵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내 내면에 나타나셨는데, 말씀이 전혀 없었고,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로 무척 괴로워하시는 모습이었다.

 

11. 나는 그래서, “저의 사랑이시여, 어찌하여 침묵을 지키십니까? 저한테 더 이상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고, 당신의 비밀이나 고통도 털어놓지 않으시려는 것 같습니다.” 하였다.

 

12. 그러자 예수님은 매우 자애로우면서도 괴로움에 젖은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딸아, 침묵은 말을 하는 것보다 더 중대한 것을 표현한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말을 하라는 설득에 넘어가지 않고 침묵을 지키기로 작정한 사람의 태도이다. 아버지가 망나니같이 구는 다른 아들들 가운데에 있으면서 사랑하는 한 아들에게 침묵을 지키는 것은 그 비뚤어진 아들들을 때리려고 한다는 표시인 것이다.

 

13. 너는 내가 너에게 오지 않고 내 고통을 너와 나누지도 않는 것이 중대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아, 딸아,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내가 오지 않을  때에는 내 정의가 인간을 후려칠 징벌의 채찍들로 가득 차 있음을 뜻한다. 앞으로 닥칠 재앙과 현재 암암리에 꾸며지고 있는 대전(大戰)이나 혁명에 비하면, 과거의 모든 지진이나 전쟁 같은 재앙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죄가 너무 엄청나서, 내 고통을 너와 나누는 것으로 인간이 받아 마땅한 징벌을 면하게 할 수 없을 정도인 것이다.

 

14. 그러니 너는 인내하여라. 내가 네 안에 숨어 있지만, 내 뜻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내 현존을 대신해 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네가 늘 하는 내 뜻 안의 순례를 같은 보조로 하지 못할 것이다. 네 안에서 그것을 행하는 것은 - 비록 숨어 있어도 - 나 자신이다.

 

15. 아무튼 내 정의가 일단 모든 징벌을 내리고 나면, 내가 이전처럼 너에게 오겠다.

용기를 내어라. 나를 기다려라. 두려워하지 마라.”

 

16. 그런데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사이에 나는 나 자신의 밖으로 나가 세상 한복판에 있게 되었다. 거의 모든 나라들이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보기만 해도 공포를 느낄 만큼 새롭고도 더욱 참혹한 방식으로 싸우려는 것이었다. 인간의 맹목이 한층 더 심해져서 인간이라기보다는 짐승처럼 행동하게 되었고, 이성의 눈이 먼 탓에 남들을 다치는 동안 그 자신도 다친다는 것을 못 보는 판이었다.

 

17. 나는 그때 두려움에 소스라쳤는데, 어느 새 예수님 없이 나 자신 안에 돌아와 있었다. 사랑하올 그분께서 나를 홀로 버려두고 떠나신 고통의 못에 박힌 채 - . 이 고통 때문에 미친 듯 울부짖으며 괴로워하고 있노라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견디기 힘든 고통을 보시고 내 안에서 기척을 내시며 한숨을 푹 쉬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18. “딸아, 진정해라. 진정해라. 나는 너와 함께 있다. 너를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어떻게 너를 떠날 수 있겠느냐? 보아라, 내 뜻이 도처에 있다. 네가 내 뜻 안에 있는 한, 내가 어디로 가든 어떤 곳에 있든 너를 떠날 수 없는 것이다. 너를 떠나려면 내 뜻을 한 군데에 집중적으로 한정해 두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냐?

 

19. 나의 무한성도 도처에 퍼져 있고, 내 본성은 내게 속한 모든 것을 무한하게 한다. 즉, 나의 뜻, 나의 능력, 나의 사랑, 나의 지혜 따위가 다 무한한 것이다. 말하자면 내 뜻 안에 있는 너를 내가 도처에서 보는데, 어찌 너를 떠날 수 있겠느냐? 그러니 너는 내가 너를 떠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내 뜻의 무한한 심연 속에 훨씬 더 깊이 잠겨 있어라.

 

 

 

18권-4,  하느님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은 예수님 인성의 중심 안에 있다.

1925년 10월 1일

 

1. 평소대로 다정하신 예수님의 수난을 이룬 고통들을 따라가면서 그분의 부재와 이것이 일으키는 고통을 비탄에 잠긴 내 사랑의 증거로 바쳤다. 그분의 고통을 위로하며 따뜻한 동정심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2.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 내 사랑하올 선이신 분이 나의 내면에서 한쪽 팔을 움직이셨다. 그분의 오른손을 들어 올리신 것인데, 그 손가락들에서 피와 빛이 작은 물줄기같이 내 가련한 영혼 위로 흘러들게 하셨다. 내 영혼이 그분 부재의 드센 바람으로 바싹 말라 불타고 있었고, 예수님의 마음마저 흔들 정도로 슬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분은 측은해하시며 내 기운을 북돋아 주시려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힘내고, 두려워하지 마라. 내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은 내 인성의 중심 안에 있다. 왜냐하면 거룩한 뜻이 내 안에, 그 자체의 영역 안에 있는 태양처럼 있기 때문이다. 태양 광선들은 땅으로 내리뻗지만 저 높은 곳 곧 태양의 중심에서 떠나지는 않는다. 태양은 언제나 그 자체의 영역 한가운데에, 장엄한 옥좌에 있다. 광선들은 도처로 퍼져 나가 만물을 지배하는 반면, 만물은 태양의 발판 노릇을 하면서 모두가 그것의 은혜로운 광선들을 기다린다.

 

4. 이와 같은 모양으로 내 거룩한 뜻이 내 안에 있었다. 내 인성이라는 영역의 중심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의 이 영역으로부터 빛이 출발하여 모든 사람과 모든 장소에 다다랐다.

 

5. 내 지고한 뜻을 배척한 것이 인간의 첫 행위였으므로, 내 인성에 합당한 일은, 지고한 뜻을 향해 첫 걸음을 떼어놓으면서 이 영원한 뜻을 생명의 중심으로 내 안에 집중시키는 것이었다. 내 생명과 업적과 고통을 통하여 인간에게 이 뜻을 다시 가져다주기 위함이었고, 그리하여 인간이 창조된 목적대로 질서 안에 위치하면서 자신의 창조주에게로 돌아오게 하기 위함이었다.

 

6. 그러니 이제 알았느냐, 딸아? 내 뜻 안에서 사는 영혼은 내 인성의 중심 안에 있으니, 내가 행하고 겪었던 모든 것이 그 영혼을 에워싸고 도움을 준다. 그가 허약하면 나의 힘을 주고, 우중충한 모습이면 내 피로 씻어 아름답게 해 주고, 내 기도로 떠받쳐 주고, 내 팔로 껴안고 내 업적들로 덮어 준다. 말하자면 모든 것이 그를 보호하며 돕기 위해 있는 것이다.

 

7. 내 고통을 생각하는 것이 너에게 당연한 일인 것처럼 된 것은 그 때문이다. 네가 내 뜻 안에서 살고 있으니까 그 모든 것이 빛과 은총의 수많은 구름들처럼 너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내 뜻이 내 인성의 영역 안에 네 활동과 발걸음과 말을, 내 피와 상처와 고통들 및 내가 행한 모든 것을 마치 지금 행하고 있는 도중인 것처럼 배치했으니, 이는 인간을 불러 구원을 위한 충분한 도움과 수단을 줌으로써 내 뜻의 태 안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것이다.

 

8. 만약 내 뜻이 인간을 부르기 위해 단독으로 그 현장에 들어가기를 원했다면, 인간은 겁을 먹고 까무러치게 놀랐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는 대신, 내가 행하고 겪었던 모든 것을 그만한 수의 매력과 박차와 격려와 재력으로 써서 인간을 불렀다. 내 품안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행하고 겪었던 모든 것이 인간을 하느님께로 데려가는 수단이다.

 

9. 그런데 내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은 내 인성의 중심 안에서 살기에, 내가 행하고 겪었던 모든 것의 모든 열매를 받아 가지고 창조 사업의 질서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내 뜻이 그 사람이 창조된 목적을 그 사람 안에 완전히 달성한다. 내 뜻 안에서 살고 있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구원을 위한 수단은 얻지만, 창조와 구원 사업의 모든 열매를 누리지는 못한다.”

 

10.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에 나는 그분께 “저의 사랑이시여,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입을 열었다. “당신께서는 제가 당신 뜻 안에서 살고 있다고 말씀하시고서 그다음 순간에 저를 떠나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아! 얼마나 혹독한 고통을 치르게 하시는지! 그렇게 저를 떠나시면 제게는 모든 것이 싹 변합니다. 더 이상 저 자신마저 알아볼 수 없고, 일체가 죽어버립니다. 빛도 사랑도 선도 다 죽습니다.

 

11. 오직 당신만이 제 가련한 넋의 생명의 고동을 유지하실 뿐이니, 저를 남겨 두고 떠나시면 모든 것이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보십시오. 당신께서 저를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처지에 버려두셨는지를! 부디 불쌍히 여기시고 다시는 떠나지 마십시오. 더는 견딜 수 없습니다.”

 

12. 내가 그렇게 푸념을 더 늘어놓으려고 하자, 예수님께서 한숨을 쉬시며 말씀을 이으셨다. “딸아, 그만 하고, 잠자코 있어라. 네 말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내가 너를 떠난다, 떠날지도 모른다고 여길 때의 그 못, 그 너무도 아픈 못을, 오, 정말이지 너에게서 뽑아 주고 싶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이 못은 참을 수 없는 아픔이라는 것, 사람을 가차 없이 계속 죽이는 못이라는 것을 나도 익히 알기 때문이다. 그러 내가 너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일랑은 아예 내던져 버려라.

 

13. 그리고 이것을 확신해야 한다. 나는 너를 떠나기는커녕 네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 네 영혼의 작은 배(船) 안에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 어찌나 잠자코 있었는지 네 안의 모든 것도 꼼짝하지 않았다. 배의 장비들이 저기에 있었는데, 여전히 저기에 있다. 죄다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러므로 내 뜻이 원하기만 하면 내가 저기 있는 것들을 잠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즉시 너와 함께 있다. 게다가, 내가 어찌 너를 떠날 수 있겠느냐?

 

14. 내 뜻을 실천하며 이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은 창조 사업 안에 실재하는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모든 유대를 유지하고, 구원 사업의 유대와 또 성화하시는 분과 성화되는 이들 사이의 유대를 유지한다. 내 뜻이 이 모든 유대에 인장을 찍어 그 사람을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확신을 가져라. 네 예수는 너를 떠나지 않는다.”

 

15.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동안, 나는수많은 빛줄기가 내 가슴에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일부는 모든 피조물과 연결되어 있었고, 다른 빛줄기들은 예수님께서 행하고 겪으셨던 모든 것에서 나오고 있었고, 또 다른 것들은 성사들에서 나오고 있었다.

 

16. 모든 것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고, 나의 영혼과 모든 영혼들의 선익을 위한 것이 되기를 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