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권-27, 하느님 뜻 안에 녹아듦의 의미 및 놀라운 효과
1925년 1월 4일
1. 나의 하루가 다 끝나갈 무렵 ‘아직 남아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러자 내 안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음성이 들렸다. “가장 중요한 일, 곧 네가 하느님의 뜻 안에 녹아들어야 하는 마지막 일이 남아 있다.”
2. 그래서 언제나 하듯이 내 하찮은 존재 전체로 지고하신 뜻 안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이 행위를 하는 동안 하늘이 열리는 것 같더니, 나는 천상의 모든 주민들을 만나러가고 그들은 내게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때 다정하신 예수님게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네가 내 뜻 안에 녹아드는 것은 네 삶 전체에서 가장 장엄하고 가장 위대하며 가장 중요한 행위이다. 내 뜻 안에 녹아드는 것은 영원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서 그것을 포옹하며 입 맞추는 것이요, 영원하신 뜻이 지니신 재산을 위탁 받는 것이다.
4. 더욱이 영혼이 지고하신 뜻 안에 녹아들며, 모두가 그를 만나러 와서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맡긴다. 천사들과 성인들 및 하느님까지 말이다. 모든 것이 안전한 바로 그 뜻 안에 자기 재산을 맡기는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5. 이 재산들을 받은 영혼은 하느님 뜻 안에서 행하는 그 자신의 행위들로 이를 증식시켜 천국의 모든 이들에게 두 배의 영광과 영예를 돌려준다. 그러므로 네가 나의 뜻 안에 녹아듦으로써 하늘과 땅을 움직이는 것이며, 그것이 온 천국에 새로운 축제가 되는 것이다.
6. 게다가 사람이 내 뜻 안에 녹아드는 것은 나의 선함 안에서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모든 이를 대신해서 사랑하며 내주는 것이기에, 나는 사랑에 있어서 그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모든 이의 재산과 내 안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재산을 그 안에 넣어 준다.
7. 그래도 그 모든 재산을 넣어둘 공간이 모자란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나의 뜻은 무한대한 것인데다 영혼으로 하여금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힘껏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런즉 나의 뜻 안에 녹아들 때 네가 무엇을 하는 것이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안다면, 끊임없이 녹아들고 싶은 열망으로 네 마음이 불타게 될 것이다.”
8. 그 뒤 나는 위의 글을 써야 할지 어떨지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꼭 필요가 있는 중요한 일 같지 않은데다 ‘순명’ 편에서 아무런 지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걸음을 옮기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9. “딸아, 내 뜻 안에 녹아드는 것은 내 뜻 안에서 사는 것인데 이를 알리는 것이 어떻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겠느냐? 내 뜻 안에 녹아드는 영혼은 나의 신성하고 영원한 재산 전부를 맡아 가지듯이 받는다.
10. 이렇듯 내 뜻 안에 녹아든 영혼에게는 성인들조차 자기네 공로를 맡기려고 서로 경쟁한다. 그 영혼 안에서 내 뜻의 영광과 능력을 느끼며 그의 작음에 의하여 자기네가 신적으로 영광스럽게 됨을 느끼기 때문이다.
11. 잘 들어라, 딸아, 내 뜻 안에서 사는 것은 그 공로에 있어서 순교마저 능가하는 것이다. 순교는 육신을 죽이지만, 내 뜻 안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손이 그의 의지를 죽이고 거룩한 순교의 고결함을 주신다.
12. 그러기에 영혼이 내 뜻 안에서 살기로 결심할 때마다 나의 의지가 그의 인간적 의지를 죽일 타격을 마련하여 고결한 순교가 이루어지게 한다. 사실, 인간의 뜻과 하느님의 뜻은 함께 제휴할 수 없는 것이니 전자가 후자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의 뜻은 하느님 뜻의 능력에 눌려 소멸된 상태로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13. 따라서 네가 나의 의지 안에서 살기로 작정할 때마다 너의 뜻을 바치는 순교를 치를 각오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보아라, 내 뜻 안에 녹아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느냐? 항구하게 내 지고한 뜻의 순교자가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런데도 네가 그것을 하찮은 일로, 대수롭지 않은 무엇으로 여길 수 있겠느냐?”
17권-28, 영혼들의 새 태양이신 예수님의 인성
1925년 1월 22일
1. 내 다정하신 예수님의 부재 고통 가운데서 계속되고 있다. 악몽에 온몸이 가위눌려 있는 느낌이니, 어떻게 살아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나의 본성도 홀로 이를 지탱해 주신 분 없이 있는 자신을 보면서 녹아 없어지려고 한다. 때로는 뼈들이 탈구되고 있는 것 같고, 때로는 위(胃)와 연결된 식도가 막혀 물이든 다른 음식이든 아무것도 삼킬 수 없어진다. 내 가련한 본성이 예수님의 현존을 느낄 수 없어지자 삭아 흩어지려고 하는 것이다.
2. 그러나 바야흐로 그렇게 해체되려고 하면 어떤 강력한 힘이, 힘센 손이 나를 움켜잡고 빠진 뼈들을 도로 제자리에 붙여 넣으며 막힌 식도를 열어 전적인 괴멸(壞滅)을 방지한다. ‘오! 하느님,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모쪼록 이 불쌍한 운명에 자비를 베푸소서! 저에게 생명을 주시곤 하던 분을 돌려보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 딱한 본성이 당신께 죽음을 예물로 바치고 저 높이 예수님의 가슴속으로 올라가게 해 주십시오. 거기에서는 우리가 결코 떨어져 있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3. 이처럼 쇠진한 상태에서 아무도 모를 고초(苦楚)를 수없이 겪고나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 한복판에 앉아 계신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완전한 침묵 속에서 한 손을 이마에 얹고 생각에 잠기신 모습이었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이 홀로 그렇게 앉아 계신 것이었다.
4. 그런데 그와 같이 나의 내면 안에 계시건만, 내 안의 그 공간이 얼마나 광활한지 예수님은 나에게서 나는 예수님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따라서 그분도 나도 외따로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지 그분께 다가가서 몇 마디 말씀도 드리고 고독 속에 계신 그분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5. 그때, 어떻게 그리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광활한 공간이 줄어들어 이 세상이 된 것 같았고 그 중심에 예수님이 계셨다. 그분은 무모하게 멸망의 길을 달리고 있는 세상의 운명을 두고 근심에 잠기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공간의 한 지점을 잡아 내 어깨 위에 놓으셨다. 나는 그 무게에 눌려 으스러지는 느낌이었으나, 내 예수님이, 내 생명이신 분이 곁에 계시기에 마음은 편해졌다.
6. 그분께서 곁에 계신 것을 보면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고, 그렇게 나의 괴로운 상태를 불쌍히 여기시게 하면서 이런저런 푸념을 잔뜩 늘어놓고 싶었건만, 웬걸, 그저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뿐이었다.
“예수님, 더는 저를 떠나지 말아 주십시오. 당신 없이는 제가 이 귀양살이를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7. 그러자 예수님은 더없이 자애롭게 이르셨다. “나는 너를 떠나지 않는다. 아니고말고. 너는 나의 떠남을 탓하려고 하지만, 나는 그 누구도 절대 떠나지 않는다. 나를 떠나는 것은 사람들이지 내가 그들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들의 뒤를 따라다닌다. 그러니 내가 너를 떠났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다시는 나를 모욕하지 마라. 더구나 나는 너의 밖이 아니라 안에 있고, 나 혼자만이 아니라 온 세상과 함께 있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
8. 그 순간 나는 눈길을 들면서 예수님의 지성이 태양 이상으로 찬란한 것을 보았는데, 그 분의 모든 생각이 이 태양에서 나오는 빛살과도 같았다. 이 빛살들이 퍼져 나가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인간의 생각들을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창조된 모든 지성들을 수중에 넣으려는 듯 그들 위로 나아가면서 그들을 대신하여 아버지께 영구적인 영광과 모든 것에 대한 완전한 보속을 드리며, 모든 선물들을 그들에게 주시도록 간구하는 것이었다.
9. 예수님은 그때 나를 당신 가까이로 끌어당기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내 인성의 지성 안에서 보고 있는 이 태양은 내 신성에 의해 형성되었다. 내 신성이 나에게 창조력과 모든 것을 아는 전지한 능력을 주어 영혼들의 새 태양이 되게 한 것이다.
10. 내가 자연적인 선을 위해 창조한 태양은 그 빛으로 온 땅을 덮으며 아무에게도 그 빛의 효과를 거절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늘을 떠나지 않지만 그 자체의 중심에서 빛살을 쏟아내고, 이 빛살이 태양이 내포한 선들을 지상에 가져온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 신성은 나를 떠나지 않은 채 가까이 갈 수 없는 그 빛으로 내 안에 빛살들을 형성하였다. 이 빛살들이 만인과 만물을 덮었던 것이다.
11. 그러니 나는 매 순간 모든 피조물의 생각과 말과 행위 하나하나를 덮으면서 온 인류 세대의 생각과 말과 행위 등을 대신하여 나 자신이 내 아버지께 드리는 영구적인 영광이 되었다. 이 빛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올라가는 한편, 인간의 모든 행위들을 수중에 넣으려는 듯 내려와서 그것들을 비추고 따뜻하게 하며 보속했던 것이다.
12. 따라서 인간의 각 행위마다 이를 선으로 바꾸기를 원하는 하나의 빛이 끊임없이 그 위를 감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내게는 거의 본성적인 것이지만, 딸아, 너는 내가 했듯이 모든 행위를 단 하나의 행위로 만들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즉 내 뜻 안에서 각각의 빛살을 하나씩 통과하여라.
13. 나는 그래서 첫째 빛살을 통과했고, 둘째 빛살과 다른 빛살들도 차례로 통과했다. 그런데, 오 하느님 뜻의 능력이여! 이 빛살들을 거쳐 가는 동안 내가 점점 더 작아져서 하나의 원자(원자) 알갱이가 된 것 같았다. 이 작디작은 입자가 어떤 때에는 하느님의 지성 안에 있으면서 피조물의 지성들 사이를 통과하고, 다른 때에는 말씀 안에, 또 다른 때에는 하느님의 활동 안에 있으면서 피조물의 말과 활동들 사이를 통과하고, 같은 방식으로 여타 모든 것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14. 그러자 하느님 성삼위께서 당신들의 지성과 말씀과 활동 안에 있는 나의 이 극단적인 작음을 보시면서 이 작음에 대한 사랑에 사로잡혀 황홀해하셨다. 그리고 흡족한 표정을 지으시며 이르셨다.
“이 작은 자는 우리를 황홀케 한다. 그가 다름아닌 우리의 행위들 안에 들어와 우리와 함께 활동하며 모든 사람 위에 이를 퍼뜨리는 것을 보면 우리가 우리 자신의 영광을 받는 것과 같은 기쁨과 흐뭇함을 느낀다. 그러기에 우리는 사랑을 다하여 그에게 자유를 준다. 우리 안에 들어와서 우리와 함께 활동할 자유 말이다.”
15. 이 말씀을 듣고 몹시 당황한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저를 그 품에 안고 데리고 다니시니, 모든 영광은 그분의 흠숭하올 뜻에 돌아갈 뿐입니다.”
“그러면 너도 내 인성이 걸었던 것과 같은 길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