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4권 공생활 둘째해(하)

하사시4권 [242. 카나의 집에서]

Skyblue fiat 2025. 5. 23. 13:51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4권 공생활 둘째 해(하)1 p89~p98

 

242. 카나의 집에서
1945. 8. 4.
 
카나의 집은 예수의 방문으로 인하여 축제분위기이다. 그것은 기적을 행하신 혼인잔치 때의 분위기보다 별로 덜하지 않다. 악사들도, 손님들도 없고, 꽃과 푸른 나뭇가지로 장식되어 있지도 않다 많은 하객들을 위한 식탁들도, 찬장들과 곁에 주방장도, 포도주로 가득 찬 돌 항아리들도 없다.
 
그러나 사랑이 그 모든 것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지금은 그 사랑을 올바른 형태와 정도로 드린다. 다시 말하면 아마 먼 친척이기는 하지만 결국 사람에 지나지 않는 손님에게가 아니라, 그분의 참된 본성을 알고 인정하며 그분의 말씀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공경하는 선생님이신 손님께 드리는 사랑인 것이다. 그래서 카나 사람들의 마음은 흰 아마포 옷을 입고 붉게 노을 진 석양 무렵에 초록빛의 정원 입구에 나타나 그분의 현존으로 모든 것을 복되게 하시고, 인사를 건네시는 사람들에게 뿐 아니라 사물들에게도 그분의 평화를 전해주시는 위대한 벗을 자신들의 전존재로 사랑한다.
 
참으로 그분의 파란 눈이 보시는 곳마다 엄숙하고 기쁨에 넘치는 평화의 베일이 드리워지는 것 같다. 그분의 두 눈에서는 순결과 평화가, 그분의 입술에서는 지혜가, 그분의 마음에서는 사랑이 흘러나온다.
 
내가 말하는 것이 이 글의 독자들에게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될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예수께서 오시기 전에는 보통의 장소이거나, 분주한 작업과는 멀리 떨어진 평화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분주한 장소였던 곳이 예수께서 나타나시자마자 고귀해지고, 분주함이 질서가 잡히고 육체적인 일과 어우러진 초자연적인 생각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게 된다.
 
내가 내 생각을 잘 설명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예수께서는 발생한 어떤 일에 대하여 그분께서 더 역겨워하실 때에도 결코 무뚝뚝하시지 않고, 항상 의연하게 품위를 지키시고 초자연적인 품위를 그분께서 움직이시는 장소에 전달하신다.
 
그분께서는 가장 큰 기쁨의 순간이나 가장 깊은 실망의 순간에도 결코 유쾌한 남자가 아니시고, 냉소적으로 웃어대는 불평꾼도 아니시며, 건강염려증 환자처럼 보이시지도 않는다. 그분의 미소는 흉내 낼 수 없다. 어떤 화가도 결코 그 미소를 재현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 미소는 그분의 마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한 영혼이 구속되거나 완전에 다가갈 때 발산하는 밝은 빛과 같다.
 
그분께서 그분의 벗들이나 제자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칭찬하시고, 그들과 함께 계시는 것을 기뻐하실 때의 그분의 미소를 나는 장밋빛 미소라고 말하고 싶다. 어린이들의 말을 들으시고, 그들을 가르치시고, 그들에게 강복하시려고 그들에게 몸을 굽히실 때의 미소는 역시 색깔로 표현하자면 푸른 천사의 미소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육체나 영혼의 불행을 보실 때 그것은 연민으로 완화된 미소이며, 끝으로 그분의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하여 말씀하실 때나 그분의 지극히 순결하신 어머니를 바라보시거나 그분의 말씀을 들으실 때 그것은 하느님의 미소이다.
 
나는 예수께서 쓰라린 고통의 시간에도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시는(hypochondriac) 것을 본 적이 전혀 없다. 배반당하신 고통 중에서도, 피땀을 흘리신 임종의 고통 중에서도, 수난의 경련 중에서도. 혹시 슬픔이 그분의 미소의 광휘를 압도했다 해도 그것은 그분의 매끈한 이마 위에서 빛나는 천국의 보석으로 꾸며진 왕관과 같은 평화, 그분의 신성한 인격을 비추는 평화를 없애기에는 불충분하다.
 
나는 또한 그분께서 지나친 쾌활함(merriment)에 빠지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분께서는 상황에 따라서는 기꺼이 웃으시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지체 없이 품위 있는 침착함을 회복하신다. 그러나 예수께서 웃으실 때 그분께서는 스무 살 젊은이의 얼굴처럼 보이실 정도로 놀랍게 젊어지시고, 세상은 그분의 사랑스럽고, 기껍고, 크고, 낭랑한 웃음을 통하여 꽃이 피는 것 같다.
 
나는 또한 그분께서 조급하게(hurriedly) 일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분께서는 움직이시거나 말씀하실 때 항상 침착하게 하시지만, 느리거나 무기력하게 하시는 적은 결코 없다. 아마도 그분께서는 키가 커서 뛰지 않고도 먼 길이라도 성큼성큼 걸으실 수 있고, 이와 비슷하게 일어서시지 않고도 떨어져 있는 물건에 쉽게 손이 닿으시기 때문인 것 같다. 심지어 그분께서 움직이시는 모습도 확실히 신사적이고 위엄 있다.
 
그분의 목소리는 또 어떠한가. 자, 내가 그분의 말씀을 들어 온 지도 거의 2년이 돼간다. 그런데도 내가 어찌나 그분의 목소리를 연구하는 데 골몰하는지, 때로 나는 그분의 말씀의 줄거리를 놓치곤 한다. 그럴 때면 예수님께서는 아주 부드럽고 참을성 있게 그분께서 말씀하셨던 것을 반복하여 들려주시며, 내가 그분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즐기느라 그분이 불러주셨던 것 중 빠뜨린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주시기 위하여 좋으신 선생님으로서의 그분의 미소와 함께 나를 쳐다보신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목소리가 어떤 음역에 속하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분명히 베이스는 아니고, 가벼운 테너도 아니다. 나는 그 목소리가 힘찬 테너에 속하는지, 성역이 아주 넓은 완전한 바리톤에 속하는지 항상 궁금하다.
 
그분의 목소리는 때때로 청동이 울리는 것과 같이 옹골차고, 아주 깊고, 특히 죄인을 은총으로 회복시키시기 위하여 그와 단둘이 말씀하실 때나 군중들에게 사람들의 탈선을 지적하실 때 그런 것을 보면 후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분께서 분석하시거나 금지된 일들을 단죄하시거나 사람들의 위선을 드러내실 때 그분의 청동소리가 더 맑아지고, 진리나 그분의 뜻을 받아들이기를 강요하실 때 그 청동소리는 천둥소리처럼 날카로워진다.
 
그러나 그분께서 자비의 찬미가를 부르시거나 하느님의 업적을 현양하기 위하여 노래하실 때 그 목소리는 수정 망치로 두드리는 금판처럼 공명하고, 그분의 어머니께나 어머니에 대하여 말씀하실 때 그분의 목소리는 지극히 다정한 음색을 띤다.
그럴 때 예수의 목소리는 참으로 사랑으로 충만하다. 그 사랑은 아들로서의 공경하시는 사랑, 그분의 지극히 완전한 작품을 찬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이다. 그분께서는 비록 덜 강하게 하시기는 하지만, 마음에 드시는 사람들이나 회개한 사람들이나 어린이들에게 말씀하실 때에도 같은 목소리를 사용하신다.
 
그리고 그분께서 아무리 긴 연설을 하실 때에도 절대로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지 않으시는데, 그 목소리는 상황에 따라 그 힘이나 부드러움을 강조하면서 그분의 생각과 말에 색조를 부여하고, 그것들을 완결 짓기 때문이다.
 
때로 나는 손에 펜을 든 채 들으며 가만히 있다가 그분께서 너무 멀리 나가셨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지만, 그분을 따라잡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가 가만히 있으면, 그분께서는 친절하게 그 말씀을 되풀이해주신다. 그분께서는 내가 방해받을 때에도 똑같이 하시는데, 그것은 귀찮은 일이나 사람을 참을성 있게 견디는 법을 나에게 가르쳐주시기 위한 것이다. 나는 그들이 예수의 말씀을 듣는 지복을 앗아갈 때 그들이 얼마나 ‘귀찮은지’를 그분께 알려드린다.
 
 
지금 그분께서는 카나에서 그분께서 아글라에게 숙식을 제공해준 것에 대하여 수산나에게 감사를 표하고 계신다. 두 사람은 익어가는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린 퍼골라 아래에 따로 있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부엌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그 여자는 대단히 착했습니다, 선생님. 그 여자는 정말로 저희에게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파스카를 맞이하기 위하여 집을 대청소할 때 제가 빨래할 때마다 그녀는 마치 자기가 하녀라도 되는 양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제가 파스카 옷 세탁을 마무리할 때 그녀는 노예처럼 저를 도와주었다는 것을 저는 당신께 확언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조심성이 있어 누군가가 집에 올 때마다 자리를 피해주었고, 제 남편과도 단둘이 함께 있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녀는 제 가족들이 있을 때는 거의 말하지 않았고, 음식도 별로 먹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남자들이 일어나기 전에 몸단장을 하려고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났고, 제가 일어나보면 항상 불이 피워져 있었고, 집안도 청소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와 단둘이만 있을 때 그녀는 당신에 대하여 묻고, 우리 종교의 시편들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녀는 ‘당신께서 기도하시는 것처럼 기도할 줄 알기 위해서’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그녀가 고통당하지 않게 되었습니까? 그녀는 무척 괴로워했습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무서워하고, 한숨을 자주 쉬고 많이 울었습니다. 그녀는 지금 행복합니까?”
 
“그렇다, 그녀는 초자연적으로 행복하고, 공포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지금 평화 가운데 있다. 네가 그녀에게 해준 좋은 일에 대하여 나는 다시 한 번 너에게 감사한다.”
 
“오! 나의 주님! 무슨 좋은 일요? 저는 당신의 이름으로 그녀를 사랑으로 대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니까요. 그녀는 불쌍한 자매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저를 그분의 은총 안에서 지켜주신 지극히 높으신 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너는 벨 니드라스크에서 전도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 지금 여기 또 한 사람이 와 있다. 너는 그녀를 알아보았느냐?” “여기서 그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아무도 없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너와 이 읍내의 사람들은 항상 자기의 사명에 충실할 제2의 마리아를 모른다. 항상. 나는 네가 내 말을 믿기를 부탁한다.”
 
“당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당신께서는 아십니다. 저는 믿습니다.”
 
“‘저는 사랑합니다’라고도 말해라. 이교도라는 변명거리가 있는 사람보다 죄지은 우리 동족 중 한 사람을 동정하고 용서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가족의 배교를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면, 우리의 동정과 용서도 더 커야 한다. 나는 모든 것에 대하여 이스라엘을 용서했다.”
예수께서는 마지막 말씀을 강조하시면서 결론지으신다.
 
“그럼 저만이라도 용서하겠습니다. 제자는 선생님께서 하시는 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너는 진리 안에 있다. 하느님께서 그것으로 인하여 기뻐하신다. 다른 사람들 있는 곳으로 가자. 날이 어두워진다. 밤의 평화 안에서 쉬는 것은 유쾌할 것이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저희에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나는 아직 모르겠다.”
 
두 사람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부엌으로 들어간다.
수산나는 앞으로 나아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한다.
“자매님들, 저와 함께 위층 방으로 올라가시겠어요? 우리는 빨리 식탁을 차려야 합니다. 그 다음에 우리는 바로 남자 분들을 위해서 잠자리를 펴야 하니까요. 저 혼자서도 할 수 있겠지만, 더 오래 걸릴 겁니다.”
 
“수산나야, 나도 가겠다.”
복되신 동정녀께서 말씀하신다.
 
“아닙니다. 저희끼리 해도 됩니다. 그렇게 하면 서로 친해질 테니까요. 일은 친교에 도움이 됩니다.”
 
여자들이 함께 나간다. 그 동안에 예수께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종류의 시럽을 탄 물을 드신 다음, 하녀들과 나이 먹은 여주인이 마음 놓고 식사 준비를 끝내게 하시려고 그분의 어머니와 사도들과 집안 남자들과 함께 퍼골라의 시원한 그늘로 가서 앉으신다.
식탁을 준비하는 세 여자제자의 목소리가 위층 방에서부터 들려온다. 수산나는 자기의 결혼식에서 행해진 기적에 대하여 말하고, 막달라의 마리아가 대답한다.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것은 대단한 일이야. 하지만 죄인을 여자제자로 바꾸는 것은 훨씬 더 대단한 일이야. 하느님께서 나를 그 포도주처럼 되게 하셔서 내가 가장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예요.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완전한 방법으로 바꾸시니까요. 그분께서 감정과 믿음을 바꿔놓으셨던 한 여자제자가 여기 왔었어요. 게다가 그 여자는 이교도였어요. 그러니 이미 이스라엘 사람인 언니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언니는 의심하실 수 있겠어요?”
 
“여자? 젊은 여자였어?”
“젊고 아름다웠어요.”
“그녀는 지금 어디 있어?" 마르타가 묻는다.
“선생님만이 아셔요.”
 
“아! 알겠다, 내가 너에게 말한 적이 있는 여자다. 그 날 저녁 라자로 오빠가 예수님과 함께 있었는데, 오빠는 그분께서 그 여자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대. 그 방이 얼마나 좋은 향기로 가득 찼었는지 몰라! 오빠의 옷에 그 향기가 여러 날 동안 배어 있었어. 하지만 예수께서는 회개한 그녀의 마음의 뉘우침의 향기가 그 향수를 능가한다고 말씀하셨대.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누가 알겠니? 나는 그녀가 어떤 외딴 곳으로 갔을 거라고 생각해…”
 
“그녀는 혈혈단신이고, 외국 여자야. 나는 여기 있고, 알려져 있기까지 해. 그녀는 고독 가운데서 속죄하고, 나는… 나를 아는 세상 사람들 중에서 살면서 속죄해야 해. 나는 선생님과 함께 있기 때문에 그 여자의 처지가 부럽지 않아. 하지만 내가 그분이 아닌 다른 것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나는 언젠가는 내가 그녀를 본받을 수 있기를 바라.”
 
“너는 그분을 떠날 거니?”
 
“아니야. 하지만 그분께서는 그분께서 떠나신다고 말씀하셔, 그렇게 되면 내 영혼은 그분을 따라갈 거야. 나는 그분과 함께라면 세상에 대항할 수 있어. 그분께서 안 계신다면 나는 세상이 무서울 거야. 나는 세상과 나 사이에 광야를 만들어놓겠어.”
 
“그럼 라자로 오빠와 나는? 우리는 어떡하니?”
 
“언니와 오빠가 고통 중에서 한 것처럼 해. 서로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고. 얼굴을 붉히지 않고 말이야. 그렇게 되면 언니와 오빠 단둘이 있겠지만 내가 주님과 함께 있다는 것과 주님 안에서 내가 언니와 오빠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 거야.”
 
“마리아의 결심은 강하고 분명하구먼.”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베드로가 말한다.
 
그러자 열성당원이 대답한다.
“마리아는 자기 아버지를 닮아서 곧은 칼날이야. 그녀는 자기 어머니의 외모와 자기 아버지의 불굴의 영혼을 가지고 있어.”
 
불굴의 영혼을 가진 여인이 식사준비가 다 된 것을 일행에게 알리려고 재빨리 계단을 내려온다.
들은 달빛 없는 고요한 밤 속에서 사라진다. 희미한 별빛만이 컴컴한 나무들의 윤곽과 흰 집들의 윤곽을 드러나게 한다. 다른 것은 전혀 없다. 몇 마리 밤새들이 파리들을 찾아 수산나의 집 주위 소리 없이 날아다니며, 예수 주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노르스름한 희미한 빛을 발산하는 등잔 주위 옥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스치듯 지나긴다.
 
마르타는 박쥐를 몹시 무서워하는 모양이어서 박쥐들이 스치듯 지나갈 때마다 소리를 지른다. 한편 예수께서는 등불에 끌려오는 나방들에 신경을 쓰시며 그분의 긴 팔로 불꽃 가까이에서 그놈들을 쫓아내신다.
 
“이놈들이나, 저놈들이나 모두 어리석은 동물들이야.”
토마스가 말한다.
“밤새들은 우리가 파리인 줄 알고, 나방들은 불꽃을 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불타 죽어. 모두들 지능의 그림자도 없는 놈들일세그려.”
 
“이놈들은 동물들이야. 자네는 동물들에게 이성을 기대하나?”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아니야. 나는 이놈들이 최소한 본능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거야.”
 
“이놈들이 본능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해. 나는 나방들에 대하여 말하고 있어. 이놈들은 최초의 시련을 겪은 다음에는 죽고 말잖아. 본능은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경험을 통하여 깨어나고 발달하는 거야.”
알패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그럼 박쥐들은? 그놈들은 여러 해 동안 사니 본능이 있을 텐데. 그놈들도 어리석잖아.”
토마스가 대꾸한다.
 
“아니다, 토마스야. 사람들보다 더 어리석지는 않다. 사람들도 어리석은 박쥐같을 때가 자주 있다. 박쥐들은 고통스럽게 할 뿐인 물건들 주위를 술 취한 사람처럼 날아다닌다. 아니 퍼덕거린다. 봐라, 내 사촌이 자기 겉옷으로 때려 한 마리를 떨어뜨렸다. 그놈을 나에게 다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자기의 발 앞에 떨어져 이제는 얼이 빠져서 땅바닥에서 어설프게 퍼덕거리고 있는 박쥐의 막질(膜質)의 날개 중 하나를 두 손가락으로 집어 더러운 걸레라도 된 들어 올려 예수의 무릎에 올려놓는다.
 
“이 부주의한 동물을 보아라. 이놈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이놈은 회복되겠지만, 그 습관을 고치지는 않을 것이다.”
 
“선생님, 참 유별난 구조로군요. 저라면 그놈을 죽였겠습니다.”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아니다, 왜? 이놈도 생명이 있고, 살고 싶어 한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같습니다. 이놈은 자기가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놈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니 말입니다!”
 
“오! 유다야! 유다야! 너는 죄인들에게, 사람들에게 얼마나 엄격하겠느냐! 사람들도 자신들이 한 생명과 다른 한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두 생명 다 서슴지 않고 위태롭게 한다.”
 
“우리가 두 개의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까?”
 
“너도 알다시피 사람은 육체의 생명과 영의 생명을 가지고 있다.”
 
“아! 저는 당신께서 윤회(reincarnation)를 언급하신다고 생각했습니다.”
 
“윤회는 없다. 그러나 두 생명은 있다. 사람들은 그 두 가지 생명 모두를 위태롭게 한다. 만일 네가 하느님이라면, 너는 본능 외에도 이성을 부여받은 사람들을 어떻게 심판하겠느냐?”
 
“저는 엄하게 심판할 것입니다. 그 대상이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너는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비정상으로 만드는 상황들을 참작하지 않겠느냐?”
 
“저는 그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너는 하느님과 율법을 알면서도 죄짓는 사람을 동정하지 않겠구나.”
 
“저는 동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그가 자신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선생님, 그는 자신을 통제해야만 합니다. 성인(成人)이 특정한 죄들을 짓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수치입니다. 특히 어떤 힘에 의하여 강제되지 않을 때는 말이죠.”
 
“네 생각에 어떤 죄들이 그런 것들이냐?”
 
“우선 육욕의 죄가 그렇습니다. 그것은 자신을 돌이킬 수 없도록 타락시킵니다…”
 
막달라 마리아가 고개를 숙인다… 유다는 계속 말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도 타락시킵니다. 일종의 효소가 음란한 사람들의 몸에서 발산되어 그것이 깨끗한 사람까지도 흔들어놓아 음란한 사람들을 본받도록 이끌어가기 때문입니다.”
 
막달라 마리아가 점점 더 고개를 숙이는 동안 베드로가 말한다.
“여보게! 자네, 너무 엄격해지지 말게. 그런 용서할 수 없는 불명예를 가장 먼저 저지른 사람은 하와였네. 그런데 설마 자네는 하와가 어떤 음란한 사람에게서 발산된 효소 때문에 타락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겠지. 여하튼 나에 관한 한 음란한 사람의 옆에 앉아 있어도 나는 조금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두게. 그건 그 사람의 일이야…”
 
“사람이란 가까이 있으면 언제나 오염되는 거야. 육체가 오염되지 않는다 해도, 영혼은 오염돼. 그건 더 나쁜 거야.”
 
“자네는 바리사이처럼 보이네. 미안하지만, 그렇다면 자네는 수정 탑 속에 틀어박혀 문을 걸어 잠그고 있어야 할 거야.”
 
“그렇게 한다고 그것이 자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게! 유혹이란 고독할 때 더 무서운 법이야.”
열성당원이 말한다.
 
“오! 그래! 그 유혹들은 꿈같은 것이겠구먼. 그런 것이라면 나쁠 게 없어.”
베드로가 말한다.
 
“나쁠 게 없다고? 유혹은 생각으로 이어지고, 생각은 촉발된 본능의 요구를 어떻게든 만족시키도록 타협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되면 타협은 육욕이 생각과 결합하여 세련되게 죄짓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을 자네들은 모르나?”
가리옷 사람이 묻는다.
 
“친애하는 유다. 나는 그런 건 전혀 모르겠네. 아마 나는 자네가 말하는 것처럼 특정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습관이 없어서 그런 것 같네. 화제가 박쥐에서 너무 멀리 나갔을 뿐만 아니라 자네가 하느님이 아닌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 아니면 자네는 그 엄격함을 가지고 천국에 혼자만 있게 될 테니 말일세. 선생님, 당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너무 절대적이 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하겠다. 주님의 천사들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것을 영원한 책들에 기입하는데, 어느 날 ‘너 자신의 판단에 따라 너도 그렇게 되어라’라는 말을 듣는 것은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나를 보내신 이유는 그분께서 사탄으로 인하여 사람이 얼마나 약한지를 아시고, 그분께서 사람이 뉘우치는 모든 죄를 용서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라고 나는 말하겠다.
유다야, 나에게 말해라. 사탄이 영혼에 강제력을 행사하여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그 죄의 중대성을 감소시킬 정도로 영혼을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닙니다. 사탄은 열등한 부분만을 손상시킬 수 있을 뿐입니다.”
 
“시몬의 유다, 자네는 하느님을 모독하고 있네.”
열성당원과 바르톨로메오가 거의 동시에 말한다.
 
“왜? 어떤 말이 그렇다는 거야?”
 
“자네가 하느님과 성경을 거짓이라고 주장하니까 그렇지. 성경에는 루치페르가 상등부분도 공격한다는 말이 쓰여 있고,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여러 차례 말씀하셨어.”
바르톨로메오가 대답한다.
 
“사람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도 있어. 그것은 사탄이 인간의 생각과 감정에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야. 하느님께서도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하느님께서는 질서(Order)와 충실함(Loyalty)이시니 그렇게 하지 않으시네. 그러나 사탄은 그렇게 하네. 사탄은 무질서이고 증오니까.”
열성당원이 말한다.
 
“증오는 충실함과 반대되는 감정은 아니야. 자네의 말은 틀렸네.”
 
“내 말이 맞아. 왜냐하면 만일 하느님께서 충실이시라면 사람에게 행동의 자유를 주시겠다는 그분의 약속을 어기실 수 없지만, 마귀는 사람에게 자유를 약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거야. 하지만 마귀는 증오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탄은 사람의 육체 외에도 그의 지적인 자유를 공격하여 생각의 자유를 마귀 들린 사람들의 노예상태로 축소시켜서 사람이 사탄으로부터 자유로웠다면 하지 않았을 일을 하게 함으로써 하느님과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은 사실이야.”
열성당원이 주장한다.
 
“나는 동의하지 않아.”
 
“그럼 마귀 들린 사람들은 어때? 자네는 명백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구먼.”
유다 타대오가 외친다.
 
“마귀 들린 사람들은 귀머거리들이거나 벙어리들이거나 미친 사람들이지 음란한 사람들은 아니야.”
 
“그것이 자네가 염두에 두는 유일한 악인가?”
토마스가 빈정거리며 말한다.
 
“그것은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저열한 악이야.”
 
“아! 나는 그것이 자네가 더 잘 아는 것인 줄 알았지.” 토마스가 웃으며 말한다.
 
유다는 반발하려는 듯 펄쩍 뛴다. 그러다가 그는 자제하고 계단을 내려간 다음에 들로 걸어간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 다음에 안드레아가 말한다.
 
“그 사람의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만은 아니야. 사실 사탄은 시각, 청각, 언어, 그리고 뇌만을 지배하잖아. 하지만 선생님, 그렇다면 특정한 악행들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습니까? 가령 도라는요?”
 
“누구에게도 애덕을 어기지 않기 위하여 네가 말하는 것처럼, 그래서 하느님께서 그것에 대한 상을 너에게 주시기를 바란다마는, 도라나 우리 모두가 아는 마리아는 사람의 세 가지 큰 힘에까지 자기 지배력을 확장하는 사탄에게 더 완전하게 지배되고(possessed) 있었다. 유다의 무자비하고 분명한 암시를 들었던 마리아야말로 이것을 알아야 할 첫 번째 사람이다.
 
이것은 가장 압제적이고 교묘한 마귀 들림이어서 영혼이 많이 타락하지 않아서 여전히 빛의 초대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들만이 이런 마귀 들림에서 해방될 수 있다. 도라는 음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구세주에게 오려고 하지 않았다.
 
여기에 차이가 있다. 마귀 들린 정신병자, 벙어리, 귀머거리, 소경의 경우에는 그들의 친척들이 나에게 데려오려고 애써 나에게 데려오는 것이 필요한데, 영혼에 마귀 들린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들의 영혼만이 자유를 추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해방될 뿐만 아니라 용서도 받는다. 그들의 의지가 마귀의 압제를 반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 지금은 가서 쉬자. 마리아야, 너는 붙잡힌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간헐적으로 원수의 행동에 자신을 맡겨 죄짓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의 선생님. 아무런 악감정도 품지 않고요.”
 
“모든 사람에게 평화. 수많은 토론 주제들을 여기 내려놓자. 어둠은 어둠과 함께 밖에 밤 속에 놓아두자.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천사들의 보호 아래에서 잠자리에 들자”
 
그분께서 박쥐를 걸상 위에 내려놓으시자, 그놈은 날아가려는 몸짓을 시작한다. 그분께서는 사도들과 함께 위층의 방으로 물러가시고, 그 동안 여자들은 집주인 부부와 함께 아래층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