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2권 공생활 첫해 p178 ~p187
※ 통독한 뒤 마음에 세길 구절 1~2개를 나눕니다
74. 베들레헴의 여인숙에 들르시고, 안나의 집 폐허에서 설교하시다
1945. 1. 9.
지금은 밝은 여름 아침 이른 시간이다. 하늘은 부드러운 터키옥빛 양탄자에 떨어진 해어진 얇은 천 조각들처럼 보이는 얇고 작은 구름으로 인하여 분홍빛 붓으로 칠해진 것 같다.
대기는 밝은 빛을 기뻐하는 새들의 노랫소리들로 가득하다… 참새들, 찌르레기들, 울새들이 나무에 앉아 휘파람을 불고 짹짹거리고, 나무줄기 하나, 벌레 한 마리, 떨어진 잔가지 하나를 자기들의 둥지로 가져가거나 먹거나 앉아 쉬려고 서로 다툰다. 제비들은 윗부분이 적갈색인, 눈같이 흰 그놈들의 가슴을 씻기 위하여 작은 개울로 곤두박질해 내려와 몸을 식힌 다음에 작은 줄기 위에서 잠자고 있는 각다귀 한 마리를 낚아채 명랑하게 재잘거리며 벼린 칼날의 섬광처럼 빠르게 하늘로 수직 상승한다.
옅은 회색 비단옷을 입고 있는 두 마리의 파란 머리 할미새들은 개울가를 따라 두 명의 어린 아가씨들처럼 우아하게 거닐며 작고 검은 벨벳 점들로 장식된 긴 꼬리를 치켜들고 물에 자기들의 자태를 비추어 보고는 그 미모에 만족하며 다시 산책을 시작한다.
숲속의 진짜 장난꾸러기인 한 마리의 찌르레기가 그 노란 부리로 뒤에서 휘파람을 불며 놀려댄다. 폐허 근처에 있는 잎이 무성한 야생 사과나무에서는 암컷 나이팅게일 한 마리가 쉬지 않고 자기의 짝인 수컷을 부르다가 수컷이 그 가느다란 부리로 꿈틀거리는 애벌레 한 마리를 물고 오는 것을 보고서야 잠잠해진다.
시내의 한 비둘기 집에서 빠져 나온 듯한 두 마리의 산비둘기들이 폐허가 된 한 탑의 틈에 거처를 정하였는데, 수컷은 정숙한 암컷을 유혹하며 애정토로에 열을 내고 있다.
예수께서는 팔짱을 끼시고 즐겁게 노는 작은 동물들을 바라보시며 미소 지으신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벌써 준비를 마치셨습니까?”
시몬이 그분의 뒤에서 묻는다.
“그렇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자고 있느냐?”
“예, 그들은 여전히 자고 있습니다.”
“그들은 젊으니까… 나는 저 개울에서 세수했다… 물이 몹시 차서 정신이 맑아진다.”
“저도 지금 가서 세수하고 오겠습니다.”
짧은 속옷만 입은 시몬이 세수하고 나서 옷을 입고 있는 동안에 유다와 요한이 밖으로 나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희는 늦잠을 잤지요?”
“아니다. 지금 막 동이 터온다. 지금 서둘러 출발하자.”
두 사람은 세수하고 나서 속옷과 겉옷을 입는다.
예수께서는 길을 떠나시기 전에 두 개의 돌들 틈에서 자라난 작은 꽃들을 꺾어 작은 나무상자에 넣으신다. 그 상자 속에는 이미 다른 물건들이 들어 있는데, 나는 잘 볼 수 없다. 그분께서 설명하신다.
“나는 이것들을 내 어머니께 가져다드리겠다. 그분께서는 이것들을 좋아하실 것이다… 가자.”
“어디로요, 선생님?”
“베들레헴으로.”
“다시요? 저는 상황이 저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상관없다. 가자. 나는 동방의 라삐들이 왔었던 곳, 내가 있었던 곳을 너희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렇다면 들어보십시오. 선생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저에게 말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이렇게 하십시다. 베들레헴과 그 여인숙에서는 제가 말하고, 질문하겠습니다. 당신 같은 갈릴래아 사람들을 유다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특히 여기서는 다른 어떤 곳보다 더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하십시다. 당신과 요한은 그 옷만으로도 갈릴래아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건 너무 쉽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머리카락은! 당신은 왜 그렇게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는 것을 고집하십니까?
시몬과 저의 겉옷을 당신과 요한의 겉옷과 바꿔 입으십시다. 시몬, 자네의 겉옷을 요한에게 주게. 선생님, 제 것은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보이세요? 당신과 요한은 벌써 좀 더 유다인 같아 보이십니다. 이번에는 이것을 받으세요.”
그러면서 그는 자기의 터번을 벗는다. 그것은 겉옷처럼 노랑, 밤색, 빨강, 초록색 줄무늬가 있는 터번인데, 노란색 가는 끈으로 고정되어 있다. 유다는 그것을 예수의 머리에 씌우고 긴 금발을 가리기 위하여 뺨을 따라 조정한다. 요한은 시몬의 아주 짙은 초록색 터번을 쓴다.
“오! 이제는 좀 낫습니다. 저는 현실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유다야, 너는 현실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감각을 능가하지 않도록 조심해라.”
“무슨 감각 말씀입니까, 선생님?”
“영적 감각 말이다.”
“아!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대사(ambassador)로보다는 정치가로 행동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귀담아 들으시고… 한참 동안 가만히 계십시오… 이것은 당신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입니다… 제가 사실이 아닌 무언가를… 말하더라도… 반대하지 마십시오.”
“네 말은 무슨 뜻이냐? 왜 거짓말하느냐? 나는 진리이니, 나는 내 안에도 내 주위에도 거짓말이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 저는 절반의 거짓들만을 말하겠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먼 곳들에서, 예컨대 이집트에서 돌아오고 있는데 친한 친구들의 소식을 알고 싶다고 말하겠습니다. 저는 우리가 망명했다가 돌아오고 있는 유다인들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에는 약간의 진실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는 더 거짓말하고, 하나는 덜 거짓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다야! 너는 왜 속이려고 하느냐?”
“선생님, 신경 쓰지 마십시오. 세상은 속임수 위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때로는 속임수도 필요합니다. 좋습니다. 저는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하여 우리가 먼 곳으로부터 돌아오고 있는 유다인들이라고만 말하겠습니다. 우리 네 사람 중 4분의 3에 대해서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요한, 자네는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마. 자네는 자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거야.”
“난 잠자코 있겠어.”
“그 다음에… 만일 일이 잘 되어 간다면… 우리는 그때 나머지를 말하지요. 그러나 저는 그것을 믿지는 않습니다… 저는 약아서 상황을 즉시 파악합니다.”
“유다야, 나도 그것은 알겠다. 하지만 나는 네가 단순하면 더 좋겠다.”
“그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당신의 무리에서 저는 어려운 임무들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제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십시오.”
예수께서는 내키지 않아하시지만, 양보하신다.
그들이 출발한다. 그들은 폐허를 돌아서 창문이 없는 큰 벽을 따라 가는데, 그 벽 뒤에서 나귀 우는 소리, 소 우는 소리, 양 우는 소리, 쌍봉낙타나 단봉낙타들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벽이 꺾인다. 그들은 그 모퉁이를 돌아간다.
지금 그들은 베들레헴의 광장에 있다. 샘은 광장 한가운데에 있고. 그 모양은 여전히 비스듬한데, 여인숙의 맞은편만은 달라졌다. 별빛 아래 온통 은백색으로 빛났던 작은 집이 있었던 곳은 잔해들이 널려 있는 큰 공터가 되어 있고, 작은 계단실과 작은 층계참만이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예수께서는 그것을 바라보시며 한숨을 쉬신다.
광장에는 식품, 그릇, 옷감 따위를 파는 상인들 주위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다. 상인들은 자기들의 상품을 돗자리들 위에 벌려놓거나 바구니에 담아 땅바닥에 놓고 있고, 그들의 대다수는 그들의… 상점 한가운데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고, 더러는 서서 인색한 고객들과 소리를 지르고 손짓을 하고 있다.
“오늘은 장날입니다.”
시몬이 말한다.
여인숙의 정문은 활짝 열려 있고, 상품을 실은 나귀들이 거기서 줄지어 나오고 있다.
유다가 맨 먼저 들어가서 주위를 둘러본다. 그는 거만한 자세로 소매가 없고 무릎에까지 내려오는 속옷을 입은 마구간 심부름하는 더러운 어린 소년을 부른다.
“꼬마야! 주인장! 서둘러라! 서두르라니까. 나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데 익숙하지 않다.”
소년은 나뭇가지를 묶어서 만든 비를 자기의 뒤로 끌며 뛰어간다.
“그런데 유다야! 이 무슨 무례한 짓이냐?”
“잠자코 계십시오, 선생님. 제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세요. 저 사람들이 우리를 도시에서 온 부자로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인이 달려와 넓은 허리띠에 술 장식이 달린 호화스런 황금빛 속옷에 예수의 진홍색 겉옷을 입어 위풍당당한 유다 앞에서 연신 굽실거린다.
“여보시오, 우리는 먼 곳에서 온 아시아 공동체의 유다인들이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박해받은 이분께서는 지금 몇몇 소중한 친구들을 찾고 계시오. 우리는 이분의 일행인데, 예루살렘 성전에서 지극히 높으신 분께 예배드리고 오는 길이오. 당신은 우리에게 약간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겠소?”
“나의 주님… 당신의 종은… 모든 것을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저에게 명령만 하십시오.”
“우리는 여러 사람에 대하여 알고 싶소… 우리는 특히 당신의 여인숙 맞은편 집에 살고 있었던 여인 안나에 대하여 알고 싶소.”
“오! 가엾은 여인! 나리는 그녀를 아브라함의 품에서만 찾아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자녀들도요.”
“그녀는 죽었소? 어떻게?”
“나리께서는 헤로데의 대학살을 모르고 계십니까? 온 세상이 그것에 대하여 알고 있고, 카이사르도 그를 ‘피를 먹고사는 돼지’라고 불렀는데요. 오! 내가 무슨 말을 했나? 저를 고발하지 마십시오. 나리는 진짜 유다인이십니까?”
“내 지파의 표지가 여기 있소. 그래서요? 분명히 말하시오.”
“안나는 그녀의 딸 하나만을 빼놓고는 그녀의 모든 자녀와 함께 헤로데의 군인들에게 학살당했습니다.”
“하지만 왜? 그녀는 그렇게도 착한 여인이었는데!”
“나리께서는 그 여자를 아셨습니까?”
“그렇소, 아주 잘 알았소.”
유다가 뻔뻔스럽게 거짓말한다.
“그녀는 자기들이 메시아의 부모들이라는 사람들에게 숙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습니다… 이리로, 이 방으로 오십시오… 벽들에도 귀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들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그들은 어둡고 낮은 작은 방으로 들어가 낮은 긴 의자에 앉는다.
“그런데… 저는 사냥개 코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거저 여관주인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여기서 태어났고, 대대로 내려오는 여관업자입니다. 제 피 속에는 책략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한 귀퉁이를 마련해줄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가난하고, 알지 못하는 갈릴래아인들이고… 오! 안 됩니다. 이 히즈키야는 덫에 빠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는… 그들이 여느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여자의 눈들은… 뭔지 모를… 아니, 아니 그 여자는 속에 마귀를 지니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는데… 그 여자는 마귀에게 말했고, 마귀를 가져왔습니다… 저에게가 아니라… 이 고을에요.
안나는 어린양보다 더 순진한 여자라 며칠 후 그 여자가 아기를 낳은 후에 그 사람들을 아기와 함께 묵게 했습니다. 그들은 그 아기를 메시아라고 말했습니다…
오! 그때 저는 정말로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호구조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호구조사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도 이리로 왔습니다. 그들은 보려고… 해안지방에서도 왔고, 이집트에서도 왔습니다… 그것은 몇 달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저는 돈을 아주 많이 벌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왕들인지, 권력자들인지, 마술사들인지 모를 세 사람이 왔습니다… 행렬이 끝이 없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제 마구간을 전부 쓰고, 한 달은 쓸 만큼의 건초를 황금을 주고 산 다음에 모든 것을 여기 남겨두고 그 다음 날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조수들과 심부름하는 여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선물들을 주었는지요! 그리고 저에게도요!
오! 저는 메시아가 진짜였든, 가짜였든 그에 대해서는 좋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저에게 여러 개의 부대들에 쓸어 담을 만큼의 돈을 벌게 해주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아무런 재앙도 겪지 않았습니다. 제 가족 중에 죽은 사람도 없었고요. 왜냐하면 저는 그때 갓 결혼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우리는 학살이 행해진 곳들을 보고 싶소.”
“그 장소들이오? 모든 집들이 학살의 장소였는데요. 베들레헴 주위의 수 마일에서 사람들이 살해당했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그들은 옥상정원으로 올라가는 층계로 올라간다. 거기서는 멀리 펼쳐져 있는 들판과 몇 개의 구릉에 부채꼴로 펼쳐져 있는 베들레헴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폐허가 된 곳들이 보이십니까? 저기서도 아버지들이 무기를 들고 자신들의 자식들을 보호하려고 했기 때문에 집들이 불타버렸습니다. 저기 담쟁이가 뒤덮인 우물 같은 것이 보이시지요? 저것이 회당의 잔해입니다. 저것은 그 아기가 메시아라고 말했던 회당장과 함께 불살라졌습니다. 저것은 자기 자녀들의 학살로 광포해진 생존자들에 의하여 불태워졌습니다. 저희는 그것으로 인하여 나중에 곤란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저기, 저기, 저기… 무덤들이 보이시지요? 희생자들은 저기 묻혀 있습니다… 그것들은 시야가 미치는 데까지 초록빛 풀밭에 온통 흩어져 있는 어린양들처럼 보이지요. 저것들 모두가 죄 없는 어린이들과 그들의 아버지 어머니들의 무덤입니다…
저 수조가 보이십니까? 자객들이 거기서 무기와 손을 씻었을 때 그 물은 피로 시뻘개졌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이 뒤편에 있는 개울을 보셨습니까? 그 개울물도 하수구에서 나온 피로 빨갛게 되었었습니다. 그리고 저기 우리의 앞쪽을 보십시오. 저것은 안나의 집의 잔해입니다.”
예수께서는 울고 계신다.
“당신은 그녀를 잘 아셨습니까?”
유다가 대답한다.
“그녀는 저분의 어머니의 언니와도 같은 분이었지요! 내 친구여, 내 말이 맞지요?”
예수께서는 간단히 대답하신다.
“그래.”
“알겠습니다.”
여인숙 주인이 생각에 잠기며 말한다.
예수께서는 몸을 숙여 작은 소리로 유다에게 말씀하신다.
“내 친구는 저 폐허에 가보고 싶어 하시오.”
유다가 말한다.
“가시지요! 저기는 누구든 갈 수 있습니다!”
그들은 아래로 내려와서 인사하고 밖으로 나온다. 여인숙 주인은 실망해 있다. 아마 그는 팁을 바라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광장을 가로질러 여전히 남아 있는 작은 계단을 올라간다.
“여기가 바로 내 어머니가 나로 하여금 동방 라삐들에게 손을 흔들게 했고, 우리가 이집트로 피난가려고 출발한 곳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사람들은 폐허 위의 네 사람을 쳐다본다. 한 사람이 묻는다.
“이분들은 안나의 친척들이오?”
“이분들은 친구들이오.”
한 여자가 외친다.
“당신들은 그 여자가 살아 있을 때 그 불쌍한 여자의 친구였던 사람들이 했었던 것처럼 불쌍한 그 여자에게 해를 끼치지 마시오. 그 사람들은 도망갔어요.”
예수께서는 층계를 밟고 그 옆에 붙은 낮은 담에 기대 서계신다. 따라서 그분께서는 광장보다 2미터 가량 높은 곳에 계시고, 그분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분의 모습의 윤곽은 그분의 등 뒤에서 빛나는 해로 인하여 선명하고, 그분의 금발 주위로 후광을 형성하고, 그분의 눈처럼 하얀 아마 옷을 한층 더 희게 보이게 하고, 마치 그것이 그분께서 입고 계시는 유일한 옷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왜냐하면 그분의 겉옷은 그분의 양어깨에서 흘러 내려 그분의 발아래의 여러 빛깔의 받침대처럼 놓여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뒤쪽에는 전에는 안나의 정원과 소유지였던 초록색의 헝클어진 공터가 있는데, 지금은 쓰레기로 덮여 있고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예수께서는 두 팔을 벌리신다. 유다가 그 몸짓을 보고 말한다.
“말씀하시지 마세요. 그것은 현명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예수의 힘찬 목소리는 광장을 가득 채운다.
“유다인 여러분! 베들레헴의 주민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라헬에게 신성했던 땅의 여인들도 들으시오! 다윗의 후손이고, 박해들로 인하여 고통당했으며, 그래서 여러분에게 말할 자격을 얻었고, 빛과 위안을 주기 위하여 여러분에게 말하고 있는 사람의 말을 들으시오.”
사람들은 고함치고, 다투고,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중단하고 모여든다.
“저분은 라삐다!”
“저분은 틀림없이 예루살렘 출신일 거야.”
“저분은 누구야?”
“저분은 아주 미남인데!”
“게다가 저분의 목소리는 또 어떻고!”
“저분의 몸가짐은 또 어떤데!”
“물론 저분은 다윗 가문의 사람이니까!”
“그럼 저분은 우리 가문이네!”
“저분의 말을 들어보세!”
모든 군중이 이제는 연단처럼 보이는 계단 주위에 모여 있다.
“창세기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는 너와 여인을 서로 원수가 되게 하리라. 그녀는 네 머리를 으스러뜨릴 것이고, 너는 그녀의 발꿈치를 물 것이다!’(창세3,15) 그리고 이런 말도 있습니다. ‘나는 네가 아기를 낳을 때 네 고통을 증가시킬 것이다… 그리고 땅은 너에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리라!’ 이것은 남자, 여자, 뱀에 대한 형벌의 선고입니다.(창세3,16-17) 나는 라헬의 무덤에 경의를 표하려고 멀리서 왔는데, 저녁의 산들바람 속에서, 밤의 이슬 속에서, 나이팅게일의 구슬픈 아침 울음소리에서 고대의 라헬의 흐느낌이 되풀이되는 것을, 그 흐느낌이 베들레헴의 많은 어머니들의 입이나 무덤 속이나 마음속에서 반복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고통으로 죽은 자신들의 아내를 잃은 홀아비들에게서 야곱의 고통의 울부짖음을 들었습니다… 나도 여러분과 함께 웁니다…
그러나 내 땅의 형제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베들레헴, 축복받은 땅, 유다의 도시 중 가장 작은 도시, 그러나 하느님의 눈과 인류의 눈에는 가장 큰 도시는 미카가 말하는 것처럼 하느님의 영광, 하느님의 불, 그분의 육화된 사랑(His Incarnate love)이 쉴 장막이 되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탄의 증오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미카5,1) ‘나는 너와 여자를 서로 원수가 되게 하리라. 그녀는 네 머리를 으스러뜨릴 것이고, 너는 그녀의 발꿈치를 물 것이다!’(창세3,15) 여자의 마음 자체인 그녀의 자녀들을 공격하는 원수보다 더 큰 원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구세주의 어머니의 발보다 더 강력한 발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패배한 사탄의 복수는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 어머니(the Mother)를 공격하기 위하여 그분의 발꿈치가 아니라 어머니들의 마음을 공격했습니다.
오! 자녀들을 낳은 다음에 그들을 잃었을 때 고통은 증폭되었습니다! 오! 자녀들을 위하여 씨 뿌리고 땀 흘린 다음에 그들을 잃은 아버지의 고뇌는 컸습니다!
그러나 베들레헴이여, 기뻐하라! 너의 깨끗한 피, 죄 없는 자들의 피는 메시아에게 불타는 주홍빛 길을 닦아드렸다…”
예수께서 구세주와 그분의 어머니를 언급하신 다음부터 점점 더 웅성거리던 군중이 지금은 동요의 더 분명한 흥분을 표지들을 드러내고 있다.
‘선생님, 조용히 하세요. 갑시다.”
유다가 말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의 말을 듣지 않으시고 말씀을 계속하신다.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이 그분의 백성과 그 구원을 위하여 구해내신 메시아를 위하여…”
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외친다.
“다섯이오. 나는 다섯 명의 아이를 낳았었는데, 지금은 내 집에 한 명도 없어요! 이 불쌍한 년!”
그 여자는 신경질적으로 울부짖는다.
그것은 소요의 시작이다.
다른 여자 하나가 먼지 속에서 뒹굴면서 옷을 찢어 젖꼭지가 잘린 젖을 내보이며 외친다.
“바로 여기 이 젖꼭지에서 그놈들은 내 맏아들을 죽였어요! 칼이 그 애의 얼굴과 내 젖꼭지를 한꺼번에 잘랐어요! 오! 내 엘리스!”
“나는 또 어떤데! 나는 어떤 줄 아시오? 여기가 내 궁전이오! 한 구덩이에 세 주검이 들어 있어요. 내 남편과 두 아이가 함께 죽었단 말이오. 만약에, 만약에 구세주가 있다면, 그가 내 아이들, 내 남편을 돌려주고, 나를 절망에서 구해주고, 베엘제붑에게서 구해주게 하세요.”
그들 모두가 외친다.
“우리 아이들, 우리 남편들, 우리 아버지들! 만일 구세주가 살아 있다면, 그들을 살려내라고 하시오!”
예수께서는 그분의 두 팔을 흔들어 침묵을 명하신다.
“내 고향의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의 자녀들을 살려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예, 살려서요. 그러나 내가 여러분에게 말하는데, 착하고 체념하시오. 용서해주고, 바라고, 희망 안에서 기뻐하고, 한 가지 확신 안에서 환호하시오. 왜냐하면 여러분은 곧 하늘의 천사들인 여러분의 자녀들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메시아가 하늘의 문들을 막 열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여러분이 의롭다면, 죽음은 새 생명이 될 것이고 새 사랑이…”
“아! 당신이 메시아요? 하느님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말해주시오.”
예수께서는 마치 그들 모두를 껴안으시려는 듯 아주 부드럽고 다정한 몸짓으로 그분의 두 팔을 내리시며 말씀하신다.
“그렇소, 내가 메시아요.”
“가시오! 가요! 그럼 그것은 당신의 탓이오!”
비난과 야유 속에서 돌 하나가 날아온다.
유다는 칭송받아 마땅한 태도로 즉각 반응한다… 오! 만일 그가 항상 이렇게 행동했다면! 그는 예수 앞으로 뛰어 올라 계단 옆 낮은 담에 올라서서 자기의 겉옷을 넓게 펼쳐 의연하게 날아오는 돌들로부터 예수를 보호한다. 그는 얼굴에 피를 흘리며 요한과 시몬에게 외친다.
“예수님을 모시고 저 나무들 뒤로 가게. 나도 따라가겠네. 제발 빨리 가라고!”
그 다음에 그는 군중에게 외친다.
“이 미친개들아! 나는 성전에 속한 사람이다. 나는 성전과 로마 당국에 너희를 고발하겠다.”
군중은 잠시 멈칫하다가 곧바로 다시 돌들의 우박이 쏟아지는데, 다행히 그들은 투석의 전문가들이 아니다. 그런데 유다는 겁 없이 버티고 서서 군중의 저주들에는 욕설로 응수한다. 그는 한 술 더 떠서 날아오는 조약돌 하나를 받아 산 채로 깃털이 뽑힌 까치처럼 깩깩거리고 있는 한 늙은이의 머리에 던져 맞추기까지 한다.
군중이 그가 딛고 서 있는 받침으로 올라오려고 하자, 그는 땅바닥에 있는 마른 나뭇가지를 잡아들고(그는 지금 작은 담에서 내려왔다) 사람들의 등짝과 머리와 손을 향하여 사정없이 휘두른다.
몇 명의 군인들이 그곳으로 달려와 창으로 위협하여 군중을 헤치고 길을 내 현장에 도착한다.
“당신은 누구요? 왜 이렇게 싸우는 거요?”
“나는 유다인인데, 이 하층민들에게 공격을 당했소. 나는 사제들에게 잘 알려진 라삐를 모시고 있었는데, 그분은 이 개들에게 말씀하고 계셨소. 그런데 이놈들이 흥분해서 우리를 공격한 거요.”
“당신은 누구요?”
“가리옷의 유다요. 나는 전에는 성전에 속해 있다가 지금은 갈릴래아의 라삐 예수의 제자요. 나는 바리사이 시몬, 사두가이 요하난, 산헤드린 의원 아리마태아의 요셉, 끝으로 총독의 절친한 친구인 엘르아잘 벤 한나스의 친구요. 당신이 확인해볼 수도 있을 거요.”
“나는 확인해보겠소.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소?”
“나는 내 친구와 함께 가리옷으로 갔다가 예루살렘으로 갈 거요.”
“가시오. 우리가 당신의 뒤를 보호하겠소.”
유다는 군인에게 몇 푼의 동전을 집어준다. 그것은 분명히 불법이지만… 군인이 잽싸게 받아 주머니에 넣고 경의를 표하며 인사하고 미소 짓는 것으로 보아, 이것은 으레 있는 일인 모양이다. 유다는 자기가 서 있던 곳에서 내려와 경작되지 않은 들판을 뛰다 걷다하며 나아가 마침내 그의 동료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너는 많이 다쳤느냐?”
“선생님, 아닙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쨌든 이것은 당신을 위한 일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반격하기까지 했습니다. 제 몸에 피가 많이 묻었을 겁니다.”
“그렇다. 네 뺨에… 여기 개울이 있다.”
요한이 작은 천을 적셔 유다의 뺨을 닦아준다.
“유다야, 미안하다… 그러나 보아라… 네 좋은 현실감각에 따라 우리가 유다인들이라고 그들에게 말했는데도…”
“그놈들은 짐승들입니다. 저는 당신께서는 지금 그것을 확실히 아시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당신께서 고집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오! 나는 고집하지 않겠다. 그러나 내가 무서워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은 그것이 무익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우리를 원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들을 저주하지 말고, 배고파 죽어가면서도 생명의 빵(the Bread)을 보지 못하는 그 가엾은 어리석은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물러나야 한다.
이 샛길로 가자. 우리가 목자들을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들에게로 갈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나는 우리가 헤브론 가는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시 돌들을 맞으려고요?”
“아니다. 그들에게 ‘내가 왔소’ 하고 말하기 위해서이다.”
“뭐라고요?… 그들은 분명히 우리를 때릴 것입니다. 그들은 당신 때문에 30년 동안 고통당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가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은 시원하고 그늘진 울창한 관목 숲으로 들어가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