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2권 공생활 첫해 p163~p178
※ 통독한 뒤 마음에 세길 구절 1~2개를 나눕니다
72. 예수와 요한, 시몬, 유다가 베들레헴으로 가다
1945. 1. 7.
나는 예수께서 이른 아침에 같은 문에서 제자 시몬과 유다와 만나시는 것을 본다. 요한은 이미 예수와 함께 있다. 나는 그분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다.
“나의 벗들아, 너희가 과히 힘들지 않다면, 특히 너 시몬이 너무 힘들지 않다면, 나와 함께 유다를 두루 돌아다니자.”
“선생님, 왜요?”
“유다의 산악지방을 다니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리고 아마 너는 너를 해친 어떤 사람들을 만난다면 훨씬 더 괴로울 것이다.”
“길 걷는 것에 대하여 제가 다시 한 번 당신께 분명히 말씀드리겠는데, 당신께서 제 병을 고쳐주신 후에 저는 젊은이보다 더 튼튼하게 되었고, 어떤 일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당신을 위하여 걸을 때에는 더 그렇고, 지금 당신과 함께 걷게 되니 더욱 그렇습니다.
저를 해친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말하자면, 시몬이 당신의 제자가 된 다음부터는 제 마음속에 그 사람들에 대한 격한 분노나 악감정이 없어졌습니다. 증오심은 병의 비늘들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부패한 육체를 고쳐주신 것과 증오에 불타는 제 마음을 고쳐주신 것 중 어느 것이 더 큰 기적이었는지 당신께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후자가 더 큰 기적이었다고 말씀드려도 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혼의 상처를 고치는 것이 더 어려우니까요…
당신께서는 한 순간에 저를 고쳐주셨습니다. 그것은 기적입니다. 왜냐하면 만일 당신께서 당신의 성화시키는 의지력으로 나쁜 정신적 습관을 없애버리시지 않으신다면, 설령 누군가가 자기의 모든 힘을 기울인다 해도 그것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네 판단이 옳다.”
“당신께서는 왜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해주지 않으십니까?”
유다가 약간 화내며 묻는다.
“유다,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하셔. 자네는 선생님께 왜 그런 식으로 말씀드리나? 자네는 선생님과 만난 다음부터 자네가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나? 나는 전에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어. 그런데 나는 그분께서 ‘오너라’ 하고 말씀하시는 순간부터 내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껴.”
요한은 보통 끼어드는 일이 거의 없고, 특히 선생님 앞에서 나서는 일은 결코 없지만, 이번에는 잠자코 있을 수 없다. 그는 유다를 진정시키려는 듯 부드럽고 다정하게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숨 가쁘게, 설득력 있게 그에게 말한다. 그러다가 그는 자기가 예수보다 먼저 말한 것을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선생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저는 당신 대신 말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유다가 당신을 슬프시게 해드리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 요한아. 그러나 유다는 내 제자로서 나를 몹시 슬프게 하지는 않았다. 그가 내 제자가 되었을 때 자기의 사고방식을 고집한다면, 그때는 그가 나를 슬프게 할 것이다. 사람이 그의 생각을 왜곡하는 사탄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이 타락했는지를 보는 것만이 나를 슬프게 한다.
모든 사람들아, 이것을 알아두어라. 너희 모두가 그에 의하여 잘못 인도되고 있다! 그러나 너희가 하느님의 힘과 은총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너희가 그분의 영과 함께 지혜를 가지게 될 날이 올 터인데… 그때 너희는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게 하는 모든 것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저희 모두가 올바르게 판단하게 됩니까?”
“아니다, 유다야.”
“그런데 당신께서는 제자들인 저희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나는 먼저 너희에 대하여 말하고, 그 다음에는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때가 되면 선생은 자기의 일꾼들을 지명하여 온 세상에 보낼 것이다…”
“당신께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은 나는 단지 ‘메시아께서 여기 계십니다. 그분께로 오시오’ 하고 말하게 하는 데만 너희를 사용한다. 나는 나중에는 너희가 내 이름을 전파할 수 있게 하고, 내 이름으로 기적들을 행할 수도 있게 할 것이다…”
“오! 기적들도요?”
“그렇다. 육체들과 영혼들에 대하여.”
‘오! 그러면 사람들은 얼마나 우리를 우러러볼까!’ 하는 생각에 유다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선생님과 함께 있지 못할 거야… 그래서 나는 내 인간적인 힘으로 하느님으로부터만 오는 것을 하려면 늘 겁날 거야.” 요한이 말하며, 의미심장하고 약간 서글프게 예수를 쳐다본다.
“요한, 만일 선생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다면, 나는 자네에게 내 생각을 말해주고 싶네.”
시몬이 말한다.
“그래, 그것을 요한에게 말해주어라. 나는 너희가 서로에게 조언해주기를 바란다.”
“당신께서는 그것이 조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시는군요?”
예수께서는 미소 지으시며 침묵하신다.
“그럼 나는 요한, 자네에게 말하겠는데, 자네도 우리도 겁내서는 안 되네. 거룩하신 선생님의 지혜와 약속 위에 토대를 세우세. 만일 그분께서 ‘나는 너희를 보낼 것이다’고 말씀하신다면, 그것은 그분께서 우리가 그분과 우리 자신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갓 결혼한 신부처럼 우리 각자에게 그토록 소중한 하느님의 대의에 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우리를 보내실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야.
만일 그분께서 우리의 지적, 영적 빈곤을 그분의 아버지께서 우리를 위하여 그분께 주신 능력의 광채로 감싸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면, 우리는 그분께서 그렇게 해주시리라는 것과 우리가 우리 자신의 힘으로가 아니라 그분의 자비로 성공할 거라는 것을 확신해야 하네.
우리 행동들에 교만과 인간적인 야심들이 섞여 있지 않다면, 이 모든 것들은 틀림없이 이루어질 것이네. 만일 우리가 전적으로 영적인 우리의 사명을 세속적인 요소들로 망쳐버린다면, 그때는 그리스도의 약속도 더 이상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그분 편의 어떤 무능력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교만의 올가미로 그런 능력을 목조를 것이기 때문이야. 나는 내가 잘 설명했는지 모르겠네.”
“자네는 아주 명료하게 말했네. 내 생각이 틀렸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메시아께서 하시는 일을 할 자격이 있을 만큼 그분의 사람이 된 메시아의 제자들로서 찬미받기를 원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스도의 강력한 모습을 훨씬 더 증가시키겠다고 바라는 거야. 그런 제자들을 두신 선생님을 찬미한다, 내 말의 뜻은 이런 것이었네.”
“자네가 말하는 것이 전적으로 틀리지는 않네. 그러나… 유다, 보게나. 나는 박해받는 계급 출신이네.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 계급은 메시아가 무엇이고 그분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오해했기 때문이었어. 사실이야. 만일 우리가 그분의 존재에 대하여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그분을 기다렸다면, 우리는 진리에 대한 모독이고 로마의 법에 대한 반란인 오류들에 빠져 하느님과 로마 모두에게 처벌받지는 않았을 걸세.
우리는 그리스도를 이스라엘을 해방시킬 정복자로, 새 마카베오로, 위대한 유다(유다 마카베오)보다 더 위대한 인물로 상상했었어… 그것뿐이야. 왜냐고? 왜냐하면 우리는 하느님의 이익보다 우리 자신들의 이익들, 즉 조국과 민족의 이익들에 더 관심을 가졌었기 때문이야.오! 조국의 이익들은 너무나 분명하게 신성하네. 그러나 영원한 하늘들에 비하면 그것들이 무엇이겠는가?
저는 제가 로마의 권력을 피하려고, 그리고 특히 거짓 친구들의 밀고들에서 벗어나려고 도망쳐 야수들의 굴에 숨어 그놈들과 잠자리와 음식을 함께 할 때, 또는 나병환자의 동굴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무덤을 미리 맛보고 있을 때 처음에는 박해로 그 다음에는 격리로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냈고 얼마나 곰곰이 생각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보았는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저는 메시아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 그리스도시여, 저는 당신의 참 모습을. 겸손하시고 선하신 내 선생님의 모습을, 영의 스승이시고 왕이신 당신의 모습을, 저희를 먼지의 궁궐들이나 진흙의 신들에게로 인도하지 않으시고 아버지께로 인도하시는 아버지의 아들이신 당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당신을…
오! 제가 당신을 따르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제가 옳다고 주장하는 저의 당돌함을 용서해주십시오. 왜냐하면 제가 당신에 대하여 생각했던 대로의 당신을 뵙고 보니 저는 단번에 당신을 알아봅니다. 아니 알아보았습니다. 아니 그것은 당신을 만나 뵙는 문제가 아니라, 제 영혼이 이미 만났던 분을 알아 뵙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너를 불렀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는 유다에서의 내 첫 번째 여행에 너를 데려가고 있다. 나는 네가 네 인식을 완성하기를 원한다… 또한 나는 아직 나이가 어려 깊은 묵상으로 진리에 이를 수 없는 사람들도 자기들의 스승이 어떻게 이 시간에 이르렀는지 알기를 원한다… 너희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다윗의 탑이 여기 있구나. 동쪽 문이 가까이에 있다.”
“우리는 그리로 나갈 겁니까?”
“그렇다, 유다야. 우리는 먼저 베들레헴으로 갈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곳에…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줄 수 있도록 너희는 그곳을 알아야 한다. 이것도 메시아에 대한 지식과 성경에 대한 지식의 일부이다. 너희는 예언들로서가 아니라 역사로서 물건들에 쓰여 있는 예언들을 발견할 것이다. 헤로데의 집들을 돌아서 가자…”
“늙고 사악하고 음란한 여우.”
“판단하지 마라. 판단하시는 하느님께서 계신다. 이 채소밭들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을 통하여 가자. 해가 쨍쨍 내리쬐는 동안에는 어떤 환대하는 집의 나무 그늘에서 쉬고, 시원해진 다음 계속 길을 가자.”
환상이 끝난다.
73. 베들레헴으로 가시어 농부의 집과 동굴에 들르시다
1945. 1. 8.
돌이 많고, 먼지 나고, 여름 햇볕으로 바싹 마른 평탄한 길이다. 그 길은 새로 맺힌 작은 올리브들이 잔뜩 달려 있는 거대한 올리브나무들 사이로 나 있다. 사람들에게 밟히지 않은 땅에는 수정 후에 떨어진 작은 올리브 꽃들이 겹겹이 깔려 있다.
예수께서는 세 제자들과 한 줄로 서서 올리브나무 그늘 아래, 풀이 아직 초록빛이고 먼지도 덜 나는 길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가신다. 길은 직각으로 구부러지고 그 다음에는 커다란 말편자 모양으로 생긴 작은 계곡을 향하여 완만하게 올라가는데, 그 위에 많은 집들이 흩어져 있어 마을을 이루고 있다. 길이 직각으로 구부러지는 바로 그곳에 낮은 둥근 지붕이 얹혀 있는 정육면체의 건물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마치 버려진 것처럼 완전히 잠겨 있다.
“저것은 라헬의 무덤입니다.”(창세36,16-19)
시몬이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의 다 왔구먼. 우리는 곧바로 시내로 들어갑니까?”
“아니다, 유다야. 나는 먼저 너희에게 한 장소를 보여주기를 원한다… 그 다음에 우리는 시내로 들어갈 터인데, 거기는 여전히 날이 밝고 나중에는 달빛이 비치는 저녁일 테니 우리는 주민들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들이 우리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면 말이다.”
“당신께서는 그들이 당신의 말씀을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은 오래되기는 했어도 잘 보존되고 하얗게 회칠된 무덤에 이르렀다.
예수께서는 물을 드시기 위하여 투박한 우물에서 걸음을 멈추신다. 물을 길러 와 있는 어떤 여인이 그분께 물을 드린다. 예수께서는 그녀에게 물으신다.
“당신은 베들레헴에서 사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확하는 시기라서 저는 채소밭들과 과수원들을 돌보기 위해하여 제 남편과 함께 이 시골에서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갈릴래아 분이세요?”
“나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는데, 지금은 나자렛에서 살고 있소.”
“당신도 박해당하셨습니까?”
“내 가족이 박해당했소. 그런데 왜 ‘당신도’라고 말하시오? 베들레헴 주민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박해 당했나요?”
“당신은 그걸 모르세요? 당신은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서른 살이오.”
“그럼 당신은 정확히 그때… 태어나셨군요. 오! 얼마나 참혹했는지! 그런데 그 사람은 왜 여기서 태어났지요?”
“누구 말입니까?”
“사람들이 구세주라고 말한 그 사람 말이지요. 술에 취해서 몽롱한 채 구름들을 천사들이라고 생각하고, 양들과 나귀들 우는 소리를 하늘의 목소리들이라고 생각하고, 하찮은 세 명의 인간들을 땅 위에서 가장 거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얼간이들은 저주받아라! 그자들은 저주받아라! 그리고 그자들의 말을 믿는 자들도 저주받아라!”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저주하면서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에게 말해주지 않는군요. 당신은 왜 그렇게 저주합니까?”
“왜냐하면… 들어보세요. 그런데 당신은 어디로 가시려고 합니까?”
“내 친구들과 함께 베들레헴에 가려고 해요. 나는 거기 볼 일이 있어요. 나는 옛 친구들을 만나 내 어머니의 인사를 그들에게 전해야 하오. 그런데 우리 가족이 아주 여러 해 전에 이곳으로부터 이사하여 미리 많은 것들을 알고 싶소. 우리는 내가 생후 몇 달 되었을 때 이 도시를 떠났소.”
“그럼 그 재앙이 있기 전이었군요. 이것 보세요, 만일 당신이 농부의 집을 싫어하시지 않는다면, 가서 저희와 함께 식사하시지요.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 모두요, 저희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야기합시다. 저는 여러분 모두를 재워드리겠습니다. 제 집은 작지만 외양간에는 건초가 많이 있습니다. 날씨가 쾌청하고 따뜻하니 만일 당신이 원하신다면 당신은 거기서 주무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주님께서 당신의 환대에 대하여 갚아주시기를. 나는 기꺼이 당신의 집으로 가겠습니다.”
“나그네는 축복들을 가져옵니다. 가십시다. 하지만 저는 갓 돋아난 야채에 여섯 동이의 물을 주어야 합니다.”
“그럼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소.”
“안됩니다. 당신님은 신사신데요. 당신의 행동거지를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인, 나는 노동자요. 이 사람은 어부이고, 이 두 명의 유다인들은 부유하고 지위도 있소.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아요.”
그리하여 그분께서는 우물의 매우 낮은 담 바로 곁에 눕혀져 있는 물동이를 들어 그것을 줄에 매신 다음에 그것을 우물 안으로 내려 보내신다.
요한이 그분을 도와드린다. 다른 제자들 역시 돕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들이 여인에게 말한다.
“야채들은 어디 있어요? 저희에게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물동이들을 그리로 옮겨드리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해주시기를. 나는 과로로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아요. 가십시다…”
예수께서 물동이를 끌어올리시는 동안 세 제자들은 오솔길을 따라 사라졌다가… 두 개의 빈 물동이들을 가지고 돌아와서 채운 다음 다시 간다. 그들은 그 일을 세 번이 아니라 열 번을 한다.
유다가 웃으며 말한다.
“저 여자는 우리를 축복하느라 쉰 목소리로 외치고 있네. 우리가 저 여자의 야채에 물을 원체 많이 주어서 적어도 이틀 동안은 땅이 축축한 채로 있을 거고, 저 여자는 자기의 허리를 혹사시키지 않아도 될 거야.”
그가 마지막으로 돌아온 다음 말한다.
“선생님, 우리는 불운한 것 같습니다.”
“유다야, 왜?”
“왜냐하면 그 여자가 메시아를 원망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저 여자에게 말했습니다. ‘저주하지 마시오. 당신은 메시아는 하느님의 백성에게 가장 큰 은총이라는 것을 모르시오? 야훼께서는 야곱에게 그분을 약속하셨고, 그 다음에는 이스라엘의 모든 예언자들과 의인들에게 약속하셨는데 당신은 메시아를 미워하세요?’
그랬더니 저 여자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그분이 아니라 술 취한 목자들과 고약한 동방의 점쟁이들이 메시아라고 부른 그자를 미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바로 당신이시니…”
“그건 문제되지 않는다. 나는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시험과 반대의 표가 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너는 내가 누구라는 것을 그 여자에게 말했느냐?”
“아니오. 저는 바보가 아닙니다. 저는 당신과 저희의 잔등을 보호하기를 원했습니다.”
“잘 했다. 우리의 등 때문에 잘 했다는 것이 아니고, 내가 적당하다고 생각할 때 내 존재를 드러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가자.”
유다는 그분을 야채밭으로 인도한다.
그 여자는 마지막 세 개의 물동이의 물을 비운 다음 과수원의 가운데에 있는 촌스러운 집으로 그분을 인도한다.
“들어오세요. 제 남편은 이미 집에 있습니다.”
여자가 말한다.
그들은 낮고 연기 나는 부엌 안을 들여다본다.
“평화가 이 집에 있기를.”
예수께서 인사하신다.
“당신이 누구시든 당신과 당신의 친구 분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들어오세요.”
남자가 대답한 다음 그들이 몸을 식히고 손을 씻을 물 한 대야를 가져온다. 그 다음에 그들은 들어가서 투박한 식탁에 둘러앉는다.
“저는 여러분이 제 아내를 도와주신 것에 대하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 사람이 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갈릴래아 사람들을 가까이 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은 거칠고 다투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여러분은 친절하고 착하시군요. 여러분은 피곤하실 텐데도… 그렇게 많은 일을 하시다니! 댁들은 멀리서 오시는 길입니까?”
“예루살렘에서 오는 길입니다. 이 두 사람은 유다인들이고, 다른 한 사람과 나는 갈릴래아 사람입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어디에나 있는 법입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저는 갈릴래아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데 착한 분들을 만났군요. 여보, 음식을 가져와요. 저는 빵, 야채, 올리브와 치즈밖에는 가진 것이 없습니다. 저는 농부니까요.”
“나도 양반은 아닙니다. 나는 목수요.”
“뭐라고요? 당신이? 그런 행동거지를 하시는 분이?”
여인이 끼어든다.
“내가 당신에게 말했듯이 우리의 손님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대요. 그리고 이분의 부모님은 박해 당하셨다는데, 그렇다면 그분들은 아마 우르의 여호수아와 이사악의 마태오와 아브라함의 레위처럼 부유하고 유식했을 거예요. 불쌍한 사람들!…”
“여보, 나는 당신에게 묻지 않았어. 제 아내를 용서해주세요. 여자들이란 저녁때 참새들보다 더 수다스러우니까요.”
“그분들은 베들레헴의 가족들이었습니까?”
“뭐라고요? 당신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면서 그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세요?”
“우리는 내가 태어난 지 몇 달 만에 피신했어요…”
수다쟁이임이 틀림없는 여자가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이분은 학살 전에 떠나셨대요.”
“그래, 나도 그건 알겠어. 그렇지 않았으면 이분은 세상에 있지 못했을 테니까. 당신은 한 번도 여기 다시 와보지 않았습니까?”
“예.”
“그것은 정말 무서운 참사였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만나서 인사하고 싶다고 하신다고 사라가 말한 그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실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죽고, 많은 이들이 도망쳤으니까요… 많이요, 누가 알겠어요!…
그 사람들이 광야에서 죽었는지 반란에 대한 벌로 감옥에서 죽었는지는 결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반란이었습니까? 그렇게 많은 무죄한 이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앉아 있을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럴 수야 없지요. 그렇게 많은 무죄한 이들이 죽었는데 레위와 엘리야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건 불공평한 일이지요!”
“그 두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은 무슨 일을 했습니까?”
“그럼… 당신은 적어도 학살에 대해서는 들으셨지요. 천 명 이상의 아기들이 시내에서 죽었고, 인근의 시골에서 또 다른 천 명 가량이 죽었습니다.(죽은 아기들의 실제 숫자는 32명인데, 그중 18명은 베들레헴 읍내에서, 14명은 근처 시골에서 죽었다. 그리고 그중 6명의 여자 아이가 살해당했는데,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어 학살자들이 구별하지 못했고, 또한 어둡고 서둘러 학살했기 때문이다. 통상 그렇듯이 농부는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상세한 정보는 원래의 원고에 덧붙여진 다른 종이에 적힌 기록에서 마리아 발또르따가 밝힌 것이다.) 그들 모두가, 거의 모두가 사내아이들이었습니다. 거의 모두라고 말한 것은 살인자들이 어두운 밤에 광분하여 습격당한 집의 요람에서나 그들의 엄마의 침대에서 몇 명의 어린 소녀들도 빼앗아 마치 사냥꾼들이 물을 마시고 있는 어린 가젤들을 사냥하듯 그들을 살육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이 모든 일이 왜 일어났습니까? 밤의 추위를 견디려고 분명히 술을 마신 한 무리의 목자들이 정신착란을 일으켜, 자기들이 천사들을 보고 노래들을 듣고 지시들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며… 우리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와서 경배하시오. 메시아께서 태어나셨습니다’ 하고 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메시아가 동굴에서 태어나다니!
우리 모두가, 아직 청소년이었던 나와 몇 살밖에 되지 않았던 내 아내도 술 취했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해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갈릴래아의 가난한 여자를 예언자들이 말했던 그 동정녀 어머니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러나 그 여자는 투박한 갈릴래아 사람인 그녀의 남편과 함께 있었습니다. 만일 그 여자가 아내였다면, 어떻게 그 여자가 ‘동정녀’일 수 있었겠습니까?
요컨대 우리는 믿었어요. 선물들, 경배… 그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려고 집들을 열어 그들을 맞아들이고… 오! 그들은 자기들의 역할들을 아주 잘했습니다.
가엾은 안나! 그녀는 재산과 목숨을 잃었고, 맏딸의 자녀들도 잃었어요. 그 맏딸 자신만은 예루살렘의 상인과 결혼했었기 때문에 죽음을 모면했었지요. 그러나 그들도 모든 재산을 잃었습니다. 왜냐하면 헤로데의 명에 의하여 그들의 집은 불태워지고 모든 소유지들은 완전히 파괴되었으니까요. 지금 그곳은 가축 떼들이 풀을 뜯어먹는 황폐한 땅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적으로 목자들의 잘못 때문이었습니까?”
“아니에요. 그것은 사탄의 나라에서 온 세 마술사들의 탓이었어요. 아마 그들은 그 세 명의 마술사들의 공범이었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바보처럼 그들의 지극한 경의에 우쭐했어요!
그리고 그 보잘것없는 회당장! 그가 예언들이 목자들과 마술사들의 말을 진리로 인정했다고 맹세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죽였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그 목자들과 마술사들의 탓이었습니까?”
“갈릴래아 양반, 아니에요. 그것은 우리의 탓이기도 했어요. 우리가 믿었던 탓도 있어요. 메시아는 오랫동안 기다려져 왔어요! 많은 세기들 동안의 기다림이었어요. 최근에는 거짓 메시아들로 인하여 많은 실망들이 있기도 했어요.
그들 중 한 사람은 당신처럼 갈릴래아 사람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테우다스라는 이름의 사람이었어요. 거짓말쟁이들! 그자들이… 메시아라고요? 그자들은 한탕해서 행운을 얻어 보려는 탐욕스러운 모험가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교훈을 얻었어야 했는데 반대로…”
“그렇다면, 왜 당신은 모든 목자들과 마술사들을 저주합니까? 만일 당신이 당신들 자신도 어리석었다고 판단한다면, 그 경우에는 당신도 저주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계명은 저주를 금합니다. 하나의 저주는 다른 저주를 부릅니다.
당신은 당신이 옳다고 확신합니까? 목자들과 마술사들이 하느님께서 자기들에게 계시하신 진리를 말하였다는 것이 사실일 수는 없습니까? 당신은 왜 그들이 거짓말쟁이들이었다고 믿기를 고집합니까?”
“왜냐하면 예언의 햇수들이 다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우리는 그것에 대하여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호수와 개천의 물이 피로 붉게 물들고 나서야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그분의 백성을 지나치게 사랑하신 나머지 구세주의 내림을 앞당기셨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마술사들은 그들 주장의 근거를 어디에 두었습니까? 당신은 그들이 동방에서 왔다고 나에게 말했지요.”
“어떤 새로운 별에 대한 그들의 계산들에요.”
“이런 말이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야곱에게서 한 별이 나와 주권을 잡고, 왕 홀이 이스라엘에서 일어나리라!’(민수24,17) 야곱은 위대한 성조가 아닙니까? 그는 이 베들레헴 땅은 자기가 지극히 사랑했던 라헬이 죽은 곳이기 때문에 자기에게 소중한 이곳에 머무르지 않았습니까?또한 한 예언자의 입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순이 나고, 그의 뿌리들에서 한 싹이 돋아나리라!’(이사11,1)
다윗의 아버지 이사이는 이곳에서 태어났습니다. 폭군들의 찬탈로 인하여 밑동까지 잘린 나무의 그루터기에서 돋아난 그 싹은 남자에 의하여 수태되지 않고―그렇게 되면 그녀는 '동정녀'가 아닐 테니까요-하느님의 뜻에 의하여 수태된 자기의 아들을 낳을 ‘동정녀’가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하느님일 것이고, 따라서 그 이름이 나타내는 것처럼 하느님의 백성에게로 하느님을 모셔다줄 것이기 때문에 ‘임마누엘’이라고 불릴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예언이 말하는 것처럼 임마누엘이 ‘큰 빛으로’ 어둠 속에 있는 백성들에게, 즉 이방인들에게 알려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마술사들이 보았던 그 별은 발라암(민수24,17)과 이사야(이사42,1-9, 이사 49장, 이사52,13-15)의 두 예언의 큰 빛인 야곱의 별일 수는 없었습니까?그리고 헤로데가 명한 학살 그 자체도 예언들 안에 나오지 않습니까? ‘라마에서 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라헬이 자기의 자녀들을 위하여 우는 소리이다.’(예레31,15) 라헬의 뼈가 에프라타에 있는 그녀의 무덤 속에서 구세주 즉 상급이 거룩한 백성에게 올 시대에 눈물을 흘리며 울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폭풍우의 마지막 물방울들로 형성되는 무지개처럼 천상의 웃음으로 변할 그 눈물들이 ‘여기, 다시 하늘이 맑아진다’고 말할 것입니다.”
“당신은 학식 있는 분이로군요. 당신은 라삐십니까?”
“그렇소.”
“저도 그것을 감지했습니다. 당신의 말씀들에는 빛과 진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 너무 많은 상처들이 이 땅에서 여전히 진짜이거나 가짜인 메시아 때문에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나는 그분에게 결코 이곳으로 오시지 말라고 권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진짜 자녀들의 죽음의 원인이 된 의붓아들을 쫓아내는 것처럼 이 땅은 그분을 배척할 것입니다. 어쨌든… 설사 그가 메시아였다 해도… 그는 학살당한 다른 어린이들과 함께 죽었을 겁니다.”
“레위와 엘리야는 지금 어디에서 삽니까?”
“당신은 그 사람들을 아십니까?”
그가 의심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나는 그들의 얼굴은 몰라요. 그러나 그들은 불행한 사람들인데, 나는 항상 불행한 사람들을 동정합니다. 나는 가서 그들을 만나고 싶어요.”
“글쎄요, 당신은 거의 30년 만에 처음일 겁니다. 그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목자들인데, 살해당한 사람들의 재산을 많이 가로챈 예루살렘의 부유한 헤로데 당원을 위하여 일하고 있어요… 이익을 얻는 사람은 항상 있게 마련이니까요. 당신이 헤브론 쪽의 고원지대에 가시면, 당신은 가축 떼를 돌보고 있는 그 사람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내 조언입니다. 당신이 그 사람들과 말하는 것을 베들레헴 사람들이 아무도 보지 않도록 하세요. 그들이 보게 되면 당신은 그것 때문에 고통당하시게 될 테니까요. 우리는 헤로데 당원 때문에 그들에게 손대지 않고 있어요… 그렇지만 않다면…”
“오! 증오! 왜 미워합니까?”
“그건 정당한 일이니까요. 그들은 우리를 해쳤어요.”
“그들은 자기들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쳤으니 해를 당해야 합니다. 그들이 그들의 어리석은 말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하게 했으니, 우리는 그들을 죽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도 얼이 빠져 있었고, 나중에는… 그 헤로데 당원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복수하려는 최초의 욕구는 아직 변명할 수 있는 여지가 있겠지만, 그들이 베들레헴에 있지 않는데도 당신들은 그들을 죽였을 거라는 말입니까?”
“만일 우리가 그들의 주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우리는 그들을 죽일 것입니다.”
“여보시오, 내가 당신에게 말하는데, 미워하지 마시오. 악한 것들을 원하지 말고, 악을 행할 욕망을 품지 마시오. 여기에는 잘못이 없습니다. 그러나 잘못이 있더라도 용서해주시오. 하느님의 이름으로 용서해주시오. 다른 베들레헴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말하시오.
당신들의 마음들이 증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메시아가 올 것이고, 그때 여러분은 그를 알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살아 있으니까요.
나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그는 학살이 자행될 때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목자들과 마술사들의 잘못이 아니라 사탄의 잘못으로 인한 것입니다. 메시아가 당신들을 위하여 여기서 태어났고, 자기의 조상들의 땅에 빛을 가져다주려고 왔습니다. 다윗 가문의 동정녀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난 메시아는 다윗 가문의 폐허에서 세상에게 은총의 강물들을, 인류에게 새 생명을 주었습니다…”
“가시오. 여기서 나가시오! 당신은 그 거짓 메시아의 추종자로구먼. 그는 우리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주었으니 가짜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당신이 그를 옹호하다니…”
“여보시오, 입 닥치시오. 나는 유다인이고 유력한 친구들을 가지고 있소. 나는 당신의 무례한 행동들을 후회하게 만들 수도 있소.”
유다가 덤벼들어 농부의 옷을 붙잡고, 격렬한 분노로 흥분하여 그를 흔든다.
“안 되오, 안 돼. 가시오. 나는 베들레헴 사람들이나 로마나 헤로데와 난처한 일을 겪고 싶지 않소. 저주받은 당신들, 만일 내가 당신들에게 상처 입히는 것을 당신들이 원치 않거든 가시오… 나가요!”
“유다야, 가자, 대응하지 마라. 저 사람을 자기의 증오심 안에 내버려두자. 하느님께서는 쓰디쓴 증오가 있는 곳에는 들어가지 않으실 것이다. 가자.”
“예, 가십시다. 하지만 당신은 이번 일에 대해 대가를 치를 거요.”
“그러지 마라, 유다야, 그렇게 말하지 마라. 그들은 소경들이다… 우리는 내 길에서 너무 많은 소경들을 만날 것이다!”
예수와 유다는 시몬과 요한을 뒤따라 나온다. 그들은 이미 밖으로 나와서 외양간의 한쪽 구석에서 여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주님, 제 남편을 용서해주십시오. 저는 제가 이렇게 많은 심려를 끼쳐드릴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자, 이것을 받으세요. 내일 아침에 드세요. 이것들은 방금 낳은 싱싱한 것들입니다. 저는 다른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를 용서해주세요. 당신들은 어디서 주무실 겁니까?”
그녀는 그분께 몇 개의 달걀을 드린다.
“염려하지 마시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압니다. 당신의 친절로 인하여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안녕히 계십시오.”
그들은 말없이 짧은 거리를 걷고 있는데, 마침내 유다가 폭발한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왜 그자가 당신을 경배하게 만들지 않으십니까? 당신은 왜 그 더러운 맹세자를 진창에 처박지 않으십니까? 그런 놈은 땅에 매다 꽂아야지요… 그놈은 메시아이신 당신을 모욕한 죄로 박살나야지요… 오! 내가 그렇게 했어야 하는 건데. 사마리아인들은 기적으로 잿더미를 만들어놓아야 합니다. 이것만이 그들을 떨게 할 유일한 것입니다.”
“오! 나는 그런 말을 얼마나 여러 번 듣게 되겠느냐? 하지만 내가 나에 대한 모든 죄에 대해서 잿더미로 만들어야 하겠느냐!… 아니다. 유다야, 나는 창조하러 왔지 파괴하러 오지 않았다.”
“좋습니다. 당신께서 그렇게 하시는 동안 그들이 당신을 파멸시킬 겁니다.”
예수께서는 대답하지 않으신다.
시몬이 묻는다.
“선생님,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나를 따라오너라. 나는 한 군데를 안다.”
“그렇지만 당신께서 이곳을 떠나신 후에 한 번도 이곳에 와보지 않으셨다면서 어떻게 아실 수 있습니까?”
유다가 여전히 씩씩거리며 묻는다.
“나는 안다. 그곳은 아름다운 곳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전에 그곳에 가보았다. 그곳은 베들레헴에 있지 않고… 약간 외곽에 있다… 이쪽으로 돌자.”
예수께서 선두에 서시고 그 뒤를 시몬, 그 다음 유다, 마지막으로 요한이 그분을 따라간다… 오솔길의 모래에 샌들이 부딪치는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 속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누가 울고 있느냐?”
예수께서 돌아서시며 물으신다.
그러자 유다가 말한다.
“요한입니다. 이 사람은 무서웠나 봅니다.”
“아닙니다. 저는 무섭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허리에 차고 있는 칼에 손이 갔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당신께서 ‘죽이지 말고 용서해라’고 반복하셨던 말씀들을 기억했습니다.”
“그럼 자네는 왜 울고 있나?”
유다가 묻는다.
“나는 세상이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보고 괴로워하는 거야. 그들은 예수님을 알지 못하고 알기를 원하지도 않아. 오! 이것은 얼마나 큰 고통인가! 마치 누군가가 내 가슴에 불타는 가시들을 찔러 넣는 것 같아. 마치 누군가가 내 어머니를 발로 밟거나 내 아버지의 얼굴에 침 뱉는 것을 내가 본 것과 같아… 아니 그보다 더 지독해… 마치 내가 로마인들의 말들이 성궤에서 여물을 먹고 지성소에서 자고 있는 것을 본 것 같아.”
“나의 소중한 요한아, 울지 마라. 지금도, 나중에도 수없이 말해라. ‘그분께서는 빛이었고, 그래서 그분께서는 어둠을 비추기 위하여 오셨으나 어둠은 그분을 알지 못했다. 그분은 그분을 위하여 창조된 세상에 왔으나, 세상은 그분을 알지 못했다. 그분은 그분 자신의 도시에, 그분의 땅에 오셨지만, 그분 자신의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오! 그렇게 울지 마라!”
“이런 일이 갈릴래아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요한이 한숨 쉬며 말한다.
“유다에서도 일어나지 않아.”
유다가 대꾸한다.
“예루살렘은 유다의 수도인데, 사흘 전에 그것은 당신께 호산나 찬미가들을 부르며 당신을 메시아로 노래했습니다. 당신은 투박한 농부들과 목자들과 채소 재배자들의 고장인 이곳을 보고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당신께서는 갈릴래아 사람들도 모두가 착하지는 않다는 것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가짜 메시아 유다는 어느 지방 출신의 사람이었습니까? 그들은 말하기를…”
“그만해두어라, 유다야. 화내는 것은 무익하다. 나는 침착하다. 너희도 침착해라. 유다야, 이리 오너라. 나는 너에게 말할 것이 있다.”
유다가 그분께로 간다.
“이 돈주머니를 받아라. 너는 내일 먹을 것을 사오너라.”
“지금 당장 우리는 어디에서 묵어야 합니까?”
예수께서는 미소 지으시나 대답하시지는 않는다.
지금은 어둡다. 달빛 아래 모든 것이 흰 빛이다. 올리브나무 사이에서 나이팅게일들이 노래한다. 실개천은 소리 나는 은빛 리본이다. 풀을 베어낸 풀밭에서는 건초 냄새가 나는데, 마치 사람의 살 냄새와도 같다. 소와 양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별들, 별들, 별들… 하늘의 휘장에 흩뿌려진 별들, 베들레헴의 야산들 위에 흩뿌려진 살아 있는 보석들의 캐노피.
“하지만 여기는!… 여기는 폐허뿐인데요. 선생님, 당신께서는 저희를 어디로 데려가고 계십니까? 시내는 저긴데요.”
“나도 안다. 내 뒤에서 개울을 따라 오너라. 이제 몇 걸음만 더 가면,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 나는 이스라엘의 왕의 집을 너에게 보여주마.”
유다는 자기의 양어깨를 으쓱하고 나서 침묵한다.
몇 걸음 더 가자 폐허가 된 집들의 무더기, 집들의 잔해가 나타난다… 높은 담이 갈라진 곳들에 동굴 하나가 있다.
예수께서 물으신다.
“너희는 부싯깃을 가지고 있느냐? 불을 켜라.”
시몬이 자기의 배낭에서 작은 등잔을 꺼내 불을 켜서 그것을 예수께 드린다.
“들어오너라.”
예수께서 등불을 드시며 말씀하신다.
“들어오너라. 이곳은 이스라엘의 왕이 탄생한 방이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지금 농담하시고 계십니까? 이건 더러운 동굴입니다. 아! 저는 여기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 동굴이 혐오스럽습니다. 이곳은 축축하고, 춥고, 고약한 냄새가 나고, 전갈들로 가득하고, 어쩌면 뱀들이 우글거릴지도 모르고…”
“하지만… 내 벗들아, 키슬레우(Chislev) 달(12월~1월의 유다력의 1개월) 25일 밤 봉헌절(Feast of Lights)에 여기서 예수 그리스도는 동정녀에게서 태어났고, 임마누엘, 하느님의 말씀, 너희에게 말하고 있는 나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살이 되었다(made flesh). 그때도 세상은 지금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말하는 하늘의 목소리들에 귀머거리였고… 그래서 내 어머니를 물리쳤다… 그래서 여기서…유다야, 아니다. 날아다니는 저 올빼미들과 저 푸른 도마뱀들과 거미줄들을 진저리치며 외면하지 말고, 짐승의 배설물이 덮인 땅바닥에 네 아름다운 수놓은 옷이 더럽혀 질까봐 몸서리치며 치켜 올리지 마라.
저 올빼미들은 천사들이 황홀한 기쁨, 참된 기쁨에 취하여 목자들이 들은 ‘영광송’을 노래로 바친 그 아기의 눈앞에서 흔들린 첫 번째 장난감이었던 올빼미의 손녀들이다. 저 도마뱀들은 내 눈동자에 처음 비친, 어머니의 옷과 얼굴의 흰 빛깔 다음으로 처음으로 내 눈동자에 비친 에메랄드 빛깔이었다. 저 거미줄은 왕인 나의 요람의 캐노피였다.
이 땅바닥은… 오! 너는 그것을 경멸하지 않고 밟아도 된다… 그것은 짐승들의 배설물로 깔려 있지만… 어머니, 거룩하시고 지극히 거룩하시고 순결하시고 원죄 없으신 하느님의 어머니(Immaculate Mother of God), 아기를 낳아야 하셨기 때문에 아기를 낳으셨던 어머니, 남자가 아닌 하느님께서 말씀하셨고 그분의 그림자로 덮으셨기 때문에, 낳아야 했기에 아기를 낳으셨던 어머니의 발로 거룩하게 된 곳이다. 죄 없는 분께서 그 땅을 밟으셨으니 너도 이곳을 밟아도 된다. 부디 하느님께서 어머니에게서 흘러나온 순결이 네 발바닥을 통해 네 마음으로 올라가게 해주시기를…”
시몬은 무릎을 꿇고 있고, 요한은 곧바로 구유로 가서 머리를 구유에 기대고 운다. 유다는 두려워하다가 감격에 못 이겨 이제는 자기의 아름다운 겉옷은 생각하지 않고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예수의 속옷(tunic) 끝을 붙잡고 입 맞추고 가슴을 치면서 말한다.
“오! 나의 착하신 선생님, 당신 종의 맹목(blindness)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제 교만이 사라지고… 저는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보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었던 왕이 아니라 영원하신 왕, 미래 세기들의 아버지, 평화의 왕으로 보게 됩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저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그래, 너는 나의 모든 자비를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는 아기와 동정녀가 잤던 자리에서 자자. 요한이 있는 곳은 아기를 흠숭하고 계셨던 어머니의 자리이고, 거기 있는 시몬은 내 양부처럼 보인다. 만일 너희가 좋다면, 나는 너희에게 그 밤에 대하여 이야기해주겠다.”
“오! 예, 선생님, 당신의 탄생에 대하여 저희에게 말씀해주십시오.”
“그것이 저희 마음속에서 빛나는 밝은 진주가 되고, 저희가 온 세상에게 말해줄 수 있도록요.”
“그리고 저희가 당신의 동정 어머니를 공경하도록 그렇게 해주십시오. 당신의 어머니로서만이 아니라 동정녀로서…”
처음엔 유다가 말하였고, 그 다음에는 시몬이, 마지막으로 요한이 말하였다. 구유 바로 옆에 있는 요한은 울면서도 미소 짓고 있다.
“와서 건초에 앉아라. 들어라…”
예수께서는 그분의 탄생의 밤에 대하여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지시들에 의하여 황제의 특사 뿌블리우스 술피치우스 퀴리누스가 발표한 칙령에 따라 센시우스 사투르니누스가 팔레스티나의 총독이었을 때 내 어머니께서 그분의 아기를 해산할 시기가 다가왔다.
그 칙령은 로마제국 전체 주민들의 호구조사(census)를 명하는 것이었다.(루카2,1) 노예가 아닌 사람들은 자기들의 고향으로 가서 제국의 명부에 등록해야 했다. 내 어머니의 남편 요셉은 다윗 가문의 일원이셨고, 어머니 역시 다윗 가문의 일원이셨다. 그분들은 그 칙령에 따라 나자렛을 떠나 왕족의 발상지인 베들레헴으로 오셨던 것이다. 날씨는 혹독했다 …”
예수께서 이야기를 계속하시는데, 환상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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