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의 성경주해] (14) 이사야 ④ 그리스도인의 참된 제물
진심어린 회개·뉘우치는 마음
자선으로 주님 수난 동참해야
【성경본문 : 이사 1,10-13】
“무엇하러 나에게 이 많은 제물을 바치느냐? … 나는 이제 숫양의 번제물과 살진 짐승의 굳기름에는 물렸다. 황소와 어린 양과 숫염소의 피도 나는 싫다. … 더 이상 헛된 제물을 가져오지 마라. 분향 연기도 나에게는 역겹다.”
▨ 마음의 회개
“하느님께서는 회개와 뉘우치는 마음을 존중하신다”고 말한 대 바실리우스는 회개야말로 하느님께 바쳐야 할 그리스도인의 참된 제물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제사를 바치면서도 이렇다 할 회개가 없다면 어떻게 여러분의 영혼이 구원을 받으리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짐승의 피나 제단 위에 바친 제물을 보고 자비를 베푸시는 것이 아니라, 회개하는 마음을 보고 자비를 베푸십니다. ‘하느님께 맞갖은 제물은 회개하는 마음입니다’(시편 51,19). 이 말씀은 속죄의 제물을 아낌없이 바치면서도 자신들의 행위를 고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 ‘너의 그 많은 제물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라는 성경 말씀대로, 많은 제물이 아니라 참된 유일한 제물을 바쳐야 합니다”(대 바실리우스『이사야서 주해』1,24).
▨ 자선, 참된 유일한 제물
아우구스티누스는 우리가 하느님께 바쳐야 할 ‘참된 유일한 제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그리스도인의 제물은 자선 또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친절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설교집』42,1). 사순시기가 되면, 교회는 전통적으로 신자들에게 자선을 더 많이 강조한다. 왜냐하면 자선은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길이며, 주님의 은총을 입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른 교부들의 주해도 살펴보자. 테르툴리아누스는 “기도는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영적 제사이다”라고 말하고, 순교자 유스티누스는 “회개하는 이는 죄를 용서받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히폴리투스는 “세례는 그리스도인을 깨끗하게 씻어 준다”고 말하고,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씻는다는 것은 물로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회개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다마스쿠스의 요한은 “죄는 세례의 물에 묻혔고 세례를 받은 이는 깨끗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대 그레고리우스는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그리스도인은 깨끗하고 정결해야 한다. 죄에서 깨끗해진다는 것은 단지 죄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아우구스티누스는 단식할 때에는 얼굴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식하는 사람은 얼굴, 곧 마음을 씻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마음으로 하느님을 뵙기 때문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주님의 산상설교』2,42)
이처럼 교부들은 한결같이 참된 회개를 강조한다. 그리고 오리게네스는 주일에만 성당을 찾는 신자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한 마디한다.
“자, 축일에만 교회에 오는 여러분, 다른 날은 축일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다른 날은 주님의 날이 아닙니까? 정해진 날에만 가끔씩 예배를 드리는 것은 유대인이나 하는 행위입니다”(오리게네스『창세기 강해』10,3).
노성기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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