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5권

(천상의책 5권-1~10)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신적 생명을 받는다/거룩한 사랑은 성화의 삶, 타락한 사랑은 멸망의 삶

Skyblue fiat 2014. 9. 8. 17:27

 

고해사제에 대하여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주님, 저를 도와 주십시오. ‘거룩한 순명’에 언제나 맞서려고 하는 저의 반항적인 의지를 묶어 주십시오. 그것이 저를 몹시 괴롭힙니다. 어떤 때는 죽은 듯이 보이다가도 제 안에서 마치 뱀처럼 되살아나서 전보다 더 저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더욱 튼튼한 끈으로 묶으시고 당신의 거룩하고 흠숭하올 뜻을 넘치도록 채우시어 제 뜻이 당신 뜻 안에 사그라지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거룩한 순명’과 싸울 필요가 없어지기에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니, 오 ‘거룩한 순명’이여, 제가 늘 당신에게 대들더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모든 일 속에서 침착하게 당신과 일치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때로는, 예컨대 고해사제에 대한 기록을 두고 지금 당신과 싸우고 있는 이 싸움에서처럼, 제가 옳다고 여겨지곤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시작합시다! 입은 다물고,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쓰기 시작합시다.

 

  * * *

 

지난날의 내 고해사제인 미켈레 신부님이 매우 바빠서 오실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럴 경우 언제나 그러했듯이 현재의 내 고해사제인 젠나로 신부님 오셨다. 그러나 내가 젠나로 신부님의 지도 하에 있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무엇보다도 특히 미켈레 신부님과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거침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젠나로 신부님이 내 고해사제가 되기 일년 반쯤 전, 내가 여느 때와 같은 상태로 있었을 때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미켈레 신부님이 이제 나의 내면 생활을 돌보지 않으니 (산 제물이라는) 내 신분에 대하여 그가 그분께 협력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산 제물인 영혼들을 고해사제의 손에 맡길 때 사제는 그들 내면의 뜨거운 활기가 지속되게 해야 한다. 그러니 그에게 나의 (이 뜻을) 따르든지 아니면 내가 다른 사제의 손에 너를 맡기게 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여라.”

 

그래서 나는 “오 주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신부님처럼 날마다 스스로를 희생하며 십자가를 지러 올 만큼 참을성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의 이 사제(즉 젠나로 신부)에게 빛을 주며 지명하면 그가 올 것이다.”

 

“이 십자가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다. 그는 올 것이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내 어머니를 파견하겠다. 그는 내 어머니를 사랑하니까 그분의 당부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너도 어떤 사람을 정말 사랑한다면 틀림없이 그의 청을 들어주지 않겠느냐? 그러나 이 (미켈레) 신부가 어떻게 하는지 좀더 두고 보겠다. 너는 그에게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다 전하여라.”

 

(미켈레) 신부님이 오시자 나는 그 모든 말씀을 상세히 전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또 하나의 일을 맡았기 때문에 나의 내면 생활을 돌볼 형편이 되지 않았다. 분명히,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더 잘할 힘이 없을 뿐이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더 열심히 헌신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과 같이 소홀해졌던 것이다. 복되신 예수님께서 이 사제를 못마땅하게 여기시며 탄식하시기에 나는 또다시 그 사실을 전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 (미켈레) 신부님이 몸소 (젠나로) 신부님을 보내신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젠나로) 신부님에게도 마음을 열고 여기에서 말한 모든 이야기를 해 드렸다. 이 신부님이 기꺼이 오겠다고 했을 때에 나는 적잖이 놀랐고, 예수님 말씀이 과연 들어맞았다고 혼잣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의 이 경탄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내게 오겠다고 했던 그 사제의 약속은 차츰 그림자처럼 희미해지더니 사라지고 말았다. 이틀 혹은 사흘이 지나자 다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그림자처럼 사라졌으므로, 나는 하느님의 안배를 찬미하면서 계속 (미켈레) 신부님의 지도를 받았다. 특히 이 사제와 지내는 것을 내가 좋아한 것은 그가 나를 위하여 수많은 희생을 바쳐왔기 때문이었다.

 

또 일년쯤 지난 후에 나는 그 점이 양심에 걸리기에 (미켈레)신부님에게 말씀드렸고, 그러자 신부님은 “젠나로 신부를 보내주겠소.” 하는 것이었다. (젠나로 신부님은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고해사제이거니와) 그때부터는 이 일에 온전히 투신하게 되었다. 그들 사이에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던 당시에 예수님께서 그것에 대하여 거듭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너는 참견하지 말아라.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왔고 만사가 잘 풀렸으니 말이다.”

 

 

5권-1, 신적인 고통의 활동 방식

1903년 3월 19일

 

1. 아침에 완전히 자기를 낮춘 상태로 있는 고해사제를 보았는데, 그와 함께 사랑하올 예수님과 성 요셉의 모습도 보였다. 성인께서 사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일을 시작한다면 주님께서 당장이라도 필요한 은총을 주시려고 하시네.”

 

2. 그 뒤 나는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수난 때의 고통을 겪고 계신 것을 뵈면서 이렇게 여쭈었다.

“주님, 그토록 많은 고통을 겪으시는 것이 지겹지도 않으십니까?”

 

3. 예수님께서 “전혀 그렇지 않다.” 하고 말씀하셨다. “사실, 하나의 고통은 내 마음을 더 세게 불태워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게 하였다. 이것이 신적인 고통의 활동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활동 중에 오직 거기에서 나올 열매만을 보았다. 나의 상처와 피로 구원될 뭇 나라와 민족들이 받게 될 선익을 보았기에 내 마음은 지겨움 대신 기쁨을 느꼈고, 더 많은 고통을 받고 싶은 열망을 느꼈던 것이다.

 

4. 그러니 어떤 사람이 나의 고통을 나누며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확실한 표는, 괴로워하면서 동시에 고통 생각만 해도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자기가 겪는 고통보다는 하느님께 드리는 영광을 보고, 그것으로부터 얻게 될 열매를 보는 것이다.”

 

 

5권-2, 어려움 중에 있는 사제를 격려하시는 예수님과 성 요셉

​1903년 3월 20일

 

1.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와 있는 동안, 자기에게 필요한 은총을 얻고 싶어 속을 태우는 신부님을 보았고, 또다시 성 요셉과 함께 계시는 복되신 예수님을 뵈었는데, 성인께서 사제에게 일을 시작한다면, 모든 어려움이 고기 비늘처럼 떨어져 나갈 것이다.” 하였다.

 

 

5권-3,  거룩한 사랑은 성화의 삶을 이루고, 타락한 사랑은 멸망의 삶을 이룬다

1903년 3월 23일

 

1. 여느 때의 상태로 있는 동안, 한참 기다린 끝에 흠숭하올 예수님을 잠깐 뵈었다. 그분은 내 팔에 안겨 계셨는데, 이마에서 한 줄기 빛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 빛 속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적혀 있는 것이 보였다.

 

2. “하느님과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이 그친다면 생명도 그칠 것이다.

한데 사랑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영적이고 거룩한 사랑이고, 또 하나는 육적이고 난잡한 사랑이다. 이 두 사랑은 그 강도와 수와 다양성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정신의 사유(思惟)와 손의 활동 사이의 차이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으니, 정신은 한 순간에 수많은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손은 한 가지 일만 하기에도 부치는 것이다.

 

3. 창조주 하느님께서 조물들을 창조하시는 것은 오로지 사랑이 그분으로 하여금 그렇게 하시게 하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말미암아 당신의 모든 속성들을 끊임없이 그들에게 증여하시며, 이 속성들 자체도 사랑으로부터 생명을 얻는 것이다.

 

4. 난잡한 사랑 - 이를테면 재물이나 쾌락이나 다른 숱한 것들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생명을 빚어 내지 못한다. 이런 것에 대한 사랑은 거룩한 삶을 이룩하게 하지 못할 뿐더러 인간으로 하여금 우상 숭배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5. 그러므로 거룩한 사랑은 성화의 을 이루는 반면에 타락한 사랑은 멸망의 삶을 이루기 마련이다.”

 

 

5권-4,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신적 생명을 받는다

1903년 3월 24일

 

1. 큰 슬픔 속에서 여러 날을 지낸 뒤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셔서 아주 다정하게 대해 주시는 바람에 이제는 영원토록 그분을 소유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좋다고 여긴 순간 그분께서 섬광처럼 감쪽같이 사라지셨다. 나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특히, 다시는 그분을 잃지 않으리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던 터라  더욱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 괴로움으로 속을 태우고 있을 때 불현듯 그분께서 다시 오셔서 크고 엄한 음성으로 이렇게 물으셨다. "언제나 나와 함께 있기를 원하는 너는 대관절 누구냐?"

 

2. 나는 격앙된 상태에 있었으므로 담대하게도 이렇게 대답했다.

“주님과 함께 있을 때 저는 모든 것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를 지어내신 창조주의 품에서 나온 하나의 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지는 주님의 뜻과 결합되어 있을 때에만 생기와 현존과 평화와 모든 선을 느낍니다. 하지만 주님과 함께 있지 않으면 생기를 잃고 사그라지며 산산조각이 나고 불안에 잠기게 되니 온갖 악을 다 겪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제 의지는 생명을 잃지 않고 해체되지 않으려고 그 자신이 나오게 된 본원(本源)인 주님의 품을 찾으며 이를 영원히 소유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3.  예수님은 감동하신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한 번 더 "너는 대관절 누구냐?" 하셨다.

 

4.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지 한 방울의 물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 물방울이 당신이라는 바다 안에 있는 한은 바다 전체로 보입니다. 어찌나 깨끗하고 맑은지 나머지 바닷물과 하나가 된 듯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다 바깥으로 나가면 진창투성이가 됩니다. 워낙 작기 때문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5. 그러자 이 말에 무척 감동하신 예수님께서 허리 숙여 나를 껴안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딸아, 언제나 내 뜻 안에 머물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 안에 바로 나 자신의 위격을 간직한다. 내가 자유 의지와 아울러 그를 지어내었으니 내 뜻 바깥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나의 능력이 놀라운 일을 하면서 그에게 끊임없이 신적 생명을 나누어 준다. 이 지속적인 증여에 의하여 하느님의 뜻과 하나 되게 하는 큰 힘을 받기에 그는 여기에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어진다. 나에게서 오는 이 지속적인 힘은 내 뜻을 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항상 뻗어 가는 힘이다.”

 
5권-5, 자신의 신분에 대하여 다시 의심이 생기다.

영혼 안에서 기도해 주시는 예수님의 음성

1903년 4월 7일

 

1.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여러 날 계속해서 오시지 않았기 때문에 몹시 괴롭더니 오늘 아침에는 이 괴로움의 폭발점에 이른 느낌이었다. 기진맥진한 채, 내가 (산 제물의) 신분으로 있는 것이 이제는 예수님의 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여기에서 벗어날 결심을 하려는 참이었다. 이때 그분께서 내 안에서 움직이시면서 나를 위하여 기도하시는 음성을 듣게 해 주셨다.

 

2.  그것은 아버지께서 당신의 능력과 힘과 뜻을 내게 내려 주시기를 간청하시는 기도였다. 왜냐하면 그 기도 끝에 이렇게 덧붙이시는 음성이 들렸기 때문이다.

“오 아버지, 보시다시피 이 사람에게는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많은 은총을 받고서도 아버지의 뜻 바깥으로 나가서 죄인이 되려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3. 예수님의 그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아팠다. 그러자 그분께서 내 안에서 나오셨다.

분명히 복되신 예수님인지 확인한 후에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제가 계속 산 제물의 신분으로 있는 것이 당신 뜻입니까? 그렇더라도 전과 같은 상태에 있지는 않으니 사제의 방문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게 와야 하는 번거로움은 면해 드리면 좋겠습니다.”

 

4. 그러자 그분께서는 “지금으로서는 네가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내 뜻이 아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사제의 불편에 대해서는, 그렇게 애덕을 실천하는 그에게 내가 백 배의 상급으로 갚아 주겠다.”

 

5. 그리고 그분은 슬퍼하시면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딸아, 사회주의자들이 교회를 겨냥해서 음모를 꾸몄다. 프랑스에서는  공공연하게, 이탈리아에서는 보다 은밀한 방식으로 그렇게 했다. 그러기에 나의 정의는, 죄로 말미암아 쓸모 없이 비어 있는 곳을 찾아 징벌을 내리려고 하고 있다.”

 

 

 

5권-6,  회초리를 드신 주님과 징벌의 나팔

1903년 4월 10일

 

1.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와 있노라니 예수님께서 손에 든 회초리로 사람들을 치시는 것이 보였다. 매질을 당한 그들은 뿔뿔이 흩어지면서 반항하였다.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를 내 주위에 모으려고 매질을 했건만 모이기는커녕 반항하며 흩어지기만 하는구나.

그러니 (징벌의) 나팔을 불지 않을 수 없다.”

 

2. 이 말씀을 하시고 그분은 나팔을 불기 시작하셨다. 나는, 주님께서 어떤 징벌들을 내리려고 하시면 사람들은 이 기회를 잡아 겸손하게 스스로를 낮추는 대신 주님을 모욕하면서 그분에게서 떠나가고 말리라는 것을 알았다. 주님께서 이를 보시고 다른 큰 재난들을 보내시려고 다시 한 번 나팔을 부실 것이다.

 

 

5권-7,  뼛속까지 떨리는 상태로 자비를 간구하다

1903년 4월 21일

 

1. 지난 며칠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은데다 나를 산 제물의 상태로 있지 못하게 하시는 것이 역력했으므로 나는 온통 쓰디쓴 눈물에 잠겨 있었다. 과연 그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아무리 기를 써도 의식을 잃고 감각이 마비되는 상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너무나 잦은 복통으로 안절부절 못할 지경이어서 무엇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2. 다만 지난밤 꿈에 한 천사를 보았을 뿐이다. 이 천사가 어느 동산으로 나를 데려갔는데 거기에는 모든 초목들이 시커멓게 변색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겨를이 없었다. 예수님께서 무엇 때문에 나를 당신에게서 몰아내셨을까 하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3. 그런데 고해사제가 아침 늦게 오시더니 내가 나 자신의 몸 안에 있는 것을 보시고, 포도나무들이 얼어붙었다고 말씀하셨다. 그 가련한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괴로웠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나를 여느 때의 상태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신 채 거침없이 벌하시면 어쩔까 싶어 또한 괴로웠다.

 

4. 그런데 오늘 아침, 예수님께서 오셔서 나로 하여금 여느 때의 상태에 들어가게 해 주셨던 것이다. 나는 그분을 뵙자마자 “주님, 어제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당신께서 그렇게 하셨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에게는 한마디도 내비치지 않으셨습니다. 간구하오니, 부디 그 징벌의 일부만이라도 거두어 주십시오.”

 

5. 그러자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내가 너를 산 제물의 상태로 있지 않게 한 것은 그럴 필요가 있어서였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너의 방해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너는 네가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번번이 나를 멈춰 세우곤 하지 않았느냐? 그러나, 딸아, 징벌은 반드시 세상 위에 쏟아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육신을 구하려고 하다가 멸망할 것이다.”

 

6. 이 말씀을 하신 다음 예수님은 사라지셨고, 나는 홀로 몸 바깥에 나와 있는 것을 알았으므로 이리저리 그분을 찾아다녔다. 그러는 사이 창공의 태양을 보았는데 우리가 보는 것과는 다른 태양이었다. 이 태양 가까이에 수많은 성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타락한 세상과 이 세상에 의해 하느님께서 얼마나 놀림감이 되셨는지를 보고서 모두 한 소리로 이렇게 부르짖었다.

 

주님의 영예와 영광이 모욕당한 앙갚음을 하소서. 인간이 자기 창조주의 권리를 인정하려고 들지 않으니 정의를 행사하소서.

 

7. 성인들은 라틴어로 외치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뜻으로 알아들었다. 그 소리를 듣자 뼛속까지 떨리기 시작했으므로 자비를 간구하기 시작하였다.

 

 

5권-8,  선한 일을 행할 마음이 있을 때에는 선을 받지만,

악한 일을 행할 마음이 있을 때에는 악을 받는다.

1903년5월 8일

 

1. 예수님의 부재가 계속되는 더없이 고통스러운 상태에 있다. 그분께서는 오신다고 해도 기껏해야 잠시 오셔서 침묵을 지키실 뿐이다. 오늘 아침에는 고해사제가 책임지고 그분을 꼭 오시도록 하겠다고 하더니 내가 감각을 잃게 되었을 때 과연 그분께서 오셨다. 그러나 마지못해 잠깐 오신 듯 한데다 슬픈 표정이셨고, 엄한 목소리로 고해사제에게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하고 물으셨다.

 

2. 사제는 당황해서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아마도 자기에게 필요한 은총을 얻는 것일 겁니다.”

 

3. 주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답변해 주셨다.

 “준비를 갖추면 그 은총을 받을 것이다.게다가 너는 산 제물을 가지고 있다. 생각과 지향으로 그녀와 가까워질수록 더욱 힘차고 거침없이 네가 원하는 바를 행하게 될 것이다.”

 

4. 그때 나는 "주님, 어찌하여 오시지 않으십니까?" 하고 여쭈었다.

 

5. “그 까닭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냐? 귀 기울여 보아라.” 하고 그분은 대답하셨는데 그때 세상 도처에서 “교황을 죽이고, 종교를 파괴하고, 교회들을 때려 부수고, 온갖 규정들을 없애 버려라. 그 누구도 우리를 지배해선 안 된다.” 라고 하는 수많은 목소리들이 들려왔고, 여기에 옮겨 적을 필요조차 없는 사탄의 숱한 소리들도 들렸다.

 

6. 그러므로 주님께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내 딸아, 사람은 선한 일을 행할 마음이 있을 때에는 선을 받지만, 악한 일을 행할 마음이 있을 때에는 악을 받는다..... 네가 듣고 있는 저 모든 소리들이 단지 한 번만이 아니라 거듭거듭 내 옥좌에까지 올라온다. 인간이 악을 원할 뿐만 아니라 거듭거듭 청하기도 하는 것을 볼 때, 내 정의는 당연히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어 원하는 악을 겪게 하지 않을 수 없어진다. 그런 악에 처해 있을 때라야 악이 무엇인지를 참으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 정의가 인간의 죄를 찾아다니며 인간을 책벌하는 이유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산 제물인 너의 신분을 정지시킬 때가 되지 않았다. 정의가 잠시 인간을 무겁게 짓누를 수 있도록, 기껏해야 며칠 동안만 그 정지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저토록 많은 죄들의 무게를 참을 수 없거니와, 그것이 또한 인간으로 하여금 빳빳이 쳐든 고개를 숙이게 하기도 할 터이니 말이다.”

 

 

 

​​5권-9,  평화는 모든 격정들을 제자리에 정돈시키고,

바른 지향은 모든 것을 지휘하여 바로잡는다

1903년5월 11일

 

1. 평소의 상태로 있다가 흠숭하올 예수님을 뵈었다. 나타나시자마자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2. 평화는 모든 격정들을 제자리에 정돈시킨다. 그러나 영혼 안에 무엇보다도 특히 성공적으로 모든 선을 자리잡게 하고 모든 것을 성화하는 것은 하느님을 위하여 모든 일을 하는 이다. 바꾸어 말하면 오로지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겠다는 지향으로 일하는 것이다.

 

3. 이와 같이 바른 지향을 가지고 하는 활동은 덕행들을, 심지어 순명의 덕까지도 지휘 감독하고 다스리며 바로잡아 주는 것이니, 요컨대, 그것이 영혼의 신령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와도 같은 것이다."

 

4. 그분께서는 이 말씀을 마치시고 번갯불이 번쩍 하듯 사라지셨다.

 

 

5권-10, 진리의 승리와 교회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다

1903년5월 20일

 

1. 평소대로 있던 중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와 있음을 알았는데, 복되신 예수님을 팔에 안고 큰 군중 가운데 있었다. 그들은 쇠로 된 무기들을, 곧 긴 칼과 짧은 칼들을 휘두르며 주님의 팔다리를 쳐서 상처를 입히고 절단하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저렇게 아무리 용을 써 보아도 그분을 해칠 수 없었다. 날이 선 무기들은 몹시 날카로웠지만 해칠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무용지물이 되었던 것이다.

 

2. 예수님과 나는 그 비장한 자들의 잔인성을 보면서 매우 슬펐다. 특히, 아무 짓도 할 수 없음을 보고서도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계속 타격을 가할 때였다. 그들은 다만 능력이 없어서 주님을 해치지 못했을 뿐이다. 무기가 쓸모 없어져서 그분을 해치려는 결의를 실현할 수 없어지자 분통을 터뜨리며 저희들끼리 이렇게 수군대는 것이었다.

“우리가 어째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지? 그 이유가 무엇이겠나? 다른 때에는 그래도 좀  할 수 있었는데 그가 저 여자의 팔에 안겨 있을 때는 아무 힘도 할 수 없어진다구. 우리 일에 방해를 놓지 못하도록 여자부터 없애기로 하자.”

 

3. 그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을 때에 예수님께서 내 옆으로 자리를 옮기셔서 그들로 하여금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허락하셨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이 내게 손대기 전에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진리의 승리와 교회를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칩니다. 비오니 제 희생을 받아 주소서.”

 

4. 그들은 긴 칼을 들고 내 머리를 잘라 내었고, 복되신 예수님께서 나의 이 희생을 받아들이셨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진행되는 동안 나 자신 속에 다시 돌아와 있는 것을 알았다. 내게는 이것이 여간 언짢은 일이 아니었다. 이제는 (천국에 가고 싶은) 내 열망이 이루어지는 시점에 이르렀거니 했는데 기대에 어긋나고 말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