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181, “자, 이 사람이다!”
1903년 3월 6일
1. 고통스럽도록 오래 기다린 끝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내 내면에 나타나셔서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나를 원하는지 어떤지 한 바퀴 둘러보러 가자."
2. "물론 그들은 주님을 원할 것입니다. 더없이 사랑스러운 분이시니까요. 누가 감히 당신을 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내가 대답하자 그분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3. "가자, 그러면 네가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게 될 것이다."
4. 그래서 우리는 출발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있는 어떤 곳에 이르렀을 때에 예수님께서 내 안쪽에서 머리를 내미시고 빌라도가 사람들에게 그분을 보여주면서 했던 것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자, 이 사람이다!"(요한 19,5)
5. 나는 이 말씀을, 그들이 주님께서 그들의 왕으로 다스리시며 그들의 마음과 정신과 활동을 지배하시기를 원하는지 아닌지를 물으시는 것으로 이해했다.
6. 그런데 그들은, “그를 데려가시오! 우리는 그를 원하지 않소. 그에 대한 기억이 모조리 없어지도록, 정말로 그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오! 이는 얼마나 번번이 되풀이되곤 했던 광경인가!
7. 그때 주님께서 모든 이에게 말씀하셨다. "자, 이 사람이다!"
8. 이 말씀이 들리자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한 사람이,
"나는 그를 나의 왕으로 모시고 싶지 않소. 나는 재물을 원하오." 하고 말하였다. 또 한 사람은 "쾌락"을, 다른 사람은 "명예"를, 또 다른 사람은 "관직"을,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은 다른 것들을 원하는 것이었다.
9. 나는 진저리를 치며 그들의 말을 들었고, 예수님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를 원한다고 하는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지? 그러나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여러 계층의 신앙인들에게로 가서 나를 원하는지 어떤지 보기로 하자.”
10. 그리하여 우리는 사제와 주교와 수도자 및 신자들 가운데로 갔다. 예수님께서는 우렁찬 음성으로,
“자, 이 사람이다!" 하고 외치셨다.
11. 어떤 사람이, "우리는 그분을 원하지만 또한 안락도 원합니다." 하고 말하니까, "우리는 그분을 원하지만 우리의 이권도 원합니다."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다른 이들은, "우리는 그분을 원하지만 존경과 명예도 원합니다. 수도자가 존경을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였고, 또 다른 이들은 "우리는 그분을 원하지만 사람들에게서 약간의 기쁨도 얻기를 바랍니다. 아무도 우리에게 기쁨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끼리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12. 예수님은 아주 슬퍼하시면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여기를 떠나자. 아무도 나를 원치 않는 것을 보았지? 기껏해야 그들이 좋아하는 어떤 것과 나를 함께 원할 따름이다. 이는 내게 기쁨을 주지 않는다. 참된 지배는 오직 홀로 다스리는 것이니까."
13. 이 말씀을 하시고 그분은 사라지셨고 나는 내 몸 안에 돌아와 있었다.
4권-182, 겸손의 힘, 은총에 순응하지 않는 이들에게 닥칠 재앙
1903년 3월 9일
1. 여느 때의 상태로 있노라니 복되신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이렇게 기도하시는 소리가 들렸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소서. 교만한 이들에게는 당신을 감추시어 당황하게 하시고, 겸손한 이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소서. 오직 겸손한 사람만이 당신을 창조주로, 자기를 당신의 조물로 인정하나이다.”
2. 그러고 나서 그분은 침묵을 지키셨으니 나는 하느님 대전에서 겸손을 지니는 힘을 깨달았다. 겸손한 사람에게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가장 귀한 보화들을 주저 없이 맡기시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겸손한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열려 있을 뿐, 자물쇠로 잠겨 있는 것이 없다. 교만한 이들에게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확실히, 그분께서 그들의 발밑에 덫을 놓으셔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당황하게 하시는 것이다.
3. 그런데, 조금 뒤에 그분께서 다시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육신이 살아 있으면, 그 내부에서 계속 발생하는 열이 있어서 (그가 살아 있음이) 인지된다. 그러나 죽어 있으면, 외부에서 얼마나 열을 가하건 이 열은 참된 생명에서 오는 것이 아니기에 육신은 즉각 다시 싸늘해진다. 마찬가지로, 영혼이 은총에 대해 살아 있는지 아닌지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영혼의 내적 생명이 활기차게 활동하며 나를 사랑한다면, 즉 그 자신의 생명 안에 내 생명의 힘을 느낀다면, (그 영혼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외적 요인으로 뜨거워져서 약간의 선행을 하다가 금방 식어 버린다면, 그리하여 다시 그 자신의 악습으로 돌아가며 평소의 나약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면, 은총에 대해 죽었거나 한창 죽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4. 그러므로, 영혼이 내적으로 나의 은총을 느끼며 그가 행하는 모든 선이 그 내면 안에 녹아 있다면, 그 영혼에게 오는 것이 바로 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체가 온통 외적인 것이어서 영혼이 내적으로 아무런 선도 느끼지 못한다면, 거기에는 악마의 작용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5. 이 말씀을 하시고 그분은 사라지셨지만, 잠시 후 다시 오셔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딸아, 내 은총의 힘찬 자극을 받으면서도 (여기에) 순응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유다 민족은 가장 많은 은혜와 가장 큰 자극을 받았지만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한, 가장 황폐한 민족이 되었다. 바오로는 이 열매를 이방 민족들에게서 거두었으니, 이들은 은총의 자극을 덜 받았으나 거기에 더 잘 순응했던 것이다. 은총에 대한 불순응은 영혼을 눈멀게 한다. 영혼으로 하여금 사물을 잘못 해석하게 하고, 어떤 기적 앞에서도 완고한 마음으로 있게 하는 것이다.”
4권-183, 성체성사 안에서 계속되는 예수님의 희생과 노력
1903년 3월 12일
1. 평소대로 있었던 오늘 아침, 혼자 완전히 버림받은 상태로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오랫동안 기다림의 고통을 치른 뒤에, 예수님께서 내 내면에 나타나셨기에 이렇게 말씀드렸다.
2. “제 다정하신 생명이시여, 완전히 혼자 있도록 저를 버려 두시다니 어찌 된 일이십니까? 저를 이 (산 제물이) 상태로 두시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모든 것이 하나를 이루고 있었고, 서로의 동의에 의해서 모든 일이 행해졌으며, 당신의 감미로운 힘으로 저를 온전히 당신께로 끌어당기셨습니다. 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버리실 뿐만 아니라, 제가 이 신분을 유지하도록 저와 함께 힘써 주시지도 않으니, 제가 이 처지에서 벗어나지 않게 해 주시기를 (빌며 혼자) 끊임없이 애쓰지 않을 수 없어졌습니다. 이처럼 당신께 강요하다시피 해야 하는 것이 제게는 끊임없는 죽음입니다.”
3.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딸아, 하느님 성삼위의 회의 석상에서 인류 구원을 위한 강생의 신비가 결정되었을 때에도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나는 성삼위의 뜻에 일치하여 이를 수락하였고 인간을 위한 희생 제물로 나 자신을 봉헌하였다. 성삼위 사이에는 모든 것이 하나였고 모든 일이 서로의 동의에 의해서 결정되었다.
4. 그렇지만 내가 일을 시작했을 때, 특히 인간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고통과 학대에 처해 있었을 때, 모든 사람에게서 버림받았고 사랑하올 내 아버지에게서마저 버림받았다. 뿐만 아니라, 나는 모든 고통을 짊어지고 있었으므로 전능하신 분께 나의 희생을 받아 주시기를, 현재와 미래의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이를 계속하게 해 주시기를 강요하다시피 빌지 않을 수 없었다.
5. 그리하여 이를 얻어 내었으니,그 희생과 그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이는 물론 전적으로 사랑의 노력이지만 말이다. 어디에서 그렇게 되고 있는지 알고 싶으냐? 바로 성체성사 안에서이다. 여기에서 내 희생이 계속되고 노력도 계속되고 있으니, 아버지께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시도록 노력하고 사람들에게는 사랑을 얻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비록 사랑의 죽음이라 하더라도, 끊임없는 죽음의 계속적인 대조 속에 있는 것이다.
6. 그런즉, 내 삶의 단계들을 너와 함께 나누고 있는 것이니, 이는 너의 행복이 아니겠느냐?“
4권-184, “딸아, 너는 가장 좋은 것을 택하였다.”
1903년 3월 18일
1. 아침에 신부님께서 고통받고 싶은 열망이 느껴지는지 물으시기에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을 때 더 큰 평화와 기쁨을 느꼈으므로 그분 안에 멎어 있고 싶었다.
2. 나중에, 복되신 예수님께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너는 가장 좋은 것을 택하였다. 언제나 내 뜻 안에 있는 사람은 내게서 끊임없는 선이 나오도록 나를 속박하거니와, 이 선이 그 영혼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나를 향하게 함으로써 그것이 나의 음식이 되게 하고 또한 그의 음식도 되게 하기 때문이다.
3. 반대로, (내 뜻 바깥에 있는 사람은) 설사 위대하고 거룩하고 좋은 일을 하더라도 그것은 내게서 나온 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에 내 뜻의 일로 인정될 수 없고, 따라서 내게 맛있는 음식이 될 수도 없는 것이다.”
Fiat! Volutas Tua , “천상의 책” 4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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