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종실화-나는 왜 천주교로 개종하였는가?'
2. 진정한 종교는 하나뿐
전 장로교 영수(領袖 : 어떤 조직의 대표를 뜻하는 것으로, 한국 초대 장로교회에서 조직이 갖추어지기 이전에 사용된 명칭)
윤석근
1910년 11월 23일생, 1936년 피어선 고등성경학원 졸업, 1954년 영세입교
세상에는 정사(正邪 : 바른 일과 사악한 일)가 있고 진위(眞僞 : 참과 거짓. 또는 진짜와 가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들 인식하고 있는 바이다. 여기에 정사, 진위의 구별과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종말과 결실을 보고서는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농작물을 보건데 벼에는 피가 있고 조에는 가라지가 있고 보리에는 깜부기가 있다. 또한 사물에도 정사와 진위가 있어 처음에는 분별키 어려우나 차차 시일이 경과한다든지 또는 사용해 보면 그 진위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주의(主義)나 사상(思想)에, 더구나 종교에도 진위가 있다는 것은 잘 알 것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종교에 대해서이다.
우리 인간이 편견으로는 정사와 진위를 절대로 알지 못한다. 가령 흑백을 분별하려면 흑백 둘을 놓고 보아야 비로소 알고, 흑만 있어도 백을 모르고 백만 있어도 흑을 모르는 것과 같이, 종교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며 더구나 우리가 신앙하고 있는 기독교는 더욱 그러한 것이다.
나는 모태로부터 예수교 장로교 신자였으며 영수의 자리까지 올라갔다. 나는 그때까지 가톨릭을 우상숭배교라고 보았으며, 또한 성경을 절대로 못 보게 금하며 무식한 사람만 믿는 줄로 알았다.
그러던 중, 천주교에서는 어떻게 예배를 보는가, 하고 퍽 궁금하게 생각하고 또 의문이 생겼다. 또한 나도 장로교 예배는 그리 만족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하고 항상 더 진정한 예배를 보려고 고민 중에 있었다. 이것이 바로 개종할 싹이 트던 시초였다.
그 후 1940년에 나와 같이 한 교회에 다니던 예수교 신자였으며, 나와 약 삼십 리나 떨어진 곳에 사는 김한규 씨를 만났다. 그가 나더러 천주교에 나와서 같이 일하자고 권하기에 나는 그때 강하게 거부하였다.
그는 또다시 나에게 말하기를 천주교 성경과 예수교 성경을 대조해 보라고 하며 신약성경 상편을 내놓았다. 그리고 말을 이어 예수교 성경은 루터가 자기 의사에 맞도록 성경의 절수와 말을 빼기도 하였다는 것, 예수님의 식구가 세 명밖에 안 된다는 것과 성모께서 몽소승천(蒙召昇天 : 성모님께서 스스로의 힘으로 승천하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부름을 받아 몸과 영혼이 세상의 삶을 다 마친 후 승천하신 것을 말함)하셨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게다가 「신교지기원」(新敎之起源 : 개신교의 기원에 대한 책)이라는 책과 「교부들의 신앙」 하편을 주며 일주일간만 읽어보고 깊이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후 나는 그 책들을 뒤적뒤적 중간에서 몇 군데를 빼보았을 뿐, 개종할 의사는 전연 없고 오히려 김 씨를 다시 예수교로 돌아오도록 권할 뿐이었다.
그 책을 본 후로는, 천주교가 본원(本源 : 주장이 되는 근원. 근본)인 것을 알았으며 루터가 종교개혁한 원인도 잘 알고 있었으나, 진위를 몰라 항상 마음에 번민이 생겼다. 그러나 성당은 이십 리 이상이나 먼 곳에 떨어져 있고 천주교인과의 접촉도 없으므로 더 알 도리가 없었으며 또 한편 「교부들의 신앙」이라는 책을 사보고 싶은 간절한 충동을 느꼈다.
그 후 김 씨는 영영 만나지 못하고 또 예배당에 가서 예배 볼 때도 내 마음이 안위되지 못하고 오히려 번민하고 고통이 될 뿐이었다.
그러던 중 1953년 12월에 한 십 리 밖에 있는 환자 집에서 내게 약을 사러 와서 자기가 천주교인이라고 하기에 퍽 기쁘게 맞이하였다. 그와 수문수답(隨問隨答 : 묻는 대로 거침없이 대답함)이 되어 그때부터 천주교로 개종하기로 결심하고 예배당에는 발을 끊기로 한 것이다.
천주의 특별한 은혜로 이상한 꿈도 꾸었고 천주도 하나이시오, 성자도 하나이시오, 성령도 하나이시오, 우주도 하나요, 내 육신도 하나요, 내 마음도 하나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만일 천주가 두 분이시라면 이 우주는 사시 춘하추동이 질서 있게 될 수 없고, 해가 뜨고 달이 지며 별이 돌고 하는 것이 질서가 없어 우주는 조직적으로 운행될 수 없을 것이며, 만일 내 마음이 둘이 있다면 하나만인 육신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 그리하여 참 종교는 하나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수께서 그리스도 교회를 하나 세우셨지, 둘을 세워서 서로 물고 뜯고 싸움질하고 흉보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주 예수께서는 오직 하나 되라고 말씀하셨다. 사도들도 말씀하시기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라고 말씀하셨다. 현재 천주교 이외에 소위 기독교라고 간판을 내세운 것이 삼백여 파라고 하니 이 무슨 꼴인가?
오늘날 우리나라에 프로테스탄트 장로교를 살펴보면, 예배당 안에서 주먹질하기가 일쑤고 서로 물고 뜯고 흉보고 망하기를 바라는 것과, 성경 자유해석을 주장하므로 자기네들 중에도 정통이니 이단이니 하여 노회(老會)에 모이면 싸움 총회가 모인 듯 싸움을 한다.
이것이 성경 자유해석이 빚어낸 희비극이다. 어떤 목사는 어느 날에는 예수님이 재림하신다고 하여 신자들의 신앙 타락까지 시킨 일이 있으니 성경 자유해석이 분열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착한 목자다.’라고 하시고 ‘나는 양들의 문이다.’라고 하시며 또 말씀하시기를 ‘양 우리로 들어갈 때에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데로 넘어 들어가는 자는 도둑이며 강도다.’ 하셨고 또 ‘나에게는 이 우리 안에 들지 않은 양들도 있다. 나는 그들도 데려와야 한다. 그들도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마침내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가 될 것이다.’ 하셨다.
또 밀과 가라지를 비유하여 말씀하셨고,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 버린다.’고 하셨다.
나는 이 성경 구절에서 깨달았다. 내가 믿던 프로테스탄트는 양의 우리에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담을 넘어간 자이며, 가라지이며, 원포도나무에 붙지 않고 잘린 가지였던 것이다.
프로테스탄트 목사들은 자기가 맡았던 교회에서 생활비가 적게 나오면 그 교회를 떠나 생활비를 많이 주는 교회로 이동하려 든다. 이것이 과연 양의 목자인가? 착한 목자는 양을 위하여 죽는다는 것을 망각한 한심한 거동이다. 이것이 바로 잘린 가지인 것이다.
교회는, 즉 천국의 모든 질서를 표현하는 것인데 프로테스탄트는 소위 자유다. 자유라기보다 무질서와 투기, 분쟁과 암흑, 사욕과 편견뿐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치교권자가 있어 교인을 통솔하고 단합시키고 한마디로 움직여야 하는 중심이 없다.
루터가 자유를 부르짖고 성경 자유해석과 신앙만을 주장한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이 위에 말한 바와 같은 결과를 낳게 한 것이다. 교회는 한 방주이다. 천주께서 노아에게 방주 하나만을 만들라고 명하셨다. 그 방주 안에는 노아 가족 여덟 식구만이 들어갔으며 구원도 얻은 것이다.
천주교 안에 있는 모든 신자들은 한 방주 안에 있는 한 식구이다. 이 식구들은 다 구원을 받을 것이다. 진리는 불멸한다. 진리가 아닌 것은 변하기 쉽다. 여기서 정사와 진위를 분간할 수 있다. 정(正)과 진(眞)은 영원히 불멸하는 것이나 사(邪)와 위(僞)는 오뉴월 감주 맛 변하듯 변하는 법이다.
진과 정을 찾은 나는 형언키 어려운 기쁨을 가졌으며 의심의 안개가 다 걷히고 번민과 고통이 다 사라졌다. 예수께서 내 맘에 임하시며, 늘 ‘알렐루야’ 노래로 주를 찬양할 따름이다.
1954년 9월 5일
'나는 왜 천주교로 개종하였는가?-개종실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종실화 - 「개종실기」 개정판을 내면서(이범주바오로 신부) (2) | 2023.11.20 |
---|---|
1. 일두다체(一頭多體)는 불가능 - 마르타 신학생 유영복 (0) | 2023.11.20 |
3. 인조교회(人造敎會)의 분열은 불가피 - 권영규 (0) | 2023.11.20 |
4. 사도 교회는 어디 있나? - 장로교 목사 이석락 (0) | 2023.11.20 |
5. 교파전전 이십여 년 - 김재천 (0) | 2023.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