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인들/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열아홉 번째 편지(옥중 서한1)

Skyblue fiat 2023. 9. 25. 15:58

● 김대건 신부의 열아홉 번째 편지


발신일 : 1846년 음력 6월 8일 (양력 7 월 30 일)
발신지 : 옥중
수신인 : 베르뇌, 메스트르, 리부아, 르그레주아 신부

 


예수 마리아 요셉
지극히 공경하올 베르뇌 신부님, 메스트르 신부님, 리부아 신부님, 르그레주아 신부님께,

지극히 공경하올 여러 신부님께 한 장의 편지를 드리게 되니 공경심이 모자라는 듯합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처해 있는 곳과 환경뿐 아니라 공경하을 신부님들께 대한 저의 정성과 애정이 이렇게라도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음력 3월경에 지극히 고귀하시고 공경하을 고 페레올 주교님이 분부하신 대로 저는 배를 타고 백령도에 갔습니다. 거기에 와 있는 중국 어선들을 통하여 여러 신부님께 보내는 라틴어 편지와 한문 편지를 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후 그 편지는 모두 조선 포졸들에게 발각되어 압수되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저는 4명의 신자와 함께 체포되어 다 같이 결박당하여 수도 서울로 압송되었습니다. 서울로 오는 도중에 여러 읍내에서 밤을 지낼 때마다 우리를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저는 마치 외국인처럼 체포되었습니다. 서울에 와서 보니 신자들이 잡혀왔습니다. 머지않아 현 가롤로도 교회를 위하여 활동하던 5명의 여교우와 함께 체포되었습니다. 또한 저의 집에 있던 돈과 제의 등의 물건도 압수되었습니다. 지금은 포졸들이 신자들을 잡으려고 사방에 파견되어 있다는데 누구보다도 공경하올 주교님의 복사인 이 토마스를 체포하려 한답니다. 주교님과 신부님도 체포될까 염려됩니다.


저는 편지 때문에 무수히 많은 심문을 당하였는데 이로 미루어 보아 이번에도 큰 박해가 일어날 듯합니다.
저는 함께 갇혀 있는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예비신자 두 사람에게는 세례성사를 주었습니다. 제가 있는 감옥에는 10명이 함께 갇혀 있고 다른 감옥에 갇혀 있는 신자는 7,8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재판관에게 프랑스의 강대함과 관대한 관습에 대하며 여러 번 말하였습니다. 그들은 제 말을 믿는 것처럼 보였으나 프랑스 신부님들을 죽인 후에도 프랑스로부터 아무런 보복을 받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프랑스인 때문에 저를 죽이기를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위에 언급한 이유로 더 이상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하느님의 안배가 없는 한 조선 신자들이 선교사 신부님들을 영입하거나 보호할 대책과 방법이 없습니다.
프랑스 영사가 중국 황제에게 신부님들을 죽인 것은 잘못한 것임을 설득시키고 또 중국 황제가 조선 왕에게 프랑스인들을 그렇게 함부로 죽이지 말도록 그리고 신자들에게 자유를 주도록 명령하게끔 편지를 보낸다면 대단히 좋을 것입니다. 만일 중국 황제가 조선 왕에게 그렇게 명령한다면 조선 왕은 이에 순종할 것입니다.


비록 후에 조선 신자들이 선교사들을 영입하러 가지 못하게 될지라도 신부님들이 영국 함선을 타고 조선에 오시도록 주선하시기 바랍니다.


이만 붓을 놓으며 공경하올 여러 신부님께 마지막 하직 인사를 드립니다.


지극히 고귀하신 베르뇌 신부님, 안녕히 계십시오.
지극히 공경하올 메스트르 신부님, 안녕히 계십시오.
지극히 공경하올 리부아 신부님, 안녕히 계십시오.
지극히 공경하올 르그레주아 신부님, 안녕히 계십시오.


머지않아 천당에서 영원하신 성부 대전에서 서로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저를 대신하여 모든 공경하올 신부님들께도 인사드려 주시기를 청합니다.


지극히 사랑하는 나의 형제 토마스여, 잘 있게. 이후 천당에서 다시 만나세. 그리고 내 어머니 우르술라를 특별히 돌보아 주기를 그대에게 부탁하네.


그리스도의 이름을 위하여 결박당한 저는 그리스도의 권능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로 하여금 모든 혹독한 형벌을 끝까지 용감하게 이겨내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의 환난을 굽어보소서. 주께서 우리의 죄악을 살피신다면 주여, 누가 감당할 수 있으리이까.


지극히 공경하올 신부님들, 안녕히 계십시오.
무익하고 부당한 종, 그리스도를 위하여 감옥에 갇힌 조선 선교지의 교황 파견 선교사 안드레아가 올립니다.

 

산동 어선들은 음력 3월에 백령도로 왔다가 음력 5월에 돌아갑니다.

 

 

 

출처: 한국성지와 사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