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4권
7
인간 뜻의 상징인 부패한 씨앗.
하느님 뜻만이 이 씨앗을 생생한 원상으로 돌리실 힘이 있다.
사람들 가운데에 퍼지는 신적인 소리와 울림.
1928년 4월 12일
1 하느님의 거룩하신 의지에 대하여 생각하노라니, 머릿속에 수없이 많은 질문이 떠돌고 있었다. 그 신적인 의지의 나라는 어떤 방식으로 올까? 인간은 그토록 큰 선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만물이 생겨난 피앗 속으로 높이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등이었다. 그런 생각 말고도 또 다른 생각들이 떠오르고 있었을 때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이동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내 뜻은 깨끗하게 치유하고 아름답게 꾸미며 본성 자체를 바꾸는 능력이 있다. 인간의 뜻은 겉은 멀쩡하지만 안은 부패한 씨앗과 같다. 이 씨앗을 덮고 있는 거죽은 멀쩡해 보이지만, 그 거죽을 제거하면 절반은 문드러졌거나 숫제 텅 빈 내부가 보이는 것이다.
3 그런가 하면, 생명이 붙어 있는 동안 햇빛과 바람을 쐬지 못해 결국 완전히 썩어버리고 마는 씨앗도 있다. 하지만 햇빛과 바람을 쐬면, 그 열과 빛과 바람에 의하여 썩은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깨끗해져서 새 생명을 얻게 된다.
4 그러한 것이, 곧 부패한 씨앗이 인간의 뜻이다. 고름과 더운 김이 가득하고 절반은 썩어 문드러진 씨앗이다. 하지만 그 모든 씨앗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아직 생명이 붙어 있는 것들도 있다. 그들을 내 ‘거룩한 뜻의 태양’ 앞에 내놓으면, 이 태양의 빛과 열이, 또 침투력과 지배력이 있는 바람이 인간 뜻의 그 씨앗을 둘러쌀 것이고, 그 빛과 열이 그것을 깨끗이 치유하면서 썩은 부분을 제거할 것이다.
5 그리고 그 씨앗을 생명으로 가득 채울 것이고, 내 피앗의 힘 있는 바람이 함께 놀이를 하면서 그것을 높이 들어 올려 그것이 태어난 피앗 안에 집어넣을 것이고, 그 능력으로 씨앗의 본성을 바꾸면서 원래의 생명을 줄 것이다.
6 그러니 전적으로 중요한 일은 자신을 ‘내 뜻의 태양’ 앞에 드러내 놓는 것에 있다. 이 태양에 대한 뜨겁고 찬란한 지식의 광선 앞에 자신을 드러내어 그것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 빛의 어루만짐과 그 열로 몸을 덥히고 힘 있는 바람에 실려 다님으로써 내 뜻의 나라가 땅에도 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7 보아라, 그러한 특전적 현상들은 자연계의 질서 속에도 있다. 날씨가 짓누르는 듯 무덥게 느껴질 때면 바람이 공기에서 그 무게를 몰아내어 맑은 공기를 마실 때처럼 해 주고,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울 때에도 바람이 그 열기나 냉기를 충분히 완화시킬 수 있다.
8 짙은 구름이 지평선을 뒤덮고 있으면, 바람과 태양이 충분히 그 구름을 몰아내고 푸른 하늘이 더욱 아름답게 다시 나타나게 할 수 있다. 또 밭이 계속적인 침수로 썩어 가려고 하면, 센 바람이 그 밭을 충분히 말릴 수 있고, 태양의 빛과 열이 충분히 그것을 되살릴 수 있다.
9 자연이 내 뜻의 능력에서 생기를 얻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내 뜻이야 내 뜻에 싸여 있기를 원하는 영혼들에게 훨씬 더 그렇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내 뜻은 그 빛으로 영혼들을 새롭게 만들 것이고, 그들 안의 썩은 부분을 없앨 것이다. 또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고 그 빛으로 그들의 인간적인 뜻의 무게를 없애며 원래의 본성을 줄 것이다.
10 아담이 죄를 지어 그 뜻의 씨앗을 썩게 했을 때, 내 뜻이 그에게서 물러가지 않았다면 그 빛과 열로 그를 즉각 회복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정의의 요구는 그가 자신의 씨앗을 썩게 한 행위의 결과를 통감하는 것이었다. 내 뜻은 그래서 물러갔고, 그러자 그의 영혼은, 회복을 가능하게 하고 인간 뜻의 씨앗을 썩지 않게 보존할 능력이 있는 (내 뜻의) 빛과 열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었다.
11 그러나 내 뜻의 열망은 태양보다 더 찬란하게 피조물 가운데로 다시 돌아가서 그들 씨앗의 부패된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류 가족 한복판에 군림하여 다스리는 것이다. 이것이 곧 내 뜻의 나라가 아니겠느냐?”
12 그 후에도 나는 계속 ‘지고한 피앗’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하느님의 뜻은 천지 창조 때에 ‘피앗’을 발하면서 그 음향도 형성하였다. 그 거룩한 음향이 온 우주의 텅 빈 공간에 울려 퍼지면서 우리 (성삼위)의 모든 속성들을 그 자신과 함께 전하였고, 또한 하늘과 땅을 우리의 사랑으로 가득 채우기도 하였다.
13 그것은 우리의 ‘피앗’에서 나온 까닭에 더없이 아름다운 것들, 곧 하늘과 태양과 바람과 바다 및 다른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었고, 이후 각 조물 안에 남아 있었다. 남아 있으면서 푸른 하늘을 그 별들과 함께 보존하고 태양의 생명을 유지하면서 계속 빛과 열의 소리로 온전히 아름답게, 마치 처음 창조했을 때처럼 충만한 빛 안에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14 그러므로 각 조물은 우리 피앗의 소리와 울림을 그 자신의 시작과 보존자로 가지고 있다. 창조된 만물이 우리 업적의 질서와 능력과 조화와 장려함과 힘을 잃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느님인 우리가 활동하며 우리 자신의 생명을 다시 낳기를 원할 때마다 우리의 피앗이 그 소리와 울림을 형성하고, 이 음향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빚어내는 것이다.
15 보아라, 성체성사를 제정할 때에도 우리의 피앗이 음향을 형성하였다. 그 소리가 빵과 포도주를 뒤덮으며 그것들 안에 나의 몸과 피와 영혼과 신성을 빚어내었고, 지금도 여전히 각각의 제병 안에서 울리고 있다. 그리하여 나의 성사적인 생명이 영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16 그 소리는 사람의 창조 속에도 울리고 있었다. 사람은 그러나 내 뜻에서 물러가 버렸기 때문에 그것을 소유할 수 없었다. 그 자신의 안팎 어디에서도 더 이상 그 감미롭고 힘 있고 조화로운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사람을 우리의 창조적인 손에서 나왔을 때와 같은 상태로 보존하는 힘도 있는 그 소리를! 그러므로 사람은 허약해졌고 조화를 잃고 말았다.
17 불쌍하게도 자신에게 생명을 준 우리 피앗의 소리를 잃었으니, 그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재정리할 수 없었고, 자기 창조주의 빛의 소리와 사랑의 소리, 질서의, 능력의, 지혜의 소리, 신적인 자애와 선하심의 소리가 자신의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18 사람이 우리 피앗의 소리를 잃자 엄마 없는 아이같이, 곧 말씀의 젖을 먹이거나 활동과 걸음새를 가르치는 사람 없는 아이같이, 또는 글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교사 없는 생도같이 무엇이나 혼자 힘으로 해야 하고, 그러니 그 모든 것에 질서가 잡혀 있지 않기 마련이다. 우리 피앗의 음향이 없는 사람은 그처럼 엄마 없는 아이, 교사 없는 생도와 같은 것이다.
19 그런데 영혼이 내 뜻을 자기 존재 전체의 시작으로 부르기를 계속함에 따라, 내 뜻의 신적인 소리와 울림을 조금씩 서서히 느끼게 된다. 이 소리가 그의 내면에서 울리며 그를 그의 기원으로 돌아오게 불러 새롭게 재정리해 주는 것이다.
20 사람이 우리의 거룩한 뜻에서 물러갔기 때문에 우리의 (피앗) 소리도 그에게서 물러섰던 것과 같이, 그들이 우리의 뜻을 알아보고 사랑하며 다만 우리의 ‘거룩한 피앗’만을 원하면, 우리 뜻의 소리도 그들 한가운데로 돌아간다.
21 이것이 바로 우리 ‘피앗의 나라’이니, 우리의 거룩한 소리가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이 우리의 뜻에서 물러간 이후부터 그의 귓전을 문득씩 스치곤 한 먼 데의 소리가 아니라 영혼들 깊은 데서 계속 울리며 그들을 변화시키는 소리로서 그들 안에 하느님의 생명을 형성하고, 사람이 창조된 방식에 준하는 질서를 되돌려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