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죄인들과 이 세상에 나를 알리기 위해 자신을 봉헌한 영혼들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이들 중에는 나의 깊은 사랑을 알지 못하는 영혼이 많다. 그들은 멀리 떨어져 살아 별로 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나를 대하며, 나에 대한 신뢰심도 없는 것 같다. 이 영혼들이 확고한 신앙과 사랑으로 나와 친밀하게 생활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가정에서 아버지의 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보통 맏아들이다. 따라서 아버지는 맏아들을 가장 신뢰한다. 그 외의 자녀들은 맏아들처럼 아버지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아버지가 죽으면, 아버지의 유지를 동생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맏아들이 할 일이다.
나의 성교회에도 맏아들 노릇을 하는 영혼들이 있다. 나와 내 교회를 위해 특별히 선택된 영혼들이 바로 나의 맏아들이다. 사제 서품이나 특별히 선택된 영혼들이 바로 나의 맏아들이다.
사제 서품이나 수도서원으로 자신을 바친 영혼들이 바로 내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영혼들이며, 특별한 은총을 받고 있는 영혼들이다. 그들은 내 자녀들을 직접, 간접적으로 가르치고 인도하여, 내가 바라는 것을 그들에게 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선택받은 영혼들이 진정으로 나를 안다면 나를 사람들에게 알릴 것이고, 또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사람들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러나 선택받은 영혼들이 나를 잘 알지 못하고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른 영혼들을 가르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이냐? 나는 이런 영혼들에게 묻는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겠느냐? 사이가 벌어져 서먹서먹한 사람과 어떻게 서로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느냐? 신뢰하지도 않는 상대와 어떻게 정답게 이야기 할 수 있겠느냐?”
내가 특별히 선택한 영혼들의 주의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겠다. 어떤 새로운 것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들의 신앙과 나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나에 대한 신뢰심을 더욱더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다.
나는 이들이 자신들 안에 나를 친밀하게 받아들이고, 자신들안에서 나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이들은 자신들이 은총 지위에 있어야만 내 성심이 머물 수 있는 궁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너희는 나를 하느님으로 알고, 또한 사랑의 하느님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무서운 하느님이 아니라, 너희를 사랑하는 하느님이라는 것을 믿고 항상 유념하기 바란다. 어떤 영혼들은 삶이 순탄하고 행복할 때는 나에게서 사랑받고 있다고 여기나, 역경과 고통이 닥치면 나의 사랑이 변했다고 생각하여 근심 걱정한다. 이러한 영혼들은 나의 성심을 전혀 헤아릴 줄 모르는 이들이다. 너희가 가련하고 미약하기 때문에 잘못을 저질렀어도 나의 자비심이 너희에게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나약함과 무능을 깨닫고, 겸손하게 자신을 숙이고 나의 성심을 믿고 다가오면, 죄를 범하기 이전보다 더 나를 현양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라. 자신을 위해서 기도할 때나 남을 위해 간절히 청할 때도 마찬가지다. 너희가 나의 성심을 의심하여 머뭇거리면서 나에게 기도하는 것은 나의 성심을 욕되게 하는 행위다.
백인대장이 자기 종을 낫게 해달라고 내게 와서 간청할 때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루가 7,6-7) 라고 말하며 무척 겸손하게 처신했다. 그러고는 신앙과 신뢰심이 충만하여 “그저 한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루가 7,7) 라고 했다. 바로 이런 사람이 나의 성심을 제대로 아는 영혼이다. 그는 자신이 바라는 바를 내게 간청하면, 내가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백인 대장이 바로 나를 크게 현양시킨 사람이다. 왜냐하면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나에게 완전히 의탁하는 신뢰심을 가지고 나에게 간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백인 대장보다 내가 선택한 너희에게 더 많이 내 성심을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나에 대한 진정한 신뢰심이야말로 선택받은 너희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영혼들이 무한하신 하느님의 은총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따라서 선택받은 너희는 나를 모르고 있는 가련한 영혼들에게 나의 성심을 알려 주기 바란다.
나를 위해 일생을 바친 영혼들 중에도 참된 신뢰심을 지닌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들 중에 나와 친밀하게 결합하여 생활하는 영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너희가 생활 중에 나와 친밀하게 결합하여 새로워지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깨닫기 바란다. 감실 앞에서 나와 대화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버려라.
나는 감실 안에 있다. 정말이다. 그리고 너희 한 가운데 있다.
너희와 결합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다. 무엇이든 나에게 말하고, 무슨 일이든 나의 의견을 물어서 행동하며, 모든 것을 나에게서 찾으려 한다면, 나는 너희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너희 안에 살면서 힘이 되어 주겠다. 어서 내 사랑에 응답 하여라!
많은 영혼이 아침마다 기도를 드리고 있다. 사랑의 회견 형식에 불과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미사에 참례하고 성체를 받아 모시지만 일단 성당 밖으로 나오면 나에게 거의 말도 걸지 않고, 세상사에 휩쓸려 정신을 잃고 있지 않느냐?
내가 이런 영혼들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무도 없는 허허 벌판에 서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영혼들은 나에게 말도 걸지 않으며, 나에게 아무것도 부탁하지 않는다. 제 영혼이 위로 받고 싶을 때 자기 영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창조주인 나에게 의탁하지 않고, 같은 처지에 있는 피조물에게만 청탁한다. 이런 영혼들은 나와 친밀하게 결합되지 않은 영혼들이며, 나와 결합하여 생활할 의사가 전혀 없는 영혼들이다. 사랑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질 않느냐?
나에게 자신을 봉헌한 영혼들아! 나와 하나가 된 삶을 살면서 나를 위로하고, 나의 성심을 상하게 한 모든 사람의 죄과를 대신 보속하라고 내가 얼마나 특별한 방법으로 너희를 선택했던가! 나는 너희가 나의 성심을 세세히 헤아려 나의 속정을 체득하고, 힘닿는데 까지 나의 바람을 실현시켜 주기 바란다. 사람들은 밭을 갈고 잡초를 뽑아 농사를 다 지을 때까지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와 똑같이 내가 선택한 너희는 열과 성을 다하여 나의 뜻을 실현 시키도록 노력 하여라. 너희가 수고하면 할수록 나의 영광은 더욱더 빛이 날것이니, 세상의 죄악을 보속하기 위해 어떠한 고통이 닥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그 의지가 꺽이지 않도록 하여라.
나에게 일생을 바친 영혼들을 위한 나의 뜻을 더 기록하여라.
사제와 수도자들은 나와 친밀히 결합하여 살라고 내가 특별히 부른 영혼들이다. 나의 바람을 알고 나의 즐거움과 근심을 함께 나누며 생활하는 것이 너희가 해야 할 바며, 나의 영광을 위해 그 어떠한 수고와 고통도 감내하면서 일하는 것이 너희가 할 바다. 또한 수많은 영혼들의 죄악을 기도와 헌신으로 대신 보속하는 것이 너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너희가 염두에 두고 노력해야 할일은 다른 영혼들보다 더 나와 친밀히 결합하여 나를 외롭게 버려 두지 않는 것이다.
아! 나의 이 말뜻을 알아듣는 이들이 너무 적고, 나와 함께 살며 나를 위로하는 일이 자신들의 의무인 것을 잊고 있는 이들은 너무 많다. 모든 영혼이 나의 성심 안에서 하나가 되기 위해 사랑의 동맹을 맺고 서로를 용서하며, 다른 영혼들이 하느님의 진리를 깨닫고 광명의 길로 나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일이 너희가 해야 할 일이다.
나에게 선택받은 영혼이 나의 구원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자신을 봉헌할 때에는, 나에 대한 완전한 신뢰심을 가지고 해야 한다. 나는 나에게 의탁하여 기도하는 영혼들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언제나 깊은 온정으로 응답한다. 너희가 나의 성심과 결합하여 생활하려고 애쓰고, 무슨 일이든지 나와 대화를 통해 상의해 주었으면 좋겠다. 너희가 모든 행동을 나의 공로에 일치시키고, 나의 성혈에 흠뻑 적셔 주고 싶다. 다른 영혼들을 구원받게 하고 나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해 너희가 자기 생명까지도 희생하기를 원한다.
자신의 나약함 때문에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나의 공로와 성혈의 위력을 믿고, 항상 즐거운 마음을 갖도록 하여라. 너의 힘만으로는 나의 대사업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나의 영광을 위하고, 나의 이름으로, 나와 함께 한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너희가 보속하겠다는 원의를 다지고 내 나라가 온 세상에 펼쳐지도록 굳은 신뢰심을 가지고 기도 한다면,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 오로지 나에게 바라고, 나에게 의탁하여라. 너희가 지인들을 위해 열정과 사랑으로 자신들을 불살라 준다면, 또한 죄인들을 동정하여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어진 마음을 베풀어 준다면, 나의 사랑, 나의 자비, 나의 선함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려 준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사도직을 수행할 때 너희 자신을 과신하지 말고, 기도와 고행을 통하여 내 성심의 능력과 자비를 신뢰하며 행동하여라.
“주님, 제가 하는 모든 일을 주님의 거룩한 이름으로 행하겠사오며, 또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믿겠나이다.”
이 말은 비록 미천하고 무식했지만 하느님으로부터 지혜를 부여받고,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받은 나의 사도들이 한 기도다. 나는 너희에게 보상, 사랑, 신뢰를 요구한다.
성심의 메시지/ 이재현 옮김/ 가톨릭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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