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제4장/ 7. 그러자 온 집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 찼다(요한 12, 3)

Skyblue fiat 2021. 4. 17. 04:59

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4 장 과월절의 어린 양

 

7. 그러자 온 집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 찼다(요한 12, 3)

 

 

 

 

 

 

시몬41)의 집에서 여인들은 식사 준비를 도왔다. 넓은 방은 잘 꾸며져 있었다. 탁 트인 천장은 반구형으로 되어 있었으며 들여다 볼 수 있는 얇고 성긴 천들로 감싸져 있었다. 이러한 장식 무늬가 있는 천장 아래에 예수께서 앉으실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손님들은 낮은 의자에 앉아 식사를 했는데, 그 의자는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등받이와 팔걸이가 연결되어 있었다. 여인들은 칸막이를 치운 큰방의 왼쪽 편에서 식사를 하였다. 마당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비치된 식탁에서 사람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나서 시몬과 그의 일꾼은 예수와 사도들과 라자로를 모시러 갔다. 시몬은 긴 연회복을 입고 있었고 무늬가 새겨진 허리띠를 두르고 있었으며 팔에는 아래로 늘어뜨린 긴 수대를 걸치고 있었다. 그의 일꾼도 연회복을 입고 있었다. 시몬은 예수를 모시러 갔고, 그의 일꾼은 사도들을 데리러 갔다. 그분들은 시몬의 집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통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뒤편의 동산을 지나서 넓은 강당을 통해 이곳으로 왔었다. 왜냐하면 베다니아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뿐 아니라 라자로를 보기 위해 다른 지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굉장한 혼잡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사하는 동안에 군중들은 대부분 담벽 위로 올라가 있었다.

 

일곱 명에서 아홉 명 가량 되는 여인들이 식탁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는데, 막달레나는 성모 마리아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이미 식사 도중에 많이 울었다. 예수께서는 식사를 하는 동안 계속 가르침을 주셨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에도 예수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셨으며, 사도들은 모두 긴장되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경청하였다. 시중을 들던 시몬은 예수께서 앉아 계신 곳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는데 그도 역시 시선을 집중한 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막달레나는 여인들 곁에 조용히 서서 듣고 있었다. 그녀는 품위 있는 담청색의 얇은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풀어진 머리는 베일로 덮여 있었다. 그녀는 외투 속에 향유가 든 작은 병을 가지고는 예수께서 앉아 계신 큰 방의 뒤쪽에 있는 낭하를 지나서 그분의 발 앞에 엎드린 채 흐느껴 울었다. 그런 중에 그녀는 안락 의자 쪽에 놓인 주님의 발을 향해 얼굴을 숙였다. 예수께서는 땅바닥에 있는 다른 한쪽 발을 그녀에게 내미셨다. 그녀는 예수께서 신고 계신 실내화를 벗겨 드린 후 그분의 발등과 발바닥에 향유를 발라 드렸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베일로 가렸던 길게 풀어진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향유가 발라진 주님의 발을 닦아 드렸다. 그리고는 다시 그분의 발에 샌들을 신겨 드렸다.

 

 

 

 

 

그로 인해서 그분의 가르침이 잠시 중단되었다. 예수께서는 막달레나가 와서 그렇게 한 것을 좋게 받아 주셨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일로 갑자기 방해를 받은 셈이 되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이 여인에 대해 화를 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서 예수께서는 그녀에게 나지막하게 말씀하셨다. 그러자 막달레나는 그분의 발에 향유를 발라 드린 후에 다시 그분의 뒤쪽으로 가서 그분의 머리 위에 향기로운 물을 부어 드렸다. 그 물은 주님의 의복에 모두 스며들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주님의 정수리에서부터 후두부까지 손으로 향유를 문질러 드렸다. 그 향기가 집안에 가득했다.

 

그러는 동안 사도들은 서로 귓속말로 불평하였다. 베드로까지도 이러한 방해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러나 막달레나는 울면서 식탁 뒤쪽으로 돌아서 몸을 숨기며 걸어갔다. 그녀가 유다 옆을 지나갈 때, 옆 사람과 더불어 화를 내었던 유다가 그녀의 길을 손으로 막자 그녀는 멈추어 섰다. 유다는 낭비에 대해 그녀를 나무라며 그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막달레나는 베일을 쓴 채로 서서 비통하게 울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녀를 가도록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분은 그녀가 당신의 죽음을 위해 향유를 발랐으며, 이후부터 그녀는 그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셨다. 또한 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그녀의 행동과 그들의 불평 또한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막달레나는 그때 슬픔에 잠긴 채 떠났다. 모든 식사 시간이 사도들의 불평과 그에 대한 예수의 질책으로 차분히 진행되지 못했다. 예수께서는 그 밖에도 얼마간 말씀을 더 해주셨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모두 다시 라자로에게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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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나병 환자인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

 

 

출처

7. 그러자 온 집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 찼다(요한 12, 3)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