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11. 예수께서 그렇게도 많은 기적을 사람들 앞에서 행하셨건만 그들은 예수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요한 12, 37)

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3 장 29세 때의 과월절부터 마지막 과월절 축제일까지

 

11. 예수께서 그렇게도 많은 기적을 사람들 앞에서 행하셨건만 그들은 예수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요한 12, 37)

 

 

베드로와 요한은 길에까지 예수를 마중하러 나갔으며, 성문 앞에는 다른 여섯 명의 사도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님과 제자들은 어떤 집 안으로 안내되었는데, 그 집 주인은 그들을 따뜻이 영접하였다. 사도들은 예수께서 당신의 최후에 대해 하신 말씀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좀더 분명하게 가르쳐 주시길 간청하였다. 또한 그들은 예수께서 당신의 고향인 나자렛으로 가셔서 능력을 보이시고 기적을 통해 당신이 오신 사명을 알려야 한다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는 당신은 그렇게 하길 원치 않으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행실을 고치지 않는 한 기적은 아무런 소용이 없으며, 기적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요한과 베드로는 그분의 생각에 공감했으나 다른 사도들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가시어 성전에서 더 오랫동안 가르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그에 덧붙여 당신께서 이를테면 오천 명을 먹이신 것과 라자로를 살려 내신 기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는가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여전히 더 많은 기적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저녁 식사 후에 집주인이 그들을 침실로 안내하고자 할 때, 주님께서 회당을 열어 놓으라고 하시는 것을 보았다. 낮에 그분은 그 회당에서 사람들이 가르치는 것을 들으셨는데, 그분도 또한 가르치기를 원하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은 신중한 제자들의 부모들을 통해 베다니아에 있는 마리아(제베대오의 부인 – 역자 주)와 거룩한 여인들에게 당신이 돌아온 것을 전하게 하셨다. 그들은 에프론 앞에 있는 한 숙소를 임차해 놓고 예수님을 기다렸다. 베드로와 안드레아의 부인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예수께서 시카르로부터 에프론으로 오시는 동안 비가 많이 내렸으며, 안개도 짙게 끼었다. 오늘 저녁 무렵에 주님께서는 에프론에 도착하셨다. 그분은 시카르에서 곧바로 이곳으로 걸어오시지 않고 이곳저곳에 있는 집들을 방문하시고 그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베푸셨으며 가르침에 따르도록 충고해 주셨다. 사도들과 제자들도 약속된 장소들로 곧바로 가지 않고 부근의 마당이나 집을 찾아가 예수께서 가까이 오고 계시다는 것을 알렸다.

 

나는 오늘 오후에 동정 성모 마리아와 막달레나, 마르타 그리고 다른 몇몇 여인들과 남자들이 예수님을 마중하러 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에프론으로 가는 길에 있는 우물가에 앉아서 예수님을 기다렸다. 예수께서는 요한과 베드로와 안드레아를 데리고 오셨다. 해지기 두 시간 전쯤에 그들은 예수를 뵈었는데, 매우 커 보이는 태양이 땅을 굽어보고 있는 듯이 보였다. 성모 마리아, 막달레나, 마르타 그리고 과묵한 제자들이 예수께로 다가갔다. 여인들은 주님 앞에 엎드리고 나서 그분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성모 마리아께서도 그분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마리아가 일어나시자 예수께서도 성모의 손에 입을 맞추셨다. 막달레나는 약간 뒤로 물러서 있었다. 제자들은 우물가에서 예수님과 사도들의 발을 씻어 드렸다.

 

주님과 다른 남자들은 오늘 밤 이곳에 머무르지 않고 예리고로 갔다. 예리고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병자들도 많았다. 나는 예수께서 여러 집들을 두루 다니시며 병자들을 고쳐 주시는 것과 강학소(講學所)를 열게 하시고 가운데에 강론대를 마련하시는 것을 보았다. 예수께서는 다음날 아침에도 그곳에서 계속 가르치셨으며 환자도 계속 치유하셨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예리고로 몰려 들었으며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불평도 더욱 커졌다. 이 소식이 예루살렘에까지 전해졌다. 예수께서는 예리고를 떠나 요르단 강의 세례를 주던 곳으로 가셨다. 저토록 수많은 병자들이 요르단 강변에 누워 있다니! 예수께서는 많은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나는 군중들의 수효가 크게 늘어났을 때 예수께서 요한과 안드레아와 작은 야고보를 데리고 요르단 강을 떠나시는 것을 보았다. 나는 베델 부근에서 그들을 다시 보았다. 그들이 베델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예수님과 그 일행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신심 깊은 사람들의 집을 향해 갔다. 그 집에는 라자로와 그의 누이들 그리고 드러내지 않고 있는 제자인 니고데모와 요한 마르코가 있었다.

 

주님과 사도들이 그 집에 들어서자 라자로와 니고데모와 요한이 그분 가까이 나아갔다. 라자로는 아직 수척한 상태였고, 짙고 검은 빛깔의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었는데, 주님께서는 그를 당신의 품에 안으셨다. 유다 지방의 관례에 따라 과일, 빵, 꿀, 작은 잔, 녹색의 채소 등이 곁들여진 정찬이 준비되었다. 예수께서는 가르침을 주셨고, 그 집 아래채에 누워 있는 많은 병자들을 치유하셨다. 여인들은 따로 식사를 한 후 주님의 말씀을 듣고자 뒤쪽 자리로 가까이 갔다.

 

저녁 무렵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가파르나움에 도착했다. 그분은 이전에 머무르셨던 어떤 집으로 들어가셨다. 이곳에는 베드로와 안드레아와 작은 야고보 외에 다른 한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회당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램프에 불을 켜자, 예수께서는 자리를 준비시키며 그곳에 단(段)이 달린 강론대를 갖다 놓게 하셨다. 그곳에는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 거리에도 많은 군중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그들이 “저기 요셉의 아들이 다시 나타났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예수께서는 날이 밝기 전에 다시 가파르나움을 떠나셨는데, 나는 그분이 다른 곳에 가 있던 제자들과 몇몇 사도들을 데리고 나자렛으로 들어가시는 것을 보았다. 나는 이 기회에 전혀 다른 가정이 안나의 집에 사는 것을 보았다. 또한 지금은 폐쇄되어 아무도 살지 않는 성 요셉의 집에서 예수를 뵈었다. 주님께서는 곧 회당으로 가셨는데, 그분이 오신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큰 관심을 갖고 모여들었다.

 

 

예수께서는 회당에서 모든 것을 옆으로 치워 놓고 가르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셨다. 그분은 이 여행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행동하셨고 율법에 얽매임 없이 아주 개방적으로 가르치셨는데, 그로 인해 유다인들은 매우 격분하였다.

예수께서는 오늘 아침 성 요셉의 집이 있는 마을의 여러 집을 방문하시어 병을 고쳐 주시고 어린이들을 축복하셨다.

나는 사면(四面)이 완만하게 된 어떤 산 위에서 열두 사도와 많은 제자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높은 곳에서 불을 붙였는데, 멀리서 보는 그 불은 마치 우리들에게서 타오르는 요한의 불빛과도 같았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도착하셨을 때는 이미 밤으로 접어들었다. 예수께서는 그들 가운데로 들어서셨는데, 사도들이 그분을 둘러쌌고, 그 밖으로 제자들이 에워쌌으며, 다른 많은 군중들이 함께 모여 있었다. 예수께서는 밤을 지새워 아침까지 가르치셨다. 그분은 이곳저곳을 가리키시면서 사도들에게 그곳에 가서 가르치고 병을 고쳐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것은 마치 그들에게 주어질 다음 시대에서의 과업과 진로의 질서에 대해 알려 주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후에 예수께서는 사도들을 파견하셨다. 그중 몇 명은 가파르나움을 향해 갔고, 나머지 몇 명은 빵의 기적을 베푸셨던 곳을 향해 출발하였다. 거룩한 여인들은 베다니아로 옮겼으며, 예수께서도 같은 방향으로 가셨다.

 

 

출처

11. 예수께서 그렇게도 많은 기적을 사람들 앞에서 행하셨건만 그들은 예수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요한 12, 37)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