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3 장 29세 때의 과월절부터 마지막 과월절 축제일까지
9. “라자로야, 나오너라!”(요한 11, 43)
예수께서는 그때 비통해 하시면서 그들과 함께 라자로의 무덤으로 가셨다. 그때는 매우 이른 아침인 것 같았다. 많은 사도들이 그분의 곁에 있었다. 나는 그들 중에서 특히 마태오와 요한이 기억난다. 그곳에는 라자로의 누이들과 마리아(베다니아 근처에서 사는 제베대오의 부인으로 간주됨 – 역자 주), 마리아 이름을 가진 다른 여인들이 있었으며,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몰려드는 군중의 수효는 점점 늘어났다. 그 상황은 실로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는 때와같이 무슨 소동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
예수와 사도들 그리고 라자로의 친지인 여인들은 열려져 있는 동굴로 다가갔다. 예수께서는 몇몇 사도들과 함께 무덤 안으로 들어가셨고, 막달레나와 마르타 그리고 다른 여인들은 입구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기 때문에 그 광경을 보기 위해서는 동굴 위나 무덤 둘레의 담장 위로 올라가야만 했다.
예수께서 무덤 앞에 이르시자 사도들에게 돌을 치우라고 명령하셨다. 그러자 마르타는 걱정스러워하며 말씀드렸다. “주님, 그를 묻은 지 나흘이나 되어 벌써 냄새가 납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마르타에게 “네가 믿기만 하면 하느님의 영광을 보게 되리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사도들은 커다란 돌을 치워 벽에 기대어 놓고, 그 아래에 있는 좀더 가벼운 문도 그와같이 하였다. 느슨하게 묶어 놓은 관 뚜껑을 그들이 들어 내자, 베로 둘러싸인 시체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때 예수께서는 잠시 하늘을 우러러보시며 큰소리로 기도하시고는 힘찬 음성으로 부르셨다. “라자로야, 나오너라!” 이렇게 부르시자 라자로의 시체가 베로 감싸인 채 일어나 앉은 자세를 취하였다. 밖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마구 안으로 몰려들었으므로 주님께서는 사도들에게 그 사람들을 내보내라고 명령하셨다. 제자들은 그들을 무덤 밖으로 나가게 하였다.
예수께서는 무덤 안의 관 옆에 서 있는 사도들에게 “그를 풀어 주어 가게 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그들은 라자로의 얼굴에서 천을 벗겨 내었는데 그의 모습은 잠에 취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뒤이어 사도들은 라자로의 손과 발에서도 천을 풀어 내어 밖으로 던졌으며, 밖으로부터 겉옷을 받았다. 그때 라자로는 관에서 일어났고 환영(幻影)처럼 비틀거렸다. 사도들은 라자로에게 겉옷을 둘러 주었다. 그는 몽유병 환자처럼 주님 곁을 지나서 입구쪽으로 걸어 나갔다. 입구에 있던 그의 누이들과 다른 여인들은 그에게 손대지 않고 유령을 보기라도 한 듯이 뒤로 물러나 엎드렸다. 그러나 라자로에 뒤이어 무덤 동굴에서 나오신 예수께서는 진지하면서도 다정하게 그의 두 손을 잡으셨다.
그때 사람들은 라자로의 집으로 갔다. 엄청난 수효의 군중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역력히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라자로는 군중들 사이를 통과하여 떠가듯이 걸었다. 그는 여전히 시체의 모든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듯했다. 예수께서는 그의 옆에서 걸으셨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흐느껴 울기도 하면서 불안과 놀라움 속에서 걸었다. 그들은 오래 된 큰 문을 통과하여 정자까지 이어지는 푸른 정원 울타리 샛길로 돌아왔다. 그 정자는 예수께서 라자로의 가족들과 제자들을 데리고 나오셨던 곳이었다. 집 밖에는 많은 군중들이 모여들어 아우성을 쳤다.
이곳에서 라자로는 수도회에 입회하는 사람처럼 예수 앞에 반듯이 누웠다. 이곳에서도 예수께서는 말씀을 해주셨다. 군중들에게 돌아가라고 말했는데, 그들은 그곳에서 일백 보 가량 떨어져 있는 라자로의 집으로 갔다.
그들은 종전까지 잠겨 있다가 이제 막 열려진 식당으로 들어갔고, 여인들은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갔다.
예수와 사도들 그리고 라자로는 따로 있었다. 사도들은 예수와 라자로 주위에 둘러서 있었고 라자로는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주님께서는 라자로의 머리 위에 오른손을 올려놓으시고는 그에게 번쩍이는 빛과 같은 숨을 일곱 번 불어넣으셨다. 그러자 라자로에게서 시커먼 증기 같은 것이 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검은색의 형상을 한 떠다니는 악령이, 둘러선 사람들의 바깥쪽 배후에 높이 떠서 이를 갈며 힘없이 떠나가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예수께서는 라자로를 당신의 일에 적합하도록 축성하셨고 세상과 세상의 죄악과의 관계로부터 그를 정결하게 해주셨으며 영적 은총으로 강건하게 해주셨다. 예수께서는 라자로에게 당신이 어떻게 그를 잠에서 깨워 돌보아주셨는지를 오랫동안 말씀해 주셨다. 그분은 라자로에게 당신이 유다인들로부터 큰 박해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을 말씀해 주셨다.
라자로는 수의(壽衣)를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그의 누이들과 친구들은 그를 포옹하였는데, 그 이유는 그전까지는 라자로의 모습이 시체의 형상과 비슷하여 두려움을 자아냈기 때문이었다. 또한 나는 라자로의 영혼이 몸을 떠난 후 고요하고 밝아 오는 고통 없는 곳에서 의인들, 곧 요셉, 요아킴, 안나, 즈가리야, 요한 등에게 구세주와 함께 멀리까지 오게 된 것을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
라자로는 예수의 입김에 의해 성령의 일곱 가지 은총을 받았으며 세속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게 되었다. 그는 다른 사도들에 앞서서 이 은총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그의 죽음을 통해 그가 위대한 신비를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른 세계를 보았던 것이다. 그는 이미 한 번 죽었다기 다시 살아났으며 그로써 그러한 은총을 받을 수 있었다. 라자로는 자신 안에 위대한 뜻과 위대한 신비를 간직하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동트기 전에 그전과는 약간 다르게 채비하시고 요한과 마태오와 함께 베다니아에서 예루살렘을 향해 가셨다. 그들은 도시를 우회하여 옆길로 어떤 집에 도착했는데 그 집에서 저녁 식사가 마련되었다. 그들은 그 집에서 낮 동안과 그 다음날 밤까지 조용히 머물렀다. 예수께서는 그곳에 있는 당신의 벗들에게 가르침을 주셨으며 강건하게 해주셨다. 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대사제들이 예수와 라자로의 일로 인해 모이는 것을 보았다.
베다니아에서 정오경에 큰 소동이 일어났다. 만일 그때 예수께서 그곳에 계셨더라면 그들은 예수를 돌로 쳐서 죽였을 것이다. 라자로는 몸을 숨겨야만 했고, 사도들도 그곳을 떠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베다니아에서 예수를 따르던 그분의 벗들도 피신하였다. 그러나 소란은 다시 잠잠해졌다. 사람들이 라자로를 처리할 만한 법이 없다는 것을 유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예수께서 이른 새벽에 요한과 마태오를 데리고 예루살렘에서 떠나시는 것을 보았다. 예수께서는 요르단 강 건너편으로 피하셨다. 나는 예수께서 당신이 어떻게 여행을 하게 되며, 사도들과 제자들이 당신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또한 그분은 제자들에게 복음을 가르쳐야 할 곳과 가르쳐서는 안 될 곳에 대해 말씀하셨으며 다시 당신과 만나게 될 곳을 알려 주셨다.
나는 오늘 아침 다섯시에 요르단 강 건너편에 있는 많은 제자들이 문이 열려 있는 어떤 목자의 다락방에서 예수께서 도착하시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는 그들이 데리고 온 키가 훤칠한 청년 세 명도 함께 있었다.
예수께서는 사도들보다 키가 크셨다. 그분은 몸을 똑바로 세우신 채 아주 바르게 걸으셨다. 주님께서는 뜨개질했거나 짜서 만든 갈색의 내복을 입고 계셨다. 세로로 줄무늬가 있는 그 옷은 아래로 넓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분은 그 옷 위에 폭 넓은 소매가 달린 길고 정교하게 만든, 양털처럼 흰 옷을 입고 계셨다. 허리에는 같은 종류의 천으로 만든 띠를 띠고 계셨는데, 주무실 때는 그 띠를 머리에 두르셨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들과 함께 있던 세 젊은이만 데리고 아브라함이 태어났던 곳인 갈대아와 우르 땅으로 해서 아라비아를 지나 이집트로 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분은 제자들에게 여기저기 변경(邊境)으로 흩어져 복음을 전해야 하며, 당신도 이르는 곳마다 복음을 전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석 달 후에 모두가 모이게 될 장소는 시카르의 야곱 우물이 될 것이라고 재차 확인해 주셨다.
동이 트자 예수께서는 동반하였던 사도들과 제자들과 헤어지시면서 그들의 손을 잡아 주셨다. 그들은 예수께서 열여섯 살에서 열여덟 살 된 세 소년만 동반하시는 것에 대해 매우 슬퍼하였다. 안드레아와 필립보와 베드로는 그들의 고향 쪽으로 그리고 다른 제자들은 변경 쪽으로 각기 흩어졌다. 예수께서는 안식일에 그쪽 방향으로는 유다의 마지막 도시가 되는 어떤 도시로 가고자 하셨는데, 내 생각에는 그 도시가 케다르 같았다.
예루살렘에서는 라자로의 일로 대규모의 소동이 일어났었다. 라자로가 살아난 기적의 진실성이 증명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개심하게 되었으며 예수께서는 그동안 그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게 하기 위해 멀리 떠나가셨다. 그런데 예수의 이 여행에 관한 기록은 하나도 없는데, 이는 사도들 중에 한 명도 그분과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도들 중의 누구도 예수께서 어디로 가셨는지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 나는 예수께서 가셨던 길을 보고 있는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최초의 기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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