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책 23권
30
1928년 1월 22일
‘피앗의 나라’의 도래를 끈질기게 간청하는 이유.
예수님 현존의 상실이라는 극단적 고통의 의미.
인간의 의지는 모든 것을 더럽히는 오염원이다.
1 ‘거룩하신 피앗’ 안에서 순례를 하는 동안, 모든 것을, 곧 하늘과 땅을 압도하여, 그 안의 모든 존재가 오직 하나의 뜻, 오직 하나의 목소리, 오직 하나의 심장 박동만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
그 모든 이에게 나의 목소리를 불어넣어, 모두가 나와 함께 “우리는 당신 뜻의 나라를 원합니다!” 하고 외치기를 바랐던 것이다.
2 그러므로 나는 바닷물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하려고 바다가 되고 싶었고, 빛에 내 목소리를 주기 위하여 태양이 되고 싶었고, 별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모두가 이렇게 말하도록 하기 위해 하늘이 되고 싶었다.
“당신의 나라가 오시게 하소서. ― 당신의 피앗이 알려지게 하소서.”
3 또한 나는 천국에도 들어가서 모든 천사와 성인들이, 그리고 천상 엄마까지도 이렇게 말씀하시게 하고 싶었다.
“흠숭하올 삼위일체 하느님, 더 이상 지체하지 마시고 서둘러 주십시오. 저희는 당신께 간청하며 촉구합니다. 당신의 뜻이 땅에도 내려오시어 스스로를 알리시며, 하늘에서와 같이 다스리시게 하소서.”
4 그런데, 그런저런 행동을 하다 보니 - 그것을 일일이 다 기록하면 이 글이 너무 길어질 것이다. - ‘내가 이처럼 끈질기게 자꾸 간청하며 마음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분의 피앗이 땅에서도 통치하시기를 간청하지 않는다면, 다른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보일 정도가 아닌가?’
5 그러자 복된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기동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너를 몰아붙이며 그토록 끈질기게 간청하게 하고, 너로 하여금 네 안의 모든 것을 움직여 내 뜻의 나라가 땅에도 오도록 외치게 하는 이가 누구인지를 네가 안다면, 무척 큰 놀라움에 잠길 것이다.”
6 “저의 사랑이시여,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는 이가 대체 누구입니까?” 하고 내가 묻자 그분은 자애롭기 그지없는 음성으로 “알고 싶으냐?” 하시며 말씀을 이으셨다.
“너를 그렇게 하도록 몰아붙이는 이는 바로 내 뜻 자신이다. 내 뜻이 스스로를 알리며 다스리기를 원하는 한편, ‘내 뜻의 작은 딸’이 온갖 방식으로 내 뜻을 몰아붙이고 모든 것을 움직이면서, 더없이 강력한 수단으로, 내 뜻이 땅에도 오도록 모든 이와 함께 끈질기게 간청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7 너의 그 고집스러운 끈질김은 내 뜻의 열망과 끝없는 관심과 그 자신을 사람들에게 내주고자 하는 집요함의 표징이며 상징이다.
또 네가 모든 것을 움직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내 뜻도 모든 것을, 곧 바다와 태양과 하늘과 바람과 땅을 움직이고 싶어 한다. 그 모든 것이 사람들을 움직여 내 뜻을 알아보고 받아들이며 사랑하게 하려는 것이다.
8 내 뜻은 그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보면 그 즉시 창조된 만물의 너울을 찢을 것이고, 여왕이신 어머니가 당신 자녀들을 열망하듯이, 내 뜻 자신이 숨어 있었던 그들의 내부에서 밖으로 나와 스스로를 드러내면서 내 뜻의 자녀들을 껴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서 다스리며 그들에게 재보와 평화와 거룩함과 행복을 줄 것이다.”
9 그 뒤, 내가 다정하신 예수님의 현존을 잃은, 길고 긴 날들이 지나갔다. 나는 심한 고통으로 기진맥진한 느낌이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전날 그분께서 내게 일러주신 말씀을 기록할 수 없었다.
그분은 내가 글을 쓸 힘이 없는데도 그렇게 하려고 몹시 애쓰는 것을 보시고,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셨다. 그리고 측은해하시는 어조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10 “가엾은 딸아, 용기를 내고, 실망하지 마라. 나의 상실로 인한 고통은 정녕 끔찍한 고통이다. 내가 숨어서 받쳐 주지 않으면, 죽지 않고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다.
너를 그처럼 괴롭히는 것이 바로 내 거룩한 뜻이기에 더욱 그렇다. 내 거룩한 뜻은 무한하고 영원한 고로, 너의 작음이 그 무한성의 무게에 짓눌려 부서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11 하지만, 내 딸아, 너는 알아야 한다. 이는 내 뜻이 자신의 작은 딸인 너에게 주는 큰 사랑이라는 것을. 내 뜻의 빛이 너의 영혼뿐만 아니라 너의 육신도 본디 상태로 되돌리기를 원하는 것이다.
12 그러기에 내 뜻은 그것을 가루처럼 부스러뜨리고, 너라는 그 먼지 가루에 내 뜻의 빛과 열로 생명을 불어넣으며, 인간적인 뜻의 싹이나 기질은 완전히 제거하기를 원한다.
너의 영혼과 육신이, 곧 모든 것이 성화되게 하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네 존재의 더할 수 없이 작은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내 뜻에서 생명과 축성을 받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13 그러기에 네가 겪는 그 극심한 고통은 내 뜻에 속해 있지 않는 것을 태워 없애는 작업일 따름이다. 너는 인간적인 뜻이 사람을 더럽히는 오염원(汚染源)임을 모르느냐?
그것은 극히 작은 틈이나 구멍만 있어도 뚫고 들어와서 더없이 거룩한 것들과 무죄한 이들을 더럽히고 만다.
14 내 뜻은 사람을 내 뜻의 거룩하고 살아 있는 성전으로 삼고 그 안에 내 뜻의 옥좌와 거처 및 내 뜻의 통치 체제와 영광을 넣어 두었으므로, 사람이 자신의 의지가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면, 아주 조금만 들어오게 했다고 해도, 내 뜻 자신의 성전과 옥좌와 거처와 통치 체제 및 영광마저 오염되었다고 여긴다.
15 이 때문에 내 뜻은 너에 대한 모든 것에, 심지어 나 자신의 현존에도 손을 대려고 한다. 너에 대한 내 뜻의 지배가 절대적인지, 즉, 홀로 내 뜻만이 네 안에서 너를 지배하는 최고권을 가지는 것에 네가 만족하고 있는지 보려는 것이다.
16 네 안에 있는 모든 것이 거룩한 뜻에 (속해 있으면) 이 거룩한 뜻이, ‘나는 확신한다. 이 사람은 나에게 아무 것도 거절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자기 예수의 현존마저 희생으로 바쳤다. 그러니 내 나라는 안전하다.’ 하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7 이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그분의 현존에 의해 기운이 나는 것을 느꼈으나, 말씀의 내용 때문에 쓰라린 비통도 동시에 느꼈다. 그 비통 속에서 그분께 이렇게 부르짖은 것이다.
“저의 사랑이시여, 그래서 귀양살이하는 이 보잘것없는 자에게 더 이상은 오시지 않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러면 저는 어떻게 지내야 합니까? 당신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18 그러자 예수님은, “아니다. 아니다. 게다가, 내가 네 안에 있는데, 어디에서 오겠느냐? 평안히 머물러 있어라. 네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이겠다. 나는 네게서 떠난 것이 아니라 너와 함께 남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