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뜻의 오늘

5월 25일 -5월 중 매일 천상 여왕님께 바치는 기도

Skyblue fiat 2017. 5. 25. 08:41



5월 중 매일 천상 여왕님께 바치는 기도


원죄 없는 여왕이신 천상 어머니,

어머니께 바쳐진 이 달에

아기처럼 어머니 무릎 위에 올라와서

저 자신을 어머니 팔에 맡기며 뜨거운 갈망으로 청하오니,

저에게 '하느님 뜻의 나라'에서 사는

더없이 큰 은총을 허락해 주소서.

 

거룩하신 엄마,

하느님 뜻의 나라의 여왕이신 엄마께서

하느님 뜻의 나라 안에 저를 받아들이시어

엄마의 아기로 살게 하시고,

엄마의 자녀들이 다시는 떠나지 않고

이 나라에서 함께 살게 하소서.

 

지고하신 여왕님, 여왕님께 저 자신을 맡기오니

하느님 뜻의 나라 안으로 제 발길을 이끄소서.

여왕님의 모성적인 손에 매달리는 저의 온 존재를 이끄시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영원히 살게 하소서.

 

여왕님께서는 또한 저의 엄마가 되어 주시어,

제 엄마이신 당신께 맡기는 제 뜻을

하느님의 뜻으로 바꾸어 주소서. 그리하여

제가 결코 그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없게 하소서.

 

그러므로 청하오니, 저를 비추어 주시어,

'하느님 뜻'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게 하소서.

 

(성모송)

 


<이 달에 바칠 작은 희생>

아침과 낮과 저녁에, 그러니까 하루 세 번, 네 천상 엄마의 무릎에 올라 앉아 이렇게 말하여라 :


"엄마, 사랑합니다. 엄마도 저를 사랑하시니

제 영혼에 하느님 뜻을 한 모금 주십시오.

그리고 엄마의 축복도 주시어,

제가 무슨 일을 하든지

엄마의 모성적인 눈길 아래에서 하게 해 주십시오."



동정마리아

제25일

 

하느님 뜻의 나라의 천상 여왕.

‘하느님 피앗의 나라’의 상징이며 실재인

나자렛 성가정.

숨은 생활.

예수님의 생명과 모든 선의 수탁자요

샘이며 수로이신 마리아.

 

 

 

지존하신 여왕님께 바치는 기도

 

1 지극히 자애로우신 엄마, 제가 또 엄마의 무릎 아래로 왔습니다. 아기 예수님과 함께 계신 엄마는 예수님을 어루만지시며 당신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예수님께서는 그분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2 오, 예수님과 그분의 어머니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은 보기에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사랑의 열정이 너무나 큰 나머지 – 황홀해서 – 말씀을 뚝 멈추기도 하십니다. 어머니는 아드님 안에, 아드님은 어머니 안에 계시는 것입니다.

 

3 거룩하신 엄마, 저를 빼놓지 마시고 엄마와 함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말씀을 귀담아들으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언제나 하느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을 이루는 법을 배울 수 있겠습니다.

 

 

천상 여왕님의 훈화

 

4 극진히 사랑하는 얘야, 나도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하느님의 지고하신 ‘피앗’이 내 안에 한층 더 확장시키신 나라에 대하여 계속 가르침을 주려고 말이다.

 

5 이제 너는, 나자렛의 작은 집이 이 엄마와 사랑스럽고 다정하신 예수님과 성 요셉에게는 낙원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소중한 아들 예수님은 ‘영원하신 말씀’이시기에 그분 자신의 힘으로 (곧 본성적으로) 하느님 뜻의 나라를 내부에 소유하고 계셨다. 그 작은 인성 안에 빛과 거룩함과 끝없는 기쁨과 지복의 무한한 바다들이 있었다.

 

6 내가 하느님 뜻의 나라를 소유한 것은 은총으로 말미암은 것이기에 나는 사랑하올 예수님처럼 무한성을 내포할 수는 없었다.

  그분은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셨지만 나는 항상 그분의 유한한 피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느님의 ‘피앗’은 그 자신의 빛과 성덕과 사랑과 아름다움과 행복의 바다들을 이룰 정도로 내 안에 충만하셨다.

 

7 그러니 빛과 사랑과 하느님 뜻이 소유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서 뿜어져 나왔고, 그것도 얼마나 세차게 뿜어져 나왔는지, 성 요셉은 우리의 그 반사광에 가려지고 잠기곤 하면서 그것으로 살아갔다.

 

8 사랑하는 얘야, 이 나자렛 집에서는 하느님 뜻의 나라가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우리의 모든 행위들, 곧 잔일들을 한다든가 불을 피운다든가 식사 준비를 하는 따위 모든 일 하나하나가 ‘지고하신 의지’에게서 생기를 받고 있었고, 순수한 사랑의 거룩함이라는 건실한 토대 위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9 따라서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것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모든 행위로부터 엄청난 기쁨과 행복과 지복이 터져 나오고 있었으니, 흡사 억수같이 쏟아지는 새로운 기쁨과 형언할 수 없는 만족의 소나기를 맞고 있는 느낌이었다.

 

10 얘야, 네가 알아야 할 것은 하느님의 뜻은 본성상 기쁨의 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하느님의 뜻이 사람 안에서 다스리실 때면, 그 사람의 모든 행위마다 당신 뜻의 새롭고도 계속적인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을 낙으로 여기신다는 것이다.

 

11 오,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일체가 평화였고, 지고한 일치였다. 그러니 우리는 각자가 서로에게 순종하는 것을 영예로 여겼다.

  (이 점에서) 내 사랑하는 아들도 지지 않을세라 성 요셉과 내게서 이런저런 잔일들을 하라는 명령을 받기를 원하셨다.

 

12 당신 양부를 도와 목수 일을 하거나 식사를 하는 내 아들을 보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었는지! (내 아들이며 하느님이신) 그분께서는 그러한 행위들을 통하여 사람들의 선익을 위한 은총의 바다들을 수없이 흘려보내시는 것이었다.

 

13 사랑하는 얘야, 그러니 내 말에 귀 기울여라. 이 나자렛 집에서는 하느님 뜻의 나라가 너의 이 엄마와 내 아들의 인성 안에 이루어져 있었으니, 그것은 인류 가족이 이 하느님 뜻의 나라라는 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 그들에게 선물로 주려는 것이었다.

 

14 그런데 비록 내 아들은 왕이고 나는 여왕이었지만, 우리는 백성이 없는 왕이며 여왕이었다.

모든 사람을 수용하고 모두에게 생명을 줄 수 있는 우리의 나라가 그렇게 텅 비어 있었으니, 이 거룩한 나라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인류를 준비시키기 위하여 먼저 구원 사업부터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15 그런데 이 나라를 소유한 내 아들과 나는 인성으로는 인류 가족에 속하고, 하느님의 ‘피앗’과 육화하신 ‘말씀’으로는 하느님 가족에 속해 있었다.

  이 때문에 인류가 결국 이 나라에 들어올 권리를 받게 되었으니, 하느님께서 이 권리를 주시면서 문을 열어 두시어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들어오게 하신 것이다.

 

16 따라서 꽤 긴 기간에 걸친 우리의 숨은 생활은 사람들에게 하느님 뜻의 나라를 준비시키는 데에 소용되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지고하신 피앗’이 내 안에서 역사하신 바를 네게 알려 주어 네 뜻을 잊어버리게 하고 싶었다.

  네가 이 엄마의 손을 잡음에 따라, 내가 너를 위하여 매우 큰 사랑으로 준비한 선들 속으로 너를 인도할 수 있으니 말이다.

 

17 말해 보아라, 내 마음의 아기야, 너는 나에게 만족을 주겠느냐? 또 네 사랑이요 내 사랑이신 예수님께도 만족을 드리겠느냐?

  우리는 이 거룩한 나라에서 큰 사랑으로 너를 기다리고 있다. 너와 함께 살기 위해서, 또 우리 모두가 오직 하느님의 뜻으로만 살기 위해서다.

 

18 사랑하는 얘야, 이제 내 소중한 예수님께서 이 나자렛 집에서 내게 베푸신 사랑의 또 다른 특성에 대해서 들어 보아라. 그분은 나를 당신 생명 자체의 수탁자(受託者)로 삼으셨다.

 

19 하느님께서 어떤 일을 하실 때에는 그것을 보류하거나 빈 공간에 버려두시는 법이 없다. 언제나 그 일 전체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으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당신 일들을 무용지물이 되게 하실 위험이 있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아들은 당신 자신의 일과 말씀과 고통 및 모든 것을 내 안에 넣어 두셨다.

  호흡마저 당신 엄마에게 맡기셨으니, 우리의 조그만 방으로 물러가 있을 때면 앞으로 일반 사람들에게 드러나게 가르치실 모든 복음과 제정하실 성사들에 대해서 내게 부드럽게 다정하게 이야기하곤 하셨고, 그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기셨다.

 

21 그분은 그렇게 일체를 내 안에 위탁하시면서 나를 영구적인 수로와 샘으로 정하셨다. 그분의 생명, 그분의 모든 선이 – 모든 사람의 선익을 위하여 – 죄다 내게서 나오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 사랑하는 아들 예수께서 행하신 모든 것이 내 안에다 맡겨져 있음을 알았으니, 나는 얼마나 엄청난 부요함과 행복을 느꼈겠느냐!

 

22 내 안에서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뜻이 내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을 주셨으므로, 예수님께서는 구속 대업을 위한 사랑과 영광을 당신 어머니에게서 그 보답으로 받으셨다.

  그러니 나는 결코 내 뜻을 행하지 않고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행한 덕분에 하느님에게서 모든 것을 받았다. 내가 받지 못했던 것이 무엇이었느냐?

 

23 그분은 모든 것을, 심지어 내 아들의 생명까지도 내 처분에 맡겨 주셨다. 내 아들의 생명은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지만, 나는 또한 그 생명을 불어나게 하여, 사랑으로 내게 간청하는 모든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능력도 있었던 것이다.

 

24 얘야, 이제 한마디만 더 하겠다. 네가 결코 네 뜻을 따르지 않고 항상 하느님 뜻을 행하며 하느님 뜻 안에서 산다면, 네 엄마인 내가 네 영혼 안에 내 아들의 모든 선을 위탁하겠다.

  오, 그러면 너는 얼마나 큰 행복감을 맛보겠느냐! 너에게 모든 것을 주실 하느님의 생명을 네가 한껏 소유할 것이고, 나는 너의 참 엄마로서 그 생명이 네 안에서 자라나 하느님 뜻의 나라를 이루도록 너를 돌보아 줄 것이니 말이다.

 

   

영혼의 응답

 

25 거룩하신 엄마, 엄마의 팔 안에 저를 맡깁니다. 저는 엄마의 돌보심이 너무나 필요한 작은 아기입니다. 간절히 청하오니, 저의 이 뜻을 가져가시어 엄마의 마음 안에 가두시고 다시는 돌려주지 마십시오.

  그래야 제가 언제나 하느님 뜻으로 사는 행복을 누릴 것이고, 어머니와 사랑하올 예수님께 만족을 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작은 희생 : 오늘 나를 공경하려면, 나자렛 집을 세 번 찾아와서 이 성가정에 경의를 표하면서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과 ‘영광송’을 세 번 바치고, 우리 가운데에서 살도록 너를 받아들여 주십사고 우리에게 간청하여라.

 

  환호 : 예수님, 마리아님, 성 요셉, 저도 함께 데려가시어 하느님 뜻의 나라에서 살게 해 주소서.

 

 








제24시간

오후 4시 - 5시

 

무덤에 묻히시다.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의 비탄

 

═ 준비기도 ═

 

오, 저의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의 거룩하신 현존 안에 엎드려

사랑이 지극하신 성심께 간청하오니,

저로 하여금 당신께서 24시간 동안 겪으신

고난의 묵상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소서.

 

그 때 당신께서는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기까지

당신의 흠숭하올 몸과 지극히 거룩하신 영혼으로

그토록 많은 고난을 받기를 원하셨나이다.

 

이제 제가 ‘제( 24 )시간’을 묵상하는 동안

도움과 은총과 사랑과 당신을 동정하는 마음과

당신 수난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해 주소서.

 

제가 묵상하지 못하는 시간들에 대해서는

그 시간들을 묵상하려는 의지를 봉헌하오며,

일과에 전념하거나 잠에 빠져 드는 때에도

이 지향으로 그들을 묵상하겠나이다.

 

오, 자비로우신 주님,

저의 이 사랑 깊은 지향을 받아들이시어,

제가 하고자 하는 바대로 거룩하게 이미 실행한 것처럼,

저와 모든 이에게 유익이 되게 해 주소서.

 

오, 제 예수님,

기도를 통하여 당신과 결합하도록

저를 불러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저는 더욱더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하여

당신의 생각과 말씀과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제 온 존재로

당신의 뜻과 사랑 안에 녹아들고자 하나이다.

이제 팔을 벌려 당신을 포옹하며

당신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시작하겠나이다.

 

 

 

 

 

1 고통에 잠기신 엄마, 제가 보니, 엄마는 마지막 희생을, 곧 숨을 거두신 아들 예수님을 무덤에 묻어야 하는 희생을 치를 마음의 준비가 되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맡기시고 동반하시어, 그분을 당신 자신의 손으로 무덤에 안치하십니다.

 

2 그러나 그 팔다리와 몸을 가지런히 정돈한 후 작별 인사와 마지막 입맞춤을 하시려고 하는 순간, 고통 때문에 심장이 가슴에서 뜯겨 나가는 느낌이 드십니다.

  사랑이 엄마를 예수님의 지체에 못 박으니, 사랑과 고통으로 말미암아, 생명이 없는 아드님과 함께 어머니의 생명도 바야흐로 꺼지려고 합니다.

 

3 가엾으신 엄마, 예수님 없이 어떻게 지내시겠습니까? 그분은 엄마의 생명 - 엄마의 모든 것이 아니십니까?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는 것이 영원하신 분의 뜻입니다.

  엄마는 그러니까 뛰어넘을 수 없는 두 개의 힘, 곧 사랑과 하느님의 뜻 사이에서 싸워야 하십니다.

 

4 사랑은 엄마를 못 박아 예수님에게서 떨어질 수 없게 하고, 하느님의 뜻은 위압적으로 희생을 요구하십니다. 가엾으신 엄마, 어떻게 하시렵니까? 저는 엄마가 너무 애처롭습니다! 오, 하늘의 천사들이여, 어서 와서 딱딱하게 굳은 예수님의 지체에서 엄마를 일으켜 주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엄마마저 돌아가시겠습니다!

 

5 그런데 오,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예수님과 함께 숨을 거두신 것 같았던 엄마의 음성이 들립니다. 흐느낌 때문에 끊어지곤 하는 떨리는 음성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6 “사랑하는 아들아, 오, 아들아, 네 지극히 거룩한 몸의 이 상처들에 나 자신을 쏟아 부으며 엎드려 경배하고 입 맞추는 것이 내게 남은 유일한 위안이었고, 내 고통을 반감시켜 주는 것이었다.

  이제 이 위안마저 내게서 앗아 가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니, 나로서는 그분의 뜻에 맡길 수밖에 없다.

 

7 하지만 알아다오, 아들아, 그렇게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그 생각만 해도 힘이 다 빠지고 생명의 숨줄이 끊어지는 것 같다.

  오, 아들아, 여기에서 떠나갈 수 있는 힘과 생명을 받도록, 부디 내 온 존재를 네 안에 묻고, 너의 생명과 고통과 보속과 있는 그대로의 너 전부를 가지게 해 다오.

  그렇다. 너와 나 사이의 이 생명의 교환만이 네게서 떠나는 희생을 감수할 힘을 내게 줄 수 있다.”

 

8 괴로움에 싸이신 엄마, 제가 보니, 그렇게 결심을 하신 후에도 엄마는 다시 예수님의 지체들을 매만지며 예수님의 머리 안에 엄마의 머리를 넣으십니다. 즉, 예수님의 머리에 입 맞추면서 엄마의 생각들을 그분의 머리 안에 넣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가시들과 모욕에 시달리며 괴로워하신 그분의 생각들 및 그분께서 지극히 거룩하신 머리로 겪으신 모든 것을 엄마의 것으로 가지십니다.

 

9 오, 당신의 지성으로 예수님의 지성에 생명을 불어넣기를, 그리하여 생명이신 분께 생명을 드릴 수 있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시는지!

  그러고 나자 엄마는 이제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십니다. 예수님의 생각과 가시들을 당신의 정신 속에 넣으셨기 때문입니다.

 

10 고통에 잠기신 엄마, 예수님의 생명 없는 눈에 입 맞추시는 엄마가 보입니다.

  예수님께서 이제 엄마를 못 보시는 것을 보니 제 가슴도 미어지도록 아픕니다. 그분의 눈길이 얼마나 자주 엄마를 낙원(의 지복)으로 충만케 하셨으며, 죽음에서 삶으로 일으키곤 하셨습니까!

 

11 그런데 그 눈길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어졌으니, 엄마는 자신의 죽음을 느낄 수밖에 없으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눈 속에 엄마의 눈을 넣고, 예수님의 눈과 눈물을, 사람들의 죄와 수많은 모욕과 조롱을 보신 예수님의 쓰디쓴 쓰라림을 엄마의 것으로 가지십니다.

 

12 (영혼이) 꿰찔리신 저의 엄마, 그리고 저는 엄마가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귀에 입 맞추시는 모습을 봅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예수님을 부르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13 “내 아들아, 네가 이제 내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나의 아주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았던 네가 아니냐?

  지금은 내가 소리 내어 울며 너를 부르고 있는데도 들을 수 없다니! 아, 사랑이야말로 더없이 잔인한 폭군이로구나!

 

14 내게는 네가 내 생명보다 더 귀한 존재였다. 그런데 내가 이제 이런 고통을 치르고도 살아남아야 한단 말이냐?

  그러니 오, 아들아, 너의 청력(聽力) 속에 내 청력을 남겨 두고, 네 거룩한 귀로 겪은 것과 네 귓속에 울려 퍼지던 모욕들의 반향은 내가 가져야 하겠다. 너의 고통, 너의 비통만이 내게 생명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15 엄마는 이 말씀을 하시면서 마음이 너무 슬프고 괴로워 말문이 막히신 채 옴짝도 못하십니다. 가엾으신 엄마, 가엾으신 엄마, 저는 엄마가 너무 애처롭고 불쌍합니다! 얼마나 번번이 가혹한 죽음을 겪곤 하시는지!

 

16 그러나 하느님의 뜻이 그 엄위로 엄마를 움직이게 하십니다. 엄마는 그러므로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한 얼굴을 보시고 입 맞추시면서 부르짖으십니다.

 

17 “사랑스러운 아들아, 네 얼굴이 어찌 이다지도 상했느냐! 네가 내 아들이요 내 생명이며 내 전부라는 것을 사랑이 내게 일러주지 않았다면 알아볼 수도 없을 지경이 되었다!

  너의 아름다움이 추함으로 변했고, 뺨은 얻어맞아 멍투성이가 되었고, 오, 사랑하는 아들아, 보기만 해도 천상의 지복을 느끼게 하던 네 얼굴의 빛과 은혜로움이 이제는 죽음의 창백함으로 바뀌고 말았구나.

 

18 아들아, 네가 어떤 모습이 되고 말았는지! 죄라는 것이 네 지극히 거룩한 지체에 얼마나 흉악한 짓을 저질렀는지! 아, 너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이 엄마는 네 본래의 아름다움을 되돌려 줄 수 있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19 그러므로 네 얼굴 안에 내 얼굴이 녹아들게 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네 얼굴을, 네가 이 지극히 거룩한 얼굴에 받은 타격과 침과 조롱과 그 모든 고통을 나를 위해서 가지겠다.

  아, 그렇다, 아들아, 내가 살아 있기를 원한다면 너의 고통들을 다오. 그러지 않으면 나는 죽을 것이다!”

 

20 그러자 격한 슬픔에 숨이 막혀 말씀을 멈추십니다. 그리고 마치 숨을 거두신 것처럼 예수님의 얼굴 위에 엎드려 계십니다. 가엾으신 엄마, 저는 엄마가 너무 불쌍하고 애처롭습니다!

 

21 나의 천사들이여, 와서 엄마를 위안해 주십시오. 그분의 고통은 한정이 없습니다. 고통이 홍수처럼 밀어닥쳐 엄마를 잠그고 숨 막히게 하며 더 이상 생명이나 힘을 남겨 두지 않습니다.

 

22 그렇지만 하느님의 뜻은 엄마를 잠그는 이 드센 물살을 가르면서 엄마에게 생명을 돌려주십니다.

 

23 그래서 이제 엄마는 예수님의 입으로 옮아가십니다. 예수님의 입에 입 맞추시면서 이 입을 그토록 쓰게 했던 쓸개즙의 맛을 입술로 느끼십니다. 그리고 흐느껴 우시며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24 “아들아, 이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려무나. 내가 네 음성을 다시 못 듣는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네가 생전에 내게 해 준 모든 말이 같은 수의 화살들과 같이 내 마음에 고통과 사랑의 상처를 내었는데, 네가 지금 입을 다물고 있으니 그것들이 갈가리 미어진 내 마음 속에서 또다시 술렁대면서 나로 하여금 수없이 많은 죽음을 겪게 한다.

 

25 그리고 억지로라도 네게서 마지막 말을 뽑아내려고 한다. 그래도 그것을 받지 못하자 나를 괴롭히면서 이렇게들 말한다.

  ‘그런즉 어머니는 이제 그분의 말씀을 들으실 수 없어요. 그 창조적인 말씀의 감미로운 어조와 음색을 다시는 들으실 수 없다니까요.’

 

26 과연 너의 말은 네가 내 안에 창조한, 같은 수의 낙원이었다. 아, 그 낙원이 끝장나고, 쓰디쓴 쓰라림만 내게 남았구나! 아, 아들아, 그러니 내 혀를 너에게 주어, 너의 혀에 생기를 불어넣겠다.

  너는 나에게 네가 이 거룩한 입으로 겪은 모든 것 – 그 쓸개즙의 쓴맛과 불타는 목마름과 보속과 기도를 다오. 그 모든 것을 통해 네 목소리를 들으면 내 고통을 더 잘 견딜 수 있으리니, 이 엄마는 네 고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27 심한 고통에 싸여 계신 엄마, 그럼에도 이제 서두르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무덤 입구를 막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거의 날아가듯 급히 옮아가시어 예수님의 손을 부여잡고 입 맞추시며 엄마의 가슴에 붙여 안으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손 안에 어머니의 손을 넣어 이 지극히 거룩한 손이 겪으신 고통과 상처들을 엄마를 위하여 간직하십니다.

 

28 그런 후 예수님의 발로 급히 넘어가시어, 못에 뚫린 잔혹한 상처들을 보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발안에 엄마의 발을 넣으시고 그 상처들을 간직하십니다. 또 예수님 대신 죄인들을 뒤쫓아 지옥문에서 잡아채기 위하여 엄마 자신을 바치십니다.

 

29 고뇌에 찬 엄마, 이제 엄마는 창에 찔리신 예수님의 성심에 마지막 작별을 고하려고 하십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추십니다.

  엄마의 모성적인 심장이 마지막 습격을 받은 셈이니, 격렬한 사랑과 고통으로 말미암아 가슴에서 심장이 잡아 뜯기는 느낌이 들더니 그것이 스스로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한 심장 속으로 달려가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30 그러자 엄마는 심장이 없는 자신을 보시고 서둘러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한 심장을 당신의 가슴 안으로 가져가십니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서 배척받은 예수님의 사랑을, 그들의 배은으로 이루지 못한 그분의 열망을, 또 앞으로 남은 생애 동안 당신을 못 박힌 상태로 있게 할 그분 성심의 고통과 꿰뚫린 상처를 간직하십니다.

 

31 그리고 엄마는 예수 성심의 그 벌어진 상처를 보면서 입 맞추시고, 그 피를 핥기도 하십니다. 이윽고 예수님의 생명이 당신 안으로 흘러드는 것을 느끼시자 이 쓰라린 이별을 할 수 있는 힘도 얻으십니다.

  그래서 엄마는 예수님을 껴안으신 다음 사람들에게 돌로 무덤을 막도록 허락하십니다.

 

32 비탄에 잠기신 엄마, 울면서 당신께 간청하오니, 이제부터 저희가 예수님을 못 뵙는 일이 없게 해 주십시오. 제가 먼저 저 자신을 예수님 안에 넣도록 기다려 주십시오. 제 안에 예수님의 생명을 간직하려는 것입니다.

 

33 티 없이 깨끗하고 온전히 거룩하며 은총이 가득하신 당신께서 예수님 없이 사실 수가 없다면, 나약하고 비천하며 죄가 가득한 저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분 없이 대체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비탄에 잠기신 엄마, 제발 저를 홀로 버려두지 마시고, 어머니와 함께 있도록 데려가 주십시오.

 

34 그러나 우선 저 자신을 온전히 예수님 안에 넣어 주십시오. 제게서 모든 것을 비워 주십시오. 엄마가 예수님을 엄마 안에 모신 것처럼 저도 그렇게 예수님을 온전히 제 안에 모시기 위함입니다.

 

35 그러니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엄마에게 주신 모성적 임무를 제게서 시작하시어, 어머니다우신 그 마음으로 저의 이 극심한 가난을 깨부수시고, 엄마 자신의 손으로 저를 완전히 예수님 안에 넣어 주십시오.

 

36 제 정신 안에 예수님의 생각을 넣어 다른 어떤 생각도 들어오지 않게 하시고, 제 눈 안에 예수님의 눈을 넣어 그분께서 제 눈길에서 달아나시는 일이 없게 하시고, 제 청력 안에 예수님의 청력을 넣어 제가 언제나 그분 말씀을 여겨듣게 하시고 매사에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을 이루게 해 주십시오.

 

37 또 제 얼굴 안에 예수님의 얼굴을 넣어 저에 대한 사랑으로 그토록 손상된 그분을 보면서 사랑과 따뜻한 동정심과 보속을 드리게 하시고, 제 혀 안에 예수님의 혀를 넣어 그분의 혀로 말하고 기도하며 가르치게 하시고, 제 손 안에 예수님의 손을 넣어 제가 하는 활동과 이루는 업적마다 그분의 업적과 활동에서 생명을 얻게 하시고, 제 발 안에 예수님의 발을 넣어 제가 옮기는 걸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구원의 생명, 힘의 생명, 열성의 생명이 되게 해 주십시오.

 

38 심한 고난을 겪고 계신 엄마, 이제 제가 예수님의 성심에 입 맞추고 그분의 지극히 보배로우신 피를 핥게 허락해 주십시오.

  엄마가 친히 제 마음 안에 예수님의 성심을 넣어 주시어, 제가 그분의 사랑으로, 그분의 갈망으로, 그분의 고통으로 살게 하십시오. 끝으로, 싸늘하게 식은 예수님의 오른손을 잡으시어 저에게 마지막 축복을 내리시게 해 주십시오.

 

39 사람들이 이제 큰 돌로 무덤을 막으려고 합니다. 엄마는 몹시 괴로워하시며 무덤 (바닥)에 입 맞추십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예수님께 작별을 고하고 무덤을 떠나십니다. 하지만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피가 얼어붙어 온몸이 거의 굳어버린 듯합니다.

 
40 (영혼이) 꿰찔리신 엄마, 엄마와 함께 저도 예수님께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울면서 엄마에게 동정심을 표현하고, 쓰디쓴 비탄 중에 계신 엄마와 함께 있겠습니다.

  곁에 머물러 있으면서, 탄식과 극심한 고통과 슬픔의 회오리가 몰아칠 때마다 위로의 말씀과 따뜻한 연민의 눈길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의 눈물을 모아 두고, 혹시 기절이라도 하시면 제 팔로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41 그런데 엄마는 이제 이리로 오셨던 길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몇 걸음 못 가서 벌써, 예수님께서 그토록 많은 고난을 받으시고 숨을 거두신 십자가가 저 앞에 보입니다.

  엄마는 달려가서 십자가를 껴안으십니다. 십자가가 피로 얼룩져 있는 것을 보시자 예수님께서 그 위에 달려 겪으신 고통들이 저마다 마음속에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42 그러자 북받쳐 오르는 슬픔에 휩싸여 이렇게 외치십니다.

  “오, 십자가야, 너는 내 아들에게 어찌 그리도 잔인할 수 있었느냐? 아, 그에게 그토록 가차 없이 굴다니, 내 아들이 네게 무슨 잘못이라도 범했더란 말이냐?

 

43 너는 이 고통에 찬 엄마가 목말라하는 아들에게 물 한 모금 주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바짝 메마른 입에 쓸개즙과 식초를 주었다!

  나는 내 꿰찔린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고, 이 심장 녹은 물이라도 갈증으로 타는 아들의 입술에 대어 주고 싶었건만, 거절당하는 나를 보는 슬픔만 맛보았을 뿐이다.

 

44 그렇다, 오, 십자가야, 너는 잔인하다. 잔인하지만 또한 거룩하다. 내 아들과의 접촉으로 말미암아 성화되고 신화되었기 때문이다!

  내 아들에게 쏟아 부은 그 잔인함을 가련한 사람들에 대한 자비로 바꾸어라. 그리고 내 아들이 네 위에서 겪은 고통으로, 고통 받는 영혼들을 위한 은총과 힘을 간청하여라. 그러면 그들 가운데 한 사람도 환난과 십자가 때문에 멸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45 나는 너무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영혼들을 얻는다. 그것은 천주 성자의 생명을 바쳐야 할 만큼 비싼 대가이니, 오, 십자가야, 나는 공동 구속자요 어머니로서 영혼들을 너에게 묶는다.”

  그리고 엄마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거듭 십자가에 입 맞추신 뒤 그 자리를 떠나십니다.

 

46 가엾으신 엄마, 저는 엄마가 너무 애처롭고 불쌍합니다! 걸음을 옮기실 때마다 새로운 고통이 치밀어 오르면서 점점 더 크고 더 쓰라린 아픔이 됩니다. 이것이 홍수처럼 몰려와 엄마를 가라앉힐 기세인지라 매순간 죽음을 겪곤 하십니다.

 

47 얼마를 더 걸었을까, 이번에는 오늘 아침, 기진맥진한 상태로 피를 줄줄 흘리며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만나신 지점에 이르십니다.

  예수님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핏방울을 뚝뚝 떨어뜨리시며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중이었고, 머리에 가시다발을 쓰고 계셨는데, 타격을 받으실 때마다 가시들이 십자가에 부딪히며 점점 더 깊이 파고들어 죽음의 고통을 겪으시게 했습니다.

 

48 예수님은 엄마와 눈이 마주치시자 따뜻한 동정심의 표현을 기대하셨지만, 군사들은 두 분에게 그 위안마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을 떼밀어 넘어지시게 하였고, 이 때문에 새로운 피를 쏟으시게 했을 뿐입니다.

 

49 엄마는 이제, 그 피를 빨아들인 땅을 보시고 꿇어 엎드려 거기에 입을 맞추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 소리가 제 귀에 들립니다.

  “내 천사들아, 와서 이 피의 수호자들이 되어, 단 한 방울도 짓밟히며 모독되는 일이 없게 해 다오.”

 

 

 

50 고통이 가득하신 엄마, 제 손으로 엄마를 일으켜 세우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엄마가 예수님의 피 위에 엎드려 혼절하신 것 같아 보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새로운 고통을 만나십니다. 곳곳에 예수님의 핏자국이 있어 그분의 고통이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그래서 걸음을 재촉하시고, 다락방으로 들어가셔서 나오시지 않습니다.

 

 

 

 

 

51 저도 다락방에 들어가서 저 자신을 그 안에 가둡니다. 저의 다락방은 바로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성심인 까닭입니다. 이 성심에서 엄마에게 가고자 합니다. 이리도 쓰디쓴 비탄의 시간에 엄마와 함께 있으려는 것입니다.

  너무나 큰 고통 중에 계신 엄마를 차마 홀로 버려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52 한데 엄마는 머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무덤 속) 예수님에게서 간직하신 가시들을 느끼십니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저도 가시들에 찔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가시들은 저희가 생각으로 짓는 모든 죄를 나타내거니와, 그것이 엄마의 눈마저 찔러 피눈물이 흐르게 합니다.

 

53 게다가 엄마의 눈 안에 예수님의 시력을 간직하셨기에 인간의 모든 죄가 눈앞을 스쳐 가는 것을 보십니다. 이 때문에 얼마나 마음 아파하시는지! 또 예수님께서 겪으신 온갖 고통을 고스란히 다 느끼십니다! 그분 자신의 고통을 엄마 안에 간직하셨기 때문입니다.

 

54 과연 고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빠르게 이어집니다. 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소리들이 – 그 갖가지 모욕적인 말들이 귓속이 먹먹하도록 요란하게 울려 퍼집니다. 이 소리들은 엄마의 마음속까지 들어와 찔러댑니다.

엄마는 그래서 “아들아, 얼마나 고통스러웠느냐!” 하고 말씀하십니다.

 

55 비탄에 잠기신 엄마, 저는 엄마가 너무 애처롭고 불쌍합니다! 그러나 눈물과 피에 젖은 얼굴을 닦아 드리려고 하다가 주춤 뒤로 물러섭니다. 엄마의 얼굴이 멍든 상처투성이여서 알아볼 수도 없는 지경인데다 죽음의 창백한 그늘이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56 이제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얼굴로 겪으신 학대를 엄마가 겪고 계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그 고통도 엄마의 것으로 취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러기에 입술을 움직이며 기도하시거나 불타는 가슴에서 한숨이 터져 나올 때에, 예수님의 갈증으로 타는 입술과 그 쓰디쓴 숨결을 그대로 느끼시는 것입니다.

 

57 가엾으신 엄마, 엄마가 너무 애처롭고 불쌍합니다! 고통이 갈수록 더 커져 가고 있으니, 엄마의 손을 잡는 순간 제 눈에 못에 뚫린 상처들이 보입니다.

  이 손을 통하여 엄마는 보시며 겪으십니다. 살인과 배반과 독성죄들과 온갖 악행들이 반복적으로 타격을 가하며, 상처를 넓히고, 점점 더 심한 아픔을 끼치는 것을!

 

58 저는 엄마가 너무 애처롭고 불쌍합니다! 정녕 ‘십자가에 못 박히신 어머니’이시니, 발에도 못이 박혀 있습니다. 더욱이 엄마의 발은 못이 박히는 고통뿐만 아니라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겪으십니다.

  지옥으로 가고 있는 영혼들 때문에, 그 많기도 많은 악한 발걸음들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엄마는 그들을 뒤쫓으며 보살피십니다. 지옥의 불길 속에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59 하지만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무치는 고통 속에 계신 엄마, 엄마의 모든 고통이 함께 모여 마음속에 울려 퍼지면서 일곱 개가 아니라 수천수만 개의 칼이 되어 찔러댑니다.

  예수님의 성심을 엄마 안에 간직하셨으니 더욱더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성심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내포하고 그분의 심장 박동 안에 모든 심장들의 박동을 품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60 그리고 그분의 성심은 고동칠 때마다 “영혼들!”과 “사랑!”을 외치십니다.

  “영혼들!”을 외칠 때는 어머니의 심장 속에 온갖 죄들이 넘치도록 흘러들어 죽음을 겪으실 지경이고, “사랑!”을 외칠 때는 생명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십니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죽음과 삶의 끊임없는 교체를 겪으십니다.

 

61 십자가에 못 박히신 엄마, 엄마를 뵈니 너무 애처롭고 불쌍합니다.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고통들을 겪고 계시니 말입니다.

  저는 제 몸이 혀와 목소리로 바뀌면 좋겠습니다. 엄마께 따뜻한 동정심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이 엄청난 고통 앞에서 제 동정심이란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62 그러므로 저는 천사들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을 부르며 그분들의 일치와 만족과 아름다움으로 엄마를 에워싸시기를 간청합니다.

  그리하여 엄마의 그 격심한 고통을 동정하며 위로해 주시고, 그분들의 팔로 엄마를 부축하시고, 엄마의 모든 고통을 사랑으로 바꾸어 주시게 하려는 것입니다.

 

63 비탄에 잠기신 엄마, 그러므로 이제 저는 모든 사람의 이름으로, 엄마가 겪으신 모든 고통에 감사드립니다.

  엄마의 이 쓰디쓴 비탄에 의지하여 비오니, 제가 죽을 때에 오셔서 도와주십시오. 제 영혼이 숱한 근심과 두려움에 싸인 채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고 혼자 있을 때에, 그 때에는 오셔서 제가 일생 동안 자주 엄마의 동반자가 되곤 했던 일을 보답해 주십시오.

 

64 저를 도와주러 오시어 제 곁에 계시면서 원수들을 내쫓아 주십시오. 엄마의 눈물로 제 영혼을 씻어 주시고, 예수님의 피로 덮어 주시며, 예수님의 공로로 옷 입혀 주십시오.

  엄마의 비탄과 예수님의 모든 고통과 업적으로 저를 아름답게 단장하시며 치유해 주시고, 그 힘에 의해 제 모든 죄를 사라지게 하시며 전적인 용서를 얻게 해 주십시오.

 

65 그리고 제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에 어머니의 팔에 받아 안고 망토로 감싸서 원수들이 못 보게 숨겨 주십시오. 그렇게 저를 안고 천국으로 곧장 데려가시어, 예수님의 팔에 안겨 주십시오. 사랑하올 저의 엄마, 약속해 주시겠지요?

 

66 이제 또 청하오니, 제가 엄마와 함께 있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 임종 중인 모든 사람을 동반해 주십시오. 그들 모두의 엄마가 되어 주십시오.

  이 마지막 순간은 큰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니, 그 누구에게도 엄마의 모성적인 임무를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67 끝으로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엄마를 떠나면서 청하오니, 저를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성심 안에 넣어 주십시오.

  그리고 고통에 잠긴 저의 엄마이신 당신께서 저의 파수꾼이 되시어, 예수님께서 그분의 성심에서 저를 내치지 않게 해 주시고, 설령 제가 떠나고 싶어 하더라도 그럴 수 없도록 막아 주십시오. 이제 엄마의 모성적인 손에 입맞춤을 드리오니, 엄마는 저를 축복해 주십시오.

 

 

성찰과 실천

 

68 예수님은 무덤에 묻히시고 큰 돌이 그 입구를 막고 있으니, 그분의 엄마는 이제 아드님을 못 보신다.

그런데 우리는 – 우리는 그렇게 사람들의 눈길에서 숨어 있는가? 모든 사람이 우리를 잊어버려도 개의치 않는가? 거룩한 일들 속에서, 어떤 경우에도 불순종에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를 지켜 주는 이 거룩한 무심(無心)으로 지내고 있는가?

 

69 예수님께 완전히 버림받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우리를 끊임없이 그분께로 데려가는 그 거룩한 무심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는가?

  우리는 항구한가? 이 항구함으로 그분을 우리 쪽으로 끌어당길 만큼 감미로운 사슬을 만들고 있는가? 우리의 눈길은 예수님의 눈길 안에 묻혀 있는가? 그리하여 오직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것만을 보는가?

 

70 우리의 음성은 예수님의 음성 안에 묻고 있는가? 그 결과 말은 오직 예수님의 혀만으로 하는가? 우리의 발걸음은 예수님의 발걸음 안에 묻혀 있는가? 따라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우리의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발자취를 남기는가?

  또 우리의 마음은 예수님의 마음 안에 묻혀 있는가? 그리하여 그분의 마음이 사랑하고 갈망하시는 것을 우리의 마음도 사랑하고 갈망하는가?

 

☨☨☨

 

71 엄마, 예수님께서 제 영혼의 선익을 위하여 숨어 계실 때면, 엄마가 그분을 못 뵙게 되셨을 때 받으신 은총을 제게 주시어, 엄마가 무덤에 계신 그분께 드리신 모든 영광을 저도 드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72 오, 예수님, 저는 당신 자신의 음성으로 기도하고 싶습니다.

당신 음성이 하늘에 사무치면서 모든 이의 음성 안에 울려 퍼지는 것과 같이, 제 음성도 당신 음성을 영예롭게 하면서 하늘에 사무치게 해 주십시오. 바로 당신 말씀의 사랑과 영광을 당신께 드리려는 것입니다.

 

73 저의 예수님, 제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 심장의 고동으로 뛰게 해 주시지 않으면 저는 만족할 수 없겠습니다.

  당신 심장의 고동으로 뛰어야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것처럼 저도 사랑할 수 있을 것이고, 모든 사람의 사랑을 당신께 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오직 “사랑! 사랑…!”이라는 낱말이 들어간 하나의 외침만이 있게 될 것입니다.

 

74 오, 저의 예수님, 당신은 당신 자신에게서 영예를 받으실만한 분이십니다. 그러니 제가 행하는 모든 것에 당신 자신의 권능의, 사랑의, 영광의 인장을 찍어 주십시오.


 

감사기도 ═

 

사랑하올 저의 예수님,

당신께서는 수난의 이 ‘시간’에

당신과 함께 있도록 저를 부르셨나이다.

그리고 번민과 비탄에 잠겨

기도하시고 대속하시며 고난을 받으시고

더 없이 감동적이고 힘 있는 음성으로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간청하셨나이다.

 

저도 그 소리를 들으며 모든 것 속에서

당신이 하시는 대로 따라 하려고 했나이다.

이제 당신을 떠나 저의 일과로 돌아가면서

감사와 찬미를 드림을 마땅한 일로 여기나이다.

 

그렇습니다, 오, 예수님, 저는 당신께서

저와 모든 사람을 위해 행하시고 겪으신

모든 것에 대하여

수 없이 감사하고 또 찬미 하나이다.

 

당신께서 흘리신 피 방울방울마다

당신의 숨과 심장 박동마다

모든 걸음과 눈길마다

참아 받으신 쓰라린 고통과 모욕마다

감사와 찬미를 드리나이다.

 

그러므로 오, 제 예수님, 그 모든 것 안에서

저의 ‘감사합니다.’와 ‘찬미합니다.’를

도장처럼 찍어 드리고자 하나이다.

 

오, 예수님, 저를 가슴에 꼭 껴안아 주시고,

저의 작디작은 부분마다 지성하신 손으로

‘네게 강복한다.’ 도장을 찍어 주시어,

오로지 당신을 향한 찬미가만이

제게서 끊임없이 솟아나게 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