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복음 준비
15. 요아킴과 안나의 죽음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마치 눈을 머금은 바람이 하늘에 구름을 모아 놓는 겨울의 빠른 황혼과 같이 내 조부모님의 생활은 그분들의 태양이 성전의 거룩한 장막 앞에서 빛나려고 거기에 자리 잡은 다음부터 빨리 밤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말이 있지 않느냐? ‘지혜는 그의 아들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 주고, 그를 찾는 자들을 보호한다‥‥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을 사랑하고, 지혜를 위하여 파수를 보는 사람은 그 평화를 즐길 것이다. 지혜를 차지하는 사람은 생명을 유산으로 받을 것이다... 지혜를 섬기는 사람은 거룩한 이에게 순종할 것이고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께 많은 사랑을 받는다... 지혜를 믿는 사람은 그것을 유산으로 받을 것인데, 그 유산은 후손들에게 확인되어 시련 중에 그와 같이 있게 될 것이다. 그는 우선 하느님의 선택의 대상이 될 것이고, 다음에는 하느님께서 그에게 염려와 두려움과 시련과 당신의 규율의 채찍질을 보내시어 그의 생각에 시련을 겪게 하시고 그를 믿으실 수 있게 될 때까지 그를 단련하실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그를 확고하게 하시고, 곧은 길로 그에게 다시 오시어 그를 만족스럽게 만드실 것이다. 그에게 당신 비밀을 드러내 보이실 것이고, 정의 속에서 그에게 지식과 지혜의 보물을 넣어 주실 것이다.’
그렇다, 이 모든 말이 있다. 지혜서들은 거기에서 그들의 행동의 거울을 얻어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지혜의 정신적인 애인들 사이에서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나는 내 인성(人性)에 의한 친척들 가운데 성인들에 둘러싸였었다. 안나, 요아킴, 요셉, 즈가리야, 그리고 또 엘리사벳, 그리고 세례자, 이들이 진짜 성인들이 아니냐? 나는 지혜가 그 안에 거처를 차지하고 있던 내 어머니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는다.
젊었을 때부터 무덤에 이르기까지 지혜는 내 조부모에게 하느님의 뜻에 맞는 생활방식을 불어넣었었다. 미친 듯이 날뛰는 자연력의 분노에서 보호해 주는 천막과 같이 지혜는 그분들을 죄의 위험에 대하여 보호하였다. 하느님께 대한 거룩한 두려움은 지혜의 나무에 근본에 있어, 거기에서 그 나무의 모든 가지들과 같이 우뚝 솟아 그 꼭대기에 올라가 그 평화 속에서 조용한 사랑과, 그 안전 속에서 평온한 사랑과, 그 충실 속에서 자신 만만한 사랑과, 그 힘 속에서 충실한 사랑과 성인들의 온전하고 용감하고 활발한 사랑과 합치게 된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을 사랑하고 생명을 유산으로 차지한다’ 고 집회서는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내 사랑 때문에 생명을 잃는 사람은 그것을 구할 것이다’ 라고 한 내 말과 관련된다. 불쌍한 이 세상의 생명에 대한 말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에 대한 말이며, 한 시간 동안의 기쁨에 대한 말이 아니고 불멸의 기쁨에 대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뜻으로 요아킴과 안나가 지혜를 사랑하셨고, 지혜는 시련 중에 그분들과 같이 있었다. 너희들 중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완전히 악하지 않으면서도 절대로 울 일도 괴로워할 일도 없기를 원하고 있는지! 마리아를 딸로 가질 자격을 얻은 저 의인들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지 않으셨느냐!
정치적인 박해로 인하여 그분들은 극도로 가난하게 되어 다윗 가문의 땅에서 쫓겨나셨다. ‘제가 두 분을 계승합니다’ 하고 말할 꽃 한 송이 없이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보는 슬픔. 또 그 다음에는 이미 나이가 많아서 그 꽃을 얻었기 때문에 그분들이 그 꽃에서 여인이 활짝 피어나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는 걱정. 그 다음에는 그 꽃을 자기들의 마음에서 억지로 떼어내 하느님의 제단으로 가져가야 하는 일, 그리고 또 그분들이 그 귀여운 멧비둘기의 노래와 그 작은 발걸음 소리와 자기들의 딸의 미소와 입맞춤 따위에 ‥‥ 익숙해졌었는데, 더 무거운 정적 속에서 살면서 그 추억과 더불어 하느님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 그리고 또, 병, 기후 불순에서 오는 재난, 권력자들의 오만 따위가 그분들의 조촐한 성공의 약한 작은 성을 치는 파성추의 타격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혼자서 가난하게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며, 자기들의 정성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얼마 안 되는 재산 밖에 가지지 못하게 될 딸에 대한 괴로운 기억. 그리고 마리아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버지의 재산이 아직 여러 해 동안 경작되지 않고 닫힌 채로 남아 있으면 마리아가 그 재산을 어떤 상태로 발견할 것인가? 걱정, 두려움, 시련, 그리고 유혹. 그런데 항상 하느님께 충실하고, 충실하고, 또 충실하셨다. 가장 심한 유혹은 이런 것이었다. 끝나가는 자기들의 생애에 곁에 자기들의 딸이 있음으로 해서 받는 위안을 거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녀들은 부모에게 속해 있기 전에 먼저 하느님께 속해 있다. 그래서 어떠한 자식이라도 내가 어머니께 말씀드린 것과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다. ‘제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이익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어떤 어머니와 어떤 아버지도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를 알기 위해서는 성전에서 마리아와 요셉을 요아킴과 안나를 나자렛의 그분들의 집에서 보아야 한다. 나자렛의 그분들의 집은 날마다 점점 더 비어가고 쓸쓸해져 갔다. 그러나 거기에서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끊임없이 더 커가는 것이 오직 한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두 마음의 거룩함이었고, 그분들의 결합의 거룩함이었다.
몸이 성하지 못한 요아킴과 그분의 애달픈 아내 안나에게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길고 고요한 저녁시간을 밝혀줄 것으로 무엇이 남아 있느냐?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의 어린 딸의 작은 옷들과 처음에 신었던 작은 샌들, 가엾은 장난감, 그리고는 추억, 추억, 추억들이다. 그리고 그 추억들과 더불어 그분들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는 평화이다. ‘나는 괴롭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께 대한 내 사랑의 의무를 다하였다’ 하고.
그래서 세상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천상의 빛으로 빛나는 초인적인 기쁨이 왔다. 그 기쁨은 쇠퇴한 눈꺼풀과 죽어가는 눈에 내려온다는 사실로 인하여 빛을 잃지 않고, 오히려 마지막 시간에 더 빛나고, 마치 나비들이 고치 속에 갇혀 있듯이 일생 동안 그분들의 영혼 안에 남아 있으면서 그 존재를 가벼운 번쩍임으로 된 우아한 움직임으로만 나타내던 진리들을 빛나게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진리들이 태양과 같은 날개를 펼치고 그것들을 장식하는 말들을 보인다. 그리고 그분들의 입술에 그분들의 하느님께 대한 마지막 찬미가 피어나는 동안 그분들과 그분들의 후손들을 위한 복된 미래를 아는 가운데 목숨이 꺼져갔다.
내 조부모님의 거룩한 생애가 그럴 자격을 얻었던 대로 그분들의 죽음은 이러하였다. 그분들의 거룩함 때문에 그분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여자의 첫 번째 보호자가 되는 자격을 얻으셨다. 하나의 태양이 와서 그분들의 생애의 끝 무렵에 그분들을 비추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분들은 하느님께서 주셨던 은총을 완전히 보게 되었다. 그분들의 성덕으로 인하여 안나는 해산의 고통을 겪지 않으시고, 오히려 티 없는 아기를 뱄다가 황홀한 가운데 낳으셨다. 두 분 모두에게 임종의 고통이 아니었고, 다만 새벽에 해가 뜰 때에 별이 꺼지는 것 모양으로 꺼지는 생명의 무기력이었다. 그리고 비록 요셉과 같이 사람이 된 지혜인 나를 차지하는 위로는 받지 못하셨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현존으로 그분들 곁에 있으면서, 승리의 날이 올 때까지 평화 속에 잠드시게 하기 위하여 그분들의 머리맡에 몸을 숙이고 숭고한 말을 해드렸다.
‘그들도 아담의 후손이었는데 왜 고통 없이 아이를 낳고 죽고 했겠는가?’ 하고 어떤 사람은 말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내 어머니의 태중에 있는 내게 가까이 온 것으로 인하여 아담의 후손이며 원죄의 상태에서 임신이 된 세례자가 나기 전에 성화되었는데, 흠이 침범하지 못한 지극히 거룩한 여자의 거룩한 어머니, 하느님의 보호를 받고 거의 하느님과 같은 그의 정신과 아직 발달하지 않았지만 아버지께서 그를 생각하신 순간부터 하느님과 떨어진 일이 없으며, 하늘에서 영원히 영광스럽게 하느님을 차지하려고 돌아간 이의 태중에 잉태된 여자의 거룩한 어머니는 아무 은총도 받지 못하였겠느냐?’ 하고.
나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올바른 양심은 평온한 죽음을 마련해 주고 성인들의 기도도 너희에게 그 같은 죽음을 얻어 준다’고.
요아킴과 안나는 올바르게 일생을 사셨었다. 죽는 순간에 그 올바름이 마치 조용한 파노라마같이, 그분들을 하늘로 인도하는 길 같이 그분들에게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그분들에게는 하느님의 성막 앞에서 기도하는 거룩한 딸이 있었다. 그 딸은 자기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에게는 최고의 선이신 하느님 다음으로 오고, 또 율법과 인간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사랑하되, 초자연적으로 완전한 사랑으로 사랑하는 부모를 위하여 기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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