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시

I. 복음 준비 16. “네가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어야 할 것이다”

Skyblue fiat 2015. 12. 15. 14:07

 

I. 복음 준비

 

16. “네가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제 금요일 저녁에야 비로소 내 영혼이 환영에 대하여 밝히 알게 되었다. 내가 본 것은 다만 다음과 같은 것뿐이었다.
  
   아주 어린 마리아, 기껏해야 열두 살쯤 되었을 마리아이다. 그 작은 얼굴은 이제는 어린 나이의 특징인 둥근 형태를 띠지 않고, 윤곽이 잡히는 타원형 속에 벌써 성숙한 여인의 얼굴 모습을 예감할 수 있다. 머리도 이제는 가볍게 곱실거리며 목덜미로 흩어져 내려오지 않고, 대단히 엷은 금색의 -금발이 어떻게나 밝은지 은색이 섞인 것같이 보인다- 두 줄기 땋아 늘인 머리로 모아져서 어깨 위로 드리워져 허리까지 내려온다. 얼굴은 비록 여전히 어린아이의, 아름답고 순결한 어린 여자아이의 얼굴이기는 하지만 더 생각이 깊고 더 성숙한 얼굴이다. 마리아는 흰옷을 입었다. 마리아는 아주 작은 방에서, 작고 하얀 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다. 열린 창문으로는 성전의 우람한 중앙 건물이 보이고, 그 다음에는 작은 마당들의 내려오는 계단들 전부와 회랑들이 보이며, 둘러친 성벽 너머로는 성안의 길들과 집들과 정원들, 그리고 저 안쪽으로는 올리브 나무 산의 울퉁불퉁한 꼭대기가 보인다.


   마리아는 바느질을 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것이 성가인지는 모르겠다. 노래는 다음과 같다.

 

 “맑은 물거울에처럼 별 하나가
  내 마음 저 안쪽에 반짝이며 나타나는구나.
  어렸을 때부터 별은 늘 내 안에 있으면서
  아주 우아하게 사랑으로 나를 인도하네.
  이것은 내 마음 속에 있는 노래인데 어디서 오는 것인지 모르겠네.
  사람아 너는 그것을 모른다.
  그것은 거룩하신 분이 쉬시는 데에서 오는 것이네.
  나는 내 밝은 별을 쳐다보며
  아무리 다정스럽고 값진 것이라도
  내 별이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원치 않네.
  나는 온전히 내 것인 별의 다정스런 빛밖에 원치 않네.
  별아, 너는 하늘 높은 곳에서
  나를 어머니의 태로 가져다주었지.
  이제는 네가 내 안에서 살고 있지만, 베일을 거쳐서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네.
  거룩하신 아버지, 구세주의 보잘 것 없는 종이 되는 영광을
  언제 제게 주시렵니까?
  하늘에서 보내소서, 우리에게 메시아를 보내소서.
  마리아의 제물을 받으소서.”

 

  마리아는 입을 다물고 미소를 짓고 한숨을 쉬고,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그의 작은 얼굴은 오직 빛일 뿐이다. 놀랍도록 파란 아름다운 여름 하늘로 눈길을 보내며, 마리아는 거기에서 모든 빛을 끌어들여 그 빛을 사방으로 퍼뜨리는 것 같다. 아니 그보다도 오히려 그의 안에 숨어 있는 어떤 태양이 그 빛으로 비추고 마리아의 약간 볼그레한 눈같이 흰 살에 불을 켜놓는 것 같고, 그런 다음 사물들과 땅을 비추는 태양에까지 터지고 땅을 축복하고 그것에 많은 이익을 약속하는 것 같다.


   사랑의 기도를 드린 다음 마리아가 일어나려고 하는 동안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황홀의 빛이 남아 있다. 그 때에 파누엘의 늙은 안나가 들어온다. 안나는 어리둥절해서, 또는 적어도 마리아의 행위와 모습에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춘다. 안나는 “마리아” 하고 그를 부른다. 그러니까 소녀는 미소를 띠고 돌아선다. 그 미소는 아까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매우 아름답다. 마리아는 인사를 한다. “안나 선생님, 선생님께 평화가 있기를” 하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니? 너는 언제쯤에야 기도가 충분하다고 만족하겠니?”


  “저는 기도만 하면 만족할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하느님과 말을 해요. 안나 선생님, 선생님은 제가 하느님을 얼마나 제 가까이에 느끼는지 알 수 없으세요. 하느님께서 이런 교만을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저는 저 혼자라고 느끼는 때는 전혀 없어요. 아시나요? 여기 금빛과 흰빛으로 된 이 집의 이중 휘장 뒤에는 지성소(至聖所)가 있어요, 그리고 대사제의 눈이 아닌 어떤 눈도 주님의 영광이 쉬고 있는 속죄소에 절대로 시선을 멈출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저는 동정녀들과 레위파 신관들의 노래의 소리가 떨리게 하고 귀중한 향의 발산물을 퍼뜨리는 저 수놓은 이중의 휘장을 마치 그 두꺼운 천을 꿰뚫고 증언을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처럼, 그것을 공경하는 제 영혼의 모든 경의를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저는 그 휘장을 바라보아요! 제가 이스라엘의 자손처럼 경의를 가지고 그것을 바라보지 않는가 하고 걱정하지 마셔요. 지금 제가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을 제 교만으로부터 나오는 생각인가 제 눈을 멀게 하지 않는가 하고 걱정하지 마셔요. 저는 그것을 바라보아요, 그리고 하느님의 집을 더 겸손되이, 모른 사람들 가운데에서 가장 가치 없는 여자라는 것을 확신하는 저보다 더 겸손되이 바라보는 하느님 백성의 보잘 것 없는 종은 없을거에요. 그렇지만 제게는 무엇이 보이는지? 휘장이 보여요. 그 휘장 저쪽에는 무엇이 있다고 제가 상상하나요? 성막입니다. 그리고 성막 안에는 무엇이 있구요? 그렇지만 제가 제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 당신 사랑의 영광으로 빛나시는 하느님이 보이시고, 그분이 제게 ‘너를 사랑한다’ 하고 말씀하셔요. 그리고 저도 그분께 ‘저도 하느님을 사랑합니다’ 하고 말씀드리고, 제 심장이 한번 뛸 때마다 이 서로의 입맞춤 속으로 녹아들어가고 거기에서 새로워져요...


  저는 여러분, 대단히 사랑하는 선생님들과 동무들 가운데 있습니다. 그렇지만 불꽃의 동그라미가 저를 여러분에게서 외따로 떼어놓아요. 동그라미 안에는 하느님과 제가 있구요. 그리고 저는 하느님의 불꽃을 통해서 여러분을 보고 또 그렇게 여러분을 사랑해요... 그렇지만 여러분을 육체에 따라서는 사랑할 수가 없고 또 아무도 절대로 육체에 따라서 사랑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 유일한 사랑은 저를 사랑하시는, 정신에 따라 사랑하시는 그분이십니다. 저는 저의 운명을 알고 있어요. 여러 세기 째 내려오는 이스라엘의 율법은 동정녀라도 아내가 되어야하고, 또 어머니로 만들고자 해요. 그러나 율법에 복종하는 저는 ‘내가 너를 원한다’ 하고 말하는 목소리에 복종합니다. 저는 동정녀이고 동정녀로 있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구요? 그 목소리, 제 곁에 있는 보이지 않는 현존이 제게 도움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그 현존이 그것을 원하니까요. 저는 걱정하지 않아요.


   이제 저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안 계셔요... 그리고 제가 가졌던 인간적인 것이 어떤 고통 중에 소멸하였는지를 알 분은 영원하신 분밖에 안계십니다. 그것은 격렬한 고통, 격렬한 것 이상의 고통이었어요. 이제 제게는 하느님 밖에 안 계셔요. 그래서 저는 하느님께 맹목적으로 순종해요... 그러나 목소리(하느님)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부모의 명령을 지나쳐 가야 한다고, 부모는 그들의 아이를 보호하는 담 주위로 순찰을 도는 애정 가득한 파수병이지만 그들의 아이를 자기들의 길로 해서 행복으로 인도하기를 원하며, 무한한 기쁨으로 인도하는 다른 길들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목소리(하느님)가 제게 가르쳐 주기 때문에 저는 아버지 어머니의 뜻에 어긋나게 그렇게 했을거예요...

  저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 나의 정배, 오너라’ 하고 말하는 목소리를 따르기 위해 옷과 겉옷을 버렸을 것입니다. 저는 모든 것을 포기했을 거예요. 제 눈물의 진주도 포기했을 것입니다. 불복종해야 하는 것 때문에 저는 울었을 터이니까요. 제 피의 홍옥도 포기했을 것입니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따르기 위해 죽음까지도 무릅썼을 터이니까요. 제 피의 홍옥들은 제 부모에게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보다 더 위대하고 한층 더 다정스러운 것이 있다고, 그것은 하느님의 목소리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분의 뜻이 저를 효도의 의무에서도 해방시켰어요. 하기는 부모님은 저를 붙잡아두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제 부모님은 의인들이셨고, 하느님께서 제게 말씀하시는 것과 같이 그분들의 마음속에 말씀하셨어요. 제 부모님은 정의와 진리의 길을 따라가셨을 것입니다. 제가 부모님을 생각할 때면 그분들이 성조들 곁에서 쉬고 계시는 것을 보아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 주실 메시아의 강생을 제 희생으로 앞당기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제가 서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하느님께서 가엾은 당신의 여종에게 명령을 말씀해 주시면서 인도하십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명령들을 지키는 것이 제 행복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지킵니다. 때가 오면 제 비밀을 남편에게 말하겠어요... 그러면 그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마리아야... 그 사람을 설득시킬 어떤 말을 찾아내겠단 말이냐? 너를 반대하는 근거로는 남자의 사랑과 율법과 생명이 있을 터인데.”


  “저는 하느님을 모시고 있을거예요. 하느님께서 제 남편의 마음을 열어 빛을 받아들이게 하실 것입니다... 생명은 관능의 자극을 잃고 사랑의 향기를 내뿜는 순결한 꽃이 될 거예요. 율법은... 안나 선생님, 저를 하느님을 모독하는 여자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렇지만 저는 율법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율법이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면 누가 그것을 바꾸겠습니까? 그렇게 하실 권한을 가지신 오직 한분, 하느님께서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 때가 가까웠어요. 여러분에게 말씀드리지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가까웠습니다. 다니엘 예언서를 읽는 중에 제 안에 제 마음 한가운데에서 오는 큰 빛이 나타났어요, 그리고 제 정신은 그의 비밀의 말의 뜻을 깨달았습니다. 의인들의 기도 때문에 그 70주가 단축될 것입니다. 햇수가 바뀔 것이란 말인가요? 아닙니다 예언서는 거짓말을 안해요. 그렇지만 태양의 운행이 아니라, 달의 운행이 예언의 때를 재는 기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동정녀의 아들이 우는 것을 들을 시간이 아주 가까이 왔다’고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아아! 저를 사랑하고 제게 많은 말을 하는 그 빛이 하느님의 아들이고 그분의 백성의 메시아를 낳을 행복한 동정녀가 어디 있는지 내게 말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맨발로 걸어서 온 땅을 돌아다닐 저예요. 추위도 얼음도 먼지도 삼복더위도 야수도 굶주림도 제가 그 동정녀를 만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막지 못할거예요. ‘당신 여종에게, 그리스도의 종들의 여종에게 당신 집에서 살게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맷돌질을 하고 압착기를 누르겠습니다. 저를 맷돌질하는 종으로, 당신 양떼의 양치기로, 당신의 아들의 기저귀 빠는 일에, 부엌에, 화덕 일에‥‥ 당신이 원하는 데에 써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받아주기만 하십시오. 아기를 보게 해 주십시오! 그 목소리를 듣게 해 주십시오! 아기의 눈길 하나라도 받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만일 동정녀가 저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린 메시아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는 것을 듣기 위해 그 동정녀의 집 문전에서 거지노릇을 하며, 집도 없이 야영과 심한 더위를 겪으며 동냥과 조롱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다가는 메시아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또 그러다 어느 날 그분에게서 동냥으로 빵을 좀 얻을지도 모르지요... 아아! 굶주림이 제 위를 괴롭히면, 그리고 그렇게 오래 굶어서 제가 쇠약해지는 것을 느끼면 저는 그 빵을 먹지 않겠어요. 그 빵을 진주 주머니처럼 가슴에 꼭 껴안고 그리스도의 손의 향기를 맡으려고 그 빵에 입맞추겠어요, 그러면 그때부터는 배도 고프지 않고 춥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 접촉으로 제가 황홀과 열과 양식을 받을 터이니까요...”


  “네가 그리스도를 그다지도 사랑하니, 네가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어야할 것이다. 그 때문에 네가 동정녀로 그대로 있기를 원하는 것이지?”


  “아! 아닙니다. 저는 비참하고 먼지 같은 인간입니다. 저는 감히 영광을 향해 눈을 들지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뒤에 보이지 않는 야훼의 현존이 계신 것을 아는 이중 휘장보다는 제 마음속을 보기를 더 좋아하는 것입니다. 저기에는 시나이산의 무서운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런데 제 안에는 우리 아버지, 사랑이 빛나는 얼굴이 보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바람이 그 무게를 느끼지 않고 들어올리는 어린 새와 같이 아주 작고, 꽃이 피어 향기를 풍기고, 향기가 나고 순결한 부드러운 힘 밖에는 바람에 대항시키지 않는 야생 은방울꽃 대같이 약하기 때문에 제게 미소를 주시고 축복해 주십니다. 제 사랑의 바람이신 하느님!

 아닙니다. 저는 그런 야심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러나 하느님과 어떤 동정녀에게서 나실 분, 지극히 거룩하신 분의 거룩하신 이에게는 하늘에서 당신 어머니를 위하여 택하신 것과 세상에서는 그분에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대하여 말하는 것, 즉 순결 밖에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요. 만일 율법이 이것을 묵상하고 그분들의 가르침의 모든 번쇄한 이론으로 율법을 과장하신 스승님들이 그분들의 정신을 더 높은 시야로 돌려 초자연적인 것에 몰두하시고, 그분들의 연구의 최종 목적을 잊게 하는 인간적인 것과 유익한 것을 버리시면, 그분들의 가르침의 방향을 특히 순결 쪽으로 돌려 이스라엘의 왕이 올 때에 그것을 발견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이의 올리브나무와 승리자의 종려나무와 더불어 백합을, 백합을, 백합을 퍼뜨리세요‥‥
  구세주는 우리를 구속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겠습니까? 얼마나 많이요! 이사야가 고통의 사람에게서 본 수천개의 상처에서는 초벌 구운 질그릇에서 나오는 물방울처럼 피가 비오듯 떨어질 것입니다. 그 신성한 피가 독신(瀆神)과 하느님을 모독하는 언사가 있는 곳에는 떨어지지 말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모아서 정신이 병든 사람들과 곰팡이 슨 영혼들과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죽은 모든 사람들에게 부으려는 향기로운 순결의 잔에 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스도의 땀과 눈물을 그 깨끗한 꽃잎의 흰 옷으로 닦아드리게 백합꽃들을 주세요, 백합꽃들을! 박해받으시는 그분의 뜨거운 열을 위하여 백합꽃을, 백합꽃을 주세요! 아아! 당신을 가질 백합꽃이 어디에 있을 것입니까? 당신의 피로 물들고 당신이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고통으로 죽을 그 사람이 어디에 있을 것입니까? 당신의 핏기 없는 몸에 눈물을 뿌릴 그 사람이 어디에 있을 것입니까? 오! 그리스도여! 오! 그리스도여! 네 한숨이여!‥‥”


  마리아는 입을 다물고 울음을 터트리고 쓰러진다.


   안나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나이 많은 여자의 억양 없는 감격한 목소리로 말한다.
   “마리아야, 네게 가르쳐 줄 또 다른 것이 있니?”
  마리아는 제 정신으로 돌아온다. 마리아는 겸손한 마음으로 선생이 자기를 비난하는 줄로 생각한 모양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아 ! 용서하셔요! 할머니는 제 선생님이시고, 저는 아무것도 아닌 불쌍한 계집아이입니다. 그렇지만 그 말은 제 마음에서 솟아 나왔어요. 제가 말을 하지 않으려고 아무리 그 말을 주의해도 소용없어요. 점점 더 세차져서 둑을 무너뜨리는 강물과 같아요. 저는 휩쓸려 가고 말은 넘쳐흐르고 말아요. 제 말은 상관하지 마시고 제 거만을 꺾어주세요. 신비로운 말들은 하느님께서 당신 인자로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마음의 은밀한 속에 남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도 그것을 압니다. 그렇지만 그 보이지 않는 현존은 너무나도 기분 좋은 것이어서 저는 완전히 거기에 도취하고 맙니다... 안나 선생님, 선생님의 어린 종을 용서해 주셔요!”


  안나는 마리아를 가슴에 꼭 껴안는다. 주름살이 많은 얼굴 전체가 떨고 눈물로 번쩍인다. 잔물결이 이는 늪으로 변하기 전에 울퉁불퉁한 땅위에서 물이 그렇게 되는 것처럼 눈물이 주름들 사이로 스며든다. 그러나 이 늙은 여선생은 웃음을 자아내지 않고, 오히려 크나큰 존경을 일으킨다.


   마리아는 그 작은 얼굴을 늙은 여선생의 가슴에 묻고 그의 품에 안겨 있다. ... 그리고 모든 것은 이렇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