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권-51, 두려움도 의심도 위험도 들어갈 수 없는 하느님 뜻 영역.
예수님의 사후에 완전한 열매를 맺은 그분의 업적처럼 하느님 뜻 사업의 열매도 루이사의 사후에 맺힐 것이다. 하느님 뜻 안에는 밤도 잠도 없다. 잠잘 겨를이 없다.
1925년 6월 29일
1. 괴로운데다가 이 생각 때문에 마음의 고요가 흔들리고 있었다.
‘네가 만약 죽음의 순간에 일생 동안 처신해 온 방식에 대해 의심과 두려움이 닥친다면,
너의 구원이 불확실해 보일 정도로 그러하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2. 하지만 다정하신 예수님께서는 내가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생각에 빠지거나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으셨다. 나의 내면에서 걸음을 옮기시며 설레설레 고개를 가로 저으시는 모습을 보여 주셨는데, 나의 그런 생각 때문에 슬퍼지신 것 같았다.
3. “딸아, 대체 무슨 소리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내 뜻을 모욕하는 것이다.
내 뜻 안에는 두려움도 의심도 어떤 위험도 들어올 수 없다. 이런 것들은 내 뜻에 속하지 않는다. 속하기는 커녕 인간 뜻의 너덜너덜한 누더기일 뿐이다. 내 뜻은 평화와 행복과 안전과 확신을 속삭이는 잔잔한 바다와 같다. 내 뜻이 그 깊은 바닥에서 뿜어 올리는 파도는 끝없는 기쁨과 만족의 큰 물결이다.
4. 그러므로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내 뜻은 두려워하거나 의심하거나 위험할 수가 없으니, 내 뜻 안에서 사는 영혼도 인간 뜻의 그 너덜너덜한 누더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하물며 내 뜻이 대관절 무엇을 두려워할 수 있겠느냐? 내 활동적인 뜻의 거룩함 앞에서는 누구나 벌벌 떨며 머리를 조아리고 경배하지 않을 수 없거늘, 대관절 누가 이 뜻의 활동에 대해 의심을 품을 수 있겠느냐?
5. 그 외에도 너에게는 큰 위로가 되고, 나에게는 큰 영광이 되는 말을 해 주고 싶다.
그것은 나의 죽음과 더불어 일어났던 일이 너에게도 현세 삶을 마친 뒤에 일어나리라는 것이다.
6. 나는 생전에 활동하고 기도하며 가르쳤고 성사들을 제정했다. 그리고 전대미문의 고난을 겪었으며 죽음마저 겪었다. 그렇지만 내 인성은 자신이 행한 크나큰 선에 비하면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았고, 성사들 자체도 내가 지상에 있는 동안에는 생명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7. 숨을 거두자마자 나의 죽음이 나의 모든 업적과 말과 고통과 성사들 위에 인장을 찍었고, 내 죽음의 열매가 내가 행한 모든 것을 확증하면서 나의 업적, 나의 고통, 나의 말, 내가 제정한 성사들을 다시 살아나게 했을 뿐더러 모든 세기가 끝날 때까지 그들의 생명이 지속되게 하였다. 그러니 나의 죽음이 내 모든 업적을 움직이면서 이를 영구적인 생명으로 되살아나게 했던 것이다.
8. 이 모든 것은 옳고도 마땅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내 인성은 '영원한 말씀'과 시작과 끝도 없으며 죽음의 지배를 받지 않는 '뜻'을 지니고 있어서, 이 인성이 행한 모든 것 중 단 한 가지도, 곧 말마디 하나도 죽지 않고 세말까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고, 이윽고 하늘로 건너가서 모든 복된 이들을 영원토록 축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9. 이와 같은 일이 너에게도 일어날 것이다. 네 안에 살면서 너에게 말하고 너로 하여금 활동하며 고통을 받게 하는 나의 뜻은, 내가 이 뜻에 대해 드러낸 그 수많은 진리 중 단 한마디의 말도 사라지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내 뜻이 모든 것을 움직이고 모든 것을 되살아나게 할 터이니, 너의 죽음이 내가 너에게 말한 모든 것을 확증할 것이다.
10. 그리고 영혼이 내 뜻 안에서 살면서 행하고 겪으며 기도하고 말하는 모든 것은 하느님 뜻의 행위를 내포하므로, 그 모두가 죽음의 지배를 받지 않고 수많은 생명들처럼 세상에 남아 사람들에게 생명을 줄 것이다. 따라서 너의 죽음은 내가 너에게 말한 모든 진리를 가리는 휘장을 찢을 것이고, 그러면 그 진리들이 - 의심과 어려움으로 생전에는 가려져 있는 듯 했던 그 진리들이 - 모든 의심과 어려움을 몰아내면서 수많은 태양들처럼 되살아날 것이다.
11. 그런즉 네가 이 아래 세상에 살고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내 뜻이 너를 통해 하고자 하는 크나큰 선의 모든 (열매를) 다른 이들에게서는 아주 조금이거나 전혀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너의 죽음 이후에는 그것이 충분한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12. 그 후 나는 잠들기 위해서거나 사랑하올 예수님의 일상적인 방문을 받기 위해서거나 눈을 붙일 수 없는 밤을 보냈다. 예수님께서 오시면 그분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이것이 내게는 잠보다 더 깊은 안식이 되기 때문인데, (그분께서 오시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깨어 있는 그 시간들을 그분의 <수난의 시간들> 묵상으로, 또 그분의 흠숭하올 뜻 안을 두루 돌아다니는 일상적인 순례로 보냈다.
13. 그러자 이미 날이 환히 밝아 있었고 - 그러나 이는 내게 흔히 있는 일이다. - 나는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의 사랑이시여, 당신께서 오시지 않으셨으니 저를 재워 주시지도 않으셨습니다. 제가 당신 없이 오늘을 어떻게 지내야 합니까?’
14. 그때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기척을 내시며 말씀하셨다.
“딸아, 내 뜻 안에는 밤도 잠도 없다. 언제나 환한 대낮이고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다.
이 안에서는 해야 할 일과 받을 것과 행복해할 거리가 많기 때문에 잠잘 시간이 없는 것이다.
15. 그러니 너는 내 뜻의 긴 날 속에서 사는 법을 배워 익혀야 한다. 내 뜻이 네 안에서 그 생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너는 그러나 더없이 멋진 안식을 얻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뜻이 너를 네 하느님 안으로 점점 더 오르게 하여 그분을 더욱 더 알게 할 것이니, 네가 그분을 알면 알수록 영혼이 더욱 더 넓어지면서 하느님의 안식 안에 있는 모든 행복과 기쁨과 아울러 그 영원한 안식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 이것이 너에게 얼마나 멋진 안식이 되겠느냐! 오로지 내 뜻 안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안식이 아니겠느냐!”
16.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말슴하시며 나의 내면에서 나오셨고, 양팔을 뻗어 내 목에 두르시며 나를 꼭 껴안으셨다. 나도 그분의 목에 팔을 두르며 그분을 꼭 껴안았다. 다정하신 그분께서는 그 사이 여러 사람들을 부르셨다. 그들이 그분의 발치에 바싹 다가오자 그분은 “내 가슴으로 올라오너라. 내 뜻이 이 영혼 안에서 행한 놀라운 기적들을 너희에게 보여 주겠다.” 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 끝에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다.
17권-52, 예수님과 함께 겪는 고통의 역할들
1925년 7월 9일
1. 다정하신 예수님 없이는 더 이상 지낼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분께서 돌아오시기를 며칠 한사코 기다렸건만 허탕이었다. ‘저의 사랑이시여, 당신의 작은 딸에게 돌아와 주십시오. 더는 견딜 수 없어진 것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아! 당신 자신을 저에게서 앗아가심으로써 이 가련한 것을 너무나 가혹한 순교에 내놓으셨습니다!’하고 마음속으로부터 간절한 호소를 거듭하면서, 기진맥진하도록 지친 상태로 그분의 거룩하신 뜻 안에 몸을 맡기곤 했던 것이다.
2. 그런데 그런 상태로 글을 읽다가 누군가가 내 목에 팔을 감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나른하고 몽롱해지더니, 예수님의 팔에 안긴 채 그분의 그늘에 온통 가려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제야 내 고통에 대하여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그분은 그럴 틈을 주시지 않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딸아, 내 정의가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징벌을 내리려고 할 때면 나는 너에게서 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믿지 못하겠느냐?
사실 너는 하나의 작은 티끌에 불과하지만, 다른 모든 티끌들, 곧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한데 묶여 있다. 그런데 내 정의는 너와 즐거우리만치 친밀한 관계 속에 있으므로, 너에게 묶여 있는 다른 티끌들을 치려고 하다가도 자기모순을 느끼고 그들을 치는 것을 단념하게 된다.
4. 지난 며칠, 그래서 내가 네게서 숨어 있었고, 그 동안 세상에 징벌들이 내렸다. 하지만 숨어 있었다고 해도 나는 줄곧 네 안에 있었다.”
5.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동안 나는 나 자신의 밖에 나가 있었다. 그분께서 지상의 여러 장소를 보여 주셨는데, 어떤 곳에는 지진이 일어났고, 어떤 곳에는 큰 화재가 발생하여 인명 피해가 있었고, 또 다른 곳에는 다른 재앙이 일어났다. 게다가 더 심각한 재앙들이 잇따를 것 같았다.
6. 나는 겁에 질려 기도를 바쳤다. 그러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다시 오셨다. 한데 그분 앞에 있는 나 자신은 거의 시들어 버린 듯한 형색이어서 여간 추해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7. “저의 사랑, 저의 생명이시여, 저를 보십시오. 얼마나 추하게, 얼마나 말라 죽게 되었습니까! 아! 당신 없이는 이다지도 흉하게 변하고 맙니다. 당신의 부재가 저의 생기와 아름다움을 잃게 합니다. 태우는 듯 뜨거운 태양 아래 있는 느낌이니, 이 태양이 제게서 모든 생기와 물기를 앗으며 타 죽게 하는 것입니다.”
8.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당신과 함께 약간의 고통을 받게 하셨다. 그 고통이 내 영혼 위에 내리는 천상 이슬로 바뀌면서 다시 내 안에 생기가 돌아오게 하였다. 예수님은 나의 그런 영혼을 양손으로 잡으시고 말씀을 이으셨다. “내 가엾은 딸아, 두려워하지 마라. 나의 부재는 너를 시들게 하지만, 돌아옴은 너에게 생기와 아름다움과 혈색을 돌려주고 내 용모 전체를 다시 입게 한다.
9. 그리고 네가 나와 함께 겪는 고통은 너를 다시 젊어지게 하는 이슬과 같을 뿐만 아니라, 나로 하여금 네 영혼의 문을 두드리게 하고 너로 하여금 내 영혼의 문을 두드리게 하는 지속적인 두드림 역할도 한다. 그것은 그 문들이 언제나 열려 있어서 네가 자유롭게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있고 나도 네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10. 또한 나의 숨은 너에게 산들바람 역할을 한다. 내가 그것으로 너를 빚어 만든 그 아름다운 신선함을 네 안에 보존하기 위함이다.” 그분은 이 말씀을 하시고 내게 숨을 훅 내쉬셨다. 그리고 나를 껴안으시면서 모습을 감추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