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권-35, 피조물 안에 예수님의 참생명을 기르시는 하느님 뜻의 능력
1925년 3월 15일
1. 거룩하고 신성하신 의지 안에 온 존재로 녹아들고 있었으나, 그렇게 하는 동안에도 다정하신 예수님의 부재 고통을 사무치게 느끼고 있었다. 그분 부재의 고통에 이제는 거의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그분과 함께 있지 않을 때마다 그것은 언제나 새로운 고통이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내 생명의 생명이신 당신과 함께 있지 않을 때마다 더 높은 수준의 고통을 부과하시는 모양이어서, 그분과의 고통스러운 거리감이 새록새록 더 절실히 느껴지는 것이다. 오, 정말이지 예수님 안에서는 고통도 기쁨도 늘 얼마나 새로운지!
2. 그런데 그렇게 그분의 뜻 안에 나 자신을 맡기고 있노라니,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밖으로 한 손을 내미셨다. 온통 빛이 가득한 손이었다. 그리고 그분의 그 손 안에 내 손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똑같아서 두 손이 하나로 변화된 것으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 예수님은 (당신의 부재의) 극한적인 고통 속에 있는 나를 측은히 여기시며 이르셨다.
3. "딸아, 내 뜻의 빛은 우리를 함께 변화시켜 오직 하나의 생명이 되게 한다. 빛이 그렇게 하는 동안, 빛 안의 열은 내 생명과의 동화(同化)로 오직 하나의 생명을 이루는 것에 방해되는 것을 죄다 비우고 태워 버린다. 한데 너는 왜 그리도 속을 끓이느냐? 네 안에 있는 나의 이 생명이 느껴지지 않느냐? 이는 꾸며낸 가짜 생명이 아니라 진짜 생명이 아니냐?
4. 너는 그러므로, 나의 생명이 네 안에서 활동하는가 하면, 다른 때에는 고통을 받고, 또 다른 때에는 너를 나 자신으로 가득 채우는 바람에 너의 활동과 호흡과 정신이 현기증을 잃지 않을 수 없음을 매우 자주 느꼈다. 너의 본성 자체가 생명을 잃어야 나의 본성에 자리를 내줄 수 있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너를 다시 살아나게 하기 위해서, 즉 네가 본연의 활동을 되찾으며 감각기관들을 쓰게 하기 위해서 네 안의 나 자신은 작아져야 했다.
5. 아무튼 나는 언제나 네 안에 머물러 있다. 네가 나를 볼 때마다 내가 늘 너의 내면에서 나오곤 하지 않느냐? 네 안에 있는 나의 이 생명을 느낀다면, 내가 너를 떠날까 두려워할 까닭이 없지 않겠느냐?"
6. 나는 그분께 "아! 저의 예수님, 사실 저는 또 하나의 생명이 제 안에서 활동하고, 고통 받고, 움직이고, 숨쉬고, 누워 쉬곤 하는 것을 느낍니다.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합니다. 내가 바야흐로 죽는가 보다 싶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7. 하지만 제가 느끼는 그 생명이 작아지면, 그래서 제 팔과 머리에서 물러가면, 제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당신을 뵙는 것이 아니라 느끼기만 할 때가 흔합니다. 당신의 사랑하올 현존을 만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제 안의 이 생명이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8. '이 생명은 내 안에서 강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그 힘에 눌린 넝마 조각 같아지곤 하니, 대관절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의 원수일수도 있지 않을까? 그가 내 안에서 하기를 원하는 것을 내가 반대하려고 들면, 그는 내 뜻의 행위를 하나도 하지 못하게 하려고 너무나 위압적으로 강경하게 나온다. 그 바람에 나는 즉각 그에게 승리를 안겨 주고 만다.'"
9. 그러자 예수님은 "딸아, 오로지 내 뜻만이 피조물 안에 그 자신의 생명을 기를 수 있는 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영혼은 내게 자기의 뜻이 아니라 내 뜻으로 살기를 원한다는 확실한 증거를 주었다. 얼마나 여러 번이었는지 아무도 그 횟수를 모를 정도로 자주 주었다. 인간적인 뜻의 각 행위는 내 생명의 형성을 저해하기 때문이었다.
10. 내 뜻은 그리하여 가장 놀라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곧 피조물 안에 내 생명을 기르는 일이다.
내 뜻의 빛이 나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그 열은 내 생명에 맞갖지 않는 모든 것을 정화하며 태워 없애고, 내 생명의 성장에 필요한 요소들을 나에게 제공한다.
11. 그런즉 너는 내가 일하게 해 다오. 그러면 내 뜻이 너에 대해 미리 정한 모든 것을 완성할 수 있다.“
17권-36, 예수님께서 당신 뜻의 줄로 휘감으신 사람의 아름다움.
영혼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뜻과
이 뜻 안에서 행하는 영혼의 행위들이 이루는 빛나는 구름의 역할.
1925년 4월 9일
1.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를 나 자신 밖으로 끌어내신 것은 내가 그분 부재의 고통 속에서 여러 날을 지낸 뒤였다. 그분은 나를 팔로 안아 당신 무릎 위에 올려놓으셨다. 오! 그토록 숱한 부재 고통을 겪은 끝이었으니, 예수님의 무릎 위에서 얼마나 큰 행복감을 맛보았겠는가!
2. 그렇지만 나는 부끄러운 건지 소심해진 건지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고 할 말도 없는 상태로 있었고, 그분께서 함께 계시는 동안 내가 늘 드러내 보이곤 했던 지난날의 친밀한 태도도 도무지 나타내지 않았다. 예수님께서는 그러나 여러 가지로 내게 정다움을 드러내셨다. 내가 아픔을 느낄 정도로 세게 껴안으시는가 하면, 한 손으로 내 입을 꾹 누르시어 거의 숨도 못 쉬게 하기도 하셨고, 내게 입맞춤을 주시기도 하셨다.
3. 그럼에도 나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아무 동작도 할 마음이 없었다. 예수님의 부재 고통 때문에 (모든 기능이 정지된 일종의) 마비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할까, 그저 그분께서 하시는 대로 맡기고 있었을 뿐이다.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으니, 설령 그분께서 나를 죽음에 부치셨다고 해도 찍소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4.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내 입을 열게 하시려고, “딸아, 어디 말 좀 해 보아라. 네 예수가 너를 아주 꽁꽁 묶어 버릴까?”하고 물으셨다. 나는 덤덤하게,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하였다.
5. 그분은 과연 손에 가는 줄을 들고 계셨고, 그 줄로 내 머리부터 돌려 감으신 다음 눈과 귀와 입과 목을 거쳐 발에 이르기까지 결국 온몸을 친친 휘감으셨다. 그러고 나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시며 말씀을 이으셨다.
6. "내 작은 딸은 나에 의해 아주 꽁꽁 묶여 있으니 여간 아름답지 않구나! 그렇다. 이제부터 나는 너를 더욱더 사랑할 것이다. 내 뜻의 줄이, 내 뜻이 네 온 존재의 생명이 아닌 상태로는 네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해 두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 눈에 두드러지게 아름다워 보이도록 너를 영화롭게 꾸며 주는 점이다.
7. 내 뜻은 이와 같이 영혼을 유례가 없도록 현저히 아름답게 만드는 힘과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다른 누구의 아름다움도 이 영혼의 아름다움과 대등할 수 없다. 얼마나 굉장하고 매혹적인 아름다움인지 내 눈길과 모든 이의 눈길을 끈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며 사랑하게 할 정도인 것이다."
8. 그 말씀을 듣고 나서 보니 내가 이미 나 자신 안에 들어와 있었다. 분명히 위안과 힘을 얻은 상태였지만, 그분께서 언제 돌아오실지 모른다는 생각에, 또 나의 이 힘든 처지에 대해 아무 말씀도 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슬픔이 치밀었다. 그러므로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 안에 녹아들기 시작하였다.
9. 그러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빛나는 구름이 나를 에워싸게 하시며 나의 내면에서 나오셨다. 그분은 이 구름 위에 양팔을 얹으시고 그 사이로 온 세상을 보셨다. 모든 피조물이 그분의 지극히 맑은 눈길 안에 들어 왔는데, 오!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얼마나 숱한 죄로 그분의 다정하신 마음을 상해 드리는지! 그 숱한 음모! 그 숱한 기만과 위선! 뜻밖의 사태를 일으키려고 드는 그 숱한 반역의 간계! 이 모든 것이 온 도시들을 파괴할 징벌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었다.
10. 다정하신 예수님은 그 빛나는 구름에 기대신 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셨다.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입으신 것이었다. 그리고 내게 눈길을 돌리며 이르셨다. “딸아, 이 세태를 보아라. 너무 타락해 있어서 내가 이 구름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이것을 벗어나서 본다면 세상 대부분을 멸하고 말 것이다.
11. 한데 너는 이 빛나는 구름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느냐? 그것은 네 안에서 활동하는 나의 뜻이요, 나의 뜻 안에서 하는 너의 행위들이다. 네가 이런 행위를 많이 할수록 이 구름도 더욱 커져서 나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 나로 하여금 내 뜻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의 그 사랑으로 인간을 보게 하는 버팀목 말이다.
12. 그것은 내 사랑의 눈동자를 매혹하면서 내가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행했던 모든 것을 보게 하기에, 내 마음속에 연민의 의지가 솟아나게 한다. 이로 인해 나는 결국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인간을 측은히 여기게 된다.
13. 이 구름은 너에게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 너의 온 존재를 밝히는 빛이 되고, 너를 둘러싸서 이 땅을 너와 무관한 것으로 만들고, 비록 무해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애착이 네 안에 들어오지 않게 하고, 너의 눈동자도 매혹하면서 네가 네 예수처럼 진리에 따라 사물을 보게 한다.
14. 그리고 이 구름은 네가 허약한 것을 보면 가까이서 에워싸며 그것의 힘을 준다. 네가 활동하지 않고 있으면 네 안으로 들어가서 작용한다. 더구나 그 자신의 빛을 잃지 않으려고 극도로 조심하면서 파수꾼으로 활동한다. 네가 내 뜻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뜻도 너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15. 그런데, 딸아, 너는 왜 그렇게 침통해하느냐? 내 뜻이 네 안에서 활동하면서 너의 뜻에는 어떤 행위에도 생명을 주지 않게 하여라. 나의 위대한 계획이 네 안에 성취되기를 원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