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권-9, 예수님께서 당신의 뜻이 실행되기를 원하시는 까닭
1923년 8월 16일
1. 혼자 속으로 ‘복되신 예수님께서 어째서 그토록 큰 관심을 가지시고 당신의 뜻이 실행되기를 원하시며 좋아하시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련하고 비참한 한 피조물이 지극히 높고 거룩하며 사랑하올 그분의 뜻에 자기의 뜻을 맡기는 것에서 대체 어떤 영광을 받으실 수 있을까?’
2.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형언할 수 없도록 자애롭고 다정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왜 그런지 알고 싶으냐? 나의 탁월한 선성인 사랑은, 그 피조물이 내가 원하기 때문에 내 뜻을 행하며 움직일 때마다 그에게 나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줄 정도로 크다. 그리고 언제나 이것을 주기 위해서 그가 내 뜻을 행하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그가 내 뜻을 행하기를 내가 원하며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다만, 언제나 줄 수 있는 기회와 수단을 확보하려는 것에 있다.
3. 내 사랑은 가만히 앉아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 언제나 달리기를, 피조물을 향해 날아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무엇을 하기 위해서이겠느냐? 주기 위해서다. 그가 내 뜻을 실행하는 것으로 나에게 더 가까이 오면 나도 그에게로 더 다가간다. 그리하여 나는 주고, 그는 받는 것이다.
4. 이와 반대로 그가 내 뜻을 실행하려고 움직이지 않으면,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으면서 스스로를 나와 상관없는 낯선 자로 만드는 것이기에, 내가 그에게 주려고 했던 것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래도 나 자신의 것을 주고자 한다면, 그것이 그에게는 해롭고도 참을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그의 미각이 인간적인 뜻으로 오염된 채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있어서 이 하느님의 선물을 음미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게 하기 때문이다.
5. 이와 같이 (내 뜻이 실행되는 것이) 나의 전적인 관심사가 되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의 것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6. 그다음 내 영광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내 뜻을 행하는 피조물의 활동을 통하여 내가 받는 나 자신의 영광이다. 이는 하늘에서 내려와서, 피조물에 의해 실행된 거룩한 뜻으로 말미암아 증대되어, 다시 내 옥좌의 발치로 똑바로 올라오는 영광이기 때문이다.
7. 이와 반대로, 내 뜻을 실행하지 않는 자들이 내게 줄 수 있는 영광은, 만약 그런 것이 있기라도 하다면, 나와 상관없는 이질적인 영광이어서 역겨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8. 사람이 내 뜻을 실행하려고 움직이면, 나는 나 자신의 것을 주면서 그의 활동에 나의 성덕과 능력과 지혜와 내 업적의 아름다움을, 이 헤아릴 수 없도록 무한한 가치를 결합시킨다. 그러니 이것은 내 나라의 열매요, 내 천상 왕국의 업적이며, 내 가족과 내 모든 적자들의 영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9.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겠느냐? 오직 내 뜻을 실행하려고 움직이는 피조물의 그 활동 안에서 내 지고한 뜻의 황홀한 능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느냐? 오! 모든 사람이 이 뜻의 선익을 안다면, 그들 자신의 뜻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련마는!”
16권-10,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외관상 비범한 면이 없는 성덕이다.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의 모범.
1923년 8월 20일
1. 마음속으로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인자하신 예수님께서는 그분의 뜻에 대해 탄복할 만한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리고 그분의 의지 안에서 살도록 부름 받은 영혼보다 더 위대하고 더 높고 더 거룩한 것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나는 탄복할 만한 일을 많이 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외관상으로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일들 말이다?
2. 그러나 매력적이거나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나는 나를 선한 일을 전혀 못하는, 더할 수 없이 비참하고 무의미한 존재로 느낄 따름이다. 반면에 성인들은 참으로 많은 선행을 하지 않았던가?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이들, 여러 기적들을... 그럼에도 그분께서는 그분의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이 다른 모든 성인들을 능가한다고 말씀하신다.'
3. 그런 생각과 또 다른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가고 있는 동안,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걸음을 옮기시면서 흔히 하시듯이 그분의 빛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어떤 성덕이 개별적이고 일정한 때 일정한 장소의 것일 경우, 외적인 기적 사건들이 보다 많이 일어난다. 그것은 그러한 개인들과 그 장소와 때를 끌어당겨 그 성덕이 내포한 은총과 선을 받게 하려는 것이다.
4. 한편, 내 뜻 안에서 사는 삶이라는 성덕은 어떤 장소, 어떤 사람, 어떤 때를 선정해서 선행을 하는 개별적인 성덕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시대와 모든 장소의 모든 사람에게 선을 베풀게 될 성덕이다.
5. 그것은 내 뜻의 영원한 태양 안에 가려져 있는 성덕이다. 모든 것에 침투하지만 말없는 빛이요, 땔감도 요란한 소리도 연기도 없는 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끊임없이 가장 장엄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풍성하다. 그것의 빛은 (다른 모든 빛보다) 더욱 순수하고, 그것의 열도 더욱 강렬하다.
6. 그것의 진정한 표상은 지평선을 비추는 태양이다. 태양은 모든 것을 환하게 비추지만 요란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 빛이지만 말이 없다.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선을 베풀고, 씨앗을 풍성하게 하며, 모든 식물에게 생명을 준다. 또한 오염된 공기를 그 열로 정화하고, 온 인류에게 해로울 수 있는 것은 없애 버린다.
7. 하지만 어찌나 고요한지, 사람들은 그것과 함께 있으나 관심의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것은 끊임없이 장엄하고 아름다우며, 끊임없이 모든 이에게 선을 베푼다. 그러므로 만약 태양이 없다면, 온 자연을 풍요하게 하며 보존하는 더없이 큰 기적이 사라졌기 때문에 누구든지 애통해할 것이다.
8. 그러한 태양보다 더 훌륭한 것이 하느님 뜻 안의 삶이라는 성덕이다. 내 뜻 안에서 올곧게 완전히 정돈된 영혼은 전투 중인 군대를 능가한다. 그 영혼의 정돈된 지성은 하느님의 영원한 지성에 결속되어 있고, 그의 정돈된 심장 박동과 애정과 소망은 영원한 유대 속에 있다.
9. 그런고로 그의 생각과 의지와 내면 전체가, 그에게서 나와서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우는 전령(傳令)들의 군대다. 그들이 말하는 소리들이고, 모든 이를 지키는, 무엇보다도 특히 그들의 하느님을 지키는 무기들이다. 그들은 만인에게 선을 가져온다. 그들은 지극히 높으신 임금님께서 당신 자신 안에 대열을 짜 두신 진실로 천상적이며 신적인 군대로서, 언제나 그분의 명령을 따를 채비를 갖추고 있다.
10. 그런데, 내 뜻 안에서 살아가는 삶인 이 참된 성덕의 모범은 내 엄마이시다. 그분의 내면이 지극히 높으신 의지의 영원한 태양에 완전히 가려져 있는 것이다. 성인들의 성덕의 여왕이시며, 내 생명을, 따라서 모든 선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어머니요 전달자이셨던 그분은 마치 모든 사람 안에 숨은 듯 있으면서 선을 가져오셨을 뿐, 아무도 당신 자신을 알아보게 하지 않으셨다. 잠잠한 태양 이상으로 말없이 빛을 가져오시고, 요란한 소리 없이 불을, 당신 자신을 드러냄 없이 선을 가져오셨던 것이다.
11. 선치고 그분에게서 나오지 않는 선이 없었고, 그분에게서 샘솟지 않은 기적도 없었다. 그분은 내 뜻 안에서 삶으로써 모든 이 안에 숨어 계셨지만, 어제도 오늘도 모든 선의 기원이시다. 하느님 안에 얼마나 사로잡혀 계셨는지, 하느님의 뜻 안에 얼마나 질서 정연하게 붙박여 계셨는지, 그분의 내면 전체가 영원한 의지의 바다 속에 잠겨 있을 정도였다.
12. 그리하여 그분은 모든 피조물의 모든 내면을 아셨고, 이들의 질서를 다시 잡으시려고 하느님 앞에 그분 자신의 내면을 내놓곤 하셨다. 사실 다시 만들고 다시 정돈할 필요성이 보다 큰 쪽은 바로 인간의 외면이 아니라 내면이었다. 그러므로 그분은 보다 큰 쪽의 일을 하셔야 했기 때문에 - 비록 외적이고 내적인 모든 선의 기원이셨지만 - 작은 쪽의 것은 거의 고려하지 않으셨다.
13. 그렇지만 그분은 외견상 그토록 위대하고 놀라운 일을 하시는 것 같이 보이지 않았다. 하느님 뜻의 빛나는 구름 속에 숨어 태양보다 더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곤 하셨던 것이다.
14. 그러니 외관상으로는 성인들이 내 엄마보다 더 놀라운 일을 하며 스스로를 내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더없이 위대한 성인들이라고 하더라도 내 천상 엄마 앞에서 대체 무엇이겠느냐? 그들은 큰 태양에 비해 다만 조그만 별에 불과하고, 그래도 밝게 빛난다면 이 태양의 빛을 받아서일 뿐이다.
15. 그분은 그들처럼 놀라운 일은 하시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영원하신 뜻에 온전히 집중하신 채 눈으로 보기에도 끊임없이 장엄하고 아름답게, 거의 땅에 붙을 정도로 그 위를 감돌고 계셨다. 이는 폭력에 가까운 강렬한 사랑으로 영원하신 뜻을 매혹하며 황홀케 하여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시게 하기 위함이었다. 인류가 이 뜻을 천상의 가장 높은 곳까지 난폭하게 추방했었기 때문이다.
16. 그분은 따라서 하느님의 뜻 안에 정돈된 그분의 내면 전체로 잠시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셨다. 생각에 잠기든 심장이 뛰든 숨을 쉬든 또다른 무엇을 하든, 모든 것이 온통 영원한 말씀을 땅으로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끈들이 되었으며, 실제로 승리를 거두셨다. 그러므로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가장 큰 기적을 행하셨던 것이다.
17. 딸아, 이것이 너의 과업이다. 지고한 의지 안에서 온전히 다시 정돈된 너의 내면을 나를 매혹하며 묶어, 이 의지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게 하여라. 그러면 이것이 알려지고,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생명을 주게 될 것이다.
18. 그 밖의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마음 쓰지 마라. 더 큰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더 작은 일은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더 작은 쪽은 다른이들이 하도록 내어 주어, 모든 이가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는 내 가장 큰 사업을 외적인 놀라운 일들과 함께 알려야 할 경우, 여기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다. 곧 그 때와 장소와 사람들을 알고 있다.
19. 너로 말하자면, 언제나 계속 내 뜻 안을 날아다니면서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우며 나를 매혹하여라.
내가 가장 큰 기적을 행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 기적은 곧 내 뜻이 사람들 가운데서 다스리는 것이다.”
16권-11, 하느님 뜻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족하지 않다.
소유한 것을 잘 가꾸며 보존할 줄 알아야 한다.
1923년 8월 28일
1. 다정하신 예수님의 부재로 심히 괴로웠다. 아무리 부르고 간청해도, 이승에서 귀양살이 중인 당신의 이 작은 아이에게 돌아오실 마음이 없으신가 보다. 아! 이 귀양살이는 얼마나 고달픈지! 나의 하찮은 마음이 고통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이 마음의 생명을 이루시는 분이 멀리 떠나 계시기 때문이었다.
2. 그러나 예수님께서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고해 신부님이 오셨고, 거의 동시에 내가 그리도 오래 기다렸던 예수님께서도 나의 내면에서 나오셨다. 내 심장을 세게 쥐어짜시는 모습으로 나타나신 것이다.
3. 나는 그분께 “저의 예수님, 더 일찍 오실 수는 없으셨습니까? 지금 저는 순명해야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지극히 거룩한 성사안의 당신을 받아 모실 때에 오십시오. 그 다음에는 우리가 다시 단둘이 있게 될 것이고, 자유롭게 함께 있을 것입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4. 그러자 그분은 위엄을 갖추시고 다소 냉담한 어조로 “딸아, 너는 내가 내 지혜의 질서를 파괴하고 내 교회에 준 권한을 앗아 가기를 원하느냐?” 하셨다. 그런 다음 나로 하여금 당신의 고통을 나누게 하셨다.
5. 나중에 나는 그분을 향하여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그렇지만, 제 사랑이시여, 말씀 좀 해 주십시오. 어찌하여 오시지 않습니까? 어찌하여 다시 오시리라는 희망마저 잃을 정도로 이리 오래 기다리게 하십니까? 고통스러운 나머지 제 마음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허덕이고 있지 않습니까?’
6. 그제야 예수님께서 인자하기 그지없는 음성으로 이렇게 이르셨다. “딸아, 내가 네 안에서 내 뜻의 소유권을 넣어 준 것은 네가 단지 소유하기만을 원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을 증식시킬 수 있도록 잘 보존하고 가꾸며 확장할 줄을 알아야 한다. 그런즉 고통, 굴욕, 경계, 인내 및 나의 부재 자체도 네 영혼 안에 내 뜻의 영역을 확장하고 유지하는 데에 쓰인다.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족하지 않다. 소유하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7.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곡물의 씨를 뿌리고 기르며 보존하고 수고의 결실을 거두도록 그 땅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자기의 땅을 경작하지 않으면,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허기를 채울 양식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을 부유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한 것을 잘 경작하는 법을 아는 것에 있다.
8. 나의 은총과 선물들 및 특히 내가 네 안에 여왕으로 넣어 둔 나의 뜻도 그와 같다. 이 뜻은 너한테서 너의 고통과 행위들을 양식으로 받기를 원한다. 또 이 뜻에 완전히 복종한 너의 뜻이 모든 일 속에서 여왕에게 맞갖은 영예와 수행 행렬을 주기를 원한다.
9. 나의 뜻은 그리하여 네가 행하며 겪는 모든 것 속에서 네 영혼을 먹일 양식을 준비하게 된다. 그러므로 너는 한쪽에서, 나의 뜻은 다른 쪽에서, 네 안에 있는 내 지고한 뜻의 경계를 확장하게 될 것이다.”
16권-12, 예수님의 부재 고통에 더하여 그분 성심의 참혹한 고통도 겪다.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나라들.
1923년 9월 2일
1. 흠숭하올 예수님의 부재로 무척 괴로운데다, 그분께서 전광석화처럼 나타나셔서 나를 나 자신 밖으로 끌어내신 뒤 같은 모양으로 순식간에 달아나시곤 하는 바람에, 나 혼자 참담하고 우울한 것들을 보거나 전쟁 소문 같은 것을 접하지 않을 수 없어 더욱 괴로웠다.
2. 그 소문에 의하면 정부 지도자들이 이탈리아를 전쟁에 휩쓸리게 하려는 것 같았다.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 접근하여 상당한 액수의 돈까지 주면서 그들을 전쟁이라는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이다.
3. 하기야 금년 일월 어느 날, 심한 고통 중에 있는 나에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그때 그분은 전쟁을 하고 싶어 하는 나라들이 다른 나라들도 끌어넣으려고 상당한 액수의 돈을 주기도 하는데, 그런 나라들에 빛을 주기 위해서 나로 하여금 고통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4. 그렇게 나 자신의 몸 밖에 나가 있으면서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것과 또 하나의 전쟁터가 준비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예수님과 함께 있지 않는 것이 얼마나 괴롭던지! 그분이 안 계시니 통사정 한마디마저 털어놓을 데가 없고, 비록 고통이라는 대가를 치러서라도 그분한테서 자비를 낚아채어 불행한 인류 위에 부어 줄 수도 없는 것이었다.
5. 그런 상태로 며칠을 지내고 나자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는 심경이 되었다. 예수님 없이 지내야 하는 고통뿐만 아니라, 너무 혹독해서 표현조차 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고통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6. 그때 그분께서 잠시 모습을 보여 주셨는데, 그분 역시 더 이상 견디실 수 없어서 피신처와 안식을 얻으려고 내 가슴에 바싹 기대신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그분을 끌어안고 “저의 생명이신 예수님, 말씀 좀 해 주십시오. 제가 어디에서 당신을 모욕했기에 오시지를 않으십니까? 또 당신 부재의 고통에 더하여 저를 잡아 찢어 당신에게서 떼어 놓는 이 고통의 정체는 대관절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7. 그러자 예수님은 슬픔에 잠긴 어조로 “딸아, 내가 너를 떠날까 두려워할 정도로 나를 모욕하는 어떤 것에 너의 뜻을 둔 적이 있었느냐?” 하고 되물으셨다. “아닙니다. 예수님. 당신의 마음을 언짢게 해 드리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습니다.” 내가 그러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8. “그러면, 항상 아버지와 함께 있어 온 딸은 아버지가 자기를 대하시는 방식과 그 숨은 뜻과 이유를 알아내려고 정신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와 함께 있었는데도 아직 내가 떠나있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모른다는 말이냐?
9. 너는 그러나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전광석화처럼 너에게 와서 네 몸 밖으로 너를 끌어내어 혼자 땅 위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게 했을 때 보았던 그 심각한 재앙들 때문에라도 알 수 있었다. 참담한 것들을 많이도 보지 않았더냐? 그 위에, 대대적으로 전쟁 준비를 하는 나라들도 보았다. 작년에 프랑스가 독일에 대항하여 들고 일어남으로써 첫 신호탄을 쏘았고, 이탈리아는 그리스에 대항하여 두 번째 신호탄을 쏘았다. 그 다음에는 또 다른 나라가 와서 세 번째 신호탄을 쏘며 그들을 전쟁에 불러들일 것이다.
10. 얼마나 불성실하며 완고한지! 이 뿌리 깊은 완고함을 더 이상 참고 볼 수 없어진 내 정의가 이제는 거침없이 나아가기 위해서 부득이 나를 너에게서 떠나 있게 하는 것이다.
11. 그리고 네가 나의 부재 고통에 더하여 겪었던 또 하나의 고통은 바로 인류가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고통이다. 과연 그것은 너무나 끔찍한 고통이어서 내 심장이 뒤틀리며 경련을 일으킬 지경이었다. 그런데 너는 나와의 결속으로 인해 온 인류 가족에게도 묶여 있으므로 이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인류가 그들의 끔찍한 죄악들로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12. 하지만 용기를 내어라. 낙심하지 마라. 그리고 내가 정의에게 거침없는 진로를 내주도록 너는 가만히 있어라. 그런 다음 내가 다시 너와 같이 있겠다. 그때에는 인간의 운명을 두고 우리 함께 기도하며 울기로 하자. 인간이 더 이상 이 땅에서 길 잃고 헤매지 않고 자기네 하느님께로 돌아오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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