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권-13, 사랑이 그치면 죄가 시작된다.
아담이 죄를 지은 이유.
1923년 9월 6일
1. 예수님의 부재 고통으로 돌처럼 굳어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분이 안 계실 때면 나의 유일한 지주가 되는 그분의 빛이나 그림자도 그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다. 이 빛이나 그림자가 지주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분의 부재로 파삭하게 말라 타들어 가는 작고 가련한 풀잎에, 그런 내 영혼에, 그것이 적으마나 이슬방울같이 맺혀 숨줄이 영 끊어지지는 않게 지탱해 주기 때문이다.
2. 그렇더라도 예수님의 뜻에 나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그분과 함께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 안을 날아다니곤 했을 때처럼, 할 수 있는 한 나의 내적 행위들을 계속하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오, 그때와 얼마나 다르던지! (그 거룩하신 뜻 안에서) 모든 이를 찾아내어 하느님께 그들 모두를 대신한 행위들을 드리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3. 그래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의 예수님, 당신 뜻 안에서 저의 생각을 당신의 생각에 일치시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창조된 지성들 속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돌아다니시니,
저는 각각의 생각마다 당신의 생각에서 당신 지성의 사랑을 끌어내기를 원합니다.
피조물의 각 생각을 사랑의 날아오름 속에 놓아두려는 것입니다.
이 비상이 저 위 천국의 지극히 높으신 임금님 대전에 다다르면, 영원하신 사랑과 어울러지면서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사랑을 모든 피조물 위로 끌어당길 것입니다.’
4. 내가 이것과 또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혼잣말을 하고 있었을 때,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기척을 내시더니 한숨을 내쉬시며 말씀하셨다.
5. “딸아, 너는 나 없이 지내지 못하지만, 나도 너 못지않다. 네가 마음속으로 느끼는 모든 것이 나다. 너의 열망, 한숨, 나의 부재 때문에 겪는 순교적 고통이 곧 나다. 내 심장 박동이 네 안에 되울리고 나의 고통을 너에게 가져가며 나를 너에게서 숨기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이 더 이상 참고 배길 수 없어질 때에는 정의를 뛰어 넘으면서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6. 그분은 그렇게 말씀하시고 당신 모습을 드러내셨다. 그 순간 나는 정말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하지만, 오, 나의 그 느낌을 누가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그때 그분께서 이어서 또 말씀하셨다.
7. “딸아, 너는 나에게 네 안에 있는 지상 거처를 주었고,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는 하늘에 너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므로 너는 지상에 있는 동안에도 나와 함께 천상에 있다. 하느님께서 지극히 높으신 뜻의 작은 딸을 데리고 계시면서 이 딸과 함께 즐거워하시는 것이다.
8. 이처럼 우리 (성삼위)는 우리의 작은 딸을 하늘에도 땅에도 가지고 있기에, 정의가 원하는 대로, 또 피조물이 받아 마땅한 대로, 땅을 없애 버릴 수가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당치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도시가 여럿 사라지고, 여러 곳에서 땅이 갈라져 그 지역과 사람들이 사라지게 하며, 전쟁이 적지 않은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그칠 것이다. 우리의 딸을 봐서라도 땅을 멸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 딸에게 우리의 뜻이 땅에서도 살게 할 임무를 맡긴 까닭이다.
9. 그러니 용기를 내고, 내가 없는 동안에도 너무 낙심하지 마라. 나는 별로 오래 숨어 지내지 못한다. 나 자신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너는 알아야 한다. 그러니 너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형제들을 위해서도 절대로 나를 사랑하기를 그치지 마라. 절대로!
10. 실제로 아담이 왜 죄를 지었는지 알고 싶으냐? 그는 내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잊어버린 탓에 자기가 나를 사랑해야 하는 것도 잊고 말았다. 이것이 그의 타락과 불씨였다. 만약 내가 자기를 끔찍이 사랑하기에 자기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그는 결코 내게 불순종할 마음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사랑이 먼저 그치고 나자 죄가 시작되었다.
11. 또 자기 하느님을 사랑하기를 그치자마자 그 자신에 대한 진정한 사랑도 그치고 말았다. 육신의 지체들과 정력이 그에게 반항하기도 했으니, 그는 지배력과 질서를 잃고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피조물에 대한 진정한 사랑도 그치고 말았다. 우리 성삼위 사이에 감도는 것과 같은 사랑으로 내가 사람을 창조했으니, 이 사랑 안에서 사람이 서로를 닮으며 서로의 행복과 기쁨과 생명이 되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12. 이런 이유로 내가 세상에 와서 가장 강조했던 것이, 내가 사랑하는 것처럼 그들도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나의 첫사랑을 그들에게 주기 위함이었고,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사랑이 땅 위를 감돌게 하기 위함이었다.
13. 그러므로 너는 너의 모든 고통과 내 부재의 고통 속에서도 내가 너를 끔찍이 사랑한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네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 결코 잊지 않게 된다.
게다가 너는 우리 뜻의 딸로서 모든 이를 대신하여 나를 사랑할 임무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면 네가 질서 안에 머무를 것이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16권-14, 하느님의 뜻이 악마에게는 지옥이다.
그는 하느님의 뜻을 행하지 않았기에 이를 거의 모르고 사랑하지도 못한다.
1923년 9월 9일
1. 아직도 일말의 두려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숭고한 진리들을, 특히 하느님의 뜻에 대한 진리들을 이리도 풍성하게 일러 주신 이가 어쩌면 흠숭하올 예수님이 아니고 속임수를 쓰고 있는 원수일지 모른다 싶어서였다. 원수가 그 많은 진리들로 나를 공중 높이 던져 올렸다가 다음 순간 끝없이 깊은 구렁 속으로 냅다 던지는 것 같았던 것이다.
2. 그래서 혼잣말로 ‘저의 예수님, 원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저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습니다. 저의 관심은 오직 제 영혼 구원에 있을 뿐입니다.’하였다. 그러자 복되신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걸음을 옮기시며 말씀하셨다.
3. “딸아, 왜 두려워하느냐? 지옥의 뱀이 나에 대해서 가장 조금밖에 알지 못하는 것이 내 뜻이라는 사실을 너는 몰랐느냐? 사실 그는 내 뜻을 행하기를 원치 않았다. 내 뜻을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알지도 사랑하지도 못했다. 이 헤아릴 수 없는 의지의 신비를 꿰뚫어 보지 못했으니 내 뜻의 효과와 가치는 더더구나 몰랐다. 그러니 그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남에게 말할 수 있겠느냐?
4. 그런데 그가 가장 혐오하는 것이 바로 피조물이 내 뜻을 행하는 것이다. 그는 어떤 사람이 기도를 하든, 고해하러 가든, 영성체를 하든, 보속을 하든, 또는 기적을 일으키든, 그런 것에 대해서는 그러든지 말든지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나의 뜻을 행하면 가장 큰 상처를 입는다.
5. 실제로 그는 내 뜻을 거역했기 때문에 그 자신 안에 지옥이 - 그의 불행한 상태, 그를 불태우는 격분이 - 조성되었다. 그러므로 내 뜻이 그에게는 지옥이고, 내 뜻을 따르는 영혼이 이 뜻의 능력과 가치와 거룩함을 아는 것을 볼 때마다 스스로의 지옥이 배가(倍加)됨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가 잃어버렸던 낙원과 행복과 평화가 그 영혼 안에 다시 창조됨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뜻이 알려질수록 그는 더욱더 고통스러워하며 격분으로 날뛰게 되는 것이다.
6. 내 뜻이 그의 지옥을 이룰진대, 어떻게 나한데 그것에 대해 입을 열 수 있겠느냐? 그래도 그가 입을 연다면 그의 말이 네 안에 지옥을 만들 것이다. 그가 좀이나마 내 뜻을 아는 것은 증오하기 위해서지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결코 행복과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하물며 그의 말에는 은총이 비어 있어서 내 뜻을 행할 은총을 줄 수도 없는 것이다.”
16권-15, 거룩한 태양이신 하느님 주위를 돌며 모든 빛과 좋은 것을 받도록 창조된 인간.
이 회전 운동을 멈추게 하는 것이 죄라는 악이다.
1923년 9월 14일
1. 생각건대 일체 만물이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것 같다. 지구와 우리 자신과 모든 생물이, 바다와 식물과 모든 존재가, 요컨대 우리 모두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빛으로 환해지며 그 열도 받고 있다. 태양은 우리 위에 강렬한 빛을 반사하고, 우리는 모두 태양 주위를 돌면서 그 빛을 누리며, 태양이 지닌 좋은 것들과 효과의 일부를 받고 있는 것이다.
2. 한데 거룩한 태양이신 하느님 주위를 돌지 않는 존재가 있을까? 있다면 그 수가 얼마나 될까? 아마 없을 것이다. 모두가 돌고 있다. 모든 천사들과 성인들과 사람들 및 삼라만상이 돌고 있다. 여왕이신 엄마께서도 그 주위를 신속히 돌며 최초의 한 바퀴로 이 영원하신 태양의 모든 반영을 흡수하셨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3.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에, 거룩하신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나오시어 나를 꽉 껴안으시고 말씀하셨다. “딸아, 내가 사람을 창조한 목적이 바로 이것이었으니, 언제나 내 주위를 도는 것이었다.
4. 그러면 내가 태양과 같이 그 회전의 중심에 있으면서 나의 빛과 사랑 및 나와 비슷한 모습과 나의 행복을 사람 안에 반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한 바퀴씩 돌 때마다 늘 새로운 만족과 새로운 아름다움을 주면서 더욱 강렬한 (사랑의) 화살을 쏘았을 것이다.
5. 사람이 죄를 짓기 전에는 나의 신성이 그에게 감추어져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내 주위를 돌고 있었으므로 큰 태양인 나의 반사로 자연히 작은 빛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를 짓자마자 내 주위를 돌 수 없게 되었으니, 그의 작은 빛은 어둠이 되었고 그는 눈이 멀고 말았다. 따라서 죽기 마련인 육신을 입고 있어도 피조물로서의 능력이 닿은 데까지 내 신성을 볼 수 있는 빛을 잃어버렸다.
6. 그러므로 내가 사람들을 구원하려고 세상에 왔을 때에 인간 육신을 취하여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사람이 육으로 죄를 지었기에 육으로 속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이 이유 외에도 내 신성을 볼 수 있는 눈이 사람에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인성 안에 머물러 있었던 내 신성은 그래서 단지 몇 줄기 빛살만을 번갯불이나 섬광처럼 내비쳤을 뿐이다.
7. 그러니, 보아라. 죄라는 것이 얼마나 큰 악인지를! 이로 인해 사람은 내 주위를 회전할 힘을 잃었고, 자신이 창조된 목적을 무효화했으며, 빛에서 어둠으로, 아름다움에서 추함으로 변질되었다.
8. 죄는 너무나 큰 악이어서 내가 내 구원 사업 전부를 가지고도 사람의 눈을, 즉 사람이 육신을 입고 있는 동안에도 내 신성을 볼 수 있는 눈을 회복시켜 줄 수 없었을 정도였다. 이 눈은 다만 죽음에 의해 무너지고 문드러진 그 육신이 심판 날에 다시 일어서게 될 때라야 열릴 것이다.
9. 만일 모든 피조물이 태양 주위를 돌 수 없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빛과 조화와 아름다움을 잃을 것이며, 서로서로 충돌하게 될 것이다. 태양이 있다고 해도, 아무것도 그 주위를 돌지 않기 때문에 모든 피조물에게 태양은 죽은 거나 진배없을 것이다.
10. 그런데 사람은 원죄로 말미암아 자기 창조주 주위를 돌지 못하게 되었고, 따라서 질서와 자기 지배력과 빛을 잃어버렸다. 또한 죄를 지을 때마다 자기 하느님의 주위를 돌지 못하게 될 뿐더러, 새로운 태양처럼 용서와 구원과 죄로부터의 피신을 가져다주는 구원 사업의 선익들 주위도 돌지 못하게 되고 만다.
11. 너는 이 회전 운동을 결코 멈추지 않는 이가 누구인지 아느냐?
바로 내 뜻을 실행하며 내 뜻 안에서 사는 영혼이다. 그는 언제나 달리며 절대 멈추는 법이 없어서
내 인성의 모든 반영를 받고, 또 강렬히 번쩍이는 내 신성의 빛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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