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시 248

94. “고운 내”에 계신 예수. 세례자의 세 제자

매우 많은 겨울날이다. 구름 한점 없이 단조로운 하늘에 해가 떠 있고 바람이 분다. 해가 방금 떴다. 아직 엷은 서리, 아니 그보다도 거의 얼어붙은 이슬이 한겹 엷게 깔려 있어, 땅바닥과 풀에 금강석 가루를 뿌린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남자 세 사람이 집을 향하여 온다.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는 발걸음으로 걸어온다. 마침내 그들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채운 물병들을 가지고 마당을 건너질러 가는 요한을 보고 그를 부른다. “자네들이 여길! 여서들 오게! 선생님이 기꺼이 만나 주실걸세. 오게. 군중이 오기 전에 이리 오게. 지금은 여기에 사람이 많이 오거든! …” 이들은 세례자 요한의 제자인 세 목자 시메온과 요한과 마티아이다. 그들은 기꺼이 사도를 따라간다. “선생님, 여기 친..

그리스도의시 2021.12.03

93. “고운 내”에 계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사람을 죽이지 말아라.” 도라의 죽음

“성경에 ‘사람을 죽이지 말아라’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계명은 어떤 계명군(群)에 속합니까? ‘둘째 계명군에 속한다’구요? 확실합니까? 이제 또 묻겠습니다. 이것은 하느님을 모욕하는 죄입니까, 또는 이 죄의 희생이 된 사람을 모욕하는 죄입니까? 두 번째 경우라구요? 여기에 대해서도 자신있습니까? 이제 또 묻겠습니다. 살인죄밖에 없습니까? 사람을 죽이면 이 죄 하나만을 짓는 것입니까? ‘이 죄만 짓는 것’이라구요? 아무도 이것을 의심치 않습니까? 여러분의 대답을 큰 소리로 말하시오. 여러분 모두를 대신해서 한분만 말씀하세요. 기다리겠습니다.” 그러시면서 예수께서 당신 곁에 온 어떤 어린 계집아이를 쓰다듬으시려고 몸을 굽히신다. 그 계집아이는 조용히 있으라고 엄마가 준 사과를 조금씩 갉아먹는 것도 잊어..

그리스도의시 2021.11.21

92. “고운 내”에 계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라.”

아직 비가 조금 오기는 하지만 날씨는 덜 고약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선생님을 찾아올 수 있다. 예수께서는 중요한 일에 대하여 말씀드릴 것이 있는 두세 사람의 말을 따로 들으신다. 그런 다음 그 사람들은 더 안심하고 제 자리로 돌아간다. 예수께서는 또 다리 위쪽에서부터 골절이 되어 괴로워하는 어린 아이에게 축복하신다. 의사들은 ‘소용 없소. 골절이 저 위쪽 척추골에까지 미쳤소.’하고 말하면서 아무도 치료하기를 원치 않는 어린 아이이다. 어머니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이렇게 설명을 한다. “이 애는 제 여동생과 같이 마을의 길에서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헤로데당 사람이 마차를 마구 달리게 하여 와서 이 애를 쓰러뜨리고 넘어갔습니다. 저는 이 애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죽은 것보다도 더 못합니다..

그리스도의시 2021.11.14

91. “고운 내”의 베일 쓴 여자

날씨가 하도 고약해서 순례자가 아무도 없다. 비가 억수로 퍼부어서 마당은 늪이 되었고, 쌔액쌔액 소리를 내며 문과 창을 마구 흔들어대는 바람에 불려 어디서 오는지 모르게 날아온 마른 잎들이 물 위로 떠다닌다.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문을 그저 조금만 열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부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어둡다. 바람 때문에 연기가 안으로 거슬러 들어오기 때문에 눈물이 나고 기침이 난다. “솔로문의 말이 맞아.” 하고 베드로가 점잔을 빼며 말한다. “남자를 집에서 내쫓는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싸움 좋아하는 아내와 … 이 아내를 나는 그 동족들과 함께 가파르나움에 내버려두었지 . … 연기나는 아궁이와 비가 새는 지붕이야. 이 끝의 두 가지를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단 말이야. … 그렇지만 내일 이 ..

그리스도의시 2021.11.14

90. “고운 내”에 계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육체로나 동의로나 음란한 일을 하지 말아라.”

예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영혼아, 두 가지 피로를 참을성 있게 견디어라. 지금은 고통의 때이다. 너는 마지막 시기에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알지?! 네가 그것을 보았지, 길을 걸을 때 나는 요한과 베드로와 시몬에게 몸을 기대고, 유다에게까지도 몸을 기댔다. … 그렇다. 그리고 옷자락만 스쳐도 기적이 나오는 나였지만, 이 마음은 바꿀 수가 없었다. 작은 요한(마리아 발또르따의 애칭)아, 고집스러우리만큼 무감각한 저 사람들에게 이미 내 마지막 시기에 들려준 말을 다시 하기 위하여 네게 몸을 의지하게 해다오. 그 사람들에게는 내 처형에 대한 예고가 스며들지 않고 겉에서 흘러내리고 말았다. 또 네 선생이 ‘고운 내’의 보잘 것 없는 들판에서 전도하던 때의 이야기도 하게 해다오. 네게 두 번 축복해..

그리스도의시 2021.10.25

89. “고운 내”에 계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부모를 공경하여라.”

예수께서 강가를 천천히 왔다갔다 하신다. 강가의 갈대에 그대로 걸려 있는 음산한 겨울날의 안개를 뚫고 날이 밝아온다. 요르단강 양족 가에는 눈닿는 데까지 아무도 없다. 물 위에 깔려 있는 안개, 갈대에 부딪는 물소리, 최근에 내린 비로 인하여 어지간히 흐린 물이 흐르는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짝짓기의 계절이 지난 후에 그런 것처럼 짤막하고 슬픈 어떤 새소리가 들려온다. 계절도 그렇고 먹을 것도 없고 해서 새들은 우울한 것이다. 예수께서는 새소리들을 들으시고, 한 작은 새가 시계와 같이 규칙적으로 머리를 북쪽으로 돌리며 “찌르륵?” 하는 소리를 내고, 그 다음에는 남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찌르륵?” 하고 그 울음소리를 되풀이하며 부르는 것에 흥미를 느끼신다. 마침내 작은 새는 건너편 강가에서 들려 ..

그리스도의시 2021.10.21

88. “고운 내”에 계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아라.”

잊지 못할 기념일! 베일을 썼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미지의 사람”이 자기를 알렸습니다. 선생님은 “마리아야” 하고 부르셨습니다. … 그리고 마리아가 요한이 되었습니다. 제 눈물은 선생님의 입맞춤과 약속으로 닦아졌습니다! … 그리고 선생님의 뜻에 의해 “다시 태어났습니다.” 사람들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압니다. 신부님도 아십니다. 제가 이 날짜를 기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그리고 저는 하느님께 봉사함으로써 이 날짜를 기념하며, 이 봉사에 딸린 피로와 고생을 축복합니다. 그것은 … 오! 1943년 3월 1일의 그 시간은 하도 엄청나서, 이와 비교하면 십자가조차도 아무것도 아닐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발도르따) 제자들은 온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이 야단법석이다. 어떻게나 동요하는지..

그리스도의시 2021.10.17

87. “고운 내”에 계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내 앞에서 다른 신들을 만들어 가지지 말아라.”

“성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너희는 내 앞에서 다른 신을 모시지 못한다. 너희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지 그 모양을 본따 새긴 우상을 섬기지 못한다. 그 앞에 절하며 섬기지 못한다. 나 너희 주 하느님은 강하고 질투하는 신이다. 나를 싫어하는 자에게는 아비의 죄를 그 후손 삼대 사대에까지 갚는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여 나의 명령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그 후손 천대에 이르기까지 자비를 베푼다.’” 예수의 목소리는 방안에 울려퍼진다. 비가 와서 모든 사람이 방으로 피해 들어왔기 때문에 방에는 군중이 꽉 찼다. 앞줄에는 병자 네 사람이 있다. 한 여자가 인도하는 소경, 딱지 투성이인 어린이, 황달을 앓거나 말라리아로 고생하는 여자, 그리고 ..

그리스도의시 2021.10.17

86. “고운 내”에 계신 예수님. “나는 네 주 하느님이다.”

오늘은 청중이 거의 배가 되었다. 서민층이 아닌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나귀를 타고 와서 헛간에서 식사를 한다. 선생님을 기다리며 그들은 타고 온 짐승들을 말뚝에 매 놓았다. 날씨가 차다. 그러나 맑다.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중 소식통인 사람들은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선생님이 왜 여기서 말씀을 하시는지 설명을 한다. 어떤 사람이 “선생님은 요한보다 더 나은 분인가요?” “아니지요. 이분은 다르십니다. 나는 요한의 제자였었는데, 요한은 선구자이고 정의의 목소리입니다. 이 선생님은 메시아이십니다. 지혜와 자비의 목소리이지요.” “어떻게 그걸 아시나요?” 하고 여럿이 묻는다. “세례자 요한에게 충실한 제자 세 사람이 말해 주었습니다. 당신들은 모를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선생님이 태어나..

그리스도의시 2021.10.15

85. 예수께서 “고운 내”에 가신다. 제자들과의 공동생활의 시초

이 낮고 촌스러운 작은 집을 베다니아의 집과 비교하려고 한다면, 라자로가 말하는 것과 같이 양의 우리이다. 그러나 도라의 농부들의 집들과 비교하면 꽤 훌륭한 집이다. 튼튼하게 지은 매우 낮고 매우 넓은 집인데, 부엌이 하나 있다. 즉 연기에 잔뜩 그을은 방에 난로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 방에는 탁자 하나와 의자들과 항아리를, 그리고 큰 접시들과 잔들이 놓여 있는 투박한 접시 세우개가 있다. 다듬지 않은 나무로 만든 문이 출입구 노릇을 하고 빛도 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문이 있는 같은 벽에 다른 문이 셋이 있는데, 그 문들은 길고 좁고 벽을 회로 희게 바른 세 개의 큰 방으로 통하는 것이다. 그 방들의 바닥은 부엌과 마찬가지로 흙을 다져서 만든 것이다. 그 중 두 방에는 지금은 침대들이 있다. 작은 공동..

그리스도의시 2021.10.15

84. “고운 내”에 가시기 전에 예수께서 라자로의 집에 가신다.

예수께서는 베다니아가 세워져 있는 고원으로 가는 가파른 오솔길로 올라가신다. 이번에는 큰길로 해서 가지 않으신다. 서북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더 가파르고 더 곧바른 오솔길을 택하셨는데, 그 길에는 아마 대단히 가파르기 때문인지 사람이 훨씬 적게 다닌다. 이 길을 이용하는 것은 급한 여행자들뿐이다. 또 양떼들을 몰고 가는 사람들로 큰길의 왕래를 피하는 길을 택하는 사람들도 이용한다. 그리고 오늘 예수님과 같이 많은 사람의 눈에 띄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도 이용한다. 예수께서는 앞장서서 올라가신다. 그러면서 열성당원과 비밀히 말씀하신다. 그 뒤에는 예수의 사촌들과 요한과 안드레아가 있는 첫째 집단이 따라오고, 그 뒤에는 제베대오의 야고보와 마태오와 토마, 필립보로 이루어진 집단이 따라오고, 맨 뒤에는 바르톨..

그리스도의시 2021.10.14

83. 예수께서 밤에 게쎄마니 동산에서 니고데모에게 말씀하신다.

예수께서 올리브밭에 있는 작은 집부엌에서 제자들과 같이 저녁식사를 들고 계시다.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위에 서술한 날에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서가 아니다. 다른 사실에 대하여 말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벳파게로 가는 길옆에 있는 무덤들 근처에서 있은 어떤 문둥병 환자의 병이 나은 것에 대하여 말을 하기 때문이다. “로마의 백부장(百夫長)도 보고 있었어.”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그 사람은 말 위에서 ‘당신이 따라다니는 저 사람이 자주 그런 일을 하오?’ 하고 물어서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 사람은 이렇게 외쳤어. ‘그럼 저 사람은 에스쿨라프* 보다도 더 위대하고 크로이소스*보다도 더 큰 부자가 되겠소.’ 그래서 나는 이..

그리스도의시 2021.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