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시

91. “고운 내”의 베일 쓴 여자

Skyblue fiat 2021. 11. 14. 22:35

 

날씨가 하도 고약해서 순례자가 아무도 없다. 비가 억수로 퍼부어서 마당은 늪이 되었고, 쌔액쌔액 소리를 내며 문과 창을 마구 흔들어대는 바람에 불려 어디서 오는지 모르게 날아온 마른 잎들이 물 위로 떠다닌다.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문을 그저 조금만 열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부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어둡다. 바람 때문에 연기가 안으로 거슬러 들어오기 때문에 눈물이 나고 기침이 난다.


“솔로문의 말이 맞아.” 하고 베드로가 점잔을 빼며 말한다. “남자를 집에서 내쫓는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싸움 좋아하는 아내와 … 이 아내를 나는 그 동족들과 함께 가파르나움에 내버려두었지 . … 연기나는 아궁이와 비가 새는 지붕이야. 이 끝의 두 가지를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단 말이야. … 그렇지만 내일 이 굴뚝을 생각하겠어. 내가 지금 지붕엘 올라갈테니, 자네, 자네, 너(야고보, 요한, 안드레아)는 나하고 같이 가세. 슬레이트를 가지고 꼭대기에 받침과 지붕을 만드세.”
“그런데 슬레이트를 어디서 구할 거야?” 하고 토마가 묻는다.
“헛간 위에서. 거기는 비가 새도 세상이 끝장나진 않아. 하지만 여기는 … 자넨 자네 음식 접시가 넓다란 매연색으로 장식되지 않는 것이 섭섭한가?”
“생각을 좀 해보게! 자네가 성공했으면 좋겠어! 내 얼굴에 얼마나 앙괭이를 그려놓았는지 보라구. 내가 불 옆에 있을 때 머리 위에 빗방울이 떨어진단 말이야.”
“자넨 에집트의 괴물 같애.” 하고 요한이 웃으며 말한다.
사실 토마는 둥그렇고 양순한 얼굴에 이상야릇한 검은 구두점 같은 것들이 묻어 있다. 그는 여전히 명랑하게 제일 먼저 그것을 재미있어하며 웃고, 바로 그가 말하는 순간에 검정을 머금은 물방울이 그에게 떨어져 코끝을 검게 물들였기 때문에 예수께서도 웃으신다.
“일기를 잘 볼 줄 아는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런 날씨가 오래 갈건가?” 하고 며칠 전부터 완전히 변한 가리옷 사람이 베드로에게 묻는다.
그러나 베드로는 손으로 입을 다물라는 시늉을 하고는 내다본다. 그러더니 중얼거린다. “그 여자야. 우물에서 물을 마시고 마당에 남아 있는 나뭇단을 주웠어. 비를 흠뻑 맞았어. 그 여자는 틀림없이 추울거야. … 그 여자가 가는구먼 … 따라갈테야. 봐야겠어 …” 그는 소리없이 나간다.
“그런데 그 여자가 어디에 머무르기에 늘 이 근처에 있지?” 하고 토마가 묻는다.
“게다가 이런 날씨에 머물러 있다니!” 하고 마태오가 말한다.
“그 여자가 틀림없이 마을로 갈거야. 그저께도 그 여자가 빵을 샀거든.” 하고 바르톨로메오가 말한다.
“그 여자가 그렇게 줄곧 베일을 쓰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인내심이 많기도 해.”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혹은 심각한 이유가 있든지.” 하고 토마가 지적한다.
“그렇지만 저 여자가 어제 그 유다인이 말하던 그 여자가 틀림없을까?” 하고 요한이 묻는다. “그 사람들은 언제나 하도 거짓이 많아서!”


예수께서는 귀머거리이신 것처럼 말씀이 없이 계시다. 모두가 예수를 쳐다본다. 그들은 예수께서는 알고 계신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주머니칼로 연한 나무조각을 가공하고 계신 중인데 그 나무조각은 끓는 물에서 야채를 꺼내는 데 편리한 긴 포크로 천천히 변해 간다. 그것을 다 끝내신 다음에는 당신의 작품을 토마에게 주신다. 토마는 그의 요리사 작업에 완전히 전념하는 중이다.

“선생님은 정말 친절하십니다. 그렇지만 … 저 여자가 어떤 여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한 영혼이다. 내가 보기에는 너희들도 모두 ‘영혼들’이다. 다른 것이 아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영혼, 영혼, 영혼들이다. 아기들은 천진난만한 영혼, 어린이들은 파란 영혼, 젊은이들은 분홍빛 영혼, 의인들은 금빛 영혼, 죄인들은 새까만 영혼들이다. 그러나 다만 영혼들일 뿐이다. 영혼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천진난만한 영혼들에게는 내가 미소를 보내는데, 그것은 천사들에게 미소를 보내는 것같이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착한 젊은이들의 분홍빛 꽃과 파란꽃에서는 쉬고, 의인들의 영혼에서는 즐긴다. 그리고 죄인들의 영혼은 귀중하고 빛난 영혼이 되게 하기 위하여 애를 쓰고 괴로워한다. 얼굴은? … 몸은? …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영혼을 통하여 너희들을 알고 또 알아본다.”


“그럼 저 여자는 어떤 영혼입니까?” 하고 토마가 묻는다.
“내 친구들의 영혼보다 호기심이 덜한 영혼이다. 저 여자는 알아보지도 않고, 질문도 하지 않고, 말없이, 쳐다보지도 않고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저는 저 여자가 행실이 나쁜 여자이거나 문둥병자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고쳤습니다. 그것은 … 선생님, 제가 무슨 말씀을 한 가지 드리면 꾸지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가리옷 사람은 에수의 무릎 앞에 땅바닥에 가서 앉으면서 질문을 한다. 그는 완전히 변하여 겸손하고 착하게 되었는데, 그가 장중하고 교만한 유다이던 때보다 이렇게 겸허한 태도를 가진 유다가 정말 더 보기좋다.
“나무라지 않겠다. 말하여라.”


“저는 저 여자가 어디 사는지 압니다. 어느 날 저녁 … 물을 길으러 나가는 체하면서 저 여자를 따라갔습니다. 저 여자가 어두울 때에 우물에 오는 것을 알아차렸었거든요. … 어느 날 아침 … 바로 우물전 옆에 … 은으로 만든 머리핀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그리고 저 여자가 떨어뜨린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 여자는 숲속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에 있습니다. 그 초라한 작은 집이 아마 농부들에게 쓰이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반쯤 썩었습니다. 그 여자는 지붕대신 나뭇가지를 덮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나뭇단을 가져간 모양입니다. 그건 들짐승의 굴과 같습니다. 그 여자가 어떻게 거기에서 살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오두막집은 기껏해야 큰 개나 작은 나귀에게나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그날은 달이 있는 밤이어서 똑똑히 보았습니다. 오두막집은 가시덤불에 반쯤 파묻혀 있습니다. 그러나 속은 비었고, 문도 없습니다. 이 모든 것으로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고, 행실이 나쁜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너는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여라. 그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느냐?”


“아니올시다. 선생님, 저는 그 여자를 예리고에서부터 눈여겨 보았고, 또 그 여자가 볼일이 있어서 어딘가에 갈 때에 그의 아주 경쾌한 걸음걸이를 알아볼 것 같아서 그 여자를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 여자의 몸은 나긋나긋하고 … 또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많은 옷을 입었어도 그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 그렇지만 그 여자가 땅바닥에 누울 때에 저는 감히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베일을 벗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여자에게 버릇없이 굴지 않았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를 뚫어져라 하고 똑바로 들여다보신다. 그리고는 말씀하신다.

“그리고 너는 그것이 몹시 괴로웠다. 그러나 너는 진실을 말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네게 말한다만 네가 만족스럽다. 다음 번에는 착하게 되는 것이 훨씬 덜 힘들 것이다. 무슨 일에나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 힘든 것이다. 잘했다. 유다야!” 그러시면서 그를 어루만지신다.


베드로가 돌아온다. “그런데 선생님! 저 여자는 미쳤습니다! 아니 그 여자가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거의 강가에 다가서 수풀 속에 있는 나무로 지은 보잘 것 없는 집에 있습니다. 그집은 전에 아마 어부나 나무꾼이 쓰던 것 같습니다. …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가시덤불 속에 있는 구덩이 속 습기찬 그곳에 한 가엾은 여자가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에게 ‘솔직하게 말하시오. 문둥병자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자는 조그맣게 ‘아니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맹세하시오’ 하고 말했더니 그 여자는 ‘맹세합니다’하고 말했습니다. ‘조심하시오. 만일 당신이 문둥병자이면서 아니라고 말하고 집 근처에 왔을 때 당신이 오염된 여자라는 것을 내가 알게 되면 당신을 돌로 쳐죽이게 할테니까 말이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쫓기는 몸이라면, 당신이 도둑이거나 살인자여서 우리가 무서워 여기 머물러 있다면 아무런 화도 염려마시오. 그렇지만 이제는 거기서 나오시오. 당신이 물 속에 있다는걸 모르시오? 배고프오? 춥소? 떠는구려. 당신이 보다시피 나는 나이들었소. 당신에게 수작을 거는 게 아니오. 나이들고 예의바른 사람이오. 그러니 내 말을 들으시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여자가 죽어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 여자는 정말 물 속에 있으니까요.”


예수께서는 생각에 잠겨 계시다. 열두 얼굴을 바라보신다. 그 열두 얼굴도 예수를 쳐다본다. 그러다가 말씀하신다. “어떻게 해야 하겠다고 생각들 하느냐?”
“아니, 선생님이 결정을 내리십시오!”
“아니다. 나는 너희들이 판단하기를 바란다. 이것은 너희들의 평판이 걸려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그 여자를 보호하는 너희들의 권리에 압력을 가하고 싶지 않다.”
“자비의 이름으로 저는 그 여자를 거리에 그저 버려둘 수는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하고 시몬이 말한다.
그리고 바르톨로메오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만큼은 그 여자를 큰 방에 머무르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순례자들이 그곳에 머무르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 여자도 거기 머무를 수 있습니다.”
“결국 그 여자도 다른 모든 사람과 같은 사람인걸요.” 하고 안드레아가 주를 단다.
“그리고 또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 하고 마태오가 지적한다.
“오늘은 여기에서 비바람을 피하게 하고, 내일 관리인에게 말하자고 제안하겠습니다. 관리인은 친절한 사람입니다.” 하고 유다 타대오가 말한다.
“자네 말이 옳아, 잘했어! 그저 관리인은 빈 외양간을 많이 가지고 있단 말이야. 외양간은 저 밑바닥이 빠진 작은 배에 비하면 그래도 왕궁과 같아!” 하고 베드로가 외친다.
“그럼 가서 그 말을 해 주게.” 하고 토마가 베드로를 격려하며 말한다.
“젊은이들은 아직 말을 하지 않았다.” 하고 예수께서 지적하신다.
“저는 선생님이 하시는 것은 다 좋습니다.” 하고 사촌 야고보가 말한다. 그리고 다른 야고보도 동생과 함께 말한다. “저희도 찬성입니다.”
“저는 다만 어떤 바리사이파 사람이 이 일을 알게 될 불행한 경우를 생각합니다.” 하고 필립보가 말한다.
“오! 우리가 구름다리로 간다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우리를 비난하지 않을걸로 생각하나?” 하고 가리옷의 유다가 말한다. “그 사람들이 하느님을 비난하지 않는 건 하느님께서 멀리 계시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아브라함과 야곱과 모세와 같이 하느님을 아주 가까이에 모실 수 있다면, 하느님도 비난할걸세. … 그 사람들이 보기엔 누가 죄가 없겠어?”

 

“그러면 그 여자에게 가서 순례자들의 숙소에 와서 비바람을 피하라고 말하여라. 베드로, 네가 시몬과 바르톨로메오를 데리고 가거가. 너희들은 나이들었으니까 그 여자에게 나쁜 인상을 덜 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따뜻한 음식과 마른 옷을 주겠다고 말하여라. 그 옷은 이사악이 두고 간 것이다. 너희가 보다시피 모든 것이 소용이 있다. 남자에게 준 여자의 옷까지도 ….”
젊은 제자들은 웃는다. 문제의 옷에 대하여 아마 재미있는 일이 있기 때문인가보다.
나이먹은 세 사람이 가더니 조금 후에 돌아온다.


“그 여자가 오지 않으려고 하다가 … 결국은 왔습니다. 저희들이 절대로 성가시게 굴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이제는 짚과 옷을 갖다 주겠습니다. 야채와 빵 한 개를 주게. 오늘은 먹지도 못했답니다. 사실 … 이렇게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누가 산책을 하겠습니까?” 친절한 베드로는 그의 보물들을 가지고 간다.


“이제는”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모든 사람에게 명령을 내린다. 그 여자의 숙소에는 어떤 이유로든지 가서는 안된다. 내일 필요한 마련을 하자. 선행을 할 때에 호기심을 가지지 말고, 그 일에 관해서 어떤 기분전환을 바라거나 다른 어떤 이유로 하지 말고, 그저 선행 자체를 위해서 하는 습관을 들여라. 너희들은 오늘 유익한 일을 아무 것도 못할 것이라고 불평을 했었지. 그런데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였다. 이보다 더 훌륭한 무슨 일을 할 수 있었느냐? 사실 이것은 확실한 것이지만 그 여자가 불행한 여자라면, 우리의 도움이 그에게 위로와 따뜻함과 그리고 우리가 마련해 준 얼마 안되는 음식이나 저 초라한 옷이나 안전한 그 빵보다도 훨씬 더 아늑한 보호를 줄 수 있지 않으냐? 만일 비난받을 만한 죄녀로서 하느님을 찾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사랑이 그를 하느님의 길로 데려오는 데 가장 훌륭한 가르침과 가장 힘있는 말과 가장 분명한 증거가 되지 않겠느냐?”

 

베드로가 아주 조용히 들어와서 스승의 말씀을 듣는다.


“너희들 보아라. 이스라엘에는 선생이 많고, 그들은 말을 하고 또 하고 많이 한다. … 그런데도 영혼들은 그전에 있던 그대로이다. 왜 그러냐? 그것은 영혼들이 선생의 말을 듣지만 행위는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이 저것을 무너뜨리고, 영혼들은 전에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적어도 뒤고 물러가지는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어떤 선생이 그가 말하는 대로 하고 모든 일에 거룩하게 행동하면, 고통받는 이웃의 육체에 빵과 옷과 숙소를 주는 행동 같은 물질적인 행동만을 행한다 하더라도 영혼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하느님께 이르게 한다. 그것은 행동 자체가 형제들에게 이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한분 계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여기 계시다.’ 하고. 오! 사랑! 진정 너희들에게 말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구하고 다른 사람들도 구한다.”


“선생님, 잘 말씀하셨습니다. 그 여자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님은 찬미받으시고 그분을 보내신 분도 찬미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모두 그분과 함께 축복받으시기 바랍니다.’ 그 여자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인 제 발에 입맞춤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두꺼운 베일을 쓴 채로 울고 있었습니다. … 그러나! … 이제는 예루살렘에서 어떤 쏙독새(새이름)가 오지 말아야 할텐데. … 그렇잖으면 누가 그들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양심이 우리 아버지의 심판에서 우리를 구해 준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리고 음식에 강복하시고 그것을 바치신 다음 식탁에 앉으신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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