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4권 공생활 둘째 해(하)1 p39~p49
234. 마르타는 이미 승리를 손에 움켜쥐고 있다
1945. 7. 29.
예수께서는 막 배에 오르시려는 참이다. 호수의 주름진 비단 같은 수면 위에 장미꽃잎들이 떨어지는 맑은 여름날의 새벽이다. 마르타가 하녀와 함께 도착한다.
“오! 선생님, 제발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예수께서는 다시 호숫가로 돌아와 사도들에게 말씀하신다.
“가서 급류 근처에서 나를 기다려라. 그 동안 마가단으로 가는 우리의 여행을 위하여 모든 것을 준비해라. 데카폴리스도 말씀을 기다리고 있다. 가거라.”
배가 호숫가에서 멀어져 호수 넓은 곳으로 가는 동안 예수께서는 마르타와 나란히 걸으신다. 마르첼라는 공손히 그들을 뒤따라간다. 그들은 그렇게 호숫가를 걸어서 마을에서 멀어진다. 호반은 풀포기들이 드문드문 나 있는 좁은 모래밭에서 시작하여 언덕 사면까지 초목으로 완전히 덮인 곳까지 이어진다.
호젓한 곳에 이르렀을 때 예수께서는 미소 지으며 말씀하신다.
“너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으냐?”
“오! 선생님… 마리아는 지난밤 자정 직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 제가 당신께 이 말씀을 드리는 걸 깜박했군요. 어제 정오에 저희가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에 그 애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언니의 옷과 겉옷을 나에게 한 벌씩 빌려줄 수 있어? 그것들은 약간 짧긴 하겠지만, 나는 옷은 헐렁한 채로 놔두고, 겉옷은 단을 내려서 입겠어…’ 저는 그 애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원하는 대로 골라 입어라.’
제 가슴은 두근거렸습니다. 왜냐하면 그 직전에 정원에서 제가 마르첼라에게 ‘오늘 선생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실 테니, 우리는 해질 녘에 카파르나움에 가 있어야 한다’ 하고 말했었는데, 저는 그 애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애는 한 자리에 잠자코 있지 못하고, 몸이 불편하거나 떨림 증세가 있는 사람처럼 혼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불안해하고, 결단해야 하는 순간인데…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점심식사 후에 그 애는 제 방으로 가서 제가 가진 옷 중에서 가장 우중충하고 검소한 옷을 꺼내서 입어보고는 옷이 너무 짧다며 유모에게 단을 전부 내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마리아는 자기 스스로 그것을 해보려고 하다가 울면서 고백했습니다. ‘나는 더 이상 바느질도 할 줄 모르게 되어버렸어. 나는 유익하고 좋은 것을 모두 잊어버렸어…’ 그 다음에 그 애는 제 목을 두 팔로 얼싸안고 말했습니다. ‘나를 위하여 기도해줘.’ 그 애는 황혼 무렵에 나갔습니다.
저는 그 애가 여기 오지 못하도록 그 애를 막을 수 있는 누군가를 그 애가 만나지 않도록, 당신의 말씀을 알아듣도록, 그 애를 노예로 붙잡아두고 있는 괴물의 목을 결정적으로 조르는 데 성공하도록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릅니다.
보십시오, 저는 제 허리띠 속에 당신의 허리띠를 매고 있습니다. 저는 제 허리가 익숙하지 않은 딱딱하고 뻣뻣한 허리띠의 압박을 느끼며 말했습니다. ‘그분께서는 그 무엇보다 강하시다.’
그 다음에 마르첼라와 저는 더 빨리 오기 위하여 마차를 타고 이리로 왔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군중 가운데 있는 저희를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리아가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릅니다! 저는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 애는 마음을 바꿔 집으로 돌아갔나 보다. 아니면… 그 애가 나에게 자기를 통제해달라고 부탁해놓고도 더 이상 내 통제를 견디지 못해 도망쳤는지도 모르겠다.’
저는 당신의 말씀을 들으며 베일 속에서 울었습니다. 당신의 말씀은 바로 그 애를 위한 말씀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애는 그 말씀을 듣지 못하다니! 제 눈에 그 애가 보이지 않자 저는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낙심하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당신께서는 ‘마리아가 오면, 너는 집에 머물러 그 애를 기다려라’ 하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불순종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제 마음을 생각해보십시오. 당신께로 오고 있는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제 동생이었습니다! 어떻게 그 애가 당신 곁에 있는 현장에 제가 있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당신께서는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애는 부서질 것이다.’ 저는 즉시 그 애를 붙들어줄 수 있도록 그 애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저는 제 방에서 무릎을 꿇고 울며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 애는 자정이 지난 후에 돌아왔습니다. 그 애가 아주 조용히 들어와서 그 애가 저를 와락 껴안을 때에야 저는 그 애가 돌아온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애는 말했습니다.
‘복된 내 언니, 언니가 말하는 것은 모두 사실이야. 아니 그것은 언니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해. 그분의 자비는 훨씬 커.
오! 마르타 언니! 언니는 더 이상 나를 감시할 필요가 없어! 언니는 내가 더 이상 냉소적이거나 비참해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될 거야! 언니는 더 이상 내가 ‘나는 생각하기 싫어’라고 말하는 걸 듣지 못하게 될 거야. 이제 나는 생각하고 싶어. 나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를 알아. 육체(flesh)가 되신 관대함(Bounty)에 대해서 생각해야 해.
언니, 언니는 분명히 나를 위하여 기도해왔어. 승리는 이미 언니의 손 안에 있어. 더 이상 죄짓기를 원치 않고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언니의 마리아가 여기 있어. 희망과 뉘우침의 눈물로 씻은 얼굴을 가진 새로운 마리아니까 얼굴을 똑바로 들여다봐. 깨끗한 언니, 언니는 나에게 입 맞추어도 돼. 내 얼굴에는 이제 수치스러운 애정의 흔적이 없어. 그분께서는 내 영혼을 사랑한다고 말씀하셨어.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내 영혼에게 말씀하셨고, 내 영혼에 대하여 말씀하셨으니까 말이야.
잃어버린 양은 나였어. 그분께서는 말씀하셨어. 내가 제대로 말하는지 들어봐. 언니는 구세주께서 어떻게 말씀하시는지 알고 있지…’ 그 애는 당신의 비유를 완벽하게 되풀이했습니다.
마리아는 매우 총명합니다! 저보다 훨씬 더 총명합니다. 그 애는 잘 기억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말씀을 두 번 들은 셈입니다. 당신의 입술에서는 그 말씀이 거룩하고, 흠숭할 만했다면, 마리아의 입술에서는 그 말씀이 거룩하고, 흠숭할 만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그 말은 다시 찾아 가족의 우리로 돌아온 제 동생이 해주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껴안고 방바닥에 깐 매트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저희가 어렸을 때 저희 엄마의 방에서나 엄마가 옷감을 짜고 있는 베틀이나 아름다운 옷감에 수놓고 있는 수틀 곁에서 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저희는 한참동안 그런 자세로 있었는데, 더 이상 죄로 인하여 서로 갈라져 있지 않고, 저희 엄마의 영이 그 애의 영혼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저희는 아무런 고통 없이 울었는데, 깊은 평화를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저희는 행복하게 서로 입 맞추었습니다… 그 다음에 마리아는 긴 도보여행과 감격과 감정의 분출로 녹초가 되어 제 품안에서 잠들었습니다. 저는 유모의 도움을 받아 그 애를 제 침대에 눕혀놓고… 그 애를 떠나 이리로 달려왔습니다…”
마르타는 행복에 겨워 예수의 두 손에 입 맞춘다.
“나도 마리아가 너에게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하겠다. ‘승리는 이미 네 손 안에 있다.’ 가서 행복하게 지내라. 평안히 가거라. 다시 태어난 네 동생에게 친절하고, 그녀를 조심스럽게 대해라. 마르타야, 안녕. 근심에 싸여 있는 라자로에게 이 일을 알려라.”
“예, 선생님. 그런데 마리아는 언제 저희 여자제자들에게 합류할까요?”
예수께서 미소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창조주께서는 엿새 동안에 우주를 창조하셨고, 일곱째 날에는 쉬셨다.”
“알겠습니다. 저는 참을성을 가져야겠군요…”
“그렇다, 인내해라. 한숨 쉬지 마라. 그것도 하나의 성덕이다. 너희 여인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우리는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예수께서는 여인들과 헤어져 호반에서 기다리고 배가 있는 곳으로 가신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네가 1944. 1. 21. 본 시몬의 집에서의 만찬에 관한 환상을 여기 삽입해라.”
235. 바리사이 시몬의 집에서의 막달라 마리아
1944. 1. 21.
복합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나를 위로해주시고, 사람들의 악의를 잊게 해주시려고 내 예수께서는 이 기분 좋은 관상(contemplation)을 나에게 허락하신다.
나는 호화로운 홀을 본다. 많은 가지가 있는 촛대가 매달려 있는데,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벽에는 아름다운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고, 상감(象嵌)과 귀중한 금속 이파리들로 장식되어 있는 많은 가구들과 의자들이 놓여 있다.
한가운데에는 네 개의 식탁으로 이루어져 있는 정사각형의 큰 식탁이 놓여 있다, 식탁은 많은 손님들(전부 남자들)을 위하여 이렇게 배치되었을 터인데, 그 위에는 매우 아름다운 식탁보가 덮여 있고, 아주 값비싼 식기들이 놓여 있다. 값비싼 암포라들과 술잔들이 놓여 있고, 많은 하인들이 식탁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음식을 가져오기도 하고, 포도주를 따르기도 한다. 정사각형의 한가운데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다. 나는 기름 샹들리에의 불빛을 반사하는 아름다운 바닥을 본다. 식탁 주위에는 많은 침대의자들이 놓여 있는데, 그것들 모두에는 손님들이 있다.
나는 방 한쪽 어둠침침한 구석 문 옆에 있는 것 같다. 그 문은 활짝 열려 있는데, 그것은 문틀에 걸린 채 늘어져 있는 무거운 태피스트리로 가려져 있다.
문에서 가장 먼 내 반대쪽에 집주인과 귀빈들이 앉아 있다. 주인은 수놓은 허리띠로 허리를 졸라맨 넓은 흰 옷을 입고 있는 늙수그레한 사람이다. 옷에는 목둘레와 소매 끝과 옷 가장자리에 수놓은 리본이나 장식 줄 따위의 수예작품 띠가 매여 있다. 나는 그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얼굴은 악의적이고, 차갑고, 교만하고, 탐욕스러워 보인다.
내 예수께서는 집주인의 맞은편에 앉아 계신다. 나는 그분의 옆모습을 본다. 거의 뒤에서 본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분께서는 그분께서 늘 입으시는 휜 옷을 입고 샌들을 신고 계시며 긴 머리카락은 여느 때처럼 이마에서 양쪽으로 갈라져 있다.
나는 예수와 모든 손님들이 그 침대의자에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식탁과 수직으로 누워 있지 않고, 식탁과 거의 평행으로 누워 있는 것에 주목한다.
카나의 혼인잔치의 환상에서 나는 이 세부사항에 대하여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었다. 나는 그들이 왼쪽 팔꿈치를 괴고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었지만, 그들이 누워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었다. 아마 침대의자들이 더 짧고 덜 호화로웠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침대의자들은 진짜 침대들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들은 터키풍의 현대식 장의자와 비슷하다.
예수의 옆에는 요한이 앉아 있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왼쪽 팔꿈치를 괴고 계시기 때문에 요한은 식탁과 그분의 몸 사이에 있게 되어 요한의 팔꿈치가 그분의 사타구니 높이에 와 있게 되어 그분께서 식사하시는 데 방해되지 않고, 그가 원하면 예수의 가슴에 은밀하게 기댈 수도 있게 되어 있다.
식탁에 여자들은 없다. 모든 사람이 말하고 있고, 집주인은 명백히 겸양을 가장하면서 가끔씩 예수께 말을 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가난하고 성마른 예언자라고 생각하는 예수를 자기의 호화로운 집에 초대함으로써 자기가 예수를 크게 명예롭게 해드렸다는 것을 예수와 연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원하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예수께서 친절하고 조용하게 대답하시는 것을 본다. 그분께서는 그분께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엷은 미소를 지으시지만, 요한이 그분께 말을 걸거나 그분을 쳐다보기만 해도 환하게 미소 지으신다.
문이 열린 공간을 가리고 있는 호화로운 태피스트리가 들리며 젊은 여자가 들어온다. 그녀는 미인인데, 사치스런 옷을 입고, 머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숱이 대단히 많은 금발은 예술적으로 땋은 머리채로 머리 위에서 아름다운 장식을 이루고 있다. 그 여자의 머리카락이 어찌나 밝고 숱이 많은지, 그녀는 마치 돋을새김으로 만들어져 있는 금 투구를 쓰고 있는 것 같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께서 입고 계시는 것을 내가 항상 뵙고 있는 옷과 비교해 본다면, 그녀는 매우 독특하고 복잡하다고 말할 수 있는 옷을 입고 있다.
어깨에는 버클들, 가슴 위쪽의 주름을 모아 고정시키는 보석들, 가슴의 윤곽을 드러내는 작은 금 사슬들, 보석단추와 보석들로 장식된 허리띠가 있다. 그것은 매우 아름다운 그녀의 육체의 선을 두드러지게 하는 선정적인 옷이다.
머리에 쓴 베일은 몹시 얇아서…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장신구에 불과하다. 그뿐이다. 그녀의 샌들은 붉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매우 값비싼 것으로서, 금 버클이 달려 있고, 발목을 두르는 교직된 끈들로 이루어져 있다.
예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고개를 돌려 그 여자를 쳐다본다. 요한은 잠깐 그 여자를 쳐다보고는 예수를 쳐다본다. 다른 사람들은 분명히 나쁜 욕망을 가지고 그 여자를 바라본다. 그러나 그 여자는 그들을 쳐다보지 않고, 자기의 출현으로 인한 속삭임과 예수와 그분의 제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주고받는 눈짓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신 체 하신다. 그분께서는 집주인과의 대화를 계속하신다.
여인은 예수께로 가서 선생님의 발치에 무릎을 꿇는다. 그 여자는 불룩한 항아리 모양의 작은 단지를 방바닥에 내려놓고, 길고 값비싼 핀을 뺀 다음 베일을 벗고, 자기의 손가락에서 반지들을 빼서 그것들 모두를 예수의 발 옆의 침대의자 위에 놓는다. 그 다음에 그녀는 먼저 예수의 오른 발, 그 다음 왼발을 두 손으로 잡고 샌들 끈을 풀어 방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흐느끼며 그분의 두 발에 입 맞추고, 발에 이마를 가져다대고 어루만지는데, 눈물이 비 오듯 쏟아져 등불 빛에 반짝이며 흠숭하올 그 발의 피부를 적신다.
예수께서는 머리를 천천히 약간 돌리시고 깊은 눈으로 여인의 숙인 머리를 잠시 내려다보신다. 그것은 사죄(赦罪)하시는 시선이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다시 방 가운데를 바라보시고, 여인이 자기의 심정을 마음대로 토로하도록 내버려두신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고, 눈짓을 하고, 조롱한다. 집주인인 바리사이는 더 잘 보려고 잠깐 일어나 앉는데, 그의 눈은 욕망과 짜증과 조소를 나타낸다. 갈망은 그 여인을 향한 것인데, 그 느낌은 명백하다. 그가 짜증을 내는 이유는 그 여자가 그렇게도 쉽게 들어오는 것을 보면 그 여자가 이 집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인가… 하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의 조소의 대상은 예수이다…
그러나 여인은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는다.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아낸다. 그녀는 울다가 때로 흐느낀다. 그녀는 복잡한 머리 모양을 고정시키는 금으로 만든 머리핀들을 뽑아 머리를 풀고, 그 머리핀들도 반지들과 베일을 고정시켰던 긴 핀 옆에 놓는다.
그녀의 금발이 등 뒤로 펼쳐진다. 여인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잡아 자기 앞쪽으로 가져다가 예수의 젖은 발을 마를 때까지 닦는다. 그 다음에 그녀는 작은 단지에 손가락들을 넣어서 매우 향기가 짙은 노르스름한 연고를 꺼낸다. 백합꽃과 월하향이 섞인 향내가 홀 전체에 퍼진다. 여인은 아낌없이 그것을 꺼내서 펴서 바르면서 그와 동시에 그분의 두 발에 입 맞추고 어루만진다.
예수께서는 이따금씩 애정이 넘치는 연민을 가지고 여인을 내려다보신다. 그녀가 눈물을 왈칵 터뜨리자 놀라서 쳐다보게 된 요한은 예수와 여인 두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예수와 여인을 번갈아 쳐다본다.
바리사이의 얼굴은 점점 더 뚱한 표정으로 변한다. 나는 지금 잘 알려진 복음서의 말씀(루카7,36-50)을 듣는다. 나는 분개하는 노인의 머리를 숙이게 만든 시선을 보고, 그 어조로 하시는 말씀을 듣는다. 나는 여인을 사죄하시는 말씀을 듣는다. 그녀는 예수의 발 앞에 보석들을 남겨둔 채 떠나간다. 그녀는 베일로 자기의 머리를 감싸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능한 한 베일 속으로 집어넣는다.
“평안히 가거라.”
예수께서는 그녀에게 말씀하시며 그녀의 숙인 머리에 잠시 손을 얹으신다. 아주 부드러운 몸짓이다.
지금 예수께서 나에게 말씀하신다.
“그 바리사이와 그의 친구들에게 머리를 숙이게 한, 복음서에 언급되지 않은 내 말은 한 번의 시선을 통하여 그의 냉담하고 탐욕스러운 마음에 화살처럼 쏘아서 박은 내 영의 말들이다. 나는 기록된 말보다 훨씬 더 강하게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들의 생각을 나는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언의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것은 발음된 내 말보다 더 의미 있는 책망의 말이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당신 자신에게 악의에 찬 암시들을 하지 마시오. 나는 당신이 가진 것과 같은 음란함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육욕에 이끌려 나에게 온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이나 당신의 동류들과 같지 않습니다. 그녀는 내 얼굴과 자기가 우연히 들었던 내 말이 음란이 칠흑 같은 어둠을 만들어놓았던 그녀의 영혼을 비추어주었기 때문에 나에게 온 것입니다.
그녀는 자기의 육욕을 극복하기를 원하는데, 불쌍한 여자인 그녀는 자기 혼자서는 결코 그렇게 하는 데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나에게 온 것입니다. 그녀는 내 영, 오로지 내 영만을 사랑하는데, 그녀는 그것이 초자연적으로 선하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들 자신의 악덕을 위하여 그녀의 약함을 이용한 다음에 멸시의 채찍질로 보상해준 당신들 모두에게서 그토록 많은 화를 입은 뒤에 그녀는 이 악한 세상의 화려함과 허망함 가운데서 헛되이 찾았던 선과 기쁨과 평화를 자기가 발견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오, 위선적인 바리사이여, 당신의 영혼의 나병을 고쳐 사물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지시오. 생각의 교만과 육체의 음란을 버리시오. 그 나병들은 육체의 나병보다 더 역겨운 나병입니다.
당신들이 나에게 애원하기 때문에 내 접촉으로 당신들의 육체의 나병을 고쳐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들의 영혼의 나병은 고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들이 그 나병을 좋아하여 그것을 치료받기를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고침받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깨끗하게 해주고, 그녀를 속박의 사슬에서 풀어줍니다.
그 죄인은 죽었습니다. 그 죄인의 흔적은 여기 이 장신구들 안에 들어 있습니다. 내 제자들과 나의 필요, 그리고 우주의 주인인 내가 사람의 구세주가 된 지금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다른 사람들의 여분의 재산을 가지고 도와주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씀으로써 거룩하게 해달라고 부끄러워하며 나에게 바친 이 장신구들 안에 말입니다.
그녀는 여전히 여기 내 발에 부어 그녀의 머리카락들처럼 모욕당한 이 향유 속에 들어 있습니다. 내가 당신에게도 빛을 가져다주기 위하여 그토록 멀리 걸어왔는데도 당신이 당신의 우물의 물로 시원하게 해주는 것을 소홀히 하여 모욕한 내 몸의 이 부분에 바른 향유 속에 말입니다.
죄인은 죽었습니다. 마리아는 다시 태어났고, 깊은 슬픔과 올바른 사랑을 통하여 정숙한 처녀처럼 아름답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기의 눈물로 자신을 씻었습니다.
바리사이여, 내가 진실로 말하는데, 나는 순결한 젊음으로 나를 사랑하는 이 젊은이와 은총을 향하여 다시 태어난 마음의 진정한 뉘우침으로 나를 사랑하는 이 여인을 구별하지 않습니다. 나는 순결한 이 사람과 뉘우치는 이 여인에게 아무도 할 수 없는 내 생각을 이해하는 소임과 내 육체를 장사지낼 소임을 맡기고, 내가 부활할 때 맨 처음으로(나는 내 어머니께 드릴 특별한 인사는 계산에 넣지 않는다) 인사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내 표정으로 그 바리사이에게 말하려 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너와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하여 다른 것을 지적하겠다. 마리아는 베타니아에서도 자신의 구속의 여명을 알리는 몸짓(gesture)을 되풀이했다.
개성과도 같은, 그 사람에게 특유한 반복되는 몸짓들이 있다. 그것은 혼동할 수 없는 몸짓들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베타니아에서 그 몸짓은 많은 모욕을 당하지 않았고, 경건한 흠숭을 나타내는 더 은밀한 것이었다.
마리아는 자신의 구속의 여명 이래 먼 길을 걸어왔다. 아주 먼 길이었다. 사랑은 높은 상공의 바람처럼 그녀를 높은 곳으로 멀리 앞으로 이끌어갔다. 사랑은 불처럼 그녀를 불태우고, 그녀의 불순한 육체를 파괴하고, 정화된 영혼을 그녀의 새 선생님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내 어머니의 옷과 같은 검소한 옷, 헤어스타일, 표정, 몸가짐, 말 등에 있어 여인의 품위를 회복한 이 새 마리아는 동일한 몸짓으로 나를 공경하는 새로운 방식을 가지고 있다. 마리아는 나를 위하여 남겨두었던 자기의 마지막 향수병을 가져와서 사랑과 자기가 용서받고 구원되었다는 확신으로 행복한 얼굴로 울지 않고, 내 발과 머리에 그 향수를 붓는다.
이제 그녀는 내 머리를 만질 수 있고, 나에게 기름을 바를 수 있다. 뉘우침과 사랑이 세라핌의 불로 마리아를 깨끗하게 만들어 지금 그녀는 세라핌이 되었다.
내 작은 ‘목소리’인 마리아야, 너 자신에게 되풀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되풀이하여 말해라. 가서 자신들이 죄인이라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감히 나에게 오지 못하는 영혼들에게 말해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많이 용서받는다.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말이다.
너희 불쌍한 영혼들아, 구세주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너희는 모른다! 나를 무서워하지 마라. 오너라. 확신을 가지고. 용기 있게. 나는 내 마음과 두 팔을 너희에게 벌리고 있다.
항상 기억해라. 나는 흠 없는 순결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은총으로 다시 태어난 마음의 진실한 뉘우침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나는 구세주이다. 항상 그것을 기억해라.
평안히 가거라. 너에게 강복한다.
1944. 1. 22.
오늘 나는 어제 저녁에 예수께서 불러주셨던 것과 내가 보고 예수님이 말씀하시지 않아도 이해한 것을 하루 종일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부수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회식자들의 대화 중에서 내가 알아들은 회화 즉 특히 예수를 상대로 했던 대화는 일상사에 관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로마인들과 율법에 대한 그들의 반대, 그리고 새로운 학파의 스승으로서와 예수의 사명 따위가 그들의 화제였다.
그들이 친절함을 가장하여 예수를 난처하게 만들려고 악의적이고 까다로운 질문들을 던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예수께서 모든 주제에 대하여 몇 마디 말로 올바르고 결정적인 대답을 하셨기 때문에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컨대 어떤 특정 학파나 분파에 속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그분께서는 단순하게 대답하셨다.
“하느님의 학파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거룩한 율법 안에서 그분을 따르고, 그분의 이익을 위하여 나 자신을 헌신합니다.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little ones)을 위하여(그분께서는 사랑을 가지고 요한을 보셨고, 그를 통하여 곧은 마음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보셨다) 주 하느님께서 시나이 산에서 선포하신 것과 똑같이 그 모든 본질에 있어 완전히 새로워지도록 보장함으로써 그렇게 하려는 것입니다. 나는 사람들을 하느님의 빛으로 도로 데려옵니다.”
팔레스티나의 지배자가 된 카이사르의 권력남용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다른 질문에 대하여 그분께서는 대답하셨다.
“카이사르가 지금처럼 된 것은 하느님께서 그것을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를 기억하시오. 이사야는 하느님의 영감으로 아시리아를 하느님의 진노의 ‘몽둥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을 너무 멀리 떠나 그 외양과 영혼이 위선이기 때문에 그들을 벌하는 회초리라고 말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벌하시기 위하여 아시리아를 쓰신 다음에 그가 너무 교만하고 잔인하게 되어 자기의 임무를 남용할 것이기 때문에 그를 멸망시키실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이사10,5-19)
이것이 나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준 두 가지 대답이었다. 그 다음에 오늘 저녁 내 예수께서는 미소 지으시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다니엘을 불렀던 것처럼, 나는 너를 불러야 할 것이다. 너는 소원들의 여인(the woman of wishes)이고, 네가 네 하느님을 그토록 많이 바라기 때문에 나에게 소중하다. 그래서 나는 내 천사를 통하여 그에게 말한 것을 너에게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이해하려고 하고 하느님 앞에서 슬퍼하는 데 마음을 쓴 첫날부터 네 기도는 들어졌고, 그래서 내가 왔다.’(다니10,12 이하)
그러나 여기서 너에게 말하는 이는 천사가 아니라 나 예수다.
마리아야, ‘한 마음이 이해하려고 애쓰면,’ 나는 항상 온다. 나는 경직되고 준엄한 하느님이 아니다. 나는 살아 있는 자비이다. 나는 나를 찾는 사람에게 생각보다 더 빨리 간다. 죄에 깊이 빠져 있었던 불쌍한 막달라 마리아가 이해하려는 갈망, 하느님의 빛과 자기 자신의 암흑상태를 이해하기를 원하는 욕망이 그녀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내가 느끼자마자 나는 내 영과 함께 지체 없이 그녀에게 갔다. 나는 마리아의 빛이 되었다.
그날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마리아 한 사람만을 위하여 말하고 있었다. 나는 자기를 노예로 만들고 있는 육체에 반항한 그녀의 영혼의 맹렬함에 이끌려 우리에게 다가온 마리아만을 보고 있었다.
나는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이었던 거짓 자신감과 기쁨의 외양 속에 그토록 많은 울음을 감추기 위하여 억지웃음을 띤, 혼란에 싸인 그녀의 가련한 얼굴만을 보고 있었다. 나는 비유에 등장하는 길 잃은 양보다 더 심하게 가시덤불에 얽혀 있었던 그녀, 밑바닥의 물을 표면으로 솟구쳐 올라오게 하는 깊은 파도처럼 떠오른 자신의 생활에 대한 혐오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그녀만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거창한 말을 하지 않았고, 잘 알려진 죄인인 그녀에 관한 특정 주제는 건드리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모욕하여 그녀가 도망치거나 자신을 부끄러워하거나 나에게 오도록 강요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평화 가운데 내버려두었다…
나는 내 말과 내 시선이 그녀 안으로 내려가 발효하여 순간의 충동이 그녀의 영광스러운 거룩한 미래가 되게 했다. 나는 가장 감미로운 비유 중의 하나로 말했다. 바로 그녀를 위하여 반짝이는 빛과 친절함의 광선이었다.
그 바리사이의 교만으로 내 말이 죽어버려서 미래의 영광으로 발효될 수 없는 그 교만한 부유한 바리사이의 집에 그 저녁에 발을 들여놓으며, 나는 마리아가 자기의 악덕의 방에서 쓰라린 눈물을 흘린 다음에 올 것이고, 그녀가 이미 눈물의 빛 안에서 자기의 미래에 대하여 결정했음을 알았다.
남자들의 육체와 생각들은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을 때 정욕으로 불타올랐다.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 ‘깨끗한’ 두 사람, 즉 요한과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음탕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들 모두는 마리아가 진정한 마귀 들림인, 즉흥적인 일을 벌이게 만드는 그녀의 여느 때의 변덕으로 인하여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탄은 이미 패배했다. 그녀가 자기들을 쳐다보지 않는 것을 그들 모두가 알아차렸을 때, 그들은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고 시샘하며 생각했다.
사람이 살과 피에 불과할 때, 그는 항상 가장 깨끗한 것도 더럽힌다. 깨끗한 사람들만이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들 안에는 생각을 어지럽히는 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리아야, 사람이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하느님께서는 이해하신다. 천국을 얻기에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람들에게서 오는 영광은 천국의 복된 영혼들의 운명인 영광을 털끝만큼도 더해주지 못한다. 항상 그것을 기억해라.
가엾은 막달라의 마리아는 착한 행동을 할 때에도 항상 잘못된 평가를 받았다. 그녀가 나쁜 행동을 할 때는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쁜 행동들은 만족할 줄 모르는 방탕한 남자들의 욕망에 대한 한입거리의 음란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인의 바리사이의 집에서 비난받고, 그릇된 평가를 받았고, 베타니아의 자신의 집에서 비난과 질책을 받았다.
그러나 요한이 한 위대한 말이 비판의 마지막 한 토막에 대한 열쇠이다. ‘유다는… 그가 도둑이었기 때문이다.’(요한12,6)
내가 말하겠다. ‘그 바리사이와 그의 친구들은 음란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알겠느냐? 관능성에 대한 욕망과 돈에 대한 탐욕은 착한 행동을 비난하기 위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높인다. 착한 사람들은 비판하지 않는다. 결코. 그들은 이해한다.
그러나 내가 되풀이하여 말하지만, 세상의 비판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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