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천상의책1-5권

(천상의책 4권-126~130)격정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첫 충동을 제지해야 한다/하느님을 온전히 소유하려면

Skyblue fiat 2014. 8. 25. 15:48

 

4권-126,  격정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최초의 충동을 제지해야 한다

1902년 4월 16일

 

1.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분을 뵙지 못한 채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나를 황홀하게 해 주신 분이 더 이상 오시지 않는다면, 내가 이 신분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단호하게 끝막음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2.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었을 때에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잠깐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모든 것은 최초의 심적 충동을 제지(制止)하는 일에 달려 있다. 이 점에 유의하면 만사가 잘 풀리게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지되지 않은 첫 충동으로 말미암아 표면화된 격정은 하느님의 힘에 의해서만 깨어진다. 하느님의 힘이 성벽처럼 영혼을 둘러싸고 안전하게 지켜주면서, 이 가련한 영혼 앞에 언제나 함정을 파놓고 해치려고 드는 원수들을 쫓버리는 것이다.

 

3. 하지만, 영혼이 그것을 알아차린 즉시 자신 안으로 들어가서 스스로를 낮추고 뉘우치면서 과감하게 정개(定改)할 때도 하느님의 힘이 그를 에워싼다. 그러나 이 순간에 그것을 바로잡지 못하면, 영혼이 하느님의 힘을 무력하게 하면서 모든 악덕에게 문을 열어 주는 셈이 된다.

 

4. 그런즉, 너는 옳지 않고 거룩하지 않은 최초의 충동, 생각과 말을 조심해야 한다.

일단 첫 충동을 제지하지 못하면, 영혼이 아니라 격정이 지배하면서 영혼을 억압하게 된다. 그러니 하느님의 이 힘에 둘러싸여 있도록 각별히 마음써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단 한 순간도 너 홀로 있지 않게 될 것이다.”

 

4권-127,  모든 성사의 효력을 영혼 안에 낳아 주는 성사인 십자가

1902년 4월 25일

 

 1. 오늘 아침에도 몸 바깥에 나와 있었으므로 어지신 예수님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이윽고 그분을 뵙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계시기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못박힌 그분의 두 손이 그 극심한 고통으로 말미암아 오그라들어 있었다. 그 손가락들을 바로 펴고 상처를 고쳐 드리려고 했으나, 복되신 예수님께서 그 극심한 통증 때문에 소리내어 울고 계시니 손을 댈 수가 없는 것이었다.

 

2.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진 나는 그분을 싸안고 이렇게 말씀드렸다.

“제 사랑이시여, 당신 상처의 고통을 제게 나누어 주시지 않은 지 한참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 때문에 고통이 더 심해졌는지도 모릅니다. 비오니 제게 일부분이라도 나누어 주십시오. 저의 고통으로 당신의 고통을 덜어 드리기 위함입니다.”

 

3. 그때 한 천사가 손에 못을 들고 나타나서 내 손과 발에 그것을 박았다. 못이 내 두 손에 박히자, 사랑하올 예수님의 손가락들이 퍼지고 상처들도 치유되는 것이었다.

 

4. 내가 그 고통을 받고 있는 동안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십자가는 성사이다. 성사마다 각각의 특별한 효력이 있으니, 어떤 성사는 죄를 없애 주고, 다른 성사는 은총을 주고, 또 다른 성사는 영혼을 하느님과 결합시키고, 또 다른 성사는 힘을 주는 등 여러 다른 효력들이다. 그러나 이 모든 효력을 한 곳에 모아들여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영혼 안에 낳아 주는 것은 오직 십자가뿐이다. 십자가는 따라서 아주 짧은 기간에 본래의 상태와 유사하게 영혼을 회복시켜 준다.”

 

5. 이 말씀을 마치신 그분께서는 쉬시고 싶으신 듯 내 마음속으로 물러가셨다.

 

4권-128,  하느님을 온전히 소유하려면 자기를 온전히 바쳐야 한다

1902년 4월 29일

 

1.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아침에 잠시 오셔서

 “딸아, 하느님을 온전히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분께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쳐야 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다른 말씀 없이 나와 함께 머물러 계셨다.

 

2. 곁에 계시는 그분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십시오. (제 영혼 안의) 모든 것이 얼마나 물기 없이 바싹 말라 있는지 보이시지 않습니까? 비가 한 방울도 내린 적이 없는 듯한 메마름이 느껴집니다.”

 

3. 그러자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게 더 낫다. 나무가 건조할수록 불이 그것을 태우며 불로 만들기가 더 쉽지 않겠느냐? 그때에는 불티 하나만으로도 나무에 불을 붙일 수 있다. 그러나 나무가 아직 푸르고 제대로 말라 있지 않으면 이것을 태우는 데 많은 불이 필요하고 불로 바뀌게 하는 데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

영혼도 그와 같다. 온통 메말라 있으면 불티 하나만 있어도 이 영혼을 하느님 사랑의 불로 변화시키기에 넉넉한 것이다.”

 

4. “주님, 저를 놀리시는군요. 이 상태에 있는 것은 온통 추하기 짝이 없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말라 버린다면 무엇이 거기에 불을 놓을 수 있겠습니까?”

 

5. “아니다. 농담이 아니다. 영혼 안의 모든 것이 다 말라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 내 말의 의미를 네가 잘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축축한 물기는 바로 자기만족이다. 욕구 충족이다. 영혼 자신의 성향이요, 자만심이다.

 

6. 그 대신, 모든 것이 말라 있을 때, 그런데 영혼이 활동하고 있을 때, 그때에는 이 물기를 배출하는 샘이 전혀 없다. 그러면 하느님의 불이,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상태대로 이질적인 물기 없이 바싹 말라있고 발가벗고 있으며 오로지 자기의 것이 되어 있는 이 영혼을 보고, 자기 자신의룩한 불로 그를 쉽사리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7. 뒤에 나는 내적인 순명으로 유지되고 외적인 순명으로 수호될 평화의 숨기그 영혼 안에 불어넣어 준다. 평화는 영혼 안에 하느님의 모든 것을 낳는 것이니, 곧 사람이 된 ‘말씀’의 모든 업적과 덕행과 도리가 생겨 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이 평화 안에서 나의 단순함과 겸손, 내 유년기의 의탁, 성년기의 덕행의 완성, 임종의 희생과 십자가에 못박힘을 이해할 수 있다.

 

8. 그렇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기의 모든 것을 예수 그리스도에게 바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4권-129,  극치를 이루는 두 가지 상태

 1902년 5월 16일

 

1. 아침에 오랫동안 기다린 후에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오셨다. 그분께서 함께 계심을 보자마자 힘주어 꼭 껴안은 나는 “사랑하올 제 선이시여, 당신께서 달아나실 수 없도록 이번에는 단단히 붙잡고 있겠습니다.” 하였다.

 

2.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 하느님 안에 잠겨 있는 것처럼 나 자신이 온통 그분으로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영혼의 능력들이 황홀경에 잠겨 아무런 작용도 못할 정도였다.

 

3. 내가 꼼짝도 할 수 없는 이 상태, (그러나 감미롭고 즐거운 상태) 속에 잠시 멎어 있은 다음, 흠숭하올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딸아, 나는 때때로 영혼을 나 자신으로 가득 채운다. 그러면 영혼은 내 안에 흩어지며 사라지기에 부동 상태가 된 듯 멎어 있게 된다. 또 다른 때에는 내가 영혼의 일부를 텅 비게 한다. 그러면 영혼은 내가 남긴 빈곳을 찬미와 감사와 사랑과 보속 등의 행위로 채우면서 탄복할 정도로 훌륭하게 활동하게 된다.

이 두 가지는 다 극치를 이루는 상태이며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것이다.”

 

 

4권-130,  여왕이신 어머니의 간청과 중재 및 고해사제의 지향을 들어주신 예수님

1902년 5월 22일

 

1. 평소의 상태대로 있었지만 복되신 예수님께서는 도무지 오시려고 하지 않으셨다. 오, (그분을 오시게 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급기야는 지치고 만 끝에 누군가가 곁에 있는 느낌이 들었으나 그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손을 뻗어 더듬거리다가 마침내 그를 찾아 내었는데 힘없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그때 그가 내 다정한 예수님이심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은 혼절하신 것 같다.

 

2. 그러나 의식을 되찾게 되신 즉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쉿! 조용히! 말을 하지 말아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나를 기절시킬거다.

너의 침묵이 내 힘을 되찾게 할 터이니, 그러면 입맞추고 껴안으며 적어도 너를 기쁘게 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3. 그래서 나는 침묵을 지켰고, 우리는 여러 번 서로 입맞춤을 나누었다. 게다가 예수님께서는 내가 어떻게 설명할지 모를 만큼 여러 모양으로 당신 사랑을 표시해 주셨다. (그 뒤에 사라지셨다.)

 

4. 나중에 나는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와 있는 것을 알고 내 영혼이 사랑하는 분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분이 보이지 않기에 혹시 다시 찾아낼 수 있을지 보려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거기에 여왕이신 어머니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서로 등을 돌리고 다투시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예수님께서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싶지 않으셔서 등을 돌리고 계신 것이었다.

 

5. 얼마나 노하셨는지 입에서 격분의 불길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날 내가 알게 된 것은 딱 한 가지뿐이었는데, 그것은 예수님께서격노의 불길로 인간에게 양식으로 쓰이는 모든 것을 태워 없애고자 하신다는 것과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그것을 원하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6. 예수님께서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그렇지만, 제 분노의 이 타오르는 불길을 누구에게 쏟아낼 수 있겠습니까?”

 

7. 어머니께서는 (나를 가리키시면서)

“네가 그것을 쏟아낼 사람이 여기에 있다. 이 사람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8. 이 말씀을 들으신 예수님은 어머니께로 몸을 돌리셨다. 그리고 서로 합의하신 듯 천사들을 부르시더니, 그리스도 예수님의 그 불길에서 튀어나오는 불똥을 각 천사에게 하나씩 주셨다. 천사들은 그 불똥들을 내게 가져다 놓았는데, 어떤 것은 입에 다른 것들은 손과 발과 가슴에 놓았다. 얼마나 고통스럽던지! 불이 나를 태우며 처참하게 괴롭혔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있는 나 자신이 느껴지기도 했다. 복되신 예수님과 어머니께서는 그 고통 속에 있는 나를 보고 계셨는데, 예수님은 노여움을 좀 푸신 것 같았다.

 

9. 그러는 동안 나는 내 몸 안으로 돌아와 있었고, 고해사제가 거기에 와 계셨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평소처럼 내게 (육신의 마비 상태에서 깨어나라고) 명하는 대신, 내가 십자가에 못박히는 고통을 받기를 원하셨다. 예수님께서 그의 지향에 동의하시면서 내게 당신 고통을 나누어 주셨다. 그러니 여왕이신 어머니께서 시작하신 일을 신부님이 완성하신 셈이다.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기를, 그분께서 항상 찬미 받으시기를 빌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