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41, 예수님의 성탄 광경을 보고 말씀을 듣다
1900년 12월 25일
1. 평소와 같은 상태로 있다가 나 자신의 몸 바깥에 나와 있는 것을 알고, 이리저리 좀 돌아다녔다. 나중에 어느 동굴에 이르러 여왕이신 어머니께서 아기 예수님을 낳으시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얼마나 굉장한 기적인지! 어머니와 아드님 두 분 다 지극히 순수한 빛에 휩싸여 그 빛으로 변화되신 것처럼 보였다.
2. 그 빛 속에서 나는 분명히 예수님의 인성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인성안에 신성이 내포되어 있었다. 인성이 마치 막처럼 신성을 감싸고 있어서 이 막을 찢으면 인간이라는 막에 싸이신 하느님을 뵐 수 있을 것이었다. 오, 이는 얼마나 기적 중의 기적인가! 하느님이며 사람이신분, 사람이며 하느님이신 분께서 성부와 성령을 떠나시지 않은 채 (왜냐하면, 그분의 사랑은 절대로 그분들과 갈라지게 하지 않으니까), 인간의 혈육을 취하시고 우리와 함께 계시려고 오셨으니 말이다!
3. 그런데, 그 복된 순간에 어머니와 아드님은 이를테면 영화(靈化)되신 것 같았다. 예수님께서 어머니의 태중에서 나오신 것은 두 분 다 아무런 장애도 받으심 없이 흘러넘치는 극도의 사랑 속에 계실 때였다. 달리 말하자면, 지극히 거룩하신 두 분의 몸이 빛으로 변화되셨기 때문에, 어떤 방해도 받음 없이, 또 두 분 다 조금도 손상을 입지 않은 온전한 상태로, 빛이신 예수님께서 빛이신 어머니 안에서 나오셨으며, 그 후에 자연적인 상태로 돌아가신 것이다.
4. 비록 베들레헴이 외딴 (동굴) 속이었지만, 그 복된 순간에 신성의 빛에 잠기신 아기 예수님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이 신적인 빛살 안에 온전히 빨려드신 어머니의 아름다움을, 대체 누가 묘사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성 요셉은 그 탄생의 자리가 아니라 동굴의 다른 쪽에서 그 심오한 신비에 온통 빨려든 것 같았다. 육안으로 이를 보지 못했지만 영안으로는 분명히 보았기에, 숭고한 황홀경에 잠겨 있는 것이었다.
5. 아기께서 탄생하신 순간, 나는 그분께로 날아가 팔에 안고 싶었다. 그러나 천사들이 이를 만류하면서 가장 먼저 그분을 안는 영광은 어머니께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몸을 떠는 듯 하시며 황홀경에 깨어난 어머니께서 천사의 손에서 아드님을 받아 안으셨다. 그리고 뜨거운 사랑으로 어찌나 꼭 껴안으시는지 마치 아드님을 당신 태중에 도로 넣으시려는 것 같았다. 그런 다음, 불타는 사랑을 주시려고 그분을 가슴에 안고 젖을 물리시는 것이었다.
6. 그 사이 나는 완전히 압도된 채, 천사들의 꾸중을 또다시 듣지 않으려고, 불러 주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여왕께서 내게, “오너라. 와서 네가 사랑하는 분을 안아라. 너도 그분을 누리며 네 사랑을 나타내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어머니께로 다가가니 그분을 내 팔에 안겨 주셨는데, (그 순간의) 내 행복과 입맞춤과 포옹과 애정을 어떻게 다 말할지 모르겠다.
7. 나는 그렇게 내 사랑을 좀 표현한 후에 그분께 이렇게 여쭈었다. “제 사랑이시여, 당신께서는 우리 어머니의 젖을 빠셨으니, 제게도 조금 나누어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8. 그러자 그분께서는 친절하게도 당신 입에서 내 입으로 그 젖의 일부를 흘려 넣어 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사랑아, 나는 고통과 함께 잉태되었고 고통에로 태어났으며 고통 중에 죽었다. 나는 저들이 나를 못박은 세 개의 못을 써서 나를 사랑하기를 갈망하는 영혼들의 세 가지 능력을 곧 지성과 기억과 의지를 십자가에 못박으면서 그들 모두를 내게로 끌어당겼다. 죄가 거리낌없이 그들을 나약하게 만들고 그들의 창조주로부터 멀리 흩어지게 했기 때문이다."
9. 그분은 이 말씀을 하시면서 세상을 둘러보시고 그 비참 때문에 소리내어 울기 시작하셨다. 나는 그분의 우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사랑하올 아기시여, 이토록 기쁜 밤에,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당신 눈물로 슬프게 하시지 마십시오. 눈물 대신 우리 함께 노래를 시작하십시오.”
10. 그러면서 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그분은 울음을 그치셨다. 그리고 내가 첫 구절을 다 부르자 그분은 다음 구절을 부르셨는데, 어찌나 낭랑하고 아름다운 음성인지 그렇듯 감미로운 음성 앞에서 우리의 모든 소리는 깡그리 사라지는 것이었다.
11. 그 후에 나는 아기 예수님께 고해사제를 위하여, 내 친척들을 위하여, 마침내 모든 사람을 위하여 기도를 바쳤다. 그분은 무슨 청이나 다 들어 주실 듯 양순해 보이셨다. 내가 그렇게 기도하고 하는 동안 그분은 사라지셨고, 나도 내 몸속에 돌아와 있었다.
4권-42, 여왕이신 엄마와 성 요셉과 함께 계속 동굴 속에 머물며 경배하다
1900년 12월 26일
1. 나는 계속 거룩하신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온전히 몰입하여 이 아기가 하느님께 깊은 경배를 드리는 여왕이신 엄마와 성 요셉을 양쪽에 모시고 말이다. 내가 보기에 아기 하느님의 끊임없는 현존이 엄마와 성 요셉으로 하여금 끊임없는 황홀 속에 잠겨 계시게 하는 것 같다.
2, 이분들이 그 외의 다른 무엇을 하신다면, 주님께서 그들 안에서 행하시는 기적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외적인 일에는 마음을 쓰지 못할 채 꼼짝없이 그대로 머물러 계셨을 것이다.
3. 나도 경배하고 나서 보니 나 자신의 몸 속에 돌아와 있었다.
4권-43, 하느님은 결코 변화를 타는 분이 아니지만
사탄과 인간의 본성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1900년 12월 27일
1. 오늘 아침 나는 (산 제물로 살아가는) 내 처지가 내 안에 계신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떨치지 못했다. 더군다나 예수님께서 내게 오시는 것을 합당하게 여기시지 않는 것 같았다.
2. 그래서 오래도록 기다린 끝에 그분을 뵙자마자 나의 불안을 털어놓았더니,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내 딸아, 너는 무엇보다도 우선, 나의 능력이 너를 이 처지에 있게 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네가 이리도 오랜 기간에 걸쳐 이 상태로 침상에만 붙박여 있을 힘을 (나 아니면) 누가 줄 수 있었겠느냐?
홀로 항구성만이 이 일이 나의 일이라는 확실한 표이다. 홀로 하느님만이 변화를 타지 않기 때문이다.
4. 이와 대조적으로, 사탄과 인간의 본성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오늘 좋아하는 것을 내일 싫어하고 오늘 싫어하는 것을 내일 좋아하면서 거기서 만족을 찾는 것이다.”
4권-44, 하느님 없는 영혼의 불행한 상태
1900년 1월 4일
1. 예수님을 뵙지 못한 채 불안해하면서 괴로운 며칠을 보내고 나자 내 마음 안에 어두운 지옥이 느껴졌다. 예수님의 부재로 인하여 모든 격정들이 나타나서 그 자체의 어둠을 각각으로 퍼뜨렸으므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하느님 없는 영혼의 상태는 얼마나 불행한가! 하느님이 없는 영혼은 이 땅에서도 이미 내적으로 지옥으로 느끼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상태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영혼이 지옥 고통으로 잡아 찢기는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겪은 것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그 생각에 골몰하지 않기 위해서 다시 이 글쓰기를 계속하였다.
2. 그런데 오늘 아침 영성체를 했을 때에, 비탄의 절정에 있었던 나는 주님께서 내 안에서 나오시는 것을 느꼈다. 그분의 모습을 뵈면서 불현듯 나무 십자고상인지 아니면 정말 살아 계신 그분인지 자세히 보고 싶었다. 그렇게 살펴본 뒤에야 그분께서 산 채로 십자가에 달려 계신다는 것을 알았다.
3. 그분께서는 나를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 안에 있는 내가 나무로 만들어진 모습으로 (보인다면), 너의 사랑은 단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극기와 아울러 참되고 신실한 사랑만이 나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게 하고 살게 하며 십자가에 못박히게 하기 때문이다."
4. 나는 그분을 뵙자 자신이 너무나 악해 보여서 그분 앞에서 달아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잇달아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나는 빛이니, 네가 어디로 가든지 내 빛이 너를 완전히 휩쌀 것이다.”
5.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예수님과 그분의 빛과 음성 앞에 있게 되자 격정들이 사라지고 조그만 아기와 같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어 내 몸속에 돌아오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고 내 영혼을 밝히는 빛이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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