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준비 9일 기도
(루이사 피카레타가 17살 때 드린 묵상기도)
성탄 준비로 매일 아홉 가지 주제를 묵상하기로 하다.
1. 내가 열일곱 살이 되던 해 성탄절을 앞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그때 나는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의 성탄을 경축하려고 9일기도를 시작하였다.
2. 이 축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날마다 몇 가지 덕행과 극기를 실천하고자 했는데, 이는 특히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아홉 달 동안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태중에 계셨던 일을 찬양하려는 것이었다.
3. 이 목적으로 매일 아홉 개의 묵상을 하기로 했고, 그것은 언제나 지극히 거룩한 강생의 신비에 관한 것이었다. (천상의 책 1-1,3)
1
첫째 시간 : 복되신 성삼위의 구원 계획의 실현.
1 나는 묵상 중에 내적으로 천국에 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천국에서 복되신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서로 의논하시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성삼위께서는 하느님의 역사(役事) 없이는 완전히 자유로운 새 생명에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게 타락한 인류를 구원하시기를 원하셨다.
2 그러므로 성부께서는 이제 외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고자 하셨고, 성자께서는 아버지의 그 고귀한 뜻을 받아들이셨으며, 성령께서도 지극히 기뻐하시며 완전히 동의하셨으니, 이는 모두 인류의 더 큰 선과 구원을 위한 것이었음을 나는 깨달았다.
3 하느님께서 당신 성삼위 상호간의 이 완전한 사랑 - 그토록 강력하고 동일한 사랑 - 이 어디든지 흘러내리게 하시어 인간이 그 풍성한 은혜를 입도록 하셨으니, 하느님 사랑의 이 한없는 신비를 깨닫게 되면서 내 마음은 몹시 당황하였고 온 존재가 놀라움에 사로잡혔다.
4 그런 다음 나는, 이 큰 사랑의 무진장한 열매를 쓸모없는 것으로 만드는 인간의 배은망덕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였다……. 이 숙고에 잠겨, 한 시간이 아니라 온종일이라도 그대로 있었을 터이다. 그때 마음속에서 이 말씀이 들려 왔다. “지금은 그쯤 해 두고, 나와 함께 가자. 너에 대한 내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드러내는 또 다른 일을 보여 주마.” (천상의 책 2-1,4)
2
둘째 시간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태중에 강생하신 ‘말씀’
1 그 뒤 나는 묵상을 통해서 거룩하신 동정 어머니 마리아의 지순하신 태중에 살고 계신 사랑하올 예수님을 뵈러 갔다. 하늘도 싸안을 수 없을 만큼 크신 하느님께서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당신 자신을 이처럼 작게 낮추시어, 움직일 수도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모태 속에 갇혀 계시니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2 이 생각에 잠겨 있노라니 갓 잉태되신 예수님께 대한 사랑으로 살라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 마음속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음성이 들렸다.
3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해 왔는지 이제 알겠느냐? 부디, 네 마음속에 내 것이 아닌 것은 모조리 치워버리고, 나를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라. 그래야 내가 네 마음속에서 더 편히 움직이며 숨 쉴 수 있다.”
4 그러자 내 마음은 그분께 대한 사랑으로 녹아내리는 것 같았고, 그래서 내 결점들을 용서해 달라고 청하였으며, 앞으로는 온전히 그분의 것이 되겠다고 약속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당황스럽지만 사실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날마다 그렇게 같은 약속을 되풀이하면서도 같은 잘못을 저지르곤 하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나는 괴로워하면서 예수님께 부르짖었다.
5 “그렇습니다, 어지신 예수님, 당신께서는 이 가련한 인간을 얼마나 다정하게 대해 주셨는지요! 그리고 지금도 여전하십니다! 부디 언제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천상의 책 1-3,1~5)
3
셋째 시간 : 열렬한 사랑.
1 나는 두 번째 묵상을 마친 즉시 세 번째로 넘어갔다. (예수님께서) 또렷한 내적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2 “내 딸아, 머리를 내 어머니의 배에 대고 그 안에 있는 내 조그만 인성을 들여다보아라. 사람들에 대한 나의 사랑이 나를 거의 삼킬 것만 같다. 그리고 나를 불태우고 빨아들이며 모든 한계를 아득히 초월하는 것은 내 신성의 무한한 불과 바다들이다.
이 모든 것이 도처에서 솟아올라 첫 사람과 마지막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로 퍼져 나간다. 또한 그토록 많은 사랑의 불꽃들에 에워싸여 있는 내 작은 인성은 동일한 사랑으로 스스로 맹렬히 불타고 있다.
3 내 영원한 사랑이 나로 하여금 무엇을 삼키게 하려는지 너는 알겠느냐? 아, 그렇다, 너는 경험이 풍부해서 잘 알겠지만, 그것은 바로 영혼들, 모든 영혼들이다! 내 사랑 안에 그들 모두를 흡수하고 있을 때, 딸아, 그때라야 내 사랑은 만족할 것이다.
나는 하느님이니, 존재하는 모든 영혼을 각각으로 다 싸안으면서 하느님답게 행동하기 마련이다. 한 사람이라도 제외한다면 내 사랑이 내게 평화를 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
4 그렇다, 딸아, 주의를 기울여 내 어머니의 태중을 들여다보아라. 이미 잉태된 나의 인성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너의 영혼도 나와 함께 여기에 잉태되어 있다는 것과 너로 하여금 나에 대한 사랑으로 온전히 불타게 하는 것이 내 사랑의 불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 불꽃은 내 안에 있는 너를 다 태운 후라야 멎을 것이다. 오, 나는 참으로 너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으며 또 영원토록 사랑할 것이다!”
5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셨을 때 나는 그 크나큰 사랑에 잠긴 채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자 그분은 내적인 음성으로 나를 일깨우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6 “딸아, 내 사랑이 행하는 모든 일에 비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내게로 다가오너라. 내 사랑하는 어머니께 손을 내밀어, 그분께서 너를 당신 모태에 더 바짝 껴안고 계시게 하여라.
그러는 동안 너는 한 번 더 내 작은 인성을 바라보아라. 이는 영혼들을 영원히 잉태하기 위하여 시간 속에 잉태된 인성이다. 네가 그렇게 하면 나의 네 번째 사랑, 즉 활동적인 사랑을 묵상하는 계제가 될 것이다.” (천상의 책 1-64,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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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시간 : 활동적인 사랑.
1 “딸아, 네가 나의 열렬한 사랑에서 활동적인 사랑으로 넘어가기를 원한다면, 그렇다면 헤아릴 수 없는 고통 속에 끝없이 잠겨 있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내 안에 잉태된 각 영혼이 얼마나 많은 죄와 나약과 격정이라는 짐을 내게 가져오는지 생각해 보아라.
내 사랑이 나로 하여금 그 각자의 짐을 떠안게 하였다. 그러므로 내 안에 그들의 영혼을 잉태한 나는 그들 각자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 드려야 하는 고통과 보속도 잉태한 셈이었다. 그러니 나의 수난이 나와 더불어 잉태되었다고 말한다고 해서 의외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2 내 어머니의 태중을 유심히 들여다보아라. 내가 그 수많은 고통을 얼마나 생생하게 느끼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내 조그마한 머리를 살펴보아라. 잔인하게 머리를 찔러 쓰라리고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게 하는 가시관이 들씌워져 있다. 너는 손이 자유로우니 나를 불쌍히 여겨 이 모든 눈물을 닦아 주려무나!
3 딸아, 이는 바로 사람들이 그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악한 생각으로 내게 만들어 씌우는 잔인한 가시관이다. 오, 얼마나 아픈지! 아홉 달 동안이나 가시관을 씌우다니! 그것만으로는 숨이 차지 않은 듯, 내 손발을 십자가에 못 박기도 하니, 나는 그들을 위하여 하느님의 정의에 보속을 바칠 수밖에 없다.
4 사실, 그들은 바르지 못한 길로 접어들어 온갖 불의를 저지르고, 갖가지 부당한 이득을 찾아다니며 살아간다. 나는 이 상태에서 손이나 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다. 사는 공간이 협소한데다 줄곧 십자가에 못 박혀 있기 때문이다. 아홉 달 동안이나 계속 이 십자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라!
5 딸아, 너는 내가 거듭거듭 가시관을 쓰고 언제나 십자가에 달려 있는 까닭을 알겠느냐? 그것은 인류가 부단히 악한 속셈을 품고 악행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들이 나의 관자놀이와 손과 발을 쉴 새 없이 찔러대는 가시관과 못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6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고통으로 숨을 헐떡이시면서 어머니의 태중에 계신 당신의 작은 인성으로 겪으시는 고뇌와 비통과 순교에 가까운 고통에 대하여 계속 말씀하셨다.
나는 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이쯤서 그만두고자 한다. 길어진다는 점 외에도, 복되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어머니의 태중에서 겪으시는 모든 고통을 다 서술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단지 소리 내어 엉엉 울기만 할 터이니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분께서 슬픔에 잠긴 음성으로 또다시 나를 내적으로 일깨우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7 “오, 딸아, 네가 나에 대해 느끼는 그 괴로운 사랑의 보답으로 너를 껴안아 주고 싶지만, 아직은 그렇게 할 수가 없구나. 네가 보다시피 나는 옴짝도 할 수 없는 이 조그만 공간에 갇혀 있으니 말이다. 너에게 가고 싶어도 아직 걸을 줄을 모르니 그럴 수도 없고...
내 최초의 괴로운 사랑의 딸아, 그러니 네가 자주, 아주 자주 이리로 와서 나를 안아 다오. 내가 어머니의 태중에서 나가게 되면, 가서 너를 껴안고 너와 함께 있어 주마.”
8 나는 어머니의 태중에 계신 예수님과 함께 있는 나를 상상하면서 슬픔에 겨운 내 가슴에 그분을 꼭 껴안고 있었는데, 그때 그분의 음성이 다시 마음속에서 들려 왔다.
9 “딸아, 지금으로서는 그것으로 넉넉하다. 이제 나의 다섯 번째 사랑에 대한 묵상으로 넘어가거라. 이 사랑은 모든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당하여 힘이 빠져 있긴 하지만, 뒤로 물러서거나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모든 것을 이기고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사랑이다.” (천상의 책 1-6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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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시간 : 버림받은 고독한 사랑.
1 예수님께서 당신의 다섯 번째 사랑을 묵상하라고 부르시는 소리를 듣고, 나는 내 마음의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내적으로 말씀을 주시는 그분의 희미하면서도 독특한 음성이 들렸다.
2 “딸아, 내게서 떠나지 말아 다오. 혼자 있게 하지 말아 다오. 내 사랑은 언제나 함께 있기를 갈망한다. 네가 알다시피 이는 내 사랑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나의 신성이 그 본성상 지극히 깊은 일치를 이루듯이, 내 영원한 ‘말씀’과 본질적으로 일치한 나의 인성도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에서 즐거움을 누린다.
3 너는 내가 어머니의 태중에 잉태되자마자 모든 인류도 은총에로 잉태하였다는 사실을 이미 알게 되었거니와, 그것은 그들이 내 안에 잉태됨으로써 지혜와 진리 안에 나와 함께 성장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주고받기를 원하며, 매우 자주 진심에서 우러난 내 지극한 사랑의 증거를 그들에게 주기도 한다.
4 또한 그들과 사랑의 대화를 이어감으로써 나의 기쁨과 고통을 알려 주기를 원한다. 그리고 내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것은 다만 그들이 완전한 행복을 누리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를 원한다.
5 따라서 나는 작은 형제로서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들의 호의와 사랑을 얻기를, 그리고 나의 모든 선과 나 자신의 나라를 그들 각자에게 되돌려 주기 위하여 가장 큰 희생을, 내 목숨까지 내어놓는 희생을 치르기를 참으로 원한다.
말하자면 그들과 함께 놀이를 즐기면서 풍성한 입맞춤과 더할 수 없이 다정한 사랑의 애무를 쏟아 주기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6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오직 끊임없는 슬픔과 괴로움만 받을 뿐이다! 사실, 영원한 생명을 주는 나의 말을 마지못해서 듣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나와 함께 있는 것을 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내게서 멀리 달아나거나 일부러 귀가 먹은 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침묵을 지키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7 더욱이 어떤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나를 업신여기며 모욕하기도 한다. 맨 앞의 사람들은 내 나라의 선들을 돌보지 않고, 나의 입맞춤과 애무를 무관심과 망각으로 보답한다. 그러니 내가 그들과 함께 즐기고자 했던 놀이는 침묵과 포기로 바뀌고 만다.
8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 하기야 이런 이들이 대부분이거니와 - 그들에게 내 마음의 사랑을 쏟아 붓지 못하도록 막기 때문에 이 사랑은 눈물로 바뀌고 만다. 그런즉 나의 사랑은 위로를 받지 못한 채 홀로 버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비웃음과 업신여김과 모욕을 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9 더욱이 나는 그들 가운데 있으면서도 언제나 홀로 있는 것이다! 나의 모든 말에 귀먹은 체하면서 내 사랑을 막아버리는 그들에게서 버림받고, 이 고독한 감금 상태에 있으니 얼마나 마음 아픈지! 이와 같이 나는 항상 홀로 있다. 내가 말을 해도 그들은 도무지 들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10 딸아, 너는 모쪼록 나의 배반당한 사랑을 보상하고, 나를 고독 속에 홀로 있게 하지 말아 다오. 내가 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니 귀 기울여 내 가르침을 들어라. 네가 아는 대로 나는 스승 중의 스승이다.
그런즉 내 말을 귀여겨들으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느냐! 동시에, (이 조그만) 나와 함께 놀아 준다면 네가 내 울음을 그치게 할 것이다. 자, 나와 함께 놀지 않겠느냐?”
11 나는 언제나 주님께 충실하겠다고 약속한 다음, 따뜻한 동정심이 가득한 사랑으로 그분께 나 자신을 맡겼다. 그분께서는 하도 너그러우셔서 모든 사람이 당신과 함께 행복을 누리게 해 주시건만, 사람들은 그분께 아무 위로도 드리지 않고 쓰라린 고독 속에 홀로 계시게 하니 말이다.
12 이와 같이 다섯째 시간의 묵상을 하고 있는데, 마음속에서 다시 예수님의 음성이 들렸다. “이제 되었으니, 내 사랑의 여섯 번째 특징에 대한 묵상으로 넘어가거라.” (천상의 책 1-66,1~12)
6
여섯째 시간 : 죄와 배은망덕의 어둠 속에 갇혀 질식하는 사랑.
1 “딸아, 네가 늘 나와의 친교 안에 있기를 바란다. 언제나 내게 더욱더 가까이 오너라. 그리고 사랑하올 내 어머니께 간청하여, 내가 처해 있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네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당신 태중에 너의 자리도 좀 내어 달라고 하여라.”
2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여왕이신 어머니께서 나에 대한 한없는 모성애를 입증하시려고 당신 태중에 강생하신 사랑하는 예수님과 나도 함께 있도록 해 주셨다고 상상했다. 그러자 벌써 그분의 태중에, 내 사랑 예수님과 가까이, 매우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너무도 캄캄해서 그분의 모습은 전연 볼 수 없었고, 사랑으로 불타는 탄식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한편 내 마음속에서는 그분의 말씀이 이어지고 있었다.
3 “딸아, 내 사랑의 또 한 가지 특징을 묵상하여라. 나는 영원한 빛이다. 나보다 더 밝은 빛은 달리 없다. 잠시 태양을, 그것이 가장 빛날 때를 생각해 보아라. 하지만 그 작열하는 태양도 내 영원한 빛에 비하면 그림자에 불과할 따름이다.
4 그런데 이 영원한 빛이,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취한 나의 인성에 의하여 완전히 가려지고 말았다. 보아라, 나의 사랑이 나를 얼마나 어두운 감옥에 가두었는지를!
그렇다, 이것이, 어떤 빛살이 내게 이르기를 기다리면서,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내가 있고자 했던 장소이다. 그리하여 별도 없고 잠들 수도 없는 이 칠흑 같은 밤 속에서 꼬박 아홉 달 동안 기다려 온 것이다. 햇빛이 나를 비추어 주기를 항상 깨어 기다리면서 말이다.
5 오, 얼마나 괴로운지! 너무 좁아 옴짝도 할 수 없는 감옥이기에 여간 괴롭지 않다. 게다가 빛이 없으니 아직 아무것도 볼 수가 없고, 이 빛의 결핍으로 말미암아 내 어머니의 숨을 통해 간신히 쉬는 숨마저 막힐 정도로 고통스럽다.
6 너는 알겠느냐, 누가 내게 이런 감옥을 가져왔는지를? 누가 내게서 빛을 앗아갔으며, 누가 나로 하여금 점점 더 숨쉬기도 어렵게 하는지를? 그것은 사람들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사랑이요, 그들의 죄라는 어둠이다. 각각의 죄가 내게는 또 하나의 어둠이 되기 때문이다.
7 그것은 또한 아무것도 고치려 들지 않는 인간 마음의 완고함이요, 지옥의 괴물처럼 나를 질식시키는 끔찍한 배은(背恩)이다.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울려 암흑과 질식과 말할 수 없는 고통의 밑 없는 구렁을 이루니, 나는 여간 괴롭지 않은 것이다!
8 오, 보답 받지 못하는 내 사랑이여! 너는 나로 하여금 영원한 빛의 무한성에서부터 칠흑 같은 어둠의 심연으로 내려가게 하고, 숨도 쉴 수 없는 이 조그만 공간에 갇혀 있게도 하는구나!”
9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말씀을 하시면서 신음 소리를 내셨는데, 워낙 좁은 공간 속에 계시므로 그 신음 소리마저 숨이 턱에 닿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그분이 가엾어서 울음을 터뜨리면서 그분께서 당부하신 대로 나의 사랑이 좀이나마 그분의 빛이 되기를 바랐다. 그때,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예수님과 내가 함께 겪은 고통은 도저히 글로 적을 수 없는 것이었다!
10 그러한 비통과 고뇌에 잠겨 있을 때,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은 내 마음 깊은 데서 이렇게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이것으로 넉넉하니, 이제 내 사랑의 일곱 번째 특징으로 넘어가거라.” (천상의 책 1-67,1~10)
7
일곱째 시간 : 응답 받지 못한 채 배은의 상처를 입고 있는 사랑.
1 그리고 예수님은 덧붙여 말씀하셨다. “딸아, 이 깊은 고독과 어둠 속에 나를 홀로 버려두지 마라. 내 사랑의 일곱 번째 특징을 주의 깊게 묵상할 수 있도록 내 어머니의 태중에서 나가지 마라.
2 그리고 내 말을 여겨들어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품속에서 나는 완전한 행복을 누렸다.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 기쁨이건 행복이건 일체 모든 것이 내 것이었다. 천사들은 공손하게 깊은 흠숭을 바치며 언제라도 나를 섬길 태세로 있었다.
3 그렇지만 인류에 대한 넘치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나의 입장이 바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의 모든 기쁨과 행복을 벗어 던지고 나의 모든 선과 모든 천상적 위로를 포기하고 사람들의 모든 불완전을 입음으로써 그들에게 나의 영원한 행복과 기쁨과 영원한 즐거움을 주려고 했으니 말이다.
4 하지만 이와 같이 입장을 바꾸는 것은, 인간의 흉측하기 이를 데 없는 배은망덕과 완악한 기만에 봉착하지 않았다면, 내게는 아주 손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영원한 사랑이 엄청난 배은망덕과 마주치게 된 것이다! 오, 인간의 완고함과 사악함이 나를 얼마나 괴롭혀 왔는지!
5 이는 잉태된 순간부터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더없이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며 겪어야 했던 내 마음의 끔찍한 고통 못지않게 고약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이 조그만 심장을 유심히 살펴보아라. 얼마나 많은 가시들이 찌르고 있느냐! 얼마나 많은 상처가 나 있으며,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르고 있느냐! 오, 정말이지 나는 너무도 큰 아픔과 비통에 잠겨 있다!
6 딸아, 너는 다른 이들처럼 배은망덕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너의 예수에게 가장 고약하고 가혹한 고통이니 말이다. 그것은 내가 문밖에 있도록 나의 면전에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보다 더 나쁜 짓이니, 그런 이들의 마음은 무관심으로 얼어 버린 냉혹한 마음이다.
7 그러나 인간 마음의 그 엄청난 사악함을 보면서도 내 사랑은 멈출 줄을 모른다. 오히려 한결 더 높은 사랑의 형태를 취한다. 이 사랑으로 말미암아 나는 탄식하면서 그들에게 애걸하고 간청한다. 딸아, 이것이 더할 수 없이 깊은 내 사랑의 여덟 번째 특징이다.” (천상의 책 1-68,1-7)
8
여덟째 시간 : 애걸하고 탄식하며 간청하는 사랑.
1 “딸아, 나를 홀로 버려두지 말고, 내 어머니의 가슴에 계속 머리를 기대고 있어라. 그렇게 밖에 있어도 내가 탄식하며 간청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하지만, 나의 탄식도 간청도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을 감동시켜 내 사랑을 따뜻한 동정심으로 대하게 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2 그리고 너는 또 보게 될 것이다. 아직 조그만 아기에 불과한 내가 거지 중의 상거지처럼 손을 벌리고 그들의 영혼을 달라고, 동냥으로라도 달라고 애걸하는 모습을! 이렇게 해서라도 그들의 애정을 얻고, 이기심으로 얼어붙은 그들의 마음을 얻게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3 딸아, 내 사랑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정복하고자 한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말한 내 사랑의 일곱 가지 특징을 다 써 보아도 사람이 아직도 달가워하지 않고 귀머거리인 체하며 나의 모든 선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무관심한 것을 보면서, 나는 한 걸음 더 밀고 나가려고 마음을 굳힌 것이다. 그토록 큰 배은 앞에서 그만 둘 수도 있었건만 내 사랑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4 그것은 사랑의 한계마저 뛰어넘고자 하며, 바로 어머니의 태중에 있을 때부터 내 간청의 소리가 모든 사람의 마음에 다다르게 한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과 가장 부드럽고 사무치는 말과 가장 감동적인 기도를 사용한다. 사람 마음의 밑뿌리를 감동시켜 획득하기 위함이다. 무엇을 획득하느냐고? 물론 사람의 마음이다.
5 그래서 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얘야, 너의 마음을 내게 다오. 그것은 나의 소유이다.
네 마음을 내게 주고자 한다면, 설사 사랑이 없는 냉정한 마음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 보답으로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그리고 나 자신도 주겠다. 그 마음을 내 마음의 열기로 뜨겁게 타오르게 하여 네 안에 있는 세속적인 애착을 모조리 살라버리게 해 주겠다.
6 네가 알다시피, 내가 하늘에서 내려와 어머니의 태중에 강생한 것은 무엇보다도 특히 너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품속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부디 거절하지 말고, 나의 바람이 헛되지 않게 해 다오. 나의 바람이 너에게는 무한한 선의 보증이 될 것이니 말이다.”
7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니 사람은 여전히 나의 사랑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내게서 등을 돌리고 가 버리고 말았다. 나는 그의 걸음을 멈추게 하려고 내 작은 손을 합장한 채 탄식하면서 다정하고 감동적인 기도를 바쳤고, 흐느낌으로 목이 잠긴 채 그에게 이렇게 애걸하였다.
8 “내 영혼아, 네 마음을 구걸하려고 간청하는 이 작은 거지가 바로 나라는 것을 모르겠느냐? 얘야, 내가 여기서 행하고 있는 일은 오직 응답 받지 못하는 사랑의 가장 위대한 특징이라는 것을 알려고 들지도 않다니, 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이냐?
9 창조주께서 당신 사랑에로 사람을 끌어당기기 위하여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조그만 아기가 되신 것과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사람의 망가진 마음을 구걸하신다는 것, 또 사람이 완고하고 고집이 센 것을 보고 그를 얻기 위하여 기도하고 간청하며 탄식하고 눈물을 흘리신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는 연민의 정이 느껴지지 않느냐? 이 모든 것에도 네 마음은 감동되지 않는다는 말이냐?”
10 그렇지만, 딸아, 이성적인 존재인 인간은 이성을 쓰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만 같다. 나의 신적인 사랑의 불꽃 속에 잠기기보다는 여기서 달아나려고 하다가 결국은 극히 야수적인 사랑을 찾아 나서는데, 이 사랑이 사람으로 하여금 영원토록 쓰라린 눈물을 흘릴 지옥의 혼돈 속으로 떨어지게 하니 말이다.”
11 나는 예수님의 말씀에 참으로 깊은 연민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배은과 그 참담하고 영원하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생각하면서 소름끼치는 전율을 느꼈다.
이 두 가지 생각에 잠겨 있었을 때에 내 마음속에서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이 들렸다. “딸아, 네 마음을 나에게 주지 않겠느냐? 아니면, 너에게도 내가 울며 주저앉아 탄식하고 애걸해야 그것을 차지할 수 있겠느냐?”
12 예수님은 흐느끼면서 이 말씀을 하시는 동안 내 마음은 그분의 응답 받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애정에 압도되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더 큰 사랑을 느끼며 응답하였다.
13 “사랑하올 예수님, 이젠 그만 우십시오. 예, 주님. 당신께 제 마음과 온 존재를 다 드리겠습니다. 망설임 없이 드리겠습니다.
단, 더 좋은 선물로 드리고 싶사오니, 먼저 저의 냉랭한 마음에서 당신 것이 아닌 것은 모조리 없애게 해 주십시오. 그러니 이 마음을 당신 마음과 닮게 하는 데 효과적인 은총을 주시고, 당신의 안전하고 영구적인 거처로 삼아 주십시오.”
14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지체 없이 덧붙여 말씀하셨다. “딸아, 이제는 내 사랑의 아홉 번째 특징을 묵상해야 할 때다.” (천상의 책 1-69,1~14)
9
아홉째 시간 : 끊임없는 고뇌와 죽음의 상태에 처해 있는 사랑.
1 “딸아, 나의 현재 상태는 악화 일로에 있다.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가르쳐 주는 것을 전부 잘 익힐 수 있도록 언제나 내게 눈길을 고정하고 있어라. 그렇게 하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너의 이 작은 예수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
그것이 다만 사랑의 말 한마디, 한 번의 어루만짐, 한 번의 애정 어린 입맞춤에 불과하더라도 내 마음이 너에게서 사랑의 응답을 받는 감미로운 기쁨을 맛보게 할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쓰라린 울음을 그치게 하고 여기에서 겪고 있는 내 가혹한 고통을 덜어 주기도 할 것이다.
2 딸아, 귀여겨들어라. 이제까지 살펴본 여덟 가지 특징으로 내 사랑의 수많은 증거를 주었으니, 사람은 나의 이 진실하고 숭고한 사랑 앞에 마땅히 굴복해야 했을 터이다.
하지만 도무지 응답하지 않았기에 나로 하여금 내 사랑의 또 다른 특징으로 넘어가게 한다. 그런데 사람이 다시금 응답하지 않을 경우, 이는 내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3 이제까지 사람은 내 사랑에 굴복하지 않았다. 내 사랑의 여덟 번째 특징에다 아홉 번째 특징을 더 보태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니, 이는 가장 뜨거운 사랑의 열의(熱意), 즉 사람에 대한 불타는 사랑의 갈망, 사람을 따라잡기 위하여 어머니의 태중에서 나가고 싶은 열망이다.
내 사랑의 은혜를 잊고 있는 이 사람을 악의 가장자리에서 돌려 세워 껴안고 입 맞추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가 나의 아름다움과 진리와 영원한 선을 사랑하고 소유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4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이 계획으로 말미암아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나의 작은 인성은 임종 고통을 겪으며 바야흐로 숨이 넘어가려고 한다. 본질적인 일치에 의하여 인성과 분리될 수 없는 나의 신성이 이 작은 인성을 도와주고 떠받쳐 주지 않았던들 지금쯤은 이미 숨이 끊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신성이 인성에게 달콤한 새 생명을 계속 한 모금씩 건네주기 때문에 생명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의 시간이라고 할 만한 이 아홉 달의 끊임없는 괴로움을 견디어 온 것이다.
5 딸아, 내 사랑의 아홉째 특징은 이것이니, 나의 신성이 그 자체의 본질을 감추려고 인성을 취하여 어머니의 태중에 들어온 첫 순간부터 쉴 새 없이 계속되는 이 죽음의 고통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의 사랑과 일치시키고자 하는 사람 안에 사랑 대신 공포를 심어주게 될 것이다.
6 하지만 가련하게도! 아홉 달 동안이나 이 사람을 기다려야 하니, 이것이 내게는 얼마나 긴 임종 고통인지! 사랑이 얼마나 나를 숨 막히게 하며 줄곧 죽음을 겪게 하는지! 딸아, 거듭 말하지만, 나의 인성이 나를 완전히 삼키려 드는 무한한 사랑을 지탱할 도움과 힘을 신성으로부터 받지 않았다면, 불행히도 한줌의 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7 이 사랑은 나로 하여금 각 사람이 받아 마땅한 고통의 엄청난 짐을 떠안게 하는 활동적인 사랑이요, 애걸하고 간청하며 탄식하는 사랑인데, 여기에다 하느님의 정의가 요구하는 보속도 있으니 이 모든 것에 의하여 완전히 타버리고 말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사랑이 항상 구걸하다시피 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바로 사람의 냉담하고 무관심한 마음이다.
8 이런 이유로 나는 어머니 태중에서 생활하는 것을 무척 괴로워해 왔기에 더 이상은 사람과 떨어져서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희생을 치르건 사람을 내 성심에 끌어당겨 나의 불타는 심장 고동을 느끼게 해 주고, 나의 영원한 선을 주기 위하여 지극히 부드럽고 깊은 애정으로 품어 안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당장 너에게서라도 위로를 받지 못한다면,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내가 내 사랑의 이 새로운 특징으로 말미암아 완전히 소진되고 말 것이다.
9 어머니 태중에 있는 나를 찬찬히 살펴보아라. 내 얼굴이 얼마나 새파랗게 질려 있느냐! 점점 더 약해지고 있는 내 음성을 들어 보아라. 임종하는 사람의 음성 같지 않느냐! 내 심장에 귀를 대어 보아라. 그 세차던 고동이 이제는 거의 멎어버린 상태이다. 눈길을 내게서 떼지 말고 잘 보아라.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다.
그렇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순전히 사랑으로 말미암아 죽어가고 있다!”
10 이 일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 나 역시 예수님께 대한 사랑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분과 나 사이에는 적막만이, 무덤 같은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다.
피가 얼어붙어 더 이상 혈관 속을 순환하지 못하니 심장 박동도 느낄 수가 없었고, 숨도 멎어버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떨리면서 몸이 맨바닥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 죽음의 잠 속에서 내 혀만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11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전부이신 예수님, 돌아가시지 마십시오. 제가 항상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든지 다시는 당신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당신 사랑의 불꽃을 제게 주시어, 점점 더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하시고, 가능한 한 저 자신을 불태워 사랑으로 온통 당신 것이 되게 해 주십시오. 지고하고 영원한 선이신 제 예수님!”
12 그때 나는 실제로 예수님을 향한 사랑 때문에 죽음 이상의 것을 느꼈다고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죽어야 할 우리 인생에 태어나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먼저 우리의 뜻을 죽이고 참되고 영원한 행복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분께서는 나를 어루만지시어 그 죽음의 잠에서 깨워 주시면서 이 기묘한 말씀을 해 주셨다.
13 “내 사랑으로 다시 태어난 딸아, 자, 내 은총과 사랑의 생명에로 일어나거라. 무슨 일에서나 나와 일치하여라.
네가 내 사랑의 특징들에 관한 아홉 가지 묵상으로 성탄 준비 9일기도를 바치며 나와 함께 있었던 것과 같이, 이제부터 나의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에 관한 스물네 가지의 다른 묵상들을 계속하여라. 하루 24시간으로 나누어서 말이다(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시간들’이란 제목으로 2000년 3월 10일에 이미 출간되었음 − 역주)
이 묵상들 안에서 너는 더욱 숭고한 내 사랑의 특징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배은망덕한 사람들이 끼치는 극심한 고통 중에 있는 나를 끊임없이 위로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사랑으로 나를 매장하는 일에 헌신하게 되고, 죽은 후에는 내 영광의 가장 좋은 몫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천상의 책 1-70,1~13)
성탄 준비 9일기도를 통한 루이사의 체험
1 위와 같이 묵상의 둘째 시간을 지내고 이어서 셋째 시간으로 넘어갔으며, 마찬가지 방식으로 아홉째 시간까지 지냈다.
2 내적 담화를 듣게 해 주신 예수님께서는 내가 이 9일기도를 바치는 동안 날마다 아홉 가지 묵상을 반복할 것을 요구하셨기에 –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분은 내게 휴식이나 위로를 주지 않으셨다 – 나는 되도록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래서 어떤 때는 무릎을 꿇고, 어떤 때는 바닥에 엎드려서 묵상하였다.
3 집안의 잔일들 때문에 중단되려 할 때면 일을 하면서도 묵상을 계속함으로써 내 좋으신 예수님을 항상 기쁘시게 해 드리려고 힘썼다. 거룩한 9일기도의 매일이 그렇게 지나가고 마침내 성탄 전날이 되었다. 그날, 사랑하올 예수님께서는 내게 뜻밖의 특별한 상급을 주시고자 하셨다.
4 성탄 전날, 나는 홀로 앉아 여느 때보다 더 마음이 뜨거워지는 특별한 열정을 느끼면서 주의를 기울여 그 묵상들을 끝내고 있었는데, 더없이 아름다운 아기 예수님께서 내 앞에 나타나셨다. 참으로 기품 있고 아름다운 모습이셨지만, 은혜를 모르는 인간의 사랑 부족 때문에, 그 추위 때문에 몸을 떨고 계셨다.
5 나를 껴안고 싶다는 시늉을 하시기에, 나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며 벌떡 일어서서 그분을 껴안으려고 달려갔다. 그러나 막 껴안으려는 순간, 홀연 모습이 사라지고 말았다. 같은 일이 세 차례 더 일어났으나 결국 그분을 안아보지는 못했다.
6 이 일로 나는 몹시 감동을 받았고,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 듯 감미로운 사랑의 열광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휘가 부족한 나로서는 그것을 말이나 글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지만, 아무튼 나라는 존재가 온통 그분께 대한 사랑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 상태가 며칠 더 계속되었다.
7 그런 후,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그 별난 열정은 긴 기간에 걸쳐 서서히 줄어들었고, 마침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8 그러나 내 마음 안에서 들려오는 내적 음성은 그때부터 결코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다.
그래도 나는 줄곧 잘못에 떨어지곤 했지만, 내 일상적인 결점 때문에 제대로 잘 해내지 못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음성은 나를 나무라시며 바로 잡아 주셨고, 무슨 일이든지 언제나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럼에도 또 잘못에 떨어지면 나를 격려해 주시면서 앞으로는 더 조심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하셨다.
9 요컨대 주님께서는 그때부터, 덕행의 바른 길에서 벗어나기 십상인 자식에게 하시듯이 언제나 인자하신 아버지로 처신하셨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시다.
그분께서는 이 자식이 나중에 당신의 영예와 영광이 되고 지극히 열망하시는 빛나는 덕행의 월계관이 될 만큼 균형 잡힌 인간으로 길러 주시려고, 아버지다우신 주의와 배려를 아낌없이 온통 쏟으신 것이다.
10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여전히 부끄러움과 당황 속에서, “오 예수님, 저는 당신께 얼마나 배은망덕하게 굴었는지요!” 하고 부르짖지 않을 수 없다. (천상의 책 1-4,1~10)
※ 성탄 준비 9일기도는 성탄을 준비하는 기도이지만 성탄 준비를 하는 때가 아니라도 인간에 대한 주님의 사랑을 묵상하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이 9일기도를 할 수 있다.
※ 3월 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부터 묵상해도 좋다.
※ 하루에 모두 묵상할 수 없으면 매일 한 가지씩 깊이 묵상할 수 있다. 루이사처럼 일상생활 중에 일을 하면서 묵상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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