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실화
1. 서론. 내세는 있나 없나
잠깐만 기다리시오
파리의 어느 거리에서였다. 때는 밤 8시경, 어느 순회 극단의 천막 극장은 만원이었다. 연극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아주 나쁜 주인공이 고아를 속여서 부자가 되고, 음모와 부정으로 남의 존경을 받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제2막 중간 쯤에 한 관객이 참다못해 벌떡 일어나더니 주먹을 휘두르며 그자를 향해 소리쳤다.
“이 악당아, 편히 살며 남한테 존경받고 훈장까지 탔지? 그래 봐야 네놈은 높은 기둥에 목매달려 죽어야만 하는 나쁜 놈이다!"
악당을 연기하던 배우는 난데없는 고함 소리에 깜짝 놀랐고 연극은 중단되었다. 관객들은 떠들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웃었고, 어떤 이는 겁을 먹었다.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극단 대표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나쁜 놈에 대하여 관객 한 분께서 격분하셔서 큰소리를 치셨습니다. 우리 모두가 같은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큰소리로 호통치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제3막에서 정의의 보답이 나올 테니까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제 나는 무덤에 한쪽 발을 들이밀고 있는 늙은이다. 살아오는 동안 악인과 무신론자의 세력이 크게 일어나 걸려넘어질 뻔할 때마다 항상 이 천막 극장에서 일어났던 일을 상기하곤 했다. 현세에서 악이 이기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다만 한때의 일일 뿐이다. 마지막에 가서는 선이 승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3막까지 기다려라. 그때에는 각자에게 걸맞는 갚음이 돌아갈 것이다.
수도원의 손님
어떤 이가 트라피스트 수도원을 구경하러 갔다가 수사들이 고달픈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수도원장에게 물었다.
“원장님, 만일 내세에 천국이 없다면 원장님과 이곳 수사님들은 몹시 놀라시겠지요?"
원장이 대답했다.
“벗이여, 걱정 마십시오. 천국이 없다 할지라도 선행으로 보낸 생활은 현세에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위안을 줍니다. 그것만으로도 넉넉한 보상입니다. 그러나 벗이여, 만일 내세에 지옥이 있다면 우리보다도 당신 편이 몇 배 더 놀라실 것입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벽에는 수사들이 보고 마음에 새기도록 다음과 같은 격언이 쓰여 있다. “괴로움 없는 죽음은 즐거움 없는 삶의 대가이다."
사제와 의사
“지금까지 환자를 수술해 보았지만 칼끝에 영혼이 닿아 본 적은 없다. 영혼 같은 건 없으니까....” 하고 말하는 의사가 있었다.
어느 날, 이 신앙 없는 의사가 웃으면서 사제에게 말했다.
의사: "당신은 항상 '영혼의 구원' 이야기를 하십니다만, 영혼을 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만져 보거나 그 소리를 듣거나 하신 일이 있습니까?"
사제: "아니요, 저는 다만 그 존재를 느끼고 있습니다.”
의사: "그야 느끼는 것도 좋겠지요. 그러나 오관(五) 중 사관 (四官)이 영혼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데 어찌 영혼이 있다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사제: "당신은 의사이시지요? 당신은 '아픔'을 보거나 그 소리를 듣거나 만지거나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까?"
의사: "아니, 없습니다."
사제: "그러나 아픔을 느낀 일은 있지요?"
의사: "있습니다.”
사제: "그렇지만 우리의 오관 중 사관까지는 아픔의 존재를 부인합니다. 그러니까 아픔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할까요?"
의사: "아, 참...."
19세기의 유명한 외과 의사 뒤퓌트랑에게 어떤 의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저는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는 건 믿을 수 없습니다."
뒤퓌트랑은 서슴지 않고 말했다.
“그럼 당신은... 수의사군요!"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1. 서론. 내세는 있나 없나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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