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내세는 있나 없나
무대의 마지막 장면
대지는 밝아 오는 동쪽 하늘을 신호로 드높이 울리는 생명의 고동 소리와 함께 하루의 막을 올린다. 기쁨과 슬픔, 선과 악이 서로 엉크러져 해가 지면, 깃드는 황혼과 더불어 하루는 막을 내린다. 각양각색의 삶이 연출되는 이 무대는 언어와 피부색,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공통된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그것은 곧 '죽음' 이라는 마지막 장면이다.
이 무대 위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맨 처음 사람부터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까지, 모든 사람들은 죽은 후에 어떻게 되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은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머지않아 닥칠 운명이니 말이다.
우리는 내세(世)에 어떻게 되는가? 아니, 내세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가?
수수께끼의 답
내세가 있나 없나 하는 문제는 유사 이래 인류의 수수께끼였다. 가톨릭 교회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사람은 이 세상을 사는 동안 하느님을 알아 공경하고 사랑하여 내세에서 영원한 행복을 얻어야 한다. 영혼은 죽음과 동시에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 천국이나 지옥, 혹은 죄를 깨끗이 씻기 위하여 연옥으로 보내진다. 육신은 세상 끝날 하느님의 전능으로 부활하여 다시 영혼과 결합한다. 그 후 천국의 영원한 행복을 누리거나 지옥의 영원한 형벌을 받게 될 것이다.”
왕과 목동
어느 날 어떤 왕이 사냥을 갔다가 들판에서 한 목동을 만났다.
"너는 이 양을 쳐서 얼마나 버느냐?” 왕이 물었다.
“폐하, 저는 폐하와 똑같이 법니다.”
목동이 대답하자 왕은 의아하게 여겨 다시 물었다.
목동이 대답했다.
“폐하, 저는 양을 친 후 천국이나 지옥에 갑니다. 폐하께서 나라를 다스리신다 해도 천국이나 지옥 외에 다른 곳으로 가실 수는 없습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고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목동과 헤어졌다. 이 목동의 말은 진리이다. 모든 사람의 운명은 천국과 지옥,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사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가
어떤 이는 사람이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자는 오만한 사람이거나 품행이 나쁜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면서 두려움을 감추는 겁쟁이 같은 사람이다.
유명한 사상가 '라 브뤼예르'는 말했다.
"참을 줄 알고 세상에 때 묻지 않았으며 정직하고 자비로운 사람이 내세가 없다고 선언한다면 그 주장은 믿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진귀한 사람은 유사 이래 아직까지 볼 수 없었다. 앞으로 세상 끝날까지도 볼 수 없으리라고 단언한다."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1. 서론 내세는 있나 없나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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