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책 24권
19장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시며 그 영혼 안에 넣으신 세 개의 태양
- 지성과 기억과 의지 - 성삼위의 상징. 하느님의 열정적인 사랑.
1928년 6월 7일
1 언제나 하느님 뜻의 업적들 속을 두루 날아다니며 계속 순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에덴동산에 다다르자 예수님께서 어떤 말씀을 주시려는 것 같았다. 기억이, 그분께서 사람을 창조하신 장소, 그분의 창조 의지, 드러내 보이신 사랑, 특전들, 사람을 빚으시며 꾸미신 아름다움, 재산, 사람을 부유하게 하신 은총 등의 기억이 그분의 아버지다우신 마음에 더없이 감미롭고 소중한 추억이 되어 그분으로 하여금 사랑에 빠져들게 하나 보았다.
2 그러므로 그분께서 사람을 빚어내시며 하신 일들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원하신 것은 그 사랑의 불꽃을 내뿜기 위해서였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그분의 심장이 세차게 고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3 또한 그분은 기쁨에 겨워 양팔로 내 목을 감아 안고 뜨겁게 입맞춤을 해 주신 뒤 내 심장 속으로 들어오셨다. 내 심장은 그분께서 창조 때에 느끼신 격렬한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듯했는데, 이 안에 들어오신 그분은 비통이 서린 즐거운 표정으로 내가 막 글로 옮기려고 하는 내용을 보시기를 바라셨다.
4 그 예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딸아, 사람의 창조와 더불어 수많은 기적적인 일들이 동시에 일어났다. 우리는 우리의 숨으로 사람 안에 영혼을 부어 넣었고, 우리의 부성적인 선성으로 그 영혼 안에 세 개의 태양을 부어 넣었다. 영혼 안에 영구적으로 찬란한 낮을 이루어, 어떤 야음(夜陰)의 지배도 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5 그 세 개의 태양은 아버지의 권능과 아들의 지혜와 성령의 사랑으로 형성되었다. 영혼 안에 형성되었으나 성삼위와의 소통은 유지되어, 그 태양들을 통하여 사람은 우리에게 올라오는 길을, 우리는 사람 안으로 내려가는 길을 얻게 되었다.
6 그 태양들은 세 가지 능력, 곧 지성과 기억과 의지이다. 그들은 서로 구별되지만 서로 제휴하여 하나의 능력을 이루기에, 바로 흠숭할 만한 우리 성삼위의 상징이다. 우리 성삼위 역시 각 위가 서로 구별되지만 단 하나의 능력, 단 하나의 지성, 단 하나의 의지인 까닭이다.
7 우리는 사람의 창조에 아주 큰 사랑을 기울였으므로 사람에게 우리와 같은 모습을 부여하였고, 그제야 비로소 사랑의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세 개의 태양을 사람의 영혼 깊은 곳에 놓았으니, 이는 태양을 하늘의 궁창 깊은 곳에 놓은 것과 같았다.
8 태양은 그 깊은 곳에서부터 빛으로 땅을 즐겁게 하고 그 감탄할 만한 효력으로 모든 식물에 생명을 주며 각 식물에 어울리는 향기와 단맛과 색채와 실속을 주고, 말없이 땅을 다스리며 만인에게 가르침을 준다. 말이 아니라 사실로 가르침을 주는데 그것이 어찌나 설득력이 있는지 그 밖의 무엇도 그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없을 정도이다. 태양은 또한 침투력이 큰 그 빛으로 땅이 내는 만물의 생명이 되기도 한다.
9 보아라. 온 땅을 비추는 태양은 오직 하나이다. 그러나 사람의 영혼을 위해서는 오직 하나의 태양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이 우리의 사랑이다. 우리의 사랑은 주고 또 주는 것을 열정적으로 좋아하기에, 다만 한 개가 아니라 세 개의 태양을 만들었고, 이 태양들이 사람의 모든 행위를 바르게 이끌며 활기차게 하고 생명을 받게 하였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 소중한 아들 안에 참으로 큰 질서와 조화를 넣어 두었던 것이다.
10 그런데, 딸아, 사람 안에 있게 된 이 세 개의 태양은, 하늘의 태양이 짙은 구름에 둘러싸여 그 강렬한 빛으로 땅을 채우지 못할 때와 같은 상태에 처해 있다. 태양이 짙은 구름에 둘러싸이면, 비록 전달 통로가 영 막히거나 끊기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땅이 태양의 효과를 거의 못 받거나 부분적으로만 받기 마련이다. 태양이 줄 수 있는 좋은 것을 다 받아 누리지는 못하는 것이다.
11 그렇게 태양의 생명을 완전히 받지 못한 까닭에 땅은 병이 든 것 같고, 따라서 맛없고 설익은 열매를 낸다. 아예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들도 많다. 그러므로 땅은 침통해진다. 축제의 기쁨이 없다. 태양 빛을 가득히 받기만 하면 머리에 영광과 영예의 관을 쓴 것처럼 되련마는 구름이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12 그러한 것이 사람의 상태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으니, 우리 (성삼위)와 사람 사이에 깨어지거나 중단된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의 뜻이란 것이 짙은 구름을 형성하기에, 창조 당초의 영광과 질서와 조화에 싸인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의 활동도 열매를 맺지 못한 채 썩어 버려 아름다움을 잃는다. 비틀거리며 불안정하게 걸어가는 그의 발이 보일 뿐이다.
13 말하자면 그는 가련한 병자이다. 자기의 영혼 안에 있는 세 개의 태양이 이끄는 대로 스스로를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내 뜻이 지상에 와서 다스리고자 할 때 맨 먼저 할 일은 인간의 의지를 때려눕혀 그 구름을 흩어버리는 것이다.
14 그러면 인간이 자기의 영혼 깊은 곳에 있으면서 우리와 소통하는 그 세 태양의 지배를 받을 것이고, 자기의 기원인 우리에게로 솟아오를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에게도 그에게도 일체 모든 것이 기쁨이며 영광이 될 것이다.”
도서 구입처: 가톨릭출판사 (catholicbook.kr)
(천상의 책 24권 / 루이사피카레타 저 / 요한 실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