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51, 고통을 대신 받는 것의 의미
1. 지극히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죄를 짓는 사람들 마음 안에 얼마나 큰 악의가 도사리고 있는지를, 감히 하느님을 아주 하찮은 쾌락보다 더 못하게 평가하는 사람들 안에 얼마나 심한 악의와 주제넘은 건방짐이 숨어 있는지를 분명하게 깨닫도록 해 주신 이래로 나는 쭉 아주 작은 잘못도 범하지 않으려고 조심했을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저절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죄의 그림자마저도 두려워하게 되었다.
2. 그리고 과거에 지은 죄들에 대해서 얼마나 치를 떨며 부끄러워했는지 모든 사람들 중에서 내가 가장 악한 자라고 여기게 되었다. 따라서 그때부터 줄곧, 예수님께서 나타나시기만 하면 더욱더 깊은 통회를 주시기를, 십자가에 못박겠다고 하신 약속을 지켜 주시기만을 간청하였다.
3. 어느 날 아침, 더 많은 고통을 받고 싶은 강한 열망을 느끼고 있을 때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오셨다.
그리고 몸 밖으로 내 영혼을 끌어내셔서 한 사람을 보여 주시려고 데려가셨다. 방금 총을 맞고 죽어가고 있는 남자였는데, 그의 영혼이 바야흐로 몸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고, 그리하여 막 지옥의 희생물이 되려는 참이었다. 그 순간 예수님께서는 나를 당신 자신 안에 들어가게 하시어, 그 영혼을 잃는 것이 당신 마음에 얼마나 고통스러운 상처를 내는지를 이해하게 해 주셨다.
4. 오, 영혼의 영원한 멸망이 예수님께 얼마나 큰 고통을 끼치는지를 세상 사람들이 안다면, 적어도 그분께서 그 끔찍한 고통을 당하지 않게 해 드리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온갖 수단을 활용하여 영원한 멸망에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5. 그런데, 총소리가 나는 곳에 예수님과 함께 있었을 때에 그분께서는 나를 더 가까이로 끌어당기시면서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이셨다.
“내 신부야, 이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너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쳐,
그가 범한 중죄들 때문에 마땅히 받아야 할 고통을 대신 받지 않겠느냐?”
6. 이에 나는 “예수님, 그가 받아야 할 모든 고통을 기꺼이 떠안겠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그의 영혼을 구원하시고 육신 생명도 되돌려 주겠다고 약속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7.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나를 몸 속으로 돌아오게 하셨는데, 끔찍한 고통들을 얼마나 많이 겪었는지 그러고도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아직도 모를 지경이다.
8. 그 상태로 한 시간도 더 지났을 때 예수님께서 고해사제를 보내셔서 순종에 의하여 나를 회복시키게 하셨다. 그러나 내가 너무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으므로 고해사제는 미처 나의 순종을 얻어낼 겨를이 없었다. 그는 내가 그토록 심한 고통을 겪은 원인이 무엇인지를 물었으므로 나는 좀 전에 보았던 일을 전부 이야기하였고 그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도 알려 주었다.
9. 사제는 내가 지적한 바로 그 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음을 확인하였고, 그 사람은 이미 죽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사제에게, 예수님께서 그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실 뿐만 아니라 살아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셨으니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이 일을 이루기 위하여, 나는 그의 영이 몸을 떠나지 않도록 주님의 은총으로 힘껏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10. 그 후, (누구나 죽은 줄로 여겼던) 그 사람은 소생하여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그는 지금도 살아 있다. - 주님께서는 영원토록 찬미 받으소서!
1권-52, 십자가의 고귀함. 예수님에 의해 여러 번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
1. 이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히고 싶었던 나의 간절한 열망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이는 나의 가장 큰 선이신 주님께 대한 사랑으로 말미암은 열망이었고 또 내 과거에 대한 속죄와 보속을 바치려는 것이었다. 이 때 예수님께서 오셔서, 이전에 하신 것처럼 다시 내 영혼을 몸 밖으로 끌어내시어 당신께서 참혹한 고난을 받으셨던 성지로 데려가셨다. 그분과 함께 성지를 돌아보고 있노라니 많은 십자가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자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내 신부야, 십자가 안에 지극히 값진 선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리고 이것이 영혼을 얼마나 고귀하게 만드는지를 안다면, 누구든지 예외 없이 십자가를 갈망하게 될 것이다. 십자가를 소유하는 선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십자가와 아울러 값을 매길 수 없도록 귀한 보석을 얻기 때문이다. 너에게는 단지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족하리라.
3. 즉, 나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 왔을 때에 재산이나 삶의 쾌락을 택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내가 가장 아끼며 가장 깊은 친교를 맺은 자매들은 바로 십자가와 가난과 치욕과 심한 고통이었다. 이들을 보면서 나는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의 때가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언제나 열렬히 바라고 있었다. 거기에 영혼들의 구원이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4.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면서 나로 하여금 당신께서 고난 중에 겪으신 모든 기쁨과 즐거움을 동시에 맛보게 해 주셨다. 그분의 말씀으로 내 마음은 고통받고 싶은 갈망과 매우 거룩한 감동과 열망으로 그야말로 뜨겁게 불타올라서 마치 서둘러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분을 닮게 된 것 같았고, 그래서 힘을 다하여 목청껏 그분께 간청하였다.
5. “그렇습니다, 거룩한 정배시여, 저에게 고통을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당신의 십자가를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는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서도 당신의 사랑이 정말 저를 위한 것인지를 언제나 의심하며 살 것입니다.”
6. 그러자 나의 이 간청이 어느 때보다도 마음에 드신 예수님께서 내가 아까 보았던 십자가들 중의 하나 위에 드러눕는 것을 허락하셨다. 전신을 편 채, 오셔서 못박아 주시기를 빌고 있노라니, 그분께서는 애정 어린 동작으로 못을 하나 집으시고 내 손에 박기 시작하셨다. 그러면서 이따금, “너무 아프지 않느냐? 그만 둘까?” 하시는 것이었다.
7.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 사랑이시여. 계속하십시오. 아프지만, 그래도 당신께서 손수 못박아 주시니 기쁩니다.”
8.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예수님께서 그만 두실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예수님, 예수님, 어서 어서 서둘러 주십시오. 너무 오래 지체하지 마십시오!”
9. 그런데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 예수님께서 또 한 쪽 손을 못박으려고 하셨을 때 처음에는 딱 맞는 길이였던 십자가의 가로대가 짧아져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못박은 손에서 못을 빼신 후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신부야, 다른 십자가를 찾아보아야 하겠구나. 지금은 일어나 쉬면서 기운을 차려라.”
10. 그 순간 내가 느낀 수치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너무나 무안해서 극도로 당황한 채 이렇게 부르짖었던 것이다. “아, 그렇습니다. 저는 아직 고통을 많이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11. 이와 같은 일이 마치 농담이나 하는 듯이 여러 차례 거듭되었다. 어떤 때는 십자가의 가로대는 딱 맞는데 세로대의 길이가 모자라고, 다른 때는 온전히 못박히는 데에 필요한 무엇이 또 모자라고…… 요컨대, 예수님께서 나를 십자가에 못박지 않으시려고 언제나 어떤 구실을 찾아내셔서 다음 기회로 미루곤 하신 것이다.
12. 오, 예수님과의 이 반복된 엇갈림 속에서 내 영혼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자주 투덜거릴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그분께서 당신 자신의 고통을 내게 거절하시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더 괴로워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리곤 하였다.
13. “저의 사랑이시여, 결국은 모든 것이 농담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사실, 당신께서는 저를 영원히 하늘로 데려가겠다고 하시고서는 번번이 땅으로 돌려보내시어 이 몸 속에서 살도록 하셨으며, 또 저를 십자가에 못박아 당신과 닮게 해 주겠다고 하시고서는 아직 한 번도 완전한 못박힘에 이르게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14.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다. 꼭 이루어질 일이니, 나를 의심하지 말아라.” 하시는 것이었다.
1권-53, 십자가의 탁월함. 지금까지 짊어진 십자가 대신 훨씬 더 큰 십자가를 받다
1. 마침내 어느 날 아침, 곧 십자가 현양 축일 아침, 예수님께서 서두르시며 나를 다시 예루살렘 성지로 데려가셨다. 그리고 십자가의 신비와 능력에 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신 후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2. “내 사랑아, 너는 온전히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를 원하느냐? 그러면 십자가를 관상하여라.
십자가는 하늘과 땅에서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너에게 부여하여, 무한한 아름다움을 모두 지니고 계신 하느님을 매혹할 수도 있다.
3. 너는 잠시 동안이 아니라 영원토록 무한한 부요함으로 충만해지기를 원하느냐?
네 마음속에 천국과 천국의 모든 보화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 더욱더 십자가에 사로잡혀라.
십자가가 너에게 모든 부요함을 안겨 줄 것이다. 어떤 종류의 고통이건 가장 작은 고통이 가장 작은 돈이라면 이 금액에서부터 더욱 무거운 십자가를 통하여 얻게 될 셀 수 없이 큰 금액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4. 그런데 인간은 순전히 현세적인 재화라면 단 몇 푼을 벌기 위해서도 아주 열성적이지만 - 그것도 머지않아 어떻든 포기해야 하는 것인데도 - 영원한 선이라는 재화는 단 한 푼도 획득하려는 마음이 없다. 나는 영원한 선에 관해 아무 관심이 없는 그들이 불쌍해서 친절하게도 이를 얼마라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건만, 그들은 고맙게 여기기는커녕, 내게 되레 화를 내면서 그 완악함으로 나를 모욕하고 있는 것이다.
5. 보아라, 딸아, 이 가련한 인류가 얼마나 눈멀고 말았는지를! 그들의 눈에는 모든 개선(凱旋)과 가장 위대한 정복과 승리가 십자가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너는 십자가 외에는 달리 겨냥하는 목표가 없다. 언제나 십자가로 충분하고 십자가로 모든 것을 보상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6. 그러므로 오늘이야말로 너를 완전히 십자가에 못박음으로써 네 원을 채워 주겠다. 이제까지는 언제나 네게 너무 작은 십자가여서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는 너에게로 내 사랑의 황홀한 매력을 끌어당긴 십자가요, 나로 하여금 너를 온전히 못박도록 하는 십자가임을 알아두어라.
7. 그러므로 네가 지금까지 참아 견딘 저 십자가는 하늘로 가져가겠다. 네 사랑의 표시로 간직하되, 모든 천상 주민에게 나에 대한 네 사랑의 증거로 보여 주기 위함이다. 그 대신 나는 더 무겁고 고통스러운 또 하나의 십자가가 하늘에서 네게 내려오게 하겠다. 고통받고 싶어하는 너의 열망을 채워 주고, 너에 대해 내가 품고 있는 영원한 계획을 신속히 완성하기 위함이다.”
8.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후, 전에 본 적이 있는 십자가가 내 앞에 나타났다. 한없는 기쁨으로 충만해진 나는 곧바로 그 십자가 쪽으로 가서 손으로 잡아 땅에 눕힌 다음 나 자신도 그 위에 누웠다. 이와 같이 십자가에 못박힐 준비를 마치자 하늘이 열리고 복음사가 성 요한이 예수님께서 이미 말씀하신 십자가를 가지고 즉시 내려왔다. 그리고 여왕이신 어머니께서 수많은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오셨고, 천사들은 내가 누워 있었던 십자가에서 내 몸을 일으켜 성 요한이 가져온 더 큰 십자가 위로 옮겨 주었다.
9. 내 마음에 새로이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이 십자가 고통을 겪고 싶은 열렬한 갈망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럼에도 죽음의 싸늘한 냉기에 온 몸이 오싹해지는 것이었다. 한편, 예수님의 명을 받은 한 천사는 즉시 먼젓번 십자가를 하늘로 가져갔고, 예수님께서는 그 지시를 내리신 다음 손수 나를 십자가에 못박기 시작하셨다. 여왕이신 어머니께서 나를 도와주셨고, 천사들과 성 요한은 이 일에 필요한 못과 다른 것들을 예수님께 드리려고 빙 둘러서 있었다.
10. 온유하신 예수님께서는 나를 십자가에 못박으시면서 크나큰 기쁨과 즐거움을 나타내 보이셨으므로 나는 한 번이 아니라 천 번이라도 못박히고 싶었고 다른 고통들도 받음으로써 한층 더 큰 기쁨을 드리고 싶었다. 동시에 내가 보니, 빛나는 대열을 이룬 온 천국 주민들이 나를 위하여 영광스럽게도 새 잔치를 벌이려는 것 같았다.
11. 내가 예수님께 그러한 기쁨을 드렸고, 연옥 영혼들에게는 해방과 천국 시민권을 풍성히 받게 했으며, 죄인들로 하여금 저지른 악행들을 참회하게 하고 다른 많은 이들에게도 회개의 은혜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었다. 사랑하올 정배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는 고통을 죄다 받고자 한 나의 선의를 통하여, 그것이 가져오는 모든 선을 모든 이가 나누도록 하셨던 것이다.
12. 이 모든 일이 끝나자 나는 말하자면 아픔과 말할 수 없는 고통이 기쁨과 뒤섞인 큰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 여왕이신 어머니께서 예수님께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들아, 오늘은 영광스러운 날이다. 그러니 이 딸과 함께 너의 모든 고통을 나누기 바란다.
이미 이룬 일들을 완성하기 위해서 창으로 심장도 찌르고 가시관도 새로 씌워 주면 좋겠구나.”
13. 예수님께서는 당신 어머니의 말씀에 순종하시어 창을 손에 드시더니 내 심장을 찌르셨고, 한편에선 천사들이 가시관을 집어들고 복되신 동정 성모님께 바쳤다. 성모님께서는 더할 수 없이 흐뭇해하시며 자상하게 그 관을 내 머리에 씌워 주셨는데, 나 역시 여간 만족스럽지 않았다.
14. 이 날이 내게는 얼마나 잊혀지지 않는 날이 되었는지! 과연, 더할 나위 없는 지복(至福)과 고통의 날이요, 말로 다할 수 없는 아픔과 기쁨의 날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나의 기쁨으로 말하자면, 예수님께서 온 종일 곁에 계시면서 내 약한 본성을 떠받쳐 주셨다고 말하는 것으로 족하리라. 사실 그분의 은총이 없었다면 그 극심한 아픔과 고통으로 숨이 끊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15. 더욱 기쁘게도, 예수님께서는 내 고통에 의해 천국으로 가게 된 모든 영혼들이 천사들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와서 내 침상을 에워싸고 그들의 천상 노래로 나를 즐겁게 해 주도록 허락하셨다. 그들은 특히, 이른바 “환희의 찬가”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이는 저 위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것이어서 “감사의 찬가”라고도 하는 노래였다.
1권-54, 예수님의 수난 고통에 더욱더 참여하다
1. 매우 당황스럽게도, 그 극심한 고통은 대엿새 계속되다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를 알아챈 내가 내 정배 예수님께 좀더 연장해 달라고 간절히 빌지 않았다면 그것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토록 고통을 - 내게는 감미롭기까지 한 고통을 사랑하게 된 나는 어지신 예수님께 이 사실을 털어놓음과 동시에, 이미 겪었던 것이지만 새로이 십자가에 못박아 주시기를 간청하였다.
2. 예수님께서는 그런 나를 흐뭇해하시며 이따금 내 간청대로 다시 예루살렘 성지로 내 영혼을 데려가시곤 하셨다. 그리하여 수난하시며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날까지 겪으셨던 고통들에 나를 참여시켜 주셨는데, 경우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른 것이었다.
3.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채찍질을 당하신 고통이나 가시관 고통을 내게 주실 때가 있는가 하면,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갈바리아산을 오르시며 겪으신 고통을 느끼게 해 주실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고통도 받게 해 주셨다.
4. 이와 같이 그분은 친절하게도 당신 수난의 신비들 가운데서 어떤 때는 이것을 다른 때는 저것을 겪게 해 주셨고, 때로는 하루 동안에 그 전부를 겪게 하실 때도 있었으니, 나의 한없는 기쁨과 극심한 고통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5.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내게는 고통이 없는 상태로 예수님께서 겪고 계시는 그 무한한 고난을 단지 구경꾼처럼 보고만 있어야 할 때, 그때야말로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 마음이 미어지는 고통의 순간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적어도 그분 고통의 한 부분만이라도 받게 되기를 애타게 갈망했던 것이다.
6. 오, 우리의 여왕이신 어머니와 함께, 예수님께서 그 참혹한 고난을 당하시는 모습을 얼마나 수없이 보곤 했던가! 그런데 그 고난은 예수님을 붙잡아 사형을 받게 한 유다인들보다 더 사악한 자들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그렇다. 그때 내가 절실히 깨달은 사실이 있으니, 사랑하는 이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기보다는 차라리 스스로 고통을 받는 편이 마음은 더 편하다는 것이었다.
1권-55, 십자가의 심판
1. 바로 그 때문에, 마치 예수님을 향한 사랑에 쫓기기나 하는 것처럼, 나를 거듭거듭 십자가에 못박아 달라고 간청했던 것이니, 그렇게 함으로써 그분의 고통을 부분적으로나마 덜어 드리기 위함이었다. 예수님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내 사랑아, 십자가를 잘 짊어지고 또 열망하기도 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단죄 받을 사람들과 엄연히 구분된다. 십자가가 이 구분을 위한 명확한 표지가 되는 것이다.
영원히 멸망할 사람들은 고통이라면 무엇이든지 딱 질색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심판날이 오면 십자가를 사랑하던 사람들은 그것이 나타나는 것을 볼 때 기뻐 어쩔 줄 모르겠지만 저주받은 사람들은 엄습하는 가공할 공포에 사로잡힐 것이다.
3. 게다가, 내 사랑아, 어떤 사람이 구원된 사람들 속에 끼일지 아니면 영원히 멸망할지, 지금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표지가 있다. 만일 그 사람이 십자가가 만났을 때 이를 받아들이면서 자기 포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나를 따른다면 - 그리고 때때로 그 십자가에 입맞추면서 자기에게 그것을 보내신 분께 감사한다면 - 구원된 이들 속에 들어간다는 분명하고 확실한 표지이다.
4. 그러나 반대로 십자가가 만났을 때, 그 자신의 방종한 생활 때문에 받아 마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분노하면서 그것을 멸시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던지고 싶어한다면, 이는 그 사람이 지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확실한 표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인생을 사는 동안 십자가만 보면 나를 모욕하는 저주받은 사람들은 마지막 심판날에 나타날 십자가를 보면 한층 더 나를 모독할 것이고, 공포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5. 딸아, 그 뿐만 아니라 십자가는 참된 그리스도인을 나타내는 표지이기도 하다. 십자가는 마치 열려 있는 책과도 같아서 성인과 죄인을 그르침 없이 분명하게 구분하게 하고, 완전한 자와 불완전한 자를, 열성적인 사람과 미지근한 사람을 구분하게 한다.
6. 더군다나 착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십자가는 빛을 주기 때문에 현세에서 선인과 악인을 식별하게 할 뿐더러, 천국에서 누가 어느 정도로 영광을 차지하게 될지, 누가 얼마나 뛰어난 위치에 있게 될지, 그 많고 적음과 높낮이도 가늠하게 한다. 더욱이, 십자가의 탁월함 앞에서는 다른 모든 덕행들이 순종적인 겸손과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 덕행들이 더욱 찬란한 빛과 광채를 입을 때가 언제인지 알겠느냐? 그것은 바로 십자가와 온전히 결합되었을 때이다."
7. 예수님께서 이 말씀으로 내 마음 안에 부어주신, 십자가에 대한 사랑의 그 무수한 불꽃들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고통받고 싶은 열망에 얼마나 온통 사로잡혔는지 예수님께서 나를 십자가에 못박는 일을 자주 새로이 해 주시며 내 마음을 채워 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틀림없이 그 격렬한 사랑의 고통으로 순교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여기에서 덧붙일 점은, 예수님께서 나를 다시 십자가에 못박아 주실 때마다 그 후에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8. “내 마음의 사랑아, 너는 내 십자가의 고통이 풍기는 향기를 무척 열망하므로 네 영혼을 못박아 모든 고통을 받게 하는 것으로 네 원을 만족시켜 줄 뿐만 아니라, 너의 육신에도 내 피 흐르는 상처의 분명한 흔적을 박아 주고 싶다. 네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내가 모든 사람에게 드러내는 것을 그토록 꺼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 은총을 얻기 위해서 네가 바쳐야 할 기도를 가르쳐 주고 싶다. 다음과 같이 하여라.
9.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 하느님의 옥좌 대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피에 젖은 채
저는 깊은 흠숭의 표시로 감히 꿇어 엎드려 있나이다.
예수님의 지극히 빛나는 덕행들과
그분 신성의 공로에 의지하여 간청하오니
항상 십자가에 달려 있는 은총을 저에게 내려 주소서.”
10. 나는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언제나 싫어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예수님께서 내 안에 십자가에 못박혀 있기를 바라는 더 큰 열망을 부어 주신 그 순간에는 그분께서 원하시는 대로 내 몸과 마음이 다 못박히는 것에 감히 반대 의사를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 직후에 자신의 열정 때문에 생각 없이 동의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단호하게 예수님께 여쭈었다.
11. “거룩한 정배시여, 겉으로는 어떤 표시도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남의 눈에 뜨일 수 있는 것인데도 제가 미처 생각 없이 수락하고 말았지만 그것은 결코 제 뜻이 아니었습니다. 주님께서 아시다시피 저는 숨은 생활을 매우 좋아합니다. 비오니, 다시 저를 십자가에 못박고자 하시면 그 고통이 아무 휴식도 없는 지속적인 고통이 되게 해 주십시오. 그것만이 제가 원하는 것입니다. 제게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부디 외적인 표시는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표시가 나면 저는 수치감 때문에 죽을 것만 같습니다.”
12. 이와 같이, 어떤 표시가 밖으로 드러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마음이 괴로웠다. 특히, 별 생각 없이 예수님의 뜻에 은연중에 동의한 셈이었으니 말이다.
이에 못지 않은 또 한 가지 괴로움은 지난날의 죄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고, 그래서 몇 번이나 예수님께 통회의 은혜와 용서의 은총을 내려 주시기를 간청하였다. 예수님께서 당신 입으로 “너의 모든 죄는 용서를 받았다.”고 말씀해 주셔야 내 마음이 고요하고 기쁘겠다고 말씀드리기까지 했던 것이다.
'★천상의 책 > 천상의책1-5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상의책 1권-59~62)예수님께서 당신 원의를 드러내시려고 쓰신 방법들(4가지방법) (0) | 2014.06.19 |
---|---|
(천상의책 1권-56~58) 예수님께 거듭 죄를 고백하는 은총과 그 효과 (0) | 2014.06.19 |
(천상의책 1권-49,50)세번째 혼인 : 십자가의 혼인 / 참된 통회의 은총을 받다 (0) | 2014.06.18 |
(천상의책 1권-46~48) 천상 혼인 준비:자기부정과 고통에 대한 갈망 / 천상혼인 (0) | 2014.06.18 |
(천상의책 1권-43~45) 예수님께서 향주삼덕에 대해 말씀하시다 “믿음, 희망, 사랑" (0) | 2014.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