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제6장/ 4. 그리고 하늘에는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한 여자가 태양을 입고, 달을 밟고, 별이 열두 개 달린 월계관을 머리에 쓰고 나타났습니다(묵시 12, 1)

Skyblue fiat 2021. 5. 23. 11:05

도서: 제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에메릭

 

제 6 장 증거자들

 

4. 그리고 하늘에는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한 여자가 태양을 입고, 달을 밟고, 별이 열두 개 달린 월계관을 머리에 쓰고 나타났습니다(묵시 12, 1)

 

 

 

성모 마리아께서는 세상을 떠나시기 일년 반 전에 에페소에서 다시 한 번 예루살렘을 방문하셨다. 그때 나는 성모께서 밤 시간에 온몸을 감싸신 채, 사도들과 함께 거룩한 장소들을 방문하시는 것을 보았다. 성모께서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기신 채 계속해서 “오, 나의 아들, 나의 아들!” 하시며 애탄하셨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깔리신 채 쓰러져 계셨던 장소에 이르렀을 때, 성모께서는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충격을 받으시고는 의식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지셨다. 그분을 동반했던 사람들은 성모께서 돌아가신 것으로 믿었다. 사도들은 그분을 시온의 체나쿨룸으로 옮겨 드렸으며, 성모께서는 전에 바로 그 앞채에서 사셨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여러 날 동안 병고로 시달리셨으며 몹시 쇠약해지셨다. 사람들은 그분이 너무나 많이 기절하는 고통을 겪으신 탓으로 이곳에서 돌아가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분의 무덤을 준비하고자 했는데, 성모께서도 스스로 그곳의 동굴을 하나 선택하였다. 사도들은 그리스도 신자인 석수장이로 하여금 성모께 드릴 아름다운 무덤 하나를 만들도록 주선하였다.

 

성모께서 돌아가셨다는 말들이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들려 왔었고, 그분의 죽음과 무덤에 대한 소문이 예루살렘과 다른 지역으로 퍼져 갔다. 그러나 그 무덤이 완성되었을 때 성모께서는 이미 병이 다 나으셨으며, 다시 에페소에 있는 그분의 집으로 되돌아가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건강해지셨다. 그런 후, 성모께서는 에페소에서 일년 반을 더 사시다가 실제로 세상을 떠나셨다. 사람들은 올리브 산에 그분을 위해 마련해 놓은 무덤을 언제나 소중하게 보존하였으며, 나중에 그 위에다 교회를 세웠다. 요한 다마세노 – 나는 그렇게 말하는 것을 영적으로 들었는데,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 는 소문을 듣고 성모께서 예루살렘에서 세상을 떠나 그곳에 묻히셨다고 기록하였다.

 

하느님께서는 성모 마리아의 죽음과 무덤과 몽소 승천에 관련된 보고들을 단지 모호한 전승적 교훈의 상태에 있게 하셨다. 그것은 여전히 매우 이교도적 사고 방식에 젖어 있는 당시의 상황에서 그리스도교 안에 성모의 역할 공간을 부여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성모께서는 쉽게 여신(女神)으로 경배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모께서는 당신의 하느님과 당신의 아드님, 당신의 구세주와의 재결합이 임박해지자, 예수께서 승천하시기 며칠 전에 라자로의 집에서 당신에게 약속하셨던 일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다. 나는 영신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성모께서는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에는 더 이상 눈물의 골짜기에서 살지 않게 해 달라고 간구하셨다. 예수께서는 거룩한 동정녀께서 이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지상의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개괄적으로 말씀해 주셨다. 또한 거룩한 동정 마리아의 기도를 통해 사도들과 많은 제자들이 성모의 임종시에 함께 있게 될 것이며, 그때 성모께서 그들에게 무엇을 말해 주어야 하고, 어떻게 그들을 축복해 주어야 하는지를 알려 주셨다.

 

거룩한 동정녀께서 사도들이 그곳에 도착하도록 기도를 드리셨을 때, 나는 세상의 여러 지역에 있는 사도들에게 그들을 부르시는 소리가 전달되는 것을 보았다. 나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모두에게 그들이 성모 마리아께 가도록 부르시는 하느님의 계시가 전해지는 것을 보았다. 말할 수 없이 먼 곳에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는 사도들에게도 주님의 놀라우신 역사를 통해 성모께로 오는 일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에페소로 가라는 주님의 부르심이 사도들에게 전해졌을 때, 베드로는 안티오키아 지방에 있었다. 마태오도 역시 그곳에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예루살렘에서 박해를 당했던 안드레아는 그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베드로를 만났다. 그들은 계속 여행하는 중에 똑같은 부르심을 받았던 타대오와 만났다. 이렇게 그들은 성모 마리아께 도착했으며, 그곳에서 요한을 만났다. 유다 타대오와 시몬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페르시아에 있었다. 부르심을 받았을 때 작은 야고보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잊어버렸다. 그는 빼어나게 준수했으며 외모가 우리 주님과 매우 흡사하였다. 그래서 그는 모든 형제들로부터 주님의 형제라고 불리었다.

 

나는 이미 어제 정오에 성모 마리아께서 거처하시는 집에서 사람들이 큰 슬픔과 근심에 잠겨 있는 것을 보았다. 성모께서는 마치 돌아가신 것처럼 그분의 방에서 고요한 가운데 안정을 취하고 계셨다. 저녁 무렵에 성모께서는 당신의 임종이 가까워 왔음을 아시고, 예수께서 뜻하시는 대로 그곳에 있는 사도들과 제자들과 여인들을 축복하시고자 원하셨으며, 그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시고자 하셨다. 그분의 침실 문들은 사방으로 열려 있었다. 성모께서는 성광(聖光)을 받으시어 밝게 빛나는 모습으로 침상 위에 앉아 계셨다. 성모께서는 기도를 드리시고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마에 손을 얹으시고 십자 성호를 그으시며 축복하셨다. 그리고는 예수께서 베다니아에서 지시하신 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말씀을 주셨다.

 

뒤이어 나는 사도들과 제자들이 성모의 침상 주위에 둘러선 채 기도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성모의 얼굴은 젊은 시절처럼 생동감이 넘치셨으며 미소를 띠고 계셨다. 그분은 성스러운 기쁨 속에서 두 눈을 하늘로 향하셨다. 그때 나는 감동적인 영상을 보았다. 성모 마리아가 계신 방의 천정이 사라지고 램프는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나는 그 열려진 하늘을 통해 그분이 천상의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는 것을 보았다. 성모께서는 끝없는 열절한 동경으로 그 곳을 향해 두 팔을 펼치셨다. 나는 작고도 무한히 순수한 빛의 형상과 같은 그분의 영혼이 하늘 쪽으로 팔을 뻗치고 있는 육신을 빠져 나가는 것을 보았다. 나의 시선은 그분의 영혼을 계속 뒤따랐는데, 성모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어 성(聖)삼위 일체 하느님의 거룩한 옥좌에까지 이르는 것을 보았다. 그때 나는 연옥에서 풀려난 수많은 영혼들이 성모 마리아의 영혼을 뒤따르는 것을 보며 매우 기뻐하였다. 그리고 또한 성모 마리아 축일인 오늘에도 나는 많은 불쌍한 영혼들이 연옥으로부터 풀려나서 천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중에는 내가 아는 영혼들도 많이 있었다. 또한 내게 위안이 되는 소식은 매년 성모께서 돌아가신 날에 성모를 공경했던 수많은 영혼들이 이 은총의 효능을 나누게 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렇게 그분이 천국의 영광에 들어가시는 것을 보았는데, 지상에서 그분의 주위에 있었던 영상들은 잊어버렸다. 나는 몇몇 사도들, 이를테면 베드로와 요한도 이것을 틀림없이 보았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얼굴을 위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릎을 꿇은 채 땅을 향해 몸을 완전히 굽히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빛나는 광휘로 충만한 가운데 장관(壯觀)을 이루었다. 그것은 마치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셨던 때와도 흡사하였다.

 

내가 다시 지상을 내려다보았을 때, 성모의 시신(屍身)이 빛을 발하는 것과 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얼굴 모습을 하신 채, 양팔을 십자 모양으로 가슴 위에 놓으시고 침상 위에 편안히 누워 계신 것을 보았다. 사도들과 제자들과 여인들은 그 주위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나는 성모께서 돌아가신 시간이 오후 네시 반 이후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주님께서도 이 시간에 돌아가셨다.

 

이제 여인들은 그 거룩한 시신 위에 천을 덮어 드렸으며 사도들과 제자들은 그 집의 앞쪽으로 갔다. 아궁이의 불은 꺼져 있었고, 모든 가재 도구들은 깨끗이 정돈된 채 덮개로 덮여 있었다. 여인들은 몸을 베일로 가리운 채 앞채에 있는 방에 모여 앉아 교대로 무릎을 꿇고 조사(弔詞)를 드렸다. 남자들은 목에 둘렀던 천으로 머리를 감싸고는 애도의 미사를 드렸다. 두 사람씩 거룩한 시신의 머리와 발 앞에 무릎을 꿇고 계속 교대해 가며 기도를 바쳤다.

 

마태오와 안드레아는 성모께서 묵상하시던 예수 십자가의 길로 갔다. 그들은 예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하는 동굴이 있는 마지막 십사처에 이르렀다. 그들은 그 동굴을 넓히기 위해 연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곳에 성모 마리아의 시신을 모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동굴 무덤은 주님을 모셨던 무덤처럼 그렇게 넓지는 않았고, 사람이 똑바로 선 채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높지도 않았다. 땅바닥은 무덤 입구에서부터 경사져 있었으며, 마치 폭이 좁은 제단 앞에 있듯이 관대(棺臺) 앞에 서게 되는데, 그 위로는 바위 벽이 둥글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 두 사도는 그곳을 많이 손질하였다. 그들은 관대 앞쪽에 평상시에는 늘 닫혀 있게 되는 문을 하나 만들었다. 머리 부분이 약간 위로 올려져서 시신이 놓일 수 있도록 대략 시신의 형상에 맞추어 가운데 안쪽을 오목하게 만들었다. 동굴 앞에는 작은 뜰이 있었는데, 그리스도의 무덤 앞에 있는 것처럼 막대기로 세워 만든 울타리가 있었다. 그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언덕 위에 골고타 언덕을 묵상하는 장소가 있었다. 그곳에는 십자가 대신에 무엇을 새겨 놓은 돌이 세워져 있었다. 그 장소는 성모 마리아께서 거처하시는 집으로부터 삼십 분은 충분히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나는 사도들이 사(四) 교대로 그 거룩한 시신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오늘 몇몇 여인들이 거룩한 시신의 안장을 준비하기 위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 가운데서 나는 베로니카의 딸과 요한 마르코의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유다인의 풍습대로 장례 준비를 위해 천들과 향료를 가져왔다. 이제 그들은 성시(聖屍)를 한 쪽에 놓여 있는 작은 침대 모양의 관 속에 옮겨 놓았다. 그 관은 둘레가 낮은 판자 모양으로 생겼는데, 약간 둥글게 휘어진 아치형의 뚜꼉이 달려 있었다. 그것은 길게 만들어진 바구니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이제 그들은 동정 마리아의 순결성을 상징하는 흰색, 붉은색 그리고 하늘색의 꽃들로 엮어 만든 화환을 그분의 가슴 위에 얹어 드렸다.

마침내 모든 사도들과 제자들과 그곳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성시를 덮기 전에 그 자애롭고 성스러운 모습을 다시 한 번 더 뵙기 위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많은 눈물을 흘리며 성모 마리아의 주위에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가슴 위에 모아진 성모 마리아의 두 손을 만지고는 작별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갔다. 이제 거룩한 여인들도 마지막 고별의 인사를 드리고는 성스러운 그분의 얼굴을 덮어 드렸다. 그들은 관 위에 뚜껑을 덮고 나서 그 관의 양끝과 중간을 회색빛 끈으로 둘렀다. 뒤이어 나는 그 관이 들것에 옮겨지고, 베드로와 요한이 그것을 어깨에 메고 밖으로 운반하는 것을 보았다. 사도들은 틀림없이 교대해서 그 성시를 모시고 갔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나는 앞쪽으로 작은 야고보와 또 한 사람, 중간에 바르톨로메오와 안드레아 그리고 뒤쪽으로 타대오와 마태오 등 여섯 명의 사도들이 운반자로 함께 가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곳에 함께 있었던 일부 다른 사도들과 제자들은 앞서 갔으며, 그 나머지 사람들과 여인들은 뒤따라갔다. 이미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들은 막대 위에 네 개의 등(燈)을 매달아 밝혀 가며 옮겼다. 이렇게 해서 그 관은 성모 마리아께서 묵상하시던 십자가의 길의 마지막 처(處)까지 옮겨졌으며, 묵상처를 표시해 놓은 구릉 바위를 지나 무덤 입구의 오른쪽에 도착했다. 그곳에 그들은 그 거룩한 시신을 내려놓았으며, 네 명의 사도들이 성시를 동굴 무덤 안쪽으로 운반하였다. 그들은 관대의 파여진 곳에 성시를 모셔 놓았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들어가 향료와 꽃들을 주위에 놓아 드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었는데, 고통과 사랑이 그들로 하여금 그곳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였다. 사도들이 무덤 입구를 막아 놓았을 때는 이미 밤중이었다. 그들은 그 동굴의 좁은 입구쪽에 도랑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는 다른 곳에서 뿌리째 뽑아 옮겨 온 초록색의 다양한 관목들을 그곳에 심었는데, 일부는 꽃들이 피어 있었고 일부는 열매들이 달려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곳이 무덤의 입구라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근처의 샘물로부터 물줄기를 끌어들여 관목들이 있는 쪽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이제 관목들의 뒤쪽으로 동굴을 들어가게 만들어 놓았으므로 누구도 그 앞쪽으로는 동굴에 들어갈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의 일부는 각기 되돌아갔으며, 일부는 여기저기 나뉘어 십자가의 길에서 기도를드렸다. 몇몇 사람들은 무덤 앞에서 기도를 드리며 그곳을 지켰다.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은 신기한 광휘가 성모 마리아의 무덤 위에서 빛나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면서도 그것을 보며 감동에 젖었다.

나는 한밤중에 많은 사도들과 거룩한 여인들이 무덤 바위 앞쪽에 있는 작은 뜰에서 기도하며 찬미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집으로 돌아온 사도들과 제자들은 약간의 음식을 섭취한 후 휴식을 취했다. 그들은 집 바깥쪽에 세워진 차양(遮陽) 밑의 다락집에서 잤다. 오늘 저녁에 나는 사도들이 슬픔에 잠긴 채 그들의 방에서 계속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여인들은 이미 휴식을 취하러 갔다. 그때 나는 토마 사도가 두 명의 동행자와 함께 평상시처럼 소매를 걷어 올린 복장을 하고 그 집 뜨락의 울타리 앞에 도착해서 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았다. 동반자 가운데 한 사람은 요나단이라고 불리는 젊은이였는데, 그는 성가정과 친척간이었다. 또 다른 동반자는 거룩한 삼왕의 나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부터 왔는데 대단히 소박한 사람이었다. 토마는 자신의 겉옷을 그에게 입힌 채 데리고 왔는데, 어린이처럼 순종하는 하인과도 같았다.

 

토마는 성모 마리아의 타계 소식을 듣고 어린이처럼 울었다. 사도들은 그들의 발을 씻겨 주었으며, 그들은 어느 정도 원기가 회복되었다. 그동안 여인들은 잠이 깨어 일어났다. 그리고 그들이 물러났을 때, 사람들은 토마와 요나단을 성모께서 돌아가셨던 장소로 안내하였다. 그들은 땅바닥에 쓰러진 채 눈물로 온몸을 적셨다. 토마는 성모 마리아의 작은 제단 앞에서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슬퍼하는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을 주었다. 나는 그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토마와 요나단은 성모 마리아를 모신 무덤에 가자고 청하였다. 사도들은 막대기에 고정시켜 놓은 등(燈)에 불을 붙인 후, 그들과 함께 성모께서 묵상하시던 십자가의 길을 통해 그분의 무덤으로 갔다. 그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묵상처임을 표시한 바위 앞에 잠시 멈추어 선 채, 성모께서 주님의 십자가 수난의 길을 마련하시고 기념석을 세우신 후, 그리도 자주 눈물을 흘리시며 어머니의 애련한 사랑을 보여주셨던 일들을 회상하였다.

 

돌무덤에 도착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토마는 요나단과 함께 우선 그 동굴의 입구 쪽으로 서둘러 갔고, 요한은 그들의 뒤를 따랐다. 두 제자는 무덤 입구의 관목들을 우회하여 무덤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외구심(畏懼心)에 가득 찬 모습으로 성모 마리아의 관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요한이 그 관대의 위쪽으로 약간 올려져 있는 가벼운 긴 바구니 형으로 된 관으로 다가가서 관 뚜껑을 둘러쌌던 세 개의 회색빛 끈을 풀은 다음 그것을 옆에다 놓았다. 그들이 등으로 관의 안쪽을 비추었을 때, 그들은 크게 놀라 거룩한 시신을 감쌌던 수의가 비어 있는 채로 놓인 것을 보았다. 그 수의는 가슴과 얼굴 위쪽이 놓였던 곳에 포개어져 있었고, 팔을 감쌌던 부분은 가볍게 풀려진 채 원래 말려진 모양대로 놓여 있었다. 그러나 광휘를 발하시던 성모의 시신은 더 이상 지상에 없었다. 그들은 팔을 높이 치켜들고, 그 거룩한 시신이 마치 지금 막 그들로부터 하늘로 사라져 가고 있는 것처럼 경악하며 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서 요한은 동굴 밖으로 나가 소리쳤다.

 

“이리들 와 보시오.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더 이상 이곳에 계시지 않아요!”

 

그러자 모두들 두 사람씩 좁은 동굴로 들어와서 놀라움 속에 그들 앞에 놓여 있는 빈 수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모두들 밖으로 나와 땅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팔을 위쪽으로 치켜 올린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울며 기도를 드렸다. 그들은, 마치 성령께서 그들의 입술에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온갖 감미로운 사랑의 말로써, 효성된 자녀들같이 어머니를 영광스럽게 해주신 주님과 그분의 사랑 그리고 신실하신 사랑의 어머니를 찬미하였다. 그 순간 그들은 성모의 거룩한 시신을 무덤에 안치해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서 멀리서 보았던 그 빛나는 구름을 회상하였다. 그들은 그 광운이 무덤이 있는 구릉 위로 내려 앉았다가 다시 공중으로 떠올라갔던 일을 기억하였다. 요한은 경외감에 가득 찬 모습으로 긴 바구니 모양의 관에서 성모의 시신을 감쌌던 수의를 꺼내어 잘 개었다. 그리고는 관 뚜껑을 덮은 다음 다시 끈으로 그것을 묶었다. 이제 그들은 그 동굴 무덤을 떠났다. 무덤 입구는 여전히 관목들로 가리워져 있었다. 그들은 기도를 드리기도 하고, 찬미가를 부르면서 십자가의 길을 통과하여 집으로 향했다. 그들은 모두 성모께서 거처하시던 곳으로 갔다. 요한은 그 수의를 성모께서 사용하시던 침대의 모퉁이 앞에 있는 작은 탁자 위에 소중하게 얹어 놓았다. 토마와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성모께서 임종하셨던 곳에서 기도를 드렸다. 베드로는 뒤로 물러나와서 영적 묵상에 들어갔다. 그는 다음 일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뒤이어 나는 성모께서 기도하시던 장소의 십자가 앞에 제단이 세워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베드로는 거룩한 미사 성제를 드렸으며, 나머지 사람들도 그의 뒤에 차례로 서서 기도를 드리고 찬미가를 불렀다. 거룩한 여인들은 촛불이 켜 있는 후면의 문이 있는 쪽으로 더욱 물러서 있었다.

 

나는 성모께서 돌아가신 후, 사도들과 제자들이 자주 모여 원형으로 둘러선 채 그들이 머물러 있던 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 있던 대부분의 제자들은 많은 일들을 회상하고 나서 다시 작별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소명에 헌신하였다. 집에는 사도들과 토마와 함께 온 요나단과 토마의 시종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도 그들의 일이 끝나자마자 곧 떠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성모께서 묵상하시던 십자가의 길에서 잡초와 돌들을 제거하고 그곳을 깨끗이 청소한 후, 그 장소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관목들과 꽃나무들로 장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기도를 드리고 찬미가를 부르며 이 모든 일을 행하였다. 이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얼마나 감동하였던지,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 모든 일들은 애도와 사랑 속에 이루어지는 진지한 미사 성제와도 같았다.

 

그들은 성모 마리아의 무덤 입구를 완전히 차단시켰다. 이전에 심어졌던 관목들의 주위를 흙으로 더욱 단단히 다졌으며 그 앞의 도랑도 개수하였다. 그들은 무덤 앞의 작은 뜰을 깨끗이 한 후 그곳을 아름답게 꾸몄다. 그리고는 무덤이 있는 구릉의 후미에서부터 관대가 놓인 무덤의 뒷벽에 이르기까지 통로를 만들고 성모의 시신이 안치되었던 관대를 밖에서도 볼 수 있도록 벽에 틈을 내었다. 그것은 구세주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겪으시며, 요한과 그들 모두에게 당신 교회와 함께 위탁하셨던 거룩한 어머니의 시신을 모셨던 곳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성모 마리아께서 거처하시던 모든 공간에 교회를 건립하였다. 성모를 시중해 드리던 여인과 다른 몇몇 여인들이 그곳에 거주하였다. 그 밖에 주변에 사는 신자들에게 영적 위로를 주기 위해 두 명의 제자를 그곳에 남게 하였는데, 그중에 한 사람은 요르단 건너편에서 양을 치던 목자였다.

 

일이 끝나자마자 사도들도 서로 헤어졌다. 바르톨로메오, 시몬, 유다 타대오, 필립보 그리고 마태오가 먼저 감동적인 작별 인사를 나눈 후 그들의 소명을 수행할 장소로 떠났다. 그곳에 조금 더 머물러 있던 요한을 제외하고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은 우선 팔레스티나를 향해 함께 떠났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다시 갈라졌다.

 

 

 

출처

4. 그리고 하늘에는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한 여자가 태양을 입고, 달을 밟고, 별이 열두 개 달린 월계관을 머리에 쓰고 나타났습니다(묵시 12, 1) | CatholicOne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