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권-49, ‘피앗의 나라’에는 만물이 완성된 상태로 있다.
이 나라에 사는 이는 일거에 모든 것을 가진다.
1927년 1월 16일
1 지고하신 의지 안에 계속 잠겨 있노라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머리를 내 머리에 기대신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고통을 받는 중이었던 나는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제 사랑이여,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사랑하올 뜻 안에 있습니다. 제가 당신과 함께 천국에 있기를 바라는 것을 보고, 바로 당신의 뜻이 당신께 저를 당신과 함께 천국에 데려가시기를 청합니다. 이를 제가 청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뜻이 청하는 것입니다.
2 그러니 당신 뜻의 (소망을) 들어 주십시오. 당신의 뜻은 도처에 있기에, 하늘이나 태양이나 바다나 어디서나 당신께 이렇게 청합니다. ‘당신 뜻의 작은 딸을, 당신에게서 멀리 떨어져 귀양살이하는 이 땅에 더 이상 두지 마시고, 간난신고(艱難辛苦)와 당신 부재의 고통을 많이도 겪은 그녀를 당신 천상 아버지의 나라에 오르게 해 주십시오.’ 오, 부디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당신께 간청하는 이 당신의 뜻에도 자비를 베푸소서.”
3 그러자 예수님은 나를 아주 측은히 여기시며 이르셨다. “가엾은 딸아, 네 말이 맞다. 나는 알고 있다. 이 땅의 귀양살이가 너에게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르게 하는지를. 너는 그래서 나를 설득하려고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의 뜻이 청하는 소리를 듣게 하는데, 과연 이보다 더 강력한 방책은 없을 것이다.
4 그러나, 딸아, 너는 ‘지고한 피앗’이 너에게 어떤 다른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네가 아름다운 모든 것들과 온갖 종류의 다양한 색채들과 그 모든 색채들의 온갖 음영(陰影)들이 이 피앗의 나라 안에 형성되게 하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들이 다 있고 온갖 색채들이 가지런히 다 있어도 이들의 음영들은 다 있지 않으면, 네가 내 나라의 품위와 아름다움을 위하여 그것들도 다 있게 하라는 것이다.
5 하나의 음영이 더 있으면 얼마나 더 두드러져 보이는지, 그것이 전체를 얼마나 아름답게 꾸미는지 네가 안다면....... 그런데 미묘한 차이가 있는 이 음영들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지 너는 아느냐? 내가 말을 한마디 더 하면 그 말이 다양한 색채들 안에 하나의 음영을 더 보태는 것이다.
6 또 네가 내 뜻 안을 짧게 한 바퀴 도는 것, 너의 한 작은 고통, 한 번의 예물 봉헌, ‘피앗’ 안에서 바치는 하나의 기도- 이 모든 것이 네가 더 보탤 같은 수의 음영들이고, 내 의지가 즐거워하며 너에게 줄 것들이다.
내 의지 안에는 모든 것이 완전하다. 내 의지는 그러므로 내 의지의 맏딸이 피조물로서 할 수 있는 한 많이 내 의지의 완전한 행위들을 소유하고, 그리하여 이 의지의 거룩한 나라를 세우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7 그 후 나는 지고하신 의지 안을 계속 날아다녔다. 그러자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기척을 내시며 이르셨다.
“딸아,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은 모든 것을 일거에 다 가지는 것처럼 가진다. 사실, 내 뜻은 도처에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내 뜻을 벗어날 수 없고, 내 뜻의 생명은 영원하며, 내 뜻의 무한성은 한계도 경계도 모른다. 그러기에 내 뜻 안에서 사는 영혼은 영원하신 하느님을 소유하고, 온 하늘과 태양과 존재하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 (복되신) 동정녀와 천사들과 성인들을 요컨대 모든 것을 소유한다.
8 또한 그 영혼이 기도하고 숨 쉬며 사랑하고 그 심장이 고동침에 따라, 그의 행위가 모든 이에게 공유된다. 모든 이가 그의 심장 고동으로 고동치고, 그의 숨으로 숨 쉬고, 그의 사랑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 뜻은, 내 뜻이 미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모든 이가 내 뜻 안에서 사는 이의 행위를 하게 하기 때문이다.
9 그런데 ‘거룩한 피앗’ 안의 첫 자리는 여왕님의 것이기에, 그분께서는 이 피앗 안에 사는 작은 딸이 당신 자신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느끼신다. 그러므로 그 딸과 결합하여 그녀가 하는 것을 함께 반복하시면서 그분의 은총의 바다와 빛의 바다와 사랑의 바다를 내놓아 공유하게 하신다. 엄마의 뜻이나 그 작은 딸의 뜻이나 다 하나이기 때문이다.
10 더구나 하늘의 고귀하신 여왕께서도 하느님 뜻의 행위들과 함께 그 딸에게서 영예로움을 느끼신다. 이 작은 딸이 여왕의 바다들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행위로 그들을 자극하며 부풀려 배가시키고 확장하는 것을 느끼시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목적으로 그렇게 하겠느냐?
11 그것은 이 딸이 자기 창조주로 하여금 배가된 신적 영광을 받으시게 하고, 바로 여왕 자신의 사랑의 바다에서 오는 사랑을 받으시게 하려는 것이다. 또한 자기 천상 엄마의 바다들을 은행에 예치하듯이 두어, 그분도 배가된 영광을 받으시게 하려는 것이다.
12 그러므로 그 피조물은 비록 작지만 모든 것을 움직이고, 모든 것을 책임지며 떠맡는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그가 활동하도록 허락하면서 그가 누구에게나 베풀기를 원하는 선의 위력을 느낀다.
13 그는 작지만 강력하고, 작지만 어디에나 있다. 작지만 그 작음이 그의 특은이다. 작기 때문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그의 뜻마저 가지고 있지 않다. 자기의 뜻에 대한 권리를 가지신 분께 기꺼이 내어드렸기 때문이다. 거룩하신 뜻은 그래서 그에게 모든 것을 주신다. - 아무것도 빼놓지 않고 다 맡기신다.
14 그런즉 내 뜻 안에서 사는 삶이라는 기적은 형언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는 놀라운 기적이다. 오! 모든 사람이 내 뜻 안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그들이 받을 선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더욱이 그들이 소유하지 못할 선이 없고 행하지 못할 선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 서로 경쟁하듯이 나의 거룩하고 흠숭할 만한 의지 안에서 살기를 열망할 것이다.”
20권-50, 하느님의 뜻 성체는 무형적인 것이기에 소멸되지 않는다.
‘하느님 뜻의 딸’이 우울에 잠기면 만물도 우울에 잠긴다.
1927년 1월 20일
1 영성체 후에 고통과 근심에 싸여 있었다. 기침의 발작이 거듭되는 바람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아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평소처럼 예수님과 (친교를 나누는 상태로) 있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심한 기침에 한 시간 이상 시달린 끝에 진정이 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2 ‘예수님을 모신 지 한 시간도 더 지났지만, 그분과 단둘이 있을 수 있도록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다. 이제 성체의 형상은 소멸되고 예수님은 떠나셨을 시각이니, 다른 어느 곳에서 그분을 다시 찾아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러니 오늘은 내가 마치 영성체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지고하신 피앗’에 입 맞추며 흠숭과 찬미를 드려야 할 것이다.’
3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에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나오시어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시고 양팔로 나를 떠받치며 힘을 넣어 주셨다. 내가 탈진 상태여서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자애로운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내 딸아, 너는, 너무나 위대하여 감소되거나 소멸되는 법이 없는 영원한 성체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느냐? 피조물 가운데에서 이 성체를 가리는 막은 성사적 성체를 가리는 막처럼 소멸되지 않는다. 그것은 매순간 그 자신을 내어 주고, 숨 쉴 때마다, 심장이 뛸 때마다, 모든 상황 속에서 그 자신을 내어 준다.
5 더욱이, 언제나 입을 열고 있으면, 다시 말해서 너무나 위대하고 지속적인 이 성체를 언제나 받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있으면, 그 모두를 다 받을 수 있다. 이는 그 자신을 아무리 많이 내어 주어도 감소되거나 소멸되는 법이 없는 성체인 까닭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이 영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영혼 바깥에 머물러 있는 때가 많을 것이다.
6 그토록 위대하고 지속적인 성체가 무엇인지 너는 이미 깨달았거니와, 그것은 내 ‘거룩한 피앗’이다. 이 피앗이 생명으로서 네 영혼 안에 흘러들고, 열로서 너를 풍성히 자라게 하며, 음식으로서 너를 먹여 기른다. 또 네 혈관 안의 피 속으로, 네 심장의 박동 속으로, 곧 네 모든 것 속으로 흘러든다.
7 그리고 네가 받기를 원하기만 해도, 언제나 그 자신을 네게 내어 줄 태세로 있다. 네게 주기를 원하는 수만큼 많은 성체들로 너를 뒤덮는 것이다. 당연하고 공정하고 옳게도 내 뜻의 성체는 그렇듯 무제한적이며 소멸되지도 않는다. 그것이 피조물의 기원이요 수단이며 목적인 까닭이니, 피조물이 결코, 절대로, 모자라지 않게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것이다.
8 사실, (피조물의) 기원이요 수단이며 목적이 되는 것은 그 자신을 지속적으로 주는 행위 속에, 또 그 자신이 받아들여지는 상태 속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련한 피조물에게는 생존의 기원과 그 자신의 존재를 지탱할 수단이 없을 것이니, 결국 달성해야 할 목적도 없을 것이다. 나의 지혜는 따라서 내 뜻의 성체가 그들에게 제한적인 것이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9 그와 반대로 성사적 성체는 피조물의 기원이나 목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수단, 도움, 원기 회복제 및 약으로 주어지고, 이 수단과 도움 등등은 제한적으로 주어진다.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성체성사의 비본질적 요소는 소멸되기 쉽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를 영하기를 원하면, 그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내어 주는 ‘영원한 피앗’의 위대한 성체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이다.
10 그런데 너는 성체성사의 형상을 이루는 것이 소멸되었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하며 근심까지 하였다. 그러나 고통스러워할 이유가 없다. 너의 안팎에 내 뜻의 성체가 있고, 이 성체는 소멸되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또 그 생명은 언제나 내 뜻의 완전성 속에 있으므로 우리의 작은 딸이 늘 새롭고 끊임없는 우리의 신적 생명을 받을 수 없다면 내 사랑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11 그 후에도 나의 병증은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지고하신 뜻의 행위들을 따라가려고 창조된 만물 안을 돌아다니고 있노라니, 나의 내면에 슬픈 가락이 느껴지고 있었다. 나는 천국을 갈망하고 있건만, ‘순명’이 나로 하여금 이 병증이 없어지도록 하는 일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하기 때문이었다.
12 내가 원한 것은 대망의 천국에 도달하기 위하여 모든 조물 한가운데에서 뛰어올라, 하늘과 별들과 태양 및 만물에게 나를 동반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피앗은 하나였으므로, 나는 그 모두가 나를 홀로 버려두지 않고 영원한 문에 이르기까지 나를 따라가, 지상에서 나를 소유하신 바로 그 뜻이 천상에도 나를 맨 먼저 받아들이시기까지 기다리게 할 권한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행복에 넘친 ‘하늘 뜻’ 속으로 들어간 후에, 각자 물러나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13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우울을 느꼈고, 그래서 창조된 만물 사이를 두루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 크고 아름답고 은방울처럼 낭랑한 목소리가 그 만물의 중심부에서 울려 나오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14 “당신의 슬픈 가락이 창조된 만물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러니 오늘 당신은 우리 모두를 우울에 잠기게 했습니다. 이것을 확신하십시오. 우리는 다 같이 천국까지 당신을 동반할 것입니다. 우리 가운데에 있으면서 우리를 동반했던 사람이 천국에 들어갈 때 우리의 동반을 받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15 하지만 (그리되고 나면,) 모든 조물이 그들에게 즐거움을 넣어주며 그들의 축제의 기쁨 속에 있게 해 줄 사람 없이 남아 있을 것이고, 당신의 메아리가 더 이상 우리 가운데에 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으로 인해 마치 말을 할 줄 아는 것처럼, 우리를 지어내시고 보존하시는 저 거룩하신 뜻을 찬양하고 사랑하며 찬미하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방문하며 동반해 주는 이를 잃을 것입니다.”
16 그 목소리는 침묵을 지켰고, 나는 우울한 공기를 마시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내가 내 슬픔으로 모든 조물을 우울에 잠기게 했으니 죄를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다정하신 예수님을 뵙고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17 또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그분께서 거룩하신 뜻에 관하여 내게 그토록 많은 글을 쓰게 하신 이유에 대해서였다. ‘그 글을 사람들 가운데에 다다르게 하여 그들이 ’거룩한 피앗’으로 살아감으로써 그 거룩한 나라를 차지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18 내가 그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기척을 내시며 이르셨다. “딸아, 네가 (천상에) 오고 싶어 하는 것은 그릇된 일이 아니지만, 내 뜻에 대한 지식들이 다 나와서 달릴 길을 다 달리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이유로 모든 조물이 다시 한 번 그들의 침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옳게 말하였다.
19 그렇지만 나는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너 자신을 내게 맡겨라. 너의 예수가 모든 일을 다 해 주겠다.”
20 나는, “저의 사랑이시여, 비오니 저를 하늘로 데려가실 때 서둘러 속히 데려가십시오. 그래야 저들이 제게 저 명령을 내릴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내가 그 말씀을 드리는 동안, 하늘과 태양 및 모든 조물이 나를 빙 둘러싸고 절하며 경의를 표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내 딸아, 네가 죽을 때에는 모든 조물이 너를 휩쌀 것이고, 너는 단숨에 천국에 도착할 것이다. 기쁘지 않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