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권-21, 하느님 뜻 안에 사는 영혼 안에 형성되는 예수님의 참생명
1923년 11월 5일
1 다정하신 예수님의 부재로 마음이 무거운데다 고해사제가 사죄경을 염해 주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괴로움이 가중되고 있었다. 내가 솔직하게 속을 털어놓을 만큼 사제를 신뢰하지 않아서, 또 내가 못된 인간이어서 그랬으리라. 그러니 성체를 받아 모신 다음 지극히 다정하신 예수님의 팔에 자신을 맡긴 채 이렇게 말씀드렸다.
2 ‘제 사랑이시여, 도와주소서. 저를 버리지 마십시오. 당신의 부재로 말미암아 제가 얼마나 괴로운 상태에 있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다 사람들은 도와주기는커녕 고통에 고통을 보탭니다.
3 저는 당신 외에는 달리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과 함께 있거나, 아니면 저 혼자 당신을 잃은 호된 운명을 한탄하거나 둘 중 하나일 뿐입니다. 사정이 이러한 이상 저를 더 이상 홀로 버려두실 수 없으실 것입니다. 적어도 힘든 유배 생활로 죽어가는 이 버림받은 자를 동반해 주십시오.
4 그런즉 지고한 사제이신 당신께서 사죄경을 염해 주시며 제 영혼의 죄를 용서하신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저에게 용서와 생명을 주시는 당신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음성을 들려주십시오.’
5 그런데 내가 예수님게 그런 고충을 쏟아내고 있을 때 그분께서 나의 내면에 나타나셨고, 성체의 외면이 반사 거울같이 되어 그 안에 참으로 살아 계신 예수님이 보였다. 그러자 다정하신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6 “딸아, 이 거울은 나를 그 안에 가두고 있는 제병의 외형이다. 나는 제병 안에 나의 생명을 이룬다. 그러나 제병은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7 어떤 애정이나 한 번의 심장 박동,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하는 말 한마디도 주지 않아, 내게는 그것이 죽어 있는 것과 같다.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한 상태로 나 혼자 남아 있으니 말이다.
8 그러므로 나의 사랑은 나를 가두고 있는 (거울) 유리를 깨고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가고 싶어 조바심을 친다. 이 마음들 안에서 제병이 내게 주는 방법을 모르고 줄 수도 없는 보답을 받고 싶은 것이다.
9 그러나 너는 내가 어디에서 이 참된 보답을 만나게 되는지 아느냐? 그것은 나의 뜻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영혼 속이다.
10 나는 그런 영혼의 마음속에 들어가면 성체의 형상을 즉각 소멸시킨다. 더욱 고상하고 내게 더욱 소중한 형상이 나를 가두어 그 마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그 자신의 생명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한 생명도 내게 줄 태세로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11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지극히 충실한 동반자가 함께 있다. 우리 두 마음이 함께 고동치고, 한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며, 우리의 소망도 오직 하나가 된다. 그러므로 나는 그 영혼 안에 머물면서 지극히 거룩한 성사 안에서와 같이 참으로 살아 있는 삶을 산다.
12 그렇지만 너는 내 뜻을 따르는 영혼 안에서 내가 보는 이 형상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그것은 그 영혼이 내 의지 안에서 하는 행위들이다.
13. 이들도 성체의 형상 이상으로 나를 에워싸며 가두지만 이 감옥의 내부는 고상하고 거룩하다. 결코 어둡지 않다. 나의 뜻 안에서 행해진 행위들이 태양보다 더 환하게 그 영혼을 비추며 더 뜨겁게 해 주기 때문이다.
14. 오, 그런 영혼 안에 나의 참생명을 이루게 될 때 얼마나 큰 기쁨이 느껴지는지 모른다! 그것은 내가 마치 나의 천상 궁전에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너의 마음속에 있는 나를 보아라. 얼마나 흐뭇해하고 있느냐! 얼마나 즐겁게 이 지극히 순수한 기쁨을 맛보고 있느냐!”
15. 그래서 나는 예수님께, “사랑하올 예수님, 당신께서 말씀하시는 이것 - 당신 뜻 안에서 사는 사람 안에 당신의 참생명을 이루신다는 것은 너무나 새롭고도 특이한 것입니다. 이는 오히려 당신 은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당신의 신비적 생명을 이루신다는 말씀이 아닙니까?” 하였다.
16. 예수님께서는 나의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셨다. “아니다. 아니다. 그것은 내 은총을 지니고 있으나 내 의지에 동화된 행위로 살아가지 않는 이들에게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신비적인 생명이 아니다. 그런 이들에게는 나를 가둘 형상을 이룰 만한 구체적인 행위가 없는 것이다.
17. 이는 마치 사제가 제병이 없는데도 성찬 제정의 축성문을 외는 것과 같다. 그렇게 해 보았자 빈 공간에 대고 축성말씀을 말한 것이니 나의 성사적인 생명이 존재할 턱이 없는 것이다.
18. 내 은총을 소지하고 있으나 온전히 내 뜻 안에서 살고 있지는 않는 이들의 마음속에도 내가 그와 같이 있다. 은총으로 그들안에 있긴 하지만 참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19. “저의 사랑이시여.” 하고 나는 예수님께 다시 여쭈었다. “하지만, 당신의 뜻 안에서 사는 영혼 안에 당신께서 참으로 사실 수 있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20.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나는 몸과 피와 영혼과 신성으로 성체 안에 참으로 살아 있지 않느냐?왜 내가 몸과 피와 영혼과 신성으로 성체 안에 살아 있겠느냐?
21. 성체 안에는 나의 뜻을 거스르는 어떤 뜻도 없기 때문이다. 만일 성체 안에 나의 뜻을 거스르는 하나의 뜻이 있다면, 나는 그 안에서 참생명이나 영구적인 생명으로 살아 있지 않을 것이다.
22. 이것이 사람이 나를 받아 모시면 성체의 형상이 소멸되는 까닭이 되기도 한다. 나의 뜻을 소유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나와 하나가 된 인간의 뜻은 보이지 않고, 스스로 행동하며 움직이기를 원하는 뜻만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짧은 방문을 끝내고 그를 떠나는 것이다.
23. 그 반면에 나의 뜻 안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나의 의지와 그의 의지가 하나가 된다. 내가 성체 안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런 사람 안에서야 한층 더 그럴 수 있지 않겠느냐?
24. 내가 성체 안에서는 만날 수 없는 심장 박동과 애정이 있고 나의 화답과 흥겨움이 있기 때문에 한층 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나의 뜻 안에서 사는 영혼 안에는 나의 참생명이 꼭 있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영혼이 어떻게 나의 의지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겠느냐?
25. 아, 너는 알아들으려고 하지를 않는구나. 나의 뜻 안에서 사는 성덕은 다른 성덕들과 아주 다르다는 것을.
26. 하느님의 뜻 안에서 겪게 되는 십자가와 고행들 및 삶에 필수적인 행위들은 영혼을 더욱 아름답게 단장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제거해 버리면 바로 천국에서 지복을 누리는 이들의 삶이 된다.
27. 그들은 내 뜻 안에서 내 뜻의 힘으로 살기 때문에, 내가 마치 오직 한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처럼 참으로 살아 있는 나를 각자 안에 소유하고 있으니, 이 나는 그들 안에 신비적으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있는 것이다.
28. 이와 같이 참생명인 나를 그들 안에 지니고 있지 않다면 그들은 ‘천국의 삶’ 이라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고, 나의 이 생명의 극히 작은 한 부분만 모자란다고 해도 그들의 행복은 온전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을 것이다.
29. 마찬가지로 나의 뜻에서 발산되는 나의 참생명이 좀이라도 모자란다면, 이 뜻이 그 힘으로 사는 사람 안에 충만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을 것이다.
30. 사실, 그들은 모두 내 사랑의 놀라운 기적이다. 그러나 놀랍고도 놀라운 것은 나의 뜻이 지금껏 그 자체 안에 간직되어 있다가 이제 널리 공포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 창조의 으뜸가는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나는 최초로 네 안에 나의 참생명을 이루고자 한다.”
31. 이 말씀을 듣고 나는, “아, 제 사랑 예수님,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는 그와는 대조적인 모든 것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하였다.
32. “이 점 때문에 더욱더 당신 팔에 저 자신을 맡기고 사람들이 제게 주지 않은 것을 청하기도 함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영혼의 평화를 교란시키는 어지러운 숨결을 느끼는 것입니다.
33. 이런 저 안에 당신의 참생명을 이루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오, 그러기에는 제가 아직 너무 요원한 상태에 있지 않습니까!”
34. 그러자 예수님은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딸아,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 내가 바라는 것은 네가 너 자신의 것은 도무지 끼워 넣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순명하는 것이다.
35. 알려진 바와 같이 다른 모든 성덕, 곧 순명의 덕과 여타 덕행들은 (내적) 천박과 소란과 갈등과 시간 낭비에서 면제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아름다운 태양의 형성을 가로막기에, 기껏 이루어 보았자 작은 별 하나일 뿐이다.
36. 모조리 나의 뜻 성덕만이 그런 비참한 것들에서 자유롭다. 뿐만 아니라 나의 뜻은 모든 성사들과 그 효과를 내포하고 있다.
37. 그러니 나의 뜻 안에 자기를 온전히 맡기고 이 뜻을 너의 것으로 삼아라. 사죄경의 효과나 또는 네가 거절당할 수 있는 다른 것의 효과도 얻게 될 것이다.
38. 내가 너에게 권고한다.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네가 그렇게 하면 내가 네 안에 기르고 있는 나의 참생명을 방해하게 된다.”
16권-22, 숭고하고 거룩하며 새로운 하느님 뜻 성덕은 다른 모든 성덕들을 발판으로 하여 시작된다.
1923년 11월 8일
1 그분의 부재가 계속되고 있다. 기껏해야 번쩍하다 사라지는 섬광처럼 오실 뿐이어서, 그 순간적인 환함으로 인해 전보다 더 짙은 어둠 속에 남아 있게 된다.
2 그런데 그 쓰디쓴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노라니,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무언가를 쓰시느라고 바쁜 모습으로 내 내면에 나타나셨다. 펜이 아니라 빛살을 발하는 그분의 손가락으로 쓰시는 것이어서, 그 빛이 내 영혼 깊은 데를 환하게 밝히면서 펜 노릇을 하고 있었다.
3 나는 내 가련한 영혼에 대하여 그분께 하고 싶은 말이 많고도 많았지만, 그분께서는 손가락을 당신 입술에 대시며 내가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지금 하시는 일에서 주의를 흐트러지는 것을 원하시지 않기 때문이었다.
4 그분은 그 일을 마치신 다음에야 비로소 말씀하셨다. “내 지고한 의지의 딸아, 내가 너의 영혼 속에 내 뜻의 법과 내 뜻이 가져오는 선을 써 두었다. 먼저 네 영혼 속에 써 놓고, 나중에 그것을 조금씩 설명해 줄 참이다.”
5 나는 “저의 예수님, 저는 제 영혼 상태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 기분이 얼마나 언짢은지 모르겠습니다! 말씀 좀 해 주십시오. 왜 저를 떠나십니까? 제가 어떻게 해야 당신을 잃지 않겠습니까?”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이르셨다.
6 “괴로워하지 마라, 딸아, 너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세상에 온 것은 옛 법을 폐지하고 다른 법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옛 법을 폐지한다고 해서 내가 그 법을 지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이들보다 더 완전하게 지켰다.
7 하지만 옛 법과 새 법을 나 자신 안에 하나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옛 법을 지키며 그것을 완성하고 그 위에 폐기라는 도장을 찍으면서 새 법을 세웠던 것이다. 이 법을 세우려고 내가 세상에 왔느니 그것은 곧 은총과 사랑의 법이었다.
8 이 법에 의하여 나는 모든 희생 제사를 나 자신 안에 집중시켰다. 내가 오직 하나의 참된 희생 제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람이요 하느님인 내가 모든 이를 대신한 보상을 바치고도 남을 것이었고, 따라서 다른 모든 희생 제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9 이제, 내 사랑하는 딸아, 나는 너를 더욱 완전한 나 자신의 모상으로 만들면서 지극히 숭고하고 거룩한 새 성덕을 일으키기를 원한다. 이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가 실현될 ‘피앗 볼룬타스 투아’ 성덕이다.
그러므로 현재까지 성덕의 길에 있었던 모든 (영혼들의) 내적 상태를 네 안에 집중시키고자 한다.
10 네가 그 모든 것을 내 뜻 안에서 겪으며 나아감에 따라, 내가 그것들을 완성시키며 영예로운 관을 씌우고, 아름답게 꾸미면서 그 위에 도장을 찍는다. 모든 것이 내 뜻 안에서 완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성덕들이 끝나는 곳에서 숭고하고 거룩한 나의 뜻 성덕이 그 모든 성덕을 발판으로 삼고 시작될 것이다.
11 그러니 너는 내가 일하도록 맡기고 있어라. 내가 내 생애를, 또 그리도 큰 사랑으로 구원 사업을 통해 행했던 것을 다시 살며 행하도록 말이다. 나는 이제 더 큰 사랑으로 네 안에서 그것을 되풀이하고자 한다. 그러면 내 뜻과 내 뜻의 법이 알려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너의 뜻이 내 뜻과 하나 되어 내 뜻 안에 녹아 있기를 바란다.”
16권-23, 늘 작은 사람 안에서 지극히 큰 일을 하시는 하느님.
구원 사업을 위해 성모님의 작음을 쓰신 것과 같이,
‘아버지의 피앗’을 위해 루이사의 작음을 쓰신다.
1923년 11월 10일
1 다정하신 예수님의 팔에 내 온 존재를 맡기고 기도 중에 있었는데, 아주 작은, 더할 나위 없이 작은 내 영혼이 보였다. 그래서 혼자 속으로, ‘오 얼마나 작은지! 예수님께서 나를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작다고 하셨는데 옳은 말씀이었다. 과연 가장 작은지 알고 싶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2 그런데 그 생각을 하는 동안,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움직이시며 이 작은 인간을 팔에 안으시고 당신 가슴에 딱 붙이시는 모습을 보여 주셨고, 그러자 그도 자기를 그분께 맡겨 마음대로 다루시게 하는 모습을 보여 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3 “사랑하는 얘야, 나는 네가 작기 때문에 택하였다. 작은 자들은 자기네를 마음대로 다루도록 하니 말이다. 그들은 혼자 걷지 않고 인도하는 대로 따라온다. 혼자서는 한 걸음을 내디디는 것도 꺼린다. 선물들을 받으면 스스로 간직할 능력이 없다고 여기기에 엄마 무릎 위에 갖다 놓는다.
4 작은 사람은 모든 것을 벗어 버린 사람이니 자기가 부유한지 가난한지 따위를 살피지 않는다. 그 무엇에도 관심을 쏟지 않는다. 오, 은총과 아름다움과 싱그러움이 가득한, 어린이 (같은) 그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5 그러므로 한 영혼 안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큰일일수록 나는 그가 그만큼 더 작기를 바란다. 어린이 같은 싱그러움과 아름다움을 무척 좋아하는 것이다. 이를 너무나 좋아하기에 무에서 태어난 그 영혼들이 그 작음 가운데서도 가장 작은 상태로 있도록 보존한다.
6 그들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그들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여 작음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자기네가 태어난 근원인 신적 싱그러움과 아름다움을 보존하게 된다.”
7. 나는 그 말씀을 듣고, “제 사랑 예수님, 제가 보기에는 제가 무척 약하기 때문에 이리도 작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제가 작기 때문에 매우 사랑하신다고 하십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하였다.
8 그러자 예수님은 다시, “내 작은 딸아, 진실로 작은 사람 안에는 악이 들어갈 수 없는 거란다.”하시며 말씀을 이으셨다. “너는 아느냐? 언제 악이, 악이라는 큰 것이 들어가기 시작하는지를?
9 그것은 인간의 뜻이 들어가기 시작할 때부터이다. 인간은 그것이 들어오면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차서 저 혼자 살아간다. 전부인 존재가 그 인간의 작음 밖으로 나가 버리기에, 그가 보기에는 자기의 작음이 더 크게 자란 것 같지만, 이는 통탄해 마지않을 자람일 따름이다.
10 하느님이 그 안에 완전히 살아 계시지 않으니 그는 자기 존재의 시원(始原)에서 멀어져 자신의 기원을 욕되게 하고, 자기 창조주의 빛과 아름다움과 거룩함과 싱그러움을 잃는다. 제 눈에, 어쩌면 사람들의 눈에 자라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 여간 줄어들고 있지 않은 것이다!
11 그런 사람은 자란다고 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작은 사람은 결코 될 수 없다. 작은 사람은 내가 그에 대한 사랑에 사로잡혀 나 자신으로 채워 주기에, 창조되었을 때와 같은 상태로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를 아무도 필적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사람이 되게 한다.
12 내가 그렇게 대한 사람은 다름아닌 내 천상 엄마시다. 그분은 모든 세대들 가운데서 가장 작은 사람이셨다. 왜냐하면 그분의 뜻이 그분 안에 들어가 작용한 적이 결코 없었고 언제나 나의 영원한 뜻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13 이로 인해 그분은 우리 (성삼위)에게서 태어난 순간과 같이 작고 아름답고 싱그러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이 되기도 하셨다.
14 오! 그분은 참으로 아름다우셨고, 워낙 작은 사람이셨다! 한데 우리 (성삼위)에 의해 모든 인간을 능가하는 위대한 사람이 되셨다. 또한 그 작음으로 말미암아 드높여져 자기를 내신 분의 어머니가 되기도 하셨다.
15 네가 보다시피, 인간의 모든 선은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데 있고, 모든 악은 인간 자신의 뜻을 행하는 데 있는 것이다.
16 그러므로 나는 인류를 구원하려고 내 어머니를 택하여 세상에 왔다. 내 어머니는 작은 사람이시기 때문이다. 나는 그분을 구원 사업의 모든 선과 열매를 인류에게 내려 주는 통로로 썼다.
17 이제 나는 내 뜻을 알리기 위하여, 하늘을 열고 내 뜻이 땅에 내려와서 하늘에서와 같이 다스리게 하기 위하여, 모든 세대의 사람들 가운데서 또 하나의 작은 사람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18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더할 수 없이 큰일이기에 - 왜냐하면 이는 하느님의 뜻을 배척한 인간에게 이 뜻을 열어 주고 우리 (성삼위)의 팔을 벌려 내 뜻의 품 속에 다시 받아들임으로써 인간이 생겨난 원래의 상태를 회복시키는 일이기에 - 나의 무한한 지혜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 중에서도 가장 작은 사람을 부르게 된 것이다.
19 여기에는 작은 사람이라야 맞갖은 것이다. 내가 구속 사업의 정상에 작은 사람을 두었다면,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의 정상에도 또 하나의 작은 사람을 두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20 나는 이 두 명의 작은 사람들 사이에 인간 창조의 목적을 넣고 인간에 대한 나의 계획을 실현한다.
한 사람에 의하여 인간을 속량하고 나의 피로 그 더러움을 씻어 주며 용서하는가 하면,
21 또 한 사람에 의하여 인간의 그의 시초로, 기원으로 돌아오게 함으로써 인간이 상실한 고상함과 그가 깨어 버린 나의 뜻과의 계약을 회복시켜 내 영원한 뜻의 미소로 다시금 인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뜻과 나의 뜻이 서로 입 맞추며 서로 안의 생명을 살게 하기 위함이다.
22 홀로 이것만이 내가 인간을 창조한 목적이었으니 아무도 내가 정한 것에 반대할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세월이 흐르리라. 구원자를 기다린 것처럼 여기에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인간은 창조되었을 때와 같이 나의 팔 안으로 돌아올 것이다.
23 그러나 그렇게 되도록 하려면 나는 먼저 내 영원한 뜻 안의 삶을 처음으로 살게 될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 사람 안에 창조 사업에 관련된 모든 것을 묶어 두기 위함이요 이 뜻의 단절이 결코 없는 상태로 그와 함께 살기 위함이다. 아니 그의 뜻과 우리 (성삼위)의 뜻이 오직 하나가 된 상태로 살기 위함이다.
24 여기에 그가 우리의 창조로 태어난 이들 중 가장 작은 사람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너무나 작은 자신을 보면서 자기의 뜻을 멀리할 수 있고, 하물며 그것을 우리의 뜻에 꽉 묶어 절대로 자기 뜻을 행하지 않을 수 있다.
25 그리하여 그는 비록 작지만 우리가 인간을 창조할 때 불어넣었던 것과 같은 숨을 마시며 우리와 함께 살고, 우리의 뜻은 그를 싱그럽고 아름답게 보존한다. 그는 우리의 미소, 우리의 낙이 되고, 우리는 그를 원하는 대로 다루게 된다.
26 오, 그런 이는 얼마나 행복하랴! 자신의 작음과 복된 운명을 누리기에, 형제들이 가엾어서 눈물을 흘리며, 그들 각자가 우리의 뜻을 물리침으로써 저지른 모든 잘못을 우리에게 대신 보속하는 일에 전념한다. 그런데 우리의 뜻 안에서 사는 사람의 눈물은 힘이 있는데다 그가 바로 우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기에 더욱 그렇다.
27 따라서 우리는 구원 사업의 첫 통로를 연 이래, 이제 그 사람을 통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아버지의 뜻 피앗’의 둘째 통로를 열려고 하는 것이다.”
28 그 말씀을 듣고 나는, “저의 사랑, 저의 전부시여, 말씀해 주십시오. 그 복된 작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오, 누구인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하였다.
29 그러자 그분은 즉시, “뭐라고? 네가 아직 몰랐다는 말이냐? 이 작은 것아, 그는 바로 너다. 네가 작은 자라고, 그래서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더냐?” 하셨다.
30 하지만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때 나는 나 자신의 밖으로, 아주 맑은 빛 속으로 옮겨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빛으로 모든 세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두 날개 속에 각각 분리되어 있는 것 같았다.
31 한 날개는 하느님의 어좌 오른편에, 또 하나는 왼편에 붙어 있었다. 한 날개의 머리 쪽에 존엄하신 모후께서 계셨고, 그분으로부터 구원 사업의 모든 선이 내려오고 있었다.
32 오, 그분의 작음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놀랍고도 경이로운 작음 - 작지만 강력하시고, 작지만 위대하시고, 작지만 여왕이시니, 모든 사람이 그분의 작음에 매달려 있는 그런 작음이었다.
33 그분은 모든 것을 안배하시며 모든 이를 지배하시고, 오직 작은 분이시기 때문에 그 작음 안에 세상을 싸안으시며, 주님을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시게 하여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죽게 하시는 것이었다.
34 다른 날개의 머리 쪽에서 또 하나의 작은 사람을 볼 수 있었는데, - 온몸이 떨리는데도 순명하기 위하여 말하거니와 - 그는 예수님께서 ‘하느님 뜻의 작은 딸’이라고 부르신 사람이었다.
35 한데 다정하신 예수님께서 이 두 날개 한복판에, 그러니까 양 날개의 머리 쪽에 있는 두 작은 사람들 사이에 자리하시고, 한 손으로 내 손을, 다른 손으로 여왕이신 엄마의 손을 잡아 합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36 “내 작은 딸들아, 우리 어좌 앞에서 서로 손을 잡고 영원하고 거룩하신 임금님을 그대들의 작은 팔로 안아라. 작기 때문에 오직 그대들에게만 영원하신 분을, 무한하신 분을 안고 그분 안에 들어가는 것이 허락되었다.
37 첫 번째 작은 사람이 영원하신 분에게서 구원 사업을 잡아채듯 얻어 내었으니, 둘째도 첫째의 손에 잡혀 그 도움을 받음으로써 영원하신 사랑으로부터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아버지의 뜻 피앗’을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38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말할 수 있으랴? 나로서는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저 더욱 낯 뜨겁고 당황스러워 부산스럽게 구는 계집아이가 된 듯 했으니, 어서 예수님을 뵙고 나의 나의 두려움과 의구심을 털어놓고 싶었다는 말만 할 수 있을 뿐이다.
39 그러므로 나는 그분께 이 모든 것을 던져 버려 주시기를 간청했다. 그 생각만 해도 부지중에 교만해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또한, 참으로 그분을 사랑할 은총과 매사를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 안에서 행할 은총을 주시기를 간청하였다.
40 그러자 언제나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어 나의 내면에 나타나셨는데, 마치 나의 몸이 내 안의 그분을 덮고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그분은 내가 미처 입을 열 틈도 주시지 않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41 “가엾은 얘야, 무엇이 두려우냐? 용기를 내어라. 내 작은 딸 안에서 모든 것을 행할 자는 나다. 너는 그저 충실히 나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하겠지? 네가 너무 작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내가 네 안에서 모든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42 내가 어떤 모양으로 네 안에 있는지 보지 않았느냐? 너는 나를 덮고 있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네 안에서 내 뜻의 영원무궁한 영역을 가로질러 다닐 자는 나다. 내가 너의 그림자와 함께 모든 세대들을 싸안고 영원하신 분의 발치에 데려갈 것이다.
43 그래야 인간의 뜻과 하느님의 뜻이 서로 입 맞추며 미소를 주고 받을 수 있고, 서로 갈라져 찌푸린 얼굴로 낯선 자를 보듯 데면데면하게 대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서로 안에 녹아들어 오직 하나의 뜻을 이룰 수 있다. 네 예수의 능력이 이를 행할 터인즉 너는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44 나는 알고 있다. 알고말고! 너는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할 능력이 없다는 것, 그래서 네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일을 하고자 하고 또 할 수 있는 것은 내 팔의 힘이요, 가장 작은 사람들 안에서 위대한 일을 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나다.
45 더군다나 내 뜻의 생명은 이미 땅에 와 있었다. 지나가는 것처럼 잠시 있었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 생명은 나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내 사랑하올 엄마 안에 있었다.
46 그분 안에 내 뜻의 생명이 없었다면, 영원한 말씀인 내가 하늘에서 내려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내려올 길이 없었을 것이고, 들어갈 방도, 내 신성을 덮을 인성도, 먹을 음식도 없었을 것이다. 요컨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것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47 그러나 나는 내 사랑하올 엄마 안에서 나의 뜻을 봄으로써 바로 내 하늘을, 내 기쁨과 만족을 얻었다. 기껏해야 내 거처를 하늘에서 땅으로 옮겼을 뿐, 나머지는 하늘에 있는 거나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48 즉, 그분께서 소유하신 내 뜻에 의해, 내가 하늘에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땅에서도 찾아내게 되었고, 따라서 온 사랑을 기울이며 그분 안에 내려와 인성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49 그런 다음 나의 뜻은 지상에 와 있는 내 인성 안에 그 생명을 가지고 있었고, 이 생명 덕분에 나는 구원 사업을 이루었다.
50 이것 외에는, 내 뜻에 의해 인간 세대들의 모든 활동들을 나의 신적인 행위들로 날인하면서 그 위에 나를 덮어 인간을 구원해 주시기를 내 아버지께 간청했을 뿐더러, 알맞은 때가 오면 인간이 창조되었을 때와 같이 우리 뜻의 은혜를 입게 해 주시기를 간청하기도 하였다.
51 이는 인간이 우리가 원한 목적에 따라 살게 하려는 것이었으니, 그 목적은 곧 하늘과 땅의 뜻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구원 사업 면에서나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에 있어서나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
52. 내가 모든 면에서 인간을 창조된 대로의 원상태로 회복시키지 않았다면 그것은 내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체가 아니라 어중간하게 이루어진 일일 터인데, 너의 예수는 일을 불완전하게 하는 법을 모른다. 단, 내가 마련한 완전한 선을 주려고 여러 세기를 기다려 왔을 뿐이다.
53. 내가 지상에 와서 그렇게 완성한 업적을 인간에게 주는 일에 너도 함께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주의를 기울이고 충실하여라. 두려워할 것 없다.
너에 대한 내 계획을 더 잘 완수하기 위해, 네가 작음을 유지하도록 내가 항상 지켜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