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4권 공생활 둘째해(하)

하사시 4권 [250. 티로에서. 끈기에 대하여 말씀하시다. 251. 시카미논으로의 귀환. 믿음에 대하여 말씀하시다]

Skyblue fiat 2025. 5. 31. 18:43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4권 공생활 둘째 해(하)1 p152~p166

 


250. 티로에서. 끈기에 대하여 말씀하시다

1945. 8. 12.

예수께서는 이른 아침에 한 해안 도시에 도착하신다. 네 척의 배들이 그분의 배를 뒤따라온다. 도시는 마치 지협에 건설되어 있는 것처럼, 아니 마치 가느다란 지협이 바다로 돌출되어 나온 부분을 해안을 따라 펼쳐져 있는 부분에 연결하는 것처럼 바다를 향하여 이상하게 돌출되어 있다.

바다 쪽에서 보면, 이 도시는 머리는 파도를 베고 누워 있고, 뿌리는 해안 밑에 박고 있고 지협이 줄기인 거대한 버섯처럼 보인다. 지협은 그 줄기이다. 지협의 양쪽에 두 개의 항구가 있다. 북쪽에 있는 항구는 더 넓고 작은 배들로 가득 차 있고, 남쪽에 있는 다른 항구는 방파제로 더 잘 보호되어 있고 큰 배들이 들락거린다.

“우리는 저곳으로 가야 합니다.”

이사악이 작은 배들이 있는 항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가 어부들이 있는 곳입니다.”

그들은 섬을 돌아간다. 그래서 나는 지협이 인공적으로 건설된 것으로 작은 섬을 뭍에 연결하는 일종의 거대한 제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시절에 사람들은 돈을 아끼지 않고 건설했다! 나는 이 공사와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의 수를 보고, 이 도시가 얼마나 부유하고 상업적으로 번창하였는지 짐작한다. 도시 뒤 평야 지대 너머에는 아름다운 작은 야산들이 있고, 그 뒤로 대헤르몬 산과 레바논 산맥이 아주 멀리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 도시가 내가 레바논에서 보았음직한 도시 중의 하나라는 것도 알게 된다.

예수의 배는 지금 북쪽 항구의 정박지에 들어가고 있다. 그들은 배를 바닷가에 대지 않고 뒤로 앞으로 천천히 노를 저어 가다가 마침내 이사악이 찾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목청껏 그들을 부른다.
그러자 아름다운 어선 두 척이 그들을 향하여 다가온 다음 선원들은 제자들이 탄 더 작은 배들 위로 고개를 숙인다.

“내 벗들이여, 선생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오. 만일 여러분이 그분의 말씀을 듣고 싶다면, 오시오. 그분께서는 오늘 저녁에 시카미논으로 돌아가십니다.”
이사악이 말한다.

“저희는 즉시 가겠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조용한 곳으로요. 선생님께서는 티로에도, 해안도시에도 내리지 않으시오. 그분께서는 배에 타신 채로 말씀하실 거요. 그러니 그늘지고 바람 없는 곳을 택하시오.”

“바위를 향하여 저희를 따라오세요. 조용하고 그늘진 작은 만들이 있어요. 여러분은 상륙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더 북쪽에 있는 절벽 아래 작은 만으로 간다. 몹시 가파른 절벽이 햇빛을 가려준다. 한적한 곳이다. 거기에는 갈매기와 산비둘기들이 살고 있을 뿐이다. 그놈들은 날아 나와 바다 위에서 습격을 감행하고는 큰 소리를 지르며 바위에 있는 자신들의 둥지로 돌아온다.

몇 척의 다른 소형 배들이 지휘선과 합류하여 작은 선단을 형성한다. 이 작은 만 끝에는 아주 작은 백사장이 있다. 그것은 참으로 조약돌이 깔린 좁은 광장, 모조 해수욕장이다. 그러나 그것은 백 명가량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다.

그들은 작은 천연 방파제라도 되는 양 깊은 물 위로 솟아 있는 넓고 판판한 바위를 활용하여 상륙하여 소금으로 반짝이는 자갈들이 깔려 있는 작은 해변에 모인다. 그들은 햇빛과 바닷바람에 그을린 갈색 피부를 가진 호리호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짧은 속옷을 입고 있어 가늘고 민첩한 사지를 노출시키고 있다. 그들은 현대의 유다인과는 현저하게 다른 인종인데, 갈릴래아인들과의 차이는 그리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는다. 이 시로 페니키아 사람들은 그들과 인접하여 살고 있는 민족들보다는 옛 필리스티아 인들과 더 닮았다고 나는 말할 수 있다. 적어도 내가 보는 사람들은 그렇다.

예수께서는 바다 쪽으로 더 나오신 다음 말씀을 시작하신다.

“우리는 열왕기에서 3년 이상이나 세상을 괴롭힌 가뭄과 기근의 때에 주님께서 엘리야에게 시돈의 사렙타로 가라고 명령하셨다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어디에서나 그분의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실 수 있는 방법들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 도시에 식량이 넉넉했기 때문에 그분께서 엘리야를 사렙타로 보내신 것은 아닙니다. 거기서도 사람들은 이미 굶어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는 왜 티스베 사람 엘리야를 그리로 보내셨습니까?

사렙타에는 의로운 마음을 가진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어린 아들을 둔 과부로서 거룩하게 사는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가난하고 외톨이였지만 그 무서운 벌에 반항하지 않았고, 굶주리면서도 이기적이지 않았고, 불순종하지도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 가지 기적을 주어 그녀에게 은혜를 베풀기를 원하셨습니다. 하나는 목마른 엘리야에게 그 여인이 가져다준 물에 대한 것이었고, 둘째 것은 밀가루가 한 줌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것을 가지고 재속에 넣어 구워낸 작은 빵에 대한 것이었고, 셋째 것은 예언자를 환대한 데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분께서는 그녀에게 빵과 기름, 아들의 생명,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지식을 주셨습니다.(1열왕17,8-24)

여러분은 애덕의 행위가 육체의 배고픔을 만족시켜주거나 죽음의 고통을 없애줄 뿐 아니라 영혼에게 주님의 지혜를 가르쳐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주님의 종들에게 숙소를 주었고,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지혜의 말씀을 주십니다. 착한 행위가 주님의 말씀이 도달하지 않는 이 땅에 그것을 가져왔습니다. 나는 여러분을 예언자를 받아들인 사렙타의 유일한 여인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만일 내가 시내로 들어갔다면, 부자들과 유력자들은 나를 맞아들이지 않았을 것이고, 분주한 상인들과 선원들은 나를 본체만체했을 것이고, 그래서 나의 이곳 방문은 무가치했을 것입니다.

지금 나는 여러분을 떠나려 하는데, 여러분은 말할 것입니다. ‘근데 우리는 뭐지? 한 줌밖에 안 되는 사람들일 뿐이야. 우리가 가진 건 또 뭐야? 한 방울의 지혜뿐이야.’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나는 구세주의 시간을 선포하는 임무를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나는 예언자 엘리야의 말들을 되풀이하면서 여러분을 떠나겠습니다. ‘더 풍성하게 나누어주실 분께서 오실 때까지 항아리의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기름이 줄어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그 일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카르멜 산 너머에서 온 페니키아인들이 여기 여러분 가운데 있으니까요. 이것은 여러분이 들은 대로 말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한줌의 밀가루와 한 방울의 기름이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양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점점 더 많아지게 하시오. 그리고 만일 하느님께서 이 일을 할 능력이 없다고 느끼는 여러분을 이 일에 선택하신 것이 이상하다고 여러분이 느낀다면, 큰 믿음의 말을 되풀이하시오. ‘저는 당신의 말씀을 믿고, 당신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선생님, 저희는 이 지방의 이교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그들도 저희와 마찬가지로 어부기 때문에 저희는 그들을 압니다. 저희는 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친하게 지냅니다. 하지만 저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 이스라엘 어부가 묻는다.

“당신은 당신들이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서로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지요. 그렇다면 같은 기원에서 나왔다는 사실로도 당신들은 친하게 지내야 하지 않겠어요?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사람들과 페니키아 사람들 모두를 창조하셨습니다. 사론 평야 사람들이나 상부 유다 사람들도 이 해안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낙원(Paradise)은 사람의 모든 아들들을 위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모든 사람들을 천국으로 데려가려고 와있습니다. 그 목적은 하늘을 얻고 아버지께 기쁨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같은 길에서 서로 만나 여러분의 거래로 인하여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영적으로 서로 사랑하시오.”

“이사악은 저희에게 많은 것들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더 많이 알고 싶습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저희가 제자 한 사람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 이 사람들에게 엔도르의 요한을 보내십시오. 그는 참으로 명석하고, 이교도들과 사는 것에 적응되어 있으니까요.”

가리옷 사람 유다가 제안한다.

“아니다, 요한은 우리와 함께 있게 될 것이다.”

예수께서는 단호하게 대답하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어부들을 향하여 물으신다.

“뿔고둥잡이가 언제 끝납니까?”

“가을에 최초의 폭풍우가 불어올 때 끝납니다. 그 후에는 이곳의 바다가 너무 거칠어집니다.”

“그때 여러분은 시카미논으로 돌아갈 겁니까?”

“저희는 시카미논과 카이사리아로 돌아갈 것입니다. 저희는 많은 로마인들에게 공급합니다.”

“그때 여러분은 제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그대로 견디시오.”

“제 배 위에는 제가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았는데, 당신의 이름으로 오다시피 한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는 아스클론 출신의 나이 어린 어부입니다.”

그 사람은 배로 올라갔다가 젊은이 한 명을 데리고 돌아오는데, 그 젊은이는 자신에게 이토록 관심이 집중된 데 대하여 몹시 쑥스러워한다.

사도 요한이 그를 알아본다.

“선생님, 이 사람은 저희에게 생선을 준 사람들 중의 하나입니다.”

요한이 그를 인사시키려고 일어선다.

“에르마스테오, 너는 왔니? 너는 여기 혼자 왔니?”

“예, 저는 혼자 왔어요. 카파르나움에서 저는 부끄러웠어요… 저는 바라면서 호반에 머물러 있었어요…”

“바라다니, 무엇을?”

“당신의 선생님을 뵙는 것을요.”

“그럼 아직 네 선생님이 아니시란 말이냐? 내 소중한 친구여, 너는 왜 아직 주저하고 있느냐? 너를 기다리고 계시는 빛으로 오너라. 그분께서 어떻게 너를 살펴보시며 미소 짓고 계시는지 보아라.”

“이분들이 저를 인내해주실까요?”

“선생님, 저희에게 잠깐만 와주십시오.”

예수께서 일어서서 요한에게 가신다.

“이 친구는 자기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감히 오지 못한답니다.”

“나에 관한 한 외국인은 없다. 그런데 네 동료들은? 너희는 수가 많지 않았느냐?… 불안해하지 마라. 너만이 끝까지 꾸준할 줄 알았다. 나는 너 한 사람만으로도 기쁘다. 나와 함께 가자.”

예수께서는 새로 얻은 제자와 함께 그분의 자리로 돌아오신다.

“우리는 이 아이를 엔도르의 요한에게 맡길 것이다.”

그분께서는 가리옷의 유다에게 말씀하신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신다.

“한 무리의 광부들이 땅속에 보물들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갱 속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들은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땅은 단단했고, 작업은 힘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쳐서 곡괭이들을 내던지고 가버렸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작업반장을 비웃고 그를 거의 바보 취급했습니다. 다른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운명과 일과 땅과 보물을 저주하며 벌컥 화내며 땅속을 두드려서 광맥을 깨뜨려 쓸모없는 작은 조각들로 부숴놓고는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고 가버렸습니다.

단 한 사람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는 딱딱한 지층을 부드럽게 다루어 아무것도 망치지 않은 채 다양한 시험을 하고 땅을 뚫고 더 깊이 파들어 갔습니다. 그는 마침내 굉장한 귀금속의 광맥을 발견해냈습니다. 그렇게 하여 광부의 꾸준함은 보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기가 발견한 지극히 순수한 광물을 가지고 많은 일에 관한 계약을 따내 많은 영광과 많은 고객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게으르거나 성마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반면, 끈기 있는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었던 그 광물을 모든 사람이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발견된 금도 아름답게 되고, 금은 세공사에게 쓰일 수 있게 되려면, 끈기 있어야 하고, 자신을 작업에 노출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만일 금이 채굴된 후에 아무리 고통스러울지라도 추가적으로 손질당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조악한 광물 그대로 남아 있게 될 것이고, 따라서 세공하기에 부적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처음의 열정만으로는 사도로도, 제자로도, 신자로도 성공하는 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끈기가 필요합니다.

에르마스테오에게는 많은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최초의 뜨거운 열정에 사로잡혀 모두가 오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만, 정작 온 사람은 이 사람뿐이었습니다. 나는 많은 제자들을 가지고 있고, 그 수는 점점 더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중 소수만이 끝까지 견뎌낼 것입니다. 끈기. 그것은 참으로 위대한 말입니다. 모든 좋은 일에 있어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뿔고둥을 잡으려고 저인망 그물을 칠 때 한 번만 치고 맙니까? 아닙니다. 여러분은 몇 시간 동안, 며칠 동안, 몇 달 동안 여러 번을 치고, 다음 해에도 여러분은 같은 지점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수고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들에게 빵과 안락을 가져다주니까요.

그런데 여러분이 신자들이라면 하느님과 여러분의 영혼의 이익에 대하여, 그리고 여러분이 제자들이라면 여러분의 영혼과 여러분의 형제들의 영혼의 이익과 같은 더 중요한 일에 대하여 여러분은 달리 행동하시겠습니까? 내가 진실로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영원한 옷들을 위한 자줏빛을 얻어내려면 끝까지 인내해야 합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돌아갈 시간까지 친한 친구들로 여기 머무릅시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서로를 알아보기가 더 쉽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작은 바위투성이 만 안에서 흩어진다. 그들은 바위에서 잡은 섭조개와 게들, 그리고 작은 그물로 잡은 물고기들을 요리한다. 어떤 이들은 지진이나 파도로 인해서 바위틈에 생긴 동굴 속 마른 해초 위에서 잠잔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바다는 수평선에서 만나 서로 입 맞추고, 갈매기들은 바다에서 암벽에 있는 자기들의 둥지로 왔다 갔다 하며 소리 지르고, 날개를 퍼덕인다. 무더운 여름날의 이 시간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파도치는 소리와 이 소리들뿐이다.




251. 시카미논으로의 귀환. 믿음에 대하여 말씀하시다

1945. 8. 13.

시카미논 사람들은 호기심에 이끌려 선생님께서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도들을 온종일 에워싸고 있었다. 그 동안에도 여자제자들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그 동안 빨지 못했던 먼지와 땀투성이 옷들을 빨아 작은 해변에 널어 바람과 햇볕에 말린다.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해무의 습기가 느껴지는 지금, 그들은 약간 축축한 옷들을 서둘러 걷어 들인다. 그들은 그 옷들을 개키기 전에 사방으로 잡아당기고 꾹꾹 눌러서 그 옷을 입은 주인들이 말쑥하게 보이게 만든다.

“즉시 마리아의 옷을 그녀에게 가져다주세.”
알패오의 마리아가 말한 다음 덧붙인다.
“그녀는 어제와 오늘 숨 막히는 오막살이에 있느라 너무 힘들었을 거야!”

이래서 나는 예수께서 이곳을 떠나신 지 하루 이상 되었다는 것과 옷이 한 벌 밖에 없는 막달라의 마리아가 자기의 옷이 마를 때까지 실내에 있어야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산나가 대답한다.
“다행히도 그녀는 결코 불평하지 않아요! 저는 그녀가 그렇게 착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자네는 그녀가 참으로 겸손하고 말수도 적다고도 말해야 할 거야. 가엾은 여자! 마귀가 그녀를 괴롭혔던 거야! 내 예수에 의하여 해방된 다음부터 그녀는 소녀 시절의 그녀와 똑같이 다시 자기 자신이 된 거야.”

두 여자는 이렇게 말하며 빨래한 옷들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 동안에 마르타는 음식 준비에 골몰하고,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구리냄비에 들어 있는 야채들을 씻은 다음 저녁식사를 위하여 그것들을 익히신다.

“자, 여기 있어요. 모든 것이 말랐고, 깨끗하고 개켜졌어요.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마리아에게 그녀의 옷을 가져다주세요.”
수산나가 마르타에게 옷을 건네주며 말한다.


잠시 후에 두 자매가 함께 돌아온다.
“두 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러 날 동안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저에게 가장 큰 고통이었어요.”

막달라의 마리아가 미소 지으며 말한다.
“이제는 아주 상쾌하고, 시원해요.”

“밖으로 나가서 앉아 있어. 산들바람이 불어서 시원해. 방 안에 갇혀 있었으니 넌 바람을 좀 쐴 필요가 있어.”
마르타가 지적한다. 마르타는 자기의 동생보다 키가 작고 몸이 홀쭉하기 때문에 그녀의 옷을 빠는 동안 수산나의 옷이나 알패오의 마리아의 옷을 입고 있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이렇게 해서 어려운 고비를 넘겼지만, 다음에는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작은 배낭을 가지고 다녀야겠어. 그래야 우리가 이번처럼 난처한 일을 당하지 않을 거야.”
막달라 마리아가 말한다.

“뭐라고? 너도 우리처럼 그분을 따라다닐 작정이냐?”

“물론. 그분께서 나에게 달리 말씀하시지 않으신다면 말이야. 나는 그분들이 돌아오는지 보러 해변으로 가봐야겠어. 그분들은 오늘 저녁에 돌아오실까?”

“나는 그러기를 바란다.”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께서 대답하신다.
“나는 그가 페니키아로 갔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그러나 나는 그가 사도들과 함께 있고, 페니키아인들이 다른 많은 사람들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우물에 갔더니 한 어머니가 나를 붙잡고 ‘당신은 갈릴래아 선생님, 사람들이 메시아라고 부르는 분과 함께 계십니까? 그렇다면 와서 제 아들을 보아주세요. 그 아이는 일 년 넘게 열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작은집에 들어가서 보았다. 가엾은 어린것! 그 아이는 죽어가는 작은 꽃 같았다! 나는 예수에게 말해야겠다.”


마르타가 말한다.
“ 치유받기를 원하는 다른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가르침을 받기보다는 병 낫기를 더 바랍니다.”

“사람이 전적으로 영적으로 되기는 어렵다. 사람은 육체의 목소리와 필요를 더 강하게 느낀다.”
동정녀께서 대답하신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기적 후에 영적으로 소생합니다.”
“마르타야, 그렇다. 그런데 그것은 내 아들이 그토록 많은 기적을 행하는 이유들 중 하나이다.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그렇게 하기도 하지만, 달리는 많은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을 그의 길로 이 방법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렇게 하기도 한다.”

예수와 함께 가지 않았던 엔도르의 요한이 집으로 돌아오고, 그와 함께 자기들이 사는 작은 집으로 갔던 많은 제자들이 돌아온다. 거의 동시에 막달라 마리아가 돌아오며 말한다.
“그분들은 곧 도착하실 거예요. 어제 새벽에 떠났던 배 다섯 척이예요. 저는 정확하게 그분들을 알아봤어요.”

“그들은 피로하고 목이 마를 거야. 난 물을 더 많이 길러 와야지. 샘물이 아주 시원해.”
알패오의 마리아가 말하면서 물병들을 들고 나간다.

“예수께 마중 나가자. 자, 가자.”
복되신 동정녀께서 말씀하신다. 막달라 마리아, 엔도르의 요한과 함께 나가신다. 마르타와 수산나는 부엌에서 얼굴이 새빨갛게 된 채 식사준비를 하느라 몹시 바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담장을 따라 걸어가 다른 어선들이 들어와서 정박해 있는 작은 부두에 이른다. 부두 끝에서는 만 전체와 만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가 아주 잘 보이고, 약간 기우뚱한 채 쾌속으로 항해하고 있는 다섯 척의 배도 보인다. 북풍이 불어 돛이 팽팽하게 부풀어 배가 쉽게 전진하게 해주고, 바람은 더위에 시달리고 지쳐 있는 사람들을 식혀준다.

“시몬과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요령 있게 배를 조작하는지 보세요. 그들은 선도선(先導船)을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막 암초를 지났습니다. 그들은 조류가 센 곳을 우회하느라고 이제 먼 바다 쪽으로 나갑니다. 좋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그분들은 곧 이리로 올 겁니다.”

엔도르의 요한이 말한다. 과연 배들이 점점 더 다가와,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을 식별할 수 있게 된다. 예수께서는 이사악과 함께 첫배에 타고 계신다. 그분께서는 일어서 계신다. 키가 크신 그분의 모습이 그 모든 위엄과 함께 보이다가 내려지는 돛에 가려 몇 분 동안 안 보인다. 과연 배는 부두로 들어가려고 빙 돌아서 방향을 바꾸어 부두 위쪽에 있는 여자들 앞을 통과하여 간다. 그분께서는 여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 지으시고, 그들은 배와 동시에 하선지점에 도착하려고 빨리 걷기 시작한다.

“내 아들아, 하느님께서 너를 축복하시기를!”
마리아께서 부두로 내려오고 계시는 예수께 인사하신다.

“어머니, 하느님께서 당신을 축복하시기를. 당신께서는 걱정하고 계셨습니까? 저희가 찾고 있는 사람은 시돈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티로까지 갔었는데, 저희는 거기서 그를 만났습니다. 에르마스테오야, 이리 오너라. 요한아, 이 젊은이는 배우기를 원하는데, 나는 너에게 이 젊은이를 부탁한다.”

“저는 제가 당신의 말씀을 이 젊은이에게 가르치는 데 있어 당신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엔도르의 요한이 말한다.

“아들아, 가엾은 병든 소년이 있는데, 그 아이의 어머니는 네가 자기 집으로 와주기를 원한다.”
“저는 즉시 그분에게 가겠습니다.”

“선생님, 저는 그 어머니가 누군지 압니다. 제가 당신을 그리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에르마스테오야, 너도 함께 가자. 너는 우리 주님의 무한한 선하심을 알기 시작할 것이다.”
엔도르 사람이 말한다.

베드로가 둘째 배에서 내리고, 야고보가 셋째 배에서, 안드레아가 넷째 배에서, 요한이 다섯째 배에서 내린다. 이 네 조종사를 뒤따라 그들과 동승했던 사도들과 제자들이 내려서 예수와 마리아를 에워싼다.

“집으로 가거라. 나도 곧 그리로 가겠다. 그 동안에 식사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저녁 늦게 말하겠다고 일러라.”
“그런데 만일 병자들이 있다면,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나는 저녁 식사 전이라도 그들을 먼저 고쳐주겠다. 그들이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들은 헤어진다. 예수께서는 엔도르의 요한, 에르마스테오와 함께 읍내를 향하여 가신다. 다른 사람들은 자갈이 깔린 해변을 걸어서 되돌아오며, 마치 자신들의 어머니에게 돌아오는 아이들처럼 기뻐하며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한다.
가리옷의 유다도 행복해 보인다. 그는 뿔고둥잡이 어부들이 자기에게 준 모든 헌금, 특히 값진 물질이 들어 있는 아름다운 꾸러미를 자랑한다.

“이건 선생님께서 쓰실 물건이야. 만일 그분께서 이것을 쓰시지 않으신다면, 누가 이것을 쓸 수 있겠어? 그들은 나를 따로 불러서 말했어. ‘우리 배에는 값진 산호들과 진주 하나가 실려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이것은 보물입니다. 어떻게 우리에게 그런 행운이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는 선생님을 위하여 기꺼이 그것들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와서 이것들을 보세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기도하시려고 어떤 동굴로 들어가신 동안 나는 그들을 기쁘게 해주려고 그들과 함께 갔었어. 매우 아름다운 산호들과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진주 하나가 있었어. 나는 그들에게 말했어. ‘당신들이 그냥 이것들을 가지세요. 선생님께서는 보석들을 패용하지 않으십니다. 그 대신 이 자주색 염료 약간을 나에게 주세요. 그분의 옷에 장식을 만들어드리게요.’ 그들은 이 작은 꾸러미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도 막무가내로 그것을 나에게 다 주었어. 어머니, 이것을 받으세요. 당신께서는 이것을 사용하는 법을 아시니 우리 주님을 위하여 아름다운 옷 한 벌을 만들어드리십시오.
그렇지만 그렇게 하시겠다고 확실히 말씀해주십시오. 만일 선생님께서 그것을 아신다면, 그분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그것을 팔게 하실 것입니다. 저희는 그분께서 그분의 품위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계시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내 말이 맞지?”

“오! 물론이지! 왕이신 그분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계실 때 그렇게도 수수한 옷을 입고 계시는 것을 보면 나는 가슴이 아파. 그들은 노예들보다 못한 자들인데 아주 멋진 옷을 입고 장신구를 달고 있는데 말이지. 그들은 그분을 마치 자신들의 가까이에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본단 말이야 !”
베드로가 말한다.

“그러게 말이야, 형 보았어? 우리가 어부들과 작별할 때 티로의 그 유력자들이 웃는 것을 말이야?”
베드로의 아우가 대답한다.

제베대오의 야고보가 말한다.
“나는 그들에게 말해주었어. ‘이 개들아, 당신들은 부끄러워해야 해! 그분의 흰옷의 한 오라기 실이 당신들의 그 모든 화려한 옷과 장신구만한 값어치가 있소.’”

“이왕 유다가 그걸 얻을 수 있었으니, 저는 당신께서 그것으로 장막절을 위한 옷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유다 즉 타대오가 말한다.

“나는 자주색을 길쌈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시도해보겠다…”
복되신 동정녀께서 비단처럼 부드러운 가벼운 밝은 색의 양털을 만지시며 말씀하신다.

“제 유모가 그것을 잘 다룹니다. 우리는 카이사리아에서 그녀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녀가 당신께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드릴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아주 잘하시니 금방 배우실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의 옷의 목과 소매와 아랫단에 띠를 두르겠습니다. 순백색의 아마포나 모직 위에 자줏빛 옷감을 달고, 성소의 대리석에 있는 것과 같은 종려나무 가지와 장미꽃 문양으로 장식하고, 한가운데에는 다윗 매듭을 만들어놓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잘 어울릴 것입니다.”
그런 아름다운 것들에는 정통한 막달라 마리아가 말한다.

마르타가 말한다.
“저희 어머니가 그 아름다운 문양을 고안해내셔서 오빠의 옷에 그것을 적용했었습니다. 오빠는 시리아의 저희 토지의 소유권을 얻게 되어 그리로 여행할 때 그 옷을 입고 갔습니다. 그것이 저희 어머니의 마지막 작품이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보관해두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당신께 보내드리겠습니다.”

“나는 너희 어머니를 위하여 기도하며 그 일을 하겠다.”


그들이 집들에 도착한다. 사도들은 선생님을 뵙기를 원하는 사람들, 특히 병자들을 모으려고 사방으로 흩어진다.
예수께서는 엔도르의 요한, 에르마스테오와 함께 돌아와 작은 집들 앞에 밀려드는 사람들 사이로 인사하시며 지나가신다. 그분의 미소는 축복이다.

사람들이 궤양성 안염으로 인하여 거의 소경이 된 어쩔 수 없는 안질 환자를 예수께 보여드리자 그분께서는 그의 병을 고쳐주신다. 그 다음에는 말라리아에 걸려 마르고, 중국인처럼 노란 사람의 차례이다. 그분께서는 그 사람도 고쳐주신다.
그 다음에는 예수께 특별한 기적을 청하는 여인이다. 젖이 나오지 않는 자기의 유방에 젖이 나오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녀는 영양실조에 걸리고 아마 무언가에 감염되어 온몸이 새빨갛게 된 난지 며칠 안 된 자기의 아이를 그분께 보여드린다. 그녀는 울면서 말한다.

“보이시지요? 저희는 저희의 남편에게 복종하고 출산하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만일 저희 아이들이 쇠약해지는 것을 저희가 보게 된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 애는 제가 세 번째로 낳은 아이인데, 제 젖이 메말라 두 아이는 이미 무덤에 묻었습니다.
이 애도 이 더운 여름에 태어났기 때문에 죽기 직전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저를 더 울리려고 한 아이는 열 달을, 다른 아이는 여섯 달을 살다가 장이 아파서 죽었습니다. 만일 제가 그 아이들한테 젖을 줄 수 있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그녀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신다.
“당신의 아이는 살 것입니다. 믿음을 가지시오. 집으로 돌아가시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기에게 젖을 물리시오. 믿음을 가지시오.”

여인은 순종하여 가엾은 아기를 데리고 간다. 그 아기는 새끼고양이처럼 앓는 소리를 내며 자기 엄마의 가슴에 달라붙는다.

“저 여자에게서 젖이 나올까?”
“물론 젖이 나올 거야.”

“나는 아이는 죽지 않겠지만 젖은 나오지 않을 거라고 말하겠네. 하지만 아이가 산다면, 그건 이미 기적일 거야. 아이는 영양실조로 죽은 거나 진배없어.”

“천만에. 나는 젖이 나올 거라고 말하겠네.”
“맞아.”
“아니야, 나오지 않을 거야.”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그 동안 예수께서는 식사하시려고 물러가신다. 그분께서 설교하려고 다시 나오실 때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 그분께서 배에서 내리시자마자 열병을 앓던 어린이에게 행하신 기적의 소문이 읍내에 퍼졌다.

“나는 여러분이 내 말을 깨닫도록 준비시키기 위하여 여러분에게 내 평화를 줍니다. 폭풍우 속에서는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모든 심적 동요는 지혜에 해롭습니다. 지혜는 하느님에게서 오기에 평화롭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심적 동요는 하느님에게서 오지 않습니다. 불안, 번민, 의혹은 사람의 자녀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그들을 하느님과 갈라놓기 위한 마귀의 작용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가르침을 여러분이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분에게 비유 하나를 말해드리겠습니다.

한 농부가 자기 밭에 열매가 많이 열리는 많은 나무들과 포도나무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포도나무 중에는 특별한 품질을 가진 포도송이를 내는 나무가 하나 있어서 그는 그 포도나무를 아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어떤 해에 그 포도나무는 잎은 무성한데 포도송이는 별로 맺지 못했습니다. 한 친구가 농부에게 말했습니다.
‘그건 자네가 충분히 가지를 쳐주지 않았기 때문이야.’

이듬해가 되자 그 농부는 그 나무에 훨씬 더 많이 가지치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포도나무에 새 순이 별로 많이 생기지 않고, 포도송이는 훨씬 더 적게 달렸습니다. 다른 친구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자네가 그 나무에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야.’

셋째 해에 그는 그 포도나무를 그대로 놓아두었습니다. 그랬더니 포도나무에는 포도송이가 전혀 달리지 않고, 잎도 병충해로 뒤덮였습니다. 셋째 친구가 말했습니다.
‘토양이 좋지 않아 이 포도나무가 죽어가고 있네. 그것을 태워버리게.’

‘왜? 땅도 다른 포도나무들이 심겨진 땅과 똑같은 땅이고, 나도 다른 나무들과 똑같이 보살피는데. 처음에는 이 포도나무에 포도가 참 많이 열렸었는데!’
그의 친구는 양어깨를 으쓱하고는 가버렸습니다.

낯선 나그네가 지나가다가 시름없이 포도나무에 기대어 서있는 농부를 보고는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당신은 왜 그러십니까? 당신의 가족 중에 누가 돌아가시기라도 했습니까?’
그 나그네가 물었습니다.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아끼는 이 포도나무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이 나무는 더 이상 수액을 빨아들이지도, 열매를 맺지도 못합니다. 한해에는 소출이 적었고, 이듬해에는 그보다 못했고, 올해는 전혀 없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다 해보았는데, 아무 소용도 없었습니다.’

낯선 나그네는 밭에 들어가 포도나무에 다가간 다음 잎을 만져보고, 흙덩어리 하나를 집어 들어 냄새를 맡아보고, 손가락으로 비벼 부수어보고, 포도나무를 받쳐주고 있는 나무줄기를 쳐다보았습니다.
‘당신은 저 나무를 없애버려야 합니다. 저 나무 때문에 포도나무가 열매 맺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이 나무는 여러해 전부터 포도나무의 지주였는데요?!’
‘여보시오, 나에게 말해보시오. 당신이 이 포도나무를 심을 때 포도나무는 어떤 상태였고, 이 나무는 어떤 상태였습니까?’

‘오! 이 포도나무는 아름다운 3년생 포도 묘목이었습니다. 제가 이것을 제 다른 포도밭 하나에서 파서 이리로 옮겨온 것인데, 저는 원래 심겨 있었던 토양에서 이것을 파낼 때 이놈의 뿌리들이 상하지 않게 하려고 구덩이를 깊게 팠습니다.
여기서도 비슷한 크기로 구덩이를 팠고, 포도나무가 쉽게 착근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하여 더 크게 팠습니다. 또한 저는 이 나무 주변에 곡괭이질을 하여 토양을 부드럽게 해주어서 이놈의 뿌리들이 어려움 없이 뻗어나가도록 해주었습니다.
저는 구덩이 바닥에 좋은 퇴비를 깐 다음에 그 나무를 조심스럽게 심었습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뿌리는 적당한 자양분을 얻으면, 곧 힘차게 자랍니다.

저는 느릅나무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포도나무 묘목을 버티어주게 하기 위하여 거기 심은 작은 나무였을 뿐입니다. 저는 그 나무를 포도나무 묘목 가까이 얕게 심은 다음 북돋아주고는 떠났습니다. 토양이 좋기 때문에 두 나무 모두가 뿌리를 내렸습니다. 포도나무는 해마다 자라났습니다. 저는 포도나무를 보살피고 바닥의 땅의 잡초를 제거하고 전지해주었습니다. 반대로 느릅나무는 가까스로 자랐습니다. 이놈은 가치가 별로 없는 나무여서 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느릅나무가 튼튼하게 자라났습니다. 지금 이 나무가 얼마나 우람한지 보십시오. 제가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 탑처럼 우뚝 솟아 있는 이 느릅나무 꼭대기가 보이는데, 마치 제 작은 왕국의 깃발과도 같습니다.

전에는 포도나무가 느릅나무를 덮어서 그 아름다운 잎들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꼭대기가 햇빛을 받아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십시오! 그리고 줄기는 또 어떻고요! 늘씬하고 힘찹니다. 이 나무는 포도나무가 이스라엘 탐험가들이 포도의 계곡에서 파온 포도나무들만큼이나 힘 있게 되었다 해도 여러 해 동안 포도나무를 버텨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느릅나무가 포도나무를 죽였어요. 느릅나무가 포도나무를 압도한 겁니다. 모든 것이 포도나무가 사는 데 적당했습니다. 토양, 위치, 빛, 햇볕, 그리고 당신이 그 포도나무에 쏟아 부은 정성이 그랬습니다. 그러나 느릅나무가 포도나무를 죽였습니다. 그놈이 너무 강해졌습니다. 이 나무가 포도나무의 뿌리를 조여 숨 막히게 했고, 토양의 진액 전부를 빨아들였고, 포도나무가 호흡과 햇빛을 받아들이는 것을 차단했습니다. 이 무익하고 힘센 나무를 즉시 베어버리세요. 그러면 당신의 포도나무가 되살아날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참을성을 가지고 땅을 파 느릅나무의 뿌리를 노출시켜 새싹이 나오지 못하게 한다면, 포도나무가 훨씬 더 잘 되살아날 것입니다. 느릅나무의 마지막 잔해들이 땅속에서 썩어서 죽음으로써 생명을 줄 것입니다. 그것들의 이기심에 대하여 마땅한 벌을 받아 그것들이 퇴비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줄기는 땔감으로 활용하시오. 무익하고 해로운 나무는 땔감으로나 쓸모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제거해야만 토양의 모든 자양분이 좋고 유익한 나무에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내 말을 믿으시오. 그러면 당신은 행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십니까? 제가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나는 현자입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안전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그 나그네는 떠나갔습니다.

농부는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정한 다음 톱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는 자기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기까지 했습니다.

‘자네는 미쳤나?’
‘자네는 포도나무를 잃은 것으로 부족하여 이제는 느릅나무까지 잃으려 하는구먼.’
‘나 같으면 포도나무에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느릅나무 꼭대기만 자르는 데 그칠 걸세, 더 이상은 안 돼.’
‘포도나무에는 반드시 버팀목이 필요해. 자넨 무익한 일을 하려고 하는구먼.’
나는 그가 누군지 궁금해! 아마도 그는 자네를 미워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네가 그 사실을 모른다 해도 말이야.’
‘아니면 미친 사람인지도 모르고?’
이런 등등의 말들을 했습니다.

‘나는 그가 나에게 말해준 대로 할 거야. 나는 그를 믿어.’
그는 느릅나무 밑동을 바짝 잘랐습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두 나무의 뿌리 주위를 넓게 파 그 뿌리들을 드러냈습니다. 그 사람은 포도나무의 뿌리를 상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참을성 있게 느릅나무의 뿌리를 잘라냈습니다. 그 다음에 그는 큰 구덩이를 다시 메우고는 버팀목이 없이 서 있는 포도나무에 단단한 쇠말뚝을 세우고 그 꼭대기에 ‘믿음’이라는 말이 쓰인 나무판을 달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머리를 흔들며 가버렸습니다. 가을과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왔습니다.

버팀대를 감고 올라간 포도나무의 햇가지에는 먼저 은빛 벨벳 주머니처럼 오므린 수많은 봉오리들이 생기고, 그 다음에는 에메랄드 빛깔의 잎사귀들을 배경으로 봉오리들이 반쯤 벌어지고 마침내 줄기에서 강한 새 순들이 튀어나와 작은 꽃들이 피더니 그 꽃들이 포도 알들로 바뀌었습니다.

잎들보다 포도송이들이 더 많았는데, 잎들은 넓고 푸르고 튼튼하여 포도송이의 두세 배 또는 그 이상으로 넓었습니다. 그리고 통통하고 즙이 풍부하고 달디 단 포도 알들이 빽빽이 달라붙어 있는 포도송이들 모두가 크고 탐스러웠습니다.

‘자, 이제 자네들은 뭐라고 말할 텐가? 내 포도나무를 마르게 한 원인이 그 나무였나, 아니었나? 그 현자의 말이 옳았나, 옳지 않았나? 내가 이 판에 ‘믿음’이라는 말을 쓴 것이 잘한 일인가, 아닌가?’
농부가 믿지 않았던 자기의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자네가 옳았네. 자네가 믿음을 가졌고, 과거를 쳐부수고 잘못된 정보를 무시했기에 이 날을 볼 수 있었네.’
비유는 이것입니다. 젖이 말랐던 여인에 대해서는 저기 답이 있습니다. 읍내 쪽을 보시오.”

모든 사람이 읍내 쪽으로 시선을 돌려 자신들을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방금 전의 여인을 쳐다본다. 그 여인은 뛰어오면서도 자기의 젖가슴에서 아기를 떼어놓지 않는다. 아기가 퉁퉁 분 젖을 어찌나 게걸스럽게 빨아대는지 사래라도 들릴 것 같다. 그 여인은 예수의 발 앞에 와서야 걸음을 멈추고, 그분 앞에서 잠시 아기를 젖꼭지에서 떼어놓으며 외친다.

“아기가 당신을 위하여 살도록 아기에게 강복해주십시오!”

이 순간이 지나간 다음에 예수께서 말씀을 이어가신다.


“이것으로 여러분은 이 기적에 관한 여러분의 다양한 추측에 대한 응답을 받은 셈입니다. 그러나 비유는 보상 받은 믿음에 대한 이 조그마한 삽화보다 더 넓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런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포도나무, 즉 그분의 백성을 적합한 장소에 심으시고, 나무가 자라나 점점 더 많은 열매를 맺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주시고, 율법을 쉽게 이해하고 그 율법이 힘이 되도록 선생들로 그 나무들을 지지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들이 입법자 위에 올라서기를 원했고, 점점 더 자라나 영원한 말씀보다 자신들을 더 강요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열매 맺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에서 올바른 영혼을 가지고 그러한 불임을 괴로워하며, 인간적으로는 유식하나 초자연적으로는 무식하여 이스라엘의 영혼에 생명을 되돌려주기 위하여 무엇이 필요한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선생들이 하는 말이나 조언에 따라 이런 저런 처방을 시험해보는 사람들이 참된 유익한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자(the Wise One)를 보내셨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왜 이스라엘은 주님께 대한 충실함의 황금시대처럼 기운을 회복하여 활기차게 되지 못합니까? 거룩한 것, 즉 여하한 타협, 망설임, 위선도 없이 주어진 그대로의 십계명의 율법을 해치며 자라난 모든 기생충들을 제거하고, 포도나무 즉 하느님의 백성에게 숨 쉴 공간과 영양을 주고, 강력하고 곧고 휘어지지 않는 유일한 버팀목, 즉 태양처럼 빛나는 이름인 믿음을 주라는 것, 이것이 바로 현자의 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권고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스라엘이 멸망할 것이라고 여러분에게 말하는 바입니다. 만일 이스라엘이 믿고 속죄하고, 근본적으로 자기 스스로를 바꾼다면, 그것은 다시 살아나 하느님의 나라를 소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안히 가시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