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주님

겟세마니에서의 고뇌 - 세 시간 (둘째 시간: 저녁 10시 - 11시)

Skyblue fiat 2021. 4. 20. 00:38

 

겟세마니에서의 고뇌 - 세 시간

 

시작기도

 

오 제 거룩한 구속주 예수님,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세 사도들과 함께 저도 데려가시어, 올리브산에서의 당신 고뇌에 참여하게 하소서. 베드로와 다른 두 제자가 자고 있음을 보신 당신의 부드러운 나무람 소리를 듣고, 저는 적어도 겟세마니의 한 시간만이라도 깨어 있고자 하나이다. 적어도 번민에 찬 당신 성심에 사무치는 고통 하나만이라도, 그 가쁜 숨들 중 하나만이라도 느끼고 싶나이다. 당신의 거룩하신 얼굴에 눈길을 모아 창백해지시는 모습을, 괴로워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너무도 큰 번민에 짓눌리시어 땅에 얼굴이 닿이도록 깊이 엎드려 계신 모습을 바라보고자 하나이다.

 

오 고난 받으시는 제 예수님, 당신은 벌써 비틀거리며 쓰러지십니다. 오른쪽으로 또는 왼쪽으로 넘어지시는 모습이 보이고, 사랑에 찬, 그러나 힘이 빠진 두 손을 합장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제 귀에 당신의 신음 소리, 부르짖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부르짖음은 하늘로 올라가는 무한한 고통의 외침이십니다.

 

오 제 예수님, 적막한 겟세마니 동산에서 고뇌에 잠겨 계신 예수님, 제가 당신과 함께 지낼 이 시간 동안, 거룩하신 당신 팔다리에 흘러나오는 흠숭하올 피를 제게 강물처럼 흥건히 쏟아 부어 주소서. 저를 위하여 번민하시는 제 가장 위대한 선이신 예수님, 지극히 보배로운 피로 온통 젖으신 예수님, 저로 하여금 이 보혈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시게 하소서. 그리고 제 사랑이신 당신과 함께, 적어도 이 쓰디쓴 잔의 마지막 한 모금까지 다 마시게 하소서. 제 마음 속으로 당신 성심의 고통을 느끼게 해 주시고, 주님께 죄를 지은 슬픔 때문에 제 마음이 참으로 미어지는 아픔을 느끼게 해 주소서. 주님께서는 저를 위해서 임종 고통을 치르고 계시나이다.

 

그렇습니다, 제 예수님, 저에게 은총을 베푸시어, 적어도 올리브산에서의 한 시간만이라도 당신과 함께 고난 받고 비탄에 잠기며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오 통고의 어머니 마리아님, 겟세마니에서 고뇌하시는 예수님께 대한 어머니 마음의 사무치는 연민을 저도 느낄 수 있게 해 주소서.

 

아멘.

 

제6시간

저녁 10시 ~ 11시

 

겟세마니에서의 고뇌

 

둘째 시간

 

 

 

오 인자하신 예수님, 당신께서 이 동산에 들어오신 지 벌써 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무엇에 있어서나 사랑이 일차적인 위치를 점하면서 당신으로 하여금 지극히 고통스러운 수난의 전과정에 걸쳐서 사형 집행자들이 겪게 할 모든 고통을 미리 한꺼번에 겪으시게 하였습니다. 사실, 사랑은 사형 집행자들로서는 겪으시게 할 수 없는 고통을, 당신 신적 위격의 더없이 깊은 부분으로 겪으며 보완하시게 할 정도였습니다.

 

오 예수님, 당신은 이미 비틀거리며 일어나셔서 걸음을 옮기려 하십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오 주님, 어디로 가시고자 하십니까? 아, 알았습니다. 사랑하시는 제자들에게 가시려는 것입니다. 저도 함께 가면서 당신께서 비틀거리시면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제자들은 잠에 곯아떨어져 있으니, 오 예수님, 이것이 당신 마음에 또 하나의 고통이 됩니다. 그러나 당신은 언제나 그들을 불쌍히 여기십니다. 그들을 불러 잠 깨우시고 아버지다운 사랑으로 훈계하시며, 깨어 기도하라고 권고하십니다. 그런 후 동산으로 돌아오십니다.

그러나 당신 성심은 또 다른 고통에 꿰뚫리십니다. 오 제 사랑이시여, 당신의 이 상처를 통하여 저는 자신을 봉헌한 영혼들이 당신께 생기게 할 날카로운 상처들을 봅니다. 그들은 유혹이나 영혼 상태 때문에, 또는 극기력이 없기 때문에, 깨어 기도하면서 당신께 더욱 가까이 오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딴전을 부리며 멀어집니다. 그러니 당신과의 사랑과 일치 안에 성장하는 대신, 꾸벅꾸벅 졸다가 나가떨어지고 맙니다. 오 고난 받는 사랑이시여, 당신은 너무도 측은해 보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더없이 충실해야 할 당신 사람들의 감사할 줄 모르는 모든 망은(忘恩)을 보속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그 고통 때문에 혼절하실 정도로, 흠숭하올 당신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죄들입니다.

 

오 한없는 사랑이시여, 당신 혈관 속에서 이미 끓고 있는 사랑은 일체를 뛰어넘고 일체를 잊어버리는 사랑이십니다. 이제 당신께서는 땅에 꿇어 엎드려 계십니다. 그런 자세로 기도하시며 보속하시고, 아버지께 당신 자신을 바치시며 모든 것을 통해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려고 힘쓰십니다. 사람들이 아버지를 거슬러 저지르는 죄들 때문입니다. 오 저의 예수님, 저 또한 당신과 함께 꿇어 엎드려, 당신께서 하고 계시는 일을 같이 하고자 합니다.

 

오 제 마음의 기쁨이신 예수님, 저는 저희의 죄와 비참과 나약이, 더없이 엄청난 범죄와 더없이 흉악한 배은(背恩)이, 떼지어 당신께로 모여 오고 있음을 봅니다. 그 모든 것이 당신께 달려들어 당신을 짓누르며 상처를 입히고 물어뜯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는 어떻게 하십니까? 당신의 혈관 속에서 끓고 있는 피가 그 모든 죄에 직면하여, 혈관을 터뜨리면서 강물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피가 당신의 온 몸을 적시고 땅 속으로 스며들면서 죄에는 피를 주고 죽음에는 생명을 줍니다.

오 제 사랑이시여, 당신은 참으로 가엾은 처지에 계십니다! 이미 돌아가시는 중이십니다. 착하신 예수님, 제 감미로운 생명이시여, 제발 돌아가시지 마옵소서! 당신의 지극히 보배로운 피가 적시고 있는 이 땅으로부터 부디 얼굴 좀 드시옵소서! 제 팔에 안기십시오. 제가 당신 대신 죽겠습니다.

그런데 저의 귀에는 제 온유하신 예수님께서 끊어질 듯 쇠잔한 음성으로 이렇게 혼잣말을 하시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지 다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태 26,39; 마르 14,36; 루가 22,42 참조 - 역주)

 

어지신 예수님의 이 말씀을 저는 벌써 두 번째로 듣습니다. 당신께서는 제게 무엇을 알려 주시고자,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지 다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하고 말씀하십니까? 오 예수님, 사람들의 모든 반역이 당신 앞에 와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각 사람의 생명이 되었어야 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Fiat Voluntas tua)가 거의 모든 이의 배척을 받고 있다는 것과 그래서 그들은 생명 대신 죽음을 얻고 있음을 보십니다. 그리하여, 딩신은 모든 사람에게 생명을 주시고자, 또 사람들의 반역에 대해서 아버지께 장엄한 보속을 바치시고자 세 번 거듭하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지 다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이 잔은 아버지와 저의 뜻을 물리침으로써 멸망하는 모든 영혼들이니, 제게 너무 쓰디쓴 잔입니다!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하지만 이 말씀을 하심에 따라 그 쓰디씀의 정도가 엄청나게 커져서 당신을 극도로 쇠진시킵니다. 단말마의 고통 속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시는 것 같습니다.

 

오 어지신 예수님, 당신께서 제 팔에 안겨 계시니, 저도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을 거슬러 저질러지는 모든 모욕과 죄들에 대한 보상과 연민을 바치면서 당신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제가 언제 무슨 일을 할 때나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을 준행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당신의 뜻이 저의 숨이 되고 생명이 되며, 저의 심장 고동, 마음, 생각, 삶과 죽음이 되게 하소서. 그러나 부디 돌아가시지는 마옵소서! 당신이 안 계시면 저는 어디로 가겠습니까? 누구를 의지하겠습니까? 당신 아닌 누가 저를 도와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저도 끝장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떠나지 마옵소서. 원하시는 대로 저를 다루시되,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게 해 주십시오. 단 한 순간도 당신과 떨어져 있지 않게 하시어, 당신의 쓰디씀을 단맛으로 바꾸고 당신께 보상을 바치며 모든 사람을 위해서 (극도의 고통에 잠겨 계신) 당신을 동정하게 하소서. 모든 죄와 갖가지 죄들의 무게에 짓눌려 계신 당신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사랑이시여, 그래서 저는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머리에 입맞춥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당신으로 하여금 소름끼치는 역겨움을 느끼시게 하는 악한 생각들뿐입니다. 그 하나하나가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머리를 찌르는 잔혹한 가시입니다. 이는 앞으로 유다인들이 당신에게 씌울 가시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고통입니다. 사람들의 악한 생각이 흠숭하올 당신 머리에 얼마나 많은 가시관을 씌우는지, 그리하여 당신 이마와 머리카락 밑에서부터 얼마나 많은 피가 흘리내리게 하는지 모릅니다! 예수님, 당신이 가엾고도 애처롭습니다! 그 가시관보다 훨씬 많은 영광의 관을 씌워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께 위로를 드리고 연민의 정을 드리며 모든 이의 죄를 배상하고자 저는 모든 천사들의 총명과 당신 자신의 지혜를 당신께 봉헌합니다.

 

오 예수님, 저는 당신의 가엾은 눈에 입맞춥니다. 당신 눈 속에 모든 사람의 악한 눈짓이 보입니다. 이것이 피눈물을 자아내어 얼굴 위로 줄줄 흘러내리게 합니다. 당신이 가엾고도 애처롭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늘과 땅에서 찾아낼 수 있는 모든 기쁨을 당신 앞에 두어 당신 눈길을 위로해 드리고자 합니다.

 

어지신 예수님, 저는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귀에 입맞춥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들리는 소리라고는 끔찍한 모독과 복수의 외침, 그리고 온갖 욕설의 메아리들뿐입니다. 당신의 이 지극히 순결하신 귀 속에 울려퍼지지 않는 소리는 하나도 없습니다. 오, 식힐 수 없는 사랑이시여, 당신이 가엾고도 애처롭습니다! 그래서 저는 천국의 모든 노래와 사랑하올 엄마의 아름다운 음성이, 그리고 마리아 막달레나와 모든 충실한 영혼들의 열정적인 말들이 당신 귀 안에 울려퍼지게 하여 위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생명이신 예수님,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이신 당신 얼굴에 저는 더욱 뜨겁게 입맞춥니다. 이는 천사들이 눈을 뗄 엄두도 못 낼 만큼 아름다운 얼굴, 황홀해서 어쩔 줄 모를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침을 뱉고 손으로 때리고 발로 밟으며 이 얼굴을 모독합니다. 저의 사랑이시여, 이 얼마나 무엄한 짓이옵니까! 저는 그들이 달아날 정도로 한껏 고함을 지르고 싶습니다! 당신이 가엾고도 애처롭습니다! 이 모든 모욕을 보상하고자 저는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 하느님 대전으로 가서 성부님과 성령님의 입맞춤과 그 창조적인 손길의 비할 데 없는 어루만지심을 간청합니다. 또한 천상 엄마께로 가서 엄마의 입맞춤과 그 모성적인 손길의 애무와 깊디깊은 흠숭을 얻어옵니다. 끝으로, 당신께 자기를 봉헌한 모든 영혼들에게 갑니다. 이 모든 것을 당신께 바쳐 드림으로써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 얼굴을 모독하는 모든 죄를 배상하려는 것입니다.

 

감미로우신 제 예수님, 저는 당신의 지극히 감미로우신 입에 입맞춥니다. 그런데 끔찍한 모독, 역겨운 폭주와 폭음폭식, 음란한 대화, 아무렇게나 바치는 기도, 유해한 가르침, 그리고 인간이 혀로 저지르는 온갖 악으로 말미암아 당신 입에서 쓸개즙같이 쓴맛이 납니다. 예수님, 당신이 가엾고도 애처롭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천사들의 찬미와 혀를 올바르게 쓰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찬미를 바쳐, 당신 입에서 단맛이 나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얽매여 계신 제 사랑이시여, 저는 당신의 목에 입맞춥니다. 사람들의 집착과 죄로 말미암아 밧줄과 쇠사슬이 당신의 목을 치렁치렁 감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이 가엾고도 애처롭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께 위로를 드리고자 성삼위의 나눌 수 없는 일치를 봉헌합니다. 또한 저도 이 일치 안에 녹아들어 팔로 당신 목을 안고 사랑의 사슬이 됩니다. 그리하여 거의 질식하실 정도로 당신을 조여 오는 집착의 밧줄들을 없앱니다. 이윽고 저의 가슴에 당신을 꽉 껴안습니다. 원기를 회복하시게 하기 위함입니다.

 

거룩한 성채(城砦)시여, 저는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등에 입맞춥니다. 사람들의 수치스러운 짓과 악한 표양들이 당신의 등을 갈기갈기 찢는 통에 뜯겨진 살점들이 흩어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이 가엾고도 애처롭습니다! 그래서 위로해 드리고자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모범을, 그리고 우리 모후의 모범과 모든 성인들의 모범을 바칩니다. 오 저의 예수님, 이 상처들 하나하나에 입맞추면서 저는 수치로운 짓으로 당신 성심에서 갈라져 나간 영혼들을 이 상처들로 감싸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 인성의 이 모든 상처를 아물게 하고 싶습니다.

 

숨을 헐떡이고 계신 제 예수님, 저는 당신 가슴에 입맞춥니다. 사람들의 냉담함과 미지근함일치 부족배은망덕으로 상처를 입고 계신 가슴입니다. 당신이 가엾고도 애처롭습니다! 원기를 회복시켜 드리고자 저는 성부님과 성령님의 상호 사랑을, 그리고 성삼위 사이의 완전한 일치를 당신께 바칩니다. 오 예수님, 저는 당신 사랑 안에 잠겨, 사람들이 당신에게 상처를 내는 죄들을 던질 때마다 그것을 가로막는 방패가 되고 싶습니다.

 

예수님, 저는 당신의 창조하시는 손에 입맞춥니다. 사람들의 모든 악행이 그만큼 많은 수의 못이 되어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 손을 꿰뚫는 것이 보입니다. 십자가 위에서처럼 세 개의 못이 아니라 사람들이 저지르는 악행의 수만큼 많은 못이 박히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이 가엾고도 애처럽습니다! 고통을 덜어 드리려고 저는 존재하는 모든 거룩한 일들과 당신께 대한 사랑으로 피를 흘리며 목숨을 바치는 순교자들의 용기를 당신께 바칩니다. 요컨대, 오 예수님, 존재하는 모든 선행을 바쳐 악행의 못들을 모조리 뽑아내려는 것입니다.

 

오 예수님, 저는 당신 발에 입맞춥니다. 지칠 줄 모르고 언제나 영혼들을 찾아다니시는 발입니다. 이 발로 당신은 사람들의 모든 발걸음을 감싸 주시건만, 그들 중 많은 사람이 빠져 달아나고 있음을 느끼시기에 그들을 따라잡기를 원하십니다. 그들의 발걸음이 악한 걸음이 될 때마다 못이 박힘을 느끼시고, 바로 그 못으로 그들을 당신 사랑에 단단히 박아 두시고자 하십니다. 그러나 그 아픔과 그들을 당신 사랑에 못박아 두시려는 노력이 어찌나 격심한지 당신은 부들부들 떨고 계십니다. 저의 기쁨, 저의 전부이신 이여, 당신이 가엾고도 애처롭습니다! 당신께 위안을 드리고자 저는 영혼들을 구원하려고 목숨의 위험마저 무릅쓰는 모든 충실한 영혼들의 발걸음을 봉헌합니다.

 

오 예수님, 저는 당신 성심에 입맞춥니다. 당신은 유다인들로 해서 앞으로 겪으시게 될 일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모든 죄로 인한 고통 때문에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계십니다. 이 고뇌의 시간들 속에서 당신은 무엇보다도 사랑을 첫째 자리에 두시고, 둘째 자리에 모든 죄를 두시기를 원하십니다. 이 죄들을 속죄하며 보속하시고, 아버지께 영광을 돌려 드리시면서 신적 의노를 풀어 드리고자 하십니다. 그리고 셋째 자리에 유다인들을 두시기를 원하십니다. 이와 같이 당신께서는, 앞으로 유다인들의 손에서 겪게 되실 수난은 사랑과 죄 때문에 겪고 계시는 이 지극히 쓰라린 이중적 수난의 표현에 불과할 뿐임을 분명히 하십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사랑의 창, 죄의 창, 그리고 세 번째로 찔리게 되실 유다인들의 창 - 이 모든 것이 당신 성심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봅니다. 사랑으로 숨이 막힐 지경인 당신 성심은 억제할 수 없는 사랑의 격렬한 충동과 불타는 갈망으로 모든 이의 마음에 생명을 주시려고 맹렬히 고동치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 당신 성심으로 사람들이 당신께 일으키는 모든 고통을 느끼십니다. 사람들은 당신 사랑을 원하는 대신, 악한 욕망과 그릇된 애정과 저속하게 고동치는 심장으로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랑들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닙니다.

 

예수님, 당신은 얼마나 큰 고통에 잠겨 계십니까! 저희 죄악의 드센 물살에 잠겨 실신하시는 모습이 보이니, 참으로 가엾고도 애처롭습니다! 저는 영원무궁한 감미와 당신의 사랑하시는 엄마의 더없이 감미로운 사랑을 바쳐, 삼중의 창에 찔리시는 당신 성심의 쓰라린 고통을 누그러뜨리고자 합니다.

 

오 저의 예수님, 이제부터는 제 마음이 당신 마음에서 생명을 받아들여 오직 당신 마음으로만 살아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당신이 모욕을 받으실 때마다 항상 위로와 위안과 그칠 줄 모르는 사랑의 행위를 바칠 태세로 있게 해 주소서.

 

 

성찰과 실천

 

겟세마니에서의 둘째 시간 동안, 과거와 현재와 미래 곧 모든 시간에 걸친 모든 죄가 예수님 앞에 나타난다. 예수님은 당신 아버지께 완전한 영광을 돌려 드리시려고 그 모든 죄를 떠맡으신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보속과 기도를 바치시며 당신 마음으로 우리 영혼의 모든 상태를 체험하셨고, 어떤 경우에도 기도를 소홀히 하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영혼이 어떤 상태에 있든지 - 이를테면, 냉랭하거나 괴로움에 잠겨 있거나 유혹에 시달릴 때 - 항상 기도하는가? 변함없이 꾸준하게 기도하는가? 예수님의 삶 전체를 우리 안에 재현하기 위하여 우리 영혼의 고통을 보상과 위로의 선물로 드리면서 그 고통이 바로 그분의 고통들 중 하나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가? 이처럼 우리는 연민과 위로의 행위로서 예수님의 한 고통이 되어 예수님을 에워싸고, 이렇게 말씀 드려야 할 것이다. “당신께서는 고통을 너무 많이 받으셨으니 쉬셔야 합니다. 당신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으시니, 저희가 대신 받게 해 주소서.”

 

우리는 실망에 빠져 있는가, 아니면 우리가 당하는 모든 고통을 예수님께 바치면서 그분의 발치에 머물러 그분께서 우리 안에서 당신 인성을 발견하실 수 있도록 하는가? 달리 말해서, 우리는 예수님의 인성으로 봉사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예수님은 당신 인성으로 어떻게 행동하셨는가? 당신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시고,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서 속죄하시며 간구하시지 않았는가?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 속에서 예수님의 이 세 가지 지향을 가지고 있는가? 그래서 우리 자신들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인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인가?

 

또한, 어떤 어둠의 지배를 받고 있을 때에, 다른 사람들 안에 진리의 빛이 빛나게 하고자 하는 지향이 우리에게 있는가? 그리고 열렬히 기도할 때에도, 죄로 굳어진 수많은 영혼들의 얼음덩이를 녹이고자 하는 지향이 있는가?

 

저의 예수님, 이토록 핍진 상태에 계신 당신께 연민의 정과 위로를 드리기 위하여 저는 하늘로 솟아올라 당신 자신의 신성을 저의 것으로 삼고, 이 신성으로 당신을 에워쌈으로써 사람들의 모든 죄악을 당신에게서 몰아내기를 원합니다. 당신의 아름다움을 바침으로써 죄의 더러움을 몰아내고, 당신의 성성(聖性)을 바침으로써 은총의 길을 막고 죽어 있기 때문에 심한 역겨움을 느끼시게 하는 저 모든 영혼들의 소름끼치는 참상을 몰아내고, 당신의 평화를 바침으로써 모든 사람의 분열과 반역과 소란을 몰아내고, 당신의 아름다운 음성을 바침으로써 수많은 악한 음성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모욕하는 당신의 귀를 상쾌하게 해 드리기를 원합니다.

 

저의 예수님, 저는 당신께서 받으시는 모욕만큼 많은 수의 하느님께 맞는 보상 행위들을 당신께 바치고자 합니다. 이 모욕들이 당신께 달려들어 죽이기라도 할 듯한 기세이니, 당신 자신의 행위들을 가지고 당신께 생명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오 예수님, 당신의 신성을 모든 사람들 위에 흘러넘치게 하여, 그들이 당신의 신적 손길을 느끼고 다시는 모욕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오 예수님, 이것만이 당신께서 사람들로부터 받으시는 모든 모욕에 대해 제가 함께 마음 아파하며 연민의 정을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오 예수님, 제 사랑하올 생명이시여, 저의 기도와 고통이 언제나 하늘로 솟아올라 모든 사람 위에 은총의 빛이 쏟아져 내리게 하고, 당신 자신의 생명을 저 자신 안으로 빨아당기게 해 주소서.

 

 

감사기도

 

오 인자하신 주님, 동산에서 크나큰 고뇌에 잠겨 계시면서 저로 하여금 적어도 한 시간 동안은 당신의 동반자가 되어 당신 마음에 기쁨을 드리게 해 주셨으니 감사하나이다.

 

오, 어지신 예수님, 당신께서는 제게서 변변찮은 위로밖에 받지 못하셨건만, 그럼에도 당신은 자비로우신 당신 마음에서 무한히 넘쳐흐르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사람이 당신께 보여 드리는 극히 하찮은 연민 속에서도 위로를 얻으시나이다.

 

저는 겟세마니의 불길한 공포 속에서 흠숭하올 당신 몸이 부들부들 떨며 얻어맞아 으스러지고, 땅에 얼굴을 대기까지 낮아지고, 피땀으로 온통 뒤덮인 모습을 결코 잊지 않겠나이다!

오 예수님, 당신의 고통 안에 당신과 함께 있는 것, 당신 성심의 통탄할 쓰디씀을 단 한 방울만이라도 맛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지닐 수 있는 가장 큰 재산임을 저는 체험했나이다.

 

오 예수님, 저는 헛되고 세속적인 모든 것을 기꺼이 포기하나이다. 오직 당신만을, 학대와 고난을 받으시며 괴로워하시는 제 주님 당신만을 원하나이다. 이 동산에서부터 갈바리아까지, 줄곧 충실하고 아낌없는 마음으로 당신을 동반하고자 하나이다,

 

오 예수님, 저도 당신과 함께 사로잡혀서 당신과 함께 법정으로 끌려가게 해 주소서. 당신 원수들이 바야흐로 당신께 퍼부으려고 하는 독설과 능욕과 침뱉음과 뺨 때림을 저도 나누어 가지게 하시며, 빌라도에게서 헤로데에게로 다시 빌라도에게로 끌려 다니시는 당신과 함께 있게 해 주소서. 당신과 함께 기둥에 묶여 그 채찍질의 일부만이라도 당하게 해 주소서. 예수님, 당신에게 들씌워진 가시들 중 몇 개만이라도 저를 찌르게 하시고, 당신과 함께 십자가 사형 선고를 받게 해 주소서. 당신께서 저를 위한 사랑의 산 제물이 되신 것처럼, 저는 제 죄에 대한 보속의 산 제물이 되겠나이다.

 

당신을 따라 갈바리아를 올라가도록 제게 키레네 사람 몫의 운명을 주소서. 그리고 거기에서 당신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혀 임종 고통을 치르다가 당신과 함께 죽게 해 주소서.

 

오 비탄에 잠기신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제가 동산에서 예수님과 함께 고뇌를 나눌 수 있는 도움을 주셨나이다. 이제 어머니와 함께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에 달릴 수 있는 도움도 주시어, 어떻게 하면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상 죽음과 같은 공로로 더없이 합당한 보속을 그분께 드릴 수 있을지, 그 방법도 알려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