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지를 뽑으려다 …
- 조승균 바오로 신부 (정약종관 관장)
봄에 대파 씨앗을 천 원에 사서 모종한 다음 텃밭에 심어 키우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잡초도 파처럼 기다랗게 대파 옆에 붙어서 성장한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가라지를 뽑지 말고 추수때 정리하시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내가 하는 일은 옳고, 내 판단은 정확하기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고 더 나아가 가끔 착각 속에서 나는 밀과 같이 선한 존재이고 함께 일하는 동료가 가라지처럼 보이는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경우에는 흥분해서 복음에 나오는 종들처럼 “저희가 가서 가라지를 뽑아 버릴까요?”하는 욱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라지를 뽑으려다 밀까지 뽑힐 위험을 경고하시는 주님의 뜻은 형제들의 행실이 확실히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사람은 가라지 와 달리 성장 과정에서 변화될 수 있고, 시간이 흘러 더 건전한 인격으로 성숙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기에 형제를 자기 뜻대로 판단하지 말고 참고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사랑을 외치고 정의에 죽고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고자 하는 이 교회도 밤과 낮이 있었듯이, 이 세상은 악과 선이 함께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누가 만일 자기만이 옳고 선하다고 한다면 그는 하느님의 뜻과 진정한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가라지가 밀과 함께 밀밭에서 자라게 놔두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뜻을 헤아리며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형제의 허물을 이해하고 형제의 변화를 참고 기다리는 인내와 너그러움이 필요합니다.
아프리카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어느 한 부족 이야기 입니다. 이들은 세상 어느 곳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풍습이 있는데 그것은 ‘용서의 날’이 있다고 합니다. ‘용서의 날’은 날씨가 좋은 날을 택해 모든 사람이 친구나 이웃에게 어떤 잘못이라도 용서해주기로 서약을 하는 날입니다. 그것이 오해든 사실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을 모두 털어내고 다 용서해주는 겁니다.
누군가가 말하길 ‘인생을 수월하게 보낼 수 있고 하루 를 좀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치료법은 바로 용서’라고 합니다. 용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자선이 아니라 흐트러진 자신을 가다듬는 행위인 것입니다.
-의정부교구 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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