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주님

토마스 머튼, '장자의 길'에서

Skyblue fiat 2020. 5. 5. 20:55



옛 진인眞人들은

삶에 대한 욕망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일체 알지 못했다

그들은 들어옴에 아무런 기쁨도

또 저쪽으로 나감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들어오고 나감이 모두 쉬웠다

이들은 스스로 어디에서 왔음을 잊지 않았고

또 어디로 갈 것임을 묻지 않았으며

삶을 찾아 길을 헤치며

무자비하게 나아가지 않았다

이들은 다가오는 삶을 그대로 즐겁게 받아들이며

다가오는 죽음 또한 거침없이 받아들여

멀리 멀리 사라져갔다!

이들은 도道를 거스를 마음이 없었다

이들은 그들 자신의 궁리에 따라서

도를 뒷바침하려 하지 않았다

이들이 우리가 진인眞人이라 부르는 사람들이었다


마음은 자유롭고

사념은 사라지고

이마는 환하고 얼굴은 평온했다

이들은 서늘했던가? 오직 가을처럼만 서늘했다

이들은 뜨거웠던가? 봄보다 더 뜨겁지 않았다

이들에게서 불어나오는 것은 모두

사계절처럼 고요하게 전해졌다




 - 토마스 머튼, '장자의 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