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권-41, 예수님께서 쓰디쓴 액체를 쏟아 부어 주시다
1910년 8월 19일
1.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있다가 나 자신을 벗어나 어느 성당 안에 있게 되었는데, 제대 위쪽에 천상 여왕님과 온통 눈물에 젖은 아기 예수님이 계셨다. 천상 엄마께서 내게 눈짓으로, 아기 예수님을 팔에 받아 안고 할 수 있는 대로 울음을 진정시켜 드려야 함을 깨닫게 하셨다. 나는 다가가서 아기 예수님을 팔로 받아 꽉 껴안고 이렇게 말씀드렸다.
2. “사랑하올 아기님, 무슨 일이십니까? 저에게 괴로움을 쏟아 부으십시오. 당신께 향유를 발라 드리며 모든 고통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사랑 아닙니까? 모든 것을 잊게 하고 모든 것을 감미롭게 하며 어떤 다툼이든지 화해시키는 것이 사랑 아닙니까? 당신께서 울고 계시다면 당신의 사랑과 피조물들의 사랑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무엇이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서로 사랑하십시다. 당신 사랑을 저에게 주시면 제가 당신 자신의 사랑으로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3. 그러면서 나는 아무도 다 말할 수 없을, 쓸데없는 말을 많이도 늘어놓았다. 그러자 그분은 울음을 좀 그치시는 것 같았으나 완전히 그치지는 않으셨다. 그리고 모습을 감추셨다.
4. 그 다음날에도 다시 나 자신을 벗어난 나는 어느 동산에 있었고 거기에서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양팔에 예수님이 안겨 있었다. 제 11처에 이르자 복되신 예수님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지신 듯 나를 세우시더니 입을 내 입에 갖다 대시고 걸쭉한 무슨 액체를 내 안에 쏟아 부으셨다. 그것은 삼킬 수 있는 액체였지만 너무 건 부분은 도무지 내려가려고 하지를 않았으므로, 예수님께서 내게서 입을 떼시자 그만 땅바닥으로 쏟아내고 말았다. 그래서 예수님을 바라보니 타르처럼 까맣고 걸쭉한 액체가 그분의 입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굉장히, 아주 굉장히 놀란 나는 그분에게 이렇게 부르짖었다.
5. “내가 보기에 너는 예수님이 아니다. 너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아들이신 예수님이 아니고 악마다. 내가 원하고 사랑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수님이지 절대로 악마가 아니다. 나는 악마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좀이라도 악마와 더불어 노닥거리기보다는 차라리 예수님 없이 지내는 편이 낫다.” 그리고 더욱 확인하기 위해서 예수님께 십자가를 긋고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하였다.
6. 예수님은 나의 경악을 흩어 없애시려고, 바라볼 수조차 없는 그 까만 액체를 당신 자신 속으로 거두어들이셨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7. “딸아, 나는 악마가 아니다. 네가 보게 된 이것은 사람들이 나를 거슬러 저지르는 크나큰 불의일 뿐이다. 이제는 내가 더 참을 수 없어졌으니 그것을 그들 위에 쏟아 부을 작정이다. 너에게 부어넣은 것은 그 일부인데 네가 다 삼킬 수는 없어서 땅바닥에 쏟아낸 것이다. 그들에게는 내가 계속적으로 (징벌을) 쏟아 붓겠다."
8. 그분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나로 하여금 하늘에서 어떤 징벌들이 쏟아지게 하실 것인지 깨닫게 하셨다. 그러나 그분은 가슴이 미어지도록 쓰라린 눈물에 잠겨 애곡(哀哭)하는 이들을 감싸실 것이고, 내 안에 부어 넣으신 그 미량의 액체로 말미암아 전체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내 고장을 거기에서 면하게 해 주실 것이다.
9. 그리고 그분은 내게 수많은 사망자들을 보여 주셨다. 전염병들과 지진 및 다른 재난들로 인해 죽은 이들이었다. 얼마나 황량한지! 얼마나 비참한지!
9권-42, 예수님을 달아나시게 하는 사람들과 안식의 시원한 젖을 드리는 영혼
1910년 8월 22일
1. 평소와 같이 머물러 있다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많은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들은 복되신 예수님을 달아나시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예수님은 계속 달아나고 달아나셨지만, 가시는 곳마다 (쉴) 자리가 없어서 다시 달아나셨다. 결국,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지칠 대로 지치고 고민하시는 모습으로 내게 오셨다. 내 품에 뛰어들어 착 달라붙으시더니 뒤쫓아오는 사람들에게 “이 영혼에게서는 너희가 나를 달아나게 할 수 없다! ” 하셨다.
2. 그들은 창피를 당한 채 물러갔고, 그분께서는 내게 “딸아, 이제 더는 견딜 수 없으니 시원한 걸 좀 주려무나.” 하셨다. 그리고는 내 젖가슴에 달라붙으시어 젖을 빨기 시작하셨다.
3. 그 무렵 나는 나 자신 안에 돌아와 있었다.
9권-43, “전념할 것은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이지 이러쿵저러쿵하는 이들의 말이 아니다”
1910년 9월 2일
1. 십자가를 지고 해골산으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에 대해서, 특히 그분께서 여인들을 만나신 순간에 대해서 생각하였다. 그때 그분은 당신의 고통을 잊으신 채 저 가련한 여인들을 위로하시고 응답과 가르침을 주시기도 하는 일에 전념하셨다.
2. 예수님께서는 얼마나 모든 것이 사랑이었는지! 위로가 필요한 이는 바로 그분이었건만 오히려 위로를 주신 것이다. 그것도 그토록 참혹한 처지에서! 온몸이 상처로 뒤덮인데가가 가시들이 극도로 아프게 찔러대는 머리, 십자가의 무게에 짓눌려 숨을 헐떡이며 초주검이 되신 그런 처지에서 남들을 위로하셨던 것이다!
3. 조그만 십자가 하나만 있어도 남들을 위로해야 하는 본분을 잊기 십상인 우리에게 그분은 얼마나 빛나는 모범을 보여 주시며 또 얼마나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시는가!
4. 그래서인지 예수님께서 수난의 이 단계에서 당신이 행하신 바를 본받으라고 내게 여러 번 촉구하신 일이 기억에 떠올랐다. 그것은 나의 내면을 찔러 마구 찢어발기는 듯한 그분 부재의 고통에 짓눌린 상태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였다. 그분께서 당신을 본받으라고 몰아대시니 그토록 뼛속까지 쑤시는 고통 속에서도 나 자신을 잊고, 그들을 위로하며 가르침을 주려고 무진 애를 쓰곤 했던 것이다.
5. 그러나 지금은 순명으로 말미암아 또 순명 덕분에 사람들과 상대하지 않는, 자유로운 처지에 있기에, 더는 그런 상황에 처해 있지 않게 해 주신 예수님께 감사를 드리고 있었던 참이다..... 더 자유로운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오직 나 자신에게 전념할 수 있어졌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6. 그런데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움직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7. “딸아, 그러나 내게 있어서 그것은 하나의 위안이었다. 특히, 참으로 선행을 베풀려고 와 있었던 그들 안에서 내가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8. 이 시대에는 진실로, 참된 내적 기백을 영혼들 안에 던져 넣는 이들이 별로 없다. 그들 자신이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다른 이들 안에 파급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만물과 만인으로부터의 이탈이라는 참된 기초도 없이, 과민하고 세심하며 경박하게 굴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덕행을 낳지 못한다. 꽃이 피려고 하다가 죽어 버리기 때문이다.
9. 그럼에도 자기네 덕분에 영혼들이 꼼꼼하고 세심해졌으니 진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진보는 고사하고, 이런 이들은 그야말로 영혼들을 멸망으로 이끄는 장애물인즉, 그들 때문에 내 사랑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 빈속으로 있게 된다.
10. 그러므로 나는 너에게 내적인 길에 대해 많은 빛을 주어 참된 덕행과 참사랑에 대한 진리를 깨닫게 하였다. 네가 그래서 진리 안에 있게 되었으니 너의 입을 통하여 내가 다른 이들로 하여금 덕행의 참된 길을 알아듣게 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기쁨을 느꼈던 것이다.”
11. 나는 “하지만 복되신 예수님, 제가 저 희생을 한 뒤 사람들은 돌아다니며 말질을 해댔습니다. 그들의 방문을 금지하는 명령이 내린 것은 합당한 조처였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12. “하기로 되어 있는 선을 행하기보다 남들의 입방아에 신경을 쓰는 것은 잘못이다. 사람들은 나를 놓고서도 그렇게 말질을 일삼곤 했는데 내가 그런 것에 신경을 쓰려고 들었다면 인류 구원 사업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전념할 것은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이지 이러쿵저러쿵하는 이들의 말이 아니다. 그런 말들은 그렇게 하는 이들에게나 남을 뿐이다.”
9권-44, 예수님께서 한 영혼에게 하시는 행위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1910년 9월 3일
1. 여느 때와 같이 있노라니 복되신 예수님께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다. 그분은 입맞추시며 나를 껴안고 어루만지셨는데 이 입맞춤과 포옹을 여러 번 반복하셨다. 나는 예수님께서 극히 비천한 조물인 나를 입맞춤과 포옹으로 휩싸실 만큼 과분하게 대해주시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줍은 듯 머뭇거리면서 예수님을 안고 입을 맞추자, 그분은 당신에게서 나오는 한 줄기 빛으로 내게 이 사실을 깨닫게 해 주셨다. 즉, 예수님께서 오시면 그것은 항상 큰 선익이라는 것, 나뿐만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에게 선익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분께서 한 영혼을 사랑하시며 당신 자신을 쏟아 부어 주심을 통하여 전 인류를 보시기 때문이다.
2. 실제로 그 영혼 안에는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수많은 유대가 있으니, 유사성의 유대, 부자간의 유대, 형제간의 유대, 모두가 하느님의 손에서 빚어져 나왔다는 사실이 이루는 유대, 모두가 그분에 의해 구속되었다는 사실이 이루는 유대이다. 이 때문에 그분은 당신의 피로 날인된 우리를 보시는 것이다.
3. 그런즉 이 모든 것을 보시는 그분께서 한 영혼을 사랑하시며 은혜를 베푸시기에 다른 이들도 그 사랑과 은혜를 받게 된다. 전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일부는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복되신 예수님께서 내게 오셔서 입맞추시며 껴안고 어루만지시며 나를 보실 때면 - 우리가 징벌의 때에 있으므로 - 다른 모든 이들도 보시고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징벌을 면하게 해 주시려는 것이다.
4. 그 뒤 나는 천사로 여겨지는 한 젊은이를 보았다. 그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재앙을 당하게 될 이들에게 표를 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의 수가 많은 것 같았다.
9권-45, 감동된 표정으로 영혼의 탄식을 듣고 계신 예수님
1910년 9월 9일
1. 늘 같은 상태로 머물러 있었으나 복되신 예수님은 오시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혼잣소리를 하였다.
2. “예수님은 참 많이도 변하셨다. 이제는 전처럼 나를 사랑하시지 않는가 보다! 내가 항구하게 침상에만 붙박여 지내기 전에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에는 내게 며칠 동안 고통을 참아 받으면 그것을 그치게 하시겠다고 당부하셨고, 내가 그렇게 하자 과연 재앙이 멎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전히 나를 침대에 잡아 두시면서도 콜레라가 가련한 이들을 괴롭힌다는 소문을 들린다고 말씀드려도 들은 체도 하지 않으신다. 그러니까 더 이상은 나를 활용하실 마음이 없어진 것이다!”
3.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내 내면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더니, 예수님께서 거기서 고개를 들고 나를 보시며 아주 감동된 표정으로 내 말을 듣고 계시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나를 보고 계시는 것을 내가 알아챘다는 것을 아신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4. “내 착한 딸아, 너는 참 끈질기게 졸라대는구나! 억지로라도 나를 이기고 싶은 거지? 좋다, 좋아. 하지만 이제 더는 귀찮게 굴지 말아라.”
5. 그리고 그분은 모습을 감추셨다.
9권-46, 사랑과 진실과 청렴결백으로 무장해야 하는 까닭
하느님의 뜻에 일치한 영혼과 자비의 빼어난 승리
1910년 9월 11일
1. 여느 때와 같이 머물러 있노라니 고해사제가 나로 하여금 자기 고통을 받게 하려는 지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엎치락뒤치락 얼마간 신고(辛苦)한 끝에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약간(의 고통에만) 동의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이 세상 때문에 내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구나. 많은 이들이 나를 노하게 하면서 내 손에서 억지로 징벌들을 낚아채고 있다.”
3.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에 비가 억수로 쏟아지면서 포도밭에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거기에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고해사제를 위하여 기도했다. 그리고 사제의 손을 잡고 예수님께서 그에게 손을 대어 주시기를 바랐는데 그렇게 해 주시는 듯 하기에, 주님께서 이 사제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고 청하였다.
4. 그러자 예수님은 사제에게 “나는 사랑과 진실과 청렴결백을 원한다. 이 미점들로 무장하지 않으면 나와는 영 딴판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사랑’이라고 하신 순간, 사제의 팔다리와 마음과 지성에 온통 사랑을 각인하시는 것 같았다.
5. 오, 예수님은 얼마나 선하신 분이신지!
6. 나중에, 9일인 그저께 쓴 내용을 신부님께 말씀드렸으나 나로서는 확신이 없는 상태여서 “과연 예수님께서 나를 기쁘게 해 주시려고 벌을 일시 정지시키실 것인지..... 혹은 그것이 나의 상상일 뿐이라면.....어쨌든 이런 이야긴 쓰지 않아도 되면 참 좋겠는데.....”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7.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8. “딸아, 정의와 자비는 계속적인 싸움 상태에 있고, 자비의 승리가 정의의 승리보다 수적으로 우세하다. 그런데 어떤 영혼이 나의 뜻에 온전히 일치해 있으면 나의 외적 활동에 참여하면서 그의 고통으로 보속을 바치므로, 자비가 빼어나게 훌륭한 승리를 거둔다. 나는 또한 나의 모든 속성들에 자비의 관을, 또 정의의 관을 씌우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까닭에, 나와 일치해 있는 그 영혼이 끈질기게 자꾸 졸라대는 것을 보면 그를 기쁘게 해 주려고 항복하고 만다. 그 영혼이 자기의 모든 것을 나의 뜻에 맡겼기 때문이다.
9. 이런 이유로, 내가 항복하고 싶지 않을 때에는 (너에게) 오지 않는다. 항복하지 않고 버틸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아서이다. 그런데도 네가 미심쩍게 여길 이유가 있겠느냐?"
9권-47, “덕행은 저마다 영혼이 획득하는 하늘이다.”
1910년 9월 22일
1. 오늘 아침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있는 내게 복되신 예수님께서 잠시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딸아, 덕행은 저마다 영혼이 획득하는 하늘이다. 그런즉 덕행을 많이 쌓아 가는 영혼은 그만큼 많은 하늘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3. 이 하늘들이 모든 인간적인 성향을 쳐부수고 세속적인 것을 없애 버림으로써 영혼으로 하여금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신묘한 기류와 지극히 거룩한 기쁨 및 최상선의 천상 향기가 풍기는 분위기 속을 유유히 거닐게 하면서 영원한 기쁨의 몫을 미리 맛보게 한다.”
9권-48, 예수님께 대한 사랑은 영혼을 그분으로 변모시킨다
1910년 10월 1일
1. 성체를 영하고 나자 내가 완전히 복되신 예수님으로 변화된 느낌이어서 ‘어떻게 하면 예수님으로 변화된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2. 그랬더니 예수님께서 나의 내면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하였다.
3. “딸아, 네가 항상 나로 변화된 상태로 있고자 한다면, 아니 차라리 나와 하나가 되고자 한다면, 항상 나를 사랑하여라. 그러면 그 변화를 보존할 것이다. 사실, 사랑은 불이다. 어떤 나무를 불 속에 집어넣건,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마른 나무든 생나무든 전부가 하나같이 불의 형상이 되다가 결국 불 자체로 바꾼다. 또한 이 모든 나무들에 불이 다 붙고 나면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생나무인지 마른 나무인지도 구분이 되지 않는다. 불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이다.
4. 영혼이 나를 끊임없이 사랑할 때에도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
사랑은 영혼을 하느님으로 변화시키는 불이다. 사랑은 하나로 결합시키고, 사랑의 불꽃은 모든 인간 활동을 둘러싸면서 하느님 활동의 형상을 부여한다.”
9권-49, 예수님께서 보시는 것은 희생의 정도가 아니고
희생하는 이의 사랑과 그분과의 일치 정도이다
1910년 10월 17일
1.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있으면서 사랑하올 예수님께 수년 전 내 고해사제였던 어느 신부님의 복된 귀천(歸天)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2. “그 사제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으며, 당신의 영예와 영광을 위하여 얼마나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었는지 기억해 주십시오. 그런데다가 그는 저를 위해서도 많은 일을 하지 않았습니까? 많은 고통을 겪지 않았습니까? 이제 그에게 상급을 베푸시어 천국으로 바로 건너가게 해 주십시오.”
3. 그러자 복되신 예수님께서 “딸아, 나는 희생은 별로 보지 않는다.” 하고 말씀하셨다.
“내가 보는 것은 그 희생을 하는 사람의 사랑과 나와의 일치 정도이다. 그러므로 영혼이 나와 일치할수록 내가 그의 희생을 그만큼 더 많이 셈에 넣는다. 그가 나와 더 긴밀히 일치하면 그의 극히 작은 희생도 크게 헤아려 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치 안에는 사랑의 리듬이 있고, 사랑의 리듬은 영원한 것이어서 끝도 한도 없기 때문이다.
4. 이에 반해서, 아주 많은 희생을 하지만 나와 일치해서 하지 않는 영혼에 대해서 나는 그의 희생을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이의 희생으로 보고 거기에 맞을 만한 보수만 준다. 그러니 그 보수가 얼마나 되겠느냐?
5. 서로 사랑하는 아버지와 아들을 상상해 보아라. 아들이 하는 희생은 작은 것들이지만 아버지는 부자(부자)의 일치와 사랑의 유대라는 더없이 큰 유대로 말미암아 그 작은 희생들을 큰 것으로 본다. 그는 의기양양하고 영예로운 기분이 되어 자기의 재산을 모두 아들에게 주고, 온 정성과 주의를 쏟아 아들을 보살핀다.
6. 이제 종을 생각해 보아라. 그는 주인의 명에 따라 덥거나 춥거나 종일 일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그를 위하여 밤늦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을 받겠느냐? 보잘것 없는 하루 품삯일 뿐이다. 그것도 날마다 일하지 않으면 굶어야 할 것이다.
7. 이와 같은 것이, 나와의 일치를 이룬 영혼과 그렇지 못한 영혼의 차이이다.”
8. 복되신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 나는 그분과 함께 나 자신의 바깥에 나가 있었고, 그래서 다시 “제 감미로운 사랑이시여, 말씀해 주십시오. (그 사제의) 영혼은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여쭈어 보았다.
9. 예수님은 “연옥에 있다. 오, 그가 얼마나 밝은 빛 안에 잠겨 있는지 네가 본다면 여간 놀라지 않을 것이다.”하셨다.
10. “연옥에 있다고 하시면서 빛 안에 잠겨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하고 내가 의아해하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11. “그렇다. 빛 안에 잠겨 있다. 그는 이 빛을 미리 맡겨 두었는데, 죽음의 순간이 되자 그것이 그를 휩쌌고 앞으로도 결코 그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12. 나는 그 빛이 그가 순수한 지향으로 행한 선행들임을 깨달았다.
9권-50, 마음의 소란과 그것이 끼치는 나쁜 영향
“모든 것이 하느님의 손가락에서 나온다.”
1910년 10월 24일
1. 사랑하올 예수님의 상실로 인해 매우 괴로워하였다. 영성체를 한 뒤 그분의 그 부재를 애통해하고 있었더니 예수님은 내 안에서 “딸아, 슬픈 일이, 대단히 슬픈 일이 일어나고 있고 또 일어날 것이다.” 하셨다. 나는 가슴이 철렁하였다.
2. 그리고 여러 날이, 예수님을 뵙지 못한 채 지나갔다. 그저 이렇게 자주 말씀하시는 그분의 음성이 들렸을 뿐이다. “내 착한 딸아, 내가 오지 않는 것을 꾹 참고 견뎌라. 나중에 그 까닭을 설명해 주마.”
3. 그래서 몹시 가슴이 아팠지만 그럼에도 내면은 정말 평온하였다. 그때 갑자기 내 마음을 무척 슬프게 하고 또한 소란하게 하는 꿈을 꾸었다. 게다가 예수님의 부재 속에 있었던 터라 예수님만이 지니신 저 평화의 분위기에 싸여 있기 위해 의지할 데도 없는 것이었다.
4. 오, 마음이 소란한 영혼의 처지는 얼마나 딱한 것인지! 이 소란은 사람이 마시는 지옥의 공기이다. 이 지옥의 공기가 평화로운 천상 공기를 쫓아내면서 영혼 안에서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소란이 영혼 안에 지옥의 공기를 뿜어 넣으면서 어찌나 강력히 영혼을 지배하는지, 그 악독한 타격으로, 가장 거룩하고 순수한 것을 가장 추하고 위험한 것으로 보이게 하니 말이다. 그것은 또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영혼은 그 무질서에 넌더리가 난데다 지옥 공기가 풍기는 고약한 냄새에 젖어들기도 하여, 무엇이든지 귀찮아지고 바로 하느님에 대해서조차 따분함을 느끼게 된다.
5. 나는 내 내면이 아니라 내 주위에서 그 지옥 공기를 느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내게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지,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는다는 사실마저 더 이상 마음을 쓰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분을 원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이는 사소한 일이 아니라 정말 심각한 일이었으니, 내가 좋지 못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고통도 예수님의 방문도 다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다는 확신이 들었고, 따라서 이제부터는 단연코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다.
6. 그러나 이 점에 대하여 내가 지금 모든 말을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까지 쓴 것도 다만 순명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7. 그리고 그 다음날 밤, 나는 하늘에서 호우가 쏟아져 막대한 피해를 내며 도시들을 완전히 물에 잠그는 광경을 보았다. 그 꿈에서 너무나 충격적인 인상을 받아서인지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때 비둘기 한 마리가 내 주위에서 맴돌다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8. “살랑거리는 나뭇잎과 풀들의 몸짓, 졸졸 흐르는 물소리, 땅에 충만한 빛, 모든 자연의 움직임 - 이 모든 것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손가락에서 나온다. 홀로 너의 처지만은 하느님의 손가락에서 나오지 않았겠는지 생각해 보아라.”
9. 그러므로 신부님이 오셨을 때 나의 상태에 대하여 죄다 말씀드렸다. 그러자 신부님은 그것이 내 마음을 소란스럽게 하려고 든 악마의 짓이었다고 하셨다. 나는 좀 평온한 마음이 되었으나 마치 중병을 앓고 난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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