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시(새번역)/4권 공생활 둘째해(하)

하사시4권 [262. 손이 마른 남자 263. 나자렛에서의 유다의 하루]

Skyblue fiat 2025. 6. 12. 02:03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제4권 공생활 둘째 해(하)1 p241~p256

 

262. 손이 마른 남자

1945. 8. 26.

예수께서 카파르나움의 회당으로 들어가신다. 오늘은 안식일이라 회당은 신자들로 천천히 채워진다. 모든 사람이 예수를 보고 몹시 놀란다. 모두가 소곤거리며 예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어떤 사람들은 이 사도 또는 저 사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그들이 언제 돌아왔는지를 묻는다. 그들이 돌아온 것을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내 친구여, 우리는 벳사이다에서 오면서 규정된 것 이상은 한 걸음도 더 걷지 않으려고 ‘무화과나무 우물’에서 상륙했소.”

베드로가 바리사이 우리야에게 대답하자, 그는 어부에게 친구라고 불린 것을 기분 나빠하며 경멸하는 표정으로 맨 앞줄에 있는 자기의 동료들에게 간다.

“형, 저 사람들을 놀리지 마!”
안드레아가 충고한다.

“저 사람들을 놀린다고? 그 사람이 나에게 묻기에 나는 안식일을 존중하느라 우리는 걷는 것을 피했다고 대답했는데.”

“그들은 우리가 배 위에서 일했다고 말할 거야…”

“그들은 우리가 숨 쉬느라고 일했다고 말할 거야! 바보야! 우리가 배를 타고 갈 때 일하는 건 배와 바람과 물이지 배에서 항해하는 우리가 아니잖아.”

안드레아는 질책을 꾹 참으며 침묵한다.

시작 기도들이 끝난 다음 성경 구절을 읽고 설명할 시간이 되었다. 회당장이 예수께서 그렇게 해주시기를 청한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바리사이들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신다.
“저분들에게 하라고 하시지요.”

그들이 사양하자 부득이 예수께서 말씀하시게 된다.
예수께서는 열왕기 1권(사무엘기 상권)에서 다윗이 어떻게 지프 지방 사람들에게 배반당하여 기브아에 있던 사울에게 밀고 당하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기술한 구절을 읽으신다.(1사무23,19-28) 그분께서는 두루마리를 회당장에게 돌려주신 다음 말씀을 시작하신다.

 

“사랑과 손님대접과 정직의 가르침들을 어기는 것은 항상 악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전혀 가책 없이 그런 일을 주저 없이 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사랑의 계명 위반에 대한 두 가지 삽화와 그에 대한 하느님의 징벌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지프 사람들의 행동은 속임수였습니다. 사울의 행동도 똑같이 비열했습니다. 지프 사람들은 두 사람 중 더 강한 자의 편에 가담하여 이익을 얻어내려는 의향 때문에 비열했고, 사울은 주님의 기름 부음 받은 사람을 제거하려는 의향 때문에 비열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각자의 이기심으로 결합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거짓되고 죄 많은 왕이 그 비열한 제안에 대하여 감히 주님의 이름을 언급하며 대답했습니다. ‘여러분은 주님의 축복을 받으시오.’

하느님의 정의에 대한 조롱! 습관적인 조롱입니다! 주님의 이름과 그분의 축복이 너무 자주 사람의 악에 대한 보상이나 보증으로 들먹여집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너희는 주님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마라.’ 자기의 이웃에게 범죄를 저지르기 위하여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더 헛되고, 더 악한 것이 있을 수 있습니까?

그런데도 그것은 다른 어떤 죄보다도 더 흔한 죄이고, 주님의 모임과 의식과 가르침에 있어 항상 앞장서는 사람들에 의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지는 죄입니다. 자기의 이웃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사하고, 살펴보고, 준비하는 것이 죄라는 것을 기억하시오. 자기의 이웃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조사하게 하고, 살피게 하고, 준비하게 하는 것도 죄입니다. 그것은 상으로 유혹하거나 보복으로 위협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유혹하여 그들을 죄로 유인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것이 죄라고 여러분에게 경고합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그런 행동이 이기심이고, 증오라고 경고합니다. 여러분은 증오와 이기심이 사랑의 원수라는 것을 압니다. 나는 여러분의 영혼을 걱정하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경고합니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죄 가운데 있는 것을 내가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사울처럼 하느님에게 벌 받는 것을 내가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울이 다윗을 붙잡아 죽이려고 쫓아다니는 동안에 그의 나라는 필리스티아 인들에게 유린당했습니다.

내가 진실로 여러분에게 말하는데, 자기의 이웃들을 해치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그런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들의 승리는 풀밭의 풀만큼이나 지속될 것입니다. 풀은 빨리 자라지만, 금방 말라 무심한 행인들의 발에 짓밟힙니다. 착한 행동과 정직한 생활은 자라는 것이 어렵고, 확고해지는 것도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생활습관으로 굳어지고 나면, 그것은 강하고 잎이 무성한 나무가 되어 태풍에도 뽑히지 않고 삼복더위에도 시들지 않습니다. 참으로 율법에 충실한 사람, 실제로 충실한 사람은 튼튼한 나무가 되어 격정에도 휘어지지 않고, 사탄의 불에도 타지 않게 됩니다.
내 말은 끝났습니다. 더 말하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말씀하십시오.”

“우리는 당신께서 우리 바리사이들을 두고 말씀하신 것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회당에 바리사이들만 있습니까? 당신들은 네 명인데, 일반인들은 수백 명이나 됩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암시는 분명했습니다.”

“비유에서 자신이 의심받은 것만을 이유로 자기 자신이 그 장본인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실로 일찍이 보지 못한 일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하고 계시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는데, 여러분은 왜 자신들을 비난하십니까?
여러분은 내가 말한 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만일 여러분이 그렇다면, 여러분의 행동방식을 고치십시오. 사람은 약해서 죄지을 수 있으니까요. 만일 그가 진실하게 회개하고 더 이상 죄짓기 않기를 원한다면, 하느님께서는 그를 용서하십니다. 그러나 악을 고집하는 것은 이중의 죄이고, 그런 죄는 용서받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런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내 말로 인하여 슬퍼하지 마시오.”

논쟁이 끝난다. 회당에는 찬미가가 울려 퍼진다. 회합은 다른 사건 없이 마쳐지려는 듯하다. 그러나 바리사이 요아킴이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을 찾아내 손짓으로 그를 맨 앞줄로 불러낸다. 그는 한 팔이 위축된 쉰 살쯤 된 남자인데, 근위축증으로 근육이 파괴되어 그 증상이 손까지 미쳐 다른 팔보다 작다.
예수께서 그를 보신다. 그분께서는 그분의 주의를 그에게 끌려는 수작을 알아차리신다. 그분의 얼굴에 분명한 불쾌감과 동정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스쳐간다. 그분께서는 공격을 피하지 않으시고 결연하게 그 상황에 대처하신다.

“이리로, 가운데로 나오시오.”
예수께서 그 사람에게 명하신다.

그 사람이 예수 앞으로 오자 예수께서는 바리사이들을 보시며 말씀하신다.


“당신들은 왜 나를 시험하십니까? 내가 계략과 증오에 대한 말을 방금 끝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당신들은 방금 ‘우리는 그런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당신들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으십니까? 적어도 이 말에는 대답하십시오.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은 적법합니까(lawful)? 안식일에 생명을 살리거나 죽이는 것은 적법합니까? 당신들은 대답하지 않을 작정입니까? 내가 여러분 대신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대답하겠습니다. 이 사람들은 여러분이 판단하는 것보다 더 잘 판단할 터인데, 그들은 순박하고 마음에 미움과 교만이 없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에 어떤 일을 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것이 적법하듯이 선을 행하는 것도 적법합니다. 선행은 우리가 노래하는 찬미가와 시편보다 훨씬 더 훌륭한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안식일에도, 다른 날에도 악을 행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내가 벳사이다에 있는 것을 알고서는 내 도시로 올 것이라고 짐작하고, 심지어 카파르나움 사람도 아닌 이 사람이 이틀 전에 오도록 모의함으로써 악을 행했습니다. 당신들은 나를 고발할 무언가를 찾아내보려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당신들은 당신들의 영혼을 구원하기는 고사하고 그것들을 죽이는 죄까지 짓습니다.

그러나 나 자신에 관한 한 나는 당신들을 용서합니다. 나는 또한 당신들이 나에게 덫을 놓으면서도 내가 병을 고쳐줄 것이라고 말하여 오게 한 이 사람의 믿음을 실망시키지는 않겠습니다. 이 사람은 병을 고치겠다는 것 말고는 다른 의향 없이 여기 왔기 때문에 죄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보시오, 손을 펴시오. 그리고 평안히 돌아가시오.”

그가 순종하자 그의 손이 나아 다른 손과 같아진다. 그는 즉시 그 손을 예수의 겉옷 자락을 잡고 입 맞추는 데 쓰면서 말한다.

“당신께서는 제가 이 사람들의 진짜 의도를 알지 못했었다는 것을 아십니다. 만일 제가 그것을 알았다면, 저는 제 손을 당신을 반대하는 데 쓰기보다는 차라리 마른 손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지언정 여기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나쁘게 보지 말아주십시오.”

“여보시오, 평안히 가시오. 나는 진실을 압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는 오로지 호의를 가질 뿐입니다.”

군중은 이런저런 말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나오고, 예수께서는 열 한 사도들과 함께 맨 마지막에 나오신다.

 

 



263. 나자렛에서의 유다의 하루

1945. 8. 27.

나자렛의 집은 영혼을 향상시키는 데 가장 적합할 것이다. 평화, 정적, 질서가 여기 있다. 거룩함이 돌들과 정원의 나무들에서 배어 나오고, 천상의 돔처럼 이 집을 덮고 있는 맑은 하늘에서 쏟아져내려오는 것 같다. 사실 그 거룩함은 이 집에 사시고, 날렵하고 조용하게 움직이시는 마리아에게서 발산하는 것이다. 그분께서는 신부로서 이 집에 들어오셨을 때와 같은 변함없는 젊은 자태,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애무해주는 똑같은 미소를 간직하고 계신다.

이 이른 아침에 해는 야산의 기복이 시작되는 곳에 가까운 이 집의 오른쪽에 떠 있어 나무 꼭대기들만이 햇빛을 받을 뿐인데, 비탈의 보강을 위하여 심어놓은 올리브나무들이 우선적으로 햇빛을 받는다. 그것들은 요아킴의 올리브 밭에서 살아남은 나무들로서 거대하고 뒤틀려 있는데, 더 굵은 가지들은 마치 하늘의 축복을 빌거나 평화로운 이곳에서 자기들도 기도드리듯이 하늘을 향하여 올라가고 있다. 한때는 멀리 올리브 밭과 다른 밭들이 끝나면서 목초지가 시작되는 곳에 이르기까지 기도드리는 나그네들처럼 늘어서 있는 나무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잘려나간 요아킴의 소유지 안에 단 몇 그루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햇빛의 다음 수혜자는 가지로 정원을 덮어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크고 우람한 편도나무와 사과나무들이고, 그 다음에는 석류나무가 햇살을 즐기게 되고, 마지막으로는 집 가까이에 있는 무화과나무가 햇빛을 받게 되는데, 그때는 이미 햇살이 장방형의 화단과 포도송이들이 매달려 있는 퍼골라 아래 심겨진 산울타리를 따라 잘 가꾸어진 꽃들과 야채들을 어루만져주기도 한다.

달고 향기로운 즙을 얻을 수 있는 모든 것 위로 날아다니는 금빛 물방울 같은 벌들이 윙윙거린다. 벌들은 작은 인동덩굴 순과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종 모양의 꽃 무더기를 공략하는데, 짙은 향기를 내뿜는 그 꽃들이 오므라들고 있는 것을 보니 그것들은 틀림없이 밤에 피는 꽃들이다. 벌들은 꽃부리 안에서 자려고 꽃들이 그 꽃잎들을 오므리기 전에 그 꽃들의 즙을 서둘러 빨고 있다.

마리아께서는 가벼운 걸음으로 비둘기 둥지에서 작은 샘으로, 작은 샘에서 집으로 왔다 갔다 하시며 일하고 계신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일을 하시면서도 꽃들과 오솔길에서 구구거리거나 집과 정원 위에서 날아다니는 비둘기들을 감탄하며 가금씩 바라보신다.

가리옷의 유다는 식물들과 어린 가지들을 잔뜩 들고 돌아온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사람들이 제가 원하는 모든 것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것들이 상하지 않게 하려고 서둘러 돌아왔습니다. 저는 그것들이 인동덩굴처럼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께서는 내년에 꽃바구니와 같은 정원을 가지시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께서는 가엾은 유다와 그가 이 집에 머물렀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유다는 꾸러미에서 뿌리가 흙으로 덮인 잎이 축축한 화초들을 조심해서 꺼내고, 다른 꾸러미에서 꺾꽂이 가지들을 꺼낸다.

“유다, 고맙네. 정말로 아주 고마워. 내가 이 인동덩굴을 작은 동굴 곁에 두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자네는 알 수 없을 거야. 내가 어린 소녀였을 때 우리 소유였던 저기 저 밭들 끝에 더 아름다운 동굴이 하나 더 있었네. 담쟁이덩굴과 인동덩굴이 가지와 꽃으로 동굴을 덮고 있어 동굴 안에서 자라던 아주 작은 백합꽃을 가려주는 일종의 커튼을 만들어주었어. 동굴은 섬세한 수예품과 같은 공작고사리로 온통 초록빛이었어. 마침 거기엔 샘이 있었기 때문이지…

나는 성전에서 가끔씩 저 동굴을 생각하곤 했네. 나는 성전의 동정녀인 성소의 휘장 앞에서 기도할 때도 하느님의 현존을 더 느끼진 못했네. 아니 나는 저 동굴에서 주님과 나눈 내 영혼의 감미로운 대화를 꿈꾸었다고 말해야겠네.

내 요셉은 이 멋진 물줄기가 흐르는 이 동굴을 나에게 마련해주었지만, 다른 동굴이 나에게 주었던 기쁨만큼 나에게 유용하지는 못했다네… 그는 착했고, 아주 세세한 일까지 챙겨줄 정도로 자상했었어. 그는 거기에다 인동덩굴과 담쟁이덩굴을 심었었는데, 담쟁이덩굴은 아직 살아 있지만, 인동덩굴은 우리의 피난기간 동안에 죽었어… 그는 나중에 한 그루를 다시 심었었는데, 그것도 3년 전에 죽었어. 자네가 다시 한 번 그것을 심었구먼. 자네도 보다시피 이것은 뿌리내렸네. 자네는 아주 솜씨 좋은 정원사야.”

“그렇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식물들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제 어머니는 화초 돌보는 일을 저에게 가르쳐주셨습니다… 지금 당신 곁에 있으니 마치 제가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하고, 옛 솜씨가 되살아나는군요. 저는 당신을 즐겁게 해드리려고 이 일을 합니다. 당신께서는 저에게 무척 친절하십니다!…”

유다는 화초들을 가장 적절한 곳들에 능숙한 솜씨로 심으며 대답한다. 밤에 피는 꽃들의 산울타리 곁에 그는 구근식물들을 심으려 하는데, 나는 그 뿌리들이 은방울꽃인지 다른 꽃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놈들은 여기서 잘 자랄 것입니다.”

땅에 묻은 뿌리 위에 작은 괭이로 흙을 다지면서 유다가 말한다.

 

“지나친 햇빛은 이놈들에게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엘르아잘의 하인은 처음에는 이놈들을 주지 않으려 했는데, 제가 계속 조르자 결국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저 인도 재스민도 요셉에게 주고 싶어 하지 않았어. 요셉은 그 사람들의 일을 거저 해주고 그것들을 나에게 얻어다주었어. 그런데 이것들이 점점 더 번성하게 된 거야.”

“어머니, 다 되었습니다. 이제 제가 이놈들에게 물만 주면 됩니다.”
유다가 물을 준 다음 샘에 가서 손을 씻는다.

마리아께서는 그를 바라보신다. 그는 그분의 아들과는 판이하게 다르고, 감정이 폭발할 때의 그와도 아주 다르다. 마리아께서는 그를 유심히 살피시고 나서 그에게 다가가 그의 팔에 한 손을 얹으시고 부드럽게 물으신다.

“유다, 자네는 기분이 좀 나아졌나? 자네의 영혼이 좀 낫냐는 말일세.”

“오! 어머니! 훨씬 낫습니다. 당신께서도 보시다시피 지금 저는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저는 사소한 것들과 당신의 곁에 있으면서 기쁨과 구원을 얻고 있습니다. 저는 이 평화, 이 고요함을 결코 떠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여기… 이 집에서 세상은 아득히 먼 곳에 있습니다.”

유다는 정원, 나무들, 작은 집을 둘러본다… 그가 결론짓는다.

“그러나 만일 제가 이곳에 머물러 있게 된다면 저는 결코 사도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사도가 되기를 원하는데요…”

“하지만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불의한 사도보다 의로운 영혼이 되는 것이 자네에게 좋을 것이야. 만일 자네가 세상과의 접촉이 자네 마음을 어지럽힌다는 것, 사도가 받는 칭송과 영광이 자네에게 해를 입힌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단념하게, 유다, 죄 많은 사도가 되는 것보다 내 예수 안에서 단순하지만 거룩한 신자가 되는 것이 자네에게 더 좋아.”

유다는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마리아께서는 그가 심사숙고하도록 두시고, 그분의 가사노동을 하시기 위하여 집안으로 들어가신다.

유다는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퍼골라 아래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그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는 생각에 골몰하다가 혼잣말을 하며 몸짓을 시작한다. 그의 독백은 해독이 불가하다. 그의 몸짓은 충돌하는 두 가지 생각으로 고뇌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동작이다. 그는 탄원하거나 거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무언가를 동정하거나 저주하는 것 같기도 하다. 캐묻는 듯한 그의 표정은 놀라고 고뇌하는 표정이 되었다가 마침내 그의 최악의 순간들의 표현을 드러내다가… 갑자기 오솔길 한 가운데서 걸음을 멈추고 진짜 마귀의 얼굴을 한 채 한동안 그대로 머물러 있다…

그러다가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올리브나무들이 있는 비탈로 달려 올라가 마리아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울다가 마침내 진정 되어서 갈피를 못 잡는 사람처럼 올리브나무에 기대고 앉아 있다.

지금은 더 이상 아침이 아니고, 장엄한 황혼이 끝나가는 시간이다. 나자렛 사람들은 동방의 여름날의 혹독한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하루 종일 닫아두었던 문들을 연다. 여자들, 남자들, 어린이들이 바람을 쐬려고 정원으로 나오거나 아직은 덥지만 햇볕은 없어진 거리로 나와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에 샘으로 가거나 놀러가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남자들, 여자들, 어린이들은 큰 소리로 서로 인사하고, 떠들고, 웃고, 소리 지른다…

유다도 나와서 구리 물병들을 들고 샘 쪽으로 간다. 나자렛 사람들이 그를 보고 ‘성전의 제자’라는 별명으로 그를 지칭한다. 그 소리가 유다의 귀에는 음악처럼 울린다. 그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인사하면서 지나간다. 그는 인사하며 약간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 사실인데, 그 거드름은 불손한 오만까지는 아니라 해도 그에 매우 가깝다.

“당신은 마리아를 잘 도와주는군요.”


긴 수염이 나 있는 나자렛 사람이 그에게 말한다.

“그분께서는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고도 남습니다. 그분은 정말 이스라엘의 위대한 여인입니다. 당신들은 그분을 동향인으로 가지고 있으니 정말로 행복하십니다.”

나자렛의 여자에 대한 찬사는 나자렛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그들은 유다가 한 말을 서로 되뇐다.

그 동안에 사도는 샘에 도착하여 차례를 기다리다가 친절하게도 나이든 여인의 물병들을 들어다주기까지 하여 그 노파에게서 끝없는 축복을 받고, 젖먹이를 데리고 있어 물 긷기가 거북한 두 여자를 위하여 물을 길어주기까지 한다. 그 여자들은 베일을 살짝 들고 속삭인다.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갚아주시기를.”

“우리 이웃에 대한 사랑은 예수의 친구의 첫째 의무입니다.”

가리옷 사람은 절하며 말한다. 그는 자신의 물병들을 채워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자렛의 회당장과 다른 사람들이 유다를 붙든다. 그들은 다가오는 안식일에 말해달라고 그에게 청한다.

“당신은 두 주일 이상을 우리와 함께 있는데, 우리 모두에 대한 큰 친절의 교훈 말고는 다른 가르침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 고장의 다른 연장자들과 함께 있던 회당장이 한탄하며 말한다.

“여러분의 가장 위대한 아들의 말이 여러분의 귀에 거슬린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그의 제자 중 한 사람의 설교에 만족하실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 제자는 유다인인데요.”
유다가 대답한다.

“당신의 의심은 부당하고, 그래서 그것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우리의 초대는 진지합니다. 당신이 제자이고 유다인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성전 사람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말할 수 있습니다. 성전에는 가르침이 있으니까요. 요셉의 아들은 목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메시아십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지요… 그러나 그것이 사실입니까? 혹시 그것은 망상이 아닙니까?”

“그러나 나자렛 사람들이여, 그분의 성덕을 보시오! 그분의 성덕!”
유다는 나자렛 사람들의 불신에 분개한다.

“그의 성덕은 커요. 그건 인정해요. 그렇다고 해서 메시아라는 것까지는 좀!… 그건 그렇고… 그는 왜 그렇게 모질게 말합니까?”

“모질다고요? 아닙니다! 그분의 말씀이 나에게는 모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쎄요, 그분께서는 너무 진지하시고, 너무 편협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잘못을 모르는 체하시는 법이 없고, 폐단은 서슴지 않고 비난하십니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싫어하지요. 그분께서는 항상 남의 아픈 데를 들춰내는데, 그것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분의 성덕으로 인하여 그렇게 하십니다. 틀림없어요! 그것이 유일한 이유에요. 나는 그분께 몇 차례 말씀드렸습니다. ‘예수님, 당신께서는 자신의 명성을 손상시키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제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십니다!”

“당신은 그를 대단히 아끼는 것 같은데, 당신이 그토록 유식하니 그를 인도할 수 있겠지요.”

“오! 저는 유식하지는 않습니다만…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요, 아시다시피 나는 성전에 속해 있어요. 나는 관행을 잘 알아요. 나는 친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나스의 아들은 나에게 형제나 진배없어요. 여러분은 산헤드린에 원하는 것을 가지고 계시오? 말만 하시오… 그러나 지금 나는 마리아에게 물을 가져다주어야 합니다. 그분은 저녁식사 준비를 위하여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나중에 다시 오시오. 우리 집의 옥상은 시원해요. 당신은 친구들에 둘러싸여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그럽시다. 안녕”

유다는 집으로 가서 회당장과 마을의 원로들에게 붙잡혀 늦어졌다고 마리아께 변명한다. 그가 말한다.

“그들은 오는 안식일에 저에게 말하라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말하라고 말씀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어머니, 당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머니, 저를 지도해주십시오.”

“회당장에게 말하라는 건가… 아니면 회당에서 말하라는 것인가?”

“둘 다입니다. 저는 그들이 예수님을 반대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예수님만이 선생님이 되실 권리가 있는 곳에서 말하는 것은 신성모독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저는 그들 중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심하게 졸랐습니다! 그들은 저녁식사 후에 저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가기로 약속하다시피 했습니다.

만일 당신께서 참으로 불쾌한 그들의 선생님에 대한 저항의 영혼을 제가 말로 완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몹시 부담스럽지만 가서 말하겠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하여 그들의 완고함에 대하여 극도로 인내하면서 아주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엄격함이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것을 저는 잘 깨달았으니까요.

오! 저는 제가 에스드렐론에서 저지른 잘못에 다시는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선생님께서는 매우 속상해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저에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만, 저는 알아들었습니다. 저는 그분께서 메시아이시고, 그분을 믿고 사랑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설득한 다음에 나자렛을 떠나고 싶습니다.”

유다는 예수의 식탁에 앉아서 마리아께서 만들어주신 음식을 먹으며 말한다. 유다가 그의 말을 들으시고 그의 어머니처럼 시중을 드시는 마리아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니 나는 마음이 아프다.

이제 그분께서 대답하신다.

“나자렛 사람들이 진리를 깨닫고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얼마나 좋겠나. 나는 자네를 붙잡지 않겠네. 가보게. 예수가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자네보다 더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예수가 자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네를 항상 변명해주고 할 수 있을 때마다 자네를 만족시켜줌으로써 그 사랑을 보여주는지를 생각하게… 이 생각이 자네에게 거룩한 생각과 행동의 영감을 주기를.”

저녁식사는 빨리 끝난다. 유다는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정원에 있는 화초에 물을 준 다음 널어서 말렸던 빨래를 개키고 계시는 마리아를 옥상에 남겨두고 밖으로 나간다. 그는 클레오파의 마리아의 집 문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라의 알패오와 클레오파의 마리아에게 인사한 후에 곧장 회당장의 집으로 간다.

거기에는 다른 연장자 여섯 사람과 함께 주님의 두 사촌도 와 있다. 그들은 장중한 인사를 나눈 다음, 모두 방석을 얹은 의자에 점잖게 앉아서 아니스나 박하가 든 음료수를 마시며 목을 축인다. 야산에서부터 나자렛 북쪽으로 불어와서 나무 꼭대기를 흔드는 미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운 공기와 대단히 찬 액체 사이에 있는 온도의 차이로 인하여 금속 병에 물기가 맺히는 것으로 보아 음료수는 매우 찬 것이 틀림없다.

“당신이 와주셔서 나는 기쁩니다. 당신은 젊습니다. 약간의 기분전환을 하는 것은 당신에게 좋습니다.”

유다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회당장이 말한다.

“저는 제가 더 일찍 왔다면, 폐를 끼치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예수와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을 상당히 경멸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내가 여러분을 경멸한다고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회의적인 거지요… 우리는 솔직히 말하면 너무 투박한 그의 진리에… 상처 입는 거죠. 우리는 당신이 우리를 경멸한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당신을 초대하지 않았던 겁니다.”

“제가 여러분을 경멸한다고요? 정반대입니다! 저는 여러분을 아주 잘 이해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러나 저는 결국 여러분과 그분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지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것이 그분과 여러분 모두에게 어울리는 일입니다. 그분께 어울린다는 것은 그분께는 모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여러분에게 어울린다는 것은 여러분이 메시아의 적으로 여겨지는 것이 무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데 당신은 그가 정말로 메시아라고 믿습니까?”
알패오의 요셉이 묻는다.

“그에게는 예언자들이 예언한 왕자다운 모습이 전혀 없어요. 혹시 그가 목수였다는 것을 우리가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해방자인 왕의 모습이 그의 안의 어디에 있습니까?”

“다윗도 일개 목동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다윗보다 더 위대한 왕은 없었다는 것을 아십니다. 모든 영광 중에 있는 솔로몬도 다윗처럼 위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솔로몬은 다윗의 업적을 계승하는 데 지나지 않았고, 다윗처럼 영감을 받은 적도 결코 없었으니까요.

반면에 다윗은! 다윗의 풍모를 숙고해보십시오! 그것은 거인의 풍모였습니다! 그의 왕권은 거의 하늘에 미칠 정도였습니다. 그리스도의 족보에 여러분의 판단의 근거를 두고, 그분의 왕권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다윗은 왕이고 목자였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목자였고, 그 다음에 왕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왕이시고, 목수이십니다. 더 좋게 말하자면, 그분께서는 목수였다가 나중에 왕이 되신 분이십니다.”

“당신은 라삐로서 말하는군요. 우리는 당신이 성전에서 교육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회당장이 말한다.

“당신은 회당장인 내가 개인적인 이유로 성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산헤드린에게 알릴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틀림없습니다! 엘르아잘과!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원로 요셉, 아시지요? 아리마태아의 부자. 그리고 율법학자 사독… 그리고… 오! 말씀만 하세요!”

“그럼, 내일 우리 집에 와주십시오. 그것에 대하여 이야기합시다.”

“회당장님의 손님이요? 안 됩니다. 저는 마리아라는 거룩하고 고통당하고 있는 여인을 떠날 수 없습니다. 저는 특별히 그분 곁에 있으려고 왔습니다…”

“우리 아주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 우리는 아주머니가 건강하시고, 비록 가난해도 행복하시다는 것을 아는데요.”
알패오의 시몬이 말한다.

“그래요, 그리고 우리는 그분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항상 그분의 곁에 계시고, 나와 내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비록 나는 자기의 아들에 대하여 그토록 약한 것에 대하여 그분을 용서할 수 없고, 예수 때문에 병상 곁에 두 아들만을 둔 채 돌아가신 제 아버지의 고통에 대하여 그분을 용서할 수가 없지만요. 그리고… 하지만 집안 문제를 밖에 나가서 떠들어대지는 않는 법이지요!”
알패오의 요셉이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당신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런 것들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야 하고, 친한 사람들에게만 털어놓아야 하는 법이죠.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제자로서의 제 고통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말하지 않는 편이 낫겠지요.”

“아니 그러지 말고, 그것들에 대하여 말합시다! 뭐가 문제되겠습니까? 예수에게 곤란한 일이 생기나요? 우리는 그의 행동을 인정하지는 않습니다만, 그의 친척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의 적에 맞서 예수와 손잡을 용의가 있습니다. 말하시오!”
요셉이 다시 말한다.

“곤란한 일이오? 아닙니다! 저는 그냥 말해본 것뿐입니다… 제자의 고통은 여러 가지입니다! 친구들과 적들에 대한 자기 선생님의 자해적 행동으로 인한 것뿐만 아니라 그분께서 사랑받지 못하시는 것을 보는 고통으로 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그분을 사랑하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그를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 자신도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행동방식이… 그는 자기의 어머니를 떠나기 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회당장이 변명하듯이 말한다.

“여러분 모두가 말하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들 모두가 과거의 과묵하고 온유하고 은둔적이던 예수를 높이 평가하면서 점잖게 동의한다.

“그가 지금의 그와 같은 사람이 될 거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어요? 그는 집과 부모에게 전적으로 헌신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나이 많은 나자렛 사람이 말한다.

유다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가엾은 여인!”

“아니 도대체 당신은 무엇을 알고 있는 거요? 우리에게 다 털어놓으시오.”
요셉이 외친다.

“저는 당신이 아는 것보다 더 알지 못해요. 당신들은 마리아가 혼자 남아 있는 것이 즐거울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요셉이 자네의 아버지가 사신 것만큼 사셨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나이 지긋한 다른 나자렛 사람이 점잔을 빼며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어르신. 그래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사람이 어떤… 생각에 사로잡히면!…”
유다가 말한다.

하인이 등잔들을 가져다가 탁자에 얹어놓는다. 별은 빛나지만 달이 없는 밤이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다른 음료들도 가져왔는데, 회당장은 지체 없이 유다에게 그것을 권한다.

“고맙습니다. 저는 더 이상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마리아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유다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알패오의 두 아들도 일어서며 말한다.

“우리도 당신과 함께 가겠습니다. 길이 같으니까요…”
모였던 사람들이 장중한 인사들을 나눈 후 헤어지고, 회당장은 연장자 여섯 사람과 함께 남아 있다.

지금 거리들에서는 인적이 끊어지고, 적막하다. 옥상들에서 낮은 목소리로 오가는 소리들이 들릴 뿐이다. 어린이들은 이미 자기들의 작은 침대에서 자고 있어 명랑한 새들과 같이 조잘거리는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좀 더 부유한 집들의 옥상에서는 기름등잔의 불빛이 목소리와 함께 비쳐 나온다.
알패오의 두 아들과 유다는 말없이 몇 미터를 걷다가, 요셉이 발걸음을 멈추고 유다의 팔을 잡으며 말한다.

“여보시오. 나는 당신이 다른 사람들 있는 앞에서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당신은 나에게 말해야 합니다. 나는 집안의 장자요.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알 권리와 의무가 있어요.”

“저는 당신들에게 말해서 선생님과 마리아와 당신네 형제들과 당신들의 평판을 보호할 목적으로 여기 왔습니다. 이것은 말하기도, 듣기도 고통스러운 일이고, 행하기는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건 염탐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이해해주십시오.

사실 이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건 오로지 사랑과 조심성일 뿐입니다. 저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데, 그건 당신들도 아시는 일이지요. 저는 그것을 성전의 친구들에게서 들어서 압니다. 그것들은 예수에게 위험한 일이고, 집안의 명예에도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저는 그것을 선생님께서 이해하시도록 시도해보았습니다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제가 그분께 충고하면 할수록 그분의 처신은 더 나빠져서 점점 더 세상의 비판과 미움을 사십니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너무 거룩하셔서 세상이 어떤지를 이해하지 못하시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설립자의 무분별로 인하여 거룩한 일이 멸망하는 것을 보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이오? 우리에게 전부 말하시오. 그렇다면 우리가 대비책을 강구하겠습니다. 그렇지, 시몬?”

“물론이지. 하지만 예수가 무모하고 자기의 사명에 어긋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나는 생각해.”

“하지만 예수를 사랑하는 이 선량한 청년이 그렇게 말한다면! 네 처신은 어떤지 알아? 너는 언제나 그 모양이야! 우유부단하고 주저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너는 언제나 나를 혼자 내버려둔단 말이야. 집안 전체가 나와 생각이 달라. 너는 우리 집안의 명예와 자신을 파멸시키고 있는 불쌍한 우리 사촌에게 동정심이 없어!”

“아니야! 그가 파멸로 가는 것은 아니야!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기는 하다 이거야.”

“크게 말해!”

요셉이 재촉한다. 그러나 시몬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침묵을 지킨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들이 예수님에게 내 이름을 말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해두고 싶습니다… 그러겠다고 맹세하세요.”

“나는 성막을 걸고 맹세합니다. 털어놓으시오.”

“당신들은 당신들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거죠? 더군다나 당신들의 동생들에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을 말하면 안 돼요.”

“당신은 우리가 입을 다물 거라는 것을 믿어도 될 거요.”

“당신들은 마리아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지요? 그분을 고통스럽게 해드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침묵을 지키는 것처럼 침묵을 지켜 가엾은 어머니의 평화를 지켜드리는 것이 당신들의 의무입니다.”

“우리는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맹세합니다.”

“좋습니다, 들어보세요… 예수께서는 더 이상 이교도들과 세리들과 창녀들과 상종하고 바리사이들과 다른 실력자들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분께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하십니다… 필리스티아에 갔을 때 우리에게 새까만 속죄 염소 한 마리를 데리고 여행하게 했다는 것을 상상해보십시오.

그리고 지금 필리스티아 사람 한 명이 제자들 가운데 있습니다. 그분께서 그 전에 거두어주신 소년은 어떻고요? 우리가 어떤 비난들을 들어야 했는지 당신들은 모르십니다. 그리고 불과 며칠 전에 그분은 로마인 주인의 집을 도망쳐 나온 그리스인 여자노예를 거두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말씀은 우리의 잘 알려진 지혜와 모순됩니다. 요컨대 그분께서는 미치신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자기 자신에게 해를 끼치십니다. 그분은 필리스티아인들의 고장에서는 마술사들의 의식에 끼어들어 그들과 대면하여 경연하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그들을 이기셨지만…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그분을 미워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그들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두 분이 개입하여 중지시키셔야 합니다…”

“이건 심각합니다. 아주 심각해요. 우리가 그런 걸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우리는 여기 있는데… 그리고 지금도 우리가 어떻게 그런 일을 적발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분에게 개입하여 중지시키는 건 당신들의 의무입니다. 그분의 어머니는 어머니십니다. 그 어머니는 너무 착하셔요. 당신들은 그분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그분을 위해서도, 세상을 위해서도요. 그리고 끊임없이 마귀들을 내쫓는 일이라든지… 그분께서는 베엘제붑의 도움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그분께 무슨 유익이 있겠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어쨌든 군중이 이미 그분을 우습게 여기거나 분개하고 있다면, 그분께서는 어떤 종류의 왕이 되실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가 정말 그런 일들을 합니까?”
시몬이 의아해하며 묻는다.

“그분께 직접 물어보세요. 그분께서는 그렇다고 하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심지어 그 일을 자랑하기까지 하시니까요.”

“당신이 우리에게 알려주어야 해요…”

“나는 틀림없이 알려드리겠습니다! 내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게 되면 나는 당신들에게 전갈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제발!… 아무에게도 입도 뻥긋하지 마세요!”

“우리는 맹세했어요. 당신은 언제 떠나세요?”

“안식일 후에요. 제가 더 이상 여기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제 의무를 다했으니까요.”

“우리는 그것에 대하여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봐, 아우! 나는 그가 변했다고 말했지! 너는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어… 이제 너는 내 말이 옳았다는 걸 알겠니?”
알패오의 요셉이 말한다.

“나는… 나는 그것이 믿어지지 않아. 요컨대 유다와 야고보는 바보들이 아니야. 왜 그 애들은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이런 일이 진짜로 일어나고 있다면 그 애들은 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거야?”
알패오의 시몬이 말한다.

“이거 보세요, 당신은 내 말을 불신함으로써 나를 모욕하시려는 건 아니겠지요?”

유다가 분개하며 쏘아붙인다.

“아닙니다!… 그러나… 그만해둡시다. 그러나 내가 ‘내가 직접 내 눈으로 보게 되면 믿겠소’ 하고 말한다 해도 나를 용서해주시오.”

“좋습니다. 당신은 머지않아 보게 될 것이고 ‘당신의 말이 옳았소’ 하고 나에게 말하게 될 것입니다. 자, 당신들 집에 다 왔군요. 헤어져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들과 함께.”

“하느님께서 당신과 함께, 유다. 그리고… 들으시오. 당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마시오. 우리의 평판을 위하여…”

“나는 무덤처럼 침묵할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유다는 속보로 걸어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마리아께서 무릎에 손을 얹으신 채 별들로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계시는 옥상으로 올라온다. 유다가 층계를 올라오기 위하여 켜 들고 있는 작은 등잔 불빛에 마리아의 뺨에 반짝이는 눈물이 보인다.

“어머니, 당신께서는 왜 울고 계십니까?”

유다가 걱정스러워하며 묻는다.

“세상에는 하늘의 별들보다 더 많은 덫들이 있기 때문이라네. 내 예수에 대한 덫들이…”

유다가 조심스럽게 그분을 쳐다보는데, 그의 얼굴에 불안감이 감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부드럽게 결론지으신다.

“그러나 나는 그의 제자들의 사랑으로 위안을 얻는다네… 내 예수를 사랑하게… 그를 사랑하게… 유다, 여기 더 있고 싶은가? 나는 내 방으로 내려가겠네. 클레오파의 마리아는 내일 쓸 누룩을 준비한 다음 이미 잠자리에 들었네.”

“예, 저는 좀 더 여기 있겠습니다. 여기는 참 아름답습니다.”

“평화가 자네와 함께, 유다.”

“평화가 어머니, 당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