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 성 토요일 밤
1945. 3. 31.
알패오의 마리아가 조심스럽게 들어와 귀를 기울인다. 아마 그녀는 복되신 동정녀께서 잠든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녀가 그분께 다가가 그분 위에 몸을 기울인다. 그러자 그녀는 그분께서 바닥에 깔려 있는 베로니카의 천을 향하여 자기의 얼굴을 대고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본다. 그녀가 중얼거린다.
“오! 불쌍한 사람 같으니! 이 사람은 이런 자세로 있었구먼!”
그녀는 그분께서 그런 자세로 잠들었거나 기절하셨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마리아께서는 기도를 끝내며 말씀하신다.
“아니에요. 나는 기도하고 있었어요.”
“무릎을 꿇고! 이렇게 어둡고 추운데서! 창문을 열어놓은 채! 봐요. 당신은 얼었어요.”
“그렇지만 나는 훨씬 더 편하게 느끼고 있어요, 마리아. 내가 기도하는 동안에―내가 그토록 여러 번 흔들리는 믿음들에 힘을 주고, 그의 죽음도 비추어주지 못한 그토록 많은 정신들을 비추어주고 나서 얼마나 기진맥진했는지는 오로지 영원하신 분만이 아시지요―나는 천사의 향기, 하늘의 상쾌함, 한 날개의 어루만짐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잠깐 동안요… 더 길지는 않았어요.
지금 사흘 동안 맹렬하게 나를 그 속에 잠그고 있는 몰약의 바다 안으로 진정시키는 감미로움 한 방울이 주입되는 것 같았어요. 닫힌 하늘이 약간 열리면서 버림받은 어머니(the Abandoned Mother)에게 밝은 사랑의 빛살이 내려오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나는 무한히 먼 곳에서 오는 무형의 속삭임이 ‘이제 진짜로 끝났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것 같아요. 그때까지는 비통했던 내 기도가 더 평화로워졌어요. 그것은 빛나는 평화로 물들었어요. 오! 그런 분위기일 뿐이지요! 내가 기도하는 동안에 하느님과 나의 접촉들 안에서 내가 경험하곤 했던 밝은 평화 말입니다… 내 기도들!… 마리아, 당신이 약혼한 처녀였을 때 당신은 당신의 알패오를 아주 많이 사랑했어요?”
“오! 마리아!… 나는 새벽에는 ‘한 밤이 지나갔구나. 기다려야 할 한 밤이 줄었다’고 생각하며 몹시 기뻐했어요. 그리고 나는 석양에는 ‘또 하루가 끝났구나. 그의 집에 들어갈 날이 가까워졌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몹시 기뻐했고요.
그리고 해가 저물어갈 때 나는 ‘그이가 곧 오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종달새처럼 노래를 부르곤 했어요. 그리고 그이가 내 유다처럼 잘생긴 얼굴로―그래서 유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에요―내 야고보처럼 사랑에 빠진 사슴의 눈을 하고서 오는 것을 볼 때, 오! 그때 나는 더 이상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이가 나에게 ‘내 다정한 신부’ 하고 인사하고 내가 그에게 ‘나의 주님’ 하고 말할 수 있었을 때, 그때 나는… 나는 설혹 내가 그 순간에 무거운 마차에 치이거나 화살을 맞았다 해도 고통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중에!… 내가 그이의 아내가 되었을 때… 아!”
알패오의 마리아는 추억들의 황홀경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러다가 그녀는 묻는다.
“그런데 당신은 왜 그것을 물어보세요?”
“나에게 내 기도들이 무엇인지 당신에게 설명하기 위해서예요. 당신의 감정들에 백배를 곱하고, 그것에 다시 수천 배를 곱해 봐요.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기도가 항상 무엇이었고, 기도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해할 것입니다…
물론 나는 설사 내가 동굴이나 내 방의 평화 속에서 기도하지 못하고, 여자로서의 일에 골몰하고 있을 때에도 내 영혼은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내가 ‘자 내 생각들을 하느님 안에서 모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내 가슴은 가쁘게 뛰며 불타올랐어요. 그리고 내가 그분 안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때면… 그때는… 아니… 나는 이것을 당신에게 설명할 수 없어요. 당신이 하느님의 빛 속에 있게 될 때 당신은 이해하게 될 거예요…
나는 사흘 동안 이 모든 것을 잃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내 아들을 더 이상 가지지 못하는 것보다 한층 더 가슴이 미어지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사탄은 내 아들의 죽음과 하느님께 버림받음이라는 이 두 개의 상처 위에 신앙결여의 공포라는 제3의 상처를 만들어 올려놓았어요.
마리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은 내 인척이에요. 나중에 당신은 사도들인 당신 아들들에게 말하여 그들이 사도직을 행하는 중에 꾸준하고 사탄을 이길 줄 알게 하세요. 만일 내가 의심을 받아들였다면, 만일 내가 사탄의 유혹에 굴복하고, 하느님을 부인하며, ‘그가 죽은 자들로부터 일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면,―왜냐하면 이렇게 말하는 것은 하느님의 진리와 능력과 함께 그분을 부인하는 것과 같았으니까요―그토록 위대한 구속은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해요.
새 하와인 나는 다시 한 번 교만과 영적인 의미의 금단의 실과를 깨물어 내 구세주의 사업을 망쳐버렸을 것입니다. 사도들은 끊임없이 이렇게 유혹당할 것입니다. 세속과 육체와 권력과 사탄으로부터요. 그들은 예수가 이룩한 것을 파괴하지 않기 위하여 모든 고통들에 대하여 꿋꿋해야 하는데, 육체의 고통들은 가장 가벼운 것일 것입니다.”
“마리아, 당신이 내 아들들에게 말해줘야 해요… 당신은 당신의 가엾은 시누이가 무엇이라고 말하기를 기대하세요? 오! 그렇지만! 만일 그들이 오기라도 했다면! 그들이 처음부터 도망치다니!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당신은 라자로와 시몬이 그들을 베타니아로 인도하라는 명령을 받았었다는 것을 알지요. 예수는 모든 것을 알아요…”
“그래요… 그렇지만… 오! 내가 그 애들을 보면 나는 그 애들을 호되게 나무라겠어요. 그들은 비겁하게 행동했어요. 다른 모든 사람들이 비겁하다 해도 내 아들들인 그들은 비겁하지 말았어야 해요. 나는 그 애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요…”
“그들을 용서해주세요. 그들을 용서해주세요… 그것은 실망의 순간이었어요… 그들은 예수가 잡힐 수 없다고 믿고 있었어요. 그는 그렇게 말했었어요…”
“그것이 내가 그들을 용서해주지 않을 이유입니다. 그들은 알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그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알고 있고 그것을 말한 사람을 믿는다면, 아무것도 더 이상 그를 놀라게 하지 못해요!”
“마리아, 그는 당신들 모두에게 ‘나는 부활할 것이다’ 하고 말했어요. 그런데도… 만일 내가 당신들의 가슴과 머리를 열 수 있다면, 나는 당신들의 심장과 뇌에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쓰여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래요… 믿기는 어려워요… 그러나 우리는 칼바리아에 남아 있었어요.”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은혜로 그런 것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도 도망쳤을 거예요. 론지노가 말하는 것을 당신도 들었지요? 그는 ‘소름끼치는 일’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는 전사예요. 한 소년과 여자들뿐이었던 우리는 하느님의 직접적인 도우심의 덕택으로 견뎌낸 것이에요. 그러니 그것에 대하여 자랑하지 마세요. 그것은 우리의 공로가 아니에요.”
“그럼 그들에게는 왜 그것이 주어지지 않았지요?”
“왜냐하면 그들은 미래의 사제들일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므로 그들은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한 신조에 충실했던 사람이 배교하기가 얼마나 쉬운지를 경험함으로써 알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예수는 그의 가장 완고한 적이었을 만큼 거의 사제답지 않은 사제들을 원치 않아요.”
“당신은 예수에 대하여 마치 그가 이미 돌아온 것처럼 말하는군요.”
“보세요. 당신도 당신이 믿지 않는다는 것을 자인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당신의 아들들을 나무랄 수 있어요?”
알패오의 마리아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기계적으로 물건들을 움직인다. 그녀는 작은 램프를 찾아서 그것을 가지고 나갔다가 그것에 불을 켠 다음 돌아와 그것이 늘 있던 자리에 놓는다.
마리아께서는 다시 펼쳐져 있는 베로니카의 천 곁에 앉으신다. 그 천은 기름 램프의 흔들리는 작은 노란 불꽃으로 인하여 이상한 생동감을 얻어 입과 눈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당신은 아무것도 먹지 않을 거예요?”
약간 자존심이 상한 마리아의 시누이가 묻는다.
“물만 좀. 나는 목이 말라요.”
마리아가 나갔다가… 우유를 가지고 돌아온다.
“고집하지 마세요. 나는 먹을 수가 없어요. 물은 좀 마시겠어요. 내 안에는 더 이상 물이 없어요. 나는 내가 더 이상 피도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누군가가 대문을 두드린다. 알패오의 마리아가 나간다. 현관에서 사람들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요한이 방안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요한이구나. 너는 돌아왔느냐? 아직 아무것도 없느냐?”
“아닙니다.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의 겉옷이… 함께… 겟세마니에. 겉옷은 여기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찢어져 있고, 온통 피투성이입니다. 손자국들은 예수님의 것입니다. 그분만이 이렇게 길고 날씬한 손을 가지고 계셨으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이빨로 찢긴 것입니다. 이것이 사람의 입이라는 것은 아주 분명합니다. 저는 이것이… 가리옷의 유다였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시몬 베드로가 이 겉옷을 발견한 곳 근처에 유다의 노란색 옷 한 조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나중에… 자살하기 전에… 다시 그곳으로 갔었던 것입니다. 보세요, 어머니.”
요한이 무릎 꿇으며 말한다.
마리아께서는 그분의 아드님의 무거운 붉은색 겉옷을 어루만지시고 입 맞추시는 것만을 되풀이하신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요한이 강권에 못 이겨 그것을 펴서 예수의 피의 붉은 빛깔 위에 어두운 핏자국과 이빨로 물어뜯어져서 찢긴 자국을 보신다. 그분께서는 몸을 떨며 중얼거리신다.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을까!”
그분께서는 그것만을 보시는 것 같다.
“어머니… 땅이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그리로 올라간 시몬은 아직 신선한 피가 풀잎들에 남아 있었다고 말합니다… 예수님… 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분께서는 상처 입으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피가 흘러 나왔을까요?”
“그의 몸에서. 쓰라린 고통 중에… 오! 전적인 희생인 예수! 오! 나의 예수!”
마리아께서는 얼마나 탈진하신 애처롭게 우시는지 여자들이 문에 나타나 안을 들여다보고 나서 떠나간다.
“이것은, 이것은 모든 사람이 너를 버렸을 때였다… 그가 임종의 최초의 고통을 당할 때 너희는 무엇을 했느냐?”
“저희는 자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요한이 운다.
“시몬은 거기 있었느냐? 나에게 말해라.”
“저는 겉옷을 찾으러 갔었습니다. 저는 요나와 마르코에게 물어보려고 생각했었는데… 그들은 도망쳤습니다. 집은 잠겨 있었고, 모든 것은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가 목요일에 갔었던 모든 길을 따라가 보려고 성곽 쪽으로 내려갔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저는 너무 피곤하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당시에는 예수께서 어디에서 그분의 겉옷을 벗으셨는지 기억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저에게는 그분께서 겉옷을 입고 계셨던 것 같기도 했다가 입지 않고 계셨던 같기도 했다가 했습니다… 그분께서 잡히셨던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희 세 사람이 있었던 곳에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가셨던 오솔길을 따라 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몬 베드로도 죽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가 몸을 잔뜩 웅크리고 바위에 기대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리 질렀습니다. 그랬더니 그가 머리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어찌나 변했는지, 저는 그가 미쳐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는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비틀거렸고, 그래서 저는 그를 붙잡았습니다. 그러자 그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나를 내버려두게, 나는 마귀야. 나는 그분을 부인했어. 그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 다음에 닭이 울었고, 그분께서는 나를 바라보셨어. 나는 도망쳤네… 나는 이리저리 들판을 헤매다가 여기 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어. 그런데 알겠나? 야훼께서는 나를 비난하시려고 나에게 그분의 피를 발견하게 하셨네. 사방에 피! 사방에 피야! 바위에도, 땅 위에도, 풀에도. 내가 그 피를 흘리시게 한 거야. 자네처럼, 모든 사람처럼. 그러나 나는 이 피를 부인했어.’
그는 정신착란을 일으킨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를 진정시키고 그를 그곳에서 떠나게 하려고 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그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여기 있을 거야! 여기! 이 피와 그분의 겉옷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나는 내 눈물로 이것을 빨고 싶어. 천에 피가 다 없어지게 되면, 아마 그때는 내가 가슴을 치고 ‘나는 주님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하고 말하면서 산 사람들 가운데로 돌아갈지도 몰라.’
저는 그에게 당신께서 그를 원하시고 그를 찾아오도록 저를 보내셨다고 말했지만, 그는 제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께서 유다를 용서하시려고 그도 원하셨고, 그가 자살했기 때문에 당신께서 더 이상 그렇게 하지 못하시는 것을 괴로워하신다고 그에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더 침착하게 울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풀에는 아직 신선한 피가 남아 있고 겉옷은 유다가 몹시 훼손했다고 말하며 유다의 옷 한 조각을 발견했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가 말하고 또 말하도록 내버려두었다가 마침내 그에게 말했습니다.
‘어머니께 가세.’
오! 저는 그를 설득하려고 얼마나 많이 빌어야 했는지 모릅니다! 제가 그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오려고 일어났더니, 그는 오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왔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대문에 들어선 다음에 다시 인적 없는 정원에 숨으며 말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을 원치 않아. 내 이마에는 하느님을 부인한 자라는 말이 쓰여 있어.’
완전히 어두워진 지금에야 저는 그를 이리로 끌고 오는 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어디 있느냐?”
“저 문 뒤에요.”
“그를 들어오게 해라.”
“어머니…”
“요한아…”
“그를 꾸짖지 마십시오. 그는 뉘우치고 있습니다.”
“너는 아직도 나를 그토록 조금밖에 모르느냐? 그들 들어오게 해라.”
요한이 나간다. 그러나 그는 혼자 돌아온다.
“그는 감히 들어오지 못합니다. 당신께서 직접 그를 불러보세요.”
그러자 마리아께서는 다정하게 그를 부르신다.
“요나의 시몬, 오게.”
아무 대답이 없다.
“시몬 베드로, 오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예수와 마리아의 베드로, 오게.”
심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그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일어서신다. 그분께서는 겉옷을 탁자 위에 놓고 문께로 가신다.
베드로는 문 밖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주인 없는 개처럼. 그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어찌나 크게 우는지, 삐걱거리며 열리는 문소리도, 마리아의 샌들 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분께서 몸을 깊이 숙여 그가 두 눈에 밀착시키고 있는 그의 손을 잡고 억지로 그를 일으키실 때에야 비로소 그는 그분께서 거기 계시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분께서는 그를 어린 소년처럼 끌고 방으로 들어가신다. 그분께서는 문을 닫고 빗장으로 지르고, 베드로가 부끄러워 몸을 숙이고 있는 것처럼 그분께서는 슬픔으로 몸을 숙이시고, 그분의 의자로 돌아가신다.
베드로는 그분의 발 앞에 무릎 꿇고 실컷 운다. 마리아께서는 슬픔으로 인하여 땀에 젖은 그의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으신다. 그분께서는 그가 침착해질 때까지 이렇게 쓰다듬으시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시지 않는다.
마침내 그가 말한다.
“당신께서는 저를 용서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저를 쓰다듬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저는 그분을 부인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가 말씀하신다.
“베드로, 자네가 그를 부인한 것은 사실이야. 자네는 공적으로 그를 부인하는 용기를 가졌었어. 그렇게 하는 비겁한 용기를. 다른 사람들은… 목자들, 마나엔, 니코데모, 요셉, 요한을 빼고는 모두가 비겁했었어. 그들 모두는 그를 부인했네. 몇 사람의 여자들만 빼놓고는 이스라엘의 남자들과 여자들 모두가… 나는 조카들과 사라의 알패오의 이름은 말하지 않겠네. 그들은 친척과 친구들이니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거짓말하는 악마적인 용기도, 울며 뉘우치는 영적 용기도, 자기들의 잘못을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더 고양된 용기도 가지지 못했었네.
자네는 가엾은 사람이야. 아니 자네가 자신을 과신하는 동안에는 가엾은 사람이었네. 지금 자네는 한 남자야. 그런데 내일 자네는 한 성인이 될 거야. 그러나 설혹 자네가 지금의 자네와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해도, 나는 똑같이 자네를 용서했을 거야. 나는 유다의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그도 용서했을 거야. 왜냐하면 한 영혼의 가치는, 그것이 오로지 한 영혼일 뿐이라 해도 역겨움과 분노를 극복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여 그것으로 인하여 부서질 정도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야.
베드로, 이것을 기억하게. 나는 자네에게 되풀이해 말하겠네. ‘한 영혼의 가치는, 만일 우리가 그것을 붙들어주면 그것이 구원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내가 자네의 반백의 머리를 껴안는 것처럼 그것을 우리 가까이에 붙들기 위한 노력으로 우리가 죽을 정도로 크다.’
그래서… 아버지의 처벌을 받은 다음 잘못한 아들의 머리를 가슴에 안고, 아버지의 매보다는 사랑과 고통으로 뛰는 어머니의 상심한 마음의 말로 고치고 얻어내는 어머니처럼 해야 하네.
내 아들의 베드로, 모든 사람처럼 이 암흑의 시간에 사탄의 손아귀 안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자네 스스로 모든 것을 행했다고 믿고 있는 가엾은 베드로, 이리로, 내 아들의 자녀들의 어머니의 품으로 오게, 제발 오게. 여기서는 사탄이 더 이상 자네를 해칠 수 없네. 여기서는 폭풍우들이 가라앉고, 부활하여 자네에게 ‘내 베드로에게 평화’라고 말할 내 예수라는 태양을 기다리는 동안에 상쾌한 봄날 아침들에 우리 호수의 맑은 물 위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그것은 그것이 입 맞추는 모든 것을 맑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토록 자네를 보기를 원한 것일세.
십자가 아래서 나는 내 아들과 자네들로 인하여 고통당했고―자네는 어떻게 그것을 느끼지 못했나?―그래서 나는 자네들의 영혼을 큰 소리로 불렀고, 그래서 나는 그것들이 실제로 나에게 왔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나는 내 마음속에 들어 있는, 아니 봉헌된 빵들처럼 내 마음에 놓인 그 영혼들을 그의 피와 그의 눈물 아래 잠기게 해두었었네. 나는 그가 요한을 통하여 나를 그의 모든 자손의 어머니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네…
나는 자네를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모르네!… 그날 아침, 그날 오후, 그날 밤과 이튿날 아침에… 마귀에게 상처 입고 짓밟힌 가엾은 베드로, 자네는 왜 어머니를 그토록 오래 기다리게 만들었나? 자네는 정돈하고, 고쳐주고, 용서하고, 자기의 자녀들을 인도하는 것이 어머니들의 임무라는 것을 모르나? 나는 자네를 그에게로 이끌 것이네.
자네는 그를 보고 싶은가? 자네는 그가 아직도 자네를 사랑한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하여 그의 미소를 보고 싶은가? 그래? 오! 그렇다면 한 가엾은 여인의 무릎에서 떨어져 자네 이마를 가시관 쓴 그의 이마에, 자네 입술을 그의 상처 입은 입술에 대고 자네의 주님께 입 맞추게.”
“그분께서는 돌아가셨으니… 저는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베드로, 나에게 대답하게. 자네는 자네의 주님의 마지막 기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성체의 기적입니다. 아닙니다. 거기서… 거기서… 병사의 귀를 고쳐주신 기적입니다. 오! 제가 그것을 회상하게 하지 마십시오.”
“충실하고 사랑하는 용감한 한 여자가 칼바리아에서 그를 만나 그의 얼굴을 닦아주었네. 그래서 그는 사랑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말해주려고 자기의 얼굴 모습을 아마 천에 새겨주었네.
베드로, 그것이 여기 있네. 한 여인이 지옥의 암흑과 하느님의 분노의 한 시간에 그것을 얻었다네. 그녀가 사랑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베드로, 자네에게 마귀가 하느님보다 더 강하게 여겨질 시간들을 위하여 그것을 명심하게.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의 죄수였고, 그분께서는 이미 압도당하고, 단죄되고, 채찍질당하고, 이미 죽어가고 있었네…
그렇지만 가장 잔혹한 박해들 중에서도 하느님께서는 항상 하느님이시고, 만일 그 생각이 불가침의 것이라고 영감을 주는 하느님이신 생각(the Idea)께서 얻어맞으신다면 그분께서는 부인하는 사람들, 믿지 않는 사람들, 어리석은 ‘왜들(whys)의 사람들, ‘이것은 있을 수 없다’ 고 말하는 죄 있는 사람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독성적인 사람들에게 아무 말 없이 이 천으로 대답하시는 것일세.
이 천을 보게. 어느 날 자네는 자네가 안드레아에게 말했다고 나에게 말했네. ‘메시아가 그분 자신을 너에게 드러내셨다고? 그것은 사실일 수 없어!’ 그리고 그 다음 자네의 인간이성은 이성이 메시아를 보지 못한 곳에서 그를 본 영혼의 힘 앞에서 굴복했다고 말일세.
다른 때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자네는 물었네. ‘선생님, 저도 갈까요?’ 자네는 풍랑이 이는 물위를 걸어가다가 중간쯤에서 의심하며 말했었지. ‘물이 나를 떠받쳐줄 수는 없어.’ 그리고 바닥에 대한 자네의 의심으로 인하여 자네는 하마터면 빠져죽을 뻔했어. 믿은 영혼이 인간의 이성을 쳐 이겼을 때에야 비로소 자네는 하느님의 도우심을 발견할 수 있었네.
다른 때 자네는 말했었지. ‘만일 라자로가 죽은 지 나흘이나 된다면, 우리는 왜 왔습니까? 쓸데없이 죽으려고요?’ 왜냐하면 자네의 인간이성으로는 자네는 다른 해결책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자네의 이성은 죽은 자들로부터 일어난 사람을 통하여 그를 부활시킨 예수의 영광을 자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네들이 그곳에 쓸데없이 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네들에게 보여준 영혼에 의하여 틀렸음이 입증되었네.
다른 때, 많은 다른 때들에 자네의 주님께서 죽음에 대하여, 끔찍한 죽음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듣고 자네는 말했었네. ‘그런 일은 결코 당신께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네는 자네의 이성이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네. 나는 지금 이 마지막 경우에 자네 영혼의 말을 듣기를 기다리고 있네…”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아니야. 다른 말을 하게.”
“저는 믿습니다.”
“다른 말.”
“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랑합니다. 베드로, 사랑이야. 자네는 용서받을 것이고, 믿을 것이고, 강해질 것이며, 압제하고, 형식주의만을 가지고 있고, 능동적인 믿음이 결여된 바리사이가 아니라 사제가 될 걸세.
그를 바라보게. 감히 그를 바라보게. 모든 사람이 그를 바라보고 그에게 경배했네. 론지노조차도… 그런데 자네는 그렇게 알 수 없단 말인가? 그래도 자네는 그를 부인할 줄은 알았지! 만일 자네가 자네들을 결합시키고 자네들을 화해시키는 모성적인 다정한 내 고통의 불을 통하여 지금 그를 알아보지 않는다면, 자네는 결코 다시 그렇게 할 수 없을 거야.
그는 죽은 자들로부터 일어날 것이네. 만일 자네가 아는 선생님의 얼굴로부터 자네가 알지 못하는 승리자로 넘어가는 그의 얼굴을 자네가 알아보지 못한다면, 어떻게 새로운 광채 안에 있는 그를 알아볼 수 있겠나? 왜냐하면 고통이, 여러 시대들과 세상의 모든 고통이 목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9시까지 이르는 그 시간들에 끌과 망치로 그에게 작용했기 때문일세.
그래서 그것들이 그의 얼굴을 바꾸어놓았네. 과거에 그는 오로지 선생님이고 벗일 뿐이었지. 지금 그는 재판관이고 왕일세. 그는 재판하려고 그의 옥좌로 올라갔고, 자기의 왕관을 썼네. 그는 이런 모습으로 남아 있을 거야.
유일한 차이는 그의 영광스러운 부활 후에 그는 더 이상 사람인 재판관이자 왕이 아닐 것이고, 하느님이신 재판관이시자 왕이실 것이라는 점이네. 그를 바라보게. 인성과 고통이 그를 가리고 있는 동안 그를 바라보아서 그가 그의 신성 안에서 승리할 때에 그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게.”
마침내 베드로는 마리아의 무릎에서 머리를 들고, 자기가 행한 악을 안타까워하고, 자기가 발견하는 모든 선에 대하여 놀라워하는 늙은 아이의 얼굴로 눈물로 새빨개진 두 눈으로 마리아를 쳐다본다.
마리아께서는 그의 주님을 쳐다보도록 그에게 강요하신다. 그러자 베드로는 마치 자기가 살아 있는 얼굴 앞에 있는 것처럼 신음하며 말한다.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저를 용서해주세요! 저는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릅니다. 일어난 일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저 자신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저를 저 자신이 아닌 것이 되게 만드는 무엇인가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예수님! 나의 선생님,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돌아오십시오! 돌아오세요! 당신께서 저를 이해하셨다는 말씀 없이 이렇게 가지 마십시오!”
그 동안 마리아께서는 무덤의 매장실 안에서 이미 하셨던 몸짓을 되풀이하신다. 서서 두 팔을 내미시자 그분께서는 봉헌하는 순간의 여사제처럼 보이신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무덤에서 티 없는 성체를 드리신 것처럼 여기서는 뉘우치는 죄인을 바치신다. 그분께서는 실로 성인들과 죄인들의 어머니시다!
그 다음에 그분께서는 베드로를 일어서게 하시고, 계속하여 그를 위로해주신다. 그분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신다.
“지금 나는 더 기쁘네. 나는 자네가 여기 있는 것을 아네. 지금 여자들과 요한이 있는 곳으로 가게. 자네들 모두는 휴식과 음식을 필요로 하네. 가게. 그리고 침착하게…”
마치 그가 어린 소년인 것 같다.
그 다음에 예수께서 돌아가신 후 두 번째 밤인 이 밤에 집안은 더 조용하고, 수면과 식사의 인간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남은 사람들은 죽음의 타격에서 천천히 회복하며 피로에 지친 체념한 모습을 보이는 집안에서 마리아께서는 홀로 기도하시며 기다리시고, 그분의 자리에서 움직이시지 않고, 깨어있기를 원하신다. 항상, 항상, 항상, 산 이들과 죽은 이들을 위하여. 의인들과 죄인들을 위하여. 그분의 아드님의 돌아옴, 돌아옴, 돌아옴을 위하여.
그분의 시누이는 그분과 함께 남아 있기를 원했으나 지금 그녀는 한쪽 구석에 앉아 머리를 벽에 기댄 채 깊이 잠들어 있다.
마르타와 마리아가 두 번 왔지만, 그들도 졸려서 옆방으로 물러가 몇 마디 말을 한 다음 역시 곯아떨어진다… 그리고 좀 더 떨어진 장난감처럼 작은 방에서는 살로메와 수산나가 자고 있고,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깐 두 장의 돗자리 위에서는 베드로와 요한이 요란스럽게 자고 있다. 베드로는 코를 골면서 간간히 흐느끼며 자고 있고, 요한은 무슨 즐거운 환영을 꿈꾸고 있는 어린이처럼 미소 지으며 자고 있다.
생명은 그 활동을 재개하고, 육체는 제 권리들을 주장한다… 홀로 샛별만이 그분의 아드님의 모습 가까이에서 지키는 마리아의 사랑과 함께 자지 않고 빛난다.
성 토요일의 밤은 이렇게 지나간다. 새벽의 먼동이 틀 때 닭이 우는 소리에 베드로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난다. 그의 겁에 질린 고통스러운 외침은 자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깨운다.
그들에게는 휴전이 끝났고, 슬픔이 전면적으로 다시 시작된다. 마리아에게 그것은 그분의 기다림의 초조함을 증가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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