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시

102. 베다니아의 열성당원 시몬의 집에서

Skyblue fiat 2022. 4. 9. 21:37

 

예수께서 마지막 언덕길을 올라오셔서 고원에 이르시니 12월의 햇빛을 받아 매우 아름다운 베다니아가 눈 앞에 나타난다. 태양으로 인하여 헐벗은 들판이 덜 쓸쓸해 보이고, 여기저기 솟아 있는 실편백(扁柏)과 떡갈나무와 캐롭나무(지중해 연안산 콩과(科)의 상록수)들의 푸른 반점들이 덜 우중충해 보인다. 이 나무들은 가장 아름다운 정원들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정말 왕자(王者)다운 매우 키가 큰 어떤 종려나무를 정성껏 떠받드는 궁인들과도 같다.


아름다운 정원들이라고 말한 것은 베다니아에는 라자로의 아름다운 집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자들의 다른 저택들도 있는데, 그들은 아마 예루살렘의 시민들로서 그들의 토지가 근처에 있는 이곳에서 살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시골 사람들의 작은 집들 사이에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는 그들의 별장의 당당하고 훌륭한 덩어리를 돋보이게 한다. 이 구릉들 위에서 키가 훤칠하고 꼭대기에 단단하고 살랑거리는 잎이 무더기로 나 있는 저 종려나무들을 본다는 것은 동방을 연상시키는 이상한 광경이다. 이런 비취색 푸른 빛을 보면 본능적으로 그 뒤에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의 누런 모래밭을 찾게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반대로 은빛도는 초록색인 올리브나무들과 지금은 아무 식물도 없이 벌거숭이 땅이지만 경작된 밭들과 줄기가 거무스름한 앙상한 과일나무들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과일나무들의 얼기설기한 가지들은 지옥의 고통 속에서 몸을 비트는 영혼들을 연상시킨다.


그러다가 예수께서는 갑자기 망을 보고 있는 라자로의 하인 한 사람도 보신다. 하인은 몸을 깊이 숙여 인사를 하고 예수께서 오신다는 것을 주인에게 알릴 허락을 청한다. 그런 다음 빨리 간다.


그동안 농부들과 도시인들이 달려와 선생님께 인사를 한다. 그리고 한 아름다운 집을 향기로운 초록빛으로 둘러싸고 있는 월계수 울타리에서 분명히 이스라엘 사람은 아닌 젊은 여자가 나아온다. 그 여자의 소매없는 겉옷, 명칭에 대한 내 기억이 틀림없다면 스톨라형의 어깨걸이는 매우 흰 모직으로 된 넓고 가벼운 끌리는 자락을 이룰 만큼 긴데, 그것을 돋보이게 하려고, 금실이 반짝이는 선명한 빛깔로 그리이스식 번개무늬를 수놓은 밑자락 장식을 달았다. 스톨라형 어깨걸이는 밑자락 장식과 비슷한 허리띠로 허리를 졸라맸다. 금그물로 고정시킨 그 여자의 머리는 대단히 복잡해서, 앞쪽은 컬이 되어 있고, 뒤쪽은 매끈매끈하며, 목덜미에 가서는 커다란 쪽으로 끝나있다. 이것을 보면 그리이스 여자이거나 로마 여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여자는 여자들의 날카로운 외침과 남자들의 기쁨의 함성에 주의가 끌려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본다. 그러다가 노새조차 타지 못하고 길을 가며, 그와 비슷하지만 모두 그보다도 한층 더 매력없는 사람 한 떼 가운데에서 걸어가는 가난한 사람을 보고 지르는 함성인 것을 알고는 경멸하는 미소를 짓는다. 그 여자는 어깨를 으쓱하고 건방지게 입을 삐쭉거리며 멀어져가는데, 그 뒤로는 개들 대신에 여러 가지 색깔의 섭금류(涉禽類) 한 떼가 따라간다. 그중에는 은빛깔 대가리에서 떨리고 있는 도가머리가 달린 타오르는 듯한 빛깔을 한 왜가리 두 마리외에도 흰 따오기들과 여러 가지 색깔의 홍학들이 있다. 따오기의 대가리는 그놈들의 황금빛 나는 불꽃 같은 빛깔의 찬란한 깃털 가운데 오직 한 가지 흰 빛깔을 이루고 있다.


예수께서는 잠시 그 여자를 바라다보시다가 어떤 노인의 말을 들으시려고 돌아서신다. … 그 노인은 다리가 약한 것을 면했으면 한다. 예수께서는 노인을 어루만져 주시면서, 멀지 않아 봄이 될 터인데 4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면 더 튼튼하게 되는 것을 느낄 것이니까 참으라고 격려하신다.


막시미노가 오고, 몇 미터 뒤에 라자로가 따라온다. “선생님 … 시몬이 그러는데 … 선생님이 그의 집으로 가신다면서요. … 라자로에게는 섭섭한 일입니다. … 그러나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오! 내 친구!” 그러시면서 예수께서는 거북해 하는 것 같은 라자로에게로 급히 가셔서 뺨에 입맞춤하신다. 그동안 그들은 라자로의 과수원과 다른 과수원들 사이에 있는 어떤 작은 집에 도착하였다.

 

“그러면 선생님은 시몬의 집으로 가고자 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소. 나는 제자들을 다 데리고 왔으니까 그편이 낫다고 생각하오 ….”
라자로는 그 결정을 섭섭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대꾸는 하지 않는다. 다만 그를 따라오는 작은 군중에게로 돌아가서 이렇게 말하기만 한다. “가시오. 선생님은 쉬셔야 합니다.”


그것으로 나는 라자로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모든 사람이 그의 말을 따라 물러간다. 그동안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하신다. “여러분에게 평화가 있기를. 내가 설교를 할 때는 여러분에게 알리게 하겠습니다.”


둘이서만 있게 된 지금 라자로는 “선생님” 하고 말을 꺼낸다. 제자들은 몇 미터 뒤로 따라오면서 막시미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선생님 … 마르타는 울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올 것입니다. 저는 마음 속으로만 울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애가 오리라고 생각했더라면 … 하고. 하지만 그 애는 명절을 지내러 오는 일이 없습니다. … 그렇지만 … 그 애가 언제 왔습니까? …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마귀가 그 애를 이리로 몰고 왔다 하고.”


“마귀가? 하느님의 명령을 받은 그의 천사가 데려오지 말라는 법은 어디 있소? 그러나 내 말을 믿어야 하오. 그가 여기 있지 않다 하더라도 나는 시몬의 집으로 갔을거요.”

“왜요, 주님? 제 집에서 평화를 얻지 못하셨습니까?”


“큰 평화를 얻었소. 나자렛 다음으로는 여기가 내게 가장 정다운 곳이오. 그러나 대답 좀 해보시오. 왜 나더러 ‘「고운 내」를 떠나시오.’ 라고 말했소? 사람들이 그 곳에서 꾸미고 있는 계략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나는 라자로의 땅에 가기는 하지만, 라자로가 그의 집에서 모욕을 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하지는 않소. 당신은 그들이 당신을 존중할 줄로 생각하오? 나를 짓밟기 위해서라면, 그들은 거룩한 계약의 궤도 넘어올 것입니다. … 나 하는 대로 가만 놔두시오.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런 다음 생각해보겠소. 그뿐 아니라 내가 당신 집에 식사하러 오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고, 또 당신이 나를 찾아보러 오지 못할 이유도 도무지 없소. 그러나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게 합시다. ‘그는 제자 중 한 사람의 집에 있다.’고.”


“그럼 저는 제자가 아닙니까?”
“당신은 친구이고, 애정으로는 제자보다 더한 사람이오. 악인들이 보기에 이것은 같은 것이 아니오. 라자로, 나 하는 대로 내버려두시오. 이 집도 당신 소유요. … 그러나 당신의 집은 아니오. 데오필로의 아들의 아름답고 호화로운 집 말이오. 그런데 유식한 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대단히 중요한 것이오.”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 그것은 … 그 애 때문입니다. 사실입니다. 저는 그 애를 용서하기로 결정하려고 했습니다. … 하지만 그 애 때문에 선생님이 멀리 하신다면, 맹세코 그 애를 미워하겠습니다 ….”
“그러면 당신은 나를 완전히 잃게 될거요. 즉시 그 생각을 버리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를 당장 잃게 되오. … 마르타가 오는군요. 내 친절한 여주인, 평화가 그대와 함께 있기를.”


“아이고! 주님!” 마르타는 무릎을 꿇고 운다. 그는 왕관 모양으로 머리에 얹었던 베일을 외부 사람들에게 눈물을 너무 보이지 않게 하려고 아래로 내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눈물을 감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 그 눈물을 보이느냐? 정말이지 너는 그 눈물을 망친다! 울어야 할 이유와 눈물을 가지고 귀중한 물건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그렇게도 많은데, 그러나 그 이유로 울다니! 오! 마르타! 네가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지 못하게 된 것 같구나! 너도 알다시피 나는 사람의 옷만 입고 있을 뿐, 마음은 하느님의 것이고, 심장의 고동도 하느님다운 것이다. 자, 일어나 집으로 가자 … 그리고 그 애는 … 맘대로 하라고 내버려두어라. 조소를 하러 오더라도 너희들은 맘대로 하라고 내버려두란 말이다. 그 애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애를 붙들고 소란의 도구를 만들어 놓은 자가 하는 노릇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 애를 지배하는 자보다 더 강한 사람이 있다. 이제는 나와 그 사이에 싸움이 직접 벌어지는 것이다. 너희들은 기도하고, 용서하고, 참고, 믿어라. 그 이상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들은 작은 집으로 들어간다. 네모반듯한 작은 집인데, 회랑이 둘러쳐져 있어 더 넓어졌다. 안에는 십자형으로 된 복도로 갈라진 방이 넷이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바깥쪽에 있는 층계로 해서 작은 회랑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그곳은 그러니까 옥상정원으로 변해서 집의 크기와 똑같은 대단히 넓은 방으로 통한다. 이 방은 어떤 때는 식량을 저장하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없이 깨끗하고 텅 비었다.
시몬은 늙은 하인 곁에 있는데, 그 하인을 요셉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집 자랑을 하며 말한다. “여기서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도 있고,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선생님 뜻대로 하십시오.”

 

“조금 후에 생각해봅시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식사 후에 사람들이 그냥 오도록 하라고 이르시오. 이곳의 선량한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소.”

“어디로 가라고 말할까요?”
“이리로 오라고 날씨가 포근하고, 여기는 바람도 잘 막혀 있소. 과수원엔 아무 것도 없으니까 사람들이 와도 손상을 당하지 않을거요. 여기서 옥상에서 말하겠소. 가보시오.”


라자로만이 예수와 같이 남아 있다. 마르타는 그 많은 사람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친절한” 여주인이 되어서 하인들과 제자들까지 합쳐서 아래에서 식탁들과 침대들을 준비하느라고 분주하다.
예수께서는 라자로의 어깨를 팔로 감싸고 방 밖으로 데리고 나오셔서 날씨를 포근하게 하는 햇볕을 받으며 집 둘레에 있는 대지를 거닐으신다. 그 위에서 하인들과 제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살펴보신다. 예수께서는 왔다갔다 하는 마르타에게 미소를 보내신다. 마르타는 근엄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벌써 덜 혼란한 모습이다. 예수께서는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전경도 바라다보시며 라자로와 함께 여러 사람과 여러 곳의 이름을 말씀하시다가 마침내 불쑥 이렇게 물으신다. “그러니까 도라의 죽음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막대기 같았단 말이군요?”


“아이고! 선생님! 니고데모의 말에 의하면 최고법원의 회의가 일찍이 볼 수 없었을 만큼 격렬했었답니다!”
“내가 최고법원에 대해서 어떻게 했기에 그렇게 불안해 하는거요? 도라는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분노로 인해서 자연적으로 죽었소. 나는 사람들이 죽은 이에 결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소. 그러니 ….


“선생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 두려움으로 제 정신을 잃고 있습니다. 그리고 … 선생님을 죽일 수 있게 선생님에게서 죄를 찾아내야 한다고 하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 아십니까?”
“아! 그렇다면 안심하시오! 그 사람들은 하느님의 때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 누구 이야기인지 아십니까?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아십니까? 안나의 기분이 어떤지 아십니까? 그의 조력자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그것을 아시느냐구요? … 아니 제가 무슨 말을 하는건가요? 선생님은 아시지요! 그러니까 그들이 선생님을 고발하기 위해 죄를 만들어내리라는 말씀을 선생님께 말씀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죄를 벌써 찾아냈소. 나는 벌써 필요 이상의 일을 했소. 로마인들에게 말을 하고, 죄녀들에게 말을 하였소. … 그렇소. 라자로, 죄녀들에게, 말을 했단 말이오. 그렇게 놀란 눈으로 쳐다보지 마시오. … 죄녀 중의 한 사람은 항상 내 말을 들으려고 와요. 그 여자는 지금은 당신의 지배인이 준 외양간에서 살고 있소. 내 곁에 있기 위해서 돼지우리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소 ….”


라자로는 깜짝 놀라서 조상(彫像)처럼 되어버렸다. 그는 꼼짝 않고 있다. 그는 하도 이상해서 예수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보듯 쳐다본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그를 흔드시며 “당신은 맘몬을 보았소?” 하고 물으신다.


“아닙니다. … 저는 자비이신 분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해합니다마는 저들은, 최고법원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그것이 죄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그게 참말이었군요! 제 생각에는 … 아이고!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그것이 내 의무요, 권리요, 소원이오. 쓰러진 영을 구제하려고 힘쓰는 것이 말이오. 그러니까 당신 누이동생이 내가 가까이 가서 그 위에 몸을 기울이는 첫번째 진흙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구려. 그리고 또 마지막도 아닐 것이오. 나는 진흙탕에 꽃씨를 뿌려 꽃을 돋아나게 하기를 원하오. 선행의 꽃을.


“오! 하느님! 아이고! … 그렇지만 … 아! 선생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것이 선생님의 의무이고, 선생님의 권리이고, 선생님의 소원입니다. 그러나 잔인하고 비열한 인간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하도 고약한 냄새를 피우는 시체 같은 자들이라 백합꽃 냄새를 맡지 못합니다. 그리고 백합꽃이 피는 곳에서도 그들은 몹시 썩은 시체 같아서 죄의 냄새를 맡습니다. 그들은 그 냄새가 그들의 더러운 곳에서 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 제발 부탁입니다. 한군데에 오래 머무르지 마십시오. 그들에게 선생님 계신 곳에 가는 수단을 주지 마시고 떠나셔서 이리저리 돌아다니십시오. 붙잡히지 않고 빨리 돌아다녀서 어디를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어리둥절하게 만들면서 꽃대들 위에서 춤을 추는 도깨비불처럼 되십시오. 그렇게 하세요. 비겁으로 그러시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게 되기 위하여는 선생님이 사시는 것이 필요한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그러시는 것입니다.

타락이 점점 더해 갑니다. 타락에 성화를 대립시키십시오. … 타락! … 선생님은 베다니아의 세 여자시민을 보셨지요? 그 여자는 유다인과 결혼한 로마 여자입니다. 남자는 율법에 충실하지만, 여자는 우상숭배자입니다. 그 여자는 예루살렘에서는 그의 짐승들 때문에 이웃 사람들과 말다툼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리로 왔습니다. 그의 집에는 동물이 우글우글한데, 그놈들이 우리에게는 부정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 가장 부정한 것은 우리를 우습게 여기고, 별별일을 다 서슴지 않고 하는 그 여자입니다. … 저는 그 여자를 비난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 하지만 제 말씀은 그의 죄가 온 집안을 짓누르는 마리아 때문에 사람들이 제 집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으면서, 저 여자의 집에는 거리낌없이 간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저 여자가 본시오 빌라도의 총애을 받고 있고, 또 남편과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예루살렘에 있고, 저 여자는 여기 있습니다. 저 여자의 남편과 친구들은 저 집에 와도 자기들을 더럽히지 않는 체하고, 자신을 더럽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체합니다. 위선입니다! 그들은 위선 속에 목까지 빠져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까딱 잘못하면 거기에 빠져 죽습니다. 안식일은 연회를 하는 날입니다. … 그리고 최고법원의 사람들까지 있습니다! 안나의 아들 하나가 가장 부지런히 다닙니다.”


“나도 그 여자를 보았소. 그렇지만 그 여자 하는 대로 내버려두고,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시오. 의사가 약을 만들 때에는 원료들을 섞고, 물을 휘젓기 때문에 물이 썩은 것 같아 보이고, 흐린 것 같아 보이지요. 그러나 얼마 있으면 죽은 것은 가라앉고, 물은 몸에 이로운 저 물질들의 진액이 가득 차 있는데도 다시 맑아집니다. 지금은 이와 같아요. 모든 것이 섞이고, 나는 모든 사람과 같이 일하오. 이 다음에는 죽은 것은 가라앉을 터이니 그것은 버릴 것이고, 살아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백성이라는 큰 바다에 남아서 활동할 것이오. 내려갑시다. 사람들이 우리를 부르오 ….”


… 그리고 예수께서 베다니아 사람들과 그분의 말씀을 들으려고 이웃 마을들에서 모여든 사람들에게 말씀하시려고 옥상에 돌아오셨을 때 환상이 다시 시작된다.


“여러분에게 평화가 있기를.
내가 입을 다물고 있더라도 하느님의 바람이 여러분에게 내 사랑의 말과 남의 원한의 말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내가 여러분 가운데 와 있는 이유를 여러분이 모르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이 흥분해 있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그러나 그것이 오직 기쁨을 나타내는 것뿐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당신의 어린 양을 늑대들에게서 보호하시기 위하여 악의 자극으로 다른 어린 양들 가운데로 도로 데려오심으로써 악을 이용하여 당신 자녀들을 기쁘게 해주시는 주님을 찬미하시오.


주님이 얼마나 인자하신지 보시오. 내가 있던 곳에는 마침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듯이 강물과 개울물이 흘러 들었습니다. 다정스러운 친절의 강물과 타오르는 듯한 고뇌의 개울물이었습니다. 강물은 라자로와 마르타에서 이 고장 끝에 이르기까지 펼쳐져 있는 여러분의 사랑이었고, 개울물은 그리로 오라고 권고를 받는 선을 향해 올 수가 없어서 선을 죄악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의 옳지 못한 음모였습니다. 그런데 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세요, 우리들 있는 데로 오세요. 우리들이 선생님을 에워싸고 격리시키고 지킵니다. 우리의 물은 세상이 선생님께 거절하는 것을 드립니다.’ 하고. 독이 들어 있는 개울은 위협을 하고 그 독으로 죽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개울은 강과 비교해서 무엇이고, 더구나 바다와 비교하면 무엇입니까?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개울의 독은 아무 힘도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사랑의 강물이 그 독을 없애버렸고, 내 사랑의 바다에는 오직 여러분의 다정스러운 사랑만이 흘러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사랑은 이익을 하나 생기게도 하였습니다. 그 사랑은 나를 여러분에게로 다시 데려온 것입니다. 여기에 대하여 지극히 높으신 주님을 찬미합시다.”


예수의 목소리는 고요하고 조용한 공기를 타고 힘차게 퍼져 나간다. 햇빛을 받아 매우 아름다우신 예수는 옥상에서 조용한 몸짓을 하시며 미소지으신다. 밑에서는 사람들이 대단히 기뻐하며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다. 예수를 향하여 쳐들어 그분의 좋은 목소리를 듣고서 꽃과 같이 활짝 피는 얼굴들이다. 라자로도 예수 곁에 있고, 시몬과 요한도 곁에 있다. 다른 제자들은 사람들 사이에 흩어져 있다. 마르타도 옥상으로 올라와서 예수의 발 앞에 앉는다. 마르타는 과수원 너머로 보이는 그의 집을 바라다본다.


세상은 악인들의 것입니다. 그러나 천국은 선인들의 것입니다. 이것은 진리요 약속입니다. 여러분의 조용한 힘은 이 진리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세상은 지나갑니다. 그러나 천국은 지나가지 않습니다. 착한 생활로 천국을 얻는 사람은 그것을 영원히 누립니다. 그렇다면? 왜 악인들이 하는 일 때문에 불안해 하겠습니까? 욥의 탄식을 기억하십니까? 그것은 착하면서 압제를 당하는 사람들의 영원한 탄식입니다. 그것은 육체가 신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육체는 신음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육체가 짓밟히면 짓밟힐수록 영혼의 날개는 주님의 기쁨 안에서 더 높이 올라가야 할 것입니다.


산더미 같은 밀과 가득가득 찬 술통들과 기름이 잔뜩 들어 있는 가죽부대를 합법적으로 또는 오히려 불법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한 것 같이 보이는 사람들이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먹는 모든 음식에서 남의 피와 눈물의 맛을 느끼고, 그들의 침대에는 온통 가시가 돋아 있는 것같이 보일 만큼 양심의 가책으로 몹시 괴롭힘을 당합니다. 그들은 점점 더 긁어모으기 위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것을 도둑질하고, 고아들의 것을 빼앗고, 이웃의 것을 약탈합니다. 그들은 자기들보다 힘이 약하고 덜 타락한 사람들을 압제합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맘대로 하라고 내버려두시오. 그들의 왕국은 이 세상의 것입니다. 그런데 죽을 때에는 무엇이 그들에게 남습니까?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들이 그것을 지고 하느님 앞에 나타나게 되는 죄의 짐을 보물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면 말입니다.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시오. 그들은 빛에 반항하는 어두움의 자식들이라, 환한 오솔길을 걸어갈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샛별을 빛나게 하시면, 그들은 그 샛별을 죽음의 그림자라고 부르고, 그것이 오염된 줄로 생각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황금과 그들의 증오의 어둡고 희미한 빛을 가지고 걸어가는 편을 택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황금과 증오가 희미한 빛을 내는 것은 지옥의 현실에는 죽음의 호수의 것과 같이 반짝이는 인광이 있기 때문입니다 ….”


“예수님, 제 누이동생이 … 아이고!” 라자로는 마리아가 할 수 있는 대로 더 가까이 오려고 라자로의 과수원의 울타리 뒤로 살살 기어오는 것을 발견한다. 마리아는 몸을 구부리고 걸어온다. 그러나 그의 금발이 우중충한 회양목을 배경으로 하여 황금처럼 반짝인다.


마르타가 일어나려고 한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의 머리에 한 손을 얹으시니 있던 대로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다. 예수께서는 목소리를 한 층 더 높이신다.


“저 불행한 사람들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하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회개할 시간의 여유를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시간을 죄를 짓는 데 악용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놓치시는 것같이 보여도 놓치지 않으십니다. 때가 오면, 바위까지도 부수는 벼락과 같이 하느님의 사랑이 그들의 단단한 마음을 부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죄가 쌓이고 쌓여서 그들의 진흙을 그들의 입과 콧구멍에까지 올라오게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거기에 대하여 혐오감을 느끼게 되고, 그들에게 선에 대한 욕망의 시초가 생기는 때가 오게 됩니다 – 아! 그렇습니다. 결국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그들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그 맛과 그 악취의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 때에는 영혼이 이렇게 부르짖습니다. ‘내 영혼이 하느님의 우정을 누리고 있던 내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도와줄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하느님의 빛이 내 마음 속에서 빛나고, 내가 그 빛이 빛나는 가운데로 걸어가던 그 시절로? 내 정의를 보고 세상 사람들이 감탄해 마지아니하며 침묵을 지키고, 나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내 행복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던 그 시절로? 세상 사람들은 내 미소를 받아들이고, 내 말을 천사의 말같이 환영하며, 내 이웃 사람들의 가슴에서는 마음이 긍지로 뛰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어떻게 되었는가? 젊은이들에게는 놀림감이 되고 늙은이들에게는 추악한 사람이 되었다. 그들은 나를 풍자가요로 비꼬고, 내 얼굴에 침을 뱉듯 그들의 경멸을 보낸다.’ 하고.


그렇습니다. 죄인들의 영혼, 참된 욥 같은 사람들의 영혼이 어떤 때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우정과 그분의 나라를 영원히 잃은 사람의 불행이라는 그 불행보다 더 큰 불행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영혼들은 연민의 정을 일으키게 됩니다. 다만 연민의 정을. 그런 영혼들은 한가함으로써 또는 경솔로 인해서 영원한 정배(淨配)를 잃은 영혼들입니다. ‘나는 밤에 내 침대에서 내 영혼의 사랑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였다.’ 과연, 캄캄한 어두움 속에서는 신랑을 분명히 알아볼 수가 없는데, 사랑으로 자극된 영혼은 영적인 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의 고통에 대한 진정작용을 찾고 또 얻기를 바랍니다. 영혼은 그것을 그 어떤 사랑에서 찾아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영혼에는 한 가지 사랑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 사랑의 자극을 받는 이런 영혼들은 사랑을 찾아다닙니다. 그 영혼들은 자기들 안에 빛을 가지기를 원하기만 하면 참 사랑을 신랑으로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데 그 영혼들은 병자들처럼 더듬거리며 사랑을 찾아다녀서,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모든 사랑, 혐오감을 주는 모든 것을 만납니다. 그러나 참된 사랑은 얻어 만나지 못합니다. 참 사랑은 하느님이시지, 황금이나 쾌락이나 권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엾고 불쌍한 영혼들! 만일 이 영혼들이 덜 게을러서 영원한 정배가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말씀하시는 하느님께로, ‘문을 열어 다오.’ 하고 말씀하시는 하느님께로 오라고 처음 부르실 때 일어났더라면, 실망한 정배가 이미 멀리 갔을 때에 비로소 잠이 깨어 그들의 사랑의 충동으로 문을 열러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신랑이 사라진 다음에 말입니다. … 그리고 그 사랑할 필요를 느끼게 하는 이 충동을 진흙탕 속에서 더럽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진흙탕은 더러운 짐승에게도 혐오감을 일으킬 만큼 무익한 것이고 가시가 덮여 있는 것이며, 그 가시들은 꽃이 아니라, 영혼에게 관을 씌워 주기는커녕 오히려 영혼을 찢어놓는 가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근무 중인 경비원들과 모든 사람의 업신여김을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하느님과 같이, 그러나 하느님의 동기와는 반대되는 동기로 죄인을 놓치지 않고 손가락질을 하면서 놀리고 비난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매를 맞고, 가진 것을 빼앗기고 상처를 입은 불쌍한 영혼들! 돌로 쳐죽이는 형벌과 같은 이 무자비한 경멸에는 하느님만이 가담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하느님께서는 그 영혼의 상처를 낫게 하시고, 당신 피조물에게 금강석과 같이 빛나는 옷을 입혀 주시기 위하여 눈물을 흘리십니다그 영혼은 여전히 하느님의 피조물입니다. … 하느님만이 그렇게 하시고 … 또 아버지와 더불어 그분의 아들들도 그렇게 합니다. 주님을 찬미합시다. 하느님께서는 죄인들을 위하여 내가 여기 돌아와서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해야 되게 하셨습니다. 용서하시오, 항상 용서하시오. 모든 악에서 선이 나오게 하고, 일체의 죄에서 은총이 나오게 하시오.’ 하고. 나는 여러분에게 ‘하시오’ 하고만 말하지 않고,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시오. 나는 내 원수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축복합니다. 그들의 덕택으로 내 친구들인 여러분에게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내리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은 예수께 대한 경의의 표시로 베일과 나뭇가지들을 흔든다. 그리고는 아주 조용히 떠나간다.
“사람들이 저 뻔뻔스러운 아이를 보았을까요?”
“아니오. 라자로. 나무 울타리 뒤에 잘 숨어 있었소. 우리는 여기 옥상에서니까 볼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못 보았소.”
“우리에게 약속을 했었는데 ….”


“왜 저 애가 오지 말아야 하는거요? 저 애도 아브라함의 딸이 아니요? 나는 형제들인 당신들, 또 제자들인 너희들이 저 애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기 바라오. 하는 대로 내버려두시오. 나를 비웃을 겁니까? 그냥 내버려 두시오. 울겁니까? 맘대로 울게 내버려두시오. 도망하려고 할 것입니까? 내버려두시오. 이것이 구세주의 비결이고 구속자들의 비결이오. 인내와 친절과 꾸준함을 가지고 기도를 하는 것이오. 그 이상 아무 것도 없소. 어떤 병에 대하여는 어떤 행동도 필요없는 것이오.

친구들, 잘 가시오. 나는 여기 남아서 기도를 하겠소. 당신들이 각기 가서 해야 할 일을 하시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당신들과 함께 계시기를 바라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다.

 

 

출처

102. 베다니아의 열성당원 시몬의 집에서 – 평화의 오아시스 (medjugorj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