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시간
오전 11시 - 12시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 준비기도 ═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의 거룩하신 현존 안에 엎드려
사랑이 지극하신 성심께 간청하오니,
저로 하여금 당신께서 24시간 동안 겪으신
고난의 묵상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소서.
그 때 당신께서는 저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기까지
당신의 흠숭하올 몸과 지극히 거룩하신 영혼으로
그토록 많은 고난을 받기를 원하셨나이다.
이제 제가 제(18)시간을 묵상하는 동안
도움과 은총과 사랑과 당신을 동정하는 마음과
당신 수난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해 주소서.
제가 묵상하지 못하는 시간들에 대해서는
그 시간들을 묵상하겠다는 의지를 봉헌하오며,
일과에 전념하거나 잠에 빠져드는 모든 시간에도
이 지향으로 그들을 묵상하겠나이다.
오 자비로우신 주님,
저의 이 사랑 깊은 지향을 받아들이시어,
제가 하고자 하는 바대로 거룩하게 이미 실행한 것처럼
저 자신과 많은 이들에게 유익이 되게 해 주소서.
오 제 예수님,
기도를 통하여 당신과 결합하도록
저를 불러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저는 더욱더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하여
당신의 생각과 말씀과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제 온 존재가 당신의 뜻과 사랑 안에 녹아들게 하겠나이다.
이제 팔을 벌려 당신을 포옹하며
당신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시작하겠나이다.
(‘준비기도’를 바친 후)
예수님, 성모님, 오셔서 저와 함께 이 글을 쓰소서. 지극히 거룩하신 손을 빌려 주시어, 예수님과 어머니의 마음에 드는 글을, 원하시는 것만을 쓸 수 있게 하소서.
제 사랑이신 예수님, 이미 옷 벗김을 당하신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몸은 온통 살이 해어져서 털 깎인 어린양처럼 보입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오한이 일고, 서 있을 수조차 없어 쓰러지십니다. 원수들이 십자가를 세울 준비를 끝낼 때까지 당신은 그렇게 이 산 위에 누워 계십니다. 제 전부이신, 인자하신 예수님,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 몸 곳곳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살이 온통 찢어져 있는 것을 보는 슬픔에 제 마음도 찢어집니다.
세 번째 가시관
원수들은 지쳐 있지만, 그래도 이쯤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가시관을 옷과 함께 벗기면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끼친 다음, 일찍이 들어 본 적 없는 잔인함으로 거룩하신 머리에 결국 다시 씌우고 박아 넣었으니, 이로 인해 가시들이 머리에 새로운 상처를 내었고, 그러는 동안 당신은 죄의, 특히 교만이라는 죄의 사악함과 완고함을 보속하셨습니다. 예수님, 사랑이 당신을 계속 밀어 주지 않았다면 이 세 번째 가시관 씌움을 당하실 때 이미 돌아가셨을 것입니다. 참을 수 없어진 당신은 피가 막처럼 덮고 있는 눈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이 극도의 고통 중에 계신 당신을 돕기 위해 누군가가 곁에 와 있기를 기대하며 둘러보십니다.
어지신 예수님, 사랑하올 제 생명이시여, 여기서는 (겟세마니에서의) 그 수난의 밤처럼 당신은 혼자가 아니십니다. 비탄에 잠긴 어머니께서 여기 계시니, 미어지는 가슴으로 당신만큼 죽음의 고통들을 겪고 계십니다. 그리고 사랑에 찬 마리아 막달레나와 충실한 요한도 있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당신의 고난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닌 것 같고, 요한은 당신 수난의 통탄할 힘에 충격을 받고 벙어리가 된 것 같지만 말입니다. 여기는 이렇듯 사랑하는 사람들의 산이니, 당신은 결코 혼자이실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제 사랑이시여, 이 큰 고난 중에 계신 당신을 누가 부축하기를 원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아니, 제발, 저더러 오라고 하십시오, 와서 일으켜 세워 달라고 하십시오! 저는 누구보다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인간입니다. 그러면 사랑하올 당신 엄마와 다른 이들이 저를 당신께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오 예수님, 제가 곁에 왔습니다. 당신을 포옹하면서 비오니, 제 어깨에 당신 머리를 얹으시어 제 머리로 가시들을 느끼게 해 주소서. 저는 당신 머리에 제 머리를 갖다 댑니다. 가시들의 아픔을 느낄 뿐만 아니라, 당신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보혈로 제 모든 생각을 씻어내기 위함입니다. 이와 같이 함으로써 제 모든 생각이 사람들의 모든 악한 생각을 당신께 보속하는 행위가 되게 하고자 합니다. 그렇습니다, 제 사랑이시여, 제게 가까이 오십시오. 당신의 거룩하신 얼굴에서 냇물처럼 흘러내리는 피를 한 방울 한 방울 다 입맞추며 흠숭합니다. 비오니 이 한 방울 한 방울이 모든 사람의 마음을 밝히는 빛이 되게 하셔서, 아무도 악한 생각으로 당신을 모욕하는 일이 없게 하소서.
그러나, 저의 부축을 받으며 제게 기대어 계신 동안, 오 예수님, 제가 보니 당신은 원수들이 당신을 못박으려고 준비하고 하는 십자가를 보고 계십니다. 그들은 못박을 구멍을 뚫어 놓기 위해서 망치로 십자가를 쾅쾅 내리치고 있고, 당신은 그 소리도 듣고 계십니다. 오 예수님, 갑자기 당신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이 느껴집니다.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이 수반되건만, 당신은 이 가장 반가운 침상을 간절히 바라오셨고, 이 십자가로 우리 영혼의 구원을 보증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게 이 말씀이 들립니다.
“사랑스러운 십자가야, 내 소중한 침상아, 너는 내 평생의 순교였고, 이제는 내 안식이 되었다. 오 십자가야, 서둘러 네 품에 나를 안아 다오.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나를! 거룩한 십자가야, 네 안에서 모든 것을 이루리니, 서둘러라, 십자가야, 그리하여, 나를 사르고 있는 열망을, 영혼들에게 생명을 주고자 하는 이 열망을 성취하여라. 오 십자가야, 네가 바로 이 생명들을 보장하는 인호가 되리니, 더 이상 지체하지 말아라! 내가 팔다리를 뻗고 네 위에 눕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내 모든 자녀들에게 천국을 열어 주고 지옥을 닫아버리기 위함이다. 오 십자가야, 너는 내 전투이지만 또한 승리이고, 그것도 완전한 개선이다. 너를 통하여 내 자녀들에게 풍성한 유산을, 승리와 무훈과 월계관을 내리리라.”
그러나, 사랑하올 당신께서 십자가를 향해 하신 모든 말씀을 되풀이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이겠습니까?
당신께서 그렇게 십자가를 향해 속마음을 털어놓고 계실 때에, 원수들은 당신에게 그 위에 누우라고 명령합니다. 그러자 당신은 저희의 불순종을 보속하시려고 즉시 순명하십니다. 제 사랑이시여, 십자가에 누우시기 전에 당신을 제 가슴에 품어 안고 입맞춤을 드리며 당신의 입맞춤도 받게 해 주소서. 예수님, 좀 들어보십시오, 저는 당신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과 함께 손발을 뻗고 십자가에 누워 함께 못박히고 싶습니다. 참 사랑은 헤어질 줄을 모르는 것이니, 제 사랑의 대담함을 용서해 주시고 당신과 함께 못박혀 있도록 허락해 주소서.
감미로운 제 사랑이시여, 당신께 이를 청하는 것이 저 혼자가 아님을 당신은 아십니다. 당신 통고의 어머니는 물론, 당신과 떨어질 수 없는 마리아 막달레나, 그리고 사랑하시는 제자 요한도 당신께서 홀로 십자가에 못박히시는 것을 보고 있기보다는 차라리 함께 못박히는 것이 더 견디기 낫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저는 당신과 함께 영원하신 아버지께 저를 바치면서 당신의 뜻과 하나 되고, 당신의 사랑과 하나 되고, 당신의 보속과 하나 되고, 바로 당신의 마음과 하나 되어, 당신의 모든 고통과 하나 되겠나이다.
오! 비통에 잠긴 당신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딸아, 내 사랑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네가 알아맞혔구나.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혀야 한다는 것이 나의 뜻이다. 그래, 좋다. 어서 와서 나와 함께 십자가에 누워라. 내가 너를 내 생명의 생명이 되게 하고, 내 사랑하는 사람으로 마음에 간직하리라.”
십자가에 못박히심
어지신 예수님, 이제 당신은 십자가 위에 누워 계십니다. 사형 집행자들은 당신을 못박으려고 못과 망치를 들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들이 지체 없이 못질을 하도록 하시려고 사랑과 다정함이 어린 눈길로 바라보십니다. 그들은 마음이 야릇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무자비하게 당신의 오른손을 잡아당겨 못을 갖다 대고 십자가 뒷면까지 뚫고 들어가도록 망치질을 합니다. 저의 예수님, 그 고통이 얼마나 크고 극심한지 당신은 전율에 휩싸이십니다. 아름다운 눈은 빛을 잃어 어두워지고, 거룩하신 얼굴도 핏기가 사라져 시신처럼 창백해지셨습니다.
오 복되신 오른손이여, 제 입맞춤을 드립니다. 애처롭고 불쌍한 이 손에 경배 하고, 저 자신과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감사드립니다. 이 순간, 당신의 오른손에 받으신 타격만큼 많은 영혼을 지옥에의 선고에서 풀어 주시고, 흘리신 피만큼, 그 모든 방울만큼 많은 영혼을 지극히 고귀하신 피로 씻어 주소서. 그리고 당신께서 이 오른손으로 겪으신 쓰라린 고통으로, 특히 당신 팔의 신경이 짓찢기며 십자가에 못박히시는 동안 겪으신 고통으로 비오니, 모든 사람에게 천국을 열어 주시고 강복해 주소서. 당신의 강복으로 죄인들은 회개에로, 이교도와 비신자들은 진리의 빛에로 불러 주소서.
오 제 생명이신 예수님, 원수들은 당신 오른손을 못박자마자 말할 수 없이 잔혹하게 왼손을 잡아 늘입니다. 십자가에 미리 뚫어둔 구멍에 맞추려고 왼손을 어찌나 세게 잡아당겼는지, 당신은 팔과 어깨의 관절이 빠지는 것을 느끼십니다. 그 격심한 고통으로 말미암아 다리가 오그라들고 비틀리십니다.
예수님의 왼손이여, 제 입맞춤을 드립니다. 애처롭고 불쌍한 이 손에 경배하고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왼손이 못박히는 동안 받으신 타격과 고통에 의하여 기도하오니, 이 순간 수많은 연옥 영혼들에게 천국을 허락하소서. 또한 이 손으로 흘리신 피로 그들을 태우는 불꽃을 꺼 주소서. 이 피가 그들 모두에게 위로와 생기가 되고, 모든 죄의 얼룩을 깨끗이 씻어 주는 은혜로운 목욕이 되어, 마침내 지복으로 빛나는 천국을 볼 수 있게 하소서.
제 사랑, 제 전부이신 예수님, 못이 당신 왼손을 뚫고 들어가는 동안 겪으신 극심한 고통에 의하여 비오니, 모든 영혼들을 위하여 지옥문을 닫으시고, 불행히도 저희의 죄로 끌어당기는 하느님 정의의 징벌을 막아 주소서. 예수님, 당신의 복되신 왼손을 박은 이 못이 하느님 정의의 문을 여닫는 열쇠가 되게 하시어, 이 세상에 빗발치며 내릴 징벌은 막아 주시고, 하느님 자비의 보고(寶庫)의 문은 열어 주소서.
이제 당신은 움직일 수가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시고, 우리는 자유로이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세상과 모든 세대를 당신의 팔에 맡깁니다. 제 사랑이시여, 당신 자신의 피가 외치는 소리로 간구하오니, 그 누구에게도 용서를 거절하지 마옵소서. 그리고 이 보배로우신 피의 공로에 의하여 간청하오니, 모든 이에게 구원과 은총을 내려 주소서. 오 예수님, 아무도 거기에서 제외하지 마소서.
제 사랑이신 예수님, 당신 원수들은 아직도 만족하지 않습니다. 악마적인 포악함으로 지극히 거룩하신 두 발을 움켜잡습니다. 지칠 줄 모르고 언제나 영혼들을 찾아다니시던 발을, 이제 양손이 못박히시는 고통으로 수축되어 있는 발을! 이 두 발을 얼마나 세게 잡아당기는지 무릎뼈와 늑골과 가슴 속의 모든 뼈가 탈구되고 맙니다. 오 어지신 예수님, 저는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피로 가리워지고 빛을 잃은 당신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그 고통 때문에 빙그르르 돌고, 얻어맞아 멍들고 부은 입술은 뒤틀리고, 뺨은 움푹 꺼지고, 이는 탁탁 맞부딪치는 소리를 내고, 가슴은 부풀어 오르고, 심장은 손발이 포악하게 당겨지는 동안 이미 완전히 으스러져버렸고…… 제 사랑이시여, 이 끔찍한 고통을 면하실 수 있도록, 제발 저로 하여금 당신을 대신하게 해 주소서. 당신의 손발 위에 제 손발을 뻗고 누워, 당신에게는 휴식을 드리고 모든 사람에게는 입맞춤과 위로를 주며 모든 것을 보속하겠습니다.
제 예수님, 제가 보니 그들은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의 두 발을 한꺼번에 못박으려고 한 발 위에 다른 발을 포갭니다. 더욱 고약하게도 그것은 굵고 무딘 못입니다. 제 예수님, 이 못이 박힐 때에 부디 제게 허락하시어 모든 사제들을, 특히, 착하고 거룩한 생활을 하지 않는 사제들을 당신 오른발 속에 집어넣게 하소서. 그러면 그들은 뭇 민족들의 빛이 될 것입니다. 또한, 저로 하여금 모든 민족을 당신 왼발 속에 집어넣게 하소서. 그러면 그들은 사제들에게서 빛을 받고 사제들을 존경하며 사제들에게 순종할 것입니다. 못이 당신의 두 발을 꿰뚫는 것과 같이 사제들과 뭇 민족들도 꿰뚫게 하시어, 그들 중 어느 쪽도 당신과 떨어지는 일이 없게 하소서.
오 예수님의 복되신 발이여, 입맞춤을 드립니다. 애처롭고 불쌍한 이 두 발에 경배하고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발로 겪으신 극심한 고통과 뼈란 뼈가 다 탈구되는 아픔과 흘리신 피를 통해 간구하오니, 모든 영혼을 당신 상처로 감싸 안아 주소서. 오 예수님, 아무도 업신여기지 마옵소서.
당신의 못들이 저희 영혼의 능력들도 못박아 그 무엇도 당신과 떨어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 마음도 못박아 항상 당신 안에만 붙어 있게 하시고, 저희 감정도 못박아 당신께로부터 오지 않는 것에는 어떤 기쁨도 느끼지 않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이제 피투성이가 되신 당신이 보입니다. 당신께서 피바다에 잠겨 계십니다. 그런데 이 피는 방울마다 다만 한 가지만을 당신께 말씀 드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혼들”입니다. 과연, 피 한 방울마다 그 속에 모든 세기의 영혼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므로, 오 예수님, 당신은 저희 모두로 하여금 당신 자신 속에 있게 하신 것입니다! 이 피의 능력에 의지하여 비오니, 어떤 사람도 당신에게서 달아나지 않게 하소서.
오 제 예수님, 사형 집행자들이 당신 발을 십자가에 못박는 일을 마치자 저는 당신 심장 쪽으로 다가갑니다. 심장은 제대로 뛰고 있지 않은데, 당신의 사랑은 더욱 크게 외치고 있습니다.
“나에게 한층 더 많은 고통을 다오!”
예수님, 저는 당신 성심을 포옹합니다. 입맞추고, 애처롭고 불쌍하게 여기며, 경배합니다. 또 저 자신과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감사드립니다. 오 예수님, 저는 당신 성심에 머리를 대고 이 고통스러운 못박히심에 걸쳐 당신께서 겪고 계시는 것을 듣고자 합니다. 과연, 들립니다, 모든 망치 소리가 당신 성심 안에 되울려 옵니다! 이 성심이야말로 모든 것의 중심이니, 여기에서 당신의 고통이 시작되고 또 끝납니다.
그렇습니다. 나중에 창으로 찔리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당신 사랑의 불꽃과 성심 주위에서 끓고 있는 피가 과열되어 이미 심장 폭발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이 피와 불꽃이 당신을 사랑하는 영혼들을 불러, 당신 성심 안에 행복한 거처를 마련하게 합니다. 당신 성심의 사랑과 지극히 고귀하신 피를 통해 기도하며 간청하오니, 당신을 사랑하는 영혼들을 성화에 이르게 하소서. 오 예수님, 그들로 하여금 결코 성심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소서. 또한 당신 은총으로 산 제물의 소명을 많아지게 하시어, 그 영혼들이 이 세상에서 당신 삶을 계속 살아가게 하소서. 당신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영혼들에게 성심 안의 특별한 자리를 주고자 하셨으니, 그들이 이 자리를 잃는 일이 없게 하소서. 오 예수님, 당신 성심의 불꽃으로 저를 살라 주시고, 당신 피로 저를 아름답게 꾸미시며, 당신 사랑으로 제가 언제나 사랑에 못박혀 있으면서 고통 받고 보속하게 해 주소서.
오 제 예수님, 사형 집행자들은 당신의 손발을 십자가에 못박은 다음, 이제 못의 끝을 구부려 나무에 고정시키려고 십자가를 뒤집어엎습니다. 그 바람에 흠숭하올 당신 얼굴이 땅바닥에 닿이고 당신 자신의 피에 젖습니다. 당신은 거룩하신 입술로 땅에 입맞추시니, 오 사랑이시여, 이 입맞춤으로 모든 영혼들에게 입맞추고 그들을 당신 사랑으로 묶으시면서 구원의 인호를 찍어 주십니다. 오 예수님, 제가 대신 이 일을 하게 하소서. 그리고, 사형 집행자들이 못을 구부리려고 망치질을 하는 동안의 타격으로 제게도 상처를 주시고, 저를 온전히 당신 사랑에 못박아 주소서.
어지신 예수님, 저는 당신 머리 속에 제 머리를 넣습니다. 가시들이 점점 더 깊이 당신 머리를 찌를수록 제 모든 생각을 애정 어린 입맞춤으로 당신께 바칩니다. 가시의 고통을 덜어 드리면서 위로해 드리기 위함입니다.
오 예수님, 저는 당신 눈 속에 제 눈을 넣습니다. 그리하여 당신 원수들이 아직도 당신을 능욕하며 조롱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러니 제 사랑의 눈길로 당신의 거룩하신 눈길을 위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당신 입 안에 제 입을 넣습니다, 오 예수님. 당신 혀는 쓰디쓴 고통과 불타는 갈증으로 입천장에 거의 들러붙어 있습니다. 오 예수님, 당신은 이 목마름을 푸시려고 사랑이 넘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갈망하시지만, 그 마음들을 다 차지하지 못하시니 갈증만 더 커질 따름입니다. 어지신 예수님, 저는 당신께 강물처럼 사랑을 흘려보내어 그 쓰디쓴 고통과 불타는 갈증을 좀이나마 풀어 드리겠습니다.
예수님, 저는 당신 손 안에 제 손을 넣습니다. 움직이실 때마다 당신 손의 상처는 더 넓게 찢어져서 더 심하게 파고드는 아픔이 됩니다. 사랑하올 예수님, 이 아픔을 덜어 드리며 가라앉히기 위하여 저는 모든 사람의 거룩한 노동을 당신께 바칩니다.
예수님, 저는 당신 발 속에 제 발을 넣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발을 통하여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계시는지! 마치, 거룩하신 당신 몸의 모든 동작이 발에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당신을 도와 이 모진 아픔을 좀이라도 덜어 드릴 사람은 한 사람도 곁에 없습니다. 지극히 사랑하는 제 생명이시여, 저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세대 사람들의 발걸음을 다 모아 당신을 향하게 하고, 이 모진 고통 중에 계신 당신을 위로하러 오도록 하고 싶습니다.
오 제 예수님, 저는 당신의 가엾은 심장에 제 심장을 넣습니다. 얼마나 많이 찢어진 심장인지! 발을 움직이면 심장 위쪽 끝에 붙어 있는 신경들이 찢어지고, 손을 움직이면 심장 양옆의 신경들이 못박힌 손의 상처보다 더 크게 찢어지고, 머리를 움직이면 심장 입구에서 피가 흐르면서 완전히 못박히는 통증이 느껴지니, 오 저의 예수님, 제가 어떻게 하면 이러한 고통을 위로해 드릴 수 있겠습니까? 당신 안에 저 자신을 분산 배치해야 하겠습니다. 제 심장은 떼어 당신 심장 안에 넣고, 저의 갈망은 당신의 뜨거운 갈망 안에 넣겠습니다. 그래서 악한 욕망들을 모조리 부수겠습니다. 당신 사랑 안에 제 사랑이 퍼지게 하여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당신의 불로 태우고 악한 애정들은 태워 없애겠습니다. 그래야 당신 성심은 위로를 받으실 것입니다. 그러니, 오 예수님, 지금부터 저는 당신의 갈망, 당신의 사랑, 당신의 뜻이라는 못으로 이 지극히 사랑하올 성심에 언제까지나 못박혀 있기로 약속합니다.
오 예수님, 당신은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저는 당신 안에 못박혀 있습니다. 제가 당신께 못박혀 있지 않은 순간은 도무지 없게 하소서. 언제까지나 못박혀 있게 하시어, 당신을 사랑하고 모든 이를 위한 보속을 바치며 사람들이 그들의 죄로 당신께 끼치는 고통을 위로해 드릴 수 있게 하소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어지신 예수님, 당신의 원수들이 무거운 십자가를 들어 올려 미리 파 둔 구멍에 박는 것이 보입니다. 그리하여 제 사랑이신 당신께서는 하늘과 땅 사이에 달려 계십니다. 이 장엄한 순간에 당신은 아버지께 의탁하시면서 약하디 약한 음성으로 말씀하십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세상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제가 덮어쓰지 않은 죄란 없습니다. 그러니 아버지의 신적인 정의의 징벌을 사람들에게는 쏟아 붓지 마시고, 아버지의 아들인 저에게 부어 주소서. 아버지, 모든 영혼들을 이 십자가에 묶고 제 피와 상처로 부르짖으며 간절히 청하오니, 그들을 용서해 주소서. 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 십자가로, 이 고통으로, 모든 사람에게 참된 회개와 평화, 용서와 성화를 허락해 주소서.”
하느님의 의노를 풀기 위한 기도
* 이 ‘시간’ 후미의 주(註) 참조
예수님, 당신은 십자가에 못박혀 계십니다. 그러나 당신의 영혼은 지상이 아니라 천상에, 거룩하신 당신 아버지와 함께 계십니다. 저희들의 영혼을 위하여 아버지께 변호하시려는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제 사랑이시여, 저도 당신을 따라 영원하신 분의 옥좌 대전으로 나아가서 당신과 함께 하느님의 의노를 풀고자 합니다. 당신 뜻에 일치하여 지존하신 당신 인성을 입고, 당신과 함께, 당신이 하시는 모든 것을 따라 하고자 합니다. 제 생명이시여, 그러니 제 생각들이 당신 안에 흘러들게 하소서. 제 사랑과 의지와 갈망이 당신 안에, 제 심장 고동이 당신의 고동 안에, 곧 제 온 존재가 당신 안에 흘러들게 하시어, 아무 것도 놓치지 않고 당신의 모든 것을, 모든 행위와 말씀을 곧이곧대로 되풀이하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당신은 거룩하신 아버지께서 사람들 때문에 몹시 화를 내시는 것을 보시고, 지존하신 당신 인성 안에 모든 사람을 감추신 채 아버지 대전에 엎드려 계십니다. 이와 같이 당신은 저희를 안전하게 피신시키시어, 아버지께서 당신 안에 있는 저희를 보시고, 당신 사랑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을 아버지에게서 몰아내시지 않도록 하십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사람들에 대해서 노여워하시는 것은 수많은 영혼들이 아버지께서 창조하신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망가뜨리고 생각이 온통 아버지를 모욕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지성은 본디 아버지를 깨닫도록 창조되었건만 그렇게 지성을 사용하는 대신, 그것을 그들의 모든 죄를 숨기는 소굴로 만들고 만 것입니다.
오 예수님, 아버지의 노여움을 푸시려고 당신은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 머리에 아버지의 주의를 끌어 가시들이 참혹한 고통을 주면서 머리를 찌르고 있는 것을 보시게 하십니다. 이 고통들이, 말하자면 모든 사람들의 지성을 당신의 정신 안에 못박는 것이기에, 당신은 신적 정의를 채우기 위한 속죄의 제물로 그 지성들을 하나하나 봉헌하십니다. 오, 이 가시들이 엄위로우신 하느님 면전에서 얼마나 애처로운 소리를 내는지, 하느님께서 사람들의 악한 생각들을 죄다 용서하십니다!
예수님, 제 생각들은 당신 생각들과 하나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엄하신 하느님 대전에서 당신과 함께, 기도하고, 간청하고, 보속하고, 인간의 지성이 저지르는 모든 악에 대한 용서를 청합니다. 저는 당신의 가시들과 지성을 취하여, 당신과 함께 모든 사람에게 두루 다니면서, 그들의 지성에 당신의 지성을 결합시키겠습니다.
그리고 당신 지성의 거룩함으로써 당신께서 창조하신 본래의 지성을 그들에게 되돌려 주고, 당신 생각의 거룩함으로써 인간의 모든 생각을 당신 안에 질서롭게 정돈하며, 당신의 가시들로써 모든 사람의 정신을 꿰뚫어 그 모두에 대한 주권과 통치권을 당신께 되돌려 드리고자 합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 홀로 당신만이 모든 생각과 모든 애정과 모든 민족의 주재자이십니다. 홀로 당신만이 만물을 다스리십니다. 이와 같이 하실 때에만 땅의 모습이 - 몸서리나도록 끔찍한 - 땅의 모습이 바뀔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당신은 인간이 죄로 온통 얼룩져 있고 온 천국 주민을 역겹게 하는 더없이 불결한 오물에 뒤덮여 있음을 보면서 노여워하시는 성부님을 줄곧 우러러보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지극히 거룩하신 손으로 지음하신 작품인 인간이 이제는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흉하게 되었으니, 이를 쏘아보시는 하느님 눈길의 투명함이야말로 여간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과연, 인간은 지상에 서식하는 괴물들같이 되어, 아버지의 눈길에 서린 의노를 그들 자신에게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오 예수님, 당신은 아버지를 진정시키시려고 피로 뒤덮이고 눈물로 부어오른 당신 눈을 보시도록 아버지와 눈길을 주고받으십니다. 그렇게 하심으로써 아버지의 눈에 서린 노여움을 가라앉히려고 애쓰십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불쌍히 여겨 주시도록, 하느님의 옥좌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십니다. 그리고 이 말씀이 제 귀에 들립니다.
“아버지, 배은망덕한 인간이 갈수록 죄를 더 지으며 더러워지고 있으니, 아버지의 보호하시는 눈길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아버지, 저를 보십시오. 제가 아버지 앞에서 눈물과 피를 쏟아, 인간을 뒤덮고 있는 이 오물을 씻어낼 만한 목욕물이 되게 하겠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설마 저를 버리시지야 않으시겠지요? 그러실 리가 없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아들인 한편, 모든 사람의 머리이기도 하니, 사람은 저의 지체들입니다. 그러니 그들을 구원하십시다, 오 아버지, 그들을 구원하십시다.”
끝없는 사랑이신 예수님, 저도 지고하신 분의 면전에서 수많은 인간의 멸망 때문에 울기 위해서, 그럴 때마다 그만큼 슬퍼하기 위해서 당신의 눈을 지니고자 합니다! 당신의 눈물과 눈길을 저의 눈물과 눈길과 하나 되게 하여 모든 사람에게 가게 해 주소서.
저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자기네 영혼과 당신 사랑을 애처로워 하도록,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시는 당신을 보여 주고, 그들이 스스로를 더럽히고 있어도 당신은 눈물과 피로 씻어 줄 태세로 계신다는 것을 보여 주겠습니다. 그러면 당신께서 우시는 것을 보고 그들도 항복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로 하여금 당신의 이 눈물로써 인간의 모든 오물을 씻어내게 하소서. 이 눈물을 그들의 마음속에 흘러내리게 하여 죄로 굳은 영혼들을 부드럽게 하고 모든 마음들의 완고함을 이기게 하겠습니다. 당신의 눈길로는 그들을 꿰뚫어 눈이란 눈이 모두 하늘을 우러러보며 당신을 사랑하게 하고, 다시는 지상을 떠돌며 당신을 모욕하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하면, 거룩하신 아버지께서 마다하지 않으시고 가련한 인류를 굽어보실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제가 보니 성부님의 진노는 아직도 가라앉지 않으셨습니다. 왜냐하면, 가련한 인간에 대한 크나큰 사랑으로 활동하시는 그분의 아버지다운 선하심이 하늘과 땅을 그 사랑과 은혜의 증거로 온통 채우고 있건만, 그래서 사람은 거의 모든 발걸음과 행위 속에서 이 아버지의 마음에서 흘러내리는 사랑과 은총을 느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배은망덕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업신여기며 숫제 인정하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간은 하늘과 땅을 모독과 멸시와 능욕으로 채움으로써 그토록 큰 사랑에 맞서고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 더러운 발로 당신의 사랑을 짓밟고 있으며, 인간 자신을 우상으로 삼음으로써 이 사랑을 파괴하려고 들기까지 합니다. 아, 이 모든 죄가 하늘을 뚫고 지존하신 분의 옥좌에 올라갑니다. 이 비참한 인류가 그처럼 온갖 모양으로 하느님을 모욕하며 대들고 있는 것을 보고 계시니, 그분께서 얼마나 노여우시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 당신은 항상 저희를 변호해 주시는 일에 여념이 없으시니, 당신 사랑의 황홀한 능력으로, 아버지께서 이 모든 모욕과 멸시로 뒤덮인 당신의 거룩하신 얼굴을 보시도록 하십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말씀 드립니다.
“아버지, 이 가련한 인류를 업신여기지 마옵소서. 아버지께서 그들을 버리시면 저도 함께 버리시는 것이 됩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제 얼굴에 이 모든 모욕을 담고 있으니, 이로써 아버지께 모든 사람을 위한 배상을 드립니다. 아버지, 가련한 인류에 대한 진노를 이제는 부디 거두어 주소서. 그들은 눈이 멀어 자기들이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 때문에 제가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 살펴보소서.
이 비참한 인류를 불쌍히 여기실 마음이 없으시면, 온통 침으로 더럽혀지고 피투성이가 된데다 얻어맞고 주먹질을 당하여 부어오르고 할쑥해진 저의 이 얼굴을 불쌍히 여기소서. 아버지, 자비를 베푸소서!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저는 이제 저 자신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추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역겨움을 주는 자가 되었고, 모든 사람에게서 멸시와 배척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어떻게 해서든지 이 가련한 인류를 구원하고 싶습니다!”
예수님, 당신께서는 어쩌면 저희를 그처럼 사랑할 수 있으십니까? 당신 사랑이 저의 보잘것없는 마음을 으스러뜨립니다. 저는 모든 일 속에서 당신을 따르고자 하오니,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 얼굴을 제게 입혀 주소서. 이토록 손상된 당신 얼굴을 될 수 있는 한 계속 아버지께 보여 드림으로써 인류를 불쌍히 여기시게 하기 위함입니다. 인류가 하느님 정의의 징벌에 심히 짓눌려 거의 죽은 듯 누워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또 사람들 가운데로 가서 그들을 위하여 이토록 손상된 당신 얼굴을 보여 주겠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자기네 영혼과 당신 사랑을 애처롭게 여기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당신 얼굴에서 발하는 빛으로, 또 당신 사랑의 황홀한 힘으로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깨닫게 하고, 그들이 누구인지를, 감히 당신을 모욕할 수 있겠는지를 깨닫게 하겠습니다. 이것이 은총 생명이 죽은 상태로 수많은 죄 중에 살고 있는 그들의 영혼을 일으켜, 모두가 당신 앞에 엎드려 당신을 경배하며 찬양하게 할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흠숭하올 예수님, 인간은 언제나 하느님의 정의를 끊임없이 거스르면서, 그 혀로 끔찍한 모독의 말을 토해내고,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며, 저주와 악담을 퍼붓고, 살인과 대량 학살의 음모를 꾸밉니다. 이 모든 소리들이 귀가 멍멍하도록 땅에 울려 퍼지고 하늘에 사무쳐서 하느님의 귀에까지 울립니다.
창조주께서는 이 몹쓸 소리들을 듣는 것에 질력이 나시어 인류를 그분에게서 내치시고 깨끗이 없애버리려고 하십니다. 그 못되고 악한 소리들이 욕설을 퍼부으면서 하느님 정의의 징벌을 그들 자신에게 끌어당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정의로 하여금 징벌을 내리시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입니다! 아, 가공할 모독이 이다지도 많으니, 하느님의 의노가 얼마나 무섭게 인간을 내리치시겠습니까!
오 예수님, 당신은 지고한 사랑으로 저희를 사랑하시므로 전능하시고 창조적인 음성으로 이 몹쓸 소리들과 맞서시며, 당신 음성 안에 그 모두를 모아들이십니다. 또 아버지의 귀에 당신의 부드러운 음성이 울리게 하시어, 사람들이 아버지께 끼치는 성가심을 보상하시고, 그들보다 더 많은 찬송과 찬미의 소리를 아버지께 들려 드리십니다. 그리고 큰소리로 부르짖으십니다.
“가련한 인류에게 자비와 은총과 사랑을 베푸소서!”
당신은 아버지의 노여움을 한층 더 가라앉히시려고 아버지께 당신의 지존하신 얼굴을 보여 드리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한 번 더 제 얼굴을 보아 주십시오. 저 사람들의 소리를 듣지 마시고 제 소리를 들어 주십시오. 저 홀로 아버지께 모든 이에 대한 배상을 바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비오니, 사람들을 보시되, 제 안에서 보소서. 제 밖에서 그들을 보신다면 그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들은 나약하고, 무지하고, 나쁜 짓밖에 할 줄 모르고, 온통 비참으로 차 있습니다. 자비를 베푸소서! 이 가련한 조물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저는 고통으로 소태처럼 쓰고 갈증으로 바싹 마르고 사랑으로 타서 거무스레한 저의 이 혀로 그들을 책임지겠습니다.”
쓰디씀을 겪고 계신 예수님, 저는 당신 음성 안에 있는 제 음성으로 사람들의 모든 모욕에 맞서고자 합니다. 당신의 혀와 입술을 가지고 모든 사람에게로 가겠습니다. 당신의 혀를 그들의 혀에 갖다 대어, 그들이 당신을 모욕하는 중에 당신이 겪고 계시는 쓰디씀을 맛보게 함으로써, 사랑 때문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 지독한 쓴맛 때문에 다시는 모독의 말을 뱉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또 그들의 입술을 당신 입술과 닿게 하여, 모든 입술에 죄로 인한 불이 붙게 하고 모든 가슴속에 당신의 전능하신 음성이 울리게 함으로써, 모든 악한 소리들의 흐름을 잘라버리고, 인간의 모든 음성을 찬양과 찬미 소리로 바꾸기 위함입니다.
오, 십자가에 못박힌 거룩하신 예수님, 사람들은 아직 당신의 큰 사랑과 고통에 굴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은 당신을 업신여기면서 엄청난 독성(瀆聖)죄, 살인, 자살, 결투, 협잡, 사기, 잔혹 행위 및 배반죄를 범하며 죄에 죄를 더하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이 모든 악행들이 아버지의 팔에 얼마나 무거운 짐이 되는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그 무거움을 견딜 수 없어진 아버지께서 노여움을 터뜨려 세상을 없애버리려고 바야흐로 팔을 내리려고 하십니다.
오 예수님, 그러자 당신은 사람들이 망하는 것을 보지 않으시려고, 즉 하느님의 진노에서 그들을 건져 내시려고 아버지께로 당신 팔을 펴십니다. 아버지께서 인간을 없애려고 팔을 내리시지 않도록 당신 팔로 그 무거운 짐을 함께 들고 아버지의 노여움을 가라앉히셔서, 하느님의 의로운 징벌이 세상을 내리치는 일이 없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런 후 당신은 아버지께서 가련한 인류를 불쌍히 여기시도록, 더없이 미더운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아버지, 이 찢어진 양손과 손을 박고 있는 못을 보십시오. 인간의 모든 악행이 저를 이렇게 못박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 두 손으로 그 모든 악행이 주는 온갖 죽음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오 아버지, 저의 이 고통으로 만족하지 않으십니까? 어쩌면 이것만으로는 아버지께 모든 보상을 바칠 수 없겠습니까?
그러면 뼈가 빠진 저의 이 두 팔이 저 가련한 인류를 저에게 계속 묶어둘 사슬이 될 것입니다. 하기야, 이 사슬을 억지로 부수고 제게서 달아나기를 원하는 자들이야 하는 수 없지만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의 이 양팔은 아버지께서 불쌍한 인류를 멸하시지 않도록 아버지의 팔을 묶는 사랑의 사슬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더욱이, 저는 언제나 아버지를 인류에게로 끌어당겨 아버지의 은총과 자비를 그들에게 쏟아 부어 주시도록 하겠습니다.”
예수님, 당신의 사랑은 저를 사로잡는 감미로운 매력이어서, 당신이 하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도록 몰아댑니다. 그러니 저에게 당신 팔을 주십시오. 어떤 고통을 치르든지, 당신과 함께, 하느님 의노의 팔을 만류하여 불쌍한 인류를 멸하시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당신 손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하느님의 의노를 불러일으키는 죄의 불길을 끄고, 그 의노를 진정시키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인류를 불쌍히 여기시도록, 갈라져 나간 수많은 지체들을 당신 팔 안에 안겨 드리고, 상처받은 가난한 이들의 숱한 신음 소리들과 숱한 고통들과 억눌린 마음들을 안겨 드리겠습니다. 또 모든 사람에게로 가서 그들을 당신 팔로 안고 당신 마음에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당신 팔의 창조 능력으로 제가 수많은 악행들의 흐름을 중단시키고 누구든지 다시는 악을 행하지 못하도록 막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박힌 사랑하올 예수님, 사람들은 아직 지칠 줄 모르고 당신을 모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든 죄의 찌꺼기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려고 들면서 악의 길을 따라 미친 듯이 내달으며 거듭거듭 죄 속으로 곤두박질치며 떨어집니다. 당신의 법에 불복하고 당신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며 당신에게 반항합니다. 그리고 대체로 당신을 괴롭히기 위해서 지옥에 가기를 원합니다.
오, 지존하신 분께서 얼마나 노하고 계시는지! 오 예수님, 당신은 모든 것을, 피조물의 완고함을 쳐 이기시면서 끔찍하도록 살이 해어지고 뼈가 빠지고 짓찢긴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몸 전체를 아버지께 보여 드리시며, 아버지의 의노를 풀려고 하십니다. 특히, 못박히신 당신의 거룩한 두 발을 아버지께 보여 드립니다. 인간에게서 받은 치명적인 고통으로 경련을 일으키며 비틀려 있는 발들이지만, 당신은 이 안에 인간의 모든 걸음을 싸안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귀에, 마치 숨을 거두시는 듯, 어느 때보다도 감동적인 당신의 음성이 들립니다. 사랑과 고통으로 사람들을 정복하고 당신 아버지의 마음도 얻어내기를 원하시는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아버지, 저를 보십시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좀 보십시오. 성한 데라고는 한 군데도 없습니다. 더 많은 고난을 받으려고 해도 상처 입을 자리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아버지께서 이 사랑과 고통의 현장을 보시고도 노염을 풀지 않으신다면, 대체 누가 아버지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겠습니까?
오 사람들아, 너희가 이토록 큰 사랑을 보고서도 굴복하지 않는다면, 회개의 희망이 대체 무엇에 있겠느냐? 이 상처들과 이 피는, 참회의 은총과 용서와 가련한 인류에 대한 자비를 언제나 하늘에서 땅으로 불러 내리는 음성이 될 것이다!”
예수님, 당신은 아버지의 마음을 풀어 드리고 가련한 인류를 정복하려는 열렬한 원의를 느끼고 계십니다. 그러니 당신의 거룩하신 두 발을 저에게 주시어 모든 사람에게 가게 하소서. 가서 그들의 발걸음을 당신 발에 묶겠습니다. 그러면 그들이 악한 길로 가려고 하다가도 당신에게 그들을 묶게 하신 사슬을 느끼고 그렇게 할 수 없어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발로 그들이 악한 길을 버리고 선한 길을 걷게 하시고, 당신 법에 더욱더 순종하게 하소서. 또한 당신에게 박힌 못으로 지옥문을 막으시어 더는 아무도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박힌 사랑이신 예수님, 당신은 이제 더 견디실 수 없어 보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겪는 가공할 긴장, 조금만 움직여도 더 심하게 어긋나는 뼈들의 계속적인 마멸, 점점 더 크게 찢어지는 살, 수난과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안겨 주며 반복되는 모욕들, 몸을 태우는 듯한 극심한 갈증, 쓰디씀과 고통과 사랑으로 질식할 듯한 내적 고통, 그리고 노도(怒濤)처럼 앞으로 밀려들어 부서진 마음을 꿰뚫기까지 하는, 인간의 배은망덕에서 오는 온갖 순교들 - 그렇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찌나 심하게 짓눌러대는지 지존하신 당신의 인성은 그 숱한 순교를 견딜 수 없어서 금방이라도 무너지려고 합니다. 사랑과 고통으로 어쩔 줄 모를 상태가 되어 도움과 자비를 청합니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만물을 존속시키시고 만인에게 생명을 주시는 당신께서 도움을 청하시다니,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오, 정말이지, 당신의 피 속에, 그 한 방울 한 방울 속에 들어가서 제 피를 부어 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는 당신의 모든 상처를 하나하나 위로하고, 모든 가시가 살을 찔러 구멍을 낸 자리마다 그 아픔을 줄이고, 당신 마음의 모든 내적 고통을 각각 덜어 드림으로써 그 쓰디쓴 비통함의 강도를 약화시키기 위함입니다.
저는 또한 당신 생명에 생명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을 십자가에 박은 못을 뽑아내고 제가 대신 달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 것도 아닌 인간이니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압니다. 너무나 하찮은 인간입니다. 그러므로, 당신 자신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 안에서 생명을 취하여, 당신 안에서 당신을 당신 자신에게 드리겠습니다. 이와 같이, 저의 열망을 채워 주십시오.
살이 온통 해어지신 예수님, 지극히 거룩하신 당신 인성이 이제 끝나가고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희의 구원을 완성하시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의 도움이 필요하신 당신은, 그래서 도움과 위로를 청하시면서 아버지의 품에 몸을 던지십니다. 오, 거룩하신 아버지께서 당신의 거룩하신 인성의 끔찍한 파괴를 보시며, 곧 죄가 당신의 거룩하신 지체에 자행한 가공할 악행을 보시며 얼마나 애처로워하시는지! 당신 사랑의 열망을 채워 주시려고 아버지께서는 아버지다우신 품에 당신을 껴안으시면서 저희의 구원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당신에게 베푸십니다.
당신은 아버지의 포옹을 받고 계시는 동안 마음속으로 월등 더 심하게 못박힘의 타격과 채찍질, 찢어지는 상처들과 찔러대는 가시들의 아픔을 거듭 느끼십니다. 충격을 받으신 아버지께서 얼마나 노여워하시는지! 그것은 당신 마음속으로 새삼스레 느끼시는 이 모든 아픔이 당신에게 자신을 봉헌한 영혼들에게서 오는 것임을 아버지께서 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슬픔에 잠겨 당신에게 말씀하십니다. :
“아들아, 네가 뽑은 사람들마저 너와 함께 있지 않으니, 있을 수 있는 일이냐? 그 영혼들은 피신처를 구해 네 마음 안에 숨어 있으면서 너를 쓰라리게 하고 더 괴로운 죽음을 주는 것 같구나. 게다가, 그들이 네게 주는 이 모든 아픔은 위선에 가려져 있다. 아니다, 아들아, 이 사람들의 배은(背恩)으로 인한 분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나로 하여금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더 큰 비통을 느끼게 하니 말이다.”
오 예수님, 당신은 만난을 무릅쓰고 이 영혼들을 위하여 변호하십니다. 그들에게서 받으시는 쓰디씀과 못박히는 아픔을 당신 마음의 무한한 사랑으로 이겨내시면서 아버지의 화를 풀어 드리려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제 마음을 보십시오. 이 모든 비탄이 아버지께 충분한 배상이 되기를 빕니다. 이 쓰라림이 크면 클수록 아버지의 자애로우신 마음에서 이 영혼들을 위한 은총과 빛과 용서를 얻어 내는 힘이 그만큼 더 클 줄 압니다. 아버지, 그들을 내치지 마십시오. 그들은 저의 옹호자가 되어 제 지상 생활을 계속할 사람들입니다.
오 지극한 사랑이신 아버지, 보십시오, 저의 인성이 이제 고난의 끝에 이르렀으니, 제 마음도 강생의 첫 순간부터 34년 동안 겪은 쓰디씀과 내적 고통과 전대미문의 고뇌로 터질 것 같습니다. 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아시다시피, 이 내적 고뇌는 너무나 커서 순간마다 단지 그 고통 때문에 죽을 수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이 최후의 고통에 이르기까지 수명이 연장된 것은 아버지와 저의 전능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모든 사람 위에 드리워져 있는 아버지의 정의를 가라앉히고 그 모두 위에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자비를 끌어내리려고 제 지성한 인성의 모든 고통을 아버지께 바쳤으니, 이제는 특별히 아버지와 저에게 봉헌한 영혼들 중 길 잃고 헤매는 자들을 위하여, 죽을 운명을 타고난 제 수명의 모든 순간에 의해 짓눌린, 으깨지고 찌그러지고 부서진 제 마음을 아버지께 바칩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이 마음을 자세히 보십시오. 무한한 사랑으로 아버지를 사랑해 왔고, 아버지의 자녀들인 제 형제들에 대한 사랑으로 언제나 제 안에서 불타고 있는 마음입니다. 이 아낌없는 마음으로 고난 받기를 갈망해 왔으니, 그것은 아버지께 사람의 모든 죄를 완전히 보속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니, 이 마음의 비탄과 끊임없는 고통과 고뇌를, 죽음에 처한 지겨움과 슬픔을 불쌍히 여기소서.
오 아버지, 제 마음이 단 한 번이라도 아버지의 영광과 제 형제들의 구원을 찾음 없이 고동친 적이 있습니까? 고난과 피를 통하여 언제나 그것만을 찾지 않았습니까? 늘 짓눌려 있었던 저의 이 마음에서 뜨거운 간청과 신음과 탄식과 울려 퍼지는 부르짖음이 솟아나지 않은 적이 있습니까? 아버지 면전에서, 34년에 걸쳐, 그렇게 울부짖으며 자비를 간청하지 않았습니까?
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영원토록 무수한 영혼들을 위한 제 소리를 들어 주시니 무한히 감사합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아버지, 제 마음은 다만 한 영혼만이라도 이 사랑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면 고통이 진정되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저는 각각의 개별적인 영혼을 모든 영혼을 합친 것만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버지와 저에게 봉헌한 영혼들이 비참하게 멸망하는 것을 보면서 이 고통스러운 처형대에서 마지막 한숨을 쉬어야 하는 운명이라는 말들을 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저는 타락한 유다의 사악함과 그 영원한 멸망 때문에 번민과 고통의 바다에 잠겨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마음이 완고한데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인지라, 제 사랑의 섬세한 길을 모조리 배척했습니다. 다른 사도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사제와 주교로 삼을 정도로 영예스럽게 해 주었는데 말입니다. 아버지, 부디 이 고통의 심연을 거두어 주소서! 아버지와 제가 그 이중의 성소로 뽑은 수많은 영혼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다를 본받으려고 합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아버지, 도와주십시오! 저는 이 모든 고통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의 신적인 몸에 받은 모든 상처들보다 더 아프지 않은 신경 섬유가 제 심장에 한 가닥이라도 남아 있는지 보십시오. 제가 흘리고 있는 모든 피가, 다른 모든 상처에서보다도 사랑과 고통으로 망가진 심장에서 더 많이 쏟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자비를 베푸소서, 아버지, 자비를 베푸소서! 저는 가련한 영혼들을 위하여 무한히라도 고난받고자 하오니, 저에게가 아니라 모든 영혼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특히, 나의 성무(聖務)와 사랑의 혼인 잔치에 부름받은 사람들 - 남녀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들어 보십시오, 아버지. 곧 죽을 저의 심장이 더욱더 세차게 뛰면서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고통으로 아버지께 청하오니, 참회와 참된 회개에 효과적인 은총을 이 불행한 영혼들에게 내리소서! 이들 중 단 한 사람도 아버지와 저에게서 달아나지 않게 하소서!’
아버지, 목마릅니다. 저는 모든 영혼들을, 특히 이 영혼들을 목말라 합니다. 그들 각자를 위해서 더 많은 고통을 목말라 합니다. 아버지, 저는 언제나 아버지의 뜻을 행했습니다. 그러므로, 아버지께서 온갖 흐뭇한 기쁨을 찾아내시는 아들,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들인 저에 대한 사랑으로, 아버지의 뜻이기도 한 저의 이 뜻이 완전히 이루어지게 하소서!”
예수님, 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간청과 고통과 괴로워하시는 사랑과 일치합니다. 자기를 봉헌한 영혼들에 대한 당신 자신의 목마름을 느낄 수 있도록, 또 그들 모두의 사랑과 애정을 제 심장 고동과 함께 당신께 돌려 드릴 수 있도록, 바로 당신 마음을 제게 주소서. 제가 모든 사람에게로 가서 그들 안에 당신 마음을 넣겠습니다. 그 접촉에 의하여 마음이 냉담한 사람들은 뜨거워지고, 미지근한 사람들은 강한 감동을 느끼고, 고집이 센 사람들은 되돌아와서 거부했던 모든 은총을 다시 받고자 할 것입니다.
당신의 성심은, 이 봉헌된 영혼들에 대한 당신의 계획이 그들의 불응으로 말미암아 실현되지 않은 것과 그들을 통하여 생명과 구원을 얻게 되어 있었던 많은 영혼들이 그 통탄할 결과를 겪는 것을 보시는 애통함 때문에 질식할 지경입니다. 저는 그들 때문에 그토록 애통해 하시는 당신 성심을 그들에게 보여 주고, 당신 성심의 불화살을 그들 속에 던져 넣으며, 당신께서 그들을 위해 (아버지께) 바치시는 모든 간청과 고통들을 보여 주겠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당신께 굴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뉘우치며 당신 발치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들에 대한 당신의 계획이 다시 수립되면, 그들은 당신 안에, 당신 주위에 있게 될 것입니다. 그 때는 당신을 모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께 보속하고 당신을 위로하며 옹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할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박힌 제 생명이신 예수님, 당신은 아직 십자가 위에서 임종 고통을 치르고 계십니다. 만물을 완성하고자 하시는 당신 사랑의 갈망이 아직 채워지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당신과 함께 임종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모든 이를, 모든 천사와 성인들을 부릅니다. 갈바리아산으로 오십시오.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극단적이고 어리석은 것인지를 보러 오십시오! 예수님의 피 흐르는 상처들에 입맞추고 경배합시다. 이 찢어진 팔다리를 떠받치고, 완성에 이른 구속 사업에 대해 예수님께 감사드립시다. 그리고 고통에 꿰뚫린 어머니를 봅시다. 어머니의 ‘티없으신 성심’은 하느님이신 당신 아들의 고통을 보시기 때문에 그만큼 고통과 죽음을 겪고 계십니다. 바로 어머니의 겉옷에도 피가 튀어 낭자하고, 갈바리아산이 온통 피의 소나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이 피를 가지고, 통고의 어머니께 우리와 일치해 주시기를 빌면서 온 세상으로 가서 모든 사람을 도웁시다. 위험에 처한 사람은 멸망하지 않도록 돕고, 넘어진 사람은 다시 일어나도록 돕고, 죄에 떨어지려고 하는 사람은 떨어지지 않도록 도웁시다. 마음의 눈이 먼 수많은 가련한 사람들에게는 이 피를 주어 그들 안에 진리의 빛이 빛나도록 합시다.
특히, 싸움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서 그들을 지키는 파수꾼이 됩시다. 그들에게 총알이 날아오려고 하면 우리의 팔을 벌려 받아내며 격려해 줍시다. 그들이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고 그 쓰라린 운명 때문에 절망하고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그 격렬한 고통을 가라앉히도록 이 피를 줍시다. 그리고, 혹시 지옥에 떨어지려고 하는 영혼들이 보이면, 구속의 대가가 담겨 있는 이 거룩한 피를 그들에게 주어, 사탄에게서 빼냅시다.
저는 당신께서 모든 것으로부터 피신하여 보호를 받으시도록 제 품에 껴안는 한편, 모든 사람을 당신 품에 안겨 드리겠습니다. 그 모두가 회개와 힘과 구원의 효과적인 은총을 받게 하기 위함입니다.
오 예수님, 당신 손과 발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천사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관처럼 당신을 에워싸고 이 무한한 사랑의 놀라운 업적을 찬양합니다. 당신의 자애로우신 엄마는 비탄으로 꿰뚫린 채 십자가 아래에 서 계십니다. 사랑하시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요한은 놀라움과 사랑과 슬픔의 무아경에 휩싸여 있습니다.
오 예수님, 저는 당신과 하나 되어 십자가를 포옹합니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당신의 피를 받아 제 마음 속에 부어 넣습니다. 당신의 정의가 죄인들을 치는 것이 보일 때면 이 피를 당신에게 보여 드리면서 그 의노를 가라앉히겠습니다. 죄에 떨어진 영혼들의 회개를 제가 원할 때도 이 피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제 기도를 물리치지 않으실 것입니다. 제 손에 확실한 증거를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이제 저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세대들의 이름으로, 당신 어머니와 천사들과 함께 당신 앞에 꿇어 엎드려 말씀 드립니다.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성찰과 실천
십자가에 못박히시는 예수님께서는 사형 집행자들의 말에 순종하시고, 그들이 주는 모든 모욕과 고통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신다. 그분은 우리의 가련한 영혼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십자가에서 안식의 침상을 찾아내신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고통 중에 예수님 안에서 안식을 찾는가? 또는, 우리의 인내와 사랑으로 예수님을 위한 침상을 우리 마음 안에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시는 동안, 내적 외적으로 특수한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부위가 한 군데도 없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온전히 예수님 안에 못박고 있는가? 적어도 주된 감각기관들이라도 못박고 있는가? 쓸데없는 잡담이나 유사한 다른 것들로 시간을 허비하며 즐기고 있을 때는 십자가에 못박혀 계시도록 예수님을 내버려 두는 것이요, 그분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런 즐거움을 희생할 때는 예수님에게서 못을 뽑아 우리 자신에게 박는 것이 된다.
우리는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뜻이라는 못으로 우리의 정신과 마음과 온 존재를 항상 못박고 있는가?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박히시면서도 못박는 자들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셨다. 그런데 우리는 모욕하는 자들을, 그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가?
☨☨☨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당신 못으로 제 마음을 박으시어, 그 못에 박히지 않은 생각과 애정과 갈망은 하나도 없게 해 주소서. 그리고 제 마음에서 흐르는 피를 향유로 만드시어 당신의 모든 고통에 발라 드리게 하소서.
(이어서 ‘감사기도’를 바친다.)
═ 감사기도 ═
사랑하올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께서는 수난의 이 ‘시간’에
당신과 함께 있도록 저를 불러 주셨으니,
번민과 비탄에 잠겨 기도하시며 대속하시고
고난을 받으시는 모습을 뵌 것 같나이다.
당신께서는 사랑에 찬 감동적인 음성으로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간청하셨으니,
저도 당신을 따라 그 모든 것을 하고자 했나이다.
이제 당신을 떠나 저의 일과로 돌아가면서
감사와 찬미를 드림이 마땅한 일로 생각되나이다.
그렇습니다, 오 예수님,
저와 모든 사람을 위해서 그 모든 고난을 받으셨으니
천만번 감사하고 또 찬미하나이다.
당신께서 흘리신 피 방울방울마다
당신의 숨과 성심의 고동마다
모든 걸음과 말씀과 눈길마다
참아 받으신 모든 쓰라림과 모욕마다
감사와 찬미를 드리나이다.
오 제 예수님,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저의 ‘감사합니다.’와 ‘찬미합니다.’를
도장처럼 찍어 드리고자 하나이다.
오 예수님,
저의 온 존재가 당신께로 끊임없이 흘러드는
감사와 찬미의 강물이 되게 하시어,
당신의 풍부한 은총과 축복을
저 자신과 모든 이에게 끌어당기게 해 주소서.
그렇습니다. 오 예수님,
저를 당신 가슴에 껴안아 주시고,
제 존재의 작디작은 부분마다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손으로
‘네게 강복한다’ 도장을 찍어 주소서.
그러면 제게서는 오로지 당신을 향한
끊임없는 찬미가만이 흘러나올 수 있겠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모든 것 속에서 당신을 따르려고
저 자신을 당신께 맡기나이다.
저의 생각을 당신 안에 두어
원수들에게서 당신을 지키게 하고,
저의 숨을 당신 안에 두어
당신을 동반하는 행렬이 되게 하고,
저의 심장 고동을 당신 안에 두어
줄곧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게 하면서
다른 이들이 드리지 않는 사랑을 보상하겠나이다.
또한 저의 피를 방울방울 보속의 제물로
원수들이 앗아가곤 하는 영예와 존경을 당신께 되돌려드리며,
제 온 존재를 바쳐 당신을 수호하겠나이다.
오 저의 감미로운 사랑이시여,
일과로 돌아가 있는 동안에도
저는 당신 성심 안에 머물러 있겠나이다.
성심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사오니,
당신께서 저를 당신 안에 간직해 주시리라 믿나이다.
그러면 우리의 심장 고동이 서로 전해지고 합쳐지면서
저에게 생명과 사랑을 주고
떨어질 수 없도록 긴밀한 당신과의 일치를 주겠나이다.
저의 예수님,
제가 당신에게서 달아나려고 하는 기색을 보시면
제 안에서 당신 성심의 고동이 빨라지게 하소서.
당신 손으로 저를 더 세게 껴안아 주시고
당신 눈으로 저를 보시며 불화살을 쏘아 주시면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심을 느끼면서
당신과의 합일 속으로 이끌려갈 수 있겠나이다.
오 제 예수님,
저에게 거룩한 사랑의 입맞춤과 축복을 주소서.
저는 더없이 감미로운 당신 성심에 입맞추며
당신 안에 머물러 있겠나이다.
* 위의 ‘하느님의 의노를 풀기 위한 기도’에 대한 주(註)
1915년, 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시간들’이 이탈리아어로 처음 간행된 이후, 루이사는 (그 당시 저작물 출판 책임을 맡고 있었던) 성 안니발레 디 프란치아에게, 이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의 ‘시간’에 어떤 것을 덧붙일 마음이 든 이유를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의 본문은 다음과 같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의 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박혀 계시지만 그분의 영혼은 거룩하신 아버지와 함께 하늘에 계신다는 말씀이 들렸으므로, 저는 제 생각으로 그분을 따라 하늘에 갔습니다. 그래서 그분과 함께, 이 시대에 몹시 큰 노여움에 싸여 계신 하느님의 의노를 풀어 드리려고 힘썼습니다…… 주 예수님께서 제게 이 정신적 활동에 대해 기록하도록 하신 것 같습니다…….”
다음이 ‘하느님의 의노를 풀기 위한 기도’라고 덧붙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계신 이 시간에, 강생의 첫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전 생애를 다시 보시고, 모든 것을 완성하십니다. 모든 사람을 위해서 행하신 모든 선과 바로 당신의 고난에 대해서도 거룩하신 아버지께 감사 드리십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영광을 찬양하며 아버지께 간청의 기도와 보상을 바치십니다. 요컨대, 한평생 하신 모든 일을 전부 다 하십니다.
그러자 제 영혼도 예수님께서 잉태되신 첫 순간부터 생애의 마지막 순간까지 하시는 모든 일을 따라하면서 이 모든 것에 대해 그분께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은혜를 잊고 감사할 줄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완전하게 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시간에 예수님의 전 생애가 반복되고, 제 영혼은 온갖 보속을 한데 모으려고 애쓰게 됩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예수님께 대한 이 용감한 사랑을 자진해서 드러내고자 하는 영혼들도 좀 있지 않겠습니까?”
루이사는 1915년 10월 7일에 보낸 또 다른 편지에서 이렇게 말을 잇고 있다.
“이 ‘시간’의 목적은 하느님의 의노를 가라앉히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시간들에서 보속과 찬미 감사를 바치고 용서 등을 청한다면, 이 시간에는 하느님의 의노를 풀고 진정시키는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높이 달려서, 하느님의 의노를 보며 진정시키려고 힘씁니다. 또 인류를 보면서 예수님과 똑같이 행동함으써 그들을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이끌려고 힘씁니다.
그렇게 하면 하느님께서 매우 흐뭇이 여기시므로, 땅 위에 우뚝 서서 자기 형제들을 구원하는 일을 최대의 관심사로 삼고 있는 영혼들을 예수님은 간절히 기다리시며, 그런 영혼들로 말미암아 기력이 회복되는 것을 느끼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의노가 불타오르는 동안, 예수님께서 피난처와 보호를 얻으려고 찾으시는 영혼이 있는데, 이는 예수님의 고통과 뭇 사람들의 영혼까지 자신의 것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 이 가련한 인류를 멸하시지 말아달라고 하느님께 청하며 강요하기까지 하는 사람의 영혼입니다.”
'사랑해요주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난의 시간들 제21시간(오후 1시 - 2시)십자가의 고뇌 둘째 시간 (0) | 2021.05.04 |
---|---|
제20시간(낮 12시 - 1시)십자가의 고뇌 첫째 시간 (0) | 2021.04.30 |
“나는 내 어머니가 고통당하시는 것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 -그리스도의 시 (0) | 2021.04.27 |
“진리를 말하기만 하면 미움을 받는다” -그리스도의 시' (0) | 2021.04.27 |
수난의 시간들 18시간(오전 10시 - 11시)십자가를 지고 갈바리아를 오르시어 거기에서 옷 벗김을 당하신 예수님 (0) | 2021.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