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요한묵시록 ⑦ 배교와 순교의 갈림길에서
【성경본문 : 묵시 2, 7ㄷ】
너는 죽을 때까지 충실하여라
족쇄에 묶인 신앙고백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 출신, 교부 키프리아누스는 250년경 로마 황제 데키우스의 박해를 비롯한 창궐한 흑사병과 수차례의 박해로 인해 배교자가 발생하자 사제와 신자들에게 서한을 통해서 격려와 권면을 한다. 그도 258년 9월 14일 카르타고 근교에서 참수됨으로써 순교자가 되었다. 키프리아누스는 족쇄에 묶여서도 신앙을 고백하는 박해의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저서와 서간들을 남겼다. 지금 나의 신앙고백이 무관심, 무지, 무애 등의 족쇄에 묶여 있다면, 어디에서 죽을 때까지 충실할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을까? 교부들이 소개하는 순교자와 고백자의 증언에 귀를 기울여 본다.
순교자와 고백자
박해시대의 교회는 배교와 순교의 갈림길에서 신앙을 굳건히 지키고 고백하다가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고백자’들을 위한 가르침과 기도를 필요로 한다. 이에 키프리아누스는 위의 묵시록 구절을 통해 “고문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감옥에서 죽음이라는 영광스러운 떠남으로 생을 마감한 모든 이의 몸에 더없이 기꺼운 철야기도와 정성을 바칩시다. 복된 순교자들이 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들의 용기와 절개가 더 적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견뎌 낼 준비와 태세가 되어 있던 모든 것을 힘닿는 한 견뎌 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고문과 죽음에 자신을 내어 놓은 사람을 모든 것을 견뎌 낸 사람으로 보십니다. 그가 고문에 진 것이 아니라 고문이 그에게 졌기 때문입니다”고 순교자처럼 존경을 받는 고백자들을 칭송한다. 여기서 “고문에 진 것이 아니라 고문이 그에게 졌기 때문이다”는 가르침은 순교를 열망했으나 그 영광을 얻지 못한 많은 고백자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을까 짐작할 수 있다. 오늘도 교회는 족쇄에 묶여서도 신앙을 고백하는 이 시대의 고백자를 필요로 한다.
항구한 교회
프리마시우스는 위의 성경구절에서 ‘너’를 ‘교회’로 이해하면서 당시에 세속화되어가는 교회를 향하여 항구히 충실해야 할 교회 본연의 자세를 일깨운다. “이 말씀들은 모든 교회와 관계있는 말입니다… 사도도 ‘아담이 속은 것이 아니라 여자가 속아 넘어가서 죄를 지었습니다’(1티모 2,14)고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즉시 교회를 여자에 빗대어, ‘그러나 여자가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믿음과 사랑과 거룩함을 지니고 정숙하게 살아가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1티모 2,15)고 하였습니다. 이 말씀이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라 죽은 여인을 두고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교부들은 항구히 충실한 ‘그리스도의 교회’가 ‘족쇄에 묶여서도 신앙을 고백하는 고백자’를 필요로 한다는 가르침을 선사한다. 이는 성경이 기록된 시대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며 후대의 교회가 처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경말씀을 ‘지금 그리고 여기에’ 여전히 살아 움직이도록 도와준다. 이것이 곧 오늘날의 ‘토착화’라 할 수 있다면, <교부들의 성경주해>는 한국천주교회의 토착화를 위한 필독서가 될 것이다!
이성효 신부(교부학연구회·수원가톨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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