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난의 시간들

[수난의 시간들 0시간] 소개의 말 1~83 (개정판12쇄 2022)

Skyblue fiat 2021. 5. 7. 23:54

 

사람들 가운데 이루어질

하느님의 뜻의 나라

 

천상의 책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와 그 본연의 위치와

창조된 목적에로

돌아오게 하시는 부르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시간들

 

“하느님 뜻의 작은 딸”

루이사 피카레타 지음

요한 실비아 옮김

소개의 말

 

1 이 책은 하느님 뜻의 작은 딸” 이라는 별칭이 묘비에도 새겨진 이탈리아 사람 루이사 피카레타(1865-1947)첫 출판자 성 안니발레 마리아 디 프란차 사제(2004년 5월 16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됨)의 명에 따라 1914년경에 집필한 것으로원제목은 『L'Orologio della Passione di Nostro Signore Gesu Cristo』이다.

 

그 당시 저자 루이사가 속한 교구의 교회 출판물 검열 책임자로 있었던 사제 성 안니발레는 1927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17년 남짓 저자와 알고 지냈고마지막 한두 해 동안은 루이사의 특별 고해사제로 있기도 했으므로그녀를 통하여 일찍부터 하느님의 뜻에 관한 지식과 접하게 되었다.

 

이 영성을 연구하고 삶으로 옮기며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긴 성인그 일환으로저자의 마음속에 있었던 『수난의 시간들』을 글로 옮기게 한 뒤 4판까지 출판하였고초판부터 제4판에 이르기까지 책머리에 몸소 머리말을 써서 붙였다.

 

이 책은 초판에 이어 제5판까지는 이탈리아어로나머지 두 판은 독일어로 나왔고언제나 교회 인가가 붙어 있었다최근에는 영어판과 스페인어판도 빛을 보게 되었다.

 

다음은 이 책의 초판 머리말에서 뽑은저자의 면모에 대한 성 안니발레의 증언이다.

 

6 “…… 우리 주님께서 극진히 사랑하시는 딸이며 제자(인 이『시간들』의 저자루이사는 홀로 숨어 지내며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살기를 원합니다그러므로 주님께서 친히 의무를 지우지 않으셨다면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 또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 흠숭하올 예수님과 사적으로 지속된 장기간의 통교 내용을 결코 글로 옮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의무는 어떤 때는 주님께로부터 직접 부과되는 것이었고 또 다른 때는 루이사의 영적 지도자들로부터 거룩한 순명의 이름으로 오는 것이었습니다루이사는 이 순명이 엄청난 고통을 불러일으킬 때에도 굳건하고 아낌없는 마음으로 복종해왔습니다.

 

그녀의 순명은 절대적인 것이어서 만일 그렇게 하라는 명령만 있다면 천국마저 거절할 정도입니다이것은 고결하고 참되고 검증된 영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그녀는 지금까지 40년 동안 내적으로 투쟁하면서 그 귀부인 순명의 지배를 받아 온 것입니다….

 

이 고독한 영혼은 온전히 하느님께만 속한 극히 순결한 동정녀로서우리의 거룩하신 구원자 예수님의 특별한 총애를 받고 있습니다오랜 세월에 걸쳐 당신 사랑의 기적을 증가시켜 오신 주님께서 이 동정녀를 도구로 쓰시고자 하신 것 같습니다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고 가장 배운 것이 없는 루이사를 부르셨으니 말입니다.

 

10 더욱이주님께서는 그녀를 숭고한 사명에 맞갖은 도구가 되도록 기르고자 하셨으니다른 누구의 사명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 숭고한 사명은 바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라고 하신 주님의 기도하느님의 뜻의 그 승리가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11 주님의 이 동정녀는 소녀 시절부터 지금껏 하느님 사랑의 산 제물이 되어 40년 이상 침상에 붙박여 있었습니다. (이는 성 안니발레가 “1926년 10월 29메시나라고 위쪽에 표기한 머리글 속에 있는 내용이거니와실제로 루이사는 1887년 22세 때부터1947년 8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 침상 위에서만 생활했다고 한다.) 그 동안 예수 성심의 영원한 사랑 안에서 더없이 큰 기쁨에 잠겨 있었지만한편으로는 자연적이고 초자연적인 광범위한 고통을 체험했습니다모든 한계를 뛰어넘는 그 고통은 예수님께로부터 오는 것이었고때때로 중단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것이었습니다…….

 

12 그녀는 몸의 고통에다 영혼의 고통까지 겪었습니다몸의 모든 고통은 손발과 옆구리혹은 이마에 보이지 않는 성흔을 받는 신비로운 상태에서 오는 것이었습니다주님께로부터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고통을 자주 받았으니 말입니다.

 

13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와 같은 고통을 허락하지 않으시면그것이 월등 더 큰 영적 고통이 되곤 했던 것입니다이는 그녀가 진실로 고결한 영혼임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표입니다…….

 

14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침상에서만 계속 생활하는 산 제물의 상태로 영적이고 육체적인 수많은 고통에 참여해 온 루이사에 대해서 상세히 언급하면이 이름 없는 동정녀를 보는 것이 괴롭고 혼란스러울지도 모릅니다고통스러운 병증 때문에 침대에 누워 있기만 하는 사람을 보는 것 같을 테니 말입니다.

 

15 그렇지만 루이사의 경우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이 정배가 낮 동안 침상에 앉아서 수예품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면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온갖 극단적인 고통을 겪으면서 밤을 지낸 사람이라는 것을 내비치는 단서가 조금도 없는 것입니다.

 

16 뿐만 아니라특별하거나 초자연적인 어떤 표시도 도무지 없습니다오히려 건강하고 기쁘고 행복한 사람의 모습입니다이런 모습으로 자기가 맞아들인 몇 사람의 벗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생각에 잠기거나 때로는 웃기도 하는 것입니다…….

 

17 끝으로한 가지만 더 지적해 보면예수님의 이 정배는 현세적이라기보다는 천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그녀의 소망은 알려지지 않은 무지한 사람으로서 예수님과 그분의 복되신 어머니 ---- 그녀를 특별히 보호해 오신 어머니 ----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으며 이 세상을 통과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18 다음은 성 안니발레가 이『수난의 시간들』제3판과 제4판에 붙인 머리말에서 뽑은 내용이다.

 

19 “이 작은 책은 안니발레 마리아 디 프란차 신부인 저의 이름으로 출판되었으나 저는 저자가 아닙니다사실대로 말하자면오로지 사랑하올 우리 구세주 예수님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 및 그분의 지극히 순결하고 거룩하신 어머니 마리아의 고통과 긴밀히 결합하여 살고 있는 어떤 사람에게 제가 이 글을 쓸 것을 꽤나 끈질기게 종용한 끝에 받아 낸 작품입니다.

 

20 여성인 그 저자가 이 일련의 묵상을 시작한 것은 어느 날의 체험 이후부터였습니다당시 열세 살의 소녀였던 저자는 자신의 조그만 방에서 폭동이라도 일어난 듯한 사납고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습니다.

 

21 길에서 난폭한 군중이 난동을 부리며 내려오고 있는 것 같았던 것입니다그 소음을 듣고 발코니로 달려 나갔고거기에서 뜻밖의 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22 군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나운 군사들이 창검으로 무장한 채 술기운과 분노가 겹친 험악한 몸짓으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며 한 사람을 끌고 가는 중이었는데들고 있던 창으로 그 사람을 쿡쿡 찔러대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허리를 구부리고 비틀비틀 끌려가는 그 사람에게서는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23 얼마나 끔찍한 광경이었는지워낙 관상적인 영혼의 소유자인 소녀는 두려움과 충격으로 몸을 떨었습니다그녀는 저토록 심하게 얻어맞고 악랄하기 짝이 없는 학대를 받으며 끌려가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마음을 졸이며 살펴보았습니다.

 

24 그런데 그 무서운 행렬이 그녀의 발코니 아래에 다가왔을 무렵바로 그 사람이 고통에 지친 머리를 들고 애처로운 표정으로 소녀를 올려다보면서 호소하는 듯한 낮고 굵은 음성으로 영혼아나를 도와다오!” 하고 외쳤던 것입니다.

 

25 세상에그 순간 이 영혼은 그분을 보았습니다……그분을 감지했습니다……그분을 알아보았습니다……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가시관을 쓰시고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거룩하신 구원자이셨습니다그분을 그들이 그리도 난폭하게 칼바리아로 끌고 가는 중이었습니다.

 

26 이 고통스러운 십자가의 길’ 광경이 그녀의 영안과 육안 앞에 재현되고 있었습니다이천년 전의 그 사건이 하느님의 전능으로 고스란히 현실화되었고예수님께서 그녀를 보시며 영혼아나를 도와다오!” 하고 외치셨던 것입니다.

 

27 열세 살 소녀는 그 순간 거의 실신할 정도로 괴로웠습니다그 참혹한 광경을 차마 더 이상 볼 수 없어져 물러섰고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28 하지만 우리의 구원을 위해 그 지경이 되신 지고한 선이신 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정이 울컥 북받치는 바람에 발코니로 도로 달려 나와서 떨리는 눈길로 다시 그 길 근처를 둘러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는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군중도 그 어지럽던 소동도 예수님도 이미 보이지 않았습니다.

 

29 모든 것이성체 외의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여기에서 제가 성체라고 하는 것은우리에 대한 사랑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려고 고난을 받으시며 끌려가신 예수님의 그 분명한 모습을 뜻합니다.

 

30 그녀에게 또 한 가지 남은 것은영혼아나를 도와다오!” 하신 그분의 음성이었습니다이 음성이 그녀의 내면에서 아직 강하게 메아리 치고 있었던 것입니다홀로 숨은 듯이 살고 있는 이 영혼의 영적 젊음이 한창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습니다.

 

31 고난 받으시는 예수님에 대한 사랑에 사로잡힌 나머지 밤낮으로 그분 생각을 그칠 수가 없었으니다정하신 우리 구세주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더없이 깊은 사랑으로 관상하면서 고통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32 이 환시를 보고 그 애처로운 호소 - “영혼아나를 도와다오!” - 를 들은 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이 책의 저자는 그때 시작한 예수님의 수난 묵상을 그친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33 여기에서 저자의 이름이나 그녀가 고독하게 살고 있는 고을의 이름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일일 것 같습니다그러므로 저는 이 머리말에서또 이 작은 책에 포함된 묵상들 전체에 걸쳐서 저자를 단지 영혼이라고 칭하거나 그 이름을 대신할 수 있는 형용사술어별칭들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34 하느님의 섭리는 모든 시대에 몇몇 영혼들을 불러일으키시어 그분을 알고 사랑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사랑하게 하시거니와이제 거룩하신 구세주의 고난에 자기 자신을 봉헌한 한 영혼을 불러일으키셨으니이 영혼이 받은 특별한 영감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새롭고 매우 유익한 방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35 이 방식은 우리로 하여금 성목요일 오후 다섯 시부터 성금요일 오후 다섯 시까지 24시간을 한 시간씩 차례로 기억하게 하므로예수님께서 이 24시간 동안 잇달아 겪으신 것을 시간마다 묵상하도록 도와줍니다.

 

36 제가 이 방식에 새롭고’ 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예수님의 수난을 24시간으로 한정한 점 때문이 아니라그 독특한 형식과 감정과 목적이 우리에게 전적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열어 주기 때문입니다.

 

37 이 새로운’ 방식은 전체적이고 완전한 십자가의 길(Via Crucis)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왜냐하면 우리 주님께서 빌라도의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으신 순간부터 그분을 따라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전승이 일반적으로 밝히는 바와 같이그분의 고통스러운 수난이 실제로 시작되는 시점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와 작별하시는 순간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이 최후 만찬’, ‘겟세마니’, 잡히심과 결국 죽음에 이르는 그분의 수난 여정의 시작을 명시하는 것입니다.

 

38 이 영혼이 저술하여 저에게 맡긴 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시간들』의 첫째가는 새로운 점은 수난의 각 시간에 대한 생생한 묘사입니다.

 

39 시간마다 그 특유의 묵상과 기도와 보속을 풍성히 담고 있는데이는 이전의 저자들이 사용한 문체와 사뭇 다른 점입니다그들은 짧은 문장으로이를테면, “오전 여섯 시에서 일곱 시 사이에 예수님께서 빌라도에게 심문을 받으시다.”, 또는 오전 일곱 시에서 여덟 시 사이에 예수님께서 헤로데 앞에 서시다.” 하는 식으로 표현했으니 말입니다.

 

40 둘째가는 새로운 점주님께 열중한 이 고독한 영혼은 애정과 보속에 본질적인 특성을 끌어넣는다는 것입니다그렇게 표현된 감정의 강도가 하느님과의 절친한 관계를 상기 시키는 것을 보면이 저술의 영감이 인간적인 것이라기보다 신적인 것에 기원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41 이 거룩한 묵상들 속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게 보입니다묵상 주제들은 교회 안의 다른 저자들과 같은 신비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그럼에도 확실히 신적 영감이 – 그 다양한 은총(multiformis gratia Dei)의 능력을 통해 새로운 여러 가지 통찰을 쏟아내면서 – 이 고독한 영혼의 작품 안에 더욱 특별한 모양으로 나타나 있는 것입니다.

 

42 여기에서 언급해 둘 것은이 경건한 저자는 학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가까스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수준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흠숭하올 우리 구세주께서 받으신 고난과 학대와 모욕과 고문을 아주 생생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어서 그 말이 독자들의 마음과 정신을 꿰뚫으며 깊은 감동을 자아내어 그들을 사랑에로사랑이신 분께로 끌어당기는 것입니다.

 

43 사랑그렇습니다더없이 부드럽게 표현된 거룩한 사랑이야말로 – 우리는 이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 이 『수난의 시간들』의 주된 특성입니다인간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 숨은 영혼의 사랑입니다.

 

44 (예수님과의사랑에 빠진 그녀의 영혼이 사랑하올 그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사무치도록 애틋한 어조로 표현합니다연민과 위무(慰撫)와 포옹과 입맞춤으로 고난 받으시는 예수님을 늘 동반하고더군다나 자기 자신을 (예수님을대신한 흠 없는 산 제물로 끊임없이 바칩니다.

 

45 할 수 있는 한 경건하게비탄에 잠기신 그 사랑하올 분을 대신하면서 그분의 고통을 떠안는 것입니다마치 지고한 선이신 그분께 때로는 그 잔혹한 고통을 면해 드리려는 듯이 말입니다.

 

46 이 관상적인 영혼에게는 과거나 현재나 미래가 없습니다모든 것이 영원한 현재입니다그러니 수난의 장면들도 흡사 눈앞에서 전개되는 실황처럼 재현하여 강한 인상을 줍니다.

 

47 사랑하는 분에 넘치는 동정심과 애정으로 그분의 눈과 얼굴과 입과 손발과 성심에 입 맞추면서사랑에 빠진 극소수의 영혼들을 제외하고는 일찍이 알려진 적이 없는 신뢰심으로 그분께 자신의 입맞춤에 답해 달라고 청하기도 합니다그녀는 이렇게 외치는 아가(Canticle of Canticles)의 신부입니다. “제발 그 이가 내게 입 맞춰 주었으면!”(아가 1,2)

 

48 우리는 우리 주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성심이 경외심뿐만 아니라 효성과 애정이 깃든 믿음도 사랑하신다는 것을 의심할 수 없습니다.

 

49 지극히 보배로우신 피 한 방울만으로도 넉넉히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는 분이 그토록 뼈에 사무치는 고통과 격통을 자원해서 받으시며 우리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 보이셨으니우리가 어찌 그분을 믿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50 우리에게 당신 전부를 주셨고 또 주고 계시는 예수님께 입맞춤을 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 과연 너무 많은 것을 청하는 것이 되겠습니까?

 

51 사실 방탕한 아들의 아버지는 아들이 오는 것을 보자 가엾은 마음이 들어 달려가 그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지 않았습니까?(루카 15,20 참조) 또 착한 목자가 어깨에 메고 온 어린양은 목자에게서 입맞춤과 쓰다듬을 받지 않았습니까?

 

52 그리고 예수님에 대한 사랑에 빠진 또 하나의 천사 같은 영혼인 성녀 아녜스는 실제로그분을 사랑하며 몸으로 접촉할수록 나는 더욱더 정결하고 순수해진다.”고 말하곤 하지 않았습니까?

 

53 이러한 신뢰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것입니다신뢰는 겸손한 사람으로 하여금 하느님의 마음을 살짝 훔치게 합니다이것이우리 주님께서 어린이 하나를 무릎위에 앉히시고 귀여워하시면서 하늘나라는 이런 어린이들에게 속해 있다,”(마태 18,3 참조)고 하셨을 때에 주신 가르침이요우리가 어린이가 되는 참다운 길입니다.

 

54 이 신뢰가 『수난의 시간들』의 페이지마다에서 발산되고 있습니다그러므로 이 거룩한 묵상을 실천하기 위한 안내자로 이 책을 사용하는 영혼들은 모두이 책에 영감을 준 것과 같은 감정과 연민과 사랑과 신뢰를 조금씩 함께하고 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55 숨어 지내는 이 영혼은 때때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자신의 책 안에 끼워 넣습니다그럴 때에는 그녀 나름의 감정을 담지 않고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하지만 그녀 자신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는 어구(語句)가 풍부한 말로 표현합니다.

 

56 실제로 모든 신적 영감이나 계시는 인간이라는 통로를 거치기 때문에 바로 그 통로의 능력 또는 신비적인 직관력에 따라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이 사실이관상적인 영혼들이 서로 다른 것처럼 이들이 동일한 주제에 대해 말할 때에도 그 표현이 각기 다를 수 있음을 설명해 줍니다.

 

57 그런데『수난의 시간들』의 저자는 애정’ 속에 새로운 점들을 도입하는 데에 성공한 사람입니다이것이 사실임과 마찬가지로제가 보건대보속에도 독특함과 최대한도의 당위성을 도입했음이 사실입니다.

 

58 하기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받으신 모든 모욕에 대한 보속은 항상그분과의 사랑에 빠진 많은 영혼들의많은 신심 서적의때로는 특별한 계시의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59 예를 들면성녀 마르가리타 (마리아알라코크는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성심에 바친 그녀의 기도서에 특별한 보속을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가르멜회 수녀인 가경자 성 베드로의 마리아가 받은 계시에 포함된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이름과 얼굴에 대한 신심은 한층 더 뚜렷이 이 목적을 향하고 있습니다.

 

60 보속은 보통 흠숭과 개심과 기도로 이루어집니다그러나 『수난의 시간들』의 보속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속량하기 위해 견디어 내신 고난 과정의 매 걸음마다 개인적인 동화와 일치로 그 속에 들어가는 행위를 포함합니다.

 

61 이는 지극히 거룩하신 성심께서 느끼시는 감정과 그분의 신성한 고통에 참여하며 그것을 공유하는 것이니영혼이 예수님과 함께 고통 받고 탄식하며 기도하고 보속하는 것입니다.

 

62 그렇다면 이러한 보속의 목적은 무엇이겠습니까이 경건한 실행을 통한 보속은 무한히 확장되며 증가하여 우리 주님의 고난의 원인이 된 모든 죄에 적용됩니다.

 

63 첫마디에서 마지막 말에 이르기까지 – 우리는 이것을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 이 작품은 대죄와 소죄를 막론하고 온갖 종류의 모든 죄들에 대한 끊임없고 다양한 보속을 제공합니다.

 

64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기 지상에서 원수들의 수중에 계셨을 때 흠숭하올 그분께 저질러진 죄들뿐만 아니라그전 사람들과 뽑힌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죄들에도 적용됩니다.

 

65 감히 말해 본다면이 공동 구속자적인 영혼은 우리 주님의 각 고통 속에 뛰어들어 잠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녀는 우선 무한히 깊은 신적 심연을인간에게 허락되는 한도만큼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66 그런 다음 고난 받으시는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분의 구원 의지에 자신의 지향을 일치시킵니다그리고 모든 사람의 죄를 한꺼번에 포장한 꾸러미를 예수님과 아버지와 하느님의 정의에 바치는 것입니다!

 

67 여기에서 만인에게 (그 효력이두루 미치는 이 중대하고 긴요한 보속 이야기를 하는 것은죄악이 불어난 현 세대에 이러한 보속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68 루이사가 열일곱 살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예수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성탄절 준비 9일기도(『천상의 책』제1권 10-12쪽과 236-253쪽에 그 기도문이 나와 있음)를 바치고 있었는데그 마지막 날에 그분 사랑의 오묘한 신비들을 특별히 생생하게 체험하는 은혜를 받았다.

 

69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루이사에게 새롭고 더욱 큰 은총들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고무한한 사랑을 한층 더 넘치도록 풍성히 그녀에게 나타내 보이시면서 당신의 고통스러운 수난에서 죽음에 이르는 24시간 동안 루이사도 끊임없이 함께 있어 달라고 당부하셨다.

 

70 위의 성 안니발레의 머리말에 언급된 대로루이사가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기 시작한 것은 열세 살 때의 그 충격적인 체험 이후부터였지만열일곱 살 때 성탄 준비 9일기도를 바친 이후부터 묵상하기 시작한 주님의 수난은 바로 이 책의 내용대로였다.

 

71 그러니까 글로 옮기라는 성 안니발레의 명령을 들었을 때에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내적으로 뜨겁게 실천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 경위를 거쳐 『수난의 시간들』 집필을 끝낸 그녀는 성 안니발레 사제에게 그 원고와 편지를 보냈는데원고에는 성인이 출판할 경우 머리말에 넣을 글도 함께 들어 있었다.

 

72 우리는 이 편지를 통하여예수님께서 이를 무척 기뻐하신다는 점과 날마다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양식처럼 이 시간들을 매일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많은 은혜들을 쏟아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음을 알 수 있다.

 

73 다음은 성 안니발레가 역시 머리말에서 공개한, “저자가 저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74 “존경하는 신부님, (제 손으로 쓴『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시간들』을 마침내 신부님께 보내 드리게 되었습니다이 모든 것이 우리 주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기를 빕니다.

 저는 또한 예수님께서 이『수난의 시간들』묵상을 실행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 주신 아름다운 약속과 효과에 대해서 쓴 글(이는『천상의 책』중 주님께서 특히 『수난의 시간들』에 대해 말씀하신 대목을 뽑은 것으로이 책 부록1”에 실려 있다.)도 함께 동봉합니다.

 

75 이를 묵상하는 사람이

     죄인이라면 회개할 것이고,

     불완전한 사람이라면 완전해질 것이고,

     거룩한 사람이라면 더욱 거룩해질 것이고,

     유혹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승리를 거둘 것이고,

     고통 중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시간들』안에서

     힘과 약과 위로를 얻을 것입니다.

     또한 나약하고 가난한 사람이라면

     영적 양식

     자기 자신을 줄곧 비추어 볼 거울을 찾아낼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모범이신 예수님을 닮은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갈 것입니다.

 

76 사람들이 이『시간들』에 대해 묵상할 때 복되신 예수님께서 얼마나 흐뭇해하시는지 모릅니다그래서 그분께서는 이 묵상서가 도시나 마을마다 적어도 한 권은 있어서 그것이 실행되기를 바라십니다.

 

77 그러면 예수님께서 이 보속의 기도들을 들으시면서그 고통스러운 수난의 24시간 동안 아버지께 바치신 당신 자신의 기도와 음성을 듣는 느낌이 드실 것입니다.

 

78 또한 – 그분은 제가 이 사실을 알아듣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 각 마을이나 도시에 이 묵상 기도를 바치는 사람이 단지 몇 사람만 있어도고문과 학살이 자행되는 이 통탄할 시대에하느님의 의노가 부분적으로 진정되고 그 징벌의 채찍도 일부 중단되거나 완화될 것입니다.

 

79 존경하는 신부님모든 사람에게 이를 호소하시어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저에게 하라고 하신 이 일을 신부님께서 완성하시기 바랍니다.

 

80 제가 또 말씀드리는 것은이 『수난의 시간들』의 목적은 주님의 수난 사건을 다시 상세히 이야기하는 데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이 거룩한 주제를 다룬 책들은 이미 많이 있고따라서 또 하나의 책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81 그 보다도 이『시간들』의 목적은 보속에 있습니다우리가 우리 주님 수난의 각기 다른 순간들을 갖가지 허다한 죄들과 하나로 묶어예수님과 함께 그 죄들에 합당한 보속을 바치면서 다른 사람들이 그분께 빚져 있는 모든 것도 보상하기 위한 것입니다.

 

82 이런 이유로 이『시간들』속에서 여러 가지 보속의 방식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대목이 있는가 하면다른 대목에서는 동정심을 표현하고또 다른 대목에서는 찬미를 드리고또 다른 대목에서는 고난을 받으시는 예수님을 위로합니다그런가하면보상을 바치고애원하고기도하고간청하는 대목들도 있습니다.

 

83 존경하는 신부님그러므로 저는 이 글의 목적을 알리는 일도 머리말과 함께 신부님께 맡겨 드리는 바입니다.”

 

 

 『수난의 시간들』을 실행하는 방법들

 

1.첫째 방법은 혼자또는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날마다 한 시간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면, 24일 동안 이 ‘24시간을 완전히 한 바퀴 돌게 된다좋은 시계는 결코 멎지 않는다. - 삶도 멎지 않는다…….

 

2.둘째 방법은 기도 그룹을 만들고 – 4, 8, 12또는 24명이나 24명 이상도 가능하다. - 각자가 일정 기간 동안 자기에게 맡겨진 한 시간을 진지하게 실행한 다음, ‘다른 시간으로 넘어간다좋은 시계는 모든 시간을 가리킨다어느 시간도 건너뛰지 않는다…….

 

3. 셋째 방법은 하루 중 수난의 시간에 해당되는 바로 그 시간에 그 기도를 하는 방법이다.

 날마다 적어도 한 시간씩 시간을 바꾸며 계속하다 보면수난의 시간들에 익숙해져서 온종일 마음속으로 그 내용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게 된다.

 

4. 이를 위하여 수난 24시간을 각 시간의 제목과 함께 외워 두는 것이 좋다다음 페이지에 그 도표가 있다.

 

5. 이 수난의 시간을 실행한다는 것해당 내용을 주의 깊게 읽고묵상하고자기 자신의 생명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니 오랜 세기 전 아주 먼 곳에서 일어난 어떤 일을 기억하듯단지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며 동정심을 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6. 오히려 무엇보다도 먼저모든 것이 존재하며 현행 중인 하느님의 뜻 안으로 들어가서바로 이 순간에 행해지는 우리 주님의 내적 행위와 고난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그분의 생명을 우리 안에 재현하며 그분을 닮아 가는 일에 성장하려는 것이고또한 모든 사람 위에 그분 수난의 무한한 가치와 공로와 효과를 쏟아 부어 주려는 것이다.

 

7. 예수님께서는 (그 두 가지 태도 사이의매우 중대한 차이점에 대하여 친히 이렇게 설명해 주셨다.

 

8. “나의 수난을 현행적인 것으로 반복하는 것은 다만 내 고통을 생각하며 나를 측은히 여기는 것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먼젓번 것은 내 고통을 거듭 겪고자 나를 대신하는 내 생명의 행위이기에내가 신적 생명의 효과와 가치를 돌려받는 느낌이 든다반면에 내 고통을 생각하며 나를 측은히 여기는 것은 나로 하여금 피조물과 함께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9. 한데너는 아느냐내가 어떤 사람 안에서 내 수난 고통을 현행적인 것으로 반복할 수 있는지를바로 내 뜻을 생명의 중심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 안에서다.”(『천상의 책』제18권 9,4-5(1925년 10월 24))

 

10. 우리는『수난의 시간들』이 다만 하나의 읽을거리나 신심 서적이 아니라생명을그것도 예수님의 내적 생명을 형성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날이 갈수록예수님께서 참으로 우리 안에서우리의 생명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신적인 생명을 살고 계신다는 것을 더욱 더 실감하게 될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24시간

1시간 오후 5-6 거룩하신 어머니께 작별 인사를 하시다.
2시간 오후 6-7 최후 만찬의 다락방으로 가시다.
3시간 오후 7-8 율법에 다른 만찬
4시간 오후 8-9 성체성사 제정의 만찬
5시간 오후 9-10 겟세마니의 고뇌 첫째 시간
6시간 오후 10-11 겟세마니의 고뇌 둘째 시간
7시간 오후 11-12 겟세마니의 고뇌 셋째 시간
8시간 오전 0-1 체포되신 예수님
9시간 오전 1-2 떼밀려 키드론 개울에 빠지시다.
10시간 오전 2-3 한나스 앞으로 끌려가시다.
11시간 오전 3-4 카야파 앞으로 끌려가시다.
12시간 오전 4-5 군사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
13시간 오전 5-6 감옥에 갇히시다.
14시간 오전 6-7 카야파 앞에 다시 끌려가셨다가 빌라도에게 압송되신 예수님
15시간 오전 7-8 빌라도 앞에 서신 예수님.
이어서 헤로데에게 넘겨지시다.
16시간 오전 8-9 다시 빌라도 앞에 서신 예수님.
예수님을 두고 바라빠를 택한 유다인들.
매 맞으시다.
17시간 오전 9-10 가시관을 쓰신 예수님.
이 사람이오.” 사형선고를 받으시다.
18시간 오전 10-11 십자가를 지고 칼바리아에 오르시어 거기에서 옷 벗김을 당하시다.
19시간 오전 11-12 십자가에 못 박히시다.
전반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후반부 하느님의 의노를 풀기 위한 기도
20시간 오후 0-1 십자가의 고뇌 첫째 시간
예수님의 첫째 말씀
21시간 오후 1-2 십자가의 고뇌 둘째 시간
예수님의 둘째셋째넷째 말씀
22시간 오후 2-3 십자가의 고뇌 셋째 시간
예수님의 다섯째여섯째일곱째 말씀
숨을 거두시다.
23시간 오후 3-4 돌아가신 후 창에 찔리시고 십자가에서 내려지시다.
24시간 오후 4-5 무덤에 묻히시다.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의 비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