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시간
오전 4시 - 5시
병사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
═ 준비기도 ═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의 거룩하신 현존 안에 엎드려
사랑이 지극하신 성심께 간청하오니,
저로 하여금 당신께서 24시간 동안 겪으신
고난의 묵상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소서.
그 때 당신께서는 저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기까지
당신의 흠숭하올 몸과 지극히 거룩하신 영혼으로
그토록 많은 고난을 받기를 원하셨나이다.
이제 제가 제(12)시간을 묵상하는 동안
도움과 은총과 사랑과 당신을 동정하는 마음과
당신 수난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해 주소서.
제가 묵상하지 못하는 시간들에 대해서는
그 시간들을 묵상하겠다는 의지를 봉헌하오며,
일과에 전념하거나 잠에 빠져드는 모든 시간에도
이 지향으로 그들을 묵상하겠나이다.
오 자비로우신 주님,
저의 이 사랑 깊은 지향을 받아들이시어,
제가 하고자 하는 바대로 거룩하게 이미 실행한 것처럼
저 자신과 많은 이들에게 유익이 되게 해 주소서.
오 제 예수님,
기도를 통하여 당신과 결합하도록
저를 불러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저는 더욱더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하여
당신의 생각과 말씀과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제 온 존재가 당신의 뜻과 사랑 안에 녹아들게 하겠나이다.
이제 팔을 벌려 당신을 포옹하며
당신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시작하겠나이다.
(‘준비기도’를 바친 후)
예수님, 지극히 사랑하올 제 생명이시여, 당신 성심에 바짝 붙어 잠들어 있는 동안 저는 지극히 거룩하신 성심을 찌르는 가시에 거듭거듭 찔리곤 했습니다. 적어도 당신의 고통을 증언하고 연민의 정을 드릴 사람이 있어야 하기에 저는 잠이 깨기를 기다리면서 더 바짝 당신 성심에 달라붙었고, 당신의 고통이 더 세게 느껴져서 잠이 깨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었겠습니까! 차라리 당신을 제 마음 속에 숨기고 제가 대신 이 끔찍한 고통과 믿을 수 없는 모욕과 치욕을 받고 싶습니다! 오로지 당신의 사랑만이 이러한 능욕을 견딜 수 있을 뿐입니다! 지극히 인내로우신 제 예수님, 이다지도 몰인정한 사람들에게서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십니까!
이제 당신을 희롱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당신 얼굴은 온통 그들이 뱉은 걸쭉한 침으로 뒤덮여 있고, 이로 인해서 당신의 아름다운 눈빛은 어두워졌습니다. 그러자 당신은 저희의 구원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시고 그 눈물이 눈에서 침을 밀어냅니다. 그러나 마음이 사악한 그들은 당신의 눈빛을 차마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다시 침범벅을 만들고 맙니다.
더 흉악무도한 자들은 당신의 입을 벌리고 그들의 악취 나는 침을 뱉어 넣습니다. 그 때문에 메스꺼움을 느끼면서도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침이 흘러내리면 부분적으로나마 당신 얼굴의 위엄과 초자연적인 아름다움이 드러나므로 그들은 소스라치며 그들 자신을 부끄러워합니다. 그러니까 더 거리낌 없이 몹쓸 짓을 하려고 더러운 넝마 조각으로 눈을 가리고 흠숭하올 당신 몸을 마구 괴롭힙니다.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고 질질 끌고 다니며 발로 짓밟고, 거듭해서 당신 얼굴과 머리를 때리며 주먹질을 하는 한편, 살이 찢어지도록 할퀴고 머리를 뽑기도 합니다. 게다가 당신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세게 집어던지기도 합니다.
예수님, 제 사랑이시여, 제 마음으로는 이처럼 극심한 고통 중에 계신 당신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당신께서는 제가 이 모든 것을 살펴보기를 원하시지만, 모든 가슴에서 심장을 뜯어내는 듯한 이 고통스러운 광경을 보기보다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사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죄다 보고 있습니다.
제가 보니, 당신께서는 스스로를 변호하시려고 입을 여시는 법이 없습니다.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걸레 조각처럼 이 병사들의 손아귀 속에서 잠자코 계시니, 그들은 내키는 대로 온갖 짓을 다합니다. 그들이 덤벼드는 것을 보면서 저는 당신께서 그들의 발밑에 깔려 돌아가시지 않을지 속이 탑니다.
저의 전부이신 주님, 당신의 고통을 보는 것이 너무 괴로운 나머지 저는 하늘에까지 사무치도록 소리를 질러 아버지와 성령님과 모든 천사들을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땅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누구보다 먼저 우리의 사랑하올 엄마를, 그리고 사랑 깊은 모든 영혼들을 불러 당신을 에워싼 원을 이루고 저 무엄한 병사들이 다시는 모욕도 고문도 하지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또한, 그렇게 모인 이와 당신과 함께, 사람들이 밤 시간에 저지르는 모든 죄를, 특히 비밀 결사에 속한 자들이 성체 안에 계신 당신께 밤중에 저지르는 죄를, 시련의 밤에 충실히 남아 있지 못하는 영혼들의 모든 죄를 보속하고 싶습니다.
능욕 당하시는 제 예수님, 병사들은 이제 술을 마시고 노곤해져서 쉬려고 합니다. 당신께서 받으시는 온갖 고난 때문에 짓눌리고 찢어진 저의 마음은 당신과 단둘이 남아 있고 싶지 않고, 또 다른 한 분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올 엄마, 저와 떨어질 수 없는 동반자가 되어 주소서. 엄마의 모성적인 손을 꼭 잡고 입맞추는 동안 엄마의 축복으로 저를 굳세게 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우리 함께 예수님을 안고, 슬픔에 젖은 그분의 성심에 머리를 대고 위로해 드리십시다. 오 예수님, 엄마와 함께 당신께 입맞추며 찬미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흠숭하올 당신 성심에 함께 기대어 사랑의 잠을 자렵니다.
성찰과 실천
예수님께서는 이 시간에 굳건한 항구함과 완전히 평온한 마음으로 병사들 가운데 계신다.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병사들이 터뜨리는 온갖 학대와 구박을 고스란히 받고 계시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그들을 어찌나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시는지, 마치 그들더러 더 많은 고통을 달라고 청하시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런데, 고통이 거듭될 때에 우리는 항구한가? 아니면 불평하는가? 짜증을 내며 평화를 잃지는 않는가? 그러나 이 마음의 평화는, 예수님으로 하여금 우리 안에서 쾌적한 거처를 찾아내시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굳건함은 하느님께서 참으로 우리 안에 계신지 아닌지를 알게 하는 덕행이다. 우리의 덕행이 참된 것이라면 시험 중에 있을 때에도 일시적인 굳건함이 아니라 언제나 한결같은 굳건함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이런 굳건함만이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선에 굳건하고, 고통이나 활동 중에도 굳건하면 할수록, 예수님께서 은총을 펼치실 영역을 그만큼 더 광범위하게 우리 주위에 확장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항구하지 못하면 그 영역이 좁아지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거닐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거나 전연 없게 되지만, 우리가 굳건하고 항구하면 예수님께 매우 넓은 공간을 드리게 된다.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서 당신을 지지할 후원자와 은총을 퍼뜨릴 공간을 찾아내시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올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기를 원한다면, 그분께서 영혼들을 구원하시려고 일하시는 동안 지니셨던 것과 같은 굳건함으로 그분을 에워싸기로 하자. 우리가 그렇게 수호해 드리면 그분은 기뻐하시며 우리의 마음 안에 계실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학대하는 자들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셨다. 우리는 우리를 모욕하는 이들을 그런 사랑으로 바라보는가? 우리가 드러내 보이는 사랑이 그들의 마음을 울릴 만큼 강력한 목소리가 되어 그들을 예수님께로 회두시킬 수 있는가?
☨☨☨
무한한 사랑이신 제 예수님, 그런 사랑을 저에게 주시고, 제가 겪는 고통마다 영혼들을 당신께로 불러들이게 하소서.
제13시간
오전 5시 - 6시
감옥에 갇히신 예수님
감옥에 갇히신 제 예수님, 잠이 깨어 보니 당신께서 여기 계시지 않습니다. 제 마음은 짓눌려 당신 사랑을 애타게 그리워합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어디에 계십니까? 저의 천사여, 가야파의 집으로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고 사방으로 찾아다녀도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제 사랑이시여, 당신 손으로 어서 사슬을 당겨 주소서. 이 사슬로 제 마음을 당신 성심에 묶어두시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날아가서 당신 팔에 안기도록 어서 끌어당겨 주소서.
제 사랑이시여, 이렇듯 당신을 찾는 제 목소리에 마음이 아프셔서, 또 저와 함께 계시고 싶으셔서, 드디어 당신께로 끌어당겨 주시니, 저는 감옥에 갇혀 계신 당신을 뵙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뵙게 되자 제 마음은 뛸 듯이 기뻐지는 한편, 그들이 당신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보게 된 슬픔 때문에 가슴이 터집니다.
제가 보니 당신은 등뒤의 기둥에 두 손이 묶이고 두 발도 함께 묶여 계십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얼굴은 가혹하게 얻어맞아 찢어지고 부풀어 오른 채 피를 흘리고 있고, 거룩하신 눈에도 타박상을 입으셨으며, 불면에 시달린 힘없는 눈길과 온통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계시니, 지극히 거룩하신 몸이 만신창이가 되셨습니다. 더욱이, 이렇게 묶여 계시기 때문에 몸소 당신 몸을 닦거나 어떤 도움을 주실 수도 없습니다. 오 예수님, 저는 “이럴 수가!” 하면서 당신 발을 감싸 안고 흐느껴 웁니다. “예수님, 그들이 당신께 어떻게 했기에...”
당신께서는 저를 굽어보시며 대답하십니다.
“오 내 딸아, 와서 내가 어떻게 하는지를 눈여겨보고 나와 함께 그렇게 하여라. 그러면 내가 네 안에서 내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놀랍게도 당신은 고통에 잠겨 계시는 대신, 형언할 수 없는 사랑으로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는 일에 마음을 쏟고 계십니다. 저희들이 아버지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저희 대신 하시려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영혼을 당신 주위로 부르시어 그들의 악행을 온통 떠안으시고, 당신의 모든 선을 그들에게 주십니다. 그리고 새날이 동터오는 새벽이기에,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소리가 들립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제가 겪은 모든 것과 앞으로 겪게 될 것에 대해서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이 새벽이 새날을 부르고 새날이 태양을 떠오르게 하는 것과 같이, 은총의 새벽이 모든 마음들 안에 동트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거룩한 태양인 제가 새날을 이루면서 모든 마음들 안에 떠올라 모두를 다스리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이 영혼들을 보고 계십니다. 저는 아버지 대전에서 이 모두를 책임지고자 합니다. 저의 피와 죽음의 대가로 이들의 생각과 말과 행위와 발걸음들을 책임지고자 합니다.”
무한한 사랑이신 예수님, 저도 당신과 하나 되어, 당신께서 제게 겪게 하신 모든 것과 앞으로 겪게 될 것들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비오니 은총의 새벽이 모든 마음들 안에 동트게 하시어, 거룩한 태양이신 당신께서 그 모든 마음들 안에 다시 떠올라 모두를 다스리소서.
사랑하올 예수님, 저는 또한 당신께서 이날의 첫 열매들을, 곧 생각과 애정과 말을 당신께 대한 흠숭으로 바치지 않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보속하시는 것을 봅니다. 당신은 마치 다시 자세히 살펴보시려는 것처럼 사람들의 생각과 애정과 말들을 당신 자신 안에 불러들여 보속하시면서 아버지께서 사람들로부터 마땅히 받으셔야 할 영광을 돌려 드리십니다.
거룩한 스승이신 제 예수님, 이 감옥에서 당신과 단둘이 한 시간의 자유 시간을 가지게 되었으니, 저는 당신께서 하시는 바를 할 뿐만 아니라 당신을 깨끗이 닦아 드리고 머리를 빗어 드리면서 제 온 존재가 당신 안에 녹아들게 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거룩하신 머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당신의 머리카락을 손질하면서, 비틀리고 온통 세상 사물로 가득한 사람들의 정신을, 당신을 위해서는 단 하나의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 정신들을 보속하고자 합니다. 그런 다음 저 자신을 당신의 정신 안에 녹아들게 하면서 모든 생각들을 모아들여 당신의 생각 안에 녹아들게 하고자 합니다. 사람의 모든 악한 생각들과 질식해버린 숱한 빛과 영감들을 충분히 보상하기 위함입니다. 사람의 모든 생각들을 오로지 당신의 생각과만 하나 되게 하여, 당신께 참된 보속과 완전한 영광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고통 중에 계신 저의 예수님, 슬픔과 눈물에 젖은 당신의 눈에 입맞춥니다. 손이 기둥에 묶여져 있기 때문에 당신은 눈물을 닦으실 수 없고 병사들이 뱉어댄 침도 닦지 못하십니다. 그리고 너무나 고통스러운 자세로 묶여져 있기 때문에 지친 눈을 감고 쉬지도 못하십니다.
제 사랑이시여, 당신을 쉬게 해 드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기꺼이 제 팔로 침상을 만들겠습니까! 당신의 눈물을 닦아 드리면서, 저는 당신을 기쁘시게 하려는 의향이 없었던 시간들과 저희가 어디로 가기를 원하시는지 알려고 당신 쪽을 주의 깊게 비라볼 의향이 없었던 모든 시간에 대해 용서를 청하며 보속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의 눈과 모든 사람의 눈을 당신 눈 속에 녹아들게 하여, 저희가 눈으로 봄으로써 저지른 모든 잘못을 당신 자신의 눈으로 보속하고자 합니다.
가엾으신 예수님, 저는 당신 귀에 입맞춥니다. 밤새도록 욕설을 들으신데다 사람들의 온갖 모욕이 귓속에서 메아리치며 울리고 있으니 얼마나 피곤하십니까! 용서를 청하면서, 당신께서 저희를 부르셔도 듣지 못했거나 못 들은 체한 모든 시간들을 보속합니다. 오 지치신 제 예수님, 그래도 당신은 거듭거듭 부르셨건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저는 제 귀와 모든 사람의 귀를 당신의 귓속에 녹아들게 하기 위하여 끊임없고 완전한 보속을 바치고자 합니다.
사랑하올 예수님, 저는 두들겨 맞아 상처투성이인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얼굴에 입맞춥니다. 용서를 청하면서, 보속의 산 제물이 되라고 저희를 부르셔도 원수들과 한패가 되어 당신 얼굴을 때리며 침을 뱉은 모든 시간들을 보속합니다. 저는 제 얼굴을 당신 얼굴 속에 녹아들게 하여 타고나신 아름다움을 당신께 돌려 드리고, 당신의 거룩하신 위엄에 가해진 갖가지 조롱을 보속하고자 합니다.
쓰디쓴 괴로움을 겪으시는 어지신 예수님, 저는 주먹질로 찢어지고 사랑으로 바짝 마른 당신의 지극히 감미로우신 입에 입맞춥니다. 저의 혀와 모든 사람의 혀를 당신의 혀 속에 녹아들게 하여, 저희가 혀로 저지른 모든 죄와 악한 말들을 당신 자신의 혀로 보속하고 싶습니다. 목마르신 제 예수님, 저는 모든 사람의 음성을 당신 음성과 하나 되게 하고자 합니다. 그들이 당신을 모욕할 때에는 사람들의 음성에서 흘러나오는 당신의 음성이 죄의 음성을 질식시키고 그것을 찬미와 사랑의 음성으로 바꾸시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사슬에 묶여 계신 예수님, 저는 무거운 사슬과 밧줄이 내리누르는 당신 목에 입맞춥니다. 이 밧줄과 사슬은 당신 가슴에서 등뒤로 돌아가고 팔 언저리를 통과하면서 당신을 기둥에 단단히 묶어 두고 있습니다. 너무 꽉 묶인 손은 벌써 부어오르고 꺼멓게 죽은 색이 되었으며, 군데군데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묶여 계신 예수님, 저로 하여금 당신을 풀어 드리도록 허락하소서. 그리고 당신께서 묶이기를 좋아하신다면 사랑의 사슬로 묶어 드리겠습니다. 이 사슬은 감미로운 것이어서 고통을 끼치는 대신 위로를 드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는 당신을 풀어 드리면서 당신의 목 속으로 녹아들어 당신과 함께 모든 집착들을 보속하고, 누구에게나 당신 사랑의 사슬을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저는 당신의 가슴속으로 녹아들어가서 사람들의 냉담함을 보속합니다. 모든 사람의 가슴을 당신 사랑의 불로 채우려는 것입니다. 당신께는 너무나 많은 불이 있어서 더 이상 품고 계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또 당신의 등속에 녹아들어, 부정한 쾌락과 안락에 대한 욕망들을 보속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희생정신과 고통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려는 것입니다.
또한 당신의 손 안에 녹아들어 모든 악행을 보속하고, 그릇된 태도로거만하게 행하는 선행을 보속합니다. 누구에게나 당신 업적의 향기를 주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의 발속에 녹아들어, 이 발속에 모든 사람의 발걸음을 모아들이고 보속하면서 그들에게 당신의 발걸음을 보여 줍니다. 그들로 하여금 당신의 거룩하신 발걸음으로 걷게 하려는 것입니다.
사랑하올 제 생명이시여, 이제 저는 당신 성심 안에 녹아들고 있사오니, 저로 하여금 이 성심 안에 모든 사람의 애정과 감성과 욕망을 모아들여 당신과 함께 보속하게 하시고 그들에게 당신의 애정과 감성과 갈망을 베풀게 하소서. 다시는 아무도 당신을 모욕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감옥문을 따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울립니다. 원수들이 당신을 밖으로 끌어내려고 온 것입니다. 예수님, 저는 몸이 떨리고, 얼어붙는 것 같습니다. 또다시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가실 당신! 당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입니까?
마찬가지로, 감실문이 열리는 소리도 들리는 듯 합니다. 이 문을 열고 당신으로 하여금 불경스럽기 짝이 없는 마음들 속으로 내려가시게 하는, 모독적인 손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억지로 당신을 들어가시게 하는, 합당치 못한 손들이 얼마나 많은지! 감옥에 갇혀 계신 제 예수님, 이 당신 사랑의 감옥마다 저도 함께 갇혀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 사제들이 당신을 모셔가는 모습을 보기 위함이고, 당신의 동반자가 되어 당신께서 받으시는 모욕을 보속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이제 당신의 적들이 다가오는 것과 떠오르는 태양에게 작별 인사를 하시는 당신을 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입니다! 원수들은 당신을 끌어냅니다. 그리고 참으로 당당해 보이시는 당신께서 자기네를 극진한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시는 것을 알자, 그 보답으로 있는 힘을 다해서 뺨을 후려칩니다. 어찌나 세게 맞으셨는지 그 자리가 붉어지고 지극히 고귀하신 피가 흘러나옵니다.
제 사랑이시여, 비탄 속에서 청하오니, 이 감옥을 떠나시기 전에 제게 강복하시어, 남아 있는 당신 수난의 길을 따라갈 힘을 주소서.
성찰과 실천
감옥의 기둥에 묶이신 예수님은 침과 오물에 뒤덮이신 채, 옴짝도 할 수 없는 처지에 계신다. 그분은 당신과 함께 있어줄 사람을 원하시기에 우리의 영혼을 찾으신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님과 단둘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사람들과 더불어 있는 것을 좋아하는가? 예수님만이 우리의 호흡이요 맥박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랑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당신과 똑같이 만드시려고 메마름과 억압과 슬픔과 다른 온갖 굴욕으로 우리의 영혼을 묶어 두신다. 우리는 예수님이 당신 사랑을 부어 주시는 감옥 속에, 즉 어둠과 억압과 여타 모든 것 속에 묶여 있기를 기꺼이 받아들이는가? 예수님께서 감옥에 계신다. 우리는 예수님에 대한 사랑 때문에 힘차고 민첩하게 그분 안에 갇히고자 하는가?
고난 중에 계신 예수님은 당신이 처한 고통스러운 자세에서 풀려나 도움을 받으시려고 우리의 영혼을 애타게 기다리셨다. 그런데 우리는 오로지 예수님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가? 오직 그분께서 오셔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모든 고난의 사슬에서 풀어 주시기를, 그리고 한층 더 강력한 사슬로 우리를 그분 성심에 묶어 주시기를? 또 우리의 고통을 수난 중이신 예수님을 에워싸는 파수꾼으로 배치하는가? 그리하여 죄인들이 뱉아 던지는 침이나 오물이 그분께는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가? 감옥에서 예수님은 기도하셨다.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항구하게 기도하는가?
☨☨☨
사슬에 묶이신 제 예수님, 당신께서는 저에 대한 사랑으로 기꺼이 수인(囚人)이 되셨습니다. 비오니, 저의 생각과 혀와 마음과 온 존재를 당신 안에 가두시어, 아무 자유도 주지 마시고 당신께서만 온전히 저를 지배하소서.
(이어서 ‘감사기도’를 바친다.)
═ 감사기도 ═
사랑하올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께서는 수난의 이 ‘시간’에
당신과 함께 있도록 저를 불러 주셨으니,
번민과 비탄에 잠겨 기도하시며 대속하시고
고난을 받으시는 모습을 뵌 것 같나이다.
당신께서는 사랑에 찬 감동적인 음성으로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간청하셨으니,
저도 당신을 따라 그 모든 것을 하고자 했나이다.
이제 당신을 떠나 저의 일과로 돌아가면서
감사와 찬미를 드림이 마땅한 일로 생각되나이다.
그렇습니다, 오 예수님,
저와 모든 사람을 위해서 그 모든 고난을 받으셨으니
천만번 감사하고 또 찬미하나이다.
당신께서 흘리신 피 방울방울마다
당신의 숨과 성심의 고동마다
모든 걸음과 말씀과 눈길마다
참아 받으신 모든 쓰라림과 모욕마다
감사와 찬미를 드리나이다.
오 제 예수님,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저의 ‘감사합니다.’와 ‘찬미합니다.’를
도장처럼 찍어 드리고자 하나이다.
오 예수님,
저의 온 존재가 당신께로 끊임없이 흘러드는
감사와 찬미의 강물이 되게 하시어,
당신의 풍부한 은총과 축복을
저 자신과 모든 이에게 끌어당기게 해 주소서.
그렇습니다. 오 예수님,
저를 당신 가슴에 껴안아 주시고,
제 존재의 작디작은 부분마다
당신의 지극히 거룩하신 손으로
‘네게 강복한다’ 도장을 찍어 주소서.
그러면 제게서는 오로지 당신을 향한
끊임없는 찬미가만이 흘러나올 수 있겠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모든 것 속에서 당신을 따르려고
저 자신을 당신께 맡기나이다.
저의 생각을 당신 안에 두어
원수들에게서 당신을 지키게 하고,
저의 숨을 당신 안에 두어
당신을 동반하는 행렬이 되게 하고,
저의 심장 고동을 당신 안에 두어
줄곧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게 하면서
다른 이들이 드리지 않는 사랑을 보상하겠나이다.
또한 저의 피를 방울방울 보속의 제물로
원수들이 앗아가곤 하는 영예와 존경을 당신께 되돌려드리며,
제 온 존재를 바쳐 당신을 수호하겠나이다.
오 저의 감미로운 사랑이시여,
일과로 돌아가 있는 동안에도
저는 당신 성심 안에 머물러 있겠나이다.
성심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사오니,
당신께서 저를 당신 안에 간직해 주시리라 믿나이다.
그러면 우리의 심장 고동이 서로 전해지고 합쳐지면서
저에게 생명과 사랑을 주고
떨어질 수 없도록 긴밀한 당신과의 일치를 주겠나이다.
저의 예수님,
제가 당신에게서 달아나려고 하는 기색을 보시면
제 안에서 당신 성심의 고동이 빨라지게 하소서.
당신 손으로 저를 더 세게 껴안아 주시고
당신 눈으로 저를 보시며 불화살을 쏘아 주시면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심을 느끼면서
당신과의 합일 속으로 이끌려갈 수 있겠나이다.
오 제 예수님,
저에게 거룩한 사랑의 입맞춤과 축복을 주소서.
저는 더없이 감미로운 당신 성심에 입맞추며
당신 안에 머물러 있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