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세력에 관하여

왜 천사는 타락하게 되었는가? - 가경자 아그레다 수녀

Skyblue fiat 2016. 12. 15. 15:26

 

교회 인가​

왜 천사는 타락하게 되었는가? 

Die geschichte der Engel

 

 

- 가경자 아그레다의 마리아 수녀 

Maria de Jesus de Agreda

 

 

 

 

 

 

이 책은 아그레다의 마리아 수녀가 직접 보고 깨달은 하느님의 진리를 기록한 책 <하느님의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의 삶 Leben der jungfrau und Gottesmutter maria> 중에서 천사의 창조와 타락에 관한 부분만 발췌하여 <천사 이야기 Die geschichte der Engel> 라는 제목으로 독일 미리암 출판사에서 발간한 것이다.

1954년 5월 3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츠크 교구의 대주교는 마리아수녀의 책에서 신앙의 진리에 위배되는 어떤 오류도 발견할 수 없다고 하며 교회 인가를 허락했다.

2010년 3월 20일 부산 교구에서는 "천사와 사탄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도록" 교회 인가 없이 자체적으로 출판하는 것을 허락했다.

 

교회 인가와 추천의 글

아그레다의 마리아 수녀의 책 <하느님의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의 삶 ​Leben der jungfrau und Gottesmutter maria>을 가리켜 교황 인노첸시아 11세(1676-1689년 재위)와 글레멘스 11세(1700-1721년 재위)는 "모든 신자들이 읽어야 할 책" 이라는 내용을 포함하는 교령을 발표했다.

유수의 학자들과 성직자들이 이 책의 깊이와 올바름을 인정하고 추천했다. 성 술피스 신학교의 학장 에메리 신부는 이런 견해를 표명했다.

"나는 아그레다의 마리아 수녀의 책을 읽은 이후 무엇보다도 예수님과 그분의 거룩한 교회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다."

교황 비오 9세(1846-1878년 재위)가 1875년 5월 19일에 발표했던 교서 안에서 솔렘 수도회 궤랑제 수사는 이 책을 일찍부터 알고 이것을 통해 많은것을 깨달을 수 있게 된 것을 행운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교황과 뛰어난 학식을 지닌 사람들의 판단에 근거해서 나는 스페인어에서 독일어로 번역된 ​<하느님의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의 삶 ​Leben der jungfrau und Gottesmutter maria>이라는 책에 교회의 고위 성직자로서 인가를 수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을 우리 신앙 공동체에, 무엇보다 모든 성직자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아울러 이 책이 교회와 거룩한 교부들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점을 증명하는 바이다.

1885년 9월 12일

오스트이라 잘츠부르크 교구

프란츠 알버트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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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독일의 지인들 중 한 사람이며 신실한 신앙인인 그가 이 책을 나에게 보내면서 한국에 널리 전해 주기를 부탁했습니다.

독일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책 덕택에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이 깊어지는 것을 체험한 까닭이었습니다.

나는 저명한 신학자 칼 라너의 말에서 이 책이 얼마나 유익한지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칼 라너는

"내일의 그리스도인은 어느 정도 하느님을 체험한 신비가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더 이상 그리스도인으로 불릴 수 없을 것입니다."

뛰어난 영성과 신비적 체험의 소유자인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모든 고뇌는 예수님께서 얼마나 우리 가까이 계신지를 깨닫지 못하는 데서 생깁니다."

하면서 기도로써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기를 촉구했습니다. 그의 말을 확인이라도 시키듯 하느님께서는 기도 중인 데레사 성녀에게 이 말씀을 들려 주셨습니다.

너는 나의 집 나의 처소이며

나의 영원한 고향이다.

그 어떠한 것도 너를 나에게서 떼어내지 못하도록

나는 언제나 네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내가 네게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럴 때는 나를 불러라.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네게서 한 발짝도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영혼아, 네 안에서 나를 찾아라.

2010년 월 2일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푸른군대) 한국본부장

​하 안토니오 몬시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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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 책은 스페인 아그레다 출신의 마리아 수녀(Maria von Agreda, 1602-1665)에게 일어난 계시를 다룬 책 ​​<하느님의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의 삶 ​Leben der jungfrau und Gottesmutter maria> 중에서 천사의 창조와 타락에 관한 부분만 발췌하여 엮은 것이다.

 

이 책은 가장 높은 대천사인 루치펠과 그를 따르는 천사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타락하고 하늘나라에서 쫓겨났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 인간이 삶이라는 시험을 마친 후에 하느님께서 마련해 두신 하늘 나라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치펠은 하느님께 맞서고 인간을 증오하고 시기하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그것을 방해했다. 그 결과 루치펠과 그의 무리는 하늘나라의 자리를 영원히 잃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과 온 인류가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사탄과 벌이는 전쟁의 원인이며, 그 결과를 우리는 매일 끊임없이 새롭게 체험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바로 이런 연유로 사탄이 인간을 파멸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이 세상에 가져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더욱이 사탄이 인간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동의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믿지 않고 알려고도 않는다. 하느님과 우리 인간의 가장 지독한 원수인 사탄은 사람들이 하느님과 사탄과 지옥의 실존과 실재를 부정하며 단순한 상징으로 여기도록 유인할 수도 있다.​

 

인간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대상에게는 경계심을 갖지 않는다. 인간이 악의 실체를 명확하게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탄은 인간이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고 그것에 관심을 두지 않을 뿐더러 무시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그것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로 인한 파괴적인 결과는 점점 더 드러날 것이다. 이 책은 사탄이 이 세상으로 내려오게 된 원인과 배경과 결과를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드러낸다. 지금까지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악과 지옥의 추종자들의 극히 비밀스런 음모와 계략을 제대로 보여 준다. 그것이 드러나는 것을 사탄은 결코 원하지 않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그것을 밝혀 주셨다.

 

또한 그리스도교가 시작된 이후로 오늘날까지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리고 진리의 명분으로 갈라져서 수많은 교파들이 생겨나게 된 원인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서로 모순되고 너무 많은 다른 진리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탄은 모든 인간을 혼란에 빠뜨리고 유혹하고 말살하려는 자신의 음모가 드러나는 것을 온 힘을 다해 방해하려 했기에 이 모든 진실이 세상의 빛을 보는 데는 300년이나 걸렸다. 사탄의 사주로 일어난 논쟁이 30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던 것이다. 그 후 비로소 교회는 이 계시가 진리임을 인정하고 마침내 공표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이 계시는 대중에게 널리 전해지지 못하고 있눈데 그 때문에 신앙의 부재로 인한 병폐는 점점 더 퍼지고 깊어지고 있다.

 

​사탄의 존재와 활동에 관해 제대로 명확하게 전해 주는 책은 아주 드물다. 그러므로 이 책은 특히 오늘날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으며, 이런 이유로 이 책은 널리 알려지고 모든 사람에게 전해여쟈 할 것이다. 알폰스 마리아 바이글 신부는 이책을 포함하는 ​​<하느님의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의 삶>을 이렇게 평가하며 애독을 권했다.

"아그레다의 마리아 수녀에게 계시된 ​​<하느님의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의 삶>은 그리스도교 문학에서 마리아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일 것입니다. 이 책은 300여 년 전에 세상에 첫선을 보인 후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기쁨과 믿음과 사랑을 선물했으며, 수많은 신앙인들에게 영적인 도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또한 여러 교황과 위대한 영성가들이 이 책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하느님의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의 삶>은 마리아 수녀의 묵상이 결코 아닙니다. 마리아 수녀가 이 책에 기록한 것은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계시하신 모든 것을 신비적 관상의 가장 높은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내적 직관의 방법으로 보고 들은 것입니다."

 

 

2004년 L. W.

 

 

 

 

천사의 창조와 타락

 

하느님께서 천사를 창조하셨다. 천사들은 하늘나라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듬뿍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한 하늘나라에서 살아간다 해도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여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때 비로소 그들도 하느님을 뵈올 수 있었다.

 


모든 천사는 창조됨과 동시에 은총과 성령을 선물 받음으로써 이루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고 완전한 존재가 되었다. 이어서 창조주 하느님의 뜻이 모든 천사들에게 공표되었는데, 하느님의 뜻이란 천사는 자신을 창조하신 분을 지존하신 주님으로 모시면서 창조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찰나에 천사들 중 하느님의 뜻에 반항하는 무리가 있었다. 미카엘 대천사와 그를 따르는 착한 천사들은 그들 반항의 무리와 큰 전쟁을 벌였다. 그 결과 착한 천사들은 은총에 항구하여 영원한 행복을 얻었다. 반대로, 하느님께 반항하고 순명을 거부한 용의 무리는 영원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는 지옥으로 떨어졌다.


나, 아그레다의 마리아는 루치펠과 그의 무리들이 어떤 동기와 어떤 근거에서 하느님께 반항하며 타락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잘못을 저지른 다음 타락하게 된 악한 천사들은 실제로 어떤 죄를 짓는 것은 아니어도 죄를 범할 수 있는 악한 경향을 지니게 되었음을 나는 알았다. 즉 그들이 실제로 죄를 범하지는 않는다 하여도 그 죄에 대한 악한 경향이 그들 안에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저지를 수 없는 죄악에 인간을 유혹하여 끌어들여 그것이 성공할 때는 기뻐했다.

 


루치펠의 교만과 욕망

 


그때 루치펠은 터무니없는 자애심에 빠졌다. 자신이 다른 천사들보다 훨씬 더 높은 아름다운 본성과 은총을 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루치펠은 오랫동안 그런 착각에 젖어 있었다. 그리하여 자신이 가진 모든 특권의 유일한 원천이신 하느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감사를 게을리 하고 대신 자기 자신을 높이 치켜세웠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능력에 흠뻑 빠진 루치펠은 그 모든 것이 하느님에게서 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본래 가진 것으로 여겼다. 이런 터무니없는 인식으로 인해 루치펠의 자만심은 한없이 커졌다.

 


그런 한편 루치펠은 하느님의 창조물을 유혹했으며 자신에게는 없지만 다른 창조물이 지닌 은총과 특권을 욕심냈다. 그 결과 하느님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에 대하여 극도의 분노와 증오를 내뿜게 되었다. 아울러 불순명, 교만, 불의, 불충, 독선, 심지어 일종의 우상 숭배라는 악이 생겨났다. 왜냐하면 루치펠은 오로지 하느님께만 바쳐야 할 흠숭을 자신이 받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루치펠은 하느님의 지존과 신성을 모독했으며, 하느님께 마땅히 바쳐야 할 신의와 충성을 내팽개쳤다. 극도로 교만해진 루치펠은 하느님의 모든 창조물을 말살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있고 다른 천사들도 그런 짓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급기야 루치펠의 교만이 그의 능력보다 더 커지게 되었다. 교만한 상태에서는 능력이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죄는 또 다른 죄를 부르는데 바로 이 죄를 범한 첫 번째 천사가 루치펠이다. 그리고 루치펠은 다른 천사들을 유혹했다. 루치펠을 악한 영들의 우두머리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루치펠이 하느님에게서 받은 천사의 본성 때문이 아니다. 루치펠이 우두머리라는 타이틀을 쓸 수 있는 것은 천사의 본성이 아닌 죄 때문이다. 모든 천사들이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죄 때문에 타락한 천사들이 꽤 많았다.


이제 시기와 교만으로 가득 찬 루치펠이 영예와 특권을 얻으려고 어떻게 했는지 내가 직접 보았던 그대로 보고하겠다.

 

 


루치펠이 타락한 이유

 


하느님의 피조물은 질서정연했다. 모든 피조물은 창조된 후 즉시, 그들이 다른 목적에 관심을 두기 전에, 천사들에게 최종 목적을 밝혀야 한다. 이것은 하느님의 뜻이었다. 그 최종 목적을 위해 그들은 창조되었으며 이루 형언할 수 없도록 초월적이고 뛰어난 본성을 부여받은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천사들을 빛나게 하셨다. 첫째, 하느님께서 본질에 있어 한 분이시며 위격에 있어 삼위라는 진리를 천사들이 완전히 통찰하게 하셨다. 둘째, 천사들이 무한하신 하느님을 창조주이며 주님으로서 흠숭하고 조배하게 하셨다.

 


하지만 모든 천사가 하느님의 뜻에 순명한 것은 아니었다. 착한 천사들은 선한 의지로써 순명했으며, 자신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것은 믿음으로써 받아들였고, 기쁘게 순명했다.


반면에 루치펠은 완전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불순명하는 것이 가능해 보이지 않았기에 마지못해 복종했다. 루치펠은 주님의 진리를 완전히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뜻을 개입시켰다. 완전한 사랑과 정의 때문이 아니라 완전히 배척하는 것이 어렵고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불성실하고 반항적인 마음으로 인해 루치펠의 영은 하느님께 순명하기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은총을 박탈당하지는 않았지만 바로 그때부터 루치펠은 악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의 덕은 약해졌고 그의 영은 빛을 잃었으며 그를 감싸고 있던 찬란한 아름다움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루치펠은 하느님의 계명을 이행하는 데도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것은 타락으로 가는 첫걸음이었다.

 


인간 창조와 성자의 강생에 대한 계시

 


천사들을 향한 하느님의 계시는 계속되었다. 즉 천사보다 낮은 등급의 이성적 피조물인 사람을 창조하겠다는 것이며, 사람도 하느님을 창조주이며 영원한 선으로서 사랑하고 경외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하느님에게서 지극한 은총을 받을 것이다.

 


또한 하느님께서 계시하셨다. 지존하신 삼위 하느님 중 성자께서 몸소 사람이 되실 터인데, 신성과 인성을 가진 사람이 되실 것을 계시하셨다. 따라서 천사들은 미래에 오실 그분,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분을 머리로 모시고, 그분의 신성과 인성을 똑같이 흠숭하고 경배해야 한다. 천사들은 지극한 위엄과 은총을 가지고 계시는 그분의 종이 되어야 하며, 구분께 순명해야 한다. 천사들은 깨달았다. 그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하느님의 뜻에 맞는 일임을, 앞으로 생겨날 모든 피조물과 마찬가지로 천사들도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분을 찬미해야 할 것이다. 그분은 모든 피조물의 왕이시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알고 향유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진 모든 피조물은 그분의 백성이 될 것이며, 그분을 자신의 머리로 인정하고 흠숭할 것이다.


그런 다음 천사들에게 거기에 상응하는 명령이 내려졌다. 순종적이고 거룩한 천사들은 완전한 의지로써, 겸손하고 사랑에 불타는 열정으로써 즉각 그 명령에 복종했다.

 


천사와 루치펠의 전쟁

 


그러나 시기와 교만에 사로잡힌 루치펠은 하느님께 반항했다. 그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더욱이 같은 생각을 가진 천사들을 선동하여 똑같은 짓을 하게 했다. 그들도 하느님의 명령에 순명하지 않았다.

 


루치펠은 그들에게, 자신이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겠으며 그리스도에 대항하는 독자적인 왕국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루치펠은 시기와 교만과 터무니없는 야망에 사로잡힌 까닭에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죄악의 병균을 퍼뜨렸다.

 


마침내 사도 요한이 전해 준 그 무시무시한 전쟁이 일어났다. “그때에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운 것입니다”(묵시 12, 7).


하느님을 따르는 거룩한 천사들은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그리고 환시를 통해 얼굴을 뵈었던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그분의 영광을 위해 싸우겠다는 열정으로 불타올랐다. 그들은 용과 대적해 싸울 수 있도록 하느님의 허락과 동의를 청했다. 허락이 떨어졌다.

 

 


마리아에 대한 계시와 루치펠의 분노

 


여기서 나는 또 하나의 비밀을 밝혀야겠다. 성자께서 사람이 되시고 모든 천사는 그분께 순명해야 한다는 명령을 받은 그때, 천사들이 받은 세 번째 명령은 이것이다. 즉 천사들은 성부의 독생 성자를 태중에 모시고 그분께 육신을 드릴 여인을 여왕으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여인은 천사들의 여왕이 되고 모든 피조물의 여주인이 될 것이며, 은총과 영광에 있어서 모든 천사와 인간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었다.

 


하느님을 따르는 착한 천사들은 이 명령을 받아들였다. 지극히 겸손한 그들은 지존하신 분의 권능과 신비를 믿고 찬미했다. 그러나 루치펠과 그 무리들은 이 비밀을 계시받자 교만이 점점 커져서 이 명령에 맞서 일어났다.

 


맹렬한 분노에 사로잡힌 루치펠은 모든 천사와 모든 인간의 머리가 되는 영예를 강렬하게 열망했다. 신성과 인성, 즉 지극히 높은 본성과 지극히 비천한 본성의 결함으로써 그것이 가능하다면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또한 강생하신 성자의 어머니(마리아)의 비천한 본성을 알게 된 루치펠은 끔찍한 불경을 저지르며 반항했다. 제어할 수 없도록 사나운 분노에 사로잡힌 루치펠은 한없이 위대한 은총의 기적을 일으키신 창조주 하느님께 반항했다. 루치펠은 자신의 추종자들을 선동하며 큰소리쳤다.


“이 명령은 부당하다! 나의 품위가 이 때문에 모욕당했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이 그렇게도 큰 사랑으로 바라보고 그렇게도 넘치는 은총을 내리고자 하는 그 인간을 박해하고 완전히 박살낼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나의 힘과 술책을 모조리 동원할 것이다. 그 여자, 말씀의 어머니라는 그 여자를 그 높은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말겠다. 나는 당신의 계획을 수포로 만들 것이다!”

 

 


“그때에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렇듯 오만무도하고 교만하기 짝이 없는 루치펠의 반항은 하느님을 분노하게 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이 말씀으로 루치펠에게 수치감을 안겨 주셨다.

 


“네가 절대로 공경하지 않겠다는 그 여인이 너의 머리를 짓밟고 너를 멸망시킬 것이다. 너의 교만으로 죽음이 세상에 들어왔지만 그 여인의 겸손으로 세상은 생명과 구원을 얻을 것이다. 인간은 너와 네 족속들이 잃어버린 그 영예와 월계관을 받게 될 것이다.”

 


루치펠은 하느님의 뜻과 결정을 깨닫고는 미쳐 날뛰면서 그 모든 것에 저항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에게 위협의 칼을 들이댔다.
착한 천사들은 루치펠과 그 무리를 향한 하느님의 의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이성과 정의와 진리의 무기로 루치펠의 무리들과 싸웠다.

 


여기서 하느님께서는 매우 비밀스런 또 다른 환시를 천사들에게 보여 주셨다. 성자 안에서 신성과 인성이 결합하는 것을 보여 주신 후 지극히 복되신 동정녀의 모습을 환시로써 계시하신 것이다. 지극히 높고 완전한 여인에게서 그분의 전능하심이 다른 어떤 피조물에게서보다 더욱 놀랍게 작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비할 데 없이 고결한 그 여인에게 당신 정의의 모든 은총과 선물을 부여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하늘의 여왕이며 강생하신 말씀의 어머니이신 여인의 모습을 착한 천사와 악한 천사가 모두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착한 천사들은 경탄을 금하지 못하고 찬미가를 불렀다. 또한 그 모습을 방패에 새겨 강하게 무장하고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과 그 어머니의 영광을 지키려는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반면에 사악한 천사의 우두머리인 용과 그 족속들은 그리스도와 동정 성모를 향한 증오심에 불타 올랐다.


이것을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였다.


“그때에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운 것입니다. 용과 그의 부하들도 맞서 싸웠지만 당해 내지 못하여, 하늘에서는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큰 용, 그 옛날의 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 온 세계를 속이던 그자가 떨어졌습니다. 그가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의 부하들도 그와 함께 떨어졌습니다”(묵시 12, 7-9).

 


요한 묵시록 12장 계시, “또 다른 표징이 하늘에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표징이 하늘에 나타났습니다. 크고 붉은 용인데, 머리가 일곱이고 뿔이 열이었으며 일곱 머리에는 모두 작은 관을 쓰고 있었습니다. 용의 꼬리가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휩쓸어 땅으로 내던졌습니다”(묵시 12, 3-4).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그 여인에게 루치펠이 불경스런 저주를 퍼붓자마자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이던 루치펠이 끔찍하고 흉측한 용으로 변했다. 루치펠은 환시에서보다 훨씬 더 끔찍한 모습이 되었다.

 


루치펠은 미쳐 날뛰면서 일곱 개의 머리를 쳐들었다. 다시 말하면, 그의 모든 추종자들로 구성된 일곱 군대를 일으킨 것이다. 루치펠은 그 일곱 군대 각각에 우두머리를 하나씩 임명하고는 일곱 가지 죄악을 부추기며 선동할 것을 명령했다. 즉 교오, 질투, 분노, 음란, 인색, 나태, 탐욕의 칠죄종이 그것이다. 칠죄종은 모든 종류의 죄를 포함하며, 하느님을 거슬러 대항하며 세운 깃발 같은 것이다. 칠죄종은 일곱 개의 관으로 상징되었으며 루치펠은 용으로 변한 다음에 그 관들을 쓰게 될 것이다. 루치펠의 간계에 분노하신 하느님께서 몸소 루치펠과 나머지 불충한 천사들에게 죄의 관을 내리신 것이다. 하느님의 특별한 벌이며 동시에 그 간계를 의미하는 벌을 받은 루치펠과 무리들은 그로써 각자 칠죄종의 어미가 되었다.


“일곱 머리에 열 개의 뿔”(묵시 12, 3)은 용의 불의와 악의가 거둔 승리를 의미하며, 또한 용의 명예욕과 교오함을 의미한다. 그 명예욕과 교오함에서 악덕이 생겨나는데 루치펠은 그것을 자신의 공로로 여겼다. 그리고 자신의 사악하고 교만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루치펠은 천사들에게 교활하고 악하기 짝이 없는 친교를 제안하고는 날조된 왕의 지위와 보상을 약속했다. 사악한 어리석음과 기만으로 가득 찬 이 약속이 바로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휩쓴 그 용의 꼬리였다. 원래 그 천사들은 하늘에서 밝게 빛나던 별이었다. 그들이 계속 그 상태로 있었더라면 다른 천사들과 의인들과 함께 그들은 태양처럼 영원히 빛났을 것이다. 하지만 욕망을 추구한 죄의 벌을 받아 그들은 땅으로, 불행하게도 지옥 한가운데로 내던져졌다. 거기서 그들은 빛과 기쁨을 영원히 그리워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요한묵시록 12장 계시, “그 용은 그 여인 앞에 지켜 서 있었습니다”

 


“그 용은 여인이 해산하기만 하면 아이를 삼켜 버리려고, 이제 막 해산하려는 그 여인 앞에 지켜 서 있었습니다”(묵시 12, 4).

 


끝간데를 모르는 루치펠의 교만은 하느님의 모든 별들 위에 자신의 왕좌를 두려는 욕망을 품게 했다. 성자의 어머니로 선택된 여인 앞에서 이 어리석은 자는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였다.

 


“이 여인이 낳을 아들의 본성은 나보다 못하다. 나는 그를 삼켜 없애버리겠다. 나의 추종자들에게 그를 대적하도록 명령하고, 그의 사상과 계명에 반대되는 나의 가르침을 퍼뜨리게 하겠다. 그를 대적하여 영원한 전쟁을 이끌고, 그에게 반항하는 영원한 적개심을 일으킬 것이다!”


이때 마리아는 거기에 홀로 서 있었다. 마리아는 아담의 딸이지만 은총과 능력과 공로에 있어 모든 천사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요한묵시록 12장 계시, “그때에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때에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운 것입니다. 용과 그의 부하들도 맞서 싸웠지만 당해 내지 못하여, 하늘에는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습니다”(묵시 12, 7 - 8).
하느님께서 착한 천사와 타락한 천사 모두에게 앞서 말한 비밀을 계시하신 후, 미카엘 대천사와 그의 천사들은 하느님의 허락 하에 용과 그의 족속들과 전쟁을 시작하였다. 그 전쟁은 참으로 놀라웠다. 그들은 오로지 이성과 의지라는 무기만으로 싸웠다.

 


하느님께 위임받은 능력과 자신의 겸손으로 무장한 미카엘 대천사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열정을 불태우며 용의 허황한 교만과 맞서 싸웠다. 미카엘 대천사는 천사들을 이끌며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했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 모든 영광과 모든 찬미와 모든 경외가 합당하도다! 그분은 모든 피조물에게서 경외와 사랑과 순종을 받아 마땅하시다. 그분은 전능하시기에 당신이 뜻하신 바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지만 정의에 어긋나는 것은 하지 않으신다. 창조되지 않고 다른 어떤 것에도 속하지 않으시는 그분께서 은총을 베푸시어 지금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셨다. 그분은 우리를 무에서 창조하셨다. 또한 그분은 당신이 원하시면 언제든 어떻게든 다른 존재들을 창조하실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가 하느님의 옥좌 앞에 엎드려 하느님의 권능과 권위를 흠숭하는 것은 지극히 합당하다. 그러므로 너희 천사들은 와서 나를 따르라! 그분께 흠숭 드리자. 그분의 놀랍도록 신비한 심판과 그분의 거룩하고 완전한 업적을 찬미하자.

 


그분은 하느님, 지극히 높으신 분, 모든 피조물의 왕이시다. 우리가 그분의 위대하고 권세 넘치는 업적을 이해할 수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그분의 지혜와 자비는 무한하다. 그분에게는 보화와 축복이 넘친다. 그분은 모든 피조물의 주인이시다. 그분이 당신의 보화를 나누어 주시는 데 있어 오직 당신의 원의만이 필요하다. 그분의 선택에는 어떤 오류도 있을 수 없다.

 


그분은 당신이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하는 자들에게 마음을 터놓으신다. 그분은 당신이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하시며, 당신 뜻대로 창조하고 높이고 풍요롭게 하실 수 있다. 그분은 언제나 지혜로우시며 거룩하시고 전능하시다. 강생이라는 경이로운 업적에 감사드리고, 당신의 백성을 선택하시고 멸망해야 마땅한 그들을 구원하신 것에 깊이 감사드리며 그분께 흠숭을 바치자. 이미 우리가 뵈었던 그분께, 신성과 인성을 함께 가지신 그분께 흠숭과 영광을 드리자. 그분을 우리의 머리로 모시고서, 그분은 모든 은총과 영광과 영예와 찬미를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우리의 자유의지로 고백하자. 그분께 큰 소리로 찬미드리자. ‘당신은 강하고 전능하신 분, 당신은 만물의 하느님이시나이다!’”

 


미카엘 대천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용과 그 무리들에 맞서 맹렬한 섬광을 일으키며 싸웠다. 하느님을 모독하는 악한 무리들을 대적하여 싸웠다.

 


루치펠 대천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용과 그 무리들에 맞서 맹렬한 섬광을 일으키며 싸웠다. 하느님을 모독하는 악한 무리들을 대적하여 싸웠다.

 


루치펠은 거룩한 천사들의 사령관의 얼굴을 견딜 수 없었다. 루치펠은 분노에 눈멀고 고통에 짓눌렸다. 벌을 받을 것이고 멸망할 것이며, 원하든 원하지 아니하든 하느님의 진리와 전능의 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명한 하느님의 뜻 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느님을 모독했다.

 


“당신은 부당하다. 단지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인간을 천사들 위에 올리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나는 가장 높고 가장 아름다운 천사다. 승리와 경의는 내가 받아야 마땅하다. 나는 나의 왕좌를 별들 위에 놓을 것이다. 나는 당신과 동등해 질 것이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을 것이며, 누군가 나보다 앞서는 것도, 나의 자리보다 더 높이 오르는 것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루치펠을 따르는 악한 무리들도 그 우두머리를 따르며 똑같이 외쳤다.

 


“누가 하늘 높은 데에 거하시는 우리 주 하느님과 같으랴?”

 


그때 미카엘 대천사가 나서며 말했다.
“누가 하늘 높은 데에 거하시는 우리 주 하느님과 같으랴?”

 


미카엘 대천사의 대응이 이어졌다.
원수야, 입을 다물어라. 이 끔찍한 신성모독을 멈추어라! 네 사악한 독기를 썩 거두어라.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이 불쌍한 자야, 눈먼 무지와 악의를 거두어 캄캄한 어둠의 지옥으로, 고통만이 가득한 그 혼돈 속으로 내려가거라! 대신 주님의 영을 간직한 우리는 우리 주님을 경외하고 흠숭하련다. 우리는 영원하신 말씀에 인성을 주실 복되신 여인을 우리의 여주인이며 여왕으로 모실 것이다.”

 


이 전쟁의 순간 “위대한 표징”이며 하늘의 여왕이신 “여인”은 악한 변절자들에 대항하는 방패가 되고 무기가 되어 착한 천사들의 편에 서 계셨다.


반면 하느님과 그분의 천사들과 맞선 루치펠은 무력했다. 그는 당황하여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 표징에서 드러난 진리를 견뎌낼 수 없었던 것이다. 하느님의 권능이 극히 비밀스런 그 표징을 보여 주신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또 다른 표징, 즉 붉은 용의 모습을 보여 주셨는데 그 붉은 용이 바로 루치펠이었다. 그리고 붉은 용 루치펠이 추종자들의 경악과 공포 속에, 하느님의 권능을 경탄하는 거룩한 천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나라에서 수치스럽게 쫓겨나는 모습이었다.

 


“하늘에는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다시금 하느님의 권능과 정의가 드러났다. 이 전쟁의 진행 과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무도 신비스런 천사들의 활동을 우리 인간이 이해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악한 자들은 주인이 될 수 없다. 불의가 기만과 무지와 악의는 정의와 진리와 빛과 사랑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선은 언제나 악을 이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한 사도는 이렇게 보고한다. “용과 그의 부하들도 맞서 싸웠지만 당해 내지 못하여, 하늘에는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습니다”(묵시 12, 7 - 8).

 


자신들의 죄로 인해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들은 이제 하느님을 뵈옵고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그들은 하느님의 영을 기억하지 못한다. 떨어지기 전에는 은총 덕분에 익숙했던 하느님의 영이었다. 하느님께 순명할 때에 누렸던 모든 권리를 이제 모조리 잃고 말았다.

 


이제 그 권리, 하늘에서 떨어지기 전 천사들이 누렸던 그 권리는 인간에게 넘겨졌다. 그와 동시에 하늘나라에서는 그들의 모든 자취가 깡그리 사라져버렸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오, 비참한 악이여, 형언할 길 없는 불행이여, 네게는 마땅한 징벌이도다!

 


그 큰 용은 그렇게 떨어졌다. 그 용을 추종하던 무리들도 떨어졌다. 미카엘 대천사는 “누가 하늘 높은 데에 거하시는 우리 주 하느님과 같으랴?”라는 말로써 그 큰 용을, 비참한 루치펠을 하늘에서 쫓아냈다.

 


누가 하늘 높은 데에 거하시는 우리 주 하느님과 같으랴?” 이 말은 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어 저 교만한 용과 그 패거리에게 더할 수 없는 수치감을 안겨 주고 그들을 땅 속 깊은 심연에 내던졌다.

 


이제 그들은 불행과 징벌에 더하여 큰 용, 그 옛날의 뱀, 악마, 그리고 사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 미카엘 대천사가 전쟁에서 루치펠에게 그런 이름을 붙여준 것은 그의 악의와 불의를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큰 용 루치펠은 자신의 간사한 꾀에 되레 당한 꼴이 되었다. 루치펠은 자신이 누리던 모든 행복과 영예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모든 명예로운 칭호를 빼앗겼다. 대신 수치스런 이름을 받았다.

 


또한 지상의 모든 인간을 현혹하고 그릇된 길로 이끌려는 붉은 용의 사악한 술책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모든 민족을 멸망시키려고 작정한 그자는 그렇게 지옥으로 내던져졌다. 이를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너는 저승으로, 구렁의 맨 밑바닥으로 떨어졌구나. 너의 시체는 너의 악한 생각이 낳은 구더기와 벌레들에게 넘겨졌다”(이사 14, 15 참조). 이사야 예언서의 14장은 모두 루치펠에게 해당된다.

 


이렇게 해서 이제 하늘나라의 악한 천사들은 모조리 소탕되었다. 하느님께 순명하고 착한 천사들에게는 신성의 장막이 내려졌다. 반역의 무리들이 벌을 받은 반면에 착한 천사들은 승리의 월계관을 받았다.


하느님께서는 착한 천사들에게 당신의 뜻을 드러내셨다. “루치펠은 교만과 죄악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그는 엄청난 악의와 분노로 사람들을 박해할 것이며, 사악한 꾀로써 수많은 사람들을 그릇된 길로 이끌 것이고, 서로 간에 죽고 죽이도록 꾀할 것이다. 죄악과 악덕에 눈먼 사람들은 오랫동안 더할 수 없이 비참한 무지에 선동될 것이다. 하지만 오만과 거짓과 온갖 종류의 죄악은 나의 본질과 나의 뜻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덕과 거룩함에 승리를 안겨 줄 것이다.”

 

 


요한묵시록 12장 계시, “너희 땅과 바다는 불행하다”

 


“너희 땅과 바다는 불행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은 악마가 큰 분노를 품고서 너희에게 내려갔기 때문이다”(묵시 12, 12).

 


땅은 불행하다! 이제 엄청난 악행의 무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불행하다! 그처럼 엄청난 악덕을 보면서도 악행을 일삼는 자들을 분노의 물길 속에 쓸어 넣지 않고, 창조주 하느님께 불법을 저지르는 자들에게 복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갖 악의로 냉혹해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여, 너는 더욱더 불행하다! 네가 바로 악마를 추종하기 때문이다. 악마는 전쟁의 크나큰 분노와 전대미문의 무자비 속으로 너희를 몰아넣기 위해 내려갔다. 피에 굶주린 사자보다 더 사악하고 잔인한 용의 분노가 모든 것을 삼킬 것이다. 그 용의 분노를 만족시키기에는 온 세상의 모든 날도 짧으리라. 인간을 파멸시키려는 그의 갈증과 탐욕이 너무나 커기에 인간의 온 생애도 그에게는 충분하지 않으리라. 하느님의 자녀들과 영원한 정쟁을 벌이기 위해 그의 광분은 가능하다면 영원한 시간을 원하리라. 무엇보다 그의 분노는 그의 머리를 짓밟을 경건한 여인에게로 향할 것이다.

 


“용은 자기가 땅으로 떨어진 것을 알고, 그 사내아이를 낳은 여인을 쫓아갔습니다”(묵시 12, 13).

 


그 옛날의 뱀인 악마는 자신이 처한 비참한 처지를 깨달은 후에 더욱 엄청난 분노와 시기로 불타올랐다. 그는 광포한 한 마리 짐승처럼 자기 자신을 찟어발길 듯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분노를 강생하신 말씀의 어머니인 여인에게 품었다.

 


루치펠과 그를 추종하는 악마들의 무리는 지옥에 도착하여 곧장 회의를 열었다. 그때 그것들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간계를 끌어 모았다. 하느님을 가장 심하게 모욕하고 자기들에게 내린 벌보다 훨씬 더한 것으로 복수하기 위해서!

 


그 회의의 최종 결론은 이러했다.

 


“십중팔구 하느님은 인간을 가장 사랑할 터이니, 그것을 이용하면 가장 잔인한 복수와 가장 지독한 모욕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사랑의 활동을 방해하고, 인간을 현혹하고 그릇된 길로 이끌어서 가능한 한 하느님을 배반하고 거역하도록 선동하자. 그러면 인간은 하느님의 은총과 친교를 잃게 될 것이다.”


이어서 수장인 루치펠이 자신의 무리들을 향해 이렇게 촉구하며 결의를 다졌다.

 


“이제 우리는 방법을 알았으니 있는 힘을 다해 일해야 한다. 이제부터 우리는 사람들을 우리 뜻대로 유혹하고 굴복시켜서 파멸시켜야 한다. 모든 인간을 박해하고 그들에게 약속된 상을 빼앗아야 한다. 하느님을 바라보게 되면 우리를 거부하게 될 것이니 인간들이 하느님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한시도 경계를 늦추어선 안 된다. 나는 인간들을 상대하여 큰 승리를 거둘 것이다. 모든 인간이 나를 우러르며 내 뜻에 복종하도록 만들 것이다. 나는 오류와 파벌과 하느님의 법에 반대되는 나의 법을 퍼뜨리겠다. 내가 직접 인간들 중에서 예언자와 지도자를 세우고 그들에게 나의 법을 심어 주어서 그들이 그것을 도처에 퍼뜨리게 할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창조주를 거역하도록 하여 하느님에게 복수하게 할 것이며, 인간들을 내게로, 이 지옥의 고통 속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압박하고,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짓밟고, 버림받은 자들을 박해할 것이다. 불화의 씨를 뿌리고, 전쟁의 불씨를 붙이며, 민족과 민족들이 맞서도록 선동하고, 교만과 파렴치를 도처에 퍼뜨려 죄를 유인할 것이다. 나를 따르는 자는 모두 영원한 불 속에 파묻어 버릴 것이다. 나의 뜻을 가장 잘 따르는 자를 가장 지독한 고통의 도가니에 가라앉힐 것이다. 거기에 나의 왕국이 있으니, 나의 부하들에게 줄 상이 바로 그것이다.

 


강생한 말씀에게 나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선포할 것이다. 그가 하느님이면서도 사람이 된다면 나보다 낮은 본성을 가질 것이니, 나는 나의 왕좌와 위엄을 그의 것보다 더 높이 올리고 나의 능력과 계책으로써 그를 짓부수고 멸망시킬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될 여자는 내 손아귀에서 고통을 겪어야 하리라. 이처럼 위대한 나의 능력에 한낱 여자가 무슨 수로 견준다는 말인가? 너희는 나와 함께 그녀를 짓밟아야 할 것이니, 그날 하느님 앞에서 그랬듯이 나를 따르고 이 복수전에서 내게 복종해야 한다. 인간을 사랑하는 척하면서 그들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려라. 그들을 섬기는 척하면서 추락시켜라. 그들을 타락시켜서 내게로, 이 지옥으로 끌어내려라.”


지옥에서 열린 이 첫 회의에서 루치펠 무리가 아직 창조되지도 않은 인간을 향해 쏟아 붓는 이 같은 분노와 악의를 인간의 언어로 제대로 옮긴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 이 세상을 잿빛으로 물들일 모든 악덕과 죄악이 생겨났으며, 그것은 모든 기반과 오류와 신앙의 분열을 세상에 낳았다. 최초의 이 지옥 회의는 인간과 세상을 고통과 불행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모든 악행의 산실이었다. 선이 아닌 악을 선택하는 사람은 모두 지옥의 군주를 섬기는 것이다.

 


인간의 창조와 루치펠의 분노
원조들이 복된 은총 지위에 있었던 것은 잠시뿐이었으니, 뱀이 그들을 시기했기 때문이다.
뱀은 숨어서 첫 인간이 창조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루치펠은 인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피조물이 생겨나는 것은 지켜보았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창조 과정은 루치펠에게 보여 주지 않으셨다. 아담과 하와가 함께 있게 될 때까지 모든 것이 루치펠에게는 감추어져 있었다. 마침내 하느님께서 아담을 만드셨다. 그리고 아담의 갈비뼈로 하와를 지으셨다.
드디어 루치펠은 보았다. 첫 인간 아담과 하와를! 그 순간 루치펠은 광분했다. 더할 수 없는 극도의 분노를 불태웠다. 다른 모든 피조물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놀라운 인간 본성을 보았기 때문이며, 아담과 하와의 육신과 영혼을 감싸고 있는 지극한 아름다움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하느님께서 지극한 사랑의 눈길로 아담과 하와를 바라보시면서 그들이 당신의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게 하셨기 때문이며, 그들이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가질 만큼 성부의 사랑이 크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아담과 하와에 대한 루치펠의 시기심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극에 달했으며 그것은 분노로 표출되었다. 시기심의 노예가 된 루치펠은 광포한 사자처럼 아담과 하와의 생명을 노렸다. 높고 큰 힘이 루치펠을 막지 않았더라면 의당 그는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
그때부터 루치펠은 어떻게 하면 그 둘에게서 하느님의 은총을 빼앗고, 그들이 하느님을 거역하도록 선동할 수 있을지 골몰했다.

 


루치펠의 불안
하느님의 말씀께서 지극히 순결한 마리아의 태중에서 사람이 되신다는 사실은 다른 천사들은 물론이요 루치펠에게도 처음부터 계시되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의 창조를 숨기신 것처럼 언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지는 드러내지 않으셨다.
루치펠은 강생의 방법과 그 시간을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그 분노의 화살은 특히 미래의 그리스도와 마리아를 향했다. 루치펠은, 아담이 하와에게서 태어나고 하와가 아담의 어머니가 되면서 아담이 강생한 말씀일 것으로 추측했다.
루치펠은 아담과 하와를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결심을 실행에 옮기려는 순간, 자신을 제지하는 하느님의 힘을 느낀 순간, 아담이 강생한 말씀이라는 확신은 더 굳어졌다. 그런데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명령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루치펠은 자신의 추측이 어긋났음을 알았다.
그때부터 루치펠은 아담과 하와의 대화를 몰래 엿듣기 시작했으며 그들에 관해 캐내기 시작했다. 루치펠은 그들에게서 알아낸 성향을 이용하기 위해 몰래 그들에게 접근했다. 그러면서 루치펠은 그리스도와 마리아에 대한 분노와 그 둘에게 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루치펠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마리아가 승리할 경우 자신이 받게 될 수치감이었다. 루치펠에게 있어 그 여자 마리아는 하느님의 한낱 피조물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루치펠의 유혹이 시작되다
루치펠은 있는 힘을 다해 하느님의 뜻에 반항하기 시작했다. 루치펠은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명령을 미끼로 삼아 본격적으로 그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거짓말로 무장한 루치펠이 먼저 달려든 것은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남자보다 여자가 본성이 약하고 예민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며, 남자는 그리스도가 아니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때 하느님께서, 그가 이미 하늘에서 보았던 그 표징 속의 여인을 그에게 다시 보여 주셨기 때문이었다. 그 여인을 보며 그는 위협을 느꼈으며 엄청난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 모든 것이 루치펠이 아담보다는 하와에게 더 증오감과 분노를 느끼도록 했다. 루치펠은 하와가 아주 혼란한 상태에 있을 때 불시에 공격하기 위해서, 먼저 온갖 추잡한 생각과 생생한 상상을 하와에게 대담하게 불어넣었다.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루치펠이 혹독하게 그리고 비인간적으로 하와를 유혹했다는 사실을! 하지만 여기서는 그것에 관해 성경이 전하는 대로, 즉 루치펠이 뱀의 모습으로 하와에게 다가가 하와와 말을 주고받았다는 정도로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와는 자신이 해서는 안 되는 것에 관해 언급하는 뱀에게 귀를 기울였다. 하와는 뱀, 곧 사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대답하는 가운데 사탄의 말을 믿게 되었고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게 되었다. 그런 다음 하와는 남자에게 권했고, 남자도 역시 명령을 어기면서, 마침내 자기들은 물론이요 온 인류에게 불행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 결과 아담과 하와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은총을 잃게 되었다.

 


인간의 타락과 루치펠의 환호
인간의 원조인 아담과 하와가 타락하는 순간에, 그리고 추악한 죄를 지은 그들에게서 은총과 정의의 내적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순간에, 루치펠은 지옥의 악령들 앞에서 환호의 함성을 내지르며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루치펠의 환호는 단번에 그치고 말았는데,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께서 두 죄인에게 베푼 축복이 그의 바람과 기대를 완전히 저버렸기 때문이었다. 죄인이 만약 깊이 통회하고 보속한다면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시간을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다. 그 순간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과 다시 친교를 맺었으며, 하느님의 아름다운 은총이 다시 그들에게 주어졌다.
루치펠은 이것을 지켜보며 경악했다. 온전한 통회의 위대한 효력은 다시금 지옥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리고 뒤흔들었다. 루치펠의 경악은 두 죄인에게 내려진 하느님의 판결을 들었을 때 더욱 커졌다. 그것은 루치펠의 생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특히 “여자의 후손이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힐 것이다!”하신 하느님의 판결을 들었을 때 루치펠은 날카로운 위협의 칼날에 몸서리쳤다.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시는 순간 루치펠과 악한 영들은 모두 전능하신 하느님의 권능에 의해 지옥의 가장 깊숙한 구렁으로 내던져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그곳에서 무력하게 몇 날을 엎어져 있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놀라운 섭리로 그들이 원인조차 알지 못하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을 허락하실 때까지….
그런 다음 루치펠은 세상으로 나갔다. 루치펠과 그의 부하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진 힘의 주체가 될 만한 무엇인가를 발견할까 해서 온 세상 곳곳을 샅샅이 탐색하며 돌아다녔다. 교만한 암흑의 군주 루치펠은 이 일을 부하들에게만 맡기지 않았다. 루치펠은 지독하게 교묘한 술책과 악의를 지니고서 부하들과 함께 온 세상을 뒤지며 다녔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세상을 염탐하고 난 뒤, 도대체 왜 자신이 아담과 하와의 곁에서 쫓겨났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 채 루치펠은 다시 지옥으로 돌아갔다.
루치펠은 하느님의 신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하느님의 열매들을 맛볼 수도 없었고, 구원이 약속된 인간처럼 창조주 하느님을 찬양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수도 없었다. 선이 아닌 악을 선택한 결과였다!
혼란에 빠진 원수 루치펠은 자신이 처한 새로운 불행이 누구의 탓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루치펠은 지옥의 악령들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소집했다. 루치펠은 높은 곳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부하들에게 자신의 뜻과 계획을 선포했다.

 


루치펠의 뜻과 계획
“나를 따르는 아들이여, 우리가 하느님의 집에서 쫓겨나고 우리의 힘이 꺽인 이후로 내가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복수를 꿈꾸고 하느님의 권능을 파괴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너희는 잘 알 것이다. 지금 나는 마음대로 하느님에게 다가갈 수 없다. 그러나 하느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나의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그것을 위한 시간과 기회는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강력한 힘으로 내 왕국의 백성을 늘렸다. 나를 따르고 나에게 복종하는 백성과 민족이 수없이 많다.
매일같이 나는 수없이 많은 새로운 영혼들을 얻고 있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그들이 결코 향유하지 못하도록 하느님을 알고 섬기는 일을 그만두게 하고 있다. 그들이 나의 가르침과 발자취를 따랐으니, 나는 그들을 우리가 겪는 영원한 고통 속으로 던져 버릴 것이다.
나는 그들의 창조주에 대한 나의 분노를 그들에게 터뜨릴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나는 잠시 멈추겠다. 그때 겪은 그 엄청난 사건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처럼 어마어마한 힘은 하늘에서 쫓겨난 후로 처음 겪었다. 우리는 무참하게 당하고 말았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의 모든 것이 무너지지 않을까 두렵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우리는 매우 철저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복수하겠다는 일념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온 세상을 다니며 모든 사람들을 주의 깊게 관찰했지만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말씀의 어머니라는 그 여자를 하늘에서 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에 태어났다는 어떤 기미도 내게 보고되지 않았다. 지금껏 살펴보건대 메시아의 어머니가 될 자격을 가진 여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높은 덕성을 지녔다고 보였기에 조심해서 관찰하며 저주를 퍼부었던 성전의 그 여자는 알고 보니 이미 혼인한 상태였다. 그러니 그녀가 우리가 찾는 여자일 리는 없다. 이사야의 말에 따르면 그 여자는 분명 처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여자가 두렵고 괜스레 미워진다. 왜냐하면 그녀는 메시아 또는 위대한 예언자를 낳을 수 있을 만한 완덕을 지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녀를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의 삶만큼 그녀의 삶에 관해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제나 절대 꺾이지 않는 의지로 내게 저항했다. 그녀는 내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만 내가 그녀를 기억한대도 그녀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 이러한 망각이 어떤 힘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보잘것없는 여자에 대한 경멸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좀 더 생각해 보아야겠다.
얼마 전 그 여자가 두 번째로 내게 명령했다. 그녀는 우리가 맞설 수 없는 하느님의 힘으로 우리를 미친 사람에게서 몰아냈다. 그것은 아주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내 분노를 돋운다. 나는 그녀를 박해하고 아주 박살내기로 결심했다. 그러니 너희는 있는 힘을 다하고 모든 계략을 동원해서 나를 도와야 한다. 이 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자는 위대한 권세를 가진 내가 주는 매우 큰 상을 차지할 것이다.”
열심히 듣고 있던 지옥의 무리들은 수장 루치펠의 계획에 적극 동의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장의 권세는 온 세상을 굴복시킬 만큼 강력하기에 그까짓 여자에게 패배할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마리아와 루치펠의 전쟁이 시작되다
루치펠 무리들은 말씀의 어머니로 정해진 그 여자를 어떻게 짓밟으며 박해할 것인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루치펠과 그 무리들은 “성전의 그 여자”가 누구보다 뛰어난 덕성을 지녔다고는 생각했지만 강생하신 말씀의 어머니 마리아인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이때부터 마리아와 루치펠 무리 사이에 기나긴 전쟁이 시작되었다. 마리아는 때때로 지옥의 용의 머리를 짓밟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든 사탄과 그 무리들을 제압하고 진압하실 수 있으며, 당신의 끝없는 자비에 가장 합당한 방법으로 그렇게 하신다. 그런 까닭에 하느님께서는 마리아의 존엄성과 경이로운 모성과 성자의 탄생 전에도 후에도 온전한 동정을 그 악한 영들에게는 숨기셨다. 또한 악한 영들이 그리스도의 신성을 결코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하게 하셨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리스도의 죽음의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때껏 착각하고 잘못 생각했던 구원에 관한 수많은 신비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구세주의 겸손과 순명의 신비를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교만이 그들의 눈을 멀게 했던 것이다.
하느님의 성자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신 후 루치펠은 더 이상 이 세상에 대한 제왕적 주권을 그전처럼 아무런 방해없이 휘두를 수는 없었다. 성자께서 마리아의 태중에 잉태되는 순간에 이미 루치펠은 자신을 완전히 제압하고 박살내는 강력한 어떤 힘을 느꼈던 것이다. 아기 예수님과 어머니 마리아께서 이집트로 피난 갈 때도 역시 자신을 옥죄는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뿐 아니다. 지옥의 용은 마리아가 가진 초월적인 힘에 늘 패배당했다.
이제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특별한 일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그것은 지옥의 용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분노와 불안과 걱정을 심어 주었다. 그때껏 군림하던 이 세상에 자신의 힘을 훨씬 능가하는 어떤 큰 힘이 존재한다는 것은 루치펠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구원의 신비는 분노와 교만으로 인해 눈먼 루치펠에게 감추어져 있었다. 하늘에서 쫓겨난 이후 루치펠은 언제 어떻게 하느님의 말씀이 세상에 내려와 육신을 취하게 될지 늘 불안에 떨며 살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아낼 수는 없었다. 하느님께서 펼치시는 경이로운 구원사업은 교만한 루치펠에게 언제나 극심한 공포감을 불어넣었다. 그래서 그는 틈만 나면 회의를 소집하곤 했지만 자신의 눈을 속이고 세상을 내려온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이룬 일들은 루치펠과 그 무리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루치펠은 예수와 마리아가 도대체 어떻게 그리고 어떤 힘으로 자기네들을 제압하고 따돌렸는지 알 수 없었다. 루치펠은 그 비밀을 파헤칠 수 없었다.
마침내 루치펠은 자신의 부하들 중 대장이면서 악행과 술책이 아주 뛰어난 자에게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루치펠은 지옥을 온통 뒤덮을 만치 크고 무시무시한 소리를 질렀다. 그 포효는 악한 영들의 의사소통 방법이었다. 모두가 모인 후에 루치펠이 입을 열었다.

 


루치펠의 계략, “그와 그 여자를 없애 버리자”
“나의 부하이며 동료인 너희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너희는 지금까지 나를 잘 따라 주었다. 창조주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맡겼던 그 처음의 지위에 있을 때 우리는 그를 우리 존재의 창조주로서 인정하고 경배했었다는 것은 너희도 잘 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을 닮은 우리의 아름다움과 탁월함을 무시하고, 인간의 모습을 취한 성자를 떠받들고 섬기라며 우리에게 명령했기에 우리는 그의 뜻에 반항했다.
물론 영광은 성자의 신성에 바쳐진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인성, 즉 우리 안에 깊이 내재한 그 천한 본성을 지닌 인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그에게 복종하는 것을 참을 수 없으며, 하느님이 그를 위해 계획하고 행할 모든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흠숭하라는 하느님의 명령도, 덧없이 죽을 운명의 피조물이면서도 그의 어머니가 된 여자를 여주인으로 공경하라는 하느님의 명령도, 덧없이 죽을 운명의 피조물이면서도 그의 어머니가 된 여자를 여주인으로 공경하라는 하느님의 명령도 결코 지키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 대한 모욕적인 무시를 우리 모두는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에 반기를 들고 저항해 왔다. 그 결과 지금 여기에서 우리는 불행과 고통의 징벌을 받고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몸서리치며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너희에게 분명히 말해 두는데, 사람들이 지금 내가 말한 이 모든 사실을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우리의 무지와 약함을 눈치 채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신성과 인성을 가진 그와 그의 어머니가 우리를 멸망시키려 한다면, 그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가장 큰 고통이 되고 가장 큰 불행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을 없애고 온 세상을 파멸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너희다 알다시피 지금까지 나의 힘은 무적의 용맹을 자랑해 왔다. 이 세상의 대부분이 내게 복종하고 나의 계략에 굴복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우리는 자주 패배를 맛보았고 우리의 권세는 약화되었다. 나를 옥죄는 어떤 힘을 나는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약속된 메시아 비슷한 것이라도 왔는지 찾아내기 위해, 나는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온 세상을 너희와 함께 돌아다녔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를 세상 어디서도 발견하지 못했고, 사람들 사이에 그가 나타났다면 분명 어떤 화려함이나 인기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직까지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가 세상에 왔다는 어떤 확실한 표지도 발견하지 못했다. 두렵지만, 그가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올 시간이 다된 것 같다.
우리는 엄청난 분노의 회오리를 일으켜, 그와 그가 자신의 어머니로 선택한 그 여자를 없애 버려야 한다. 그 일을 완수하는 자에게 나는 감사와 더불어 아주 큰 상을 내리겠다. 지금까지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서 죄와 그 죄가 남긴 흔적을 보았다. 반면에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자기를 흠숭하게 하고, 자기에게 희생을 바치게 하기 위해, 강생한 하느님이 인간에게 자신을 계시하는 어떤 장엄하고 위대한 표시는 어느 누구에게서도 찾아보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과는 달리 무죄하고 위대하고 장엄하다는 그런 확실한 표시가 분명 그에게 있을 것이며 그것으로 우리가 그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루치펠의 무지, “우리를 때려눕힌 이 힘의 정체를 도무지 모르겠다”
루치펠의 연설은 계속되었다.
“지금 나는 너무 혼란스럽다. 영원한 말씀이 아직 이 세상에 오지 않았다면, 우리가 겪은 이 특별한 사태의 원인을 찾아낼 수가 없다. 우리를 때려눕힌 이 힘의 정체를 도무지 모르겠다. 누가 우리를 이집트에서 몰아냈는가? 사람들이 우리에게 경배를 바쳤던 신전과 우상을 누가 뒤엎었는가? 지금 갈릴래아와 그 근방에서 죽어 가는 많은 사람들을 낫게 하고 파멸에서 벗어나게 하면서 우리를 제압하고 방해하고 있는 자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수많은 사람들을 죄에서 해방시켜 우리의 주권에서 벗어나게 하고 있는 그자는 누구인가? 사람들이 덕을 행하면서 하느님의 나라에 대해 말하도록 하고 있는 그자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이 알 수 없는 힘 때문에 우리는 크게 파멸하고 말 것이다. 그런 불행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하고, 우리를 없애기 시작한 위대한 예언자나 성인이 이 세상에 있는지 다시금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런 힘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오직 저 여자, 마리아, 우리의 원수를 나는 극도로 증오한다. 처음에는 성전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나자렛에 있는 그녀의 집에서 그녀를 박해했는데 그녀를 보호하는 어떤 힘에 우리는 매번 패하고 박살이 났다. 그녀는 우리의 악의를 꿰뚫어 보고서 우리가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힘으로 맞섰다. 나는 그녀의 내면을 꿰뚫어 보지도 못했고, 그녀의 인품에 모욕을 주는 것도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그녀에겐 예수라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의 아비 요셉이 죽었을 때 그녀는 아들과 함께 임종을 지켰다. 그때도 우리 중 아무도 그들 곁에 가까이 갈 수 없었다.
그 여자와 아들은 가난하고 업신여김 받는 사람들이고, 그녀는 이름 없는 연약한 아낙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아들과 어머니가 매우 올곧다는 점이다. 나는 그 두 사람을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죄악으로 끌고 가려고 수없이 시도했지만 결코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아주 작은 잘못된 충동도 일으킬 수 없었다. 전능하신 하느님이 그 두 영혼의 지위를 내게 감춘 것이 분명하다. 그들에겐 분명 우리에게는 철저하게 감춰진 어떤 비밀이 있다.
그 아들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해도 그 어머니와 아들은 어쨌든 의인이고 따라서 우리의 적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녀를 박해하고, 그녀가 누구인지 밝혀내고, 그녀를 쓰러뜨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용기를 가지고 나를 따르라. 나는 그녀를 무너뜨릴 이 전쟁의 선봉에 서겠다.”이와같은 말로 루치펠은 자신의 긴 연설을 마쳤다. 어둠의 군주는 곧장 지옥의 문을 나섰다. 수많은 악령으로 구성된 군대가 그를 따랐다. 그들은 온 세상으로 흩어져 돌아다니며 교활한 악의로 의인들을 샅샅이 뒤져내고 유혹했다.
하지만 영원한 진리이신 그리스도와 그분의 거룩한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교만한 루치펠 앞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셨다. 그리스도께서 광야로 가시기 전까지 오랫동안 그렇게 하셨다. 광야에서 단식하신 후 비로소 루치펠에게 당신의 존재를 드러내셨다. 루치펠은 그때 비로소 그분을 알아보고는 그분께 다가가 그분을 유혹했다.
하늘에 계신 성부께서는, 경외심과 믿음을 가지고 예수님과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사람은 지옥의 원수를 이길 수 있다고 약속하셨다.

 


지옥에서 열린 악한 영들의 회의
루치펠과 그의 무리들이 골고타 언덕에서 지옥의 깊은 곳으로 추락했을 때, 그들은 하늘에서 쫓겨났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미친 듯이 날뛰었다. 지옥은 언제나 혼돈과 비참함과 고통과 무질서로 뒤덮인 곳이다. 영겁의 벌을 받아 지옥으로 떨어진 악마들은 광분하여 서로 밀치고 쓰러지면서 새로운 충격과 더 심한 고통을 받았다. 지옥에 떨어진 각 영혼들에게 지옥의 자리를 배정하는 것은 악마들의 몫이 아니다. 그 영혼이 범한 죄에 따라 하느님의 정의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다.
지옥으로 떨어진 루치펠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허락받았을 때, 그는 다시금 교활한 음모를 꾸몄다. 지옥의 대장 루치펠은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모두 소집하고 말했다.
“너희는 내가 당한 이 불의에 복수하기 위해 지금까지 오랜 동안 내 편에 섰고 앞으로도 그럴 줄 믿는다.
내가 최근에 그 기이한 신인에게서 어떤 기만을 당했는지 너희는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그는 나를 기만했고, 자신의 영혼을 둘러싸고 있는 신성을 내게 숨겼다. 그리고 그를 죽여 없애 버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죽음으로써 우리를 이겼다. 그가 세상에 내려오기 전에 이미 나는 그를 증오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흠숭을 받는 우두머리의 자리를 내가 아닌 그가 차지한다는 사실을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그때의 불복종 때문에 너희와 함께 나는 하늘에서 쫓겨났고 내 모습은 나의 위엄에 걸맞지 않는 이런 흉측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나를 괴롭히는 것은 그와 그의 어머니한테 패배당하고 쫓겨나는 나 자신을 보는 것이다.
첫 인간이 창조된 날부터 나는 신인과 그의 어머니를 없애려고 작정했다. 만일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의 모든 피조물을 철저히 망가뜨리려고 했었다. 어느 누구도 그를 하느님으로 인정하거나 따르지 못하게 하려고, 또 그의 사업이 인간에게 전혀 축복을 가져다주지 못하게 하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그러나 모든 게 허사였다.
그 신인은 겸손과 가난으로써 나를 이겼다. 그의 인내는 나를 부서뜨렸다. 마침내 그는 수난과 치욕스런 죽음으로써 이 세상에 군림하는 나의 주권을 빼앗았다.
그것은 나를 고통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미치도록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성보 오른편에서 승리를 구가하고 있는 그를 지옥으로 끌어내리고, 그가 구원한 자들을 지옥의 밑바닥으로 끌어내린다 해도 나의 시기와 분노는 가라앉지 않을 지경이다.
우리 본성보다 한참이나 열등한 인간이 어떻게 모든 피조물 위로 높여질 수 있는가? 그들의 창조주는 왜 그렇게도 인간을 사랑하고 총애하는 것인가? 더욱이 사랑 때문에 성자가 직접 인간이 되고 신성과 인성이 하나로 결합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왜 그 신인은 강생 전에 이미 나와 전쟁을 벌이고 나를 쳐부수었단 말인가?
강생한 말씀인 그 인간을 나는 늘 우리의 가장 청천지원수로 생각해 왔다. 그는 나의 증오의 대상이었으며 참아낼 수 없는 존재였다.
오, 인간들아, 너희는 내가 지독하게 증오하는 하느님에게서 어떻게 그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런 불타는 사랑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어떻게 하면 너희의 행복을 끝장낼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어떻게 하면 너희를 지금의 나처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너희가 받은 그 본성을 내가 파괴할 수는 없단 말인가!
나를 따르는 자들이여, 어찌해야 우리가 우리의 주권을 다시 세울 수 있겠는가? 어찌해야 우리가 인간과 대적하여 다시 강해질 수 있겠는가? 어찌해야 우리가 인간을 이길 수 있겠는가?
인간들이 큰 사랑으로 자신들을 구원한 그 신인에 관해 알게 되면 앞을 다투어 그를 따르고 그에게 마음을 봉헌하며 그의 계명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우리의 거짓말에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제안한 거짓 공정을 거부하고, 모욕 받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며, 육식의 금욕을 구하고, 쾌락의 위험성을 알아차릴 것이다. 부귀영화를 거부하고 대신 그 신인이 그렇게도 높이 평가했던 가난을 사랑할 것이다.
사람들을 충동질하기 위해 우리가 인간의 성향에 제공하는 것들을 그들은 구세주를 따를 목적으로 혐오하며 물리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왕국은 파멸하고 말 것이다. 더 이상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며, 이 혼동과 고통의 소굴에 발을 디디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렸던 저 지복을 모든 사람이 얻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굴욕적일 만큼 자기 자신을 낮추고, 모든 고통을 기꺼이 참고 견뎌낼 것이다. 그때 나의 지략과 능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착각 때문에 내가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가! 내가 그를 광야에서 유혹했을 때, 그것은 단지 세상을 이기는 효과적인 방법을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 준 기회가 됐을 뿐이었다. 내가 그를 박해했을 때, 그것은 그에게 겸손과 인내를 배울 기회를 준 꼴이 되었다. 그를 팔아넘기라고 유다를 설득했을 때, 그를 지독하게 증오하고 십자가에 매달아 그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라고 유다 사람들을 부추켰을 때, 그것은 오로지 나의 파멸과 인간의 구원을 위해 일한 꼴이 되었고, 내가 몰아내려 했던 그의 가르침이 세상에 살아남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어떻게 그는 그토록 자신을 낮출 수 있었을까? 그가 정말로 하느님이기 때문일까? 어떻게 그가 그토록 악한 사람들의 그렇게도 많은 죄를 짊어질 수 있었을까? 너무나도 경이롭고 너무도 풍요로운 구원사업에 어쩌다가 내가 한몫을 거들었단 말인가?
오, 그 신인이 얼마나 강하길래 이렇게도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이렇게도 나를 무력하게 한단 말인가! 나의 원수이며 그의 어머니라는 그 여자는 또 얼마나 강한지 도저히 정복할 수가 없구나! 그 순결한 피조물에게는 우리가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그 무엇이 있다. 틀림없이 그녀는 영원한 말씀에게서 그 힘을 받았고, 그 말씀의 어머니가 되었다.
전능하신 하느님은 언제나 그 여자를 통해 나와의 격렬한 전쟁을 이끌었다. 표징을 통해 그 여자의 모습을 본 그 순간부터 나의 고결한 영은 그녀를 향해 증오는 내뿜고 있다. 나의 증오와 분노가 진정되지 않는 한, 나는 구세주를 향해, 그의 어머니를 향해, 그리고 모든 인간을 향해 중단없는 전쟁을 수행할 것이다.
자, 그렇다면 나는 따르는 너희들은 이제부터 하느님을 향한 분노를 마구 내뿜어야 한다. 이제 그 때가 되었다. 그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가?”

 


하느님과 인간을 멸망시키는 방법
루치펠의 이 충격적인 제안에 악마의 무리들은 인간 구원의 열매를 방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나름대로 내놓았다.
그리스도의 위격을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그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그리스도의 공로가 가진 헤아릴 수 없이 무한한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성체의 효력을 무효로 만들거나 그리스도가 선포한 가르침을 위조하거나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틀림없이 받으려 할 은총의 수단을 쓰지 못하게하고, 더 강력한 유혹과 기만으로 그들을 그릇된 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특히 더 교활하고 악한 악마들은 이런 방법을 제안했다.
“사람들에게는 이제 새로운 가르침이 있으며, 아주 강력한 계명이 있고, 새롭고 효력 있는 성사들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모범이며 미덕의 새로운 스승이며 강력한 중개자이자 변호자인 그 유일무이한 여자가 그들에게 있다. 그러나 인간의 성향과 욕망은 언제나 똑같다. 재미와 감각적인 것을 찾는 점은 한결같다. 우리는 이제 사람들과 더 격렬하게 싸워야 한다. 귓속말로 유혹하고, 그들이 원하는 전부를 얻을 수 있다며 욕망을 자극하고, 그래서 아주 거기에 빠져서 다른 것은 그 어떤 것도 더 이상 신경 쓸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이 제안에 모두가 동의했다. 루치펠은 더 한층 교활하고 일사불란하게 전진해야 한다며 이 악마들을 독려했다. 또 이런 안건이 제안되었다.
“우상 숭배는 이 세상에서 늘 보존되어야 한다. 혹시나 우상 숭배가 사라진다 해도 새로운 교파와 이단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악한 성향에 쉽게 넘어가고 속속들이 비열한 그런 사람들을 샅샅이 골라내야 한다. 그들이 오류의 스승이 되고 주동자가 되어야 한다. 아리우스 이단, 펠라지우스 이단, 네스토리우스 이단을 비롯해 일찍이 생겨났고 또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도 생겨날 다른 이단들을 지옥에서 부화시켜야 한다.”
루치펠은 이 모든 것을 승인했다. 이것들이 하느님의 진리를 거스르고, 인간 구원의 근간과 신앙을 파멸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루치펠은 신앙이 없는 인간들을 유혹하여 이단을 설립하도록 하는 임무를 받은 악마들을 칭찬하고, 그들을 높은 자리에 올리는 호의를 베풀었다.
어떤 악마들은 이런 임무를 받았는데, 즉 아이들이 잉태되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릇된 성향을 가지도록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그 부모들에게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악마들은 부모들이 자녀를 기르고 교육하는 일에 소홀하며 자녀가 부모를 증오하도록 유도하는 임무를 맡았다.
또 다른 악마들은 부부 사이에 불화를 일으키고, 그들이 이혼하게 만들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충실을 깨뜨릴 빌미를 제공하는 일을 하겠다고 나섰다.
사람들 사이에 분쟁과 증오와 불화와 복수의 씨를 뿌리는 일에 악마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악마들은 거짓된 영감과 교만과 육욕과 탐욕과 명예욕으로써 인간들을 부추기고, 그리스도께서 가르친 모든 덕성을 거스르는 구실들을 사람들에게 불어넣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관해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구원의 은총을 상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옥의 고통과 그 고통이 영원히 계속된다는 진리를 잊어버리게 했다. 그런 다음 사악한 뱀인 악마들은 희망했다. 사람들이 자기 영혼의 구원에 소홀해지도록 하는 데 있어 자신들의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기를!

 


“세상 끝 날까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를 따르는 무리와 맞서 싸우자”
루치펠의 말은 계속되었다.
“구세주가 명하는 새 계명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우리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 계명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대신 나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에게 나의 모든 분노를 터뜨리고 지독하게 그들을 박해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세상 끝 날까지, 그리고 이 새로운 교회에 명예욕, 탐욕, 육욕 극심한 증오, 그리고 기만의 씨앗을 뿌리지는 날까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과 맞서 싸워야한다. 내가 이 교회의 머리가 되어 나의 기운이 흐르는 자들 사이에 죄악이 증가하고 그 기운이 강성해질 때 그들은 배은망덕의 죄를 범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하느님은 은총의 도우심을 그들에게서 거둘 것이다. 그처럼 자신들의 죄 때문에 구원에 이르는 길을 스스로 차단하도록 하자.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의 승리는 확실해진다.
사람들이 하느님과 영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신심을 잃어버리도록 힘써야 한다. 성사의 효력에 신경 쓰지 않고, 또한 죄의 상태에서, 적어도 믿음이나 경건한 마음가짐 없이 은총의 성사를 받게 해야 한다.
그 은총의 수단은 영적인 것이기에 받는 자들에게 유익이 되려면 지향을 지녀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 치료약을 우습게 여길 만큼 그것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구원을 위한 일에 게으르고, 우리의 유혹에 저항하는 시늉만 할 뿐 우리의 속임수를 알아채지 못하며, 하느님의 총애를 망각하여 구세주에 대한 기억과 그분의 어머니에 의한 전구를 시답잖게 여긴다.
이 배은망덕 덕분에 그들은 은총을 받는 데 합당치 않게 될 것이고 하느님은 그들에게서 은총을 거둘 것이다.
너희는 온 힘을 다해 나를 도와서, 한시도 게을리 말고 어떤 기회도 놓치지 말고 나의 명령을 완수하라.”
붉은 용과 그 족속들이 거룩한 교회와 교회의 자녀들을 지옥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꾸미는 음모와 계략을 모두 여기에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스도의 죽음 직후부터 거의 일 년 동안 그들은 이런 회의로 날밤을 지새우며 그때까지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과 구원사업과 삼라만상의 상황을 논의했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그리스도의 삶과 수난과 죽음마저도 모든 사람을 구원의 길로 되돌리지 못했다면 루치펠이 얼마나 큰 힘을 사용했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루치펠의 분노가 얼마나 엄청났는지 사도 요한도 이렇게 묘사했다.
“너희 땅과 바다는 불행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은 악마가 큰 분노를 품고서 너희에게 내려갔기 때문이다”(묵시 12, 12).

 


인간의 무지, 방심 그리고 게으름의 결과
유감스럽게도,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극히 중요한 이 진리가 오늘날 인간의 기억에서 거의 사라져 버렸다. 우리의 원수는 교활하고 무자비하며 결코 방심하는 법이 없는데, 우리는 깨어 있지 못하고 경솔하며 게으르다. 루치펠이 이 세상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지, 루치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를 믿는 그의 속임수를 따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반대로 루치펠의 존재를 깨닫고 그에게 맞서는 사람은 얼마나 소수인지 놀라울 정도다. 이렇게 된 이유는 사탄이 우리를 잡아넣으려는 지옥을 우리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이며, 사탄이 우리에게 선물하려는 영원한 죽음에 대해 우리가 너무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결코 멈추지 않을 이 지옥의 악의와 무자비와 술책으로 가능한 한 성교회의 모든 지체를 영원한 파멸로 끌어넣으려 한다는 것은 성경과 거룩한 스승들의 글과 가르침에서도 입증된다. 하지만 우리가 그 글과 가르침에서 깨닫게 되는 또 한 가지가 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에 협력할 때, 그분은 당신의 무한한 힘과 무적의 보호하심으로 우리를 보호하실 것이고, 당신의 공로 덕분에 우리에게 마련돼 영원한 상급으로 우리를 안전하게 인도하신다는 사실이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께 희망하는 것이 덧없지 않음을 강조하였다. 베드로 사도 역시도 우리의 모든 근심을 주님께 맡기라고 권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적대자 악마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닙니다”(1베드 5, 8).
이 같은 경고를 받아들이는 데는 한 사람의 예외도 있을 수 없다. 우리가 매일매일 알게 모르게 겪는 것들을 생각하면,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되는 악마의 사악한 덫과 끈질긴 추격의 실상을 충분히 깨달을 수 있다.
그러나 육신을 가진 인간은 오감으로 감지되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거짓된 안전 속에 빈둥거리며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을 유인해 파멸로 던져 넣으려는 사탄의 비밀스런 무자비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을 보호해 주고 방어해 주시는 하느님의 손길도 느끼지 못하며 볼 줄도 모른다. 눈멀고 무지하기에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할 줄도 모르며,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위험을 겁낼 줄도 모른다. 인간은 끔찍할 정도의 방심과 무관심에 빠져 있는 까닭에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아픔도 연민도 느끼지 못한다.

 


하느님께서 악의 계략을 계시하신 이유
주님께서 내게 확신시켜 주신 바에 따르면, 이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나마 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도록 하기 위해 주님께서는 악의 비밀스런 계략들을 이 책에서 모두 드러내셨다. 악한 영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에 대적하고, 교회와 교회의 자녀에 대적하여 어떤 음모를 꾸몄으며, 지금도 여전히 꾸미고 있는 음모가 어떤 것인지 드러내셨다.
루치펠이 인간을 향해 품은 적개심은 하느님께 순명하기를 거부한 그 역사만큼이나 아주 오래되었다. 인간을 향한 루치펠의 분노와 잔인함은 우리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또한 영원한 말씀이 인성을 취할 것이며, 더욱이 그 말씀이 태양을 입고 있던 그 여인에게서 태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하늘에서 알게 된 그 순간부터 하느님을 향한 루치펠의 거만과 교오의 정도 역시 우리의 상상을 넘어섰다.
이제 루치펠은 하느님을 향한 증오심을 자신의 힘으로는 진정시킬 수 없게 되어 하느님의 피조물에게서 그것을 만족시키고 있다. 이 사악한 영혼은 천사의 본성에서 멀어지면 질수록 자신의 의지를 제어할 수 없기에 한번 결정한 것을 포기하는 법 없이 끈질기게 집착한다. 상황에 따라선 전쟁도 불사한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피조물인 인간을 향해 루치펠이 겨누는 증오의 화살은 결코 멈춘 적이 없다. 하느님께서 의인과 성교회를 은총으로 풍요롭게 하실수록 루치펠의 증오와 공격도 더 커진다.
이 원수는 육신이 없는 영적 존재이기에 아무리 활동해도 지치지 않는다. 육신을 가진 인간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러기에 인간을 박해하는 데 쉼이 없고 지치지 않는다. 인간이 모태에 존재하게 되는 첫 순간부터 공격을 시작해서는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순간까지 그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
“인생은 땅 위에서 고역”(욥 7, 1)이라고 했던 욥의 말이 정말 딱 맞는다. 우리 인간이 루치펠과 벌이는 그 전쟁은 인간이 원죄를 지닌 채 태어나고 그로 인해 죄악의 씨앗과 무질서의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것에만 그 탓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외의 원인 때문에도 악마의 술책과 악의와 권세가 다 동원된다. 루치펠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우리의 오감, 정신력, 성향, 욕정을 이용한다.
루치펠은 우리 육신의 생명을 빼앗고 우리에게서 영원한 구원을 얻을 기회를 뺏으려고 끊임없이 애쓴다. 우리를 나쁜 길로 이끌기 위해, 우리에게서 은총을 뺏기 위해,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 잉태된 그 순간부터 삶을 마치는 순간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계략을 동원하여 우리를 가능한 모든 위험에 빠뜨리고 당할 수 있는 모든 피해를 다 당하도록 이끈다.
악마가 도모하는 위험은 특히 교회의 자녀들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

 


하느님은 어떻게 인간을 보호하시는가?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용의 간계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당신의 섭리 안에 있는 것인데, 자연적인 원인이 악령의 힘에 의해 저지당하지 않고 제때 작용하도록 하신 것이다. 그래서 그분은 악령의 힘을 축소시키셨다. 그분께서 악한 영들이 세상에서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게 여지를 주신다면 세상은 온통 혼란에 빠질 것이다. 자비로우신 창조주께서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하느님과 그분의 피조물을 철천지원수로 여기는 악마들이 오히려 천지만물에게 봉사하는 것을 보면 질서정연한 국가제도 안의 독재자와 그의 하수인들을 보는 것 같다. 악마들은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그러한 신분으로 하느님에게서 부여받거나 허락받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짓을 저지른다. 하지만 타락한 인간이 이 원수들에게 직접 손을 내밀어 그들이 속삭이는 귓속말에 귀를 기울이고 죄를 짓지만 않는다면, 천지만물은 끄떡없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일반적이거나 특별한 원인들이 각각 나름대로의 효력을 발휘할 것이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지닌 이들에게는 흉작이나 질병이나 갑작스런 죽음과 같은 재난은 닥치지 않을 것이며, 하느님만을 바라보는 이들은 그토록 수많은 불행이나 상실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생명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가지고 나오는 장애들은 인간의 무질서와 죄악이 자초한 결과이다. 인간 스스로 사탄에게 손을 내밀었고, 벌을 받아 마땅한 사악한 짓을 저질렀으며, 죄로 인해 멀어진 눈으로 사탄을 믿고 사탄에게 자신을 맡긴 결과이다.
하지만 섭리의 하느님께서는 거룩한 천사들을 시켜 우리 인간을 보호하신다. 천사의 보호는 모태에서부터 시작되며, 천사가 우리를 하느님의 오른편 자리 앞으로 인도하는 날까지 계속된다. 거기서 모든 사람은 자신이 한 일에 따라 상과 벌을 받을 것이다.
인간 생명이 창조되자마자, 하느님께서는 천사에게 그 어머니와 아기를 보호하라고 명하신다. 또한 아기에게는 특정 천사를 수호천사로 정해 주신다.
이성을 완전하게 사용하기 시작할 무렵의 인간을 잘못된 길로 이끌어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악한 원수들의 악의 간계가 얼마나 사악한지는 말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어린이들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거나 악한 것을 보고 들어도 부모가 개의치 않고 내버려두거나 아무런 주의도 주지 않는 것, 이런 것은 악마들이 애써 조장하는 것이다.
예민한 나이의 어린이들의 마음은 하얀 밀랍과도 같고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는 칠판과도 같아서, 오감을 통해 얻는 모든 것이 고스란히 그 마음 깊이 새겨진다. 따라서 어린이를 부추겨 한 가지 죄를 짓도록 하는 데 성공하면, 그때부터 사탄은 그에게 새로운 권리와 새로운 힘을 행사하면서 그 어린이를 더 큰 죄로 손쉽게 밀어 넣는다.

 


하느님은 왜 수호천사를 주셨는가?
그러나 그런 엄청난 불행을 막으려는 수호천사의 돌봄과 경계도 결코 녹녹치 않다. 수호천사는 자신이 맡은 아이의 부모에게 거룩한 생각을 심어 주어서, 그들이 아이를 세심하게 기르면서 하느님의 계명으로 교육하도록 이끈다. 또한 아이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신앙을 키우도록 가르치며, 성덕이 성장하도록 이끌고, 그리고 모든 악에서 아이를 보호하도록 수호천사는 부모를 돕는다.
수호천사는 어린이의 나이에 맞추어서 그가 스스로 선을 행하도록 돕는다. 이로 인해 착한 수호천사와 악한 영들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때 아이에게 불리한 점은, 악한 영들이 부모는 아주 작은 죄를 짓게 하고 아이는 버릇없는 행동들을 하게끔 꼭 유인한다는 사실이다. 그 순간 사탄은 이렇게 속삭인다. “이건 죄가 아니야.”게다가 아이와 그 부모를 죄의 영역으로 인도하는 것을 자기들의 업적으로, 영혼 속에 그런 것을 집어넣는 것을 자기들의 권리가 치부한다.
어린이가 이성을 사용할 나이가 되어서 죄를 짓기 시작하면, 수호천사는 그가 그건 것을 하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지만 사탄 역시 온 힘을 다해서 수호천사를 방해한다.
사탄의 방해를 물리치고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수호천사는 아이가 착한 행동을 하도록 이끌고, 부모와 조부모를 덕행으로 이끈다. 그리고 어린이가 예수님과 마리아의 이름을 외우는 교육을 받게 한다. 그렇게 천사는 아이에게 근본적으로 유익한 모든 일을 하는 사명을 받았다. 그리고 천사들의 말에 따르면, 그 일은 우리 주님의 이름과 주님의 어머니의 이름에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써 이미 시작된다.
어린이가 어떤 신심 행위를 하게 하거나 교회의 일반적인 기도문을 바치게 하는 것도 천사의 임무이다. 모든 기도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보호 무기이며, 사탄에 대항하는 천사가 인간을 지킬 수 있는 무기이다.
아주 사소하게 여겨지는 작은 일일지라도 선한 일이라면 그 일을 통해서 우리는 악한 원수에게서 그 권리를 빼앗아 올 수 있는데, 그 권리란 원죄 때문에, 그리고 자유의지로 짓는 수많은 죄 때문에 우리가 원수에게 빼앗긴 그것이다.

 


죄 때문에 사탄의 소유가 된다
인간이 완전한 이성을 사용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악한 천사와 착한 천사 사이의 전쟁은 점점 더 격렬해진다. 인간이 한 가지 죄를 짓자마자 지옥의 뱀은 자신의 모든 술책을 동원한다. 그리고는 그 죄인이 통회하기 전에 생명을 잃고 영원히 멸망하게 하려고 날뛴다.
사탄이 한 가지 죄를 겨냥해서 사람의 걸음마다 쳐 놓은 그물과 함정만 해도 얼마나 많은지! 만일 그것을 보게 된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전율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은 그 그물과 함정을 보지 못하기에 거짓된 안전 속에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점점 더 많은 죄를 지음에 따라, 사탄은 점점 더 그 영혼에 대한 소유권을 얻는다. 그리고 그 사람의 생명을 완전히 차지하진 못해도 최소한 그를 자신의 비천한 노예로 부릴 수 있게 된다.
사탄은 자신이 공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매일 더욱더 자신의 손아귀로 넘어온다고, 그 사람들 스스로 그것을 원한다고 자랑한다. 그리고 자신에게서 그 사람을 빼앗아 가거나 그들에게 착한 도움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자신한다. 그 이유는 그 사람들이 그런 착한 도움은 받아들이지도 이용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또한 그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 같은 것은 단 한 번도 고려해 보지 않았기에 그런 공로 따위는 그들에게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란다. 성인의 전구도 마찬가지란다.
이런 종류의 방법으로, 사탄은 자기 소유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통회하고 보속할 시간을 빼앗으려 노력한다. 만일 이것에 성공하지 못할 때는 온갖 변호의 길을 그에게서 차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과 거룩한 천사가 내미는 보호의 손길은 단 하나의 영혼도 제외하지 않는다. 단 하나의 영혼도 젖혀 두지 않는다. 그 보호의 손길을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체험할 기회를 만나지 못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는 아주 분명한 사실이다.

 


고마운 천사
천사는 영감과 경고로써 우리를 끊임없이 돕는다. 천사는 우리에게 경고하고 우리를 격려하기 위해 자연적인 방법을 이용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반면에 악한 원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죄를 지어 그 인생이 죄악으로 가득 차서 살아 있는 동안 통회하고 보속할 시간이 짧아지도록 있는 힘을 다한다.
하지만 죄인의 회개를 기뻐하는 거룩한 천사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가능한 한 죄에서 멀어질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죄인을 회개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 천사는 지극히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도움을 청한다.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중개자이신 마리아께서 당신 아드님 앞에서 손을 들어 악한 영들의 추방을 전구해주시도록 간청한다.
악한 영들은 인간이 하느님의 얼굴을 뵐 수 있다는 점을 시기하고 분노하면서 그것을 방해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우리 삶의 마지막까지 우리를 향해 겨누고 있는 박해의 화살을 절대 놓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주님께서 내게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죄 때문에 인간이 하느님의 자비를 입지 못할 경우 그분은 수많은 영혼의 구원을 위해 종종 전능하고 경이로운 방법을 쓰신다.
그리스도교를 박멸하기 위해 지옥의 무리들이 꾀한 그 계획들을, 지금 우리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그 계획들을, 하느님께서는 모조리 수포로 돌아가게 하실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느님의 전지전능한 보호를 받기에 합당하지 않으며, 우리 중 거의 예외 없이 그분의 정의를 시험하곤 한다. 이 세상은 천국이 아닌 지옥과 친교를 맺은 것 같아. 그래서 하느님께서도 눈먼 사람들이 앞을 다투며 누가 더 어리석은지 경쟁하는 듯한 이 세상이 지옥의 권세에 넘어가는 것을 허락하셨다.

 


하느님의 일꾼 바오로의 등장
그러나 바오로의 회개는 하느님의 보호에 대한, 즉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과 이 세상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에 대한 일종의 계시이다.
그가 교회를 박해하기 직전까지 그의 삶은 사탄이 발붙일 자리가 전혀 없을 만큼 선악에 대한 양자택일이 분명했었다. 하지만 루치펠은 처음부터 그를 주목했고 그의 인격은 물론이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천사가 그를 너무도 잘 보살펴 준다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천사의 보살핌을 받는 바오로를 향해 루치펠은 시기와 증오의 불을 내뿜었다. 루치펠은 어린 바오로를 죽이려고까지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랬던 바오로가 하느님의 교회를 박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루치펠은 바오로의 수호자가 되어 그의 생명을 지켜 주려고 애썼다. 반면에 천사는 잘못된 길을 가는 바오로에게 더 이상 개입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막강한 능력을 받으신 하늘의 모후께서 개입하셔야 했다. 하늘의 모후이신 마리아께서 천사의 일을 떠맡으셨다. 마리아께 대한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당신의 힘센 팔로 바오로를 붉은 용의 발톱에서 구해 내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개입하시자마자,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바오로와 동행하면서 그를 선동했던 악령들은 모두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바오로 그 작자가 그처럼 특별한 복락을 누릴 만한가?”
루치펠과 그 무리들은 전능하신 하느님의 채찍질을 느꼈다. 너무나 놀란 혼이 빠진 그들은 마치 마술에 걸린 듯 지옥의 깊은 구렁텅이에 여러 날 틀어박혀 있으면서 하느님에게서 받은 혼란과 수치감에 치를 떨며 분노했다.
그들은 한숨을 내쉬며 재기를 다짐했다. 우두머리 루치펠이 부하들을 자기 주위에 모으고는 선동에 나섰다.
“그 신인(神人) 때문에 그리고 그를 잉태하고 낳은 그 여자 때문에 매일같이 내가 이렇게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어떻게 나의 분노가 가라앉을 수 있겠는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하느님이 나를 하늘에서 이 심연으로 내던진 이후 나의 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나의 권세는 어디 있는가? 내가 인간에게서 거둔 위대한 승리의 보상을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벗들이여, 하느님은 지옥의 문을 닫고 하늘의 문을 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왕국 전체가 사라지고, 모든 인간을 이 고통 속에 던지고 싶은 나의 불타는 욕망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하느님은 자신의 죽음으로써 인간을 구원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인간에게 더 큰 기적을 행하고, 더 큰 사랑을 드러내고, 전능한 팔로 그들과 친교를 맺을 것이다. 그들이 거친 짐승처럼 무정하고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마음을 지녔고 우리에게 졌다는 것을 인정할지라도….
모든 인간이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를 따를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그들이 우리보다 더 고집 세고 더 완고한 것일 터이니.
그렇게도 감미로운 사랑으로 그들을 자신의 영광 안으로 이끌려고 애쓰는데, 그 신인(神人)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할 만큼 우둔한 영혼이 어디 있겠는가?
바오로라는 그 작자는 우리의 친구였다. 내 손짓과 내 뜻에 복종하는 우리 계획의 꼭두각시였고, 십자가에 못 박힌 자의 적이었다. 이미 나는 극도로 무자비한 지옥의 고통을 그를 위해 마련해 두었었다.
그런데도 하느님은 갑자기 그를 나의 손아귀에서 빼앗아가서는 그 하찮은 인간을 그렇게도 높은 은총과 총애의 자리에 올리고 말았다. 하느님을 대적하는 우리마저도 그의 처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바오로 그 작자가 그처럼 특별한 복락을 누릴 만한가? 그는 나의 부하 중 하나로서 나의 명령을 따르고 하느님의 정의를 시험하지 않았는가? 하느님이 그에게 그처럼 관대하다면, 그보다 죄를 덜 지은 인간들에게는 어떠하겠는가? 하느님은 아주 큰 기적으로 그들을 회개시킬 것이고, 세례와 또 다른 성사들을 통해 그들을 자신에게로 부를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하느님은 바오로라는 그 특별한 본보기를 통해 이 세상을 독점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바오로를 이용해서 교회를 파괴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가장 용감한 교회의 옹호자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나는 그 인간이 내가 잃어버린 지극한 복락과 은총의 지위로 올림 받는 것을, 내가 쫓겨난 하늘나라에 환대를 받으며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는가?
아,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불보다 더 세차고 강력한 분노의 불길이 나를 휘감고 있다. 미칠 것만 같고,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아, 만일 하느님이 그렇게 한다면, 그런 고통을 내게 준다면…. 그것만은 하지 않을 거야! 결코 그러진 않을 거야!
이처럼 강력한 하느님에게 맞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겠는가? 우리는 그의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그가 그렇게도 사랑하는 인간들을 통해서 그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리하여 그가 의도한 것을 수포로 만들자. 그에게 인간의 모습을 준 그 여자가 나의 위엄을 땅에 떨어뜨렸으니 이번에는 기필코 그녀를 제거해 버리자. 우리에게서 바오로를 뺏어가고 우리를 지옥으로 다시 처넣은 그녀에게 반드시 복수하자. 우리가 승리를 거두는 그날까지 나는 결코 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내가 내린 결정은 이것이다. 즉 내가 이 지옥의 맨 밑바닥으로 내려온 이후로 하느님과 인간에 대해 알아낸 모든 지식을 그 여자에게 모조리 사용해 보는 것이다. 그러니 모두 나를 따를 것이며 나의 뜻을 행해야 한다.”
대장의 말이 끝나자 부하 하나가 나서며 이렇게 제안했다.
“우리의 총사령관이시며 대장이시여, 우리는 당신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원수인 그 여자가 얼마나 우리를 압박하고 괴롭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 혼자서도 우리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고, 우리의 계획과 노력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그녀가 우리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은 이미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약점이 있습니다. 그녀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자신의 아들을 따르는 사람들을 건드릴 때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녀는 어머니로서 그 사람들을 사랑하고 몹시도 자상하게 돌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힘을 합해서 그 믿는 이들을 박해합시다. 그러면 우리의 원수인 그 여자에 대한 당신의 모든 분노는 깡그리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루치펠은 이 제안에 적극 동의하며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서 결론을 내렸다. 모두 힘을 합쳐 하느님의 교회를 파괴시키기로.

 


하늘의 여왕이신 마리아의 당부
“나의 딸 마리아여, 인간을 향한 루치펠과 악한 영들의 시기와 악의와 음모를 단지 글로써 모두 드러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의 특기는 훼방하는 것이며, 중상모략 하는 것이고, 왜곡하는 것이며, 파멸시키는 것이고, 망가뜨리는 것이다. 그들은 악이란 악은 모조리 동원하며, 그들의 꾐에 넘어가지 않을 영혼은 없다.
하지만 나에게 단지 몇 번의 공경을 바쳤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지옥의 용에게서 빼앗은 영혼은 수없이 많다. 그런 공경은 결코 어렵지 않다. 나를 경공하는 마음으로 성모송을 바치거나 어떤 한 마디 말이나 나의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죄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안다면, 죄인들이 제때에 진심으로 나를 부르기만 한다면, 지옥에 떨어지는 영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왜 천사는 타락하게 되었는가? / 아그레다의 마리아 수녀 /이선영 옮김 / 아베마리아출판사)

 

 

 아그레다의 마리아(1602. 4. 2.~1665. 5. 24)는 스페인 북부의 작은 마을 아그레다의 수녀로 많은 기적을 일으켰으며, 고행과 기도로 일생을 보낸 분입니다. 그녀의 유해는 지금까지 부패하지 않고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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